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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East of Eden) 4

24

 

1

사람에 따라서 생사의 진실성에 대하여 덜 가슴 아파하는 이유를 나는 의아스럽게 생각해 왔다. 우나의 죽음은 새뮤얼을 허공에 뜨게 만들었고 그ㄹ 방어벽을 파헤쳐 놓고 드디어 노쇠하게 만들었다. 한편, 남편만큼이나 가족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라이저는 그래도 자신을 망쳐버리거나 비뚤어지게 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생활은 고르게 지속되었다. 그녀도 뼈아픈 슬픔을 맛보기는 했지만 이것을 극복했다.

내 생각에 라이저는 역설과 모순이 들어있는 성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듯이 세상사를 그대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죽음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죽음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죽음이 발생해도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새뮤얼은 죽음을 생각해 보고 사색도 했겠지만 죽음을 진실로 믿지는 않았다. 죽음이 그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지는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불멸한 존재들이었다. 죽음이 정말로 나타났을 때 그것은 난폭한 불법행위자였으며 그가 깊이 느끼고 있던 불멸성의 도전자였다. 그가 쌓아 놓은 벽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전체 구조에 금이 갔다. 그는 죽음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늘 생각했다. 죽음은 개인적인 적대자이며 그가 이길 수 있는 적이었다.

라이저에게는 죽음이란 단지 예기된 것이었다. 그녀는 슬픔 속에서도 오븐에 콩을 넣기도 하고, 파이를 여섯 개나 굽기도 하고, 조객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음식이 필요한가를 정확히 계산하기도 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슬픔 속에서도 새뮤얼로 하여금 하얀 샤쓰를 입게 하고 검은 옷에 솔질을 하게 하고 먼지를 털게 하고 구두를 까맣게 닦도록 보살필 수 있는 여자였다. 아마도 훌륭한 결혼 생활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이런 두 유형의 사람들이 몇 가지 힘으로 단단히 뭉쳐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일단 받아들이면 새뮤얼은 아마도 라이저보다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는 산산조각이 되고 말았다. 샐리너스로 가기로 결정을 짓고 난 후 라이저는 그를 자세히 살폈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현모양처가 그러하듯이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다른 모든 것들이 변함없다면 그녀는 자식들을 찾아가 만나보고 싶었다. 그녀는 자식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장소에 대하여 애착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소란 천국으로 가는 길의 휴식처에 불과 했다. 그녀는 일 자체를 위하여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해야 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했다. 그녀는 지쳐 있었다. 아침이면 통증과 경직 때문에 일어나기가 점점 힘들었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 때문에 일어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천국에서는 옷이 더러워지지 않고 음식을 요리하거나 옷을 세탁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천국에도 그녀가 마음속으로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노래를 너무 많이 불렀다. 그녀는 하느님의 선민마저도 약속된 천상의 나태를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견디어 낼 것인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천국에서도 할 일을 찾아낼 것이다. 시간을 보낼 일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구름을 꿰맨다든가 지친 날개의 약을 바른다든가 하는 일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옷깃을 가끔씩 뒤집어 놓을 필요도 있을 것이고 어떤 구석에는 천을 씌운 빗자루로 털어내야 할 거미줄도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샐리너스를 방문하게 되어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 두렵기도 했다. 그녀는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죄에 가까운 무엇인가가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야외 문화 강연회라고? 그녀는 거기에 가야 할 필요도 없었지만 가지도 않을 것이다. 새뮤얼은 화를 낼 것이다 - 그녀는 남편을 감시해야만 되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천진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그녀는 늘 생각해 왔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마음 때문에 몸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를 그녀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잘된 일이었다.

장소란 새뮤얼에겐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농장은 친척과 같은 것이었다. 농장을 떠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칼로 찌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일단 결심을 했기 때문에 새뮤얼은 그 일을 잘 해나갔다. 그는 옛 이웃들을 정식으로 방문했다. 그가 엣 친구들을 뒤에 두고 마차를 몰고 떠날 때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마치 영원히 기억해 두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는 산과 나무와 친구들의 얼굴까지도 여러 번 응시했다.

트래스크 농장 방문은 맨 나중으로 미루었다. 그는 몇 달 동안 그곳에 가보지 못했다. 아담도 이제는 젊은 사람이 아니었다. 쌍둥이들은 이제 열한 살이 되었다. 리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리이는 새뮤얼과 함께 헛간까지 걸어갔다.

"오랫동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할 일이 많았어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샌프란시스코에 가야 했습니다."

"자네는 잘 알고 있겠지만, 친구가 있을 때에는 보러 가지 않다가도 그가 없어지면 만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가슴 아파하게 마련이지."

"따님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안 됐습니다."

"리이 자네 편지를 받았네. 지금도 갖고 있어. 좋은 말을 해주었어."

"중국식 이야기죠.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중국식이 돼가는 것 같아요."

"자네에게도 변한 것이 있구먼. 무엇이 변했나?"

"변발이죠. 변발을 잘랐지요."

"그렇군."

"우리 모두가 잘랐어요. 못 들으셨어요? 황태후가 서거하셨지요. 중국은 이제 해방이 되었죠. 만주인이 대군주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변발을 하지 않죠. 그것이 새 정부의 포공입니다. 어디에고 변발은 없어졌어요."

"리이, 좀 다른가?"

"별루요. 지내기가 더 수월해요. 그러나 머리가 허전해요. 불안하구먼. 편리하긴 하지만 익숙해지기가 힘 드는군요."

"아담은 어떤가?"

"안녕하십니다. 많이 변하지는 않았죠. 그분이 전엔 어떠했었을까를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잠깐 동안 꽃이 폈던 적이 있었으니까. 어린아이들은 꽤 컸을걸."

"많이 컸죠. 여기 남아 있기를 잘했어요.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또 조금씩 도와 주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애들에게 중국말을 가르쳤지?"

"아닙니다. 트래스크씨가 가르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분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쓸데없는 혼란을 일으켰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친구죠. 그래요, 친구지요. 그들은 아버지를 칭찬하지만 내 생각엔 나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들은 서로 아주 판이합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면에서?"

"그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보시게 될 겁니다. 그 애들은 메달의 양면처럼 판이하죠. 카알은 예리하고 어둡고 빈틈없지요. 그런데 그의 형은 그가 입을 열기 전에도 좋아하게 되지만 입을 열고 나면 더욱 좋아하게 되는 애죠."

"그 애에게선 나 자신을 방어해야 되죠. 그 애는 그냥 싸우죠. 그러나 그 애의 형은 싸울 필요가 없어요."

"내 자식들도 똑같아." 새뮤얼이 말했다. "이해할 수가 없단 말야. 같은 교육을 시키면 둘이 닮으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 전혀 달라."

잠시 후에 새뮤얼과 아담은 샐리너스 계곡이 보이는 골짜기 입구의 길을 걸어 내려갔다. 그 길에는 참나무 그늘이 져 있었다.

"쉬셨다. 저녁을 들고 가시죠?" 아담이 물었다.

"이 이상 닭을 죽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뮤얼이 말했다.

"리이가 남비 구이를 했어요."

"그렇다면 - "

아담은 옛 상처 때문에 아직도 한쪽 어깨를 늘어뜨리고 다녔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휘장을 쳐 놓은 듯했다. 그의 눈은 일반적인 것만을 대충 보았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길에 서서 일찍 내린 비로 파랗게 물든 계곡을 내다 보았다.

"비옥한 저 땅을 내버려 두고도 부끄럽게 생각지 않으니,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곡식을 심을 이유가 없는걸요." 아담이 말했다. "우리는 전에도 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지요. 내가 변할 거라고 생각하셨죠. 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상처 입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시오?" 새뮤얼이 물었다. "그것이 당신을 위대하고 비극적인 인간으로 보이게 만드나요?"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당신은 관객이라곤 당신 하나뿐인 커다란 무대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아담의 목소리에는 다소 화가 난 기색이 있었다. "왜 오셔서 나에게 설교를 하십니까? 이렇게 찾아주신 것은 기쁘지만 왜 나의 속으로 파헤치고 들어오시려고 하죠?"

"당신을 화나게 할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요. 나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오. 여긴 모든 땅이 묵혀 있고 내 옆에도 사람이 묵혀 있소. 그것은 낭비처럼 생각됩니다. 나는 낭비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낭비를 싫어하죠. 당신은 인생을 묵히는 것을 좋게 생각합니까?"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다시 시도해 보라는 거요."

아담은 그를 마주 보았다. "그러기가 두렵습니다. 이렇게 그럭저럭 사는 것이 더 낫죠. 어쩌면 기력이나 용기가 없는지도 모르죠."

"아들들에 대해선 어떻습니까? 사랑합니까?"

"그럼은요 - 그럼요."

"더 귀여운 애가 있습니까?"

"왜 그런 말씀을 물으시죠?"

"나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어조에서 무엇인가 - "

"집으로 돌아갑시다." 아담이 말했다. 그들은 나무 밑을 서서히 걸어 내려왔다. 아담이 갑자기 말했다. "캐시가 샐리너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그런 풍문을?"

"당신은요?"

"들었어요. 그러나 나는 믿지 않아요. 믿을 수가 없어요."

새뮤얼은 바퀴자국이 난 모랫길을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그의 마음은 아담의 생각을 서서히 뒤쫓았다. 그리고 거의 지루한 듯이 끝났으면 하고 바랬던 생각을 잡아냈다. 드디어 그가 말했다.

"그 여자 생각이 완전히 떠나지 않았구먼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총에 맞은 생각은 잊고 있지요. 그 일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습니다."

"내가 인생 사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없지요." 새뮤얼이 말했다.

"비록 인생 사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오. 당신이 그랬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가정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상의 바람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나 자신 나의 기억들을 체로 쳐내고 있어요. 마치 체 틈으로 떨어지는 금싸라기를 찾아 술집 마루 밑의 먼지를 선광 접시로 씻어내고 있듯이 말이오. 하찮은 채금이죠. 당신은 기억을 씻어내기에는 너무 힘들어요. 당신은 새로운 기억을 손에 넣어야 해요. 그러면 나이가 들 때 그 채금이 더욱 풍요해질 거요."

아담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턱뼈는 이를 악물고 있어서 관자놀이 밑이 툭 나와 있었다.

새뮤얼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것이 옳아요. 이를 악물고 봐요.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을 옹호하고 있는가를! 당신 자신이 꾸며 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당신이 하는 일을 말해 볼까요? 당신이 침대로 가서 불을 끄고 나면 그 여자가 엷은 불빛을 받으면서 문 앞에 들어서지요. 그 여자의 나이트가운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요. 그 여자가 침대 쪽으로 황홀하게 다가오면 당신은 거의 숨도 못 쉬고 이불을 걷어차고는 그 여자를 받아들이지요. 그 여자에게 배개머리를 내주죠. 달콤한 피부 향기가 나죠 - 세상에 둘도 없는 향기가."

"그만두세요." 아담이 그에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그만 뒤요! 내 생활에 참견하지 말아요. 당신은 죽은 소 주위에서 냄새나 맡고 있는 코요테 같은 사람이오."

"내가 그걸 아는 것은." 새뮤얼이 조용히 말했다. "해마다, 달마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기 때문이오. 내 마음에 이중 빗장을 지르고 나의 가슴에 봉합을 해서 그 여자가 못 들어오게 했어야 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소. 지금까지 나는 집사람을 속여 왔던 것이오. 나는 아내에게 거짓과 허위를 안겨 주었소. 이 어둠에게도 비밀의 방문객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오. 그러나 그것을 절대로 알지 못할 것이오. 아내는 빗장을 질러 마음을 잠가 버리고 열쇠는 지옥으로 던져 버리지나 않았나 하고 생각하오."

아담은 두 손을 꼭 잡았다. 손마디는 핏기가 가시고 하얗게 되었다. "당신은 나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어요." 그는 격렬하게 말했다. "당신은 늘 그랬어요. 나는 당신이 두려워요. 새뮤얼, 나는 어떻게 해야 좋죠? 말해주세요! 당신이 어떻게 사실을 꿰뚫어 보았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어떻게 해야 되죠?"

"나 자신은 실행에 못 옮기지만 해야 할 일은 알지요. 당신은 새로운 캐시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오. 새로운 캐시가 꿈속의 캐시를 죽이도록 만들어야 하오. 두 여자가 결투를 벌이도록 내버려 두시오. 당신은 옆에 앉아 있다가 승리자에게 당신의 마음을 결혼시켜야 하오. 그것이 차선책이오. 최선책은 신선하고 새로운 애인을 찾아내서 옛사랑을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오."

"그렇게 하기가 두렵습니다." 아담이 말했다.

"전에도 그런 말을 했죠. 이제 나는 당신을 당신 마음대로 하게 놔두려고 해요. 아담, 나는 떠납니다.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딸이 올리브가 집사람과 나를 샐리너스로 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내일모레 떠납니다."

"그러면 돌아오시겠군요."

새뮤얼이 말을 이었다. "한두 달 올리브와 같이 있으면 조지에게서 편지가 올 겁니다. 파소 로즐스로 그 애를 찾아가지 않으면 그에 마음이 상할 겁니다. 그러고 나면 몰리가 우리를 샌프란시스코로 불러낼 것이고, 다음엔 윌이 그럴 것이고 우리가 그때까지 산다면 동부에 있는 조오도 그럴 것입니다."

"좋지 않으세요? 당신은 그럴 터를 닦아 놓았죠. 그 정도면 먼지 구덩이에서 일하실 만큼 일을 하셨습니다."

"나는 먼지 구덩이 같은 그 땅을 좋아합니다. 나는 암캐가 허약한 새끼를 좋아하듯 그 땅을 좋아합니다. 나는 차돌 하나를, 삽을 분지르게 하는 노출된 돌뿌리를, 황량하고 얕은 표토를, 물이 나오지 않는 대지의 심장을 사랑합니다. 먼지 구덩이 어디엔가 풍요가 있어요."

"당신은 이제 쉴 수 있는 자격이 있어요."

"또 그런 말을 하는군요. 그것을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받아들였어요. 쉴 자격이 있다고 하신다면, 나의 인생이 끝났다고 말씀하시는 것과 다름이 없지요."

"그걸 믿으세요?"

"내가 그것을 받아들였지요."

아담이 흥분하여 말했다. "받아들여서는 안 돼요. 그것을 받아 들이면 당신은 살지 못해요!"

"알고 있습니다." 새뮤얼이 말했다.

"그러면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왜요?"

"받아들이지 마세요."

"나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노인입니다. 슬픈 일은 내가 남의 일에 점점 참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오. 그래서 자식들을 찾아 다닐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나는 항상 남의 일에 참견하고 있는 체 해야만 합니다."

"나는 당신이 힘이 없어질 때까지 그 먼저 구덩이에서 일을 하셨으면 해요."

새뮤얼은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듣기 좋은 얘기입니다! 고맙습니다. 늦게나마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아담이 갑자기 그의 앞으로 몸을 돌렸기 때문에 새뮤얼은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위해 해준 일을 알고 있습니다." 아담이 말했다. "보답을 해드릴 수가 없구먼요. 그러나 한 가지만 더 부탁을 드렸으면 합니다. 부탁을 드릴 테니 한 번만 더 친절을 베풀어 주시렵니까? 어쩌면 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죠."

"할 수 있는 일이라면야."

아담은 손을 들어 서쪽을 향해 반원형을 그렸다. "저쪽 땅 말입니다 - 우리가 전에 이야기했던 일입니다만 풍차의 우물과 알팔파밭이 있는 정원을 만드는데 도와주시겠어요? 꽃씨를 재배할 수도 있죠. 돈벌이도 되죠. 어떻게 하시렵니까? 몇 에이커씩 향기로운 콩이 자라고 금잔화가 금색으로 뻗어날 거예요. 북쪽 정원에는 10에이커쯤 장미를 심고 서풍을 타고 퍼질 향내가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나를 울리는구려. 노인에게 어울리지 않게스리." 사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담, 고맙소. 당신의 향기로운 제안이 서풍을 타고 향기롭게 번지는구려."

"그러면 하시렵니까?"

"아니오. 하지 않겠소. 그러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의 연설을 들으면서 샐리너스에 있는 동안, 마음속에 그것이 보일 겁니다.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고 믿게 되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것을 하고 싶습니다."

"톰을 찾아가 만나 보시오. 그 애가 도와드릴 겁니다. 할 수만 있다면, 불쌍한 자식이지. 온 세상에 장미를 심으려 할 겁니다."

"새뮤얼, 당신은 지금 하고 계신 일을 알고 계십니까?"

"알지요.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알지요.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반은 된 셈입니다."

"참으로, 고집이 센 분이구먼요!"

"언쟁을 좋아하죠. 집사람은 나보고 언쟁을 좋아한다고 하오. 그러나 나는 자식들이 쳐 놓은 거미줄에 걸렸어요. 그런데 그것이 마음에 드는군요."

 

2

집안에는 저녁 식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리이가 말했다. "언젠가처럼 나무 밑에서 차릴까 했었지만 날이 차서요."

"정말 차가운데, 리이." 새뮤얼이 말했다.

쌍둥이들이 들어와서 수줍은 듯이 손님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본 지가 오래됐네. 하지만 우리가 너희들의 이름을 잘 지어주었지. 네가 케이레브지, 안 그러니?"

"전 카알이에요."

"그래 카알이지." 그리고 나서 그는 다른 애에게 몸을 돌렸다. "너는 이름에서 등뼈를 빼내는 법을 아니?"

"?"

"아론이지?"

"그렇습니다."

리이가 킬킬댔다. "이름을 쓸 때 "에이"자를 하나만 쓰죠. 두 개가 있으면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이는가 봐요."

"저는 베르기 산토끼를 서른다섯 마리나 갖고 있습니다." 아론이 말했다. "보시렵니까? 토끼장은 저기 샘가에 있어요. 여덟 마리가 더 생겼어요. 바로 어제 새끼를 낳았거든요."

"아론, 보고 싶구나." 그의 입이 씰룩거였다. "카알, 너는 농작물을 가꾸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리이는 고개를 홱 돌려 새뮤얼을 살폈다.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리리이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카알이 말했다. "내년에 아버지께서 평지의 땅 1에이커를 제게 주실 거예요."

아론이 말했다. "저는 무게가 15파운드가 나가는 커다란 토끼를 갖고 있어요. 생일 선물로 아버지에게 드릴 거예요."

아담의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에겐 말하지 마세요. 비밀이에요." 아론이 재빨리 말했다.

리이는 남비 구이를 잘랐다. "새뮤얼, 선생님은 항상 마음의 고통을 가져다주시는군요."

그러고는 말했다. "애들아, 앉거라."

아담이 소매를 내리면서 들어와 식탁 머리에 앉았다. "잘들 다녀왔니?" 그가 말하자 아이들이 합창하듯 대답했다. "잘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말씀하지 마세요." 아론이 말했다.

"하지 않을게." 새뮤얼이 그를 안심시켰다.

"무엇인데?" 아담이 물었다.

새뮤얼이 말했다. "비밀 좀 가지면 안 되나요? 나는 당신 아들과 비밀이 있지요."

카알이 끼어들었다. "식사하고 나서 저도 비밀을 말해 드릴게요." "듣고 싶은데." 새뮤얼이 말했다. "그 비밀을 모르고 있으면 좋겠구나."

리이는 고기를 자르다 고개를 들고 새뮤얼을 노려보다가, 접시에 고기를 옮겨 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늑대처럼 음식을 아무말 없이 재빨리 먹어치웠다. 아론이 말했다. "나가도 돼요. 아버지?"

아담이 고개를 끄덕이자 애들은 재빨리 나갔다. 새뮤얼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열 한 살 치고는 숙성해 보이는군요. 생각이 나는데, 우리 애들은 열 한 살 때 고함치고 소리 지르고 쿵쿵 뛰어다녔어요. 아들이 어른같이 보이는군요."

"그래요?" 아담이 물었다.

리이가 말했다. "이유를 알 성싶군요. 이 집에는 아이들을 소중히 다룰 여자가 없지요. 남자들의 보살핌이란 대단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이런 애들은 어린아이로 남는 것이 조금도 유리할 것이 없지요. 얻을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지만."

새뮤얼은 접시에 남은 고깃국물을 빵조각으로 닦았다. "아담, 리이가 아주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요리할 줄 아는 사색가라고나 할까, 아니면 사색할 수 있는 요리사라고나 할까.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어요. 당신도 많이 배웠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담이 말했다. "내가 귀담아 듣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싫어하셨어요. 아담?"

아담은 잠시 생각했다. "정직하게 말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건 평범한 질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군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방향으로 아이들이 나에게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인간적이구먼요. 그러나 그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대단한 비약입니다. 나도 그 정도까지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리이가 회색 에나멜 칠을 한 커피포트를 들고 와 컵을 채우고 앉았다. 그는 둥근 컵에 손을 문질러 자기 손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웃음을 지었다. "해밀튼 선생님, 당신은 나에게 커다란 고민을 안겨 주었어요. 그리고 중국의 정직을 뒤흔들어 놓았어요."

"무슨 뜻이오, 리이?"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아니면 당신에게 말씀드릴 생각에서 마음속으로 꾸며낸 것인지도 모르죠.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에요."

"듣고 싶은데." 새뮤얼이 말하고 아담은 쳐다보았다. "아담, 당신은 듣고 싶지 않소? 아니면 구름 같은 몽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거요?"

"몽상에 빠져 있었죠." 아담이 말했다. "재미있는데요 - 일종의 흥분이 나에게 밀려오고 있어요."

"그건 좋은 거죠." 새뮤얼이 말했다. "그것은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일 중에 제일 좋은 일일지도 모르죠. 리이, 이야기나 하지."

중국인은 목덜미에 손을 대고 미소를 지었다. "변발이 없어도 지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리이가 말했다. "난 무의식적으로 변발을 꽤 사용했던 모양이에요. 그렇죠. 이야기를 해야죠. 내가 점점 중국적이 돼 간다는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선생님은 점점 아일랜드식으로 되어가고 있는가요?"

"그랬다 안 그랬다 하지." 새뮤얼이 말했다.

"창세기 제416절을 읽어 주시고 난 다음 거기에 대해서 토론을 벌였던 일을 기억하시나요?"

"그럼, 오래전 일이지."

"10여 년 전이죠. 그 이야기는 깊숙이 나의 폐부를 찔렀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 음미해 보았어요. 그것은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나에게 점점 더 심오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는 우리가 갖고 있는 번역서와 비교를 해보았지요 - 거의 비슷했어요. 나의 마음에 걸리는 곳이 꼭 한 군데 있었는데, 흠정역 성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 여호와께서 카인에게 왜 화가 났느냐고 묻는 장면인데 여호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만일 선을 행치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리니라. 죄의 소원은 네게 있으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나의 폐부를 찌른 것은 "너는 ... 다스리게 될지니라." 하는 구절이었어요. 이 말은 카인이 죄를 다스리게 되리라는 일종의 약속이었기 때문이죠."

새뮤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자손이 그 일을 완전히 완수하지 않았다. 그 말이지."

리이는 커피를 찔끔 마셨다. "그 후에 미국 표준 성서 한 권을 구입했죠. 그 당시로서는 새로운 책이었죠. 그런데 이 책에는 이 구절이 달랐어요. "그대는 죄를 다스리라."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이건 큰 차이입니다. 이것은 약속이 아니라 명령이에요. 곰곰이 생각해 봤죠. 이렇게 천양지차가 있는 두 번역이 가능하게 되었다니 원저자의 원어는 어떤 것인가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해 봤죠."

새뮤얼은 테이블에 손바닥을 얹고 몸을 굽혔다. 옛날의 그 젊은 눈빛이 그의 눈에 어렸다.

"리이, 자네는 히브리어를 공부했다고 말하지 않았지!"

리이가 말했다. "말씀드리려던 참이에요. 꽤 긴 이야기죠. 오가피주 맛을 좀 보시겠어요?"

"썩은 사과의 그 달콤한 냄새가 나는 술 말이지?"

", 그걸 들면 나는 말이 술술 나오죠."

"나는 이야기를 더욱 귀담아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새뮤얼이 말했다.

리이가 부엌으로 간 산이에 새뮤얼이 물었다. "아담 이야기를 알고 계시오?"

"모릅니다. 나에게 이야길 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내가 귀담아듣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리이는 돌 술병이 아주 얇고 정묘하여 빛이 투명하게 비치는 사기잔 세 개를 들고 왔다.

"중국식으로 마시세요." 그는 거의 새까만 술을 잔에 따랐다.

"이 술에는 쑥이 많이 들어 있지요. 독한 술이에요. 많이 마시면 압상토주와 같은 효과가 있지요." 새뮤얼은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자네가 왜 그리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네."

"이런 위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이면 자기가 표현하려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혼란이란 있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되었어요."

"자네는 사람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하느님이 잉크 묻은 손으로 쓴 성서가 아니란 말인가?"

"이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은 대단한 성인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에도 이런 성인이 몇 분 계시죠."

"나는 알고 싶었네. 그러면 결국 자네는 장로 교인이 아니네." 새뮤얼이 말했다.

"제가 점점 중국식으로 되어 간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말을 계속하자면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리 종회 본부엘 갔었어요. 종회 본부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우리 대가족은 상부상조하는 본부를 갖고 있어요. 리이 종친은 대단히 크죠. 자급자족을 하고 있죠."

"종회 이야기는 나도 들었네."

"여자 노비 때문에 도끼를 들고 당파싸움을 하는 중국인 말씀이죠."

"그렇게 생각하네."

"정말 그것과는 다르죠." 리이가 말했다. "우리 종가에는 위대한 학자이신 노사가 여러분 계셨기 때문에 내가 거기를 갔었죠. 그분들이야말로 꼼꼼한 사상가들이죠. 공장의 문장 하나를 놓고 여러 해 동안 사색을 하는 분도 계시죠. 말의 해석에 뛰어난 분이 계셔서 나에게 충고를 해주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죠. 훌륭한 노인들이시죠. 그분들은 오후에 두 번 아편을 피우시는데, 피우고 나면 그들은 마음이 편안하고 예민하게 되죠. 그러고 나서 밤을 새우면서 앉아 있으면 그들의 사고가 놀랄 만해지죠. 그분들만큼 아편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리이는 까만 술로 혀를 적셨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현인 한 분에게 나의 문제를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읽어 드리고 나대로 이해하고 있는 점을 말씀드렸죠. 그다음 날 밤 네 분이 회동을 하시고 나를 불러들였어요. 우리들은 밤새도록 그 이야기를 토론했어요."

리이가 웃었다. "재미있었어요. 감히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진 않겠어요. 네 노사들이, 그중에 제일 젊은 분이 90세가 넘으셨는데 히브리어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으세요? 그들은 학식 있는 율법 박사 한 분을 고용했어요. 그분들은 어린애처럼 공부를 시작했어요. 연습 책이니, 문법, 어휘, 단문 공부를 시작한 거에요. 중국식으로 붓을 가지고 쓴 히브리어를 보셔야 할 텐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당신을 괴롭히는 만큼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요. 우리는 위에서 아래로 쓰기 때문이죠. , 정말 그분들은 완전주의자들이었어요."

"자네는?" 아담이 물었다.

"나도 그분들을 따라서 공부했지요. 자랑스럽고 명석한 그분들의 두뇌에 감탄했어요. 그래서 우리 민족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처음으로 중국적이 되고 싶었어요. 2주에 한 번씩 만나러 갔죠. 그리고 나는 여기 내 방에서 글을 쓰면서 공부를 했지요. 알고 있는 히브리 사전이란 사전은 모두 샀어요. 그러나 노사들이 늘 나를 앞질렀어요. 얼마 안 가서 그분들은 율법 박사까지도 앞질렀어요. 그는 동료 한 사람을 데리고 오게 되었어요. 해밀튼 씨, 선생님도 여러 밤을 새면서 논의와 토론에 참가하셨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어요. 질의, 사색, 정말 멋있는 사고 - 아름다운 사색이었습니다.

2년 후에 우리들은 창세기 제416절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노사들도 이 구절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 "다스릴지니라" "다스리라" 하는 구절 말씀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캐낸 결과는 "그대 죄를 다스릴 수도 있으리라." 하는 것입니다. 노사들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세월을 허송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셨어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중국의 껍데기 속에서 벗어나, 그분들은 지금 희랍어를 공부하고 계시죠."

새뮤얼이 말했다. "그것 참 맹랑한 이야기구먼. 나는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가려고 애를 썼으나 어디선가 놓쳐버린 듯해. 어째서 그 말이 그리 중요한가?"

리이가 섬세한 컵에 술을 따를 때 그의 손이 떨렸다. 그는 자기 술을 단숨에 꿀꺽 삼켰다. "모르시겠어요?" 그가 소리쳤다. "미국 표준성서에는 인간이 죄를 다스리라고 명령을 하고 있어요. 이 경우 죄는 무지라고 할 수 있죠. 인간은 확실히 죄를 다스리게 된다는 뜻이죠. 그러나 팀쉘이라는 희랍어는 "그대 다스릴 수도 있으리라" 하는 뜻으로 선택의 기회를 주었어요. 이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인지도 모르죠. 길은 열려 있다는 말이죠. 그 책임을 사람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죠. 만일 "그대 다스릴 수도 있으리라." 하는 것과 사실이라면 "그대 다스리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하는 것도 진실이죠. 모르시겠어요?"

"알겠네, 잘 알겠네. 그런데 자네는 이것이 신법이라고 믿지 않는구먼. 어째서 자네는 그 중요성을 느끼나?"

"! 오랫동안 이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미 이런 질문을 얘기하고 준비를 단단히 해놓았죠. 무수한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에 영향을 끼쳐온 글이면 어떤 것이나 중요하죠. 교과서나 교회에서 "그대 다스리라." 하는 명령을 느끼고 복종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그대 다스릴지니라" 하는 신의 예정을 느끼는 사람은 더욱 많습니다. 인간의 의지가 앞날에 끼어들 수 없지요. 그러나 "그대 다스릴 수도 있으리라" 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요! 이 말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고 인간을 신들에 비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지요. 인간은 양심에 있어서나 더러운 행위에 있어서나 형제 살상에 있어서나 위대한 선택권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죠. 인간은 자기의 길을 택할 수 있고 투쟁을 별여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리이의 목소리는 승리의 노랫소리 같았다.

아담이 말했다. "리이, 자넨 그것을 믿나?"

"그럼요. 믿죠."

"태만과 나약 때문에 자신을 신의 무릎 위로 던져 버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이 정해진 걸요." 이렇게 말하기란 쉽습니다. 그러나 선택의 영광을 생각해 보세요! 선택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죠. 고양이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꿀벌은 꿀을 만들어야 하죠. 거기에는 신성함이란 없습니다. 천천히 사경 속으로 빠져들어 가던 노사들이 이제 너무나 흥미를 갖게 되어 죽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아십니까?"

아담이 말했다. "그 중국 사람들이 구약성서를 믿고 있다는 뜻인가?"

리이가 말했다. "그 노사들은 진실한 이야기를 믿고 있지요. 그분들은 진실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진실함을 알지요. 16절이 시대와 문화와 민족을 초월한 인류의 역사임을 그분들은 알고 있어요. 그분들은 154분의 3절의 진실을 쓴 사람이 동사 하나를 잘못 써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죠. 공자께선ㄴ 인간이 선량하고 성공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계시죠. 그러나 이것은 별이 반짝이는 천계로 올라가는 일종의 사다리죠."

리이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당신은 이것을 읽어서는 안 되시죠. 이것은 나약과 비겁과 태만과의 관계를 절단시키죠."

아담이 말했다. "자네는 요리도 하고 애들도 키우고 내 뒷바라지도 하고 그리고도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해내는지 알 수 없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지요." 리이가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선배님들처럼 오후면 더도 덜도 아닌 꼭 두 모금씩 아편을 피우지요. 그러면 내가 인간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지요. 그리고 인간이란 대단히 중요한 존재 - 그러니까 별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죠. 이것은 신학이 아닙니다. 나는 신을 믿을 의향이 없어요. 하지만 번쩍이는 용기, 다시 말하면 인간의 정신에 대하여 새로운 애착을 갖고 있지요. 인간의 정신이야말로 우주 가운데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독특한 것이죠. 그것은 늘 공격을 받고는 있지만 파괴되지 않죠. 그건 "그대 할 수도 있느니라" 때문이죠."

 

3

리이와 아담은 헛간까지 걸어 나와 새뮤얼을 전송했다. 리이는 길을 밝히기 위해 양철 랜턴을 들고나왔다. 하늘에는 별들이 야단스럽게 반짝이고 있어서 대지가 이중으로 어둡게 보이는 맑은 초겨울 밤이었다. 주위의 언덕에는 적막이 내리덮고 있었다. 육식동물이건 초식동물이건 간에 아무것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대기는 하도 고요하여 참나무 가지 하나, 잎사귀 하나 움직이지 않고 은하수를 배경으로 서 있었다. 랜턴의 손잡이가 빛이 흔들릴 때마다 리이의 손에서 작은 소리를 냈다.

아담이 물었다. "언제 돌아오실 생각이십니까?"

새뮤얼이 대답하지 않았다.

독솔로지는 고개를 숙이고 우윳빛 눈으로 발밑의 짚을 바라보며 참을성 있게 서 있었다.

"당신은 저 말을 오랫동안 부리시는군요."

"서른세 살이나 되었죠. 이제는 이빨도 늙었어요. 손수 따뜻한 말죽을 만들어 먹여야 하지요. 그런데 저놈은 악몽을 꿔요. 잠결에 몸을 떨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해요."

"내가 본 중에서 제일 추한 말이에요." 아담이 말했다.

"나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놈을 망아지 때 택했지요. 33년 전에 그놈을 2달러를 주고 산 것을 아시오? 모두가 형편없지요. 말굽은 핫케이크 같고 뒷다리 무릎은 굉장히 뭉뚱하고 짧고 곧아서 관절이 전혀 없는 것 같지요. 머리는 망치 같고 등은 매우 우묵하고 가슴은 오그라 붙었고 엉덩이는 크지요. 입은 강철 같은 놈이 지금도 껑거리끈과 싸움을 하지요. 안장을 얹고 타면 자갈길 위로 수레를 몰고 가는 것 같지요. 타박타박 걷지도 못하고 걷다가는 제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죠. 33년 동안 저놈에게서 좋은 점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성질까지도 고약해요. 이기적이고 싸움 잘하고 비열하고 복종심도 없지요. 오늘까지도 뒷발질을 하니까 뒤따라 걷지를 못해요. 말죽을 먹일 때라도 내 손을 깨물려고 하지요. 그래도 나는 저놈이 좋단 말이오."

리이가 말했다. "그래서 독솔로지(영광의 찬미)라는 이름을 붙이셨군요."

"그렇지." 새뮤얼이 말했다. "추하게 태어난 동물이라도 한 가지 멋있는 것은 소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지. 저놈도 나하고 같이 있을 날이 얼마 납지 않았어."

아담이 말했다. "당신은 저놈을 불행에서 벗어나도록 해줘야 할 것입니다."

"어떤 불행에서요?" 새뮤얼이 다그쳐 물었다. "저놈이야말로 내가 만난 것 중에서 몇 안되는 행복하고 모순 없는 놈 중의 하나지요."

"저놈도 아픔과 고통을 갖고 있음이 틀림없어요."

"글쎄요. 저놈은 그렇게 생각지 않죠. 독솔로지, 저놈은 지금도 자기가 대단한 말이라고 생각하죠. 아담, 당신이 저놈을 죽여 주겠소?"

"그러죠. 그렇게 하겠어요. 그렇게 하죠."

"책임을 지겠소?"

"그럼요. 책임을 지죠. 서른세 살이라죠. 수명도 오래전에 끝났어요."

리이는 랜턴을 땅에 내려놓았다. 새뮤얼은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노랗게 깜박거리는 불빛에 손을 녹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나는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왔소." 그가 아담에게 말했다.

"무엇 때문에요?"

"죽음이 더욱 편안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당신은 나의 말을 정말로 쏘아 죽이고 싶다고 했지요?"

"글세, 내 뜻은-"

새뮤얼이 재빨리 말을 가로 막았다. "아담, 당신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십니까?"

"물론 아니죠."

"만일 나에게 당신의 병을 고칠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신을 죽게 만들지도 모르는 약이 있다면 그것을 당신에게 주어야 할까요? 자신을 잘 살펴보세요."

"무슨 약인데요?"

"아니." 새뮤얼이 말했다. "내 말을 믿으시오. 내가 말하면, 그것 때문에 당신이 죽을지도 몰라요."

리이가 말했다. "해밀튼 선생님, 조심하세요, 조심하세요."

"무엇인데요." 아담이 다그쳤다.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지 말씀하세요."

새뮤얼이 조용히 말했다. "단 한 번 난 조심을 하지 않으렵니다. 리이, 만일 내가 틀렸다면 - 잘 들어요- 만일 나의 잘못 이라면 그 책임은 내가 지겠조. 어떤 비난이고 감수하리다."

"옳다고 확신하세요?" 리이가 불안한 듯이 물었다.

"물론 자신할 수는 없지. 아담, 당신은 그 약을 원하시오?"

"그렇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주세요."

"아담, 캐시는 샐리너스에 있소. 그 여자는 세상에서 제일 사악하고 제일 악랄한 창녀집을 하고 있소. 사악하고 추잡한 것. 비뚤어지고 비열한 것.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악의 것들이 거기에서 거래되고 있소. 않은 뱅이와 곱추가 만족을 구하러 그곳에 오지요. 아니 그 이상의 사악이야. 캐시는 케이트라는 가명을 가지고 생기에 차 있고 젊고 늘씬한 젊은이를 들여다가 결코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도록 병신으로 만들어 놓고 있소. , 당신의 약이 이것이오. 어떤 효과를 주나 봅시다."

"당신은 거짓말쟁이입니다." 아담이 말했다.

"아닙니다. 아담, 나는 여러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거짓말쟁이만은 아니오."

아담이 리이 쪽으로 몸을 홱 돌렸다. "사실이야?"

"나는 해독제는 아닙니다만, 그것은 사실입니다." 리이가 대답했다. 아담은 랜턴 불빛 속에서 흔들거리며 서 있다가 몸을 돌려 달아났다. 달려가다가 넘어지는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다시 숲속으로 넘어지더니 기어가기도 하고 할퀴기도 하면서 언던 위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언덕 위를 넘어가고야 그 소리가 멎었다.

리이가 말했다. "선생님의 약의 독 같은 역할을 하는구먼요."

"내가 책임을 지지. 오래전에 이런 것을 배웠네. 맹독성 스티리키닌을 먹은 개가 죽으려고 할 땐 도끼를 들고 그 개를 도마로 끌고 가야 하네. 다음번 경련을 기다리고 있다가 꼬리를 도끼로 잘라버려야 하는 법이야. 만일 독이 그 이상 퍼지지 않으면 그 개는 회복할 걸세. 고통의 충격이 독에 반격을 가할 수 있으니까 말이네. 충격이 없으면 개는 반드시 죽어요."

"이것이 그것과 같은 경우라는 것을 어떻게 아세요?" 리이가 물었다.

"나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일이 없으면 그는 반드시 죽을 거야."

"용감하십니다."

"아니야, 나는 이제 노인이야. 양심에 걸리는 것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래 가지 않을꺼야."

리이가 물었다. "그분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모르지. 그러나 적어도 쭈그리고 앉아 울적해 있지는 않을 거야. 랜턴을 좀 들어 주겠나?"

노란 불빛을 받으며 새뮤얼은 독솔로지의 입에 재갈을 밀어 넣었다. 재갈이라야 아주 얇게 닮아서 쇳조각처럼 보였다. 고삐는 집어치운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망치 같은 늙은 머리는 제멋대로 코를 끌기도 하고 길옆에 멈춰서 풀을 뜯을 수도 있었다. 새뮤얼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부드럽게 껑거리끈을 채우자 말은 돌아서서 그를 차려고 했다.

독스가 마차 굴대 속에 들어서자, 리이가 물었다. "얼마동안 함께 타고 가도 괜찮겠어요? 걸어서 돌아오겠어요."

"같이 감세." 새뮤얼이 리이가 부축하여 마차에 태우는 일에도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았다.

밤을 칠흑 같았다. 독스는 몇 발자국마다 비틀거려서 밤 여행이 싫음을 나타냈다.

새뮤얼이 말했다. "말을 계속하세, 리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리이가 놀란 기색이 없었다. "선생님이 그러하시다고 한 것처럼 나도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봐요. 생각을 해야만 하니 말씀이에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 밤에는 나를 완전히 바보로 만드셨어요. 선생님만은 그 이야기를 아담에게 하지 않으시리라고 장담을 했었죠."

"그 여자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물론이죠."

"아이들도 아는가?"

"모를 겁니다. 그러나 시간 문제죠. 어린아이들이란 얼마나 짓궂은가를 아시지 않아요. 언젠가는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그 애들에게 소리칠 겁니다.

"애들은 여기서 옮겨야 되겠네. 그 일을 생각해 보게."

"제 질문에 아직 대답을 하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었어요?"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어떤 일에 그렇게 부동의 자세를 취하시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죠. 이것이 제 판단이었어요. 흥미 있으세요?"

"자기 얘기를 하는 데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던가? 계속하게."

"해밀튼 선생님은 참으로 친절한 분이세요. 그것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데서 나타나는 친절이라고 나는 늘 생각했어요. 선생님의 미음은 국화밭에서 뛰어노는 어린 양처럼 유순하시죠. 내가 아는 한 선생님은 어떤 일에도 불독처럼 우악스럽게 대들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오늘 밤에는 선생님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일을 하셨어요."

새뮤얼이 채찍꽃이에 꽂아놓은 막대기를 고삐를 감자, 독솔로지는 바퀴자국이 난 길 위를 비틀비틀 내려갔다. 노인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수염은 별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그는 검은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행동이 자네를 놀라게 만든 만큼 나도 놀라게 만들었네.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자네 자신을 살펴보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자네가 그렇게 연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찍만 말해주어도 사정이 훨씬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

"아직도 말씀을 못 알아듣겠습니다."

"리이, 조심하게. 자네는 나에게 이야기를 시키고 있네. 나의 아일랜드 기질이 들락날락하고 있나는 말을 했을 걸세. 그 기질이 지금 고개를 내밀고 있네."

리이가 말했다. "해밀튼 선생님, 이제 떠나시면 다시 돌아오시지 않으시겠죠. 오래 사시려고 하지 않으시겠죠."

"사실이네. 어떻게 알았나?"

"선생님 주위에는 죽음이 깃들어 있어요. 죽음이 비치고 있어요."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보게 나는 나의 인생을 일종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네. 항상 좋은 음악은 아니지만 그래도 형식과 멜로디를 갖춘 음악이야. 나의 생활이 완전한 오케스트라가 되지 못한지도 오래되었네. 유일한 음뿐이지 - 슬픔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음이야. 나와 같은 태도를 나 혼자만이 취하는 것은 아니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하나의 패배로서의 종말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애."

리이가 말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죠. 부자들의 불만만 한 불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사람에게 훌륭한 의식주를 마련해 줘 보세요. 그는 절망 때문에 죽을 겁니다."

"자네가 번역한 말 때문이었어. "그대 다스릴 수도 있윽리라." 그것이 내 목을 쥐어 잡고 흔든 거지. 현기증이 끝나자 새롭게 밝은 새 길이 트였어. 종말을 걷고 있는 나의 인생은 찬란한 종말을 향해 내닫고 있는 것 같아. 나의 음악에서 마치 밤에 우는 새 소리처럼 새로운 마지막 멜로디가 울려 나오고 있어."

리이는 어둠을 뚫고 그를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우리 집 가문의 노인들 귀에 들렸던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대 죄를 다스릴 수도 있으리라." 바로 그거야. 나는 모든 인간이 파멸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파멸되지 않은 분들의 이름을 여럿 들 수 있어. 그분들이야말로 세상 사람들이 의존하고 사는 분들이야. 그것은 전쟁에서도 사실이지만 정신에서도 진리야. 다만 승리자만이 기억될 뿐이지. 확실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멸되었지만 불기둥처럼 어둠을 뚫고 겁에 질린 인간을 인도하는 사람도 있어. "할 수도 있으리니라, 그대 할 수도 있으리라." 얼마나 영광된 일이야! 우리가 나약하고 병들고 호전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면 우리가 모두 그랬었다면 우리는 몇천 년 전에 이 지구 표면에서 사라졌어야 했을 거야. 화석이 된 턱뼈가 남아 있거나 석회암 속에 남아 있는 부러진 이빨이, 인간이 지상에 존재했었다는 유일한 표지가 되었을 거야. 그러나 선택, 승진의 선택! 나는 전에 이것은 이해하지 못했었거나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었어. 이제 내가 오늘 밤 아담에게 이야기한 이유를 알겠나 나는 선택권을 행사한 거야. 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에게 말을 해줌으로써 그로 하여금 살든지. 아내면 죽는 길을 택하도록 강요한거야. 그 단어가 무엇이었지? 리이?"

"팀쉘이었죠." 리이가 말했다. "마차를 멈춰 주시겠어요?"

"돌아갈 길이 멀겠네."

리이가 마차에서 내렸다. "새뮤얼 선생님."

"여기 있네." 노인은 껄껄 웃었다. "내가 그걸 이야기한 것을 집사람이 알면 미워하겠는데."

"새뮤얼 선생님, 선생님은 나보다 훨씬 앞섰습니다."

"돌아보게, 리이."

"안녕히 가십시오. 새뮤얼 선생님." 리이는 길을 따라 서둘러 되돌아 걸었다. 쇠바퀴가 강에 부딪쳐 나는 덜커덕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돌아서서 뒷모습을 보았다. 언덕 위에 하늘을 배경으로 새뮤얼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하얀 머리카락이 별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25

 

1

샐리너스 계곡에는 겨울에 비가 많이 왔다. 비에 젖은 게곡은 장관이었다. 비는 얌전하게 내려 땅에 스며들뿐 범람하는 일이 없었다. 1월에는 목초가 우거지며, 2월에는 언덕이 풀로 뒤덮이고 가축의 가죽은 팽팽하고 윤기 있게 보였다. 3월에는 보슬비가 계속되다가 기승을 부렸다. 그런 마음 따뜻한 온기가 계곡으로 밀려들면서 대지는 노랗고 파랗고 황금색 꽃들로 온통 뒤덮였다.

톰은 농장에 혼자 있었다. 먼지더미의 농장은 풍요하고 아름답게 되었고 차돌은 풀 속에 숨어버렸다. 해밀튼가의 소들은 살찌고, 양들의 축축한 등에서는 유모가 자라났다.

35일 정오, 톰은 대장간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햇빛 찬란한 아침이 지나가자 비를 머금은 회색 구름이 대양에서부터 산을 넘어 밀려와 해맑은 대지에 그림자를 안고 왔다.

말굽 소리가 들리더니 한 작은 소년이 팔굽을 휘두르며 지친 말을 재촉하여 집 쪽으로 향해 오는 모습이 보였다. 톰은 일어서서 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소년은 집까지 전속력으로 말을 몰고 와서 모자를 벗더니 노란 봉투 하나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말을 되돌려 다시 내달렸다.

톰은 소년의 뒤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친 듯이 허리를 굽혀 전보를 집어 들었다. 그는 전보를 손에 든 채 햇빛을 받으며 대장간 밖의 벤치에 앉았다. 그는 무엇인가를 아끼려는 듯이 언덕과 고독을 둘러보고는 봉투를 뜯어 피할 수 없는 네 단어와 사람과 사건과 시간 등을 읽었다.

톰은 천천히 전보를 접고 또 접어 엄지손가락만 하게 만들었다. 그는 집으로 들어가 부엌을 지나고 작은 거실을 지나 자기 침실로 들어갔다. 그는 옷장에서 검은 옷을 꺼내 의자 등에 걸쳐 놓았다. 그리고 하얀 와이샤쓰와 검은 넥타이를 의자 등에 걸쳐 놓고 침대에 드러누워 얼굴을 벽쪽으로 향했다.

 

2

4인승 마차와 경마차는 샐리너스 묘소를 떠나고 없었다. 가족과 친지들은 중앙로에 있는 올리브의 집으로 돌아가 요기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각자가 이 슬픔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중히 조의를 표했다.

조지가 아담에게 4인승 마차에 타기를 권유했으나, 그는 사양했다. 그는 묘소 주위를 방황하다가 윌리엄즈 집안 묘지의 시멘트 모퉁이에 앉았다. 고풍의 시꺼먼 삼목들이 묘소 가에서 애도하듯 서 있었으며 하얀 바이올렛들이 길가에 제멋대로 피어 있었다. 누군가가 그 꽃들을 심었겠지만 잡토가 되고 말았다.

찬바람이 불어와 삼목 사이에서 울고 있었다. 전몰장병의 무덤을 표시하는 주물 별들이 많았는데 그 위에 1년 전 현충일에 꽂은 깃발이 바람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담은 프레몽트 산봉우리가 의젓하게 솟아 있는 샐리너스 동쪽 산맥을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대기는 비가 온 후면 가끔 그러하듯이 수정처럼 투명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많지 않았지만 가랑비가 바람을 타고 내리기 시작했다.

아담은 아침 기차로 달려왔다. 처음에는 올 생각이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힘에 끌려 오게 된 것이었다.

새뮤얼의 목소리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윤기 있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의 입에서는 이국적인 억양의 음조, 다음 말을 전혀 예기할 수 없도록 묘하게 선택된 언어의 기묘한 음악이 슬슬 흘러나왔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말은 다음 말을 확실히 예측할 수 있지 않았던가.

아담은 관 속에 든 새뮤얼을 보고 자기는 그가 죽지 않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관 속에 든 그의 얼굴이 새뮤얼의 얼굴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담은 홀로 있으면서도 그의 모습을 생시대로 간직하고 싶어 딴 곳으로 걸어갔다.

그는 묘소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례에 어긋난 행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말이 들리지 않는 곳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아들들이 묘소 주위를 채우자 하얀 바이올렛이 피어 있는 오솔길로 빠져나왔던 것이다.

묘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울한 바람 소리가 묵직한 삼나무를 휘감았다. 빗방울은 점점 커지면서 주위에 휘몰아쳤다.

아담은 일어섰다. 그는 몸을 떨었다. 그리고 하얀 바이올렛꽃 위에 천천히 걸어 새 무덤 곁을 지났다. 조금 전만 해도 새로 파헤친 축축한 흙의 문턱에는 꽃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나 바람은 꽃봉오리를 휘몰아갔고 작은 조화 다발들을 날려 보냈다. 아담은 그것을 집어 들어 흙 둔덕 위에 갖다 놓았다.

그는 묘지 밖으로 나왔다. 비바람이 그의 등에 몰아쳤으나 옷 속으로 스며드는 습기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로미레인 길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새로 난 마차 바퀴 자국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길가엔 키가 큰 야생 구리와 겨자초가 자라고 있었으며, 야생무우가 사납게 튀어나와 있었고, 자주빛 엉겅퀴 꽃송이가 비를 맞은 춘록 위로 솟아 있었다. 꺼먼 진흙이 아담의 구두를 뒤덮고 검은 바짓가랑이에도 튀어 있었다. 몬터리가까지는 거의 1마일이나 되었다. 그가 그곳에 다다라 샐리너스 마을 쪽을 향해 동쪽 길로 접어들었을 때에는 아담은 흙투성이에다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모자의 굽은 챙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고 칼라는 비에 젖어 늘어져 있었다.

존 스트리트에서 길이 꺾이면서 메인 스트리트가 되었다. 아담은 보도에 다다르자 발을 굴러 구두에서 진흙을 털었다. 길가의 빌딩이 바람을 막아주자 그는 오한으로 떨기 시작했다.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메인 스트리트 반대 끝 가까이에서 그는 애보트 주점으로 들어가 브랜디를 주문하여 재빨리 들여 마셨지만, 오한은 점점 더했다.

바아 뒤에 있던 라피에를 씨가 그의 오한을 보고 말했다. "한 잔 더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독감에 걸리시겠습니다. 핫 럼은 어떠십니까? 오한이 가실 겁니다."

", 그렇게 하죠." 아담이 말했다.

", 코냑 한 잔을 더 마시세요. 그동안 나는 더운 물을 가져올 테니까요."

아담은 술잔을 들고 테이블로 와서 젖은 옷 채로 불안한 듯이 앉았다. 라피에르 씨는 김이 나는 주전자를 부엌에서 가지고 왔다. 그는 납작한 유리잔을 쟁반에 얹어 들고 테이블로 왔다.

"뜨거울 때 드세요. 이것 포플라 나무에서도 오한을 가시게 하죠." 그는 끌고 와서 앉았다가는 일어섰다. "당신을 보니 나도 춥군요. 나도 한 잔 들어야겠어요." 그는 유리컵을 가지고 와서 아담의 맞은편에 앉았다. "효과가 있지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들어올 때는 하도 창백하여 나를 놀라게 했어요. 초행이신가요?"

"킹 시티 근처에서 왔습니다." 아담이 말했다.

"장례에 참석하러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오랜 친구였죠?"

"성대한 장례였던가요?"

"그렇죠."

"당연하죠. 그 분에게는 친구가 많았죠. 날씨가 나빠서 아주 안 됐어요. 한 잔 더 하시고 잠자리에 드세요."

"그래야겠어요." 아담이 말했다. "술을 드니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가치 있는 거죠. 폐렴에 걸릴 걸 막아주었는지도 몰라요."

그는 토디 한 잔을 가져다주고는 주대 뒤에서 젖은 천을 들고 나왔다. "흙을 좀 털어내세요. 장례식이란 유쾌한 것이 못돼죠. 게다가 비라도 오면 정말 구슬프죠."

"끝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았어요. 돌아오다가 비를 맞았죠."

"이 근처에서 좋은 방 하나를 얻어 들지 그래세요? 자리에 드시면 토디를 올려 보내드리죠. 아침이면 거뜬하실 겁니다."

"그렇게 할까 합니다." 아담이 말했다. 마치 따뜻한 이질 액체가 몸을 점령하나 하듯이 그는 치가 뺨을 쑤시고 팔 속을 뜨겁게 내닫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따뜻한 액체가 비밀을 간직해 둔 비장의 상자 속으로 녹아 들어가자, 갖가지 비밀들이 마치 받아들여서는 안될지 모르는 어린애처럼 표면으로 겁을 내며 나타났다. 아담은 젖은 수건을 집어 들고 몸을 꾸부려 바짓가랑이에 묻은 흙을 닦아냈다. 피가 돌며 눈 속이 팔딱팔딱 뛰었다.

"토디 한 잔을 더 들어야 할까 봅니다."

라피에르 씨가 말했다. "감기 때문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한 잔 더 하시고 싶으시면 오래된 자마이카 럼이 있어요. 스트레이트로 드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50년 묵은 것이지요. 물을 타면 향기가 없어지죠."

"한 잔 마시고 싶군요." 아담이 말했다.

"나도 한 잔 들고 싶습니다. 그 술병을 딴 지가 여러 달 됩니다. 주문이 많지 않아요. 여기는 위스키만 찾지요."

아담은 구두를 닦고 수건을 마루에 던졌다. 그는 시꺼먼 럼을 한 잔 마시자 기침이 났다. 독한 술이 달콤한 향기를 뿜으며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코끝이 찡했다. 방이 비스듬하게 기우는 듯하더니 다시 제자리를 잡았다.

"좋지요?" 라피에르 씨가 물었다. "한 잔으로도 녹아떨어질 수 있어요. 나는 한 잔 이상은 안 들지요. 물론 취해 떨어지고 싶으면 모르지만, 그러는 사람도 더러는 있지요."

아담은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고 몸을 굽혔다. 그는 수다스러워지려는 기분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같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기 말에 놀랐다.

"나는 여기에 자주 오지 않죠. 케이트의 집을 아시오?"

"저런! 럼의 효력이 생각보다 낫구먼." 라피에르 씨는 이렇게 말하고 엄숙하게 말을 이었다. "농장에 사세요."

", 킹 시티 근처에 가지고 있지요. 내 이름은 트래스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결혼 하셨습니까?"

"아직 안 했습니다."

"홀아비십니까?"

"그렇소."

"제니의 집으로 가세요. 케이트는 그만두세요. 그곳은 당신한테 좋지 않습니다. 제니의 집은 바로 옆집입니다. 거기에 가면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요."

"바로 옆집이라구요?"

"맞아요. 한 블록 반을 동쪽으로 가다가 오른편으로 도세요. 그 골목이 어딘지 누구라도 알려줄 거예요."

아담의 목소리가 탁하게 들렸다. "케이트의 집은 어때서 그래요?"

"제니의 집으로 가세요." 라피에르 씨가 말했다.

 

3

돌풍이 부는 궂은 저녁이었다. 케스트로빌 가는 찐득찐득한 진흙이 깊이 빠지고 차이나타운은 물이 범람하여 그곳 주민들은 집과 집 사이의 좁은 길에 판자를 걸쳐 놓고 있었다. 저녁 하늘에는 F빛 구름이 덮여 있고 대기는 축축하다기보다는 눅눅했다. 두말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축축하다는 것은 위에서 내려오는 습기를 뜻하면 눅눅하다는 것을 썩은 데서 올라오는 습기일 것이다. 오후가 되자 바람은 잦아졌지만 대기를 습랭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기야 공기는 아담의 머리에서 럼의 취기를 가셔낼 만큼은 싸늘했지만 비겁한 마음을 되돌아오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진흙탕물을 피하느라고 땅을 바라보면서 포장하지 아니한 보도를 재빨리 걸었다. 골목은 철로 횡단을 예고하는 랜턴과 제니의 집 현관에서 타고 있는 작은 탄소선 전구로 희미하게 밝혀지고 있었다.

아담은 위치를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두 채의 집을 세며 가다가 집을 놓칠 뻔했다. 그 짐 앞의 시꺼먼 숲이 하도 높고 울창했기 때문이다. 그는 문틈으로 어두운 현관을 들여다보고는 천천히 문을 열고 풀이 우거진 길을 걸어 올라갔다. 어스름 속에서도 축 처지고 파손된 베란다와 흔들거리는 계단이 보였다.

벽 널빤지는 페인트 색이 바랜 지 이미 오래됐고 정원은 손질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내려진 차일 가장자리에 희미한 불빛마저 보이지 않았었다면 폐가로 오해하고 지나쳤을지도 몰랐다. 계단은 그의 몸무게를 받아 비틀거리는 것 같았고 베란다 판자는 그가 가로질러 갈 때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앞문이 열리자 문고리를 잡고 서 있는 희미한 모습이 보였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우비를 입으셔야 했을 것을 그랬어요. 단골손님이시던가요?"

"아니야." 아담이 말했다.

"누가 일러 주었어요?"

"호텔 사람이." 아담은 앞에 서 있는 여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장식물은 하나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예쁘고 날카로와 보였다. 그 여자는 어떤 동물 - 밤에 돌아다니는 동물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 그것은 어떤 비밀스러운 육식동물이었다.

여자가 말했다. "좋으시다면 내가 좀 더 램프 가까이로 가지요."

"아니야."

그녀가 웃었다. "앉으세요. 이리로요. 당신은 무엇인가를 구하려고 여기에 오셨죠? 바라는 것을 말씀하시면 적당한 여자를 불러드리죠." 낮은 목소리는 정확하고도 탄력이 있었다. 그녀는 꽃이 뒤섞인 정원에서 꽃을 골라내듯이 말을 골라냈다. 그리고 선택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아담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불쑥 말을 꺼냈다. "케이트를 만나고 싶소."

"미스 케이트는 지금 바빠요. 약속이 있으신가요?"

"아니."

"나도 당신을 모실 수 있어요."

"케이트를 만나고 싶소."

"무엇 때문에 만나시려고 하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안돼."

그녀의 목소리는 숫돌에 간 칼날 같이 날카로웠다. "만날 수 없어요. 그분은 바빠요. 만일 여자라든지 또는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나가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러면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전해 주겠소?"

"그분이 당신을 아시나요?"

"모르겠소." 그는 용기가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한때의 오한이 생각났던 것이다. "모르겠지만, 아담 트래스크가 만나보고 싶다고 전해주겠조? 그러면 내가 그 여자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그녀도 알게 될 테니까."

"알겠어요. 그러면 그렇게 말을 전하죠." 그녀는 오른쪽 문으로 조용히 가서 문을 열었다. 몇 마디의 낮은 말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아담이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문을 열어 놓았다. 방 한쪽 입구에는 묵직한 검은 휘장이 쳐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커튼 주름을 헤치고 사라졌다. 아담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한 남자가 머리를 내밀었다가는 집어넣은 모습이 아담의 눈에 비쳤다.

케이트의 개인 방은 아늑하고 효율적이었다. 페이가 살았을 때의 방같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 벽은 사프란색 비단으로 되어 있었고 커튼은 연한 녹색이었다. 비단 일색으로 꾸민 방이었다. 푹신한 의자들에는 비단 방석이 깔려 있었고 램프에는 비단 등갓이 씌워 있었다. 방 한쪽 끝에는 번쩍번쩍하는 하얀 공단 커버를 씌운 커다란 베개가 몇 개 있었다. 벽에는 사진이나 그림이나 개인 소품이 걸려 있지 않았다. 침대 옆에 있는 화장대의 흑단대 위에는 화장품 하나, 약병 하나 없었다. 다만 그 광택이 삼면경에 반사되고 있었다. 깊고 오래된 중국에 융단에는 사프란 판에 연록색 용이 그려져 있었다. 방 한쪽 끝이 침실이고, 가운데가 접대실이고, 다른 끝이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는 금빛 참나무로 만든 서류 정리용 캐비넷이 몇 개 있고 금박 글씨가 쓰인 커다란 검정색 금고가 하나 있고 녹색 등피가 달린 쌍 램프가 있는 덮개접이 책상이 하나 있고 그 뒤에는 회전의자 하나, 그 옆에는 등이 곧은 의자 하나가 있었다.

케이트는 책상 뒤의 회전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예뻤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다시 금발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입은 작고 꼭 다물려 언제나처럼 양끝이 치켜 올라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윤곽에는 날카로운 데가 전혀 없었다. 손은 여위고 주름이 져 있었지만 어깨는 퉁퉁했다. 뺨은 토실토실했으나 턱 밑에는 잔주름이 져 있었다. 유방은 여전히 작았지만 배는 지방이 생겨 약간 튀어나와 있었다. 엉덩이는 날씬했지만 다리와 발은 퉁퉁하게 굽이 낮은 구두 위로 살이 불룩 나와 있었다. 스타킹을 통해 희미하기는 하지만 살이 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고무밴드가 보였다.

아직도 그녀는 예쁘고 깔끔했다. 다만 손님이 늙어, 손바닥과 손가락 끝이 딱딱하게 빛났고 손등은 주름이 지고 갈색 얼룩이 져 있었다. 그녀는 소매가 기다란 검은색 드레스를 단정히 입고 있었다. 다만 소매와 목에 단 하얀 드레스만이 옷색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세월은 미묘한 일을 해놓았다. 곁에서 보았다 하더라도 변화라고는 전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었다. 케이트의 뺨에는 주름살이 없었고 눈은 날카롭게 천박했으며, 코는 섬세하고 입술은 엷고 야무졌다. 이마의 흉터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케이트의 살결에 맞는 분을 발랐기 때문이었다.

케이트는 뚜껑이 달린 책상에서 한 무더기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같은 카메라로 찍은, 같은 크기의 사진으로 플래시를 터뜨려 찍은 것이기 때문에 밝은 사진들이었다. 사진마다의 인물은 달랐지만 자세는 지루할 정도로 같았다. 한결같이 여자들의 얼굴은 카메라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케이트는 사진을 네 가지로 분류하여 따로따로 마닐라 산 삼봉투에 넣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봉투를 책상의 서류 분류함에 넣었다. "들어와, 에바, 들어오라니까. 그분이 오셨나?"

그 여자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책상 앞으로 왔다. 더 밝은 불빛에서 보니 그녀의 얼굴은 탄탄하고 눈은 빛났다.

"처음 보는 손님이 왔어요. 마담을 만나고 싶다는군요."

"못 만나. 누가 오는지 알고 있지 않나?"

"만날 수 없다고 말했어요. 언니를 알고 있다는 거예요."

"에바 이름이 뭐래?"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사람인데 취기가 좀 있어요. 이름이 아담 트래스크래요."

케이트는 몸 하나 움직이지 않고 소리 하나 내지 않았지만 무엇인가가 그녀의 정수리를 내리쳤다는 것을 에바는 알았다. 케이트의 오른손 손가락은 천천히 손바닥으로 굽어지고 왼손은 쭉 마른 고양이처럼 책상 끝을 더듬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피하 주사기가 들어 있는 옷장 서랍 속의 상자에 가 있었다. 드디어 케이트가 입을 열었다. "에바, 저기 큰 의자에 앉아 잠깐만 가만히 앉아 있어." 에바가 꼼짝 않고 서 있자, 케이트는 소리를 질렀다. "앉아!" 에바는 움칠하고 큰 의자로 가서 앉았다.

"손톱 파지 말아라." 케이트가 말했다.

에바는 두 손을 떼고 의자 팔걸이를 꽉 잡았다.

케이트는 램프의 녹색 유리 등갓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갑자기 움직이자 에바는 벌떡 일어서서 입술을 떨었다. 케이트는 책상 서랍을 열고 접은 종이 뭉치를 끄집어냈다. "여기 있다! 네 방에 가서 네가 해. 다 쓰지 말아 - 아니야. 너를 못 믿겠어." 케이트는 종이를 탁 치고 나서 둘로 갈았다. 종이 끝을 접어 한쪽에 에바에게 넘기기 전에 하얀 가루가 조금 떨어졌다. "자 서둘러라! 아래층에 내려가면 랄프에게 말해.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종소리는 들리는 곳을 잡아 호울에 와서 있으라고. 너는 그가 기어 올라가지 않나 살펴. 종소리가 들리면 - 아니야. 그에게 말해. 아니야. 그 나름대로 하라고 해. 그런 연후에 아담 트래스크 씨를 나에게 올려보내."

"케이트 언니, 괜찮겠어요?"

케이트는 고개를 돌릴 때까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에바 뒤에 대고 말했다. 그가 가면 바로 다른 반쪽도 주마. , 서둘러."

문이 닫히자 케이트는 책상 오른쪽 서랍을 열어 작은 권총을 꺼냈다. 탄창을 옆으로 밀어 탄약을 들여다본 다음 그것을 다시 닫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종이를 덮었다. 그녀는 불 하나를 끄고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녀는 책상 위에서 두 손을 움켜잡았다.

노크 소리가 들리자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에바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몸은 늘어져 잇었다. "이분이에요." 그녀는 아담 뒤에서 문을 닫았다.

그는 주위를 잽싸게 둘러보고는 책상 뒤에 가만히 앉아 있는 케이트를 보았다.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그녀에게로 서서히 걸어갔다.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이 풀리면서 오른손은 종이 쪽으로 옮아갔다. 냉정하고 무표정한 그녀의 눈은 그의 눈에 떠나지 않았다.

아담은 그녀의 머리카락, 이마의 흉터, 입술, 주름진 목덜미, , 어깨, 그리고 펑퍼짐한 앞가슴을 보았다. 그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케이트의 손이 약간 떨렸다.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이죠?"

아담은 책상 옆에 있는 등이 곧은 의자에 앉았다. 그는 안도의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이렇게 말했다. "이젠 아무 일도 없소. 당신을 만나보고 싶었을 뿐이오. 샘 해밀튼이 당신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었소."

그가 의자에 앉는 순간, 그녀의 떨리던 손이 멎었다. "전엔 들은 적이 없나요?"

"없었소. 처음 들었을 땐 나를 미치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괜찮소."

케이트는 긴장을 풀고 입가에 미소를 띠자 작고 하얀 이가 드러났다. 길다란 견치가 날카롭게 보였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 때문에 놀랐어요."

"?"

"당신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요."

"나도 그랬소." 그는 그녀를 마치 살아있지 안 한 여자이기나 한 것처럼 계속 쳐다보았다.

"오랫동안 당신이 오리라고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오지 않길래 잊고 있었지요."

"나는 당신을 잊지 않고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잊을 수 있겠소."

"무슨 뜻이죠?"

그는 유쾌한 듯이 웃었다. "나는 이제 당신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오. 내가 진실한 의미에서 당신을 보지 못했다고 새뮤얼이 말했는데 그것이 사실이오. 나는 당신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로서의 당신의 얼굴은 이해하진 못했었소. 이제 나는 당신의 얼굴을 잊을 수 있소."

그녀의 입은 일자로 다물어졌고 미간이 넓은 두 눈은 잔인스럽게 가늘어졌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럴 수 있지."

그녀는 태도를 바꾸었다.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죠. 만일 당신이 모든 것에 대하여 올바르게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재회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소." 아담이 말했다.

"당신은 지독한 바보였어요. 어린애처럼. 당신의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몰랐어요. 이제 나는 당신을 가르칠 수 있어요. 이젠 어른처럼 보이니까요."

"당신은 지금까지 나를 가르쳐 왔소. 아주 좋은 교훈이었소."

"한잔하시겠어요."

"그러지." 아담이 말했다.

"술 냄새가 나네요. 럼을 드셨구먼요." 그녀는 일어서서 술병과 술잔 두 개를 가지러 캐비넷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 아담이 자기의 퉁퉁한 발목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화가 솟아올랐으나 입가의 미소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방 가운데 있는 둥근 테이블로 술병을 들고 와서 큰 의자로 옮겨 오면서 그가 자기의 불쑥 튀어나온 비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그녀는 그에게 술잔을 건네주고 자리를 잡고는 배 위에 두 손을 포개었다.

그는 술잔을 들고 앉았다. 그녀가 말했다. "드세요. 참 좋은 술이에요." 그는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소였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여기 왔다는 소리를 에바에게서 전해 들었을 때, 처음엔 쫓아낼까 하고도 생각했지요."

"그럼 다시 왔을걸." 그가 말했다. "당신을 봐야 했으니까. 새뮤얼을 못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오."

"럼이나 드세요."

그는 그녀의 술잔을 힐끗 보았다.

"독약이라고 탔다고는 생각지 않으시겠죠." 그녀는 말을 멈추고 그런 말을 내뱉은 자기 자신에 대해 속으로 화를 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아직도 그녀의 술잔을 응시하고 있었다. 노기가 그녀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녀는 술잔을 집어 들고 입술을 갖다 댔다.

"술을 마시면 속이 아파요. 그래서 술을 절대로 안 들어요. 술은 나에게 독약과 같은 것이죠." 그녀는 입을 꼭 다물고 뾰족한 이빨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담은 그녀를 보고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억제할 수 없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럼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기침을 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당신은 나를 조금도 믿지 않는군요."

"그럼, 안 믿지." 그는 술잔을 들어 럼을 마시고 나서 일어나 두 잔을 다시 채웠다.

"난 그만 들겠어요." 그녀는 두려워하며 말했다.

"마실 필요 없어요." 아담이 말했다. "내가 마시고 갈 테니까."

톡 쏘는 알콜이 목 속에서 불타는 듯했다. 그녀는 온몸이 들끓는 것을 느끼고 겁이 났다.

"나는 당신이건 누구건 무서운 사람이 없어요.: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두 번째 잔을 마셨다.

"당신은 나를 두려워할 아무 이유도 없소. 당신은 이제 나를 잊을 수 있소. , 이미 나를 잊었었다고 했지." 근년에 느끼지 못했던 안도감을 훈훈하게 느꼈다. "나는 샘 해밀튼의 장례식에 왔소. 그는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었소. 난 그분을 그리워하게 될 거요. 캐시. 그분이 쌍둥이를 받아내던 일을 기억하오?"

케이트의 몸속에는 술이 발광을 했다. 그녀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그 긴장이 얼굴에 나타났다.

"왜 그래요?" 아담이 물었다.

"술이란 나에겐 독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잖아요. 술을 먹으면 몸이 아프다고 말했죠."

"나는 운을 걸고 일을 할 수 없었소."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당신은 언젠가 나에게 총을 쏘았었소. 당신이 또 무슨 짓을 했는지 나는 모르오."

"무슨 소리예요?"

"나는 추문을 들었소. 더러운 스캔들이오."

잠시동안 그녀는 몸 안을 돌아다니는 알콜과의 의지의 싸움을 잊었다. 이제 그녀는 그 싸움에 패배했다. 머릿속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두려움은 사라졌다. 대신 조심성도 없는 잔인성이 들어섰다. 그녀는 술병을 잡아채고 자기 잔을 채웠다.

아담은 일어서서 자기 잔을 채워야 했다. 전혀 익숙지 않은 감정이 발동했다. 그는 그녀의 속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몸부림을 즐겁게 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것이 기뻤다. 그러나 그는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젠 조심해야지. 말을 말아야지. , 말아야지."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샘 해밀튼이야말로 여러 해 동안 나에게 좋은 친구였었소. 난 그분이 그리워질 거요."

"? 우리에게 친절했었는데."

"그는 나를,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어요."

"왜 안 그래? 그는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도 나를 도와주었는데."

"나는 그를 증오해요. 그가 죽어서 기뻐요."

"내가 당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담이 말했다.

그녀의 입술이 꾀어 올라갔다. "당신은 바보예요. 나는 당신을 증오하지는 않아요. 형편없는 바보니까."

그녀의 긴장이 고조되어 감에 따라 아담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저기 앉아서 비웃기나 해요." 그녀가 소리쳤다. "당신, 마음이 자유분방해진 것 같지요? 몇 잔 들고 나니 사내답게 된 것 같지요! 내가 새끼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당신은 벌벌 떨며 기어올 거예요." 그녀의 의지력은 힘을 잃고 암여우 같은 조심성이 없어졌다. "나는 당신의 비겁한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아담은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술을 마시자, 그것을 보고 그녀는 자기 잔에 또 술을 따랐다. 병 모가지가 그녀의 술잔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내가 부상을 당했을 때는 당신이 필요했죠. 그러나 당신은 멍청이었어요. 내가 더 이상 당신이 필요 없게 되었을 때 당신은 나를 잡아두려고 했죠. 그 보기 흉한 웃음일랑 집어치워요."

"난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군."

"모른다구요? 모르세요?" 그녀의 조심성은 이제 온전히 사라졌다. "그건 증오가 아니라 멸시예요. 난 내가 어렸을 때, 사람들이란 얼마나 멍청한 거짓말쟁이 인가를 알았어요. 내 부모도 선량한 체만 했죠. 실제론 선량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 사람들을 알고 있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고 그 사람들을 시켜서 할 수 있었어요. 내가 반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한 남자를 자살하도록 만들었어요. 그도 선량한 체했지만, 그가 바랐던 것은 나와 함께 잠자려는 것뿐이었어요. 나이도 어린 계집애와."

"그러나 당신은 그가 자살했다고만 말하지만 그는 무엇엔가 아주 가슴이 아팠을 것임에 틀림없소."

"그는 바보였어요." 케이트가 말했다. "난 그가 우리 집 문 앞에 와서 애걸하는 소리를 듣고 밤새도록 웃었어요."

아담이 말했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세상 밖으로 몰아낸다는 건 생각도 하기 싫소."

"당신도 바보니까요. 나는 그들이 말하는 상투적인 말을 기억해요 "저 애는 참으로 예쁘고 상냥하고 멋있는 계집애야." 그런데 정말로 나를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내가 그들에게 굴렁쇠 넘기를 시키고 있었는데도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말이에요."

아담은 술잔을 비웠다. 그는 멀리서 그녀를 관찰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는 그녀의 갖가지 충동이 개미처럼 기어 다니는 것을 보고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따금 술기운이 가져다주는 깊은 이해력이 그에게 생겼다. 그가 말했다. "당신이 샘 해밀튼을 좋아했든 안했든 상관없이 나는 그가 현명한 분이었다고 생각하오. 남자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평생 그 한 부분만을 잘 알고 다른 부분들은 생각하지 못한다고 언젠가 새뮤얼이 한 말이 생각나는구먼. 그렇다고 다른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지."

"그는 거짓말쟁이며 위선자예요." 그녀는 말을 되는대로 내뱉었다. "내가 증오하는 것은 거짓말쟁이에요. 그런데 모두가 거짓말쟁이죠. 그것은 사실이에요. 나는 그들을 폭로하고 싶어요. 그들의 코를 자신의 더러운 곳에다 문지르게 하고 싶어요."

아담이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이 세상에는 악과 어리석음만이 있다는 말이오."

"바로 내 얘기가 그거예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아담이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믿지 않죠! 당신은 그렇게 믿지 않죠." 그녀는 그의 말을 흉내 냈다. "내가 그것을 증명해 드릴까요?"

"당신이 어떻게 그걸 증명할 수 있단 말이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가 갈색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이걸 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보고 싶지 않소."

"어쨌든 보여주겠어요." 그녀는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이 사람은 주 상원의원이에요. 그는 국회의원에 출마한대요. 이 기름진 배를 보세요. 젖가슴은 여자 같지요. 그는 매 맞기를 좋아하죠. 저 자국을 보세요. 채찍 자국이에요. 얼굴 표정 좀 봐요. 이런 사람이! 아내와 자식을 넷이나 둔 이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대요. 그래도 당신은 믿지 않죠! 이걸 보세요! 이 하얀 비계덩어리 같은 사람은 시의원이래요. 이 빨간 얼굴의 키가 큰 스웨덴 사람은 블랑코 근처에 농장을 갖고 있대요. 여길 보세요! 이 사람은 버클리 대학의 교수에요. 화장수를 얼굴에 뒤집어쓰려고 여기까지 오지요. 철학 교수가 그리고 이걸 봐요! 예수의 귀여운 형제인 목사예요. 그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집을 태우곤 했죠. 우리는 지금 다른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그에게 주고 있지요. 뼈가 앙상한 옆구리 밑에 붙어 있는 성냥을 봐요?"

"나는 이런 것들을 보고 싶지 않소."

"이것들을 보고도 그런 것을 믿지 않아요! 당신도 애걸하며 여길 기어들어 오게 만들 거예요. 달을 보고 소리도 치도록 만들겠어요." 그녀는 자기의 의지를 그에게 강요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초연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분노는 응결하여 독이 되었다.

"빠져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담담하고 싸늘했지만 손톱 끝은 의자의 장식물을 뜯어내고 비단 솔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아담은 한숨을 쉬었다. "만일 내가 이런 사진을 갖고 있고 또 그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내 목숨은 안전치 못할 거요." 또 그가 말했다. "이 사진들 중 어떤 것이건 간에 한 사람의 전 생애를 망칠 수 있을 텐데. 당신, 위험하지 않소?"

"내가 어린앤 줄 아세요?"

"이제는 그렇게 생각지 않지. 비뚤어진 인간, 아니 전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도 모르죠. 내가 인간이 되고 싶은 줄 아세요? 이 사진들을 보세요! 차라리 내가 개라면 좋겠어요. 그러나 나는 개가 아니에요. 나는 인간보다는 더 영리 하죠. 나를 헤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위험에 대해서는 걱정 마세요." 그는 사진 정리요 캐비넷을 가리켰다. "저기에 아름다운 사진이 백 장이나 있어요. 만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백 자의 편지가 사진과 함께 커다란 해를 끼칠 장소로 우송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지요. 천만에, 그들은 나를 헤치지 못할 거예요."

아담이 물었다. "당신에게 어떤 사고가 일어난다든가 병에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니오?"

"그래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녀는 그에게 몸을 굽혔다. 이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는 비밀 하나를 말씀드리죠. 2, 3년 후면 나는 여기를 떠날 거예요. 그때에는 어쨌든 편지가 우송될 거예요." 그녀는 웃으면서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아담은 몸서리를 쳤다. 그는 그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얼굴과 웃음은 어린애같이 천진난만했다. 그는 일어서서 술을 따랐다. 얼마 안 되는 술이었다. 술병은 거의 비어 있었다.

"당신이 증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겠소.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람들 마음속의 무엇을 당신은 증오하고 있는 거요. 그들의 악을 당신이 증오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들 속의 선을 증오하고 있는 거요. 나는 당신이 원하는 무엇인지, 마지막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소."

"내가 필요로 하는 만큼 돈을 벌겠어요. 그리고는 뉴욕으로 갈 거예요. 난 늙지 않을 거예요. 지금도 늙지 않았지만 좋은 동네에 멋있는 집을 사고 말 잘 듣는 하인을 둘 거예요. 그리고 먼저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남자를 찾을 거예요. 천천히, 그리고 고통을 주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그의 생명을 빼앗을 거예요. 조심스럽게만 하면 그는 죽기 전에 미쳐 버릴 거예요."

아담은 참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구먼. 거짓말이오. 미친 생각이오. 새빨간 거짓말이오. 나는 전혀 믿지 않소."

그녀가 말했다. "나를 처음 보았을 때를 기억하시죠?"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물론 기억하지!"

"턱이 깨지고 입술이 터지고 이빨이 빠져나갔던 나를 기억하시죠?"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억하지."

"나를 그 꼴로 만든 사나이를 찾고 싶은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 연후엔 - 하고 싶은 또 다른 일이 있을 거예요."

"가야겠소." 아담이 말했다.

"가지 마세요. 여보, 지금 가지 마세요. 내 시이트는 비단이에요. 당신의 피부로 이 시이트의 촉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런 뜻이 아니겠지?"

", 정말이에요. 당신은 사랑에 대한 재주는 없지만,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내가 가르쳐 주지요." 그녀는 불안하게 일어서는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얼굴은 생기있고 젊게 보였다. 아담이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자 그것은 창백한 원숭이 앞발처럼 주름이 져 있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그녀는 그의 몸짓을 보고는 그 뜻을 이해하고 입을 단단히 다물었다.

"이해를 못 하겠는데, 알고는 있지만 믿을 수가 없어. 나는 아침이 되면 믿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 악몽이 될 거야. 그러나 안돼. 악몽이 될 수 없어. 당신이 내 아들에 대해선 한마디도 묻지 않았어. 당신은 내 아들의 에미란 말이오."

케이트는 팔꿈치를 무릎 위에 얹고 손을 턱 밑에 컵 모양으로 괴었다. 뾰족한 귀가 손가락에 가리워졌다. 그녀의 눈은 승리감으로 반짝였다. 목소리는 조롱하듯이 부드러웠다. "바보에게는 항상 구멍이 있죠. 난 어렸을 때 그것을 알았지요. 내가 당신 아들의 에미다. 당신 아들의? 그렇지, 나는 에미지 - 그런데 당신이 그 애들의 아버지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요?"

아담의 입이 딱 벌어졌다. "캐시, 무슨 뜻이야?"

"내 이름은 케이트에요. 여보세요, 잘듣고 기억하세요. 내가 어린애를 배도록 당신을 몇 번이나 가까이했던가요?"

"당신은 부상을 입었었잖아. 그것도 심하게."

"한 번이었죠. 딱 한 번."

"임신을 해서 당신은 아주 불편했었지 않았어." 그는 항변하듯이 말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그에게 미소 지었다. "당신 동생을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부상이 심하진 않았어요."

"동생?"

"찰스를 잊으셨어요?"

아담은 웃었다. "너는 악마야. 하지만 내 동생을 내가 의심할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상관없어요."

아담이 말했다. "나는 믿지 않아."

"믿게 될 거예요. 찰스를 다시 생각하게 될 거예요. 그에 대한 모든 것을. 난 찰스는 사랑할 수 있었을 거예요. 어떤 면에서는 나와 비슷하니까요."

"너하곤 같지 않아."

"기억날 거예요. 언젠가 쓰디쓴 차를 마신 기억이 날 거예요. 잘못 하여 내 약을 먹었죠. 기억나요? 푹 잠들었다가 아침 늦게서야 잠이 깼죠. 머리는 띵했고?"

"부상이 심해서 그런 짓을 꾸밀 수 없었을 텐데?"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옷을 벗어요. 내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옷을 벗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줄 테니."

아담은 눈을 감았다. 럼 술기운으로 머리가 핑 돌았다. 그는 눈을 뜨고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상관없어. 비록 사실이라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어." 그가 말했다. 아무래도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불쑥 일어섰다. 현기증이 일어났기 때문에 의자 등을 잡아야 했다.

케이트는 뛰어 일어나 두 손으로 그의 팔꿈치를 붙잡았다. "옷 벗는 것을 도와드리죠."

아담은 그녀의 손을 마치 철사줄이나 되는 것처럼 그의 팔에서 비틀어 떼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문 쪽으로 향해 걸었다.

억제할 수 없는 증오의 빛이 케이트의 눈에서 빛났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길고 날카로운 동물의 소리였다. 아담은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 보았다. 문이 꽝하고 열렸다. 뚜장이가 들어와 균형을 잡더니 전 체중을 실은 주먹으로 아담의 귀밑을 후려갈겼다. 아담은 바닥에 꽈당 나자빠졌다.

케이트가 소리쳤다. "발길로 차! 발길로 차란 말이야!"

랄프는 넘어진 사람 쪽으로 다가가서 거리를 쟀다. 그는 둥그레진 아담의 눈이 자기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케이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 차가웠다. "발길로 차라니까 그래. 얼굴을 뭉게!"

랄프가 말했다. "저놈은 싸울 수가 없어요. 싸울 힘이 다 빠졌어요."

케이트는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입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두 손은 무릎 위에서 꿈틀거렸다. "아담, 나는 당신을 증오해요. 증오해! 아담, 듣고 있는 거예요? 증오해!"

아담은 일어나려고 하다가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려고 하다가는 또 넘어지곤 했다. 결국 그는 일어나려다가 바닥에 앉은 채로 케이트를 쳐다보았다. "상관없어. 전혀 상관없어."

그는 무릎을 꿇고 일어나 앉아 마루를 짚고 쉬었다. "당신은 내가 세상이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지? 전엔 그랬지. 그 사랑이 너무도 강렬했었기에 그것을 없애기란 살인하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었지."

"당신은 기어들어 올 거예요. 배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애원, 애원할 거예요!"

"미스 케이트, 발길로 찰까요?" 랄프가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담은 조심스럽게 발의 균형을 잡으면서 문 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손으로 문기둥을 더듬었다.

케이트는 불렀다. "아담!"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는 추억에 미소를 던지듯 그네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문밖으로 나와 가만히 문을 닫았다.

케이트는 문을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은 쓸쓸해 보였다.

 

26

 

1

샐리너스에서 킹 시티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담 트래스크는 구름같이 희미한 형태와 소리, 그리고 색깔 속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어떤 생각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인간의 마음에는 기교라는 것이 있어서 이것이 어둡고 깊은 곳에서 문제를 조사하고 부정하거나 긍정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러한 활동은 자기가 갖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면에 가끔씩 관계를 맺는다. 원인도 모르는 고통과 괴로움에 싸여 잠들었다가도 아침이면 새로운 방향과 명료함이 나타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것은 어두운 이성 작용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황홀감이 핏속에서 고동치고 배와 가슴이 기쁨으로 짜릿해지는 아침이 많은데, 그 원인과 합당성이 아무리 생각해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새뮤얼의 장례와 케이트와의 상면으로 아담은 슬픔과 괴로움을 겪어야 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 회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종의 황홀감이 솟아올랐다. 그는 젊고 자유롭고 대단히 쾌활감에 차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킹 시티에서 기차를 내려서 곧바로 자기의 마차와 말을 찾으러 보관소로 가지 않고 윌 해밀튼의 새 차고로 갔다.

윌은 작업의 소음을 듣지 않고도 직공이 하는 일을 감시할 수 있는 유리벽으로 된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윌의 배는 뚱뚱해지고 있었다.

그는 쿠바에서 가끔씩 직접 수송되어 오는 담배 광고를 살피고 있었다. 그 자신의 부친의 사망에 대하여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장례식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간 톰을 약간 걱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톰이 그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술에 빠지는 것보다는, 그가 애쓰고 있듯이, 일에 열중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담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는 아담을 쳐다보고 커다란 가죽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그 의자는 고객들이 후에 지불하여야 하는 거액의 지불서를 놓고 가도록 마음을 가라 앉혀 즈는 것이었다.

아담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조의를 표했는지 모르겠군."

"슬픈 일이었지요." 윌이 말했다. "묘소에는 2백 명이 넘는 조객이 오셨었죠. 2백 명은 훨씬 넘었을 거예요."

"그런 분은 사실상 돌아가신 게 아니지."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 사실을 마음속에 되새겼다. "난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 나에겐 어쩌면 그분은 생전보다도 더 살아 계신 듯이 생각되는군!"

"사실 그래요." 윌은 이렇게 말은 했으나 그에겐 그렇지가 않았다." 윌에게는 새뮤얼은 죽어 있었다.

"그분이 말씀하신 것들이 생각나네." 아담이 말을 이었다. "그분이 말씀하실 때에는 나는 사실 귀담아 듣지 않았었지만, 이제 그분의 말씀이 다시 생각나는군. 말씀하실 때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

"사실이에요." 윌이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농장으로 돌아가시렵니까?"

"그럴 생각이네. 그런데 자동차 구입 문제를 좀 의논할까 해서 들렸네."

묘한 변화가 윌의 표정에 나타났다. 일종의 무언의 민첩성이라고 할까. "이 계곡에서 당신이야말로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을 분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윌은 눈을 반쯤 감고 아담의 반응을 살폈다.

아담이 웃었다. "그럴 만했었지. 나에겐 변화가 일어나게 한 것은 자네 선친 덕인지도 모르지."

"무엇인데요?"

내가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어쨌든 자동차에 대해서 이야길 하세."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사실은 채우자니 정말 힘드는 군요, 주문한 사람들의 명단을 갖고 있지요."

"그런가? 나도 그 명단에 끼워 주게."

"그렇게 해드리죠. 트래스크 씨. 그리고 - " 그는 말을 멈췄다가 계속했다. "당신은 우리 가족과 가까운 분이시니까 - 만일 다른 사람이 취소하는 경우가 생기면 앞당겨 해 드리죠."

"고마운 일이구먼." 아담이 말했다.

"어떤 형식으로 주문하시겠어요?"

"무슨 말인가?"

"한 달에 얼마씩 돈을 지불하시도록 해드릴 수도 있지요."

"그렇게 하면 비싸지 않은가?"

"이자와 운송비가 포함되지요. 그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현금으로 살 생각이야. 연체를 할 이유가 없지."

윌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아요. 그리고 내가 현금으로 팔면 손해를 볼 때가 올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군. 나도 명단에 끼워 주겠니?"

윌은 그에게로 몸을 굽혔다. "트래스크씨, 명단 맨 앞에 끼워 드리죠. 먼저 오는 차를 드리지요."

"고맙네." "기꺼이 해드리죠." 윌이 말했다.

아담이 물었다. "모친께서는 어떻게 참고 견디시나?"

윌은 의자 등에 몸을 기대고 애정이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대단한 분이에요. 바위 같으시죠. 어려웠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어려웠던 때가 많았죠. 아버지께는 현실적이 못 되셨어요. 항상 구름 속을 떠다니시지 않으시면 책에 파묻혀 계셨죠. 어머니가 우리들을 하나로 묶어 놓으셨기 때문에 해밀튼 집안사람들이 구빈원 신세를 면하게 되었었죠."

"훌륭한 분이셔." 아담이 말했다.

"훌륭하신 것만이 아니죠. 강인하시기도 하죠. 두 발로 버티고 서서 끄떡도 하지 않으시죠. 힘의 탑이라고나 할까요. 장례식 후, 올리브의 집으로 가셨다 오시는 길이신가요?"

"아니, 가지 않았어."

"글세, 백 명 이상이 갔었지요. 어머니는 손수 치킨 프라이를 하여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도록 대접했어요."

"그래?"

"정말이예요. 그렇게 하셨어요.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닙니까?"

"대단한 분이셔." 월이 한 말을 아담이 되풀이했다.

"어머니는 실제적인 분이에요. 손님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대접을 한 거지요."

"내 생각에 그분은 괜으시겠지만, 그래도 커다란 슬픔이었음엔 틀림없을 걸세."

"괜찬으시겠죠. 뿐만 아니라 체구는 작으시지만 우리들보다도 더 오래 사실 거예요."

아담은 말을 몰고 농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해 동안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을 보았다. 빽빽한 풀 사이에 피어난 야생꽃과 언덕배기에서 빨간 소들이 밋밋한 갈을 따라 올라가면서 풀을 뜯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농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기쁜 마음이 밀어닥쳤다. 그 기쁨이 하도 예리해서 그는 그것을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다. 그는 달리는 말발굽 소리에 맞추어 자기가 크게 소리치고 있는 것을 자각했다. "나는 자유다, 자유야. 이제는 걱정할 것이 없다. 나는 자유다. 그 여자는 사라졌다. 나에게서 없어졌다. 전능하신 하나님, 이제 나는 자유롭습니다."

그는 손을 뻗어 길가에 있는 은회색 샐비어 잎을 꺾었다. 손가락이 잎즙으로 끈적끈적하게 되자, 그는 예민하게 스며드는 향기를 맡고 깊이 숨을 들이켰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기뻤다. 이틀 동안에 쌍둥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보고 싶었다. 쌍둥이가 보고 싶었다. 쌍둥이가 보고 싶었다.

"나는 이제 자유롭다. 그 여자는 사라졌다.!" 그는 큰소리로 노래 부르듯 말했다.

 

2

리이가 집에서 나와 아담을 맞이했다. 그는 아담이 마차에서 내리는 동안 말머리 앞에 서 있었다.

"아이들은 어떤가?" 아담이 물었다.

"잘 있어요.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었더니 강기슭으로 토끼 사냥을 나갔군요. 냄비를 불에 올려놓았습니다만."

"여기는 별일 없지?"

리이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마음을 바꾸고 물었다. "장례식은 어땠어요?"

"사람들이 많이 왔더구먼." 아담이 말했다. "친구들이 많았어. 그런데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통 들지 않는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례식 때 악귀를 혼란시키기 위해 북을 치고 종이를 뿌리죠. 그리고 묘소 위엔 꽃 대신 삶은 돼지를 놓지요. 우리들은 실용적인 국민이고 또 항상 다소 굶주리고 있는가 봐요. 그러나 우리의 악귀는 그리 현명하지 못하죠. 우리들은 악귀를 앞질러 생각할 수 있죠. 그것은 약간의 진보죠."

"새뮤얼은 그런 식의 장례식을 좋아했었을 거요. 그를 흥미롭게 만들었을 테니까." 그는 리이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리이, 말을 매고 들어와서 차를 좀 끓여주게. 할 말이 있네."

아담은 집 안으로 들어가서 검정 옷을 벗었다. 몸에서는 럼주 냄새가 났으나 이제는 그 냄새로 메스꺼웠다. 그는 옷을 전부 벗고 땀구멍이 밴 냄새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노란 비누로 피부를 닦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깨끗한 청색 샤쓰와 너무 빨아서 부드럽고 엷은 청색이 된데다가 무릎이 닳아진 작업복을 입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면도를 하고 머리를 빗었다. 그동안 부엌에서는 리이가 스토브 위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거실로 갔다. 큰 의자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리이가 컵 한 개와 설탕 단지를 갖다 놓았다. 아담은 여러 번 세탁을 하여 꽃송이가 바랜 꽃무늬 커튼을 둘러보았다. 바닥에 깐 낡은 융단과 홀에 깐 리놀륨 위의 갈색 보도가 눈에 띄었다. 모든 것이 그에게는 새로웠다.

리이가 차주전자를 들고 들어왔을 때 아담이 말했다. "자네 찻잔도 가져오게. 그리고 자네 술이 남았으면 좀 마시고 싶네. 어제 밤엔 술이 취했었어."

리이가 말했다. "술에 취하셨었다고요? 거의 믿을 수가 없는데요."

"글세 그랬었다니까. 그 얘기를 하고 싶네. 자네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네."

"그러셨어요?" 리이는 자기 찻잔과 술잔, 그리고 오가피주 술병을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리이가 돌아와서 말했다. "수 년간 내가 이 술을 마신 건 당신과 해밀튼 씨와 동석했을 때 뿐입니다."

"우리 쌍둥이들 이름을 지어 줄 때 마신 그 술인가?"

", 그렇습니다." 리이가 따뜻한 녹색 차를 따랐다. 아담이 설탕 두 숟가락을 찻잔에 넣는 것을 보고 리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담은 차를 젓고 설탕 덩어리가 빙빙 돌면서 차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여자를 만나 보러 갔었지."

"그러시리라고 생각했죠." 리이가 말했다. "사실이지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었는지 전 이해를 못하겠어요."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분은 어땠어요?"

아담이 천천히 말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세상에 그런 여자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서양 사람들에게는 사건을 설명할 악마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그 후에 술에 취하셨던가요?"

"아니야, 만나기 전과 만났을 때지. 용기를 내기 위해 술이 필요했던 것 같아."

"지금은 괜찮으신 것 같은데요."

"지금은 괜찮지. 그것을 자네에게 말하고 싶은 거야." 그는 멈췄다가 슬픈 듯이 말을 이었다. "작년 이맘 때쯤면 샘 해밀튼에게 달려가 말했을 텐데."

"어쩌면 그분의 일부가 우리 두 사람에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죠. 그것이 영원불멸이라는 것일 거에요."

"나는 잠 속에서 깨어난 것 같았지. 어떤 이상한 방법으로 나의 눈은 명료하게 되엇따. 무거운 집이 나에게서 없어졌지."

"해밀튼 씨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난 나의 불멸의 철인들에 관한 이론을 세워야 겠어요."

아담은 그 까만 술을 마시고 핥았다. "나는 이제 자유로워. 이것을 누구에겐가 말해야 되겠어. 아들들과 함께 살 수 있겠어. 여자를 맞아 들여도 괜찮을 거고. 내 이야기를 알겠나?"

"그럼요. 알지요. 당신의 눈빛과 몸짓에서도 그것을 읽을 수 있어요. 사람은 그런 것에 대해선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이요. 아이들을 좋아하시게 될 겁니다."

"적어도 나는 새 출발을 할 작정이네. 술 한 잔 하고 차를 좀 더 주게."

리이는 차를 따르고 나서 자기 컵을 들었다.

"뜨거운 차를 들면서도 입술을 데지 않으니, 나는 이유를 모르겠네."

리이는 속으로 웃었다. 아담은 그를 쳐다보며 이젠 리이도 젊은 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뺨은 팽팽하고 살갗은 불타는 듯 •뺙뎬? 눈언저리는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리이는 손 안에 들어 있는 조개 껍데기처럼 얇은 잔을 들여다 보았다. 기억을 더듬는 미소가 떠올랐다. "자유롭게 되셨다면 나도 자유롭게 해 주시겠군요."

"리이, 무슨 말인가?"

"나를 보내주실 수 있으신지요?"

"물론 갈 수 있지. 여기서는 행복하지 않은가?"

"난 서양 사람들이 무엇을 행복이라고 말하는지 잘 모릅니다. 우리들은 만족을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소극적인 생각인지도 모르죠."

아담이 말했다. "그러면 만족이라고 하세. 여기서는 만족하고 있지 않은가?"

리이가 말했다. "인간이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완성하지 못했을 때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뭔데?"

"한 가지 일은 너무 늦었어요. 처자식을 갖고 싶었죠. 부모 마음속의 지혜로 통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전수하고 싶었어요. 나의 무력한 자식들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싶었어요."

"자네 나이로 보아 너무 늦지는 않았네."

", 신체적으로야 아버지가 될 수 있겠죠.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나는 조용한 독서 등에 너무 가까이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트래스크씨, 알고 계시다시피 나에겐 아내가 있었지요. 나는 당신이 그랬듯이 마음속에 그 여자를 만들어 놓고 있었어요. 나의 아내만은 내 마음 밖에서는 생명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그 여자는 내 작은 서재 안에서는 훌륭한 친구 였었죠. 내가 이야기를 하면 그 여자는 귀담아 듣고, 또 이야기를 하고, 여자의 세계에서 오후에 일어난 일들을 모두 이야기 했죠. 그 여자는 예쁘기도 했지만 애교있는 농담을 귀엽게 말했죠.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그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여자를 슬프거나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의 첫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요."

"그럼 다른 소원은 무엇이었나?"

"해밀튼 씨에게는 이야기를 했지요. 샌프란시스코의 중국촌에 책방을 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난 뒷방에 살면서 토론과 논쟁을 벌이며 세월을 보내고 싶어요. 용이 새겨진 송대의 먹을 얼마간 갖고 싶어요. 먹통은 벌레가 갉아 구멍이 나 있고, 먹은 전나무 진과 애생 나귀에서만 나오는 아교로 만든 것이고요. 그것은 보는 눈에 여러 가지를 암시해주고 세상의 온갖 색채를 눈에 들어오게 해주죠. 어쩌면 화가 들러서 가볍게 대한 논쟁을 벌이다가 가격을 깎자고 덤벼들지도 모르죠."

아담이 물었다. "그것을 자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가?"

"아닙니다. 건강이 좋고 자유스럽다면, 나는 조촐한 책방을 차리고 싶어요. 그곳에서 죽고 싶어요."

아담은 미지근한 차에 설탕을 넣고 저으면서 잠시 동안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우스운 일이야. 자네가 노예여서 자네의 요구를 내가 거절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햇네. 물론 자네가 원하면 갈 수 있지. 책방을 차릴 돈도 빌려 줄 수 있네."

"돈은 있습니다. 오랫동안 갖고 있었어요."

"자네가 떠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네. 자네는 당연히 여기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 그는 어깨를 쭉 폈다. "잠시 동안 기다려 줄 수 있겠나?"

"왜요?"

"내가 아이들과 친할때까지 자네가 도와 주었으면 하네. 이곳을 제대로 가꾸든지, 아니면 팔든지 또는 누구에게 빌려줄까 하네. 돈이 얼마나 남았는가도 알고 싶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도 알아보고 싶네."

"나에게 덫을 씌우려고 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리이가 물었다. "나의 소망이 옛날같이 강력하지는 않으니까요. 내가 설득당한다든가, 아니면 안될 일이겠만 더욱 필요하기 때문에 주저 물러 앉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제발 내가 필요하지 않게 해 주세요. 외로운 사람에게는 가장 나쁜 미끼지요."

아담이 말했다. "외로운 사람이라. 그런 것을 생각지 못했었다니. 내가 나 자신 속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던 것이 틀림없구먼."

"해밀튼 씨는 알고 계셨습니다." 리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서는 두 줄기 불꽃만이 두툼한 눈꺼풀을 통해 빛나고 있었다.

"우리 중국 사람들은 자제력이 강하지요. 감정 표시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나는 해밀튼 씨를 좋아했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내일 샐리너스에 가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자네가 나를 위하여 할 만큼 일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악마를 쫓아내는 종이 쪽지를 뿌리고 싶군요. 선친의 무덤위에 삶은 돼지고기 조각이라도 놓고 싶군요."

아담은 느닷없이 일어나 컵을 엎어 놓고는 리이를 거기 앉아 있게 내버려 둔 채 밖으로 나갔다.

 

27

1

그해에는 폭우가 내리지 않아 샐리너스 강은 범람하지 않았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회색 모래로 된 넓은 하상 위를 구불구불 흐르고 있었다. 물은 진흙 찌꺼기로 우윳빛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맑고 상쾌했다. 강가에 자라난 버드나무들은 잎이 파랗게 돋아났고, 야생의 검은 딸기 덩굴은 흙을 따라 가시 돋친 새 가지를 내밀고 있었다.

3월치고는 꽤 따뜻한 날이었다. 연을 날리기 좋은 바람이 남쪽에서 일정하게 불어오면서 은색 이파리를 드러나게 하고 있었다.

나무 덩굴과 가시덤불과 바람에 흩날려서 뒤엉킨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작은 회색 토끼 한 마리가 아침 풀을 뜯다가 이슬에 젖은 앞가슴의 털을 말리며 햇볕 속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토끼는 코를 찡긋거리기도 하고 귀를 가끔씩 휘젓기도 하면서 위험이 될지도 모르는 작은 소리에 주의하고 있었다. 앞다리를 통하여 감지할 수 있는 규칙적인 율동이 땅에서 들려 왔기 때문에 토끼는 귀를 내젓고 코를 찡긋했다. 그러다가 그 소리가 멈췄다. 25야드쯤 떨어진 곳에서 버드나무 가지가 움직였으나 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에 토끼는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2분 동안 주의를 끄는 소리가 들렸으나 위럼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들비둘기의 날개 소리와 같았다. 토끼는 따뜻한 햇볕 속에서 느슨하게 뒷다리를 뻗었다. 찰칵하는 소리와 윙하는 고리가 다시 들리더니 무엇인가 털 위로 둔탁하게 떨어졌다. 토끼는 꼼짝 않고 앉아 있었으며 눈은 점점 커갔다. 대 화살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 그 끝이 반대편 땅속에 깊이 박혔다. 토끼는 옆으로 넘어지면서 발을 잠시 동안 허공에 허우적거렸으나 이내 꼼짝 못 하게 되었다.

버드나무 밑에선 두 소년이 허리를 굽히고 기어 왔다. 그들은 각기 4피트짜리 활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작업복에 빛바랜 청색 샤쓰를 입고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칠면조 꼬리털 하나씩을 테이프로 달고 있었다.

그들은 인디언처럼 허리를 낮게 굽히고 발끝으로 조심조심 움직였다. 그들이 몸을 굽혀 사냥감을 조사할 때에는 토끼의 마지막 숨이 끊어져 있었다.

"심장을 관통했어." 카알은 그것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이기나 한 것처럼 말했다. 아론은 아무 말 없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형이 잡았다고 말하겠어. 나는 칭찬을 받지 않을 테니까. 힘든 사냥이었다고 말하겠어." 카알이 말했다.

"그랬지. " 아론이 말했다.

"내가 하는 얘기는 그것이 아니야. 리이 아저씨와 아버지 앞에서 칭찬을 해줄게."

"칭찬을 받고 싶지 않아 - 아무 칭찬이든." 아론이 말했다. "이렇게 이야기하자. 한 마리 더 잡으면 각자가 하나씩 잡았다고 말하고. 더 잡지 못하면 함께 쏘았는데 누군의 화살이 맞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칭찬을 받고 싶지 않아?" 카알이 어정쩡하게 물었다.

"혼자만 받고 싶지는 않아. 칭찬을 나누어 받으면 되지 않나?"

"어쨌든 그것은 내 화살이었어." 카알이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털을 봐. 새감눈을 봐. 그것은 내것이었어."

"그럼 그게 어떻게 내 화살통에 있었지? 새김눈을 기억 못하겠는데."

"생각나지 않을 지도 몰라. 그러나 형이 칭찬을 받게 해주겠어."

아론은 고맙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야, 카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둘이 동시에 쏘았다고 말하겠어."

"글쎄, 형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야. 그러나 그것이 내 화살이 었다는 것을 리이 아저씨가 알면 어떻게 하지?"

"화살이 내 화살통에 있었다고 하지."

"아저씨가 그런 이야기를 믿으리라고 생각해? 형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꺼야."

아론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햇다. "네가 쏘았다고 아저씨도 생각하면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카알이 말했다. "아저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 형이 알고 있기를 바랄 뿐이야." 카알이 화살을 토끼에서 빼어들자 화살의 하얀 털에 토끼 심장의 검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화살을 자기 화살통에 넣었다. "형이 화살을 들고 가도 좋아." 그는 도량이 넓은 듯이 말했다.

"돌아가야해." 아론이 말했다. "아버지가 지금쯤 돌아오셨을지도 모르니까."

카알이 말했다. "저 늙은 토끼를 요리해서 저녁 식사 대신 먹고 밤새도록 밖에 나와 있자."

"카알, 저녁엔 너무 추워. 오늘 아침에 네가 얼마나 떨었는지 생각 안나니?"

"나에겐 너무 춥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 나는 추위를 느껴본 적이 한번도 없어." 카알이 말했다.

"아침에 떨었잖아."

"아니야, 안 떨었어. 젖먹이 어린애처럼 떨면서 지껄여 가지고 형을 놀렸을 뿐이야.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를 거야?"

"아니야, 난 싸우고 싶지 않아." 아론이 말했다.

"싸우기가 무서워?"

"아니야, 싫을 뿐이야."

"내가 형이 겁을 집어 먹고 있다고 말한다면, 나를 거짓말 장이라고 부를 거야?"

"아니."

"그러면 겁을 먹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않아?"

"그런 모양이지."

아론은 토끼를 땅에 내버려 두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눈은 부리부리하고 입은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푸른 눈 사이의 간격은 천사와 같이 순진한 인상을 주었다. 머리카락은 보드랍고 금빛이었다. 햇빛이 머리 위를 밝게 비치는 성 싶었다.

그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가끔씩 어리둥절했었다. 그는 동생이 무엇인가 속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에게 있어 카알은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동생의 생각을 뒤따를 수 없었다. 그의 추론하는 접선에 그는 항상 놀랐다. 카알은 아담을 많이 닮았다. 머리칼은 암갈색이었다. 체격은 형보다 크고 뼈도 굵었으며 어깨도 묵직했다. 척은 아담의 턱을 닮아 네모지도 단단했다. 카알의 눈은 갈색이고 주의 깊었을 뿐만 아니라 새까맣게 빛날 때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카알의 손은 다른 부분이 커다란 데 비해 아주 작았다. 손가락은 짧고 가냘펐으며, 손톱은 섬세했다. 카알은 손을 아꼈다. 그는 무슨 일에도 우는 일이 별로 없었으나, 손을 베면 울어댔다. 손을 가지고 모험을 벌이는 일이 없었다. 벌레를 만진다든지, 뱀을 잡아 빙빙 돌리는 일이 없었다. 싸울 때도 돌을 집어 들든지 막대기를 가지고 싸웠다.

형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카알은 자신만만한 작은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그가 불렀다.

"아론, 기다려!"

"카알은 형을 따라와서 토끼를 내밀었다. "가지고 가." 그는 형의 어깨 위에 손을 잡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나한테 화내지 마."

"너는 항상 싸우려고 하니까 그렇지." 아론이 말했다.

"아니야, 장난을 쳤을 뿐이야."

"그랬어?"

"정말이야, 이것 봐 - 토끼를 들고 가, 가고 싶으면 돌아가."

결국 아론은 미소를 지었다. 동생이 긴장을 푸는 경우, 그는 항상 마음을 놓았다. 두 소년은 터덜터덜 걸어 강기슭을 빠져나와 부서지기 쉬운 벼랑을 기어올라 평지로 나왔다. 아론의 오른쪽 바지가랑이는 토끼 피로 젖어 있었다. 카알이 말했다. "우리가 토끼를 잡은 것을 보면 놀랄거야. 아버지가 집에 오셨으면 아버지에게 드리자. 아버지는 저녁 식사로 토끼고기를 좋아하셔."

"그러자." 아론이 기쁜 듯이 대답했다. "이렇게 이야기하자. 둘이서 이것을 아버지에게 드리고 누가 잡았다는 말은 하지 말자."

"형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좋아." 카알이 말했다. 그들은 얼마동안 아무 말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카알이 말했다. "이것이 전부 우리 땅이야 - 저 강 너머까지야."

"아버지 땅이지."

"그래.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우리 거야."

아론에게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죽으면이라니 무슨 말이지?"

"누구나 죽는거야." 카알이 말했다. "해밀튼 씨도 죽었어."

"그래, 그분은 죽었어." 아론은 두 생각을 연결시킬 수 없었다. 죽은 해밀튼 씨와 살아 있는 아버지.

"사람들이 상자 속에 그를 집어 넣고 구덩이를 파고 그 상자를 땅 속에 묻었어." 카알이 말했다.

"나도 알아." 아론은 다른 것을 생각하기 위해 화제를 바꾸고 싶었다.

"나는 비밀을 알고 있어." 카알이 말했다.

"무언데?"

"말하려고?"

"아니야, 하지 말라면 안 하겠어."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해 봐." 아론이 졸랐다.

"말하지 않겠지?"

"안 할께."

카알이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어디 있다고 생각해?"

"돌아가셨어."

"아니야."

"그래."

"도망갔어." 카알이 말했다.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

"그 사람들 거짓말쟁이 들이야."

"아냐, 도망갔어. 내가 말했다는 것을 말하면 안돼!"

"나는 믿어지지가 않는데." 아론이 말했다. "아버지가 그러셨는데 어머니는 하늘 나라에 계시대."

카알이 가만히 말했다. 나도 곧 도망을 가서 어머니를 찾아 가지고 데려올거야."

"사람들은 어머니가 어디 계시다고 그러던?"

"모르지만 찾을 거야."

"어머니는 하늘에 계셔." 아론이 말했다. "아버지가 왜 거짓말을 하시겠니?" 동생이 동의하기를 은근히 바라면서 그는 동생을 쳐다보았다. 카알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천사들과 함께 하늘에 계시다고 너는 생각지 않니?" 아론이 계속 자기 말을 내세웠다. 카알이 계속 대답하지 않자 그가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던?"

"킹 시티의 우체국에서 사람들이 그랬어. 내가 못 들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내 귀에 예민하지. 리이 아저씨가 그러는데 나는 풀이 자라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대."

아론이 물었다. "어머니는 왜 도망을 가셨대?"

"내가 어떻게 알아? 우리가 싫었는지도 모르지."

아론은 이 엉뚱한 말을 생각해 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그 사람들, 거짓말쟁이 들이야. 어머니는 하늘에 계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아버지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어머니가 도망갔으니까 그러시는지도 몰라."

"아니야. 내가 리이 아저씨한텐 물어 보았어. 아저씨가 무어라고 했는지 알아? "어머니는 너희들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렇다." 라고 했어. 그러고는 내가 쳐다볼 별 하나를 지적해 주었어. 저것이 우리의 어머니이고 별이 빛나는 한, 우리를 사랑해 주실 거라고 말했었어. 넌 리이 아저씨도 거짓말쟁이 라고 생각하니?" 아론은 눈물 속에서도 동생의 눈을 볼 수 있었다. 냉혹한 눈이었다. 카알의 눈에는 눈물이 없었다.

카알은 기분 좋은 흥분을 느꼈다. 그는 필요로 할 때 어떤 목적에든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 비밀의 무기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아론을 이모저모로 뜯어 보았다. 그는 아론의 입술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얼마 후에 그는 그의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아론은 울음을 터뜨리곤 했지만 눈물이 날 때까지 몰아 붙이면 그도 싸움을 벌이곤 했다. 아론이 울음을 터뜨리면서 싸움을 벌일라치면 그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그를 해칠 수 있는 것도 그를 말릴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언젠가는 리이가 그의 무릎을 꼭 잡고 도리깨질을 하듯 주먹으로 옆구리를 때려 주고서야 한참 만에 싸움을 멈춘 일이 있었다. 그때에도 그의 콧구멍이 벌렁댔었다.

카알은 새로운 도구를 집어넣었다. 그는 언제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날카로운 무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있을 때 그것을 조사하여 언제 어떻게 그것을 사용할까를 결정지으면 되었다.

그러나 그가 결정을 내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론은 그에게 덤벼 들어 보드라운 토끼로 그의 얼굴을 내갈겼다. 카알은 뒤로 펄쩍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농담이었어. 정말이야. 아론, 농담이었어."

아론이 멈췄다. 고통과 당혹함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런 농담 싫다." 그는 훌쩍거리며 소매로 코를 닦았다.

카알은 그에게 다가와 껴안고 뺨에 키스를 했다. "다시는 안 할께. "

소년들은 얼마 동안 묵묵히 길을 따라 걸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카알은 산마루 위에 신경질적인 3월의 바람을 타고 시커먼 먹구름이 모여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았다. "폭풍우가 내리려는가본데. 지독한 폭풍우인가봐."

아론이 말했다.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정말 들었니?"

"들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카알이 재빨리 말했다. "빌어먹을, 저 구름 좀 봐!"

아론은 몸을 돌려 괴물 같이 시커먼 구름을 보았다. 위쪽에는 구름이 커다랗게 부풀어 시커먼 두루마리가 되어 있었고, 그 밑에는 길다란 비의 자락을 끌고 있었다. 그들이 쳐다보았을 때 구름이 으르렁대며 번갯불이 번쩍거렸다. 바람에 실린 소나기가 계곡을 가로질러 펼쳐진 비옥한 언덕 위를 공허하게 내리치더니 평지쪽으로 이동해 왔다. 소년들은 돌아서서 집으로 내달렸다. 그들 뒤에서는 소나기가 소리를 내며 내리고 번개가 대기를 산산조각으로 흩뜨려 놓았다. 소나기가 그들을 뒤쫓아 잡았다. 처음에는 굵다란 빗방울이 찢어진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향긋한 오존냄새가 풍겼다. 그들은 달려가면서 우뢰의 냄새를 맡았다.

그들이 시골길을 가로질러 마차바퀴 자국이 있는 길을 따라 집으로 달려올 때 그들은 비를 만났다. 비는 물기둥을 이루며 퍼부었다. 당장에 그들은 흠뻑 젖었다. 머리카락이 머리에 찰싹 달라 붙고 눈 속으로 흘러들었다. 관자놀이에 단 칠면조 털이 물에 젖어 꾸부러졌다.

그들은 비에 젖은 대로 젖자 뛰기를 멈췄다. 비를 피하기 위해 달릴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쳐다보고 유쾌하게 웃었다. 아론은 토끼를 쥐어짜서 하늘로 올려 던졌다가는 다시 잡아 카알에게 던졌다. 카알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토끼를 목에 걸고 머리와 뒷다리를 턱 밑으로 내렸다. 두 소년은 몸을 앞으로 굽히고 히스테리컬하게 웃었다. 집 골짜기에 있는 참나무들 위에 비가 큰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바람은 참나무의 높은 위엄을 뒤흔들고 있었다.

 

2

쌍둥이들이 농장 건물이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마침 리이가 보였다. 그는 노란 유포 우비 한가운데로 머리를 내밀고 낯선 말과 약한 고무 타이어가 달린 경마차를 헛간으로 끌어가고 있었다. "누가 왔다." 카알이 말했다. "저 마차를 봐."

그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방문객에게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단 가까이에 이르러 발걸음을 늦추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갔다. 그들은 방문객에게서 어떤 두려움도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뒷길로 들어가 아버지의 목소리와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자 그들의 배가 굳어지고 순간적으로 등골에 오한이 지나갔다. 그것은 어떤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여자를 대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들은 발끝걸음으로 그들의 방으로 들어가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 보았다.

"누구 같아?" 카알이 물었다.

불빛과 같은 감정이 아론의 마음속에서 터졌다. 그는 "어머니 인지도 몰라. 어머니는 하늘에 계시고, 하늘에 있는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이 되살아났다. "모르겠는데. 옷을 갈아 입어야겠어."

소년들은 깨끗한 새 옷을 갈아 입었다. 방금 벗어 놓은 젖은 옷과 똑같은 옷이었다. 그들은 젖은 칠면조 깃을 나지막한 두 사람의 목소리의 높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를 듣다가 그들은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렇게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그 목소리를 들었다는 소리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은 조용히 복도로 나가 거실의 문 쪽으로 갔다. 카알이 손잡이를 아주 천천히 돌리고 나서 문소리가 들리지 않게 문을 들어올렸다.

문틈이 조금 생겼을 때 리이가 우비를 벗고 복도를 따라 발을 끌면서 뒷분으로 들어오다가 그들을 잡았다. "꼬마들이 들여다 보는가?" 그는 중국식으로 말했다. 카알이 문들 닫자 걸쇠 소리가 났을 때 리이가 재빨리 말했다. "아버지가 들으셨다. 나가 뵙는 것이 좋겠다."

아론이 목쉰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누구에요?"

"지나가던 분들이 비를 피해 들어오셨어."

리이가 손잡이를 잡고 있는 카알의 손 위를 잡고 문을 열었다.

"애들이 돌아왔군요." 그는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나서 방을 나갔다.

아담이 소리쳤다. "얘들아, 들어오너라! 들어와!"

두 소년은 머리를 숙이고 낯선 사람들을 보고는 발을 질질 끌고 갔다. 도회지 옷을 입은 남자와 아주 멋지게 옷을 입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겉옷과 모자와 베일은 옆 의자에 놓여 있었다. 소년들이 보기에 그녀는 온통 검은 비단과 레이스로 휘감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까만 레이스가 목덜미를 휘감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놀라움으로 보내는 데 충분했으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여자 옆에는 쌍둥이보다 나이가 다소 어릴지 모르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앞에 레이스가 달린 하늘색 체크 무늬가 있는 햇볕을 가리는 보닛을 쓰고 있었다. 그녀의 드레스는 꽃 같았다. 주머니가 달린 작은 에이프런을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스커트가 접혀져 태팅으로 레이스를 단 빨간색 방사 페니코트가 보였다. 햇볕 가리는 보닛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있어서 가운데 손가락에 낀 작은 금반지가 쉽게 눈에 띄었다.

소년들은 크게 숨을 쉬지 못했다. 숨을 쉬지 않고 있어서 그들의 눈 속에는 빨간 고리 모양들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제 아들놈들입니다."

그들의 아버지가 말했다. "쌍동이죠. 저 애가 아론이고, 이 애가 케이레브죠.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어라."

소년들은 항복하여 절망에나 빠진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손을 쳐들고 앞으로 갔다. 그들의 힘빠진 손은 신사에 의하여 그리고 레이스 옷을 입은 여자에 의하여 위아래로 흔들렸다. 아론이 먼저였다. 그가 소녀에게서 몸을 돌리려고 하자 부인이 말햇다. "내 딸하고는 인사하지 않니?"

아론은 몸을 떨고 얼굴을 돌린 채 소녀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시지 같이 무력한 손이 잡히지도, 비틀려지지도, 흔들려지지도 압착되어지지도 않았다. 그녀 앞에서 힘없이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아론은 어떻게 되는가를 속눈썹 사이로 살그머니 내다보고 있었다.

그 소녀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보닛의 이점을 보고 있었다. 가운데 손가락에 반지를 낀 그녀의 작은 오른손 역시 내밀어 있지 않았다. 아론의 손 쪽으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부인을 훔쳐 보았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방 안은 침묵으로 터지는 듯했다. 그때 아론이 카알의 찢어지는 듯한 웃음 소리를 들었다.

아론은 손을 뻗어 소녀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세 번 흔들었다. 소녀의 손은 한 줌의 꽃잎처럼 보드라웠다. 그는 타오르는 듯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소녀의 손을 놓고 작업복 주머니에 자기 손을 감췄다. 그가 서둘러서 물러날 때 카알이 걸어나가 정식으로 손을 흔들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아론은 인사말을 잊어 버렸었기 때문에 동생이 한 다음에야 말을 했다. 그 소리는 이상하게 들렸다. 아담과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담이 말했다. "베이컨 내외분께서는 하마터면 비를 맞으실 뻔하셨단다."

"우리가 여기서 길을 잃은 것이 다행이었단다. 롱 농장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베이컨 씨가 말했다.

"그곳은 더 멀리 있지요. 국도에서 왼쪽으로 꺾어 가지고 남쪽으로 가셨어야 했어요." 아담은 아이들에게 말을 이었다. "베이컨 씨는 군 감독관이시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그 일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베이컨 씨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역시 아이들에게 말을 건냈다. "내 딸에 이름은 에이브라다. 재미있는 이름이 아니냐?" 그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용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는 아담에게 몸을 돌리고, 노래하듯 시적인 어조로 말했다. "내가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에이브라는 준비를 갖추었다고. 내가 다른 이름을 불렀지만 에이브라가 왔도다." 영국의 시인 매슈 프라이어의 시구죠. 내가 사내아이를 바라지 않았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 에이브라는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아이죠. 어디 보자."

에이브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두 손을 마주 잡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뽐내듯이 되풀이 했다. "내가 다른 이름을 불렀지만 에이브라가 왔도다."

아론은 동생이 전혀 겁도 없이 작은 보닛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론이 목쉰 소리로 말했다. "에이브라가 우스운 이름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아저씨가 우습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게 아니야." 베이컨 부인이 설명을 했다. "단지 재미있다는 뜻이야." 그러고 나서 그녀는 아담에게 설명했다. "우리 집 양반은 책에서 아주 이상한 것들을 끄집어내죠. 여보, 가야 되지 않아요?"

아담이 열심히 말했다. "부인, 좀 쉬었다가 가십시오. 리이가 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차를 드시면 몸이 훈훈해질 겁니다."

", 그것 참 좋구먼요." 베이컨 부인이 말을 이었다. "애들아, 비도 멎었구나. 나가서 놀거라." 그녀의 목소리는 하도 엄격하여 그들은 줄을 지어 나갔다. 아론이 앞에 서고 다음에 카알이 서고 그리고 에이브라가 뒤를 따랐다.

 

3

거실에서 베이컨 씨는 다리를 포개었다. "여기는 전망이 좋습니다. 땅이 넓은가요?"

아담이 말했다. "꽤 넓지요. 강 건너까지입니다. 꽤 넓은 땅이죠."

"국도 건너까지가 당신 땅인가요?"

", 그렇습니다. 말씀드리기가 좀 부끄럽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고 있지요. 전혀 경작을 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농사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베이컨 부부는 아담을 그냥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는 좋은 땅을 내버려두게 된 이유를 설명해야 되겠다는 것을 알았다. "난 게으른 사람인 모양입니다. 내가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부친께서 유산을 남겨 놓은 것이 나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죠." 그는 눈길을 떨어뜨렸으나 베이컨 부부 쪽에서 안심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만일 그가 부자라면 그것은 나태가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만이 게으른 부자는 버릇이 없거나 제멋대로 였다.

"어린애들은 누가 보살피나요?" 베이컨 부인이 물었다.

아담이 웃었다.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을 보살피는 건 리이의 일이지요."

"리이라뇨?"

아담은 그 질문에 다소 초조하게 되었다. "남자를 한 사람 데리고 있죠." 그는 간단히 대답했다.

"우리가 본 그 중국 사람을 말씀이신가요?" 베이컨 부인은 충격을 받았다.

아담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두려웠으나 이제는 더한층 안도감을 주었다. "리이가 애들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나도 보살펴 주었죠."

"애들은 여자의 보살핌을 받아 본적이 없느가요?"

"없습니다."

"가련한 양들이구먼요." 그녀가 말했다.

"애들이 거칠기는 하지만 건강한 것 같아요." 아담이 말했다. "우리들은 모두가 저 땅처럼 거칠어졌나 봐요. 그런데 리이가 떠나겠다 합니다. 어떻개 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배이컨 씨는 말을 할 때 가래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기침을 했다.

"아들들의 교육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베이컨 부인이 말했다. "모든 것은 배운 사람에게 오는 법입니다. , 나는 배움의 횃불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는 가까이 몸을 굽히고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경작을 하지 않으시려면 땅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 주시고 군청 소재지로 이사를 오시지 그래요. 좋은 공립학교 근처로?"

잠깐 동안 아담은 "빌어먹을, 당신 일이나 간섭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물었다.

"그것이 좋은 생각이란 말씀이시죠?"

"믿을 만한 소작인을 구해드릴 수 있어요." 베이컨 씨가 말했다. "그걸 가지고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손 치더라도 토지에서 얼마간 수입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리이가 소리를 내면서 차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조를 듣고 아담이 지리해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리이는 그들이 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했다. 설령 좋아해도 그가 끓인 종류의 차를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이 칭찬을 하며 차를 들고 있을 때, 그는 베이컨 부부가 무엇인가 걸리적거리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리이는 아담의 눈길을 잡으려고 애썼으나 할 수 없었다. 아담은 발 사이의 융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베이컨 부인이 말했다. "이분은 여러 해 동안 교육위원회에서 일을 했어요 - " 그러나 아담은 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는 세계라는 커다란 지구가 참나무 가지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마음은 의족을 딛고 뒤뚱뒤뚱 돌아다니며 주의를 끌기 위해 지팡이로 다리를 툭툭 치고 있는 그의 아버지에게로 비약해 갔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강훈련을 시키고 어깨를 튼튼히 만들기 위해 무거운 짐을 나르도록 하던 때의 엄격하고 군인다운 얼굴 모습이 떠올랐다. 베이컨 부인의 목소리가 그의 회상 속에서 늘어지게 계속 되었다. 아담은 보따리가 들로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비꼬는 듯 웃고 있는 찰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찰스 - 비열하고 사나운 눈, 불같은 성질, 그는 갑자기 찰스가 보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자, 아이들을 데리고, 그는 흥분하여 무릎을 탁 쳤다.

베이컨 씨는 도중에서 말을 멈췄다. "무엇이라고 하셨죠?"

", 미안합니다." 아담이 말했다. "소흘히 했던 일이 생각났었죠."

베이컨 부부는 참을성 있게, 그리고 정중하게 그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담은 생각했다. "못할 게 뭐야? 내가 감독관에 입후보한 것도 아닌데. 교육위워뇌에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왜 못해?" 그는 손님에게 말했다. "10년 넘어나 편지 쓰는 일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났어요." 그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몸을 떨면서 서로 눈짓을 나누었다.

리이가 다시 찻잔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아담은 그가 뺨을 부풀게 하고 즐거운 듯이 콧소리를 내면서 복도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베이컨 부부는 그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남아 그 토론을 하고 싶어 했다.

리이는 일이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견했다. 그는 서둘러 나가 말의 장구를 갖추고 고무 타이어가 달린 경마차를 앞문 앞에 대었다.

 

4

에이브라와 카알과 아론은 밖으로 나와서 지붕이 있는 조그마한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넓게 퍼진 참나무에서 투닥투닥 떨어지고 있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먹구름은 멀리 지나가 천둥소리를 울리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내릴 것 같은 비를 뒤에 남기고 있었다.

아론이 말했다. "그 부인은 비가 멎었다고 우리에게 말했는데."

에이브라가 재치있게 대답했다. "우리 엄마는 보지 않았어. 말할 때는 절대로 보지 않아."

카알이 물었다. "몇 살이니?"

"열 살, 열한 살이 돼가." 에이브라가 말했다.

"!" 카알이 말했다. "우리는 열한 살이야. 열두 살이 돼가지."

에이브라는 보닛을 뒤로 젖혔다. 머리에는 모자 때문에 달무리 같은 둥근 모양이 생겨 있었다. 검은 머리칼을 두 갈래로 땋은 그녀는 예뻤다. 작은 이마는 돔처럼 둥그랬으며 눈썹은 반듯했다. 지금은 단추모양이지만 언젠가는 위로 올라가 예쁘게 될 코였다. 그러나 두 가지의 모습은 그녀에게 항상 남아 있을 것이다. 턱은 다부지고, 입은 크고 핑크색이었으며 꽃처럼 예뻤다. 담갈색 눈은 예리하고 지적이며 전혀 두려움을 느끼는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두 소년을 번갈아 가며 얼굴과 눈을 직시했다. 집안에서 꾸미고 있었던 수줍은 표정은 전혀 없었다.

"너희들은 쌍둥이 같지 않아. 닮지 않았어."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쌍둥이야." 카알이 말했다.

"우리는 쌍둥이야." 알론이 말했다.

"개중에는 닮지 않은 쌍둥이도 있지." 카알이 우겼다.

"많은 쌍둥이가 그렇지." 아론이 말했다. "리이 아저씨가 설명을 해주었어. 만일 여자에게 알이 하나밖에 없으면 쌍둥이는 닮고 알이 두 개면 닮지 않는 다는 거야."

"우리는 알이 두 개야." 카알이 말했다.

에이브라는 이 시골 아이들의 꾸민 이야기에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하, 알이 둘이라." 그녀는 이 말을 크거나 거칠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리이의 이론은 뒤흔들렸다. 그러자 그녀는 그 이론을 산산히 부서뜨렸다. "어느 알이 프라이 되고, 어느 알이 반숙됐지?"

두 소년은 불안한 눈초리를 서로 건넸다. 그들은 처음으로 용서 없는 여자의 논리를 경험했던 것이다. 그 논리란 틀렸더라도, 아니면 특히 틀렸을 때 압도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이 논리는 그들에게 흥분되고 놀라운 새 경험이었다.

카알이 말해따. "리이 아저씨는 중국사람이야."

", 그래." 에이브라가 친절하게 말해따. "왜 너는 그렇게 말하지 않니?" 너희들은 도자기 알인지도 몰라. 마치 둥우리에 넣는 것 같은." 그녀는 말을 멈추고 공격의 화살을 거두어 들였다. 그들에게 반격의 표정이 사라지는 것을 그녀는 보았다. 에이브라는 좌중을 좌지우지 했다. 그녀가 대장이었다.

아론이 제안했다. "저 집으로 가서 놀자. 비는 좀 세지만 좋은 곳이야."

그들은 빗방울을 떨어뜨리는 참나무 밑을 달려 산체즈 구옥으로 가서 열려진 문 안으로 들어섰다. 녹이슨 경첩에서는 불안한 소리가 났다.

아도브 벽돌로 된 그 집은 제 2의 황폐기에 들어가 있었다. 전면에 있는 커다란 방은 반쯤 회벽칠이 되어 있었다. 반쯤 칠하다 만 하얀 벽칠이 10년 전에 일꾼들이 손을 뗀 그대로였다. 창틀을 새로 박은 깊숙한 창은 유리가 없는 채 남아 있었다. 새로 깐 마루에는 비 얼룩이 져 있었고, 옛 신문지 뭉치와 가시 돋친 공처럼 녹이 슨 못 무더기가 방구석에 쌓여 있었다. 그들이 입구에 서 있을 때 박쥐 한 마리가 집 뒤에서 날아왔다. 회색의 박쥐는 이쪽저쪽을 날다가 문 입구를 통해 사라졌다.

소년들은 에이브라에게 집안 구경을 시켰다 - 다락문을 열어 설치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세면대와 화장대와 샨데리야를 보여 주었다. 곰팡이와 젖은 신문지 냄새가 났다. 세 아이들은 발돋움을 하며 걸었다. 그들은 빈 집의 벽이 울리는 것이 두려워 말을 하지 않았다.

커다란 방으로 돌아오자 쌍둥이는 꼬마 손님과 마주 섰다. "마음에 드니?" 울림 때문에 아론이 조용히 말했다.

"그래." 그녀는 망설이면서 대답했다.

"우리들은 가끔씩 여기서 놀지." 카알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마음에 들면 여기 와서 같이 놀아도 좋아."

"나는 샐리너스에 살아." 에이브라가 이런 말투로 말을 했기 때문에, 그들은 시골뜨기 장난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는 높은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이브라는 자기가 그들의 최고의 낙을 산산이 부숴 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일면 사내아이들의 약점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일면 그들은 좋아했고 또 자기가 예의 바른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여기를 지나게 되면 가끔씩 와서 함께 놀꼐. 잠시 동안이기는 하겠지만," 그녀가 친절하게 말하자 두 소년들은 고마움을 느꼈다.

"내 토끼를 줄게." 갑자기 카알이 말했다. "아버지에게 드리려고 했었는데 너에게 줄게."

"무슨 토낀데?"

"오늘 우리가 잡은 거야. 화살로 심장을 꿰뚫었어. 발길질도 못하고 죽었단다."

아론은 화가 나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내 - "

카알이 말을 가로 팼다. "우리가 줄 테니 집으로 갖고 가. 꽤 큰 놈이야."

에이브라가 말했다. "피가 온통 묻은 늙어빠진 토끼를 무엇하니?"

아론이 말했다. "내가 씻어서 상장 넣어가지고 줄로 묶어줄게. 먹기 싫으면 시간 있을 때 장사를 지낼 수도 있어 - 샐리너스에 가서 말야."

"나는 진짜 장례식에도 간단다." 에이브라가 말했다. "어제도 갔었어. 이 지붕만큼 높게 꽃이 쌓여 있었어."

"우리 토끼를 갖고 싶지 않니?" 아론이 물었다.

에이브라는 그의 밝은색 머리카락이 이제 말끔한 곱슬머리로 되고 눈물이 글썽이는 것을 보고 사랑의 씨앗인 그리움이 자기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아론을 만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만져보았다. 그녀는 그의 팔에 손을 얹었을 때 그의 몸이 그녀의 손가락 밑에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상자에 넣어 준다면야." 그녀가 말했다.

이제 그들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에이브라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자기에게 정복당한 두 소년을 살폈다. 남성의 고집이 이제는 그녀을 위협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허세를 부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소년들에게 친절히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하도 빨아서 닳아빠지고 리이가 여기저기 꿰매 준 그들의 옷을 보았다. 그녀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불쌍한 애들아, 아버지가 때리시니?"

그들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으나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너희들은 아주 가난하니?"

"무슨 말이니?" 카알이 물었다.

"너희들은 잿더미 속에 낮아 있고 물을 긷고 나뭇단을 날라야 하느냔 말야?"

"나뭇단이 뭐야?" 아론이 물었다.

그녀는 대답을 피하고 말을 이었다. "불쌍한 애들아." 그녀는 반짝이는 별이 끝에 달린 작은 요술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는 듯했다. "마음씨 고약한 계모가 너희들을 미워하고 죽이려고 하니?"

"우린 계모가 없어." 카알이 대답했다.

"계모라는 사람 없어." 아론이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돌아가셨어."

그녀가 꾸며낸 가공의 이야기는 그의 대답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곧이어서 그녀는 다른 이야기를 생각해냈다. 요술지팡이는 사라졌지만, 그녀는 타조 깃이 달린 모자를 쓰고 칠면조 다리가 밖으로 튀어나온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어머니가 없는 작은 고아들아."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의 엄마가 되어줄게. 너희들을 안고 흔들면서 옛날이야기를 해 줄게."

"우리들은 너무 큰데. 네가 넘어질 거야." 카알이 말했다.

에이브라는 그의 거친 모습에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아론은 그의 이야기에 매혹되어 있는 것을 그녀는 보았다. 그는 두 눈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팔에 안겨 흔들거리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감정이 솟아나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녀는 쾌활하게 말했다. "어머니 장례식은 멋있었니?"

"생각이 안 나. 너무 어렸으니까." 아론이 말했다.

"어디에 묻히셨니? 산소에 꽃이라도 놓아드리지. 우리들은 할머니와 앨버트 아저씨에게 항상 그렇게 한단다."

"우리는 몰라." 아론이 말해따.

카알의 눈에는 새로운 흥미의 빛이 떠올랐다. 승리감에 가까운 빛나는 흥미였다. 그는 천진스럽게 말했다. "꽃을 가지고 가게 어머니의 산소가 어디 있는지 아버지에게 물어보겠어."

"나도 같이 갈게." 에이브라가 말했다. "나는 화환을 만들 수 있어.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게." 아론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아차렸다. "너는 화환을 만들고 싶지 않니?"

"만들고 싶어."

그녀는 다시 만져 보아야 했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 보고 뺨을 어루만졌다. "네 엄마가 좋아하실 거야." 그녀가 말했다. "하늘에 있어도 내려다볼 수 있대. 아버지가 그러셔. 아버지는 그런 시도 알고 계셔."

아론이 말했다. "토끼를 싸 줄게. 팬티가 들어 있던 상자가 있어." 그는 고옥에서 뛰어나갔다. 카알은 그가 나가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뭘 보고 웃니?" 에이브라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카알은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눈싸움을 하여 그를 이기려고 애썼다. 그녀는 눈싸움에 선수였으나 카알은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처음엔 수줍음을 느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에이브라의 자제력을 깨뜨리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에 그는 웃었다.

그는 그녀가 형을 더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금발에다 강아지처럼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솔직함을 갖고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다가는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에이브라가 형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벌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 역시 새로운 것이 ㅏ니었다. 그는 그런 능력을 처음 발견한 이래 계속 그렇게 해왔다. 남모르게 벌을 주는 일은 그에게 있어서 일종의 창조물이 되어 있었다.

두 소년의 차이점은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제일 나은지도 모르겠다. 만일 아론이 숲속의 작은 공지에서 개미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경우, 그는 배를 깔고 누워 복잡한 개미의 생활을 관찰할 것이다. 몇몇 놈은 길을 따라 음식을 나르고 다른 놈들은 하얀 알을 나르고, 그는 두 놈이 만나서는 촉각을 마주 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을 볼 것이다. 몇 시간이고 그는 누워서 대지의 경제 생활에 몰두할 것이다.

한편 카알이 같은 개미탑을 우연히 대하게 되는 경우, 그는 탑을 발길로 차서 산산조각이 나게 하고는, 개미들이 미친 듯이 날뛰면서 발길로 차서 산산조각이 나게 하고는, 개미들이 미친 듯이 날뛰면서 재앙에 대처하는 꼴을 지켜볼 것이다. 아론이 그의 세계의 일원이 되어 만족한다고 한다면 카알은 그것을 변화시켜야만 했다.

카알은 사람들이 형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실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그는 계획을 꾸미고서 칭찬을 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데, 피해자는 그 이유와 방법을 까맣게 모르게 되었다. 카알은 복수심에서 강력한 힘을, 그리고 그 힘에서 기쁨을 유출해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하고 철저한 감정이었다. 그는 아론을 미워하기는커녕 좋아했다. 아론은 카알에게 승리감을 안겨주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앙갚음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론만큼 사랑을 바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아론이 갖고 있는 것보다도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에이브라는 아론을 어루만지고 부드러운 말을 꺼냄으로써 카알의 마음속의 어떤 작용에 불을 질러 놓았다. 카알의 반응은 자동적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에이브라의 약점을 찾고 있었다. 그는 하도 영리했기 때문에 그녀의 말속에서 약점을 곧 잡아냈다. 어떤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어했다. 자기 나이에 만족하는 아이는 별로 없었다. 에이브라는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어른이 쓰는 말을 했고 할수만 있다면 어른의 태도와 감정을 가졌다. 유아기는 저 뒤에 남겨 놓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선망하고 있는 어른이 될 수는 없었다. 카알은 이것을 감지했다. 이것이 그녀의 개미탑을 부숴버릴 도구를 마련해 주었다.

형이 상자를 찾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그는 알고 있었다. 일이 되어가는 것을 속으로 그려 볼 수 있었다. 그는 토끼의 피를 닦아내려고 할텐데. 그러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끈을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나비 모양으로 끈을 매는 데는 더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는 그동안 자기가 승리를 거두게 될 것도 알고 있었다. 에이브라의 확신이 흔들리고, 또 그것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드디어 에이브라는 그에게서 눈길을 돌리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카알은 그녀를 마치 의자이기나 한 것처럼 냉정하게 발끝에서부터 위쪽으로 훑어 올라가며 보았다. 그는 이렇게 하면 어른이라도 신경질 나게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나를 얕보는 거니?"

카알이 물었다. "너 학교에 다니니?"

"물론이지."

"몇 학년이냐?"

"5학년."

"몇 살이냐?"

"열 한 살이 돼."

카알이 물었다.

"뭐 안된 것 있니?" 그녀가 다그쳤다. 그래도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말해 봐! 뭐가 우스워?" 대답이 없었다. "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가 계속 웃자, 그녀는 불안한 듯 말했다. "네 형은 무엇하느라고 이렇게 시간이 걸리지. 이것 봐. 비가 그쳤어."

카알이 말했다. "찾고 있는 중일 거야."

"토끼 말이니?"

"아니, 그것은 있는걸. 죽었으니까. 그러나 다른 것은 잡을 수 없을 거야. 도망을 가니까."

"무엇을 잡아. 무엇이 도망간단 말이야?"

"형은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걸." 카알이 말했다. "그것을 뜻밖의 선물로 하고 싶을 거야. 지난 금요일에 잡았지. 그도 물렸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카알이 말했다. "상자를 열어 보면 알게 될 거야. 그는 너더러 바로 열지 말라고 할 거야." 이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카알은 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브라는 자기가 이 싸움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이 소년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가 알고 있는 치명적인 반격을 생각해 보았으나 아무 효과도 거둘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힘없이 포기하고 말았다. 그녀는 문밖으로 걸어나가 부모가 있는 집을 바라보았다.

"나갈 테야." 그녀가 말했다.

"기다려." 카알이 말했다.

그가 쫓아오자 그녀는 몸을 뒤로 돌렸다. "왜 그래?" 그녀가 냉정하게 물었다.

"나한테 화내지 마. 여기서 일어나는 일을 너는 몰라. 형의 등을 봐야해."

그의 달라진 말투가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녀가 한 가지 태도를 취하게 놔두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낭만적인 상황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그의 목소리는 은밀하게 낮아졌다. 그의 목소리에 맞추어 그녀도 목소리를 낮추었다.

"무슨 뜻이니? 등이 어떻게 됐다는 거니?"

"흉터 투성이야." 카알이 말했다. "중국 사람이 그랬어."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흥미로워서 몸을 긴장시켰다.

"그가 어떻게 하는데 때리니?"

"그 정도가 아니야." 카알이 대답했다.

"왜 아버지한테 이르지 않니?"

"감히 못 그러지. 이르면 어떻게 될지 알지?"

"몰라. 어떻게 되는데?"

그는 머리를 저었다. "안돼." 그는 주의깊게 생각하는 듯했다. "너한테도 감히 말 못해."

그때 리이가 고무 타이어가 달린 높고 기다란 마차를 끄는 베이컨의 말을 끌면서 마굿간에서 나왔다. 베이컨 부부는 집 안에서 나와 기계적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카알이 말했다. "지금 이야기해 줄 수는 없어. 얘기해 주면 리이 아저씨가 알 테니까."

베이컨 부이이 소리쳤다. "에이브라! 서둘러라! 우린 간다."

리이가 다루기 힘든 말을 잡고 있는 동안, 베이컨 부인은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아론이 줄을 나비 모양으로 묘하게 맨 마분지 상자를 들고 집위에서 뛰어나왔다. 그는 상자를 에이브라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어. 집에 가서 열어 봐."

카알은 에이브라의 얼굴에 동요의 빛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손을 움츠리고 상자를 받지 않았다.

"받아라." 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다. "서둘러야지. 너무 늦었다." 그는 상자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카알이 그녀의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가만히 할 이야기가 있어." 그는 입을 그녀의 귀 쪽으로 가까이 대었다.

"네 팬티가 젖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보닛을 푹 눌러썼다. 베이컨 부인은 그녀를 안아서 마차 위에 올려놓았다.

리이와 아담과 쌍둥이들은 말이 재빨리 걸어 나가는 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첫 모퉁이를 돌아가기도 전에 에이브라의 손이 올라오더니 상자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길 위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카알은 형의 얼굴을 보았다. 비참한 모습이 아론의 눈에 나타났다. 아담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리이가 쟁반에 병아리 모이를 들고 닭장으로 떠나자, 카알은 형의 어깨를 안심이나 시키듯이 얼싸안았다.

"나는 그 애와 결혼하고 싶어서 상자 안에 구혼장을 넣었는데." 아론이 말했다.

"슬퍼하지마. 내 총을 빌려 줄게." 카알이 말했다.

아론이 고개를 홱 돌렸다. "너는 총이 없지 않아."

"내가 없다고?" 카알이 말했다. "내가 없다고?"

 

28

 

1

아버지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을 소년들이 발견한 것은 저녁 식사 때였다. 그들은 아버지를 그저 있는 존재 - 들어도 귀담아듣지 않고 보아도 인식을 못 하는 존재로 알고 있었다. 구름과 같은 아버지였다. 소년들은 자기들의 흥미나 발견이나 필요에 대하여 그에게 말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리이가 성인 세계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리이는 그들을 키우고, 먹이고, 옷을 입히고 훈련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부친에 대한 존경심도 심어 주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서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아버지의 말과 지시는 리이를 통하여 수행되었다. 물론 리이는 자기가 그것을 만들어 냈었지만 아담의 말이라고 돌렸다.

아담이 샐리너스에서 돌아온 첫날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하고 쳐다보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 카알과 아론은 처음엔 놀랐고 다음에는 당황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그들은 겁이 났다.

아담이 말했다. "너희들, 오늘 사냥을 갔었다지?"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소년들은 조심스럽게 되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론이 긍정했다. "그랬습니다."

"뭐 잡은 거라도 있니?"

이번엔 오래 있다가 말했다. "잡았어요."

"무엇을 잡았는데?"

"토끼입니다."

"화살로? 누가 잡았니?"

아론이 말했다. "둘이 쐈어요. 누구의 화살이 맞았는지 모르겠어요."

아담이 말했다. "제 화살을 제가 몰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제 화살엔 표시를 해놓았었지."

이번엔 아론이 문제가 생길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카알이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그것은 내 화살이었어요. 틀림없어요. 그러나 내 화살이 아론의 화살통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죠."

"어떻게 돼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니?"

"모르겠어요." 카알이 말했다. "그러나 저는 토끼를 맞춘 것은 아론이라고 생각해요."

아담은 눈길을 돌렸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맞췄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확실치는 않죠."

"너희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구나."

두 소년의 얼굴에서 걱정이 사라졌다. 그것이 함정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끼는 어디 있니?" 아담이 물었다.

카알이 말했다. "아론이 에이브라에게 선물로 주었어요."

"그런데 그 애가 내버렸어요." 아론이 말했다.

"?"

"모르겠어요. 그 애와 결혼하고 싶었어요."

"그랬어?"

"."

"카알, 너는 어땠니?"

"아론에게 양보할래요." 카알이 말했다.

아담이 웃었다. 아버지가 웃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그들에겐 없었다. "그 애가 예쁘던?" 그가 물었다.

"그랬어요." 아론이 말했다. "그 애는 훌륭해요. 틀림없어요. 착하고 예쁘죠."

"내 며느리가 된다면야 기쁜일이지."

리이는 식탁을 치우고 나서 부엌에서 재빠른 소리를 내더니 이내 돌아왔다. "잘 준비들 됐니?" 리이가 물었다.

소년들이 항의하듯 쳐다 보았다. 아담이 말했다. "앉아요. 애들도 잠깐 앉아 있게 하고."

"장부를 정리해 놓았어요. 검사는 나중에 하죠." 리이가 말했다.

"무슨 장부를?"

"집과 농장에 관한 계산 이죠. 현재의 상태를 알고 싶다고 말씀하셨지 않아요."

"지난 10년간의 재산은 아니겠지?"

"전에는 골치를 썩히고 싶지 않다고 하셨지요?"

"맞는 소리야. ?든 잠깐 앉아. 아론이 오늘 여기 왔던 어린 처녀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거야."

"약혼을 했나요?" 리이가 물었다.

"그 여자애가 아직 수락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아담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카알은 집안의 변화한 분위기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외경을 재빨리 거두고, 이 개미캅을 차 굴릴 방법을 결정하려고 고심하면서 개미탑을 용의주도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 여자아이는 정말로 좋은 아이예요. 나도 좋아요. 이유를 아세요? 우리 어머니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아버지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요. 그러면 우리가 화환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요."

"아버지, 할 수 있어요?" 아론이 물었다. "화환 만드는 법도 가르쳐 주겠다고 했어요."

아담의 마음은 줄달음질을 쳤다. 그는 거짓말을 잘 꺼내지 못했다. 그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았었다. 거짓말을 풀려 나오자 그는 깜짝 놀랐다. 거짓말이 너무도 빨리 생각났고 입심 좋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얘들아,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말해 주지. 어머니의 무덤은 저 멀리 고향에 있단다."

"왜요?" 아론이 물었다.

"자기들이 태어난 곳에 묻히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지."

"어머니는 거기를 어떻게 갔어요?" 카알이 물었다.

"기차에 태워 고향으로 보냈지. 리이, 그랬지?"

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그래요. 중국 사람들도 거의가 죽으면 고향으로 보내지죠." 리이가 말했다.

"알고 있어. 전에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잖아요." 아론이 리이에게 말해따.

"그랬지?" 리이가 말했다.

"틀림없어." 카알이 말했다. 그는 막연히나마 실망했다.

아담이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네이컨 씨가 오늘 오후에 제안을 하셨다. 너희들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샐리너스로 이사를 가면 너희들에게 더 좋아질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어. 학교도 더 좋고 같이 늘 놀 친구도 많고."

이 말이 쌍둥이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카알이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하구요?"

"글세, 돌아오고 싶을 때를 생각하여 농장은 그대로 둘까 한다."

아론이 말했다. "에이브라는 샐리너스에 산대요." 아론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이미 미끄러져 떨어지던 상자를 잊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작은 에이프런과 보닛과 보드랍고 작은 손가락뿐이었다.

아담이 말했다. "너희들도 생각해 봐라. , 이제는 너희들은 자러 가야 할까 보다. 오늘은 왜 학교엘 안 갔니?"

"선생님이 아프세요." 아론이 말했다.

리이가 그것을 확인했다. "컬프 선생님은 사흘 동안이나 아프세요. 월요일까지는 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요. 애들아, 가자."

그들은 순순히 그를 따라 방 밖으로 나갔다.

 

2

아담은 앉아서 막연히 램프로 보고 미소를 지으며 집게손가락으로 무릎을 치고 있을 때 리이가 돌아왔다. 아담이 물었다. "애들이 무얼 아나?"

"모르겠는데요." 리이가 대답했다.

"글세, 소녀 때문이겠지."

리이는 부엌으로 갔다가 커다란 마분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여기에 계산서가 있어요. 1년분마다 고무 밴드로 묶어 놓았지요. 훑어보았는데 완전해요."

"계산서 전분가?"

리이가 말했다. "1년마다 장부가 있고 영수증이 모두 붙었죠. 현재의 상태를 아시고 싶다고 하셨죠. 여기 있습니다. 전부예요. 정말로 이사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세, 생각 중이야."

"아이들에게 사실을 이야기할 어떤 방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어머니에 대한 좋은 생각을 뺏아버리는 꼴이 될 거야."

"다른 위험을 생각해 보셨어요?"

"무슨 말인가?"

"글세, 애들이 나이가 더 들면 말하기가 더 쉬울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것이 최악의 위험은 아니죠." 리이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리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거짓말 그것입니다. 거짓말이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죠. 만일 이 일에 대해서 당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그 사실에 고통을 겪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을 테니까요."

"알겠네. 그러나 내가 무엇을 얘기할 수 있겠나? 전모를 밝힐 수는 없고."

"부분적으로 사실을 얘기할 수도 있지요. 그들이 알게 되어도 당신이 괴롭지 않을 정도로."

"생각해 봐야겠군."

"샐리너스에 살게 되면 더욱 위험하게 될 겁니다."

"생각해 봐야겠네."

리이는 끈덕지게 말을 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부친께서는 어머니 얘기를 해주셨지요. 나에게 틈을 남겨 주시지 않았죠. 내가 자라면서 여러 번 얘기를 해주셨죠. 물론 이야기가 똑같지는 않았죠. 그러나 꽤 무서운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해주셔서 고마워요. 모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얘기를 해주겠나?"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면 아들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바꾸어 놓게 할지도 모르죠. 그 여자가 집을 나갔는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도 있죠."

"내가 전모를 알고 있는데?"

"그것이 문제예요. 전부를 얘기하느냐, 부분적인 거짓말을 하느냐에 달려 있지요. 내가 당신한테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것도 생각을 해봐야겠어." 아담이 말했다. "자네 어머니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

"정말 듣고 싶으세요?"

"하고 싶다면야."

"간단한 이야기를 하죠." 리이가 말했다. "나의 첫 기억은 내가 가자밭 가운데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아버지와 단둘이서 살고 있다는 것과 아버지가 어머니 이야기를 해주던 것이지요. 아버지는 광둥어를 했지만, 그 이야기를 할 때에는 언제나 가락이 높고 아름다운 북경 관화를 사용하셨죠. 그러면 말씀드리죠 - " 리이는 기억을 더듬었다.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은, 여기 서부에 철로를 건설할 때 땅을 고른다든지 침묵을 놓는다든지 철도를 박는 것 같은 고된 일은 수천 명의 중국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중국인들은 노임이 싸고 열심히 일을 하고 죽더라도 누구 하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들은 대부분 광동에서 징발되어왔었는데 광동인들은 체구가 작고 힘이 세고 끈덕진데다가 싸움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들은 계약을 맺고 들어왔는데 아마도 제 부친의 역사야말로 그 대표적인 것일 겁니다.

중국 사람들은 설날이나, 아니면 그 이전에 모든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아셔야 하죠. 새해를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죠. 만일 갚지 못하면 그는 체면을 잃게 되죠.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체면이 깎이죠.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나쁜 생각이 아니구먼." 아담이 말했다.

"나쁘든 좋든 사실이 그랬죠. 부친은 운이 나빴어요. 빚을 갚을 수 없었어요. 가족이 모여 사후책을 논의했죠. 우리 집은 훌륭한 가문이었어요. 불행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요. 그러나 갚지 못한 빚은 전 가문의 빚이었어요. 그들이 부친의 빚을 갚아 주고 부친은 되갚아야 했지요. 그러나 그것도 거의 불가능했어요. 철도 회사의 노동자 모집원은 한 가지 일을 하는 데 계약을 맺고 많은 돈을 즉석에서 지불해 주었죠. 그들은 이렇게 하여 빚더미에 앉은 많은 사람을 잡았죠. 이것은 전적으로 합리적이고 명예스러운 것이었죠. 그러나 암담한 슬픔이 남았을 뿐이지요. 부친은 갓 결혼한 청년이었는데 아내와의 사이는 대단히 강하고 깊고 따뜻했었죠. 남편에 대한 그분의 관계도 정말 압도적이 었던 것이 틀림없어요. 그러나 그들은 가족이 모인 가운데에서 예의 바르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죠. 어쩌면 공식적인 예의범절이 가슴이 터질 듯한 괴로움을 덜어주는 완충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저는 가끔씩 했지요. 남자들은 떼를 지어 동물처럼 컴컴한 선창에 실리어 6주를 항해한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지요. 이 선창이 어떠했었는가는 상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인간 상품들은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에서 배달되어야만 했기 때문에 학대받지는 않았죠. 그리고 우리 중국 사람들은 여러 세대를 거쳐 참을 수 없는 조건하에서도 함께 살고 몸을 깨끗이 하고 연명하는 것을 배워 왔죠. 1주일을 바다에서 지낸 후에 부친께서는 어머니를 발견하셨죠. 어머니는 남자처럼 옷차림을 하고 변발 모양 머리카락을 땋고 있었죠. 꼼짝 않고 앉아서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는 발각되지 않았었죠. 그 당시만 해도 검진이니 종두니 하는 것은 물론 없었죠. 어머니는 부친 곁으로 요를 옮겼어요. 어둠 속에서 입을 귀에 대고밖에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어요. 부친께서는 어머니가 마릉ㄹ 듣지 않는다고 화를 냈지만, 역시 기쁘기도 하셨죠. 일이 이렇게 되었어요. 그들은 5년 동안 중노동을 하도록 되어 있었죠. 일단 미국에 발을 들여 논 이상 도망을 갈 수는 없었어요. 그들은 명예로운 민족이거니와 계약에 서명을 했었으니까요."

리이가 말을 멈췄다. "몇 마디로 말을 끝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나 당신은 배경을 모르고 계시죠. 물 한 잔 마시고 싶은데요 안 드시겠어요?"

"들지." 아담이 말했다.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군. 여자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곧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부엌으로 가서 양철 컵에 물을 들고 돌아와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무엇을 알고 싶으셨죠?"

"자네 모친께서 어떻게 남자 일을 할 수 있었느냐 말이야?"

리이가 미소를 지었다. "부친 말씀이 어머니는 강인하셨다고 해요. 나는 강한 여자는 오히려 남자보다도 힘이 세다고 믿고 있지요. 특히 마음속에 사랑을 품고 있으면 말이죠. 사랑을 하는 여자는 거의 불사조처럼 되지요."

아담이 얼굴을 찌푸렸다. 리이가 말했다. "언젠가는 알게 되실 겁니다. 아시게 될 겁니다."

"나쁘게 생각한 것은 아니야. 한 번 경험으로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계속하게."

"지루했던 항해 중에 어머니가 부친에게 귓속말로 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독한 배멀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몸이 불편하였지만 전혀 눈에 띄지 않았죠."

아담이 소리쳤다. "임신을 했던 것은 아니겠지!"

"어머니는 임신을 하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더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거죠."

"모친은 떠날 때 알고 계셨던가?"

"모르고 계셨죠. 나는 가장 불편했던 때에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던 거죠.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는군요."

"이제 중단할 수 없네." 아담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살과 뼈만 가진 인간들이 홍수처럼 가축 화차에 실려 산 위로 올라갔죠. 그들은 산맥의 작은 언덕을 깎아내고 산정 밑에 터널을 파도록 되어 있었죠. 어머니는 다른 화물차에 실려 갔기 때문에 높은 산꼭대기 목초지에 있는 숙소에 가성 부친을 만날 수 있었구요. 그곳은 푸른 풀이 자라고 꽃들이 피어 있고 주위는 눈에 싸인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대단히 아름다웠죠. 그때 가서야 어머니는 부친에게 내 이야기를 했던 거예요. 그들은 일을 시작했어요. 여자의 근육도 남자처럼 단단하게 되는 법이죠. 나의 어머니는 남성 같은 정신력을 갖고 있었죠. 어머니는 자기에게 할당된 곡괭이질과 삽질을 했지만, 끔찍한 일이었음에 틀림없어요. 그러나 두 분은 출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무서운 걱정에 싸여 있었죠."

아담이 말했다. "그들은 무지했던가? 왜 자네 모친은 감독에게 가서 자기는 여잔데 임신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틀림없이 모친을 돌봐주었을 텐데."

"모르시겠어요? 내가 충분히 말씀드리지 않았구먼요. 그래서 말이 길어지는 것이죠. 그들이 무지했던 것이 아니죠. 이 인간 가축들은 일을 시키겠다는 한 가지 목적 때문에 수입된 거예요. 일이 끝나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회송하도록 되어 있었죠. 남자들만 왔죠. - 여자들은 아니에요. 이 나라는 그들이 번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죠. 남자와 여자와 자식이 있으면 그들은 열심히 일을 하여 주위에 있는 땅을 모르고 집을 마련하게 되죠. 그러면 그들을 뿌리째 뽑아버리기란 불가능하게 되죠. 그러나 신경질적이고 육욕적이고 불안하고 여자가 그리워 반 미쳐 있는 남자들의 무리란 어디든 가게 되죠. 특히 고향으로 가려고 하죠. 어머니야말로 반 미쳐 있고 반 야만적인 남자들 무리 중에 유일한 여자였죠. 남자들이란 오랫동안 일을 하고 먹고 하면 더욱 불안하게 되죠. 감독들이 보기에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제재를 하지 않으면 위험스럽게 되는 동물들이었죠. 나의 어머니가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 아시겠어요? 그들은 어머니를 숙소 밖으로 쫓아내지 않았으며 - 누가 알아요? - 사살을 하여 병든 소처럼 매장을 했을지도 모르죠. 조그마한 소동을 피웠다고 해서 열다섯 명이나 사살되었죠. 우리 불쌍한 종족들이 질서를 유지하 위해 익혀온 그 유일한 방법으로 그들은 질서를 유지했지요. 더 좋은 방법들이 있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우리들은 배우지 않았죠 - 채찍과 밧줄과 총이 항상 있었을 뿐이죠. 이런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어야 했을 것을 - "

"나에게 이야기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담이 물었다.

"나에게 이 말씀을 해주시던 때의 부친 얼굴이 눈에 선허군요. 옛날의 처참함이 생생하게, 그리고 아픔을 안고 되돌아오는군요. 부친께서는 이 이야기를 하실 때는 말을 멈추고 정신을 차려야 하셨죠. 다시 말을 계속하실 때에는 엄숙하게 이야기를 하셨죠. 그리고 생경하고 날카로운 말을 사용하셨는데 마치 그 말로 자신을 자르기라도 하고 싶은 듯했었지요. 두 분은 숙질간이라고 우겨 가까이서 함께 있을 수 있었지요. 여러 달이 흘렀지만 다행히도 어머니는 배가 그리 부르지 않으셨어요. 어머니는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고통 속에서 일을 했지요. "내 조카는 어린데다가 뼈가 약하다고 변명을 늘어놓고서 부친은 어머니를 약간 도와줄 수 있었죠. 그들은 아무 계획도 없었어요. 무엇을 해야 될지도 몰랐어요. 그러다가 부친께서 한가지 계획을 짜냈어요. 높은 산 속의 목초지로 도망을 가서 한 호수가에 굴을 파고 어머니가 안전하게 되고 어린아이가 태어난 후에, 부친께서는 되돌아와 벌을 받는 것이었죠. 그리고 과오를 저지른 조카 대신 5년간을 더 일하겠다는데 서약을 할 생각이었죠. 도피야말로 기막힌 일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영일한 생각으로 보였죠. 그 계획에는 두 가지 필수 조건이 있었죠 - 적시를 택하는 것과 음식 공급이 필요했었죠."

리이는 "나의 부모님은 - " 이렇게 말을 하다가, 그 말을 한 거에 대해 미소를 지어 그만두었다. 그 말이 아주 좋은 듯 느껴져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께서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요. 일급 쌀을 조금씩 아껴서 요밑에 감추었죠. 지급되는 성냥을 아끼기 위해 담배를 끊었죠. 어머니께서는 눈에 띄는 헝겊 조각이라곤 죄다 모으시고 올이 풀리는 헝겊에서 실을 뽑고 나무 가시로 꿰매어 나를 위한 포대기를 만드셨죠. 어머니를 알았었으면 해요."

"나도 그래." 아담이 말했다. "이 이야기를 햄 해밀튼에게 했던가?"

"안 했어요.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분은 인간 영혼의 찬양을 좋아하셨으니 말이지요. 그분에게는 이런 일이 개인의 승리 같았을 거예요."

"그분들이 거기에 도착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담이 말했다.

"알겠어요. 부친께서 이야기를 해주실 때, 나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호수에 가게 해주세요 - 엄마를 그곳에 가세요 -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이번만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어떻게 아버지가 호수엘 가서 전나무 가지로 집을 짓게 되었는지 말해 주세요." 그러면 아버지는 더욱 중국인답게 됐지요. "비록 두려운 미라 하더라도 진실 속에 더한 미가 있는 법이다. 성문밖에 있는 이야기꾼들은 인생을 뒤틀리게 하여 게으른 자와 어리석은 자와 나약한 자에게 달콤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러면 그것은 그들의 약점을 더욱 허약하게 만들고 교훈적이 못 되고 아무것도 치유하지 못하고 마음을 고양시키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하게." 아담이 초조한 듯이 말했다. 리이는 일어서서 창가로 갔다. 그는 3월 바람에 흔들리면서 빛나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끝냈다.

"제법 큰 돌이 언덕에서 굴러 내려와 부친의 다리를 부숴 놓았어요. 그들은 뼈를 맞춰 주고는 절름발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맡겼어요. 헌 못을 바위 위에 펴놓고 망치로 펴는 일이었지요. 걱정 때문이었는지, 고된 일 때문이었든지 - 그건 상관없는 일이지만 - 어머니는 달이 차기도 전에 산기가 일어났죠. 반 미치광이 남자들은 이를 알고 모두 미쳐 버렸어요. 허기는 허기를 낳고 죄는 앞서의 죄를 지워버렸죠. 허기에 찬 사내들 앞에 저지른 작은 죄들이 하나의 커다란 광적 죄악으로 불타올랐죠."

부친은 "여자다." 하고 소리치는 고성을 듣고 알았죠. 부친은 뛰어가려다가 다리를 다시 부러뜨렸지만 울퉁불퉁한 비탈길을 기어올라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철로 노상으로 갔죠.

부친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일종의 슬픔이 하늘을 이미 뒤덮고 있었죠. 광동 사나이들은 인간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추고 잊기 위해 슬금슬금 도망치고 있었죠. 부친은 혈암 더미에 있는 어머니에게로 갔죠. 어머니는 눈을 뜨고 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지만 그래도 입을 움직여 지시를 했죠. 부친은 형편없이 된 어머니의 몸에서 손가락으로 나를 끄집어냈어요. 어머니는 오후에 혈암 위에서 세상을 떠났지요." 아담은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리이는 노래하듯 말을 이었다. "그들을 증오하기에 앞서 이것을 아셔야 해요. 부친께서는 늘 마지막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처럼 보실핌을 받은 아이도 없을 거라구요. 야영지의 전체 사람들이 나의 어머니가 되었죠. 이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일이죠. 두려운 미라고나 할까요. 이제 주무시죠. 더 이야기를 할 수 없구먼요."

 

3

아담은 집안에서 불안하게 서랍을 열기도 하고 선반을 쳐다보기도 하고 상자 뚜껑을 열기도 했다. 그는 결국 리이를 불러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잉크와 펜이 어디 있지?"

"없어요. 몇 년이 지나도록 글 하나 쓰지 않으셨잖아요. 필요하시다면 제 것을 빌려 드리죠." 리이는 자기 방으로 가서 땅딸막한 잉크병과 무딘 펜과 편지지와 봉투를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아담이 물었다. "편지를 쓰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동생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시는 것 아닙니까?"

"맞았어."

"편지를 쓰지 않다가 쓰기란 힘들 겁니다."

사실은 힘이 들었다. 아담은 펜을 물어 뜯었다. 입은 긴장하여 비뚤어져 있었다. 몇 줄 쓰다가는 찢어버리고 다시 시작했다. 펜대로 머리를 긁었다. "리이ㅡ 동부에 좀 갔다 올 테니 돌아올 때까지 애들과 같이 좀 있겠나?"

"편지를 쓰는 것보다는 가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리이가 말했다. ", 있지요."

"아니야, 편지를 써야겠어."

"동생보고 이리로 오라고 그러지 그러세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 난 그걸 생각하지 못했군."

"편지 쓰는 구실도 될 거고, 그것이 좋을 겁니다."

그러자 편지가 술술 나갔다. 정정을 하고 다시 잘 베꼈다. 그는 혼자 천천히 읽고 나서 봉투에 넣었다.

"찰스에게" 편지는 이렇게 나갔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가 내 소식을 듣고 놀랄 것이다. 여러 번 마음은 있었지만 여의치 못했다. 편지를 뭉기적뭉기적 못 쓰게 되는 이유를 너도 알지 않니. 이 편지가 닿을 때에는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구나. 건강하리라고 믿는다. 지금쯤은 네게도 자식이 다섯, 아니 열까지도 딸려 있는지 모르겠구나. ! ! 나에겐 아들 둘이 있는데 쌍둥이야. 에미는 여기 없단다. 시골 생활이 그 여자에게 맞지 않았던 거야. 그 여자는 가까운 읍에 사는데 종종 만난다. 나는 좋은 농장을 갖고 있다. 부끄럽게도 경작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부터 잘해 볼 작정이다. 나는 항상 결심을 잘했지. 그러나 몇 년 동안 비참했어.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일은 잘돼 가느냐? 보고 싶구나. 여기 한 번 오지 않겠니? 좋은 고장인 양 정착하고 싶은 곳을 발견할지도 모르지. 여기엔 추운 겨울이 없다. 우리들 같이 늙은 사람들에게는 큰 차이가 있지. ! ! 찰스야. 잘 생각해 보고 알려 주려무나. 여행을 하면 너에게도 좋을 거야. 보고 싶다. 글로 쓸 수는 없지만 할 얘기가 많다. 찰스, 옛집의 소식을 모조리 적어 보내거라.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리라고 생각된다. 너도 늙어가면서 네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이야기를 대부분 들었을 거다.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 아니냐. 올 수 있는지를 빨리 알려다오. 형 아담 씀."

그는 편지를 들고 앉아서 이마에 흉이 진 동생의 검은 얼굴을 그려 보고 있었다. 동생의 갈색 눈에서는 열기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가 쳐다볼 때 입술이 올라가며 이빨이 나타났고 맹목적인 파괴적 동물성이 드러났다. 그는 머리를 저어 그 모습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다시 미소 짓는 얼굴을 다시 그려보려고 애를 썼다. 흉터가 있기 전의 이마를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그는 펜을 들어 사인 밑에 추신을 적었다. "추신. 나는 어쨌든 너를 미워하지 않았다. 너는 내 동생이기에 항상 사랑했다."

아담은 편지를 접고 손톱으로 싹싹 문질렀다. 그리고 봉투를 주먹으로 눌러 붙였다. "리이!" 그가 불렀다.

중국인이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편지가 동부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동부 끝까지 갈려면?"

"잘 모르겠는데요. 2주는 걸리겠죠."

 

29

1

10여 년이 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동생에게 편지를 부치고 나서, 아담은 회답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잊고 있었다. 편지가 샌프란시스코에도 미처 도착하기 전에 그는 리이에게 큰 소리로 묻고 있었다. "왜 회답을 안 할까?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화가난 걸까? 하지만 저도 편지를 쓰지 않고서. 아니지 - 여기 주소를 모르지. 이사를 갔는지도 모르지."

리이가 대답했다. "며칠밖에 안 됐는 걸요. 기다리시죠."

"동생이 정말 여기에 올까?" 그는 자문도 해보았다. 그리고 찰스가 오는 것을 자기가 정말 바라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았다. 편지를 부쳤기 때문에 그는 찰스가 수락을 할지도 몰라서 겁이 났다. 그는 챙겨놓지 않은 물건이면 아무데나 손가락을 대보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는 쌍둥이들을 간섭하기도 하고 학교에 관해서 수많은 질문을 했다.

"오늘은 무엇을 배웠니?"

"아무것도 안 배웠어요!"

"저런! 무엇이든 배웠을 테지. 책을 읽었니?"

"."

"무엇을?"

"메뚜기와 개미 얘기에요."

"재미있지?"

"독수리가 아기를 채가는 이야기도 있어요."

"나도 기억나는구나. 줄거리는 잊었다만."

"아직 거기까지 나가지는 않았어요. 그림을 봤죠."

소년들은 싫증이 났다. 아담이 서투른 아버지 노릇을 하고 있는 동안, 카알은 아버지가 잊어버리고 되돌려 달라고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주머니칼을 빌었다. 버드나무에는 물이 잘 올라 있었다. 나뭇가지에서 껍질이 쉽게 벗겨졌다. 아담은 칼을 되받아 버들피리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3년 전에 리이가 이미 가르쳐 준 것이었다. 그런데 아담은 자르는 법을 잊고 있었다. 버들피리에서 소리를 나게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오후 윌 해밀튼은 엔진 소리도 크게 새 포드 차를 몰고 왔다. 자동차는 저속 기어로 달리고 있었는데 차 꼭대기는 폭풍에 몰리는 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차체에 달린 놋쇠 라디 에이터와 프레스토라이프 탱크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손 브레이크를 잡아당기고 스위치를 끈 다음 가죽 의자에 등을 기댔다.

차가 과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점화를 하지 않았어도 여러 번 역발을 일으켰다.

"차를 가져왔습니다!" 윌은 거짓 열의를 부렸다. 그는 코드차를 지독하게 싫어했지만 그것 때문에 날마다 거액을 벌고 있었다.

윌 해밀튼이 비대하게 되어 식식대면서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작동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 아담과 리이는 눈에 띄는 차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운전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배우기란 힘들었다. 전 과정이 복잡했을 뿐만 아니라 영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내연 엔진의 이론과 관성의 특징을 알면서 자라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엔진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현대 자동차의 엔진을 시동하기 위해서는 키이를 돌리고 시전기를 연결시키기만 하면 된다. 다른 모든 것은 자동이다. 그 당시에는 작동과정이 더욱 복잡했다. 좋은 기억과 힘센 팔과 천사 같은 성질과 맹목적인 희망분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마술적 훈련을 필요로 했기 때문데, T형 크랭크를 돌리다가 땅에 침을 뱉고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윌 해밀튼은 자동차 설명을 재차 했다. 그의 손님들은 크게 눈을 뜨고 테리어 개처럼 흥미를 갖고 협조적이어서 말을 중단시키지 않지만, 세 번째 설명을 시작했을 때 설명이 잘되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말씀드리죠!" 그는 쾌활하게 말했다. "이것은 나의 전문이 아닙니다. 다만 배달하기 전에 자동차를 보여드리고 또 엔진소리를 들어보시도록 하고 싶었죠. , 나는 지금 돌아갔다가 내일 차와 ka께 전문가를 보내드리죠. 내가 1주일 걸려 할 수 있는 것을 그는 몇 분 만에 더 많은 설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윌은 자기가 해야 할 주의사항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얼마 동안 크랭크를 돌리다가 아담에게서 마차와 말을 빌려 타고 마을로 내려갔다. 다음 날 기술자를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2

다음 날 쌍둥이를 학교에 보낼 여지가 없었다. 보내려 했어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포드 차는 윌이 세워두었던 참나무 밑에 초연하고 냉담하게 높이 서 있었다. 새 자동차 주인들은 빙 둘러서서 위험한 말을 달래기나 하듯이 가끔씩 만져보았다.

리이가 말했다. "나도 이것에 익숙하게 될지 모리겠군요."

"물론 익숙하게 되지." 아담이 자신 없게 말했다. "제일 먼저온 동리를 몰고 다닐 텐데."

"알려고 노력은 하겠어요." 리이가 말했다. "그러나 몰고 다니지는 않겠어요."

두 소년들은 차 안으로 들락날락하면서 무엇인가 손을 댔다가는 뛰어나왔다.

"이 장치는 뭐예요. 아버지?"

"손대지 말아라."

"무엇에 쓰는 거예요?"

"모르겠다. 그렇지만 손대지 말아라.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 아저씨가 아버지한테 설명을 해줬지 않아요?"

"잊어버렸다. , 비켜라. 안 비키면 학교엘 보내겠다. 카알, 내 소리가 들리니? 그걸 열지 마."

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열 한시가 되자 신경질적인 초조감에 휩싸였다. 점심때를 맞추어 기계공이 마차를 몰고 왔다. 그는 복스 구두와 더치스 바지를 입고 있었다. 넓고 네모진 코트는 거의 무릎까지 내렸왔다. 마차에 탄 그의 옆에는 작업복과 도구가 든 가방이 놓여 있었다. 열아홉 살 난 그는 담배를 씹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 강습소에서 3개월 동안 강습을 받고 나서 인간에 대해 지루하지만 커다란 경멸감을 품고 있었다.

그는 침을 뱉고 나서 고삐 줄을 리이에게 던졌다.

"이 형편없는 말을 데리고 가요. 앞뒤가 어딘지 어떻게 알죠?" 그는 특별 열차에서 내리는 대사이거나 한 것처럼 마차에서 내렸다. 그는 쌍동이를 비웃고 나서 냉담하게 아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식사 때에 맞춰 왔죠."

리이와 아담이 마주 쳐다보았다. 그들은 점심 식사를 잊고 있었다.

이 작은 신은 집안에서 마음 내키지 않게 치즈와 빵, 냉고기와, 파이, 커피, 초콜렛 케이크를 받아 들었다.

"나는 더운 점심에 버릇이 들어놔서요. 자동차를 갖고 싶으면 어린애들은 쫓으시죠." 식사를 유유자적하게 들고 베란다에서 잠시 쉰 후에 기계공은 가방을 들고 아담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그는 줄무늬 작업복에다 정면에 포드라고 쓰여 있는 하얀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공부 좀 하셨습니까?" 그가 말했다.

"공부라니?" 아담이 물었다.

"시트 밑에 있는 설명서를 읽지도 않으셨어요?"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담이 말했다.

"아이고." 젊은 친구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말해다. 그는 직업적인 도의심을 가다듬고 단호하게 차를 향해 갔다. "시작하는 것이 좋겠군요.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군요."

아담이 말했다. "해밀튼 씨는 어젯밤에 발동을 걸지 못했지."

"그분은 항상 자기 시동기로 발동을 걸려고 하죠." 현명한 체하며 청년이 말했다. "좋아요. 시작합시다. 내연기관의 원리는 알고 계시죠?"

"모르는데." 아담이 말했다.

"아이고!" 그는 양철 뚜껑을 열었다. "이것이 내연 엔진이예요!"

리이가 조용히 말했다. "젊은 사람이 박식하군."

청년은 그에게 몸을 홱 돌려 얼굴을 찌푸렸다.

"뭐라고 했소?" 그가 다그쳤다. 그러고 나서 아담에게 물었다. "중국놈이 뭐라고 했어요?"

리이는 손바닥을 펼치고 온화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주 영리한 친구라고 했소." 그는 조용히 말했다. "대학엘 다니는 모양이지. 아주 현명해요."

"조우라고 불러 줘!" 청년은 아무 이유 없이 말했다. "대학이라고! 그 친구들이 뭘 알아? 점화기를 달 줄 아나, 줄로 깎을 줄 아나! 대학이라!" 그는 갈색 침을 땅바닥에 퇘 하고 뱉었다. 쌍둥이들은 그를 부럽게 생각했다. 카알은 자기도 연습을 해보기 위해 혀 속에 침을 모았다.

아담이 말했다. "리이는 자네가 일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칭찬을 하는 걸세."

청년에게서 잔인성이 사라지고 대신 아량이 나타났다. "나는 조오야. 그것을 알아야 했어. 시카고에 있는 자동차 학교엘 다녔지. 그것이 진짜 학교야 - 대학 같은 것이 다 뭐야. 우리 주인이 그러는데 훌륭한 중국놈을 데리고 있대요 - 내 뜻은 중국 사람이야 - 그는 누구보다도 훌륭하대요. 정직하니까."

"그러나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나쁜 사람이오."

"아니야. 나쁜 사람은 정직하지 않은 거요. 그러나 좋은 중국인은 정직하지."

"나도 그런 부류에 포함되었으면 좋겠소."

"착한 중국 사람같이 보이는데 뭐. 조오라고 불러 줘."

아담은 그 대화에 어리둥절했으나 쌍둥이는 그렇지 않았다. 카알이 시험 삼아 아론에게 말했다. "조오라고 불러 줘." 그러자 아론도 시험 삼아 입을 놀렸다. "조오라고 불러 줘."

기계공은 다시 직업적이 되었으나 어조는 더욱 친절해졌다. 즐거운 듯한 우정이 앞서 경멸 대신 나타났다. "이것이 내연 엔진이에요." 그들은 외경심을 가지고 볼썽 사나운 쇠뭉치를 보았다.

이제 청년의 말은 빨라지면서 새 시대의 위대한 노래처럼 들렸다. "밀폐된 공간에 가스가 폭발하여 작동되죠. 폭발력은 피스톤에 작용되고 연결쇠와 크랭크 샤프트를 통하여 뒷바퀴로 연결돼요. 아시겠어요?" 그들은 물 흐르듯 흐르는 말을 멈추게 하기를 두려워하면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2기통과 4기통, 두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4기통이에요. 아시겠어요?"

그들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들도 선망의 눈초리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는데." 아담이 말했다.

조오는 서둘러서 설명을 계속했다. "포드 차가 다른 차들과 다른 중요한 점은 혁신적인 원칙에 따라 작동하는 유성 전동장치가 있다는 거예요." 그는 얼굴에 긴장한 빛을 띠면서 잠시 동안 말을 멈췄다. 네 사람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것으로 전부를 알게 되었다고는 생각지 말아요. 유성 전동장치란 걸 잊지 마세요. 혁신적인 것이에요. 설명서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이 좋아요. 이제 알았으면 자동차 작동으로 들어갑시다." 그는 이것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는 설명의 제1부를 끝내게 되어 기뻐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보다도 듣는 사람들이 더욱 기뻐했다. 집중력이 그들에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마디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집중력을 더 향상시켰던 것은 아니다.

"돌아서 이리 오세요. 저기 저것이 보이죠. 점화 키이예요. 저걸 돌리면 앞으로 나갈 준비가 된 거죠. , 이 장치를 왼쪽으로 돌려요. 그러면 배터리로 연결되죠. 봐요. 전자가 써 있죠. 배터리라는 뜻이에요." 그들은 목을 차 안으로 길게 뽑았다. 쌍둥이들은 디딤대를 밟고 서 있었다.

"아니 - 가만있자. 내가 너무 앞질렀구먼. 먼저 스파크를 줄이고 가스를 늘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빌어먹을 놈의 팔을 날려 보낼테니까요. 이게 보이죠? 이게 스파이크에요. 이걸 올려요 - 아시겠죠? - 위로 완전히 위로, 이것이 가스에요. 이것은 아래로 내려요. 설명을 하고 나서 실제로 해보겠어요. 관심을 가져주세요.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요. 햇빛을 막고 있으니 말이야. 내리라니까. 빌어먹을." 아디들은 싫지만 디딤대에서 내려 문 너머로 쳐다보았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준비됐죠? 스파크를 줄이고 가스를 올리고, 스파크를 올리고 가스를 내리고, 이번엔 배터리에서 스위치를 넣어요. 왼쪽이에요. 기억하세요." 커다란 벌 같은 소리가 들렸다. "들려요? 저것이 코일 복스 하나에 연결됐다는 거에요. 이해가 안 되면 요점을 정리해 놓고 요점을 철해 두어도 좋지요." 그는 아담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설명서를 자세히 연구하세요." 그는 친절하게 말했다.

그는 차 앞으로 갔다. "이것이 크랭크에요. 그리고 라디에이터에서 삐죽 나와 있는 작은 철사가 보이죠? 저게 초크에요. 해보일 테니 잘 보세요. 크랭크는 이렇게 잡고 걸릴 때까지 계속 눌러요.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하고 있는 것이 보이죠? 반대로 엄지손가락을 크랭크 주위에 대고 누르면 튀어나와 엄지손가락을 뭉개 놓지요. 알겠지요?"

그는 쳐다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세히 보세요. 압축을 느낄 때까지 눌렀다 놓았다 해요. 그리고 이 철사를 빼고 나서 가스를 빨아올리도록 조심스럽게 들려요. 빨아올리는 소리가 들리죠? 저게 초크에요. 너무 많이 잡아 당기지 마세요. 그렇게 하면 가스가 넘칠 테니까요. 이제 철사를 놓고 초크를 막 돌리세요. 엔진이 걸리면 빨리 돌아가서 스파크를 늘리고 가스를 줄이지요. 그러고 나서 손을 뻗어 자석 발동기에 스위치를 넣어요. ""라고 쓴 것을 아시죠? 그러면 된 거예요."

듣는 사람들은 기운이 빠졌다. 이런 일들을 다 하고 나서야 엔진이 걸린 것이다.

청년은 그들을 쉬게 하지 않았다. "배울 수 있도록 나를 따라서 해요. 스파크 위로 - 가스 아래로."

그들은 일제히 따라했다. "스파크 위로 - 가스 아래로."

"배터리에 스위치."

"배터리에 스위치."

"압축될 때까지 크랭크, 엄지손가락 아래로."

"압축될 때까지 크랭크, 엄지손가락 아래로."

"천천히 돌려서 - 초크를 빼고."

"천천히 돌려서 - 초크를 빼고."

"빙빙 돌려."

"빙빙 돌려."

"스파크 아래로 - 가스 위로."

"스파크 아래로 - 가스 위로."

"자기에 스위치."

"자기에 스위치."

", 다시 하겠어요. 조오라고 불러 줘."

"그건 아니야. 스파크 위로 - 가스 아래로."

그들이 네 번째 반복을 하고 있을 때 아담에게는 일종의 권태가 몰려왔다. 그에게는 이런 과정이 어리석게 보였다. 잠시 후에 윌 해밀튼이 나지막하고 경쾌한 빨간색 차를 몰고 올 때 그는 해방된 기분이었다. 청년은 다가오는 차를 보고 경애하는 어조로 말했다. "저 차에는 밸브가 열여섯 개나 있지요. 특제에요."

윌은 차에서 몸을 내밀었다. "어떻게 돼가나?"

"잘 돼갑니다." 기계공이 말했다. "빨리들 배워요."

"로이, 자네를 태워 가야겠어. 새 장의차의 베어링이 나갔어. 호크 부인을 위해 내일 열한 시까지는 준비를 해놔야 하니까 자넨 늦게까지 일을 해야겠어."

로이는 효율적으로 몸을 재빨리 움직였다. "옷을 가져오겠어요." 그는 집으로 달려갔다. 그가 가방을 들고 달려올 때 카알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이것 봐요. 아저씨 이름이 조오라고 생각했는데?" 카알이 말했다.

"조오라니, 무슨 말이야?"

"조오라고 불러 달라고 했는데 해밀튼 씨는 로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로이는 웃으면서 차에 뛰어 탔다. "조오라고 불러달라는 말을 왜 했는지 아니?"

"모르겠는데, 왜요?'

"내 이름이 로이니까." 그는 웃음을 거두고 아담에게 엄중히 말했다.

"시트 밑에 있는 설명서를 자세히 읽으세요. 아시겠죠?"

"그렇게 하지." 아담이 말했다.

 

30

 

1

성경에 나오는 시대처럼 그 당시에도 기적들이 있었다. 교습을 받고 난 1주일 후 포드 한 대가 킹 시티 중심가에 큰 소리를 내며 나타나 우체국 앞에 덜덜거리며 멈췄다. 운전대에는 아담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리이가, 그리고 뒷좌석에는 두 소년이 몸을 꼿꼿이 세우고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아담이 차대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브레이크를 밟고 - 가스를 올리고 - 스위치를 끈다." 작은 엔진이 소리를 내다가 멈췄다. 아담은 나른해 있었지만 그래도 자랑스러운 듯이 잠시 동안 등을 기대고 앉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우체국장이 금빛 창살 틈으로 내다보았다. "당신도 그 빌어먹을 놈의 차를 샀구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요." 아담이 말해따.

"트래스크씨, 말을 볼 수 없을 때가 올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시골의 면모가 달라지겠소이다. 모든 것이 덜거덕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체국장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도 그걸 느껴요. 편지를 찾으러 1주일에 한 번씩 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매일 오고 있어. 매일이 뭐야. 하루에 두 번씩일 때도 가끔 있지요. 빌어먹을 놈의 카탈로그를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거지. 늘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의 증오가 하도 격심하여 그가 아직도 포드를 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담은 알았다. 일종의 시기심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사지 않겠소이다." 우체국장의 이 말은 그의 부인이 차를 사자고 졸라대고 있다는 뜻이었다.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은 여자들이었다. 차에는 사회적 지위가 내포되어 있었다.

우체국장은 화가 나서 T 복스에서 편지를 뒤적이다가 긴 편지 봉투를 던졌다. "병원에서나 만납시다." 그는 사악스럽게 말했다.

아담은 그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편지를 받아들고 나왔다.

편지를 별로 받지 않는 사람은 편지를 가볍게 뜯는 법이 아니다. 무게를 들어보고 발신자의 성명과 주소를 읽고 필적을 살피고 소인과 날짜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담은 우체국을 나와 보도를 가로질러 차로 와서야 이런 일들을 했다. 봉투 왼쪽 구석에는 "법률 변호사 벨 로우스 앤드 하비"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조소는 아담의 고향인 코네티컷의 마을이었다.

그는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벨로두스 앤드 하비는 내가 잘 알지. 무슨 용건일까?" 그는 봉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봉투를 뒤집어 뒤를 보았다. 리이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알 텐데요."

"그렇겠군." 일단 뜯어보기로 결심을 하자 그는 주머니칼을 꺼내 커다란 날을 꺼냈다. 칼이 들어갈 곳이 있나를 살폈으나 빈 곳이 없는 것을 알고, 편지 알맹이를 짜르지 않도록 편지를 햇볕에 비춰보고 나서 한쪽으로 가볍게 친 다음 다른 쪽을 잘랐다. 끄트머리로 바람을 불어 넣고는 두 손가락으로 편지를 꺼낸 다음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킹 시티, 아담 트래스크 씨 귀하." 편지는 다소 퉁명스럽게 시작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당신의 주소를 수소문해 보았습니다. 전국의 신문에 광고도 내보았으나 헛일이었습니다. 지방 우체국장이 당신이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우리에게 전송하고서야 당신의 거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담은 그들의 조바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글은 완전히 글투가 달랐다. "알려드리기 슬픈 일입니다만 계씨인 찰스 트래스크는 작고했습니다. 그는 폐를 2주간 앓다가 1012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묘비도 없습니다. 당신이 이 슬픈 일을 맡으시리라 확신합니다." 아담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다음 글을 계속 읽었다. 한숨 소리가 되지 않도록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동생 찰스가 죽었어."

"안 됐습니다." 리이가 말했다. 카알이 말했다. "우리 삼촌이에요?"

"찰스 삼촌이었다." 아담이 말했다.

"나의 삼촌도 되죠?" 아론이 물었다.

"물론이지."

"삼촌이 있었는지를 몰랐어요." 아론이 말했다. "무덤에 꽃을 가져다 놔야지. 에이브라가 도와줄 거예요. 그 앤 좋아할 거예요."

"아주 먼 데다. 이 나라 맨 끝이야."

아론이 흥분하여 말했다. "알았어요. 어머니한테 꽃을 가지고 갈 때 찰스 삼촌에게도 가지고 가야지." 그는 다소 슬픈 듯이 말을 했다. "죽기 전에 삼촌을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죽은 친척이 많아져 가는 것을 느꼈다. "훌륭한 분이었어요?"

"아주 훌륭했지." 아담이 말했다. "카알이 너의 유일한 동생인 것처럼 그도 나의 유일한 동생이었단다."

"아버지도 쌍둥이였어요?"

"아니야 - 쌍둥이는 아니었어."

카알이 물었다. "부자였어요? 부자였다면 우리가 물려받을 거 아니에요."

아담이 엄중하게 말했다. "사람이 죽었을 때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삼촌이 죽었으니까 우리는 슬픈 거야."

"어떻게 내가 슬플 수 있어요?" 카알이 말했다. "한 번도 못봤는데."

리이는 웃음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담은 편지를 다시 보았다. 글투가 또 달랐다.

"고인의 변호사로서 알리기에 즐거운 일이 있는데, 계씨는 근면과 판단력으로 대단한 재산을 남겼습니다. 토지와 유가증권과 현금으로 되어 있는 유산은 10만 달러가 넘습니다. 본 사무실에서 작성 날인된 유서는 우리가 갖고 있으며 요구가 있을 때 송부하겠습니다. 내용에 따르면 모든 재산은 당신과 당신 부인에게 균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부인이 사망한 경우 모든 재산은 당신에게 유산되고, 당신이 사망할 경우 당신 부인에게 유산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편지를 보건대 당신이 생존하고 있기에 축하를 보냅니다. 대리인, 벨로우스 앤드 하비, 조지 하비 씀." 그리고 편지 끝에 휘갈겨 쓴 글얘 있었다. "친애하는 아담? 경기가 좋다고 해서 당신의 축복을 잊지 말게. 팔스는 한 푼도 낭비하지 않았소. 한 푼을 쪼개 쓰면서 큰돈을 준 거요. 당신과 부인이 이 돈에서 다소의 기쁨을 얻기 바라오. 그곳에 좋은 변호사가 일할 자리라도 있는지 모르겠소. 내 얘기요. 옛친구 조지하비."

아담은 편지 너머로 아들들과 리이를 쳐다 보았다. 세 사람은 그자 말을 계속하기를 기다렸다.

"무슨 복잡한 일이라도?" 리이가 물었다.

"아니."

"걱정을 하고 계신 얼굴 같아서."

"아니야, 동생 때문에 슬퍼하고 있는 거지." 아담은 마음속에서 편지의 내용을 정리하려 했으나 남의 둥지에서 알을 낳으려는 암탉처럼 불안을 느꼈다. 골똘히 생각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차 안으로 들어가 차 장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순서를 하나도 기억할 수 없었다.

리이가 물었다. "도와 드릴까요?"

"우스운 일이구먼!" 아담이 말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 잊어버렸단 말이야."

리이와 소년들이 부드럽게 말했다. "스파크 위로 - 가스 밑으로, 배터리에 스위치를 넣고." ", 그렇지." 코인 복스에서 벌소리 같은 것이 크게 들리는 동안 아담은 크랭크를 걸고 스파크를 올리고 배터리에 스위치를 걸었다.

그들이 골짜기의 고르지 않은 길을 지나 참나무 밑을 지날 때 리이가 말했다. "고기 사는 것을 잊었구먼요."

"그랬나? 다른 것은 먹을 게 없나?"

"베이컨과 계란은 어떠세요?"

"그것 좋지."

"내일이면 편지를 부치셔야 할 텐데, 그때 사시죠."

"그래야 하겠군."

저녁 식사 준비되고 있는 동안, 아담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의 도움이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만드는 정도에 그친다 하더라도, 리이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겠다고 아담은 생각했다. 카알은 아론을 밖으로 끌고 나와 높직한 포드가 주차되어있는 차고로 데리고 갔다. 카알은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타라구!" 그가 말했다.

아론이 항의했다. "아버지가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어."

"아버진 모르실 거야, 타라니까!"

아론은 겁을 내면서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카알은 운전대를 좌우로 돌렸다. 그는 뛰뛰 자동차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아론이 항의했다. "아버지가 가까이 말라고 했어."

"아버진 모르실 거야, 타라니까!"

아론은 겁을 내면서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카알은 운전대를 좌우로 돌렸다. 그는 뛰뛰 자동차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 찰스 삼촌은 부자였다고 생각해."

"아니야."

"틀림없다니까."

"그러면 아버지가 거짓말쟁이란 말야?"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틀림없이 삼촌은 부자였더." 그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카알은 상상으로 커어브를 돌면서 운전대를 거칠게 돌렸다. "나는 반드시 알아낼 수 있어."

"무슨 뜻이야?"

"뭐 내기 할래?"

"안 할래." 아론이 말햇다.

"사슴 다리 호각을 걸지? 그 호각에 나는 돌차기 돌을 걸 테니. 저녁 식사 직후에 우리들 보고 자러 가라고 하는지 내기하는 거야. 그렇겠지?"

"그럴 것 같아." 아론은 막연히 대답했다. "이유는 모르겠어."

카알이 말했다. "아버지는 리이에게 말하실 거야. 그러면 나는 들을 거야."

"못할지 알고?"

"내가 고자질이라도 하면."

카알의 눈빛이 싸늘해지고 얼굴색이 검어졌다. 그는 아주 가까이 몸을 굽혔기 때문에 목소리는 속삭임이 되었다.

"너는 말하지 못할 거야. 만일 고자질하면 아버지 칼을 네가 훔쳤다고 할 테니까."

"칼을 훔친 사람이 없는데, 아버지가 갖고 계셔. 칼로 편지를 잘랐는데."

카알은 싸늘하게 웃었다. "내일 말이야." 아론은 그의 말뜻을 알고 고자질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카알은 완전히 안전했다. 아론의 얼굴에 혼란과 무력함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카알은 기뻐했다. 그는 형을 앞질러 생각하고 계획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카알의 책략이 리이에게는 먹혀들어 가지 않았다. 리이의 유순한 마음은 힘 안 들이고 그를 앞질러 가서 기다리거나 이해하고 있다가 마지막 순각에 가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하고 조용하게 주의를 주었기 때문이다. 카알은 리이에게 존경심을 품고 있었으나 다소의 두려움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무력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는 아론은 그의 손아귀에 든 진흙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카알은 갑자기 형에 대하여 깊은 사랑을 느끼고 그의 연약함을 보호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아론을 팔로 얼싸안았다.

아론은 움찔하지도, 응하지도 않았다. 그는 뒤로 조금 물러서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카알이 말했다. "어설픈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아론이 말했다. "네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무슨 말이야? 무슨 짓을?"

"교활하고 비겁한 짓 말이야."

"비겁하다니?"

"토끼에 대해서도 그렇고, 자동차에 살금살금 타는 일도 그렇고, 너는 에이브라에게 무슨 짓을 했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상자를 버리게 만든 것도 너임에 틀림없어."

"허어! 알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는 불안했다.

아론이 천천히 말했다. "그런건 알고 싶지 않아. 다만 네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너는 항상 무엇인가 꾸미고 있어.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것이 무엇에 이로운지 모르겠어."

카알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의 계획이 갑자기 비열하고 더러운 것같아 보였다. 그는 형이 자기 정체를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아론이 그를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그리움이 떠올랐다. 그는 방향을 잃었고 사랑에 굶주렸음을 느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론은 차 문을 열고 내려서 차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잠시 동안 카알은 운전대를 돌리면서 길을 내닫는 듯 상상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곧 아론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2

저녁 식사 후 리이가 설거지를 끝내자 아담이 말했다. "너희들은 자러 가거라. 오늘은 큰일이 있었단다."

아론은 카알을 재빨리 보고는 호주머니에서 사슴다리 호각을 천천히 꺼냈다.

카알이 말했다. "나 그것 안 갖겠어."

아론이 말했다. "이젠 네 꺼다."

"글ㅆ, 갖고 싶지 않아. 안 갖는다니까."

아론은 뼈로 된 호각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네 것 여기 있다."

아담이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들이냐? 일찍 자러 가라고 말했지 않니?"

카알은 귀여운 소년의 얼굴 모습을 지었다. "왜요? 자러 가기는 너무 이르지 않아요?"

아담이 말했다. "사실은 리이 아저씨하고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 너무 어두워서 밖에 나가서 놀 수는 없으니까. 자러 가라는 거야. 적어도 너희들의 방에라도 가 있으라는 거야. 알겠니?

"알겠어요." 그들은 리이를 따라서 복도를 지나 집 뒤쪽에 있는 그들의 방으로 갔다. 그들은 잠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와 아버지께 밤 인사를 했다.

리이는 거실로 돌아와 복도로 향하는 문을 닫았다. 그는 사슴다리 호각을 집어 들고 살핀 다음 다시 놓았다. "무슨 이야기가 왔다 갔다 했을까?" 리이가 말했다.

"리이, 무슨 말이야?"

"저녁 식사 전에 내기를 걸었나 봐요. 식사 후에 아론이 졌기 때문에 이것을 내놓은 거지요.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요?"

"자러 가라고 이야기한 것밖에 없는데."

"후에 알게 되겠죠." 리이가 말했다.

"아이들의 일을 지나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군. 별 뜻이야 없겠지."

"아니에요. 무슨 뜻이 있어요. 트래스크씨, 사람의 생각이 어느 나이가 되면 갑자기 중요해진다고 생각하세요? 열 살 때보다도 지금의 감정이나 생각이 더욱 예민하고 명료하신가요? 그때만큼 잘 보이고, 잘 들리고, 맛을 잘 느낄 수 있으신가요?"

"자네가 옳은지도 모르겠어." 아담이 말했다.

"시간이 인간에게 나이와 슬픔 이외에도 다른 많은 것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과오인 것 같습니다."

"추억을 남겨 주지."

"맞아요. 추억이 없다면 시간은 우리에게 무력할 것입니다. 나에겐 무슨 말씀을 하시라고 하셨죠?"

아담은 편지를 호주머니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 편지를 차근차근 읽어보게. 그런 다음에 이야기를 하세." 리이는 안경을 꺼내 썼다. 램프 밑에서 편지를 읽었다.

아담이 물었다. "어때?"

"여기 변호사 일자리가 있어요?"

"무슨 뜻인가? , 알았네. 농담을 하는 거지?"

"아닙니다. 농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호하기는 하지만 예의 바른 동양식으로 내 의견을 말씀드리기 전에 당신의 의견을 알고 싶다는 이야기죠"

"틀림없는가?"

"틀림없습니다. 동양적인 태도는 집어치우려고 합니다.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심술궂게 되어가고 있죠. 참을성이 없어져 가요. 모든 중국인 하인들이 나이를 먹어가면 충성심은 그대로 갖고 있지만 비열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못 들으셨습니까?"

"자네 감정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네."

"괜찮습니다. 이 편지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죠. 그러면 정직하게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을지, 또는 당신의 의견을 재확인해 드리는 것이 좋을지 알게 될 겁니다."

"나는 편지를 이해할 수 없네." 아담이 힘없이 말했다.

"당신은 동생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신이 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분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내가 어떻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분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내가 어떻게 이해를 합니까?"

아담은 일어서서 복도 문을 열었으나 그 뒤로 숨어 버린 그림자를 보진 못했다. 그는 자기 방으로 가서 퇴색한 갈색 은판사진을 들고 나와 리이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것이 내 동생 찰스네." 그는 다시 복도 문으로 가서 문을 닫았다.

리이는 램프 밑에서 반사를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번쩍이는 사진을 살폈다.

"오래된 사진이야. 내가 입대하기 전 것이지." 아담이 말했다.

리이는 사진 쪽으로 몸을 바짝 굽혔다. "알아보기 힘든데요. 그러나 표정으로 보아 유머가 많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전혀 없지." 아담이 말했다. "전혀 웃지를 않지."

"내 뜻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동생의 유서 조항을 읽었을 때 대단히 잔인한 장난기가 있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을 좋아했던가요?"

"모르겟어." 아담이 말햇다. "나를 좋아했다고 가끔씩 생각했지. 하기야 언젠가는 나를 죽이려고도 했지만."

리이가 말했다. "그래요. 얼굴에 쓰여 있군요. 사랑과 잔인 두 가지가. 두 가지가 그를 인색한 사람으로 만들었군요. 인색한 사람이란 돈이라는 요새 속에 숨어 있는 겁쟁이죠. 그분이 부인을 알고 있었나요?"

"알고 있지."

"좋아했었나요?"

"미워했지."

리이는 한숨을 지었다. "그것은 정말 문제가 안 되죠. 당신의 문제가 아니죠?"

"내가 알 바 아니지."

"문제를 꺼내서 생각해 보고 싶으세요?"

"내가 바라는 것이 그것이야."

"그러면 해보세요."

"생각이 명료하게 되지 않는데."

"그러면 당신 대신 내가 카드를 내놔 볼까요? 제 삼자는 가끔씩 그렇게 할 수 있지요."

"그렇게 했으면 좋겠네."

"그러면 좋습니다." 리이는 갑자기 중얼거리더니 얼굴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위고 작은 손으로 둥근 척을 잡았다. "저런! 그것에 대해선 생각지도 않았네요."

아담은 불안하게 몸을 움직였다. "빨리 얘기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는 조바심이 나는 듯 말했다. "칠판에 쓰여진 숫자처럼 난해하게 만들고 있구먼."

리이는 갸름한 흑단 물뿌리 컵 모양의 작은 놋쇠 대통이 달린 파이프를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잘 썰어서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잎담배를 골무 모양의 대통에 채우고 불을 붙인 다음 길게 네 모금 빨고 나서는 불을 껐다.

"아편인가?"

"아니에요. 싸구려 중국산 잎담배입니다. 고약한 냄새가 나지요."

"그런데 왜 피우나?"

"모르겠어요. 무엇인가 생각나게 만든다고 믿고 있지요 - 무엇인가 명료하게 연상시키죠.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요." 리이의 눈까풀이 반쯤 덮였다. "그러면 됐어. 당신의 생각을 계란 국수처럼 끌어내서 햇볕에 말리도록 하죠. 그 여자는 아직도 생존해 있는 당신의 부인입니다. 유언에 따르면 5만 달러 이상을 유산으로 받게 되어 있지요. 만일 동생이 그 여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경우, 그래도 그 여자에게 돈을 남겨 주려고 할까요? 법정은 항상 유언자의 의사에 따르죠."

"동생은 그걸 원치 않을걸." 아담은 찰스가 술집 위층에 있던 여자들을 주기적으로 찾아가던 일을 생각했다.

"당신은 동생을 위해서 생각해야만 될지도 모르죠. 부인이 하는 일은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닙니다. 성자는 흙 속에서도 나올 수 있지요. 그 여자는 이 돈을 가지고 어떤 훌륭한 일을 할지도 몰라요. 박애로의 도약대로써 악심만 한 것도 없습니다."

아담은 몸서리를 쳤다.

"그 여자가 돈이 있다면 어떤 짓을 하려고 하는지를 나에게 말해주더군. 자선이라니, 천만에. 살인에 가까운 짓을 할 걸세."

"그러면 그 여자에게 돈을 줄 수 없는 겁니까?"

"샐리너스에 있는 많은 유명인들을 파멸해 버리겠다고 그 여자는 말했어. 그 여자는 그런 일을 족히 할 수 있어."

"알겠어요. 이 문제를 초연하게 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 명사들의 팬티에 보잘것없는 곳이 있음이 틀림없군요. 그래서 도덕적으로 그 여자에게 돈을 줄 수 없다는 거죠?"

"그렇지."

"그러면 이걸 생각해 보시죠. 그 여자는 이름도, 배경도 없습니다. 창녀는 땅에서 솟아나는 거죠. 그 여자가 이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당신의 도움 없이는 돈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렇지 내 도움 없이는 돈을 요구할 수 없겠지."

리이는 담뱃대를 꺼내 작은 양철 핀으로 재를 긁어낸 다음 다시 대통을 채웠다. 그는 네 모금을 천천히 빨면서 무겁게 덮였던 눈까풀을 치켜올리고 아담을 살폈다.

"대단히 미묘한 도덕적인 문제군요. 허락을 해 주신다면 나의 영예로운 친지들에게 생각해 봐 주십사 하고 싶군요. 물론 이름은 밝히지 않고요. 애들이 개의 진드기를 잡듯이 그분들은 이 문제를 조사할 겁니다. 그분들이면 흥미로운 결과를 끌어낼 것이 틀림없어요." 그는 담뱃대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망설일 필요가 없으시죠?"

"무슨 말인가?"

"글쎄요. 나보다도 자신을 그렇게 모르세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어."

리이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시간을 낭비했구먼요. 당신은 자기에게서 거짓말을 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면 나에게만 거짓말을 하고 계신 겁니까?"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게."

"왜 못해요? 나는 항상 거짓을 싫어해 왔어요. 당신의 길은 결정됐어요. 당신이 한 일은 명백해요 - 당신의 입김에 나타나 있어요. 나는 하고 싶은 대로 말하겠어요. 괴팍하니까요. 나는 몸이 근질거려요. 고서의 추악한 냄새와 명석한 사고와 향기를 예견하고 있어요. 도덕적 갈림길에 직면하는 경우, 당신은 훈련된 대로 행동할 거예요. 소위 사색이라는 것이 그 훈련을 바꾸어 놓진 못할 거요. 부인이 샐리너스의 창녀라는 사실도 사태를 변경시키진 못할 겁니다."

아담은 벌떡 일어섰다. 얼굴에는 노기가 등등했다.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인지 무례하구먼." 그가 소리쳤다. "돈을 어떻게 할지 마음의 결정을 못 내렸네." 리이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릎을 짚고 일어서서 작은 체구를 꼿꼿이 세웠다. 그는 지친 듯이 걸어가서 앞문을 열었다.

그는 돌아서서 아담에게 미소를 지었다. "빌어먹을, 어리석기는." 그는 상냥하게 말하고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3

카알은 어두운 호올을 조용히 기어서 형이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더블베드의 베개 위로 형의 머리 모습이 보였으나 그가 잠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아주 조용히 자기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머리 뒤로 손가락을 받이고 수많은 유색 미립자로 구성된 어두움을 응시했다. 차일대가 봉긋해지더니 밤바람이 불어 들고 낡은 차일대가 조용히 펄럭였다.

회색의 부드러운 우울이 그를 엄습했다.

아론이 차고에서 나오지 않았었더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랬다. 그리고 자기가 문에 쭈그리고 앉아 엿들은 일을 후회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입술을 움직여 그 말을 조용히 내뱉었다. 그러나 그 소리가 들렸다.

"주여, 나로 하여금 아론과 같이 되게 해주십시오. 나를 비열하게 만들어 주지 마십시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드릴 테니,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내가 나아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열하게 되고 싶지 않습니다. 외로워지고 싶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따뜻한 눈물이 서서히 그의 두 뺨에 흘러내렸다. 그는 울음이나 훌쩍이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몸을 긴장하여 애를 썼다.

아론이 어둠 속 베개에서 속삭였다. "너무 춥구나, 싸늘한데." 그는 손을 뻗어 카알의 손을 잡았다. 소름이 돋아 있었다.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찰스 삼촌은 돈이 많던?"

"아니야." 카알이 대답했다.

"오랫동안 나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던?"

카알은 가만히 누워서 숨결을 죽이려고 애를 썼다.

"이야기해 줄게." 카알이 속삭였다. 그는 등을 대고 돌아누웠다. "아버지가 어미니에게 꽃다발을 보내실 작정이야. 아주 커다란 카네이션 꽃다발을."

아론은 몸을 반쯤 일으키고 흥분하여 물었다. "그래? 그 먼 곳싸지 어떻게 보내실 작정이시지?"

"기차에 실어서. 그렇게 크게 말하지만."

아론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시들지 않을까?"

"꽃다발 주위에 얼음을 채우신데."

아론이 물었다. "얼음이 많이 들지 않을까?"

"많이 들겠지." 카알이 말했다. "이제 자."

아론은 아무 말도 없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꽃이 싱싱하게 그곳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겠지." 카알이 말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나를 비열하게 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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