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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 4

7

 

룩소르, 아침 815

 

룩소르 사원 맞은편에 세워진 작은 이슬람사원으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통에 에리카는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꿈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심하게 저지하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무시무시한 생물체 때문에 시달려야 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침대 커버가 뒤엉켜져 있어서 심하게 뒹굴면서 잠을 잤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 위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 때문에 간밤 꾸었던 악몽을 이내 잊어버렸다. 그녀는 커다란 물통에 서서 빠르게 스폰지를 놀려가며 목욕을 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목욕이 끝난 후 그녀는 벌벌 떨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에리카는 큐리오 골동품가게를 찾기 위해 회중전등, 폴라로이드 카메라, 안내 책자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세라피윰에서 찢겨진 옷을 대신해서 카이로에서 구입했던 면바지를 입은 편안함 차림으로 나왔다.

샤리 쿠칸다 쪽으로 걸어 내려와 그전에 이미 방문한 적이 있는 가게 이름들을 적어 내려갔다. 큐리오 골동품가게는 적어 본 이름들 속에는 있지 않았지만, 얼굴이 낯익은 가게 주인들 중 한 사람이 그 가게는 사보이호텔 근처에 있는 샤리 엘 문타즈에 있다고 말해주었다. 에리카는 그 지역과 상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큐리오 상점 옆 건물들은 허술하게 판자로 지어져 있었다. 비록 그녀가 그 상점의 간판명을 완벽하게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단어가 전에 주의 깊게 살펴보았던 '함디'라는 것을 알았다. 가방을 꼭 끼고서 그녀는 큐리오 가게로 들어갔다. 어느 한 프랑스 부부가 이미 가게 안에서 작은 동상을 놓고 가격 때문에 승강이을 벌이고 있었다.

에리카가 본 것 중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세밀하게 그려진 얼굴을 가진 검은색 미라 모양의 어스합티상이었다. 버팀목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것은 선반 끄트머리에 기대어져 있었다. 그 프랑스 부부가 결국 동상을 사지 못하고 나가자마자 그 상점 주인은 에리카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그가 은발 머리에 콧수염을 깔끔하게 정돈한 것으로 보아 한눈에 아랍인임을 알았다.

"저는 라히브 자이드입니다.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그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섞어 말했다. 에리카는 어떻게 그가 자신의 국적을 추측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 검은색 오시리스 모양의 저 상을 좀 주의 깊게 보고 싶습니다."

에리카가 대답했다.

", 그러세요. 우리 가게 최고상품 중 하나죠. 귀족들의 무덤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아주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그 상을 들어 올렸다.

그가 등을 돌려 그 상을 집으려 할 때, 에리카는 손끝에 침을 묻혀서 그가 건네주는 물건을 시험해 보려고 했다.

"조심하세요, 깨지기 쉽습니다."

자이드가 말했다.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뒤쪽에서 안쪽으로 비벼봤다. 손끝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채색은 안정적으로 잘 되어 있었다. 눈이 조각되고 그려진 방식을 가장 세밀하게 관찰했다. 그곳은 흠잡기 좋은 곳이었지만 그것이 골동품이라는 것에 만족했다.

"신왕조"라고 자이드는 말하고서 에리카가 감상할 수 있도록 그것을 멀찌감치 떼어놓았다.

"저는 이런 물건을 1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갖다 놓지 못합니다."

"얼마죠?"

"50파운드입니다. 보통은 값을 더 부르지만 당신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이 정도 부른 겁니다."

에리카는 미소를 지었고 그 주인이 50파운드를 다 받아내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40파운드에 하자고 말했다. 물론 그 액수는 그녀가 쓸 수 있는 돈을 좀 초과한 것이었지만, 그녀가 돈을 더 쓰고서라도 심각함을 증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는 그 상이 마음에 들었다. 만약 그것이 후에 아주 정교하게 모조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장식적 가치가 있었다. 결국 41파운드에 합의를 보았다.

"실제로 저는 이곳에서 규모가 큰 구매자들의 모임을 대표하고 있으며 특별하고 귀중한 물건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밖에 다른 것이 있는지요?"

에리카가 말했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몇 개 더 있을 겁니다.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좀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박하 차 좀 드시겠습니까?"

에리카는 큐리오 골동품가게 뒷방으로 들어가면서 두려움이 생겼다. 그녀는 압둘 함디의 목구멍이 찢어져 갈라지는 환영을 억눌러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 환영과는 달리 가게 안뜰은 햇볕이 잘 들어오게끔 지어져 있었다. 앤티카 압둘에서 느껴지는 강박관념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자이드는 자신을 꼭 닮은 검은색 머리에 야윈 그의 아들을 불러서 손님을 위해 박하 차 몇 잔을 주문하도록 시켰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서 자이드는 일상적인 질문들을 했다. 에리카가 룩소르를 좋아하는지, 카르나크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 왕들의 계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었다. 그는 에리카에게 미국인들을 굉장히 좋아하며 미국인들은 친절하다고 했다.

에리카는 미국인들은 호인들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차가 나오자 자이드는 몇 개의 작은 동상과 깨졌지만 알아볼 수 있는 아멘호텝 3세의 두상 그리고 나무로 된 상들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젊은 여인상이었는데 그것은 스커트 앞자락 아래로 그려진 상형 문자들과 시간을 무시하는 듯한 고요하고 잔잔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그 여인상은 400파운드에 값이 매겨져 있었다. 에리카는 그 가공품을 주의 깊게 살펴본 다음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저는 목상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여유가 된다면 석두상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업적인 말투로 에리카는 말했다.

자이드는 꽤 흥분된 마음으로 손바닥을 비벼댔다.

"내가 대표하고 있는 구매자들과 의논을 해 봐야겠습니다."

에리카가 말했다.

"하지만 구매자들이 무조건 샀으면 하는 좋은 물건이 하나 있지요."

"그게 뭡니까?"

자이드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1년 전, 휴스턴의 어떤 사람에게서 산 실제 크기의 세티상입니다. 내 단골손님이 그 상과 똑같은 물건이 발견되었다는 걸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자이드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 만약 그런 물건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연락해주세요. 저는 호텔 윈터팰리스에 있을 겁니다."

에리카는 작은 쪽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내 고객들에게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나는 목상들을 좋아하지만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군요."

에리카는 말하고서 아랍 신문으로 포장된 물건을 집어 들고 상점 앞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었다고 생각하면서 뿌듯해했다. 그녀가 가게를 나왔을 때 주인 아들이 어떤 한 남자와 흥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바로 그녀를 따라온 적이 있는 아랍인이었다. 걸음을 늦추지 않고 그 아랍인을 쳐다보면서 에리카는 빠져나왔지만, 그녀의 등줄기로 전율이 지나갔다.

상점주인 아들이 흥정을 끝내자마자, 라히브 자이드는 가게 앞문을 닫고 잠가버렸다. "뒤로 들어와라" 하고 아들에게 이르면서 "저 여자가 바로 스테파노스 마큘리스가 일전에 여기에 와서 충고를 했던 바로 그 여자다."라고 말했다. 자이드는 안뜰에 있는 낡은 나무로 된 문도 닫아버렸다.

"나는 니가 중앙우체국으로 가서 마큘리스에게 그 미국 여자가 가게에 와서는 특별히 세티상에 대해 질문을 하고 돌아갔다는 말을 좀 전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무하마드에게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해 두라고 말해야겠다."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들이 물었다.

"내 생각으로는 그 여자가 다녀간 것이 꽤 거슬린다. 왜냐면 2년 전 예일에서 온 그 젊은 남자를 생각나게 하는 때문이지."

"그들이 그 여자에게 똑같은 짓을 할까요?"

"확실하지."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에리카는 룩소르 행정관청에서 일어나 혼란 때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몇몇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어느 복도 구석에서는 마치 며칠씩 그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가족 전체가 캠프를 하고 있었다. 카운터 뒤편에서는 시 공무원들이 그런 무리들을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모든 책상은 결재받지 못한 서류 더미로 덮여 있었다. 정말로 끔찍했다.

그때 에리카는 영어를 할 줄 아는 누군가를 찾았고, 룩소르가 중앙행정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지역에 관한 자료는 아스완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모든 인구조사 데이터가 그곳에 저장되어 있었다. 에리카는 50년 전 서부 제방에서 살았던 한 남자를 찾아보고 싶다고 담당 여자에게 말했다. 그 여자는 혹시 이 여자가 미치지나 않았나 생각하면서 쳐다보았고 그런 일은 아무리 경찰과 협의를 통해서 알아본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그 사람이 분명히 행정당국과 관계가 있었을 거라는 가능성을 생각해봤다.

경찰이 시 공무원들보다는 다루기가 쉬웠다. 적어도 경찰은 친절하며 신중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유니폼을 차려입은 그곳 경찰들은 에리카가 카운터 쪽으로 갈 때 모두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든 표시들은 아랍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에리카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다. 잘생긴 젊은 직원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서 에리카를 돕기 위해 책상 뒤쪽에서 나왔다. 불행히도 그는 여행객 안내 담당업무 때문에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영어를 할 줄 아는 경찰 한 사람을 찾아냈다.

"무얼 도와드릴까요?"

웃으면서 그 경찰은 말했다.

"저는 하워드 카터의 감독들 중 한 사람인 사와트 라만이 아직도 살아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그는 서부 제방에서 살았거든요."

"뭐라고요?"

경찰은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하면서 싱긋 웃었다.

"몇몇 이상한 요구들은 받아보기는 했지만 이런 일은 확실히 더 흥미롭겠는데요. 투탄카멘의 무덤을 발견한 하워드 카터에 대해서 말하는 것입니까?"

"그래요."

에리카가 대꾸했다.

"그건 50년보다도 훨씬 이전의 일이었을 겁니다."

"저도 그건 알아요."

에리카는 말했다.

"저는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알아보고 싶을 뿐입니다."

"부인, 어떤 사람도 서부 제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지 모를 뿐더러 더군다나 어느 특정의 가족을 찾는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 입장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을 말해줄 수는 있습니다. 우선 서부 제방으로 가서 쿼나라는 마을에 있는 작은 사원을 찾아가 보십시오. 그 사원 이맘은 늙은 노인인데 그 분이 영어를 할 줄 압니다. 아마 그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마을과 노인을 찾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군요. 정부가 그 마을을 재배치시켰고 마을 사람들을 고대 무덤 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때 싸움이 벌어졌고 약간의 적대 감정이 있을 겁니다. 그들은 친절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조심하십시오."

 

라히브 자이드는 흰색으로 칠해진 골목으로 들어오기 전에 자신이 미행당하지는 않았나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서둘러 걸어 내려가서 튼튼하게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두드렸다. 그는 무하마드 압둘라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정오에는 항상 낮잠을 자기 때문이다. 라히브는 문을 다시 두드렸다. 라히브는 자신이 그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어느 낯선 사람이 목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엿보기 위해 만들어진 작은 구멍이 열리고 충혈되고 졸린 듯한 시선이 밖을 내다보았다. 그때 잠금쇠가 올려지고 문이 열렸다. 라히브는 문지방을 넘어 걸어 들어갔고 문은 철컥 소리를 내며 닫혔다.

무하마드는 구겨진 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육중하고 풍만한 체구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콧구멍이 벌름거리면서 아치 모양의 큰 풍선을 만들었다.

"난 너에게 다시는 이 집에 오지 말라고 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 집에 온 데는 무슨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

라히브는 말을 꺼내기 전에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 미국 여자 에리카가 오늘 아침 골동품가게에 와서는 자신이 구매자 모임 대표를 맡고 있다고 말하고 갔습니다. 그녀는 예리했습니다. 그녀는 골동품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실제 작은 상 하나를 샀습니다. 그 때 세티 1세 상에 대해서 물었죠."

"혼자였나?"

압둘라는 이제 화가 났다기보다 다소 조심성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라히브가 대답했다.

"그녀가 세티상에 대해 물었다고?"

", 확실히."

",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준비를 해야겠다. 너는 그녀에게 혼자 와야 하는 것과 누군가가 뒤따라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세티상을 보여주겠다고 알리고 황혼 무렵 쿼터 사원으로 가라고 전해라. 내 말대로 그녀를 빨리 해치웠어야 했는데."

라히브는 무하마드의 말이 끝났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

"제가 제 아들 파시를 통해 스테파노스 마큘리스에게 이 소식을 전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무하마드는 그의 머리끝을 치면서 뱀처럼 손을 뻗쳤다.

"제기랄! 왜 스테파노스에게 알리는 일을 네가 하지 않았느냐?"

라히브는 또 한 번의 질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움츠러들었다.

"그는 그 여자가 나타나면 알려달라고 제게 부탁했습니다. 그도 우리만큼 신중합니다."

"너는 스테파노스에게서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니다."

무하마드가 소리쳤다.

"내가 너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다. 그걸 알아들어야지. 지금 여기서 나가자마자 그녀에게 지금 내가 한 얘기를 전해라. 그 미국 여자를 없애야만 한다."

 

 

쿼나의 룩소르 묘지, 오후 250

 

경찰이 오른쪽에 있었고 쿼나는 그렇게 호감이 가는 곳은 아니었다. 에리카가 아스팔트 길과 마을을 구분 짓는 언덕을 터벅터벅 걷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방문했던 다른 지역에서 받았던 환영의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고, 그녀를 지나쳤던 사람들은 등을 그림자 쪽으로 웅크리면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심지어 개들까지도 지저분했고 모두 털이 헝클어진 똥개들이었다. 그녀는 운전기사들이 왕들의 계곡이나 더 먼 목적지까지 가는 것 대신에 쿼나에 가는 것을 거부했을 때 택시 안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택시가 마을까지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하며 진흙과 모래투성이의 언덕 밑에 그녀를 내려주었다. 100도가 넘을 정도의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그늘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집트의 태양은 돌이 그을릴 정도로 쏟아붓고 있었고 지면의 밝은 모래색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맹공습에 살아남은 풀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쿼나 사람들은 이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부와 증조부가 몇 세기에 걸쳐서 정착해서 살았던 것처럼 이곳에 살기를 원했다. 단테가 쿼나를 보았다면 그것을 지옥의 범주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진흙 벽돌로 지어진 집들은 진흙 고유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흰 도료가 칠해져 있었다. 에리카는 언덕 위로 올라가면서 집들 사이에 돌로 만들어진 입구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것들은 몇 개의 고대 무덤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많은 집들이 신기한 건축물을 안마당에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폭이 좁은 기둥에 의해 땅에서 약 4피트 정도를 지지하고 있는 6피트 정도의 단이었다. 그것들은 진흙벽돌과 유사하게 건조된 진흙과 짚으로 만들어졌다. 에리카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원은 거대한 첨탑이 있는 흰 도료가 칠해진 단층 건물이었다. 에리카는 그것이 그녀가 쿼나에서 처음 본 건물임을 알았다. 마을과 같이 그것은 진흙 벽돌로 만들어졌고 에리카는 비가 많이 오면 모래성처럼 건물 전체가 씻겨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낮은 나무문으로 들어가서 작은 뜰로 들어섰는데, 그 뜰은 세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얕은 현관과 마주하고 있었다. 건물의 오른쪽에는 나무 문이 있었다.

그녀는 들어가도 좋은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눈이 어둠에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사원의 입구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내부의 벽은 복잡한 기하학적 방식으로 먼저 흰 도료가 칠해진 다음에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바닥은 값비싼 동양산 카페트가 깔려있었다. 길게 늘어진 검은 옷을 입고 턱수염이 있는 한 노인이 메카(마흐메드가 태어난 도시)를 향하는 방의 후미진 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찬송가를 부르는 것처럼 빰 옆에 나란히 대고 있었다.

노인은 몸을 돌리지 않고서도 에리카의 출현을 감지하고 있었다. 노인이 곧 몸을 굽혀 펼쳐있던 페이지에 입맞춤하고 그녀를 맞기 위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경건한 이슬람 사람에게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잠시 망설인 다음 머리를 약간 숙이고 말했다.

"저는 한 노인에 관해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이맘은 움푹 들어간 검은 눈으로 에리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들은 작은 안마당을 지나 에리카가 보았던 입구로 들어갔다. 그녀는 한쪽 끝에 짚자리가 있고 또 다른 끝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는 작고 간소한 방으로 인도되었다. 그는 에리카를 위해 의자 하나를 가리키고 그도 자리에 앉았다.

"당신은 왜 쿼나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까? 우리는 이곳에 온 이방인들을 의심합니다."

"저는 이집트학자이고 하워드 카터의 발굴 감독 중 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가 아직 살아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사와트 라만입니다. 그는 쿼나에서 살았습니다."

", 압니다."

에리카는 이맘이 말을 계속할 때까지는 한 가닥 희망을 느꼈다.

"그는 20년 전에 죽었습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성전의 카페트는 그의 관대함에서 나온 것입니다."

에리카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어섰다.

"잘 알았습니다. 당신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어요."

이맘이 말했다.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나루터까지 가는 택시를 어떻게 잡을지 걱정하면서 눈부신 햇빛 속으로 다시 걸어 나왔다. 그녀가 막 안마당을 떠나려 할 때, 이맘이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에리카는 몸을 돌렸다. 그는 방 입구에 서 있었다.

"라만의 부인이 아직 살아 있어요. 그녀와 이야기하시겠어요?"

"그녀가 저와 이야기하려 할까요?"

". 확신합니다."

이맘이 외쳤다.

"그녀는 카터의 가정부로 일했기 때문에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합니다."

에리카가 이맘을 따라 언덕 중턱보다 좀 더 올라갔을 때, 그녀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더위에도 저렇게 무거운 옷을 입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심지어 그녀는 옷을 가볍게 입었는데도 등 전체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이맘은 그 마을의 남서부 쪽에 있는 집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흰 도료가 칠해진 집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의 집 바로 뒤에는 절벽이 극적으로 치솟아 있었다. 에리카는 절벽의 정면에서 그 집의 오른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볼 수 있었다. 에리카는 그 길이 왕들의 계곡으로 통한다고 추측했다. 흰 도료가 칠해진 그 집의 정면에는 색이 바랜 유치한 그림들이 꽉 차 있었다. 기차, 보트, 그리고 낙타......

"라만이 메카로 가는 순례 여행을 기록한 거예요."

이맘이 문을 두드리면서 설명해 주었다.

집 옆의 안마당에는 에리카가 조금 전에 본 적이 있는 단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의 용도를 이맘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여름 몇 달 동안 밖에서 잡니다. 그들은 전갈과 코브라를 피하기 위해 저 단을 사용합니다."

매우 늙은 노파가 문을 열었다. 이맘을 알아보고 그녀는 웃었다. 그들은 아랍어로 이야기했다. 대화가 끝났을 때, 노파는 에리카에게 자신의 주름진 얼굴을 돌렸다.

"반가워요."

에리카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면서 그녀는 강한 영국식 액센트로 말했다. 이맘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작은 사원과 같이 그 집은 싸늘했다. 바깥은 천연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내부장식은 아름다웠다. 목재 바닥은 화려한 동양산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가구는 간소했지만 잘 만들어진 것들이었고, 벽은 회가 발라진 위로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세 군데의 벽에는 거대한 액자가 걸려 있었고, 네 번째 벽에는 손잡이가 길고 조각된 날이 있는 한 자루의 삽이 있었다.

노파는 자신을 아이다 라만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4월에 80살이 된다고 말했다. 아랍인 특유의 접대방식으로 그녀는 차가운 과일음료를 꺼내왔고, 그것은 끓인 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세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에리카는 그녀의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얼굴 뒤로 빗어 넘긴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밝은 색깔의 깃털 장식이 새겨진 헐거운 면화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어울리는 옷이었다. 그녀는 왼쪽 팔목에 오렌지 색깔의 플라스틱 팔찌를 끼고 있었다. 그녀는 종종 웃어 보였는데 이가 두 개밖에 없는 것이 드러나 보였다. 둘 다 아랫니였다.

에리카는 자신이 이집트학자라고 설명했고, 아이다는 하워드 카터에 대해 말하는 것에 즐거워했다. 그녀는 카터가 약간 이상하고 매우 외로운 사람이었지만 그를 왜 존경하게 되었는지를 에리카에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카터가 카나리아를 매우 좋아했고, 그 새가 코브라에게 먹혀 죽었을 때 매우 슬퍼했던 것을 회상하였다. 에리카는 음료를 한잔 마시면서 그 이야기들에 매혹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다도 에리카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만남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당신은 투탄카멘의 무덤이 열리던 날을 기억하세요?"

에리카가 물었다.

"."

아이다가 말했다.

"그날은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내 남편은 행복한 사람이 되었어요. 그날 이후 카터는 사와트가 계곡 안의 매점을 운영할 권리를 얻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지요. 사와트는 카터가 발견한 투탄카멘의 무덤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을 추측했어요. 그리고 그는 옳았어요. 그는 무덤 일을 계속했지만 거의 모든 힘을 휴게소를 짓는 데 쏟아부었어요. 사실 그는 거의 혼자 힘으로 그것을 다 지었어요. 밤에만 일해야 했는데도 말이에요."

에리카는 잠시동안 아이다가 두서없이 이야기하도록 기다린 다음에 물었다.

"당신은 무덤이 열리던 날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물론이지요!"

갑작스런 물음에 약간 놀라면서 아이다는 말했다.

"당신의 남편이 파피루스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나요?"

노파의 눈은 갑자기 구름이 낀 듯이 흐려졌고 입은 움직였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에리카는 몰려드는 흥분을 느꼈다. 그녀는 노파의 이상한 반응을 지켜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결국 아이다가 말했다.

"당신은 정부에서 왔나요?"

"아니에요."

에리카가 대답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세요? 어느 누구나 발견된 것을 볼 수 있어요. 책이 있잖아요."

음료수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면서 에리카는 아이다에게 월리스 벗지 씨에게 보내는 카나본의 편지에는 언급이 되어 있었고 카터의 기록에는 파피루스에 관해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간의 모순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노파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자신이 정부사람이 아니라는 말과 단지 학문적인 관심에서 물어보는 것일 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없어요."

불안해 하면서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아이다가 말했다.

"파피루스는 없어요. 내 남편은 결코 무덤에서 파피루스를 훔치지 않았어요."

에리카가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남편이 파피루스를 훔쳤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말했어요. 내 남편이......"

"아니에요. 나는 단지 그가 파피루스에 관해 무언가를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뿐이에요."

"내 남편은 선한 사람이에요. 그는 아주 평판이 좋았어요."

"사실 카터는 감독하는 사람에 불과하고, 당신의 남편이 최고가 되었어야 했어요. 아무도 당신 남편의 명성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다시 아무 이야기도 없이 시간은 가고 있었다. 마침내 아이다가 에리카에게로 몸을 돌렸다.

"내 남편은 20년 전에 죽었어요. 그는 나에게 파피루스에 관해 결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는 그렇게 해왔어요. 심지어는 남편이 죽은 이후에도.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한테 파피루스에 관해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신이 나한테 질문했을 때 그렇게 놀란 거예요."

"이제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것이 안심이 되네요. 당국에 말하지 않을 거죠?"

", 결코 하지 않을 거예요."

에리카가 말했다.

"그건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그러니까 파피루스가 있었고 당신 남편이 무덤에서 그것을 훔쳤다는 거죠?"

"그래요."

아이다가 말했다.

"아주 오래 전에."

에리카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라만이 그것을 훔친 다음 그것을 팔았을 것이다. 그러면 찾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당신의 남편은 무덤에서 그것을 어떻게 훔쳤나요?"

"그는 무덤 안에서 그것을 보던 바로 그 첫날에 훔쳤다고 말했어요. 사람들은 보물에 흥분해 있었어요. 그는 파피루스가 일종의 저주의 상징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누군가 안다면 저주의 상징인 파피루스는 발굴계획을 중단시킬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어요. 카나본 경은 신비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에리카는 열광적인 그 날의 사건을 상상하려고 했다. 카터는 매장실로 가는 벽의 보전상태를 조사하는 데 마음이 급해 있어서 파피루스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외 다른 사람들은 유물들의 화려함에 당황해 하고 있었을 것이다.

"파피루스는 저주의 상징입니까?"

"아니에요. 내 남편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그는 어떤 이집트학자에게도 그것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그는 일부분들을 베껴 그것을 번역하는 전문가에게 가서 물어보았어요. 그는 마침내 상형문자들을 하나로 모아보았어요. 그러나 그는 그것이 저주의 상징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그는 그게 뭐라고 했나요?"

에리카는 물었다.

"아니오. 그는 단지 투탄카멘이 세티 1세를 도왔던 것을 기록하고 싶어했던 한 현인이 파라오시대에 그것을 썼다는 이야기만을 했어요."

에리카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상의 비문에 나타났던 것과 같이 세티 1세를 투탄카멘과 관련시키고 있었다.

"파피루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 당신의 남편이 그것을 팔았나요?"

"아니오. 그는 팔지 않았어요."

아이다가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어요."

에리카의 피가 거꾸로 솟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동안 아이다는 발을 끌면서 벽에 걸려진 삽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 삽은 하워드 카터가 내 남편에게 선물했어요."

아이다가 말했다. 그녀는 금속 날에서 나무로 된 막대를 꺼냈다. 손잡이의 끝에는 움푹 파인 구멍이 있었다.

"이 파피루스는 지난 50년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았어요."

아이다는 부서지려는 문서를 꺼내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문진(책등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괴는 물건)으로 파피루스의 두 끝을 누르면서 테이블 위에 쫙 폈다. 에리카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그녀의 눈을 상형문자에 고정시켰다. 그것은 국가의 봉인이 찍혀진 공식문서였다. 즉시 에리카는 세티 1세와 투탄카멘원형의 장식테두리를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거의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인 에리카가 물었다.

"내 남편의 이름이 더렵혀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요."

아이다가 말했다.

"나는 그것을 약속할 수 있어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더듬거려 찾으면서 에리카가 말했다.

"나는 당신의 허락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몇 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것이 잘 찍혔는지 확인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말했다.

"다시 파피루스를 제자리에 갖다 놓으세요. 그리고, 주의해서 보관해 두세요. 이것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고 당신 남편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나는 남편의 명성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어요."

아이다가 말했다.

"게다가 나는 그의 성을 가지고 죽어요. 우리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다 전쟁에서 죽었어요."

"당신의 남편이 투탄카멘의 무덤에서 그 외에 다른 것을 훔쳤나요?"

에리카가 물었다.

"아니요, 전혀."

아이다가 말했다.

"좋아요."

에리카가 말했다.

"나는 파피루스를 번역해서 당신에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드릴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파피루스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나는 당국에 어떤 것도 이야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절대로 보여주지 마세요."

에리카는 이미 그녀의 발견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집착하고 있었다. 아이다 라만의 집을 나오면서 그녀는 호텔까지 돌아가는 최상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루터까지 5마일을 걸어서 간다는 생각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다 라만의 집 뒤에 있는 오솔길을 통해 왕들의 계곡까지 걸어가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곳에서는 확실히 택시를 탈 수 있을 것이다. 날씨는 매우 더웠고, 산등성이까지 힘들게 올라갔지만 경치는 장관이었다. 쿼나 마을은 그녀 바로 밑에 있었다. 마을 바로 위에는 산에 바싹 달라붙은 여왕 하트 세수트의 장엄한 사원이 있었다. 에리카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면서 계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녹색 계곡 전체가 그녀 앞에 펼쳐져 있었다. 태양을 피해 눈을 가리면서 에리카는 서쪽으로 몸을 돌렸다. 바로 앞에 왕들의 계곡이 있었다. 에리카는 포장이 안 된 오솔길의 험준한 지면에서 조심히 움직여야 했지만 계곡으로 내려오는 것은 쉬웠다. 길은 에리카가 고대 공동묘지 일꾼들이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 폐허가 된 마을에서 오는 길과 합쳐졌다. 그녀가 계곡의 아래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너무나 더워서 굉장한 갈증을 느꼈다. 그녀는 호텔로 돌아가서 파피루스를 번역해야 했지만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북적대는 매점으로 걸어갔다. 건물의 계단을 오르면서 그녀는 사와트 라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 아랍인은 파피루스가 저주의 상징을 나타낼까 봐 두려워서 그것을 훔쳤다. 그는 그러한 저주의 상징이 발굴을 정지시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에리카는 펩시콜라를 산 다음 베란다의 빈 의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매점의 구조를 둘러보았다. 그것은 지방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에리카는 라만이 그것을 지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는 그 남자를 한 번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는 수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특히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 왜 라만은 파피루스가 저주의 상징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후에 그것을 제자리로 갖다 놓지 않았을까?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그는 결과에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펩시를 마신 후 파피루스의 귀중한 사진 중 하나를 꺼냈다. 방향은 그것이 아래에서 우상향으로, 즉 보통 방식으로 읽혀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첫 구절의 고유명사를 보고 자신의 눈을 믿지 않으면서 넘어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네네프타...... ! 신이시여."

차를 타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에리카는 그들과 함께 나루터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진을 가방에 집어넣고 급히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 입구를 찾았으나 지독한 오줌 냄새에 불쾌해졌다. 그녀는 호텔로 돌아갈 때까지 참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있는 힘껏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룩소르, 저녁 615

 

발코니 난간에 서서 에리카는 머리 위로 손을 쭉 뻗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파피루스 해독을 다 끝냈다. 그것을 다 이해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리 어려운 것 같지는 않았다.

나일강 건너편을 응시하면서 호화롭고 커다란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파피루스를 해독하면서 옛 고대문화에 흠취한 후에 현대식 선박 한 척이 그 장소를 벗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 광경은 비행접시를 보스턴 커먼스에 착륙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에리카는 그녀가 작업한 것들이 쌓여 있는 테이블로 가서 해독한 것을 읽어 내려갔다.

 

생존신(영원히 살 수도 있다), 파라오, 우리 두 나라의 왕, 위대한 세티 1세를 위한 나 건축감독인 네네프타는 이런 비천한 벽 속에서 생존하기에는 부족한 식량으로 소년왕 투탄카멘의 영원한 휴식을 방해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속죄한다. 석공 이메니에 의해 계획된 파라오 투탄카멘 무덤의 약탈은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신성모독이다. 우리는 그를 당당하게 참형에 처했고 그 시체는 재칼의 먹이로 서부사막에 버려 그에게 숭고한 결말을 제공했다. 그러나 석공 이메니는 탐욕적이고 부당한 수법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 눈을 뜨게 했다.

그리하여 건축감독인 나 네네프타는 생존신(영원히 살 수도 있다), 파라오, 우리 두 대륙의 왕, 위대한 세티 1세의 영원한 안전을 확실하게 하는 ''을 알고 있다. 생존신 조제의 건축가이자 계단식 피라미드의 설계자인 임호텝과 생존신 쿠푸의 건축가이자 그레이트 피라미드의 설계자인 네퍼호텝은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들의 기념비에 이 ''을 사용했다. 따라서 생존신 조제와 쿠푸의 영원한 안식은 첫 번째 암흑기에 방해받고 파괴되어졌다. 그러나 나, 네네프타, 건축 일인자인 나는 그 ''과 무덤 도굴범의 탐욕을 이해한다. 그래서 이 일이 행해질 것이고 소년왕 투탄카멘의 무덤은 그날에 다시 보수되어 묻혀질 것이다.

파라오 세티 1세인 레의 10살된 아들 탄생 두 번째 달, 12.

 

에리카는 테이블 위에 해독한 종이를 내려놓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이라는 단어였다. 상형문자로 표시된 것에서 보면 '방법', '양식' 또는 신비의 '술책'이란 뜻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라는 단어는 문장의 의미상 가장 최상의 의미를 나타낸 것임에도 그녀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파피루스를 번역하면서 에리카는 성취감을 맛보았다. 그것은 또한 놀랍게도 고대 이집트의 생명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었고, 그녀는 네네프타의 오만함에 미소를 지었다. 무덤 약탈자의 탐욕스러움과 ''이라는 단어를 그가 상상하여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세티의 거대한 무덤은 묻혀진 지 100년 만에 파괴되었고, 반면에 투탄카멘의 초라한 무덤은 그후 3천년 동안 훼손되지 않았다.

다시 해독한 것을 들고서 조제와 쿠푸를 언급한 단락을 다시 읽어보았다. 갑자기 그녀는 그레이트 피라미드를 찾아가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스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녀는 다른 여행객들처럼 기자 피라미드에 황급히 달려가지 않을 만큼의 편안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을 느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하길 바랐다. 어떻게 네퍼호텝은 전체를 다 이해하지 않고서 그레이트 피라미드를 건축하는 데 ''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을까? 에리카는 먼 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레이트 피라미드의 모양이나 크기에 영향을 끼친 모든 모호한 의미들에 대해 에리카는 더 오래된 다른 것을 펼쳐 보았다. 심지어 그레이트 피라미드는 네네프타 시절에는 고대 건물이었다. 사실, 에리카는 자신보다도 네네프타가 그레이트 파리미드에 관해 더 모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곳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마도 그 피라미드 그림자 옆에 서 있거나 그 내부 깊은 곳으로 걸으면서 네네프타가 사용한 ''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에리카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녀는 손쉽게 730분 카이로행 침대차를 예약할 수 있었다. 열광된 흥분으로 그녀는 짐 가방에 폴라로이드 카메라, 베데커 여행 책자, 회중전등, 진바지, 깨끗한 속옷을 넣고 짐을 꾸렸다. 그리고 재빨리 목욕을 끝마쳤다.

호텔을 나오기 전에 에리카는 아흐메드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정도 카이로에 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쿠푸의 그레이트 피라미드를 너무나도 보고 싶기 때문에 카이로에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흐메드는 순간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여기 룩소르에서도 볼 것이 많이 있소. 그걸 기다릴 수는 없소?"

"기다릴 수 없어요. 갑자기 내가 그것을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본 드 마르그를 보러 가려는 건 아니오?"

"글쎄요."

그녀는 얼버무렸다. 그녀는 혹시 그가 질투를 하는 건 아닌가 궁금했다.

"당신은 내가 그에게 전해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그녀는 자신이 그를 다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전혀. 내 이름도 말하지 말아요. 돌아올 때 전화나 하시오."

아흐메드는 에리카가 인사도 하지 전에 끊어버렸다.

 

에리카가 카이로행 기차에 탑승했을 때, 라히브 자이드는 호텔 윈터팰리스에 들어갔다. 그는 에리카에게 전해줄 메시지, 즉 확실하게 누군가가 뒤따라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세티 1세상을 보여주겠다는 말 때문에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에리카가 없었기 때문에 후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무하마드가 이 메시지를 그녀에게 전해주지 못한 데 대해서 핀잔할 것에 대해 두려워하면서.

카이로행 기차가 출발한 후에 칼리파는 중앙우체국으로 들어가서 이본 드 마르그에게 에리카가 카이로로 가는 중이고 그녀가 매우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자신은 사보이호텔에서 더 많은 지시를 기다리겠다는 내용의 전보를 쳤다.

 

 

8

 

카이로, 아침 730

 

기자의 피라미드는 오전 8시에 열렸다.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에리카는 간단히 아침을 먹으러 메나하우스 호텔에 들어갔다. 검은 머리의 아가씨가 그녀를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에리카는 커피와 메론을 주문했다.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되었고, 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녀 바로 앞에 야자수와 유칼립투스 나무가 늘어선 그 너머로 쿠푸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었다. 기본적 단순함을 갖춘 삼각형체는 아침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에리카는 어린 시절부터 그레이트 피라미드에 대해 들어왔었기 때문에, 그 기념물을 눈앞에서 맞닥뜨렸을 때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왔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그 장대함과 균형미에 압도되어 감동을 받고 있었다. 피라미드는 준엄한 시간의 얼굴에 작은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인간의 시도를 상징한다는 사실에 비하자면 규모가 그다지 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베데커안내서를 꺼내 피라미드를 찾아 내부구조를 살폈다. 그녀는 네네프타를 생각하며 그가 저 디자인을 어떻게 보았을까를 생각해 내려 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쩌면 네네프타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거대한 피라미드는 대부분의 다른 피라미드들과 마찬가지로 건축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변형이 있었다. 사실 그레이트 피라미드는 3개의 분명한 단계가 있었다는 가설이 있었다. 첫 단계는 훨씬 더 작은 구조물로 계획되었을 때로, 묘실은 지하에 설계되어 있었고 그것은 반암을 파서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그 구조가 확장되었을 때 구조물 내에 새 묘실이 계획되었다. 에리카는 구조도에서 이 방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여왕실이라는 잘못된 표지가 붙어 있었다. 에리카는 자신이 정부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특별허가를 받지 못하면 지하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왕실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그녀는 시간을 체크했다. 여덟 시가 거의 다 되었다. 에리카는 자신이 제일 먼저 피라미드에 들어가고 싶었다. 일단 버스에 실린 관광객들이 도착하면 통로가 좁아져 불편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귀와 낙타를 타라는 끈질긴 요구를 거절하고 에리카는 길을 따라 올라가 피라미드가 서 있는 고원에 다다랐다. 피라미드에 다가가면 갈수록 그것은 더욱더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건축물을 짓는데 쓰인 수백만 톤의 석회암을 통계학적 수치로 계산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수치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 건물의 그림자 안에 있었고 그녀는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하얀 석회암 표면이 아니더라도 피라미드 표면에 내리쬐는 태양의 효과란 엄청난 것이었다.

서기 820, 칼리프 마문이 파내라고 명령했던 무덤 안으로 다가갔다. 입구에서부터 점점 넓어지는 형태였다.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노려보듯이 하얗던 주변은 희미한 그림자와 약한 빛으로 바뀌었다.

칼리프의 터널은 화강암 문 바로 너머에 있는 좁은 오르막길과 합쳐졌는데, 그 화강암 문은 고대에 터널을 막던 역할을 하던 것으로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오르막길의 높이는 8피트가 조금 넘었고 에리카는 걸어 올라가기 위해 몸을 구부려야 했다. 좀 더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미끄러운 길에는 가로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통로는 길이가 약 100피트쯤 되었고, 대회랑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똑바로 몸을 펼 수가 있었다.

대회랑은 오르막길과 비슷한 각도만큼 위로 경사져 있었다. 그랜드 갤러리의 천장은 20피트가 넘는 기둥이 받쳐져 있었는데, 좁은 통로를 지나온 터라 그랜드 갤러리는 시원함을 느낄만큼 넓게 보였다. 에리카의 오른편에는 격자 하나가 지하 묘실과 이어지는 내리막 통로를 막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그녀가 찾던 문이 있었다. 에리카는 다시 몸을 굽혀 여왕실로 나 있는 긴 수평통로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녀는 다시 한번 똑바로 설 수 있었다. 공기가 텁텁해서 에리카는 세티 1세 무덤에서의 그 불편했던 느낌을 떠올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을 모으려고 해보았다. 방에는 피라미드의 내부벽이 모두 그렇듯 장식이 없었다. 그녀는 플래시를 꺼내어 방 주위를 쭉 비춰보았다. 지붕은 거대한 석회암 슬라브로 둥근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에리카는 베데커 여행 안내서를 펼쳐 피라미드의 구조도를 보았다. 그녀는 건축가인 네네프타가 살았던 시대에도 이 구조물이 천 년 이상 되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그 같은 건축가가 만약 그레이트 피라미드 안에 있다면 무엇을 생각했을까를 상상해보려 애썼다. 구조도에 의하면 여왕실은 원래의 묘실 바로 위인 왕실 아래에 있었다. 묘실이 좀 더 높은 곳으로 옮겨진 것은 피라미드의 세 번째 변형 즉 마지막 변형 때였다. 새로운 방은 '왕실'로 표시되어 있었고 에리카는 그곳을 가볼 때가 되었다고 결정하였다.

그랜드 갤러리로 돌아가려고 낮은 통로로 몸을 구부렸을 때 에리카는 한 형체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았다. 그 좁은 통로에서 서로 비껴가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기다렸다. 비상구가 순간 막히는가 싶더니, 그녀는 밀실공포증이 밀려옴을 느꼈다. 갑자기 그녀는 그녀 위에 있는 수천 톤의 바위가 느껴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었다. 공기가 무거웠다.

"에게, 그냥 빈방이잖아."

금발의 미국여행객이 투덜거렸다. 그는 '블랙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씌어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터널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랜드 갤러리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그녀는 뚱뚱한 독일 남자 뒤로 가서 위쪽으로 올라가 '왕실'에 이르는 나무계단을 올라갔다. 거기서 그녀는 낮은 벽 아래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격자문을 봉하기 위한 홈통들이 보였다.

에리카는 약 15x30피트쯤 되는 분홍 화강암의 방으로 들어섰다. 지붕은 수평으로 놓여진 아홉 개의 슬라브로 만들어져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정교한 무늬의 장례용침대가 심하게 파손된 채 있었다. 방 안에는 스무 명쯤 되는 사람이 있었고 공기는 답답했다.

다시 한번 에리카는 그 구조물이 어떻게 해서 도굴꾼들에게 길을 제시했을까를 상상해 보려 했다. 그녀는 격자문의 연대를 조사해 보았다. 어쩌면 그것이 네네프타가 의미한 것인지도 몰랐다. 화강암을 사용한 무덤폐쇄. 하지만 격자문은 많은 피라미드에 사용되었다. 격자문에 관한 한 그레이트 피라미드는 독특한 점이 없었다. 더구나 격자문은 스텝 피라미드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네네프타는 그 ''은 두 군데 모두 사용되었다고 말했었다.

왕실은 큰 규모의 방이었지만 위대한 파라오인 쿠푸의 수장품을 모두 저장할 만큼 큰 것은 아니었다. 에리카는 다른 방들이 아마도 파라오의 보물들을 저장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금 그녀 밑에 있는 여왕의 방은 특히 그랬을 것이며, 어쩌면 많은 이집트학자들이 오르막길을 위해 봉합벽돌을 저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랜드 갤러리조차도 그랬을 것이었다.

에리카는 네네프타의 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또 다른 많은 미스테리를 품은 채 그레이트 피라미드는 묵묵히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왕실로 몰려들었고, 에리카는 자신에게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안내 책자를 덮어 버렸지만 방을 떠나기 전에 장례용 침대를 한번 보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방을 가로질러 가서 그녀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장례용 침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거기에 원산지, 연대 그리고 목적에 관한 상당한 모순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왕족의 관을 놓기에는 너무 작아서 많은 이집트학자들은 그것이 장례용침대가 아니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스 바론......"

높은 톤이었지만 울리는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렸다.

에리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주변의 사람들을 죽 둘러보았다. 아무도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아래 쪽을 보았다. 천사같이 생긴 열살 쯤 된 소년이 진흙투성이가 된 갈라비아를 입고는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바론 양이시지요?"

"맞는데."

머뭇거리며 그녀는 대답했다.

"큐리오 골동품상에 가서 상을 보셔야 해요. 오늘 꼭 가보셔야 해요, 꼭 혼자서요."

소년은 휙 돌아서서 사람들 무리 속으로 사라졌다.

"기다려."

에리카는 소리쳤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나가 그랜드 갤러리 쪽으로 난 경사길을 내려다보았다. 소년은 이미 길의 4분의 3쯤을 내려가 있었다. 에리카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로 만든 손잡이는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 다루기가 더 어려웠다. 소년은 아무 어려움도 없는 듯 재빨리 오르막 통로의 문쪽으로 사라졌다.

에리카는 속력을 늦춰 천천히 내려갔다. 그녀는 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소년이 전한 말을 생각하자 흥분의 물결이 밀려옴을 느꼈다. 큐리오 가게라! 그녀의 책략은 성공했다. 그녀는 상을 찾은 것이다!

 

 

룩소르, 오후 12

 

라히브 자이드는 누군가가 자기의 발을 심하게 잡아당기고 있음을 느꼈다. 에반젤로스는 그의 멱살을 힘차게 움켜잡았다.

"그녀는 어디 있지?"

겁에 질린 아랍인의 얼굴에 대고 그는 윽박질렀다.

스테파노스 마큘리스는 셔츠의 윗단추를 풀어 헤친 캐주얼 차림이었는데 살펴보고 있던 작은 금동모형을 내려놓고 두 사람 쪽으로 몸을 돌렸다.

"라히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그녀가 너희 가게에 들어와 세티상을 요구한 사실을 내가 알고 난 후, 그녀가 어디 있는지 말해주기를 왜 꺼리는 거지?"

라히브는 공포에 질려 있었고 무하마드와 스테파노스 중 누가 더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지조차도 확신을 못 했다. 그러나 에반젤로스의 손가락이 그의 갈라비아 위를 세게 누르는 것을 느끼자 그는 스테파노스라고 결정을 내렸다.

"좋소, 말해주겠소."

"그를 놔 줘, 에반젤로스"

에반젤로스가 그의 멱살을 갑자기 놓는 바람에 라히브는 비틀거린 후에야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래?"

스테파노스가 물었다.

"그녀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숙박하는 곳을 알고 있고. 그녀는 윈터팰리스호텔에 머물고 있소. 하지만 마큘리스, 지금 누군가 그녀 뒤를 봐 주고 있어요. 우리가 알아보겠소."

"내가 그녀를 돌봐주고 싶군."

스테파노스가 말했다.

"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걱정할 것 없어. 작별인사를 하러 다시 올 테니까. 도와줘서 고맙네."

스테파노스가 에반젤로스에게 몸짓을 하자 두 사람은 가게를 빠져 나갔다.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라히브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에 그는 문쪽으로 달려가 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여기 룩소르에 이제 큰 문제가 있을 게다."

두 명의 그리스인이 사라지자 라히브는 그의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 오후, 네가 어머니와 누나를 아스완에 데려다주었으면 좋겠구나. 그 미국인여자를 만나 그녀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즉시 너와 합류하겠다. 지금 바로 가거라."

스테파노스 마큘리스는 에반젤로스를 윈터팰리스호텔 바깥 로비에서 기다리도록 하고는 접수 데스크 쪽으로 다가갔다. 직원은 잘생긴 누비아인으로 흑단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 에리카 바론 양이 묵고 있나요?"

스테파노스가 물었다.

직원은 투숙객 명단으로 몸을 돌려 그녀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예 그렇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좋아요. 메시지를 좀 남기고 싶은데요. 펜과 종이를 쓸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직원은 공손하게 스테파노스에게 펜과 종이를 주었다.

스테파노스는 메모를 적는 척했다. 대신 그는 펜을 마구 갈겨쓰고서 메모지를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는 직원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직원은 그것을 218호 박스에 집어넣었다. 스테파노스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에반젤로스에게 갔다. 그들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218호 문을 노크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스테파노스는 에반젤로스에게 자물쇠를 손보게 하고 자신은 주위를 살폈다. 구식 자물쇠라 다루기가 쉬워, 마치 진짜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빨리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스테파노스는 문을 잠그고 방을 둘러보았다.

"찾아보자."

그가 말했다.

"그 다음에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즉시 그녀를 죽여야 하나?"

에반젤로스가 물었다.

스테파노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우리는 그녀와 잠시 얘기를 할 거야. 그저, 내가 얘기를 좀 하지."

에반젤로스는 웃으며 장농의 제일 윗서랍을 당겨 열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옷가지 속에 에리카의 나일론팬티가 있었다.

 

 

카이로, 오후 230

 

"확실하오?"

이본이 미심쩍은 듯 물었다. 라울은 보던 책에서 눈을 떼었다.

"거의 확실해요."

이본의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에리카는 말했다. 그레이트 피라미드에서 메시지를 받은 후 에리카는 이본은 만나야겠다고 결정했다. 이본은 그 상에 대해 기뻐할 것이고 기꺼이 그녀를 룩소르로 데려가 줄 것임을 알았다.

"못 믿겠군."

파란 눈을 반짝이며 이본이 말했다.

"그들이 당신에게 세티상을 보여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소?"

"내가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당신은 정말 대단하구려."

이본이 말했다.

"난 상을 찾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소. 그런데 당신이 먼저 해냈구려."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글쎄요. 아직 상을 본 건 아니에요."

에리카가 말했다.

"오늘 오전 중으로 큐리오 골동품상에 도착해야 해요. 그것도 저 혼자서요."

"우린 한시간 내로 떠날 수 있소."

이본은 전화기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상이 룩소르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어쩐지 좀 의심스러웠다.

에리카는 일어나 몸을 쭉 뻗었다.

"나는 밤새 기차에 있었어요. 상관없다면 샤워 좀 하고 싶은데요."

이본은 옆방 쪽으로 손짓을 해 보였다. 이본이 그의 비행기 조종사와 이야기하는 사이, 에리카는 자신의 큰 가방을 집어 들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이본은 이동에 대한 계획을 마무리 지었다. 샤워 소리를 체크하고 나서 라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도 바라던 기회가 이건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극도로 조심해야 돼.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칼리파에게 의존해야 되는 때야. 그에게 연락해서 여섯 시 반쯤 도착할 거라고 알려줘. 그리고 에리카가 오늘 저녁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과 만날 거라고 말해줘. 분명히 무슨 문제가 생길 테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과 그녀가 죽으면 그도 끝장이라는 사실도."

 

작은 비행기는 가볍게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우아하게 날았다. 비행기는 룩소르 북쪽 5마일 근방에서 크게 커브를 돌아 나일강 계곡 위로 날았다. 1,000피트 정도를 뚫고 지난 다음 정북 방향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이윽고, 이본은 속력을 줄여 기수를 잡아당기고 공기 쿠션으로 부드럽게 착륙을 시도했다. 엔진의 역추진 장치가 작동되어 비행기가 조금 흔들리더니, 아래로 내려가 잠깐 사이에 활주 속도로 떨어졌다. 이본은 조종사에게 조종을 맡기고 조종사가 공항 쪽으로 활주해 가는 동안 다시 에리카에게로 와서 얘기를 시작했다.

비행석을 에리카 쪽으로 돌리며 "이제 한 번 더 확인합시다."하고 이본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진지해서 그녀는 불안해졌다. 카이로에서 세티상을 보러 가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었지만 여기 룩소르에서는 겁이 났다.

"도착하는 즉시 택시를 나누어 타고 당신은 큐리오 가게로 곧장 갔으면 하오. 라울과 나는 뉴윈터팰리스호텔 200호실에서 기다리겠소. 하지만 세티상은 가게에 없을 것이 확실하오."

에리카는 그를 쏘아보았다.

"거기에 없을 거라니, 무슨 뜻이지요?"

"아주 위험할 거요. 세티상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소. 그들이 당신을 거기로 데려갈 거요. 원래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오."

"그 상은 압둘에게 있었잖아요."

에리카가 따지듯 물었다.

"그건 요행이었소."

이본이 말했다.

"상은 운반 중이었소. 이번에는 그들이 당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 그 상을 보여줄 거요. 어딘지 정확히 기억하도록 해요. 그러면 당신은 되찾을 수 있소. 상을 보게 되면 당신이 그들과 흥정하기 바라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당신을 의심할 거요. 하지만 나는 그들이 이집트 밖으로 운반해준다는 보장만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소."

"취리히 신용은행을 통해서요?"

에리카가 말했다.

"어떻게 알았소?"

이본이 물었다.

"그 방법으로 큐리오 골동품상으로 가는 길을 알게 되었죠."

"어떻게?"

이본이 물었다.

"말해주지 않을 거예요."

에리카가 말했다.

"어쨋든 아직은 아니에요."

"에리카, 이건 게임이 아니오."

", 저도 알아요. 이건 게임이 아니에요."

그녀는 발끈해서 말했다.

이본은 그녀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는 게 말하지 않으려는 이유예요."

이본은 당황해서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좋소." 그는 결국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가능한 한 빨리 호텔로 돌아오길 바라오. 우리는 상이 다시 지하로 가게 할 수는 없소. 그들에게 말해 주오. 돈은 24시간 이내에 송금할 거라고 말이오."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여섯 시가 지났는데도 아스팔트에서는 여전히 열기가 뿜어 올라오고 있었다. 비행기가 멈춰섰고 엔진이 꺼졌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좌석벨트를 풀었다.

사설비행장 근처에 있는 전방관측소에서 칼리파는 경비행기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에리카를 보자마자 그는 돌아서서 대기하고 있던 차쪽으로 재빨리 걸어가 오토매틱을 점검하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오늘밤 일당인 200달러를 벌 것은 확실하다. 그는 기어를 넣고 룩소르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윈터팰리스호텔의 에리카 방에서 에반젤로스는 왼쪽 팔 아래서 자신의 베레타 권총을 꺼내 상아색 핸들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것 좀 치워."

침대에서 스테파노스가 그것을 낚아챘다.

"니가 그걸 만지고 있는 걸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제발 긴장 풀어. 그 여자는 나타날 거야. 짐이 모든 여기 있잖아."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면서 에리카는 잠깐 호텔에 들를까 생각했다. 카메라와 여분의 옷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도착하기도 전에 라히브 자이드가 가게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 이본이 제안한 대로 곧장 가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운전수에게 사람들이 몰려 있는 샤리 엘 문타즈에 차를 멈춰 세우도록 했다. 큐리오 골동품상은 반 블럭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에리카는 긴장이 되었다. 이본 때문에 이 일에 대해 품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그녀는 세티상 때문에 사람이 살해되는 것을 보았던 기억을 되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그것을 보러 가면 무슨 일을 겪게 되는 걸까?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가게가 여행객들로 꽉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쳐갔다. 가게 몇 개를 내려가다가 그녀는 멈춰서서 입구를 돌아다보았다. 곧 독일인 무리가 나타나더니 시끄럽게 농담을 하면서 늦은 오후의 쇼핑객과 배회객 사이에 끼어들었다. 때는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들어간다. 에리카는 오무린 입술 사이로 숨을 내쉬고 가게를 향해 성큼 발길을 옮겼다.

한참을 망설인 후 들어갔을 때 라히브 자이드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 의욕에 넘치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데 놀랐다. 그는 카운터 뒤에서 나오며 에리카가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반갑게 맞았다.

"바론 양, 다시 보게 되어 기쁩니다. 너무나 반갑군요."

에리카는 처음에 미심쩍었지만 라히브의 환대가 다정해 보여서 그가 포옹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차 좀 드시겠어요?"

"아뇨. 괜찮아요. 소식 듣고 가능한 빨리 왔습니다."

", ." 라히브가 말했다. 그는 흥분해서 손뼉을 쳤다.

"그 상 말이군요.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아요. 왜냐하면 당신은 정말 놀라운 것을 보게 될 거요. 세티 1세상은 당신 키만큼이나 크다오."

라히브는 눈을 감은 채 그녀의 키를 어림해보았다. 에리카는 그가 그렇게 들떠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태도는 그녀가 좀전까지 품고 있던 불안감을 멜로드라마의 유치한 감정으로 만들어버렸다.

"세티상은 여기 있나요?"

에리카가 물었다.

"아가씨, 아니에요. 우리는 문화재당국이 모르게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오."

그는 윙크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그것이 굉장히 크고 엄청난 물건이기 때문에 여기 룩소르에 감히 둘 수가 없소. 그건 지금 서부 제방에 있지만 당신측이 원하는 장소가 어디이건 운반해 줄 수가 있소."

"어떻게 하면 그 상을 볼 수 있지요?"

에리카가 물었다.

"아주 간단하지요. 하지만 먼저 당신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이런 종류의 물건은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없어요. 만약 다른 사람과 동행한다면, 아니 누가 미행이라도 한다면 그걸 볼 기회를 잃게 됩니다. 아시겠죠?"

"."

에리카는 말했다.

"좋습니다. 당신이 할 일은 나일강을 건너 택시를 잡아 쿼나라는 작은 마을로 가는 겁니다. 그 마을은......"

"저도 그 마을을 알아요."

에리카가 말했다.

"그럼 일이 더 쉽게 되겠군."

라히브는 웃었다.

"그 마을에 작은 사원이 있어요."

", 알아요."

"놀랍군요. 그럼 아무 문제도 없어요. 오늘 저녁 어둑해질 때쯤에 그 사원에 도착하도록 해요. 나 같은 중간상인 한명이 당신을 만나 그 상을 보여줄 겁니다. 아주 간단해요."

"좋아요."

에리카가 말했다.

"또 한 가지."

라히브가 말했다.

"서부제방에 다다르면 택시를 대절해서 마을 아래에서 기다리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돈을 좀 더 얹어주면 돼요. 대절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배 잡기가 힘들거요."

"감사합니다."

에리카가 말했다. 라히브의 배려가 그녀를 기쁘게 했다.

라히브는 에리카가 샤리 엘 문타즈를 걸어 내려가 윈터팰리스호텔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한번 돌아보자 그는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재빨리 가게 문을 닫고 나무 덮개로 막아버렸다. 마루청 밑 후미진 곳에 그는 자신의 가장 훌륭한 골동품과 고대 자기들을 숨겼다. 그런 다음, 그는 뒷문을 닫고 역을 향해 떠났다. 그는 아스완행 7시 기차를 탈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에리카는 강가를 따라 호텔 쪽으로 가면서 큐리오 골동품상에 들르기 전보다 기분이 훨씬 좋아진 걸 느꼈다. 무슨 음모가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예상은 빗나간 것이 틀림없었다. 라히브 자이드는 다정하고 솔직하고 사려깊었다. 그녀의 유일한 실망은 저녁이 될 때까지 세티상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에리카는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일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려보았다. 호텔로 돌아가 쿼나에 가기 전에 청바지로 갈아 입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이제는 현대식 도시에 둘러싸인 장엄한 룩소르의 사원이 가까워졌을 때 에리카는 갑지가 멈춰 섰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만약 미행당하고 있다면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그녀는 재빨리 거리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그 남자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보행자가 있었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매부리코 사내는 없었다. 에리카는 다시 한번 시간을 체크했다. 만약 미행당하고 있다면 자신이 알고 있어야 했다. 다시 뒤로 돌아 그녀는 얼른 입장표를 끊어 전면의 탑문 사이로 난 통로를 가로질러 갔다. 두 겹으로 늘어선 파피루스 기둥으로 둘러싸인 람세스 2세의 전당에 들어가자, 그녀는 오른쪽으로 돌아 아몬신을 모신 작은 사당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사람과 입구를 둘 다 지켜볼 수 있었다. 스무 명쯤 되는 사람이 왔다갔다 하면서 람즈 2세상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에리카는 15분 정도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녀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사당 안을 힐끗 보니 양각으로 새긴 부조가 보였다. 그것들은 람즈 2세 시대에 새겨진 것이었고 아비도스에서 보았던 작품의 질보다 못하였다. 그녀는 아몬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에리카가 다시 사원 마당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 칼리파가 그녀가 서 있는 곳에서 5피트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탑문 주변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도 역시 놀랐다. 그는 손을 자켓 속으로 넣어 피스톨을 쥐었지만 곧 얼굴에 미소를 띄우려고 얼굴을 찌푸리면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가 버렸다.

에리카는 눈을 깜빡거렸다. 충격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제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사당에서 뛰어나와 두 겹의 기둥들 뒤쪽의 복도를 내려다보았다. 칼리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가방끈을 잡아당겨 어깨에 메고 에리카는 사원 마당에서 서둘러 빠져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곤경에 빠져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그 미행자가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일강을 따라 나 있는 둑에 다다랐다. 그녀는 그를 따돌려야 했다. 시간을 체크해 보니 부족했다.

칼리파를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쿼나에 도착해서 왕의 계곡으로 가는 산마루 너머로 가는 때뿐이었다. 에리카는 반대 루트를 이용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왕의 계곡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택시기사에게 마을 아래에서 기다리도록 부탁하고 오솔길을 따라 쿼나마을로 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우스꽝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도 칼리파가 왕의 계곡으로 그녀를 따라오지 않을 유일한 이유는, 그는 그녀가 어디로 갈 것인지 알고 있어 굳이 힘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러석은 자가 아니었다. 만약 그녀가 칼리파를 정말 따돌릴 것이라면 그건 군중들 사이에서여야 했다.

다시 한번 시간을 체크하고 나자 그녀에게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시간의 거의 7시였다. 730분에 카이로로 가는 열차가 있었다. 어젯밤 그녀가 탔던 열차도 바로 그것이었다.

역과 플랫폼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그것은 이제껏 그녀가 생각해 낸 것 중 최고였다. 유일한 문제는 이본과의 연락이 끊기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역에서 이본에게 전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에리카는 큰소리로 택시를 불렀다.

그녀가 예상한 대로 역은 여행객들로 붐볐고 그녀는 간신히 매표구에 다다랐다. 그녀는 꽥꽥거리는 닭들로 가득찬 닭장더미를 지나쳤다. 염소와 양 무리가 기둥에 메어져 있었고, 아파서 우는 소리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먼지투성이의 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녀는 낙 함마디로 가는 1등석 편도표를 끊었다. 717분이었다.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것은 매표구에 이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에리카는 뒤쪽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밀고 끼여서 비교적 조용한 일등석칸 주변에 겨우 다다랐다. 그녀는 차표를 차장에게 건네고 2번칸에 올랐다. 723분이었다.

에리카는 곧장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은 잠겨 있었다. 반대편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머뭇거리지도 않고 그녀는 3번칸으로 가서 서둘러 중앙복도를 내려갔다. 화장실은 비어 있었고 그녀는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가능한 한 악취를 맡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면바지를 벗었다. 그러고 나서 팔뚝에 걸쳐놓았던 청바지를 꺼내 갈아입었다. 729분이었다. 휘슬 소리가 들렸다.

두려움에 떨며 파란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서둘러 화려한 머리를 올려 카키색 선캡을 머리에 눌러썼다. 거울을 보면서 그녀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있기를 바랐다. 그런 다음 화장실을 나와 말 그대로 뛰어서 다음 칸으로 갔다. 2등석 칸이었기 때문에 더욱 붐볐다.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였고 머리 위 그물에다 소지품들을 올려놓느라 분주했다.

에리카는 계속해서 칸을 옮겨갔다. 3등석 칸에 왔을 때, 그녀는 닭과 소들 때문에 더 이상 옮겨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바깥을 보면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무리를 셈해 보았다. 732분이었다. 기차가 덜컹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플랫폼에 내려섰을 때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몇몇 사람들은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에리카는 플랫폼에서 역사쪽으로 걸어가며 우선 칼리파를 찾아보았다.

군중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에리카는 사람들에 밀려 거리로 나왔다. 일단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서둘러 건너편에 있는 작은 카페로 가서 역이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거피를 주문하고 역입구를 주시했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거칠게 사람을 밀치며 칼리파가 역에서 뛰쳐나왔다. 그녀가 앉아 있는 곳에서 보아도 그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얼른 택시를 잡아 나일강 쪽으로 향한 샤리 엘 마하타로 향했다. 그녀는 단숨에 커피를 마셨다. 해는 졌고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 서둘러 가방을 메고 카페를 나왔다.

 

"맙소사."

이본이 소리쳤다.

"왜 내가 당신에게 하루에 200달러씩이나 주고 있는 건지 잊었소? 말 좀 해보시오."

칼리파는 미간을 찌푸리고 왼손의 손톱을 보고 있었다. 칼리파는 이런 장광설을 참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와의 계약은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다. 에리카 바론은 자신을 속였지만, 그는 좀처럼 미행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자주 있었다면 오래 전에 죽었을 것이다.

"좋소."

이본이 가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라울은 자신이 칼리파를 추천했기 때문에 칼리파보다도 더 책임감을 느꼈다.

"한 사람 보내서 기차를 추적해야 합니다."

칼리파가 말했다.

"그녀는 낙 함마디행 티켓을 샀지만 실제로 그곳에 갔다고 생각지는 않소. 단지 나를 따돌리려 했을 뿐일 거요."

"좋소, 라울. 기차를 추적해."

이본은 단호히 말했다. 라울은 할 일이 생긴 것을 반가워하며 전화쪽으로 갔다.

"잘 들어. 칼리파."

이본이 말했다.

"에리카를 놓침으로 해서 모든 계획이 곤경에 빠졌소. 그는 큐리오 골동품상에서 지시를 받았소. 거기로 가서 그녀를 어디로 보냈는지 알아오시오. 무슨 방법을 쓰든 상관 않겠소. 지금 당장 말이오."

한마디 말도 없이 칼리파는 몸을 기대고 있던 장농에서 떨어져 나와 호텔을 나섰다. 그는 가게주인을 죽이지 않는 한 그에게서 정보를 캐낼 도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에리카가 길에서 긴 언덕을 따라 올라왔을 때 높이 솟은 사암 절벽 아래 쿼나 마을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다. 언덕 밑에는 그녀가 저녁나절 동안 세낸 택시가 문을 열어놓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안뜰에는 마른 쇠똥을 연료로 태우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로테스크한 여름 원두막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에리카는 그것들이 지어진 이유를 기억해 내고는 - 코브라와 전갈 때문이었다 - 밤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흰색 회칠이 되어 있는 첨탑이 있는 사원은 어두워지자 은색으로 보였다. 그것은 약 100야드쯤 전방에 있었다. 에리카는 잠시 멈춰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계곡을 돌아보니 룩소르의 불빛 중 높이 솟은 뉴윈터팰리스호텔의 불빛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화려한 불빛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아불하가그 사원 지역에 비쳤다.

그녀가 계속해서 걸으려 하는데, 그녀 바로 앞 어둠 속에서 갑작스런 움직임이 있었다.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면서 그녀는 뒷걸음질치다가 하마터면 모래 속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녀가 막 뛰려 하자, 성난 그르렁거림에 뒤이어 짖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갑자기 개떼가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둘러쌌다. 그녀는 몸을 굽혀 큰 돌을 하나 집어들었다. 그건 개들에겐 익숙한 동작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돌을 던지기도 전에 개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갔기 때문이다.

마을을 통과해 지나려 할 때 10여 명쯤 되는 사람들이 에리카 옆을 걸어갔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 가운을 걸치고 한마디 말도 없이 무표정하게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에리카는 낮에 쿼나를 통과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밤에는 길을 잃었을지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목쉰 당나귀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더니 갑자기 뚝 그쳤다. 에리카는 걷고 있던 곳에서 산마루 높은 곳에 위치한 아이다 라만의 집 윤곽을 볼 수 있었다. 기름램프의 희미한 불빛이 창가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집 뒤에 솟은 산 위로 왕의 계곡에 이르는 오솔길 자국이 보였다.

사원까지는 50피트 정도가 남았다. 불빛이라곤 없었다. 그녀의 걸음이 느려졌다. 그녀는 자신이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저녁무렵이 아니었다. 이미 밤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결정 내렸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는 호텔로 되돌아가든지 아니면 아이다 라만의 집으로 찾아가서 자신이 파피루스에서 알아낸 것을 그녀에게 말해줘야 했다. 에리카는 멈춰서서 사원을 보았다. 그것은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그때, 라히브 자이드와 그의 허물없는 태도가 생각나 어깨를 으쓱하고는 문쪽을 향했다.

문은 천천히 열렸다. 안마당을 볼 수 있었다. 사원의 전면은 매혹적이었고 별빛을 받아 밝게 빛났다. 안마당은 거리보다 더 밝았다. 그녀는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에리카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사원에서는 아무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그녀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이라곤 가끔 아랫마을에서 나는 개짖는 소리가 전부였다. 마침내 그녀는 아치모양의 통로를 걸어내려갔다. 그녀는 사원 문을 밀어 보았다. 잠겨 있었다. 작은 주랑을 따라 걸어가면서, 그녀는 이맘의 뜰문을 노크했다. 대답이 없었다. 그곳에는 인적이 없었다.

에리카는 안마당으로 다시 나왔다. 그들은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결정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거리로 난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장 자리를 뜨지 않고 그녀는 다시 주랑 아래 쪽으로 되돌아와 앉아서 등을 사원의 앞쪽에 기대었다. 그녀 앞에는 검은 아치통로가 안마당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벽 너머 동녘 하늘은 달이 뜨려는 듯 밝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뒤져 담배를 찾아냈다. 그녀는 용기를 북돋기 위해 담배 한 개피에 불을 붙이고 성냥불의 도움으로 시계를 보았다. 815분이었다.

달이 떠오름에 따라 안마당은 그림자 때문에 반대로 점점 더 어두워졌다. 에리카는 오래 앉아 있을수록 상상이 커져 머리가 어지러웠다. 마을쪽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15분쯤 지나자 그녀는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어나서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런 다음 안마당을 건너 되돌아와 도로로 난 나무 문을 잡아당겼다.

"미슨 바론."

검은 버누스(두건 달린 아라비아 옷)를 입은 사람이 말을 했다. 그는 안마당 문 바로 바깥쪽의 지저분한 도로에 서 있었다. 그는 어깨에 달빛을 받고 있어서, 에리카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인사를 하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따라오시지요."

그는 큰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예측컨대, 그 사람은 누비아 사람 같았고, 그녀를 마을 위쪽에 있는 언덕마루로 인도했다. 그 두사람은 산에 난 많은 오솔길 중의 하나를 택해 걷고 있었고, 돌과 모래에 반사된 달빛 때문에 걷기가 수월했다. 그들은 무덤의 직사각형 입구를 지나쳐갔다.

누비아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산마루로 난 경사로에 이르러 멈춰서서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비탈 아래쪽에는 무거운 쇠격자로 닫겨진 입구가 있었다. 문에 37이라는 번호가 달려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당신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셔야 합니다."

누비아인이 말했다. 에리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쿼나 쪽으로 되돌아서 걸었다.

에리카는 그가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쇠문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누비아인은 이미 멀리 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소리를 질러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대로 있었다.

경사를 따라 내려가 에리카는 쇠문을 잡아서 흔들어 보았다. 37 번호판은 덜컹 소리를 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겨 있었던 것이다. 에리카는 단지 벽에 붙어 있는 고대 이집트인의 장식품을 보았을 뿐이다.

다시 경사진 곳으로 올라오자 큐리오 골동품상에 들어가기 전에 느꼈던 것과 같은 불안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녀는 무덤의 입구에 서서 누비아인이 아래쪽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멀리서 개가 짖었다. 그녀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녀는 뒤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금속성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공포 때문에 다리힘이 쭉 빠졌다. 다음 순간 그녀는 쇠가 갈리는 듯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뛰려고 했지만, 무덤에서 마술에 걸린 무엇인가가 뛰쳐나올 것 같은 상상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쇠문은 그녀 뒤에 잠겨 있었고 그녀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바론 양."

형체 하나가 비탈을 올라오며 말했다. 그는 아까 그 누비아인처럼 검은 버누스를 입고 있었지만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었다. 두건 밑에는 흰 터번을 두르고 있었다.

"제 이름은 무하마드 압둘라입니다."

그는 인사를 했고 에리카는 다소 평정을 되찾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당신이 찾고 있는 상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당신이 당국의 미행을 받고 있지 않나 걱정스러웠던 겁니다."

에리카는 자신이 미행자를 따돌렸던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따라 오십시요."

그는 에리카 앞을 지나서 비탈을 따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에리카는 아래쪽의 마을에 흘끗 마지막 눈길을 주었다. 그녀는 아스팔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택시를 찾을 수 없었다. 무하마드를 따라잡으려면 서둘러 가야 했다.

그들이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의 바닥에 다다르자 그는 왼쪽으로 돌았다. 바위표면을 올려다보려 했지만 그녀는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 뻔했다. 그들은 50피트를 더 걸어서 커다란 둥근 돌을 돌았다. 다시 한번 그녀는 서둘러 무하마드의 뒤를 쫓아가야 했다. 바위 반대쪽에는 37번 무덤과 비슷한 경사가 있었다. 또 하나의 쇠격자 문이 있었지만 거기에는 숫자 번호판이 없었다. 그가 열쇠 꾸러미를 더듬어 찾자 그녀는 그의 뒤에 멈추어 섰다. 그녀는 겁이 났지만 자신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녀는 상이 이렇게 외진 곳에 보관되어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쇠문은 돌쩌귀에 마찰되어 심한 쇳소리를 냈고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

무하마드는 에리카에게 들어가라는 몸짓을 하며 간단히 말했다.

장식이 없는 무덤이었다. 그녀는 무하마드가 문을 닫는 것을 돌아보았다. 자물쇠가 채워지자 소리가 울렸다. 희미한 달빛이 쇠창살을 통해 들어 왔다.

무하마드는 성냥을 켜고 그녀를 지나쳐 좁은 복도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무하마드 바로 뒤에 딱 붙어 가는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그들은 불빛이 드는 작은 공간에서 움직였고 그녀는 자신이 사태를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들은 곁방으로 들어갔다. 에리카는 벽에 있는 연한 선화를 알아볼 수 있었다. 무하마드는 몸을 구부려 성냥을 켜서 기름램프에 불을 붙였다. 불이 깜박거리며 붙었고 그림자가 벽에 있는 이집트 왕들 사이에서 춤을 췄다.

예리한 금빛 반사광이 에리카의 눈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있었다. 세티상의 윤택한 금빛이 램프빛보다 훨씬 강력하게 발산되었다. 경건함이 두려움을 압도해 에리카는 조각상 앞으로 걸어갔다. 희고 부드러우면서도 녹색빛이 나는 장석의 눈은 최면을 거는 듯해서 그녀는 간신히 눈을 떼어 아래쪽 상형문자를 보았다. 세티 1세와 투탄카멘의 상형문자가 있었다. 문구는 휴스턴상에 있는 것과 똑같았다. '투탄카멘의 뒤를 이어 통치한 세티 1세에게 영생을'

"굉장하군요."

에리카는 진심으로 말했다.

"얼마를 원하죠?"

"우리는 다른 것도 있소."

무하마드는 말했다.

"선택을 하기 전에 다른 것을 보여줄 테니 기다리시오."

에리카는 돌아서서 그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그녀는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렸다. 무하마드가 두건을 벗자 턱수염과 금박한 이가 드러났다. 그는 압둘 함디를 죽인 살인자들 중의 한명이었던 것이다!

"우린 옆방에 또 다른 상을 가지고 있소."

무하마드가 말했다.

"가시지요."

그는 반쯤 고개를 숙이고 좁은 통로 쪽으로 몸짓을 해 보였다.

식은땀이 그녀의 몸을 오한에 떨게 했다. 무덤의 문은 잠겨 있었다. 그녀는 잠시 연극을 해야 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통로 쪽으로 나갔다. 무덤 안쪽으로 더 깊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무하마드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어서 가시죠."

그는 점잖게 말하면서 그녀를 앞쪽으로 밀었다.

경사진 통로 아래로 내려가자 그들의 그림자가 벽에서 그로테스크한 모양으로 춤을 추었다. 앞쪽에서 에리카는 통로의 양쪽 면이 넓으면서 후미진 곳을 볼 수 있었다. 단단한 기둥이 바닥으로부터 올라와 움푹 패인 그곳에 서 있었다. 에리카는 기둥을 지나치면서, 그 기둥은 거대한 돌격자 문을 받치고 있는 것임을 감지했다.

바로 그 너머에서 통로는 끝났고 바위를 깎아 만든 층계가 아래쪽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얼마나 더 남았죠?"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았다.

"이제 다 왔습니다."

빛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에리카의 그림자는 그녀 앞에 있는 층계로 드리워져서 시야를 가렸다. 그녀가 등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그것이 무하마드의 손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무하마드가 그의 발을 그녀의 등에 조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에리카가 계단 벽으로 손을 내뻗으려고 하는 순간의 일이었다. 일격을 받고 그녀는 자빠져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엉덩이를 땅에 찧었지만 계단이 워낙 가팔라서 어둠 속으로 계속해서 미끄러져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무하마드는 재빨리 기름 램프를 내려놓고, 후미진 곳에서 커다란 돌망치를 꺼냈다. 그는 몇 번이고 세차게 내리쳐서 그 받침기둥을 제거한 후, 균형을 잡고 있던 격자문을 작동시켰다. 느린 동작으로 45톤의 석회벽돌은 약간 경사를 이루며 내려오다가 고대의 무덤을 봉했던 틈을 메우며 제자리에 가서 박혔다.

 

"낙 함마디에서 내린 미국인 여자는 없습니다."

라울이 말했다.

"그리고 에리카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도 기차에는 없었습니다. 우리를 속인 것 같습니다."

그는 발코니로 향하는 문에 서 있었다. 강 건너 달빛이 무덤너머에 있는 산에서 빛나고 있었다. 이본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앉아 있었다.

"나는 항상 성공의 문전까지 갔다가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걸 보아야 하는 운명인가?"

그는 칼리파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위대하신 칼리파는 무엇을 알아내셨나요?"

"큐리오 골동품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른 가게들은 여전히 열려서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에리카가 떠난 뒤 바로 문을 닫은 것이 분명합니다. 주인 이름은 라히브 자이드인데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끈덕지게 물었는데도요."

칼리파는 미소 지었다.

이본은 혼자 남게 되자 발코니로 나갔다. 밤은 평화롭고 포근했다. 식당에서 울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야자나무 사이로 퍼져나갔다. 그는 작은 테라스를 초조하게 왔다갔다 했다.

 

에리카는 계단 바닥에서 한쪽 다리를 겹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손을 심하게 긁힌 것을 제외하면 다친 곳은 없었다. 가방 안에 있던 소지품은 대부분 쏟아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캄캄한 어둠에서 주변을 둘러보려 애썼지만, 바로 눈앞에 있는 자신의 손조차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 먼 사람처럼 가방을 더듬어 플래시를 찾았지만 플래시는 없었다.

그녀는 손과 무릎을 힘겹게 움직여 바닥돌을 더듬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찾아냈다. 특별히 손상된 곳은 없는 듯했다. 안내책자도 찾아냈지만 플래시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손으로 힘껏 벽을 두들겨보다가 겁이 나서 움찔했다. 그녀가 예전에 뱀, 전갈을 보며 느꼈던 공포가 돌연 그녀를 괴롭혔다. 아비도스에서 본 코브라 이미지도 갑자기 떠올랐다. 벽을 더듬어가다가 모퉁이에 다다르자 그녀는 그것이 층계로 난 길임을 느꼈고 거기서 담배 한 갑을 발견해 냈다. 셀로판 커버 속에서 성냥 한 갑이 잡혀졌다.

에리카는 성냥을 그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10 평방미터쯤 되는 정사각형 형태의 문이 두 개 있는 방에 갇혀 있었고, 그녀 뒤쪽으로는 계단이 나 있었다. 벽은 석회칠이 되어 있었고, 고대 이집트인들의 일상생활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귀족무덤 중의 하나에 갇힌 것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벽 쪽을 향해 에리카는 성냥불을 비춰보았다. 성냥불이 다 타들어 갔다. 그녀는 하나를 더 켜서 그 희미한 빛에 의지해 걸어가다가 플래시를 찾아내었다. 앞쪽 유리가 깨지기는 했지만 전구는 아직 제자리에 있었다. 스위치를 누르자 불이 들어왔다.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생각도 않은 채 그녀는 즉시 계단 끝까지 올라가 플래시 빛을 격자문 주위로 비춰보았다. 그석회격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구멍에 끼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밀어보았다. 그것은 차가웠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산처럼.

다시 계단바닥으로 내려와 그녀는 무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측실로 난 두개의 문 중 왼쪽 것은 묘실로 이어져 있고 오른쪽의 것은 보관실로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먼저 묘실로 들어갔다. 부서진 석관만이 방에 있을 뿐이었다. 천장은 진청색으로 칠해져 수백개의 금빛 별 모양이 있었고, 벽은 '죽은 자의 책'에 있는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뒤쪽 벽을 보고서 에리카는 자신이 갇혀 있는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파라오 아멘호텝 3세 시대의 서기이자 귀족이었던 아흐모제의 무덤이었다.

석관 주위로 플래시를 옮겨 비추자 에리카는 바닥 누더기 중앙에 누워 있는 해골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주저하며 가까이 가 보았다. 눈은 검게 패인 구멍이 되었고 아래턱은 탈골상태였으며, 입에는 비통함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빨은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해골 위로 일어나며 에리카는 자신이 전신 시체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신은 마치 잠을 자는 듯이 석관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에리카는 금빛이 반짝하는 것을 보았다. 주춤거리며 그녀가 다가가서 그것을 집어들었다. 1975년 예일대학 반지였다. 몸을 떨며 그것을 제자리에 놓고 일어섰다.

"옆방으로 가보자구."

그녀는 짐짓 큰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기운을 북돋우려 했다. 그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리고 살펴볼 장소가 남아 있을 때까지는 자신의 처지를 마음 속에서 지워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객처럼 행동하면서 그녀는 옆방을 지나 마지막 방으로 갔다. 그 방은 묘실과 비슷한 크기였고, 돌 몇 개와 모래를 빼면 텅 비어 있었다. 장식도 옆방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품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완성되어 있지 않았다. 오른쪽의 벽은 수확장면을 그리려고 한 듯 커다랗게 준비되어 있었고 형상들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거기에는 아래쪽에 상형문자를 적기 위해 마련해 둔 넓은 흰색의 석고밴드가 있었다. 방을 쭉 둘러 비추고 난 후, 에리카는 옆방으로 돌아갔다. 할 일이 다 떨어져 가자 차가운 공포가 표면에 떠올라 그녀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남은 소지품들은 주워 가방에 넣었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단을 올라 석회암 문이 있는 곳까지 갔다. 엄청난 밀실 공포증이 밀려와서는 감정을 조절하려는 그녀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어 버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돌을 밀어내려 했다.

"살려줘요!"

그녀는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목소리는 돌 표면에 부딪혀 깊은 무덤에 메아리쳤다. 다시 침묵이 찾아들자, 엄청난 고요가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공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석회암 문을 힘껏 쳤다. 세게, 더 세게...... 고통스러웠다. 눈물이 넘쳐흘렀지만 계속해서 돌을 쳐댔다. 흐느낌으로 몸이 떨렸다.

그녀는 지쳤고,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여전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과 고립감이 그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올라 다시 한번 흐느낌과 떨림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생매장된 것이었다!

자신이 처한 처지를 냉정하게 받아들이자 에리카의 이성적 사고가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녀는 플래시를 집어 들고 긴 돌계단을 내려와 곁방으로 갔다. 그녀는 이본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걱정하게 될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 보았다. 일단 그가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는 아마도 큐리오 가게에 갈 것이다. 하지만 라히브 자이드는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까? 그녀가 대절한 택시 운전사는 자신이 미국인 여자 한 명을 쿼나까지 태워줬지만 돌아오지 않았다고 신고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에리카는 이 두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자신에게 이런 의문을 던지기만 했는데도 한 가닥 희망이 생겨나 그녀의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그녀는 플래시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스위치를 끄고 가방을 뒤져 성냥 세 갑을 찾아냈다.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 성냥을 찾다가 그녀는 우연히 붓펜을 발견했다. 펜을 만지다 보니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완성되지 않는 방에 기록을 남겨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감금한 자들이 그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상형문자의 형태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행동이 큰 의미가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해볼 만한 일이었다. 이미 공포는 절망과 체념으로 바뀌어 있었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런 절망을 잊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플래시를 바위에 받쳐놓고 에리카는 자신의 메시지를 적을 석고밴드를 나누었다. 간단할수록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띄어 쓸 칸을 정해놓고 그녀는 윤곽을 그려나갔다. 반쯤 완성되었을 때, 플래시가 갑자기 눈에 띄게 희미해졌다. 다시 환해지는가 싶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점점 더 희미해져서는 붉은빛만 조금 남아 있었다. 다시 한번 자신의 곤경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는 성냥을 켜 상형문자 그리기를 계속하였다. 그녀는 왼쪽 벽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문장은 바닥에서 시작되어 완성되지 않은 그림의 아래 쪽까지기둥 모양으로 씌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똑똑치 못해서 이런 심각한 곤경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한 번씩 눈물을 흘려야 했다. 모두 그녀가 이 일에 말려드는 것에 대해 경고했지만 그녀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어리석었다. 이집트학 공부는 그녀에게 범죄자들, 특히 무하마드 압둘라 같은 이들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성냥도 겨우 한 갑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산소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새를 그리려고 바닥 쪽 가까이로 몸을 구부렸다. 미처 윤곽을 그리기도 전에 갑자기 성냥이 꺼져 버렸다. 너무 빨리 꺼져버린 것이다. 에리카는 "이 망할 놈의 어둠" 하며 욕을 해댔다. 그녀가 다시 하나를 켜서 윤곽을 그리려고 몸을 구부리자 또 곧바로 꺼져버렸다. 에리카는 세번째 성냥를 켜서 자신이 작업하고 있던 자리로 가져가 보았다. 불꽃은 잘 타다가 갑자기 바람 속에서처럼 흔들렸다. 손가락에 침을 묻히자, 그녀는 바닥 근처 석회벽의 작은 수직틈에서 공기가 들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플래시는 아직도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에리카는 그것을 표적으로 하여 플래시를 받치고 있던 돌 중의 하나를 가져왔다. 그것은 석회암조각이었다. 아마도 석관뚜껑 조각이었으리라. 에리카는 그것을 틈새쪽으로 갖다놓고 성냥을 켰다.

그 힘없는 빛을 왼손에 쥐고 틈새가 있는 주변을 석회암으로 쳐 보았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있는 힘껏 성냥불이 꺼질 때까지 쳤다. 그러고서 어둠 속에서 감각으로 그 틈새의 위치를 찾아 1분도 넘게 미친 듯이 내리쳤다.

마침내 조금 진정이 되자, 그녀는 다시 성냥을 켰다. 틈새가 있던 그 자리에 이제는 손가락을 집어놓을 수 있을 만큼의 구멍이 생겼다. 구멍은 그 크기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시원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살피지도 않은 채 에리카는 그 작은 석회암으로 그 주위를 계속 찧었고, 그녀는 돌 아래쪽에서 희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성냥을 켰다. 이제 틈은 바닥 연결선과 아치 앞쪽에 있는 벽과 이어져 서서히 넓어지는 입구를 이루고 있었다. 에리카는 왼손에 성냥을 든 채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찧었다. 갑자기 커다란 석회 덩어리가 깨져서 없어져 버렸다. 잠시 후에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 구멍의 지름은 1피트쯤 되었다. 그녀가 성냥을 켜려 했지만 약한 바람이 자꾸 불을 꺼뜨렸다. 주춤거리며 그녀는 야생동물의 입속에 넣는 듯한 느낌으로 구멍에 손을 넣어보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석회 표면을 느낄 수 있었다. 손바닥을 위로 돌리자 그녀의 손은 천정에 닿았다. 그녀는 자신이 있던 방 아래 비스듬하게 지어진 또 하나의 방을 발견했던 것이다.

의욕이 솟아올라 그녀는 천천히 구멍을 넓히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성냥을 쓰고 싶지 않아 그녀는 어둠 속에서 작업을 했다. 마침내 구멍은 그녀 머리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돌조각들을 옆으로 치운 후 그녀는 바닥에 몸을 구부려 머리를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돌조각들을 떨어뜨려 보아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 보았다. 방은 그리 깊지 않은 듯했고 바닥은 모래에 덮여 있는 것 같았다.

에리카는 성냥갑에서 성냥을 비워 빈 성냥갑에 불을 붙였다. 불이 붙자, 그녀는 그것을 구멍 속으로 떨어뜨렸다. 불길은 꺼졌지만 연기와 타고 남은 불빛이 나선형을 그리며 내려앉았다. 돌을 몇 개 더 찾아서 머리를 구멍 속에 집어넣고 여러 방향으로 던져서 방에 대한 감각을 좀 얻어낼 수 있었다. 방은 정사각형인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를 기쁘게 했던 것은 그곳에는 계속적인 공기의 흐름이 있다는 점이었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앉아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골몰했다. 만약 그녀가 발견한 방으로 내려간다면 다시 원래 있던 이 무덤으로 되돌아올 기회는 없어진다. 하지만 그게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정말 중요한 문제는 구멍으로 들어갈 용기를 갖는 일이었다. 성냥도 이제 겨우 반 갑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 셋까지 세고 그녀는 구멍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삼켜 먹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아래로 몸을 내리자 발가락 끝이 부드러운 석회벽 쪽에 닿았다. 다이빙 선수가 찬물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처럼 에리카는 자신의 몸을 구멍을 통과해 검은 허공 속으로 던졌다. 영원인 것 같은 순간 그녀는 손을 허공에 내저으며 떨어졌고 발을 먼저 바닥에 닿으려고 시도했다. 균형을 잃고 떨어졌지만 다친 곳은 없었고 자갈이 군데군데 깔려 있는 모래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을 때의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발부리에 걸려 다시 균형을 잃고 기어나갔다. 엄청나게 많은 먼지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 손을 뻗치자 나무막대 같은 것이 그녀의 손에 닿았다. 그녀는 그것에 불이 붙기를 바라면서 집어 들었다.

에리카는 겨우 일어설 수가 있었다. 그녀는 성냥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기 위해 그 나무막대를 왼손으로 옮겨 집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무막대 같지가 않았다. 두 손으로 자세히 만져보다가 그녀는 자신이 미라의 팔뚝을 쥐고 어둠 속에서 그 거죽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역질이 나서 그것을 멀리 던져 버렸다.

에리카는 손을 털고 성냥을 주머니에서 꺼내 그었다. 먼지 속에서 불빛이 앞쪽을 비추자, 그녀가 자신이 벗겨지고 아무 장식도 없는 벽에 미라로 가득한 지하 묘지에 서 있음을 알았다. 시체는 부서져서 동강이 나 있었고 귀중품들은 다 벗겨져서 무참하게 버려져 있었다.

천천히 돌아보며 에리카는 천장 일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구석에서 낮고 어두운 문을 발견했다. 가방을 움켜쥐고 그녀는 무릎 깊이의 조각을 헤치며 나갔다. 성냥이 다 타들어 가 그것을 흔들어 끄고 손으로 벽을 더듬어 옆방으로 갔다. 성냥을 켜자 그녀는 똑같이 그로테스크한 미라들로 가득 찬 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벽의 움푹 들어간 자리에는 목이 베어져 미라로 만들어진 머리들로 꽉 차 있었다. 더 많은 묘지가 있다는 증거였다.

에리카 맞은편 벽에는 두 개의 넓은 문이 있었다. 그녀는 방 가운데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앞쪽에 성냥을 쥐고 더 작은 문 쪽에서 공기가 들어오고 있다고 결정을 했다. 성냥은 꺼졌고 그녀는 손을 앞쪽으로 내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굉장한 진동이 있었다. 낙석이다! 에리카는 돌조각이 머리와 어깨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재빨리 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붕괴되지는 않았다. 큰 진동 대신에 주변은 온통 먼지와 끽끽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무언가 에리카의 어깨에 떨어졌다. 그것은 생물의 발톱이었다. 그녀가 손으로 그것을 쳤을 때 그녀는 날개를 느꼈다. 낙석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청난 수의 박쥐였다. 그녀는 팔로 머리를 감싸 쥐고 벽에 몸을 움츠리며 기대앉아 될 수 있는 대로 숨을 깊게 쉬었다. 점차 박쥐들은 조용해졌다. 그녀는 다음 방으로 옮겨 갈 수 있었다.

에리카는 차츰 자신이 고대 테베 일반서민들 무덤의 미로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하 묘지는 수백만의 죽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미궁 형태로 산기슭 쪽으로 파 들어갔다. 가끔은 뜻하지 않게 다른 무덤과 연결되는 경우도 있는데 아모제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었고 거기에 에리카는 갇혀 버린 것이었다. 석회로 발라져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에게 잊혀져 버린 것이다.

에리카는 앞으로 나갔다. 박쥐가 있다는 것이 그녀를 두렵게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힘을 솟게 만들었다. 바깥과의 연결구가 있어야만 했다. 무심코 그녀는 미라 거죽에 불을 붙여 보았는데 굉장히 잘 탔다. 에리카는 싸여진 미라 조각들이 횃불처럼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몇 개를 집어 들었다. 팔뚝 부분은 쥐기가 수월했기 때문에 제일 좋았다. 좀 더 나은 불빛을 가지고 그녀는 많은 방들을 지나 마침내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불을 끄고 에리카는 달빛을 받으며 마지막 걸음을 옮겼다. 무더운 이집트의 밤공기를 느꼈을 때 그녀는 무하마드와 함께 들어갔던 산에서 수백야드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 바로 아래에 쿼나마을이 있었다. 마을에는 불빛이 거의 없었다.

에리카는 지하 묘지 입구에서 몸을 떨며 달과 별에 대해 전에는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고마움을 느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임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장소와 마실 것이었다. 먼지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그녀는 목이 쓰렸다. 또한 그녀는 목욕을 하고 싶었다. 마치 그 경험들이 더럽게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다정한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은 아이다 라만의 집이었다. 그녀는 산허리 쪽을 올려다 보았다. 창문에서는 여전히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격리된 지하묘지에서 나와 에리카는 절벽바닥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녀가 룩소르로 되돌아올 때까지 무하마드나 누비아인의 눈에 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녀가 정말 원하는 것은 이본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가능한 한 자세히 상이 있는 곳을 말해주고 어서 빨리 이집트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이미 겪을 만큼 겪은 것이다.

그녀는 아이다 라만의 집 바로 위에 다다랐다. 처음 100야드 쯤은 깊은 모래였고 그 다음은 성근 자갈밭이었는데, 밝은 달빛 아래에서 돌이 시끄럽게 움직여 그녀는 무서웠다. 마침내 집 뒤꼍에 도착했다.

에리카는 그늘에 숨어 잠시 기다리며 마을을 살펴보았다.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주변을 다 살피고 흡족한 마음으로 앞쪽으로 와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아이다 라만이 아랍어로 무어라 말했다. 에리카는 자신의 이름을 대며 얘기 좀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가세요."

아이다의 단호한 목소리가 닫혀진 문을 통해 들렸다. 에리카는 놀랐다. 아이다는 정말로 마음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 라만 부인."

그녀는 문을 사이에 두고 말했다.

"물을 좀 마시고 싶은데요."

빗장이 끌리고 휙 문이 열렸다. 아이다 라만은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면드레스 차림이었다.

"고마워요."

에리카는 말했다.

"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만 목이 몹시 말라서요."

아이다는 이틀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늙어 보였다. 활달한 유머감각도 보이지 않았다.

"좋아요. 하지만 여기 문에서 기다려요. 머무를 순 없어요."

라만 부인이 물을 가지러 간 사이에 방안을 둘러보았다. 낯익은 광경들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선반에는 자루가 긴삽이 올려져 있고, 액자에 든 사진들이 벽에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하워드 카터가 터번을 두른 아랍인과 찍은 사진이 많았는데, 그 아랍인은 바로 라만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액자와 액자 사이에는 작은 거울들이 있었는데 에리카는 자신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다 라만은 에리카가 처음 방문했을 때 대접했던 주스를 가져왔다. 에리카는 천천히 마셨다. 주스를 마시자 목이 따가웠다.

"우리 가족들은 당신이 나를 속여 파피루스 내용을 알아냈다고 몹시 화가 나 있어요."

아이다가 말했다.

"가족이라니요?"

에리카가 말했다. 주스를 마시자 몸이 조금 회복되는 것 같았다.

"나는 부인께서 라만 가의 마지막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 맞아요. 두 아들은 죽었지만 딸이 둘 있어요. 그 딸들에겐 또 가족이 있구요. 내가 당신이 왔었다는 사실을 말해준 사람은 내 손자 녀석이지요. 그 아이는 화가 나서 파피루스를 가지고 가버렸어요."

"그걸로 어떻게 했죠?"

놀라서 에리카는 물었다.

"몰라요. 단지 그건 주의해서 다루어야 하니 자기가 안전한 곳에 두겠다고 했어요. 또 당신이 그걸 보아 파피루스의 저주를 받았으니 당신은 죽어야 한다고도 했지요."

"그걸 믿으시나요?"

에리카는 아이다 라만이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난 잘 모르겠어요. 그건 제 남편이 말한 것은 아니에요."

"라만부인,"

에리카가 말했다.

"나는 그 파피루스를 모두 해독했어요. 당신 남편은 옳았어요. 그건 저주에 관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 파피루스는 파라오 세티 1세 시대의 건축가가 쓴 것이에요."

마을 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뒤이어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가야 해요."

아이다 라만이 말했다.

"내 손자가 돌아온 것 같아요. 가세요. 제발."

"손자 이름이 뭐죠?"

에리카가 물었다.

"무하마드 압둘라."

에리카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그 아일 아세요?"

아이다가 물었다.

"오늘밤 그를 만난 것 같아요. 그는 여기 쿼나에 사나요?"

"아니오. 룩소르에 살아요."

"오늘밤 그를 봤나요?"

초조해진 에리카는 물었다.

"오늘 보긴 했지만 밤에는 아니에요. 제발, 가셔야 해요."

에리카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아이다보다 더 초조해했다. 하지만 문가에서 그녀는 멈춰 섰다. 어설픔 마무리는 새로운 문제의 시작인 것이다.

"무하마드 압둘라의 직업은 무엇이지요?"

에리카는 압둘 함디의 비밀문서에 정부 관리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적혀 있음을 생각해 내었다.

"네크로폴리스의 경비대장이에요. 그리고 그 애 아버지를 도와 왕의 계곡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 대장이라면 지하 시장 운영을 배후에서 지휘하기에 최적의 자리이다. 그러고 나서 에리카는 매점과 라만에 대해 생각했다.

"그 매점이란 당신 남편 사와트 라만이 지은 바로 그것 말씀이지요?"

", , 바론양. 제발 어서 가요."

이제 모든 것이 명백졌다. 갑자기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왕의 계곡에 있는 매점에 달려 있었다.

"아이다."

그녀는 흥분으로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제 말 잘 들으세요. 당신 남편이 말한 대로 '파라오의 저주' 같은 것은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도와주신다면 제가 그것을 증명해 보일 수도 있어요. 시간이 좀 필요해요. 제가 부인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한 가지, 제가 다시 와서 부인을 만났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씀하시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그들은 묻지 않을 거예요. 그건 제가 확신해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말씀만 안 하시면 된다는 거예요. 제발 부탁이에요."

에리카는 아이다의 팔을 붙잡아 자신이 진지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신은 내 남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나요?"

"확실히."

에리카가 말했다.

아이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참 또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에리카가 말했다.

"플래시가 필요해요."

"가진 거라곤 기름 램프뿐인데."

"그거면 좋아요."

에리카는 떠나면서 아이다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아이다는 소극적으로 있다가 뒤로 물러났다. 기름 램프와 성냥 몇 갑을 들고서 에리카는 집 그림자에 서서 마을을 바라보았다.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달은 이제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이틀 전에 왔던 그 길을 택해서 그녀는 산으로 올라갔다. 달빛을 받으며 걷는 것이 찌는 태양 아래서 걷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에리카는 나머지 미스테리를 이본과 경찰에게 넘겨주겠다던 결심을 자신이 지금 깨고 있음을 알았다. 아이다와의 대화가 꺼져 버린 열정에 다시 불을 붙였다. 아모제 무덤에서 나와 민간이 지하 공동묘지로 간 것은 그녀에게 흩어져 있던 사건과 상에 새겨 있던 상형문자, 파피루스의 의미를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무하마드 압둘라는 자신이 도망친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을 터이니 그녀는 안전한 것이다. 그가 아모제의 무덤을 살펴보고 싶다 해도 격자문을 들어 올리는데 며칠이 걸릴 것이다. 에리카는 자신에게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왕의 계곡과 라만의 매점에 가 보고 싶었다. 그녀가 옳다면 투탄카멘의 무덤이 그 중요성을 잃게 된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산마루 정상에 오르자 그녀는 멈춰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사막의 바람이 벌거벗은 정상 봉우리 사이로 소리를 내며 지나가 고독감을 더해 주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에서 어둡고도 황폐한 왕의 계곡에 이르는 길 자국들이 여러 갈래로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을 볼 수 있었다. 매점과 휴게소는 작은 바위 봉우리 위에 뚜렷하게 서 있었다. 그것을 보자 힘이 솟아난 에리카는 자갈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계속 나갔다. 그녀는 계곡에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그녀가 네크로폴리스의 노동자 마을로 난 길에 들어서자 길이 평평해져서 걷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두 무덤 사이로 난 정성스레 닦인 오솔길에 들어서기 전에 에리카는 멈춰 서서 귀를 기울여보았다. 가끔씩 바람소리와 박쥐가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에리카는 계곡 중앙으로 걸어 들어가 매점의 앞쪽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의 예상대로 매점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뒤로 돌아나가 베란다로 가서 투탄카멘 무덤과 세티 1세 무덤 그리고 매점이 만들어 내는 삼각구도에 시선을 두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바위 건물의 뒤쪽으로 돌아가 심한 냄새를 맡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이다 라만이 준 기름 램프에 불을 붙여 바닥선을 따라 살펴보았다. 구조에 있어 이상한 점은 없었다.

남자용 화장실은 쏘는 듯한 지린내가 더욱 심했다. 그건 앞쪽 벽을 따라 구운 벽돌을 쌓아 만든 긴 변기에서 나는 것이었다. 변기통 위에는 베란다 쪽으로 확장된 2피트 높이의 수통이 있었다. 남자 화장실은 건물의 앞바닥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에리카는 변기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수통의 입구는 어깨높이쯤에 있었다. 기름 램프를 들고 입구 쪽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빛은 단지 5~6피트 정도만 비출 수 있었다. 뚜껑이 열린 정어리 캔과 병이 몇 개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버려진 드럼통을 밟고 그녀는 그 수통으로 올라갔다. 구석에 가방을 놓았다. 널린 조각들을 피해 가며, 그녀는 게처럼 기어가 앞쪽 돌벽에 닿았다. 화장실 냄새는 막힌 공간이라 더욱 심했고 에리카의 의욕은 빠르게 식어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에 그녀는 있는 힘껏 그 거친 돌벽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를 팔에 깊게 묻고서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영리한 생각이었는데...... 그녀는 한숨을 깊게 쉬고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천천히 뒷걸음질 쳐 화장실 쪽으로 기어 나오려 했다. 한 손에 기름 램프를 들고 있어 뒤쪽으로 나가려면 다른 한 손에 힘을 주어야 했다. 하지만 아랫바닥에 힘을 주자 힘없이 흔들거렸다. 문득 무언가 좋은 단서가 바닥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눌러보자, 먼지 아래에서 매끄러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에리카는 몸을 틀어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오른손은 금속질감이 나는 물질의 표면을 더듬고 있었다. 먼지를 좀 긁어내자 금속판이 나타났다. 그녀는 두 손으로 램프를 잡고 아래를 비추어 바닥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철판 끝을 잡아 들어 올리기 전에 그녀는 먼지를 제거해야 했다. 철판 아래에는 입구가 큰 통로가 바위 아래쪽으로 나 있었다.

구멍 쪽에 불빛을 갖다 대고 살펴보자, 그것은 깊이가 4피트쯤 되고 건물 앞쪽으로 난 터널의 입구였다. 그녀가 옳았던 것이다.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어둠 속을 응시했다. 만족감과 흥분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하워드 커터가 192211월에 느꼈을 감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자신이 있는 수통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다음 그녀는 몸을 돌려 낮은 구멍으로 구부렸고 램프로 터널 입구를 비추었다. 터널은 아래쪽으로 경사를 이루다가 이내 넓어졌다. 깊게 숨을 쉬고 그녀는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진짜 네 발로 기어가야 했지만 곧 그녀는 몸을 조금 구부리고 걸을 수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가면서 길이를 가늠해 보고자 했다. 그 터널은 곧장 투탄카멘 무덤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시프 불로스는 인적 없는 왕의 계곡 유원지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열일곱 살이었고 3명의 저녁조 경비대 중 제일 어렸다. 그는 걸어가면서 1차 세계대전 중에 이집트에서 사용되었던 구식권총의 어깨띠를 치켜올렸다.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오늘 계곡 끝 쪽으로 올라갈 당번이 아니라 초소에 돌아갈 당번이었기 때문이었다. 초소에서는 쉴 수도 있고 마실 것도 있었다. 또 한 번 동료들이 그가 어리다는 것을 이용해서 계곡 순찰을 강요한 것이었다.

달빛이 환한 밤은 곧 그의 분노를 가라앉혀 주어 이제는 좀 싱숭생숭할 뿐, 무언가 이 지루함을 없애줄 일이 일어나기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계곡은 조용했고 묘지는 모두 쇠문으로 굳게 닫혀져 있었다. 도둑이라도 하나 들어 권총을 쏘아보았으면 하는 그의 마음은 계곡에 들어온 도굴범들에 대항해 계곡을 지키는 환상 속으로 떠돌았다.

그는 투탄카멘의 무덤 입구를 지나다 멈췄다. 그는 그 무덤이 반세기 전이 아니라 지금 발견된 것이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매점을 올려다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카터 기념일에 그곳에서 경비를 섰기 때문이었다. 그는 베란다 난간 뒤에 숨어 있었고, 그의 총 앞에 굴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무덤에 접근할 수 없었다.

위를 올려다보다가 나시프는 화장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에는 한 번도 열려 있은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내곤 자신이 화장실 쪽으로 올라가야 할지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그는 계곡 쪽을 올려보다가, 돌아오는 길에 체크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서 자신이 체포한 사람들을 카이로로 이송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에리카는 자신이 투탄카멘 무덤에 아주 근접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짐작했다. 터널이 꾸불꾸불하고 울퉁불퉁해서 속도는 느렸다. 그녀 앞에서 왼쪽으로 급격히 꺾여서 모퉁이를 돌아서야 앞을 볼 수 있었다. 통로의 바닥은 아래로 급하게 경사져서 방으로 이어졌다. 거칠고 돌이 박힌 터널 벽에 손을 꽉 대고서 아래로 조금씩 움직여 가자 그녀의 발이 부드러운 바닥에 이르렀다. 그녀는 지하실에 들어온 것이다.

이제 에리카는 투탄카멘 묘의 측실 바로 아래 있는 셈이었다. 그녀는 기름 램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매끄럽게 마무리는 되었지만 장식이 없는 벽을 두루 비추어 보았다. 그 방은 길이 25피트에 너비가 15피트쯤 되었고 천장은 거대한 라임빛 돌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에리카는 눈을 바닥으로 돌려 엄청나게 많은 해골들이 엉켜 있는 것을 보았다. 그중 어떤 것은 자연적으로 바싹 말라버린 조직이 덮여 있었다. 불을 좀 더 가까이 갖다 대자, 그녀는 둔중한 기구로 관통되어 완전히 부서져 있는 해골을 볼 수 있었다.

"맙소사."

에리카는 낮은 소리롤 중얼거렸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들은 그녀가 지금 서 있는 방을 파던 고대 노동자들의 대량학살의 흔적이었다. 천천히 그녀는 당시의 잔인성을 상기시키는 소름 끼치는 방을 통과해 벽돌을 쌓아 만든 벽으로 이어진 긴 계단을 내려갔다. 라만에 의해 큰 구멍이 열렸고, 에리카는 또 하나의 훨씬 더 큰 방으로 들어갔다. 빛이 어둠을 꿰뚫자 에리카는 숨을 죽이고 벽에 몸을 기대섰다. 그녀 눈앞에 펼쳐진 것은 건축학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방은 4개의 육중한 정사각기둥을 받치고 있었다. 벽에는 고대 이집트 판테온의 형상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각 판테온 신들 앞에는 세티 1세의 형상이 있었다. 에리카는 파라오의 보물을 발견한 것이다. 네네프타는 보물 한 개를 저장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장소가 또다른 무덤 아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주춤거리며 에리카는 앞으로 가서 세심하게 방에 보관되어 있는 수만 가지 물품 위로 기름 램프를 비추었다. 투탄카멘의 작은 무덤과는 달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금도금이 되어 있는 전차는 온전히 보전되어 있어 말에 채워지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는 것 같았다. 삼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흑단으로 상감이 되어 있는 큰 금궤와 금고가 오른쪽 벽에 쭉 늘어서 있었다.

중앙 기둥을 돌아보다가 에리카는 또 하나의 계단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 계단은 같은 크기의 방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거기 또한 보물로 가득 차 있었다. 통로가 몇 개 더 있어 더 많은 방들과 연결되고 있었다.

"맙소사!"

에리카는 다시 한번 외쳤다. 이번에는 두려움이 아닌 놀라움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 방향이 뒤죽박죽되어 위아래로 이어지는 광대하고도 복잡한 구조의 방에 있음을 알았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보물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죽 돌아보면서, 1800년대 말기에 발견되었지만 라술 일가에 의해 10년 동안 비밀리에 약탈된 그 유명한 디어 바흐러의 은신처를 상기했다. 바로 라만의 일가 그리고 압둘라 일가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명백했다.

또 다른 방으로 들어가 에리카는 멈춰 섰다. 그 방은 다른 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어 있었다. 오시리스의 형태로 만들어진 흑단 돈궤가 네 개 있었다. 벽 장식은 '죽음의 서'에서 인용한 것이었다. 둥근 천장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금빛 별무늬가 있었다. 에리카 앞에는 벽돌로 주의 깊게 쌓여 고대 네크로폴리스 봉인이 찍혀 있는 문이 있었다. 문 양 옆에는 초석이 있고, 그 앞면에 상형문자가 양각으로 깊게 새겨져 있었다. 에리카는 곧 그 글귀를 읽을 수 있었다. '투탄카멘 아래에서 쉬게 될 세티 1세에게 영생을!'

단번에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그 동사는 '통치하다(rule)'가 아니라 '쉬다(rest)'였으며, 전치사는 '후에(after)'가 아니라 '아래(under)'였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두 개의 세티상이 원래 있던 자리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두 개의 상은 벽돌벽 앞에서 3,000년 동안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에리카는 자신이 강력한 통치자였던 세티 1세의 열리지 않은 묘실 입구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단지 매장물을 발견한 것일 뿐 아니라, 파라오 무덤 전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녀가 보았던 세티상은 투탄카멘 묘지에서 발견된 역청 칠이 된 상과 마찬가지로 묘실을 지키는 수호상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세티 1세는 신왕조의 다른 파라오의 무덤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무덤에 묻힌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네네프타의 책략이었다.

가짜 세티 1세의 시신이 세티 1세 묘라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묘에 묻혔고, 실제 세티는 투탄카멘 아래 있는 비밀 묘지에 묻혔던 것이다. 네네프타는 양쪽을 다 기쁘게 했다. 전문 도굴범에게는 약탈할 수 있는 무덤을 제공했고 그가 모시던 왕에게는 다른 파라오들은 받지 못한 영원한 안식처를 바쳤던 것이다. 네네프타는 또한 누군가 투탄카멘의 무덤을 도굴한다 하더라도, 그 무덤이 아래 있는 무수한 보물을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된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는 '탐욕한 자들과 불손한 자들이 흔히 쓰는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램프를 흔들어 남은 기름의 양을 점검하고서 에리카는 나중에 다시 조사를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돌아서기가 싫어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가며, 네네프타가 설계한 구조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실로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오만한 사람이기도 했다. 투탄카멘 무덤에 파피루스를 남겨 놓은 것은 그가 애써 만든 계획의 최대 실수였다. 파피루스는 자신만큼 똑똑했던 라만에게 그 미스테리를 풀 열쇠를 제공했다. 에리카는 그 아랍인이 그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레이트 피라미드에 갔었는지 아닌지, 그는 그 묘실이 다른 묘실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귀족의 무덤 하나를 팠다가 우연하게 그 아래 있는 무덤을 발견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좁은 통로를 걸어 올라가며 수많은 발굴물들과 그에 따르는 엄청난 상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살인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이 에리카를 멈춰 세웠다. 얼마나 많은 살인이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예일대 출신의 젊은이...... 갑자기 파라오의 저주라는 것과 연관된 의문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아마도 사람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해되었을 것이다. 로드 카나본도 그랬을까?

제일 윗방에 다다르자, 에리카는 멈춰서서 상아 돈궤에서 꺼내 온 보석에 눈길을 주었다. 그녀는 무덤의 건축학적 측면을 손상시킬까 두려워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지만 이미 누군가의 손이 닿았던 것들을 만져보자 위안이 되었다. 그녀는 금 한 덩어리로 만들어진, 세티 1세의 상형문자가 있는 펜던트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이본과 아흐메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 않으려 할 경우를 대비해 무엇인가를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팬던트를 가지고 불운했던 고대 노동자들의 해골로 가득 찬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널을 올라가는 것은 내려가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마침내 그녀는 기름 램프를 먼지 위에 놓고 매점 아래 있는 좁은 공간으로 몸을 잡아 빼었다. 그녀는 룩소르로 돌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자정을 막 지난 때여서 무하마드나 누비아인들에게 들킬 가능성은 적었다. 그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하마드 아래서 일하고 있는 정부경비대였다. 계곡으로 향하는 아스팔트 길에서 그녀는 언젠가 초소를 본 것이 기억났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도로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쿼나로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좁은 공간에서 철판을 교묘히 처리하는 것은 어려웠다. 에리카는 먼지 위로 철판을 끌어와 원래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나서 들어갈 때 보았던 정어리 캔으로 먼지를 퍼서 철판 덮개를 덮었다.

나시프는 매점에서 백여 피트쯤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 돌과 철판이 마찰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곧 어깨에서 총을 뽑아 들고 반쯤 열린 화장실로 뛰어갔다. 총 앞머리로 문을 완전히 밀어젖혔다. 달빛이 작은 입구에 비쳐 들었다.

에리카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손으로 기름 램프를 껐다. 에리카는 남자 화장실 구석에서 10피트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는 눈은 재빨리 어둠에 익숙해져서 입구를 볼 수 있었다. 리처드가 그녀의 호텔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처럼 그녀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데 그 검은 형체는 살며시 들어왔다. 그 희미한 빛에서도 에리카는 권총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곧장 그녀 쪽으로 움직이자 공포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는 먹이를 쫓는 고양이처럼 움직이며 몸을 구부렸다.

그 남자가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한 채 그녀는 바닥을 꼭 끌어안았다. 변기가 있는 벽에 다다르자 그는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멈춰 섰고 몇 시간은 지났음직한 시간 동안을 서서 주의 깊게 응시했다. 마침내 그는 다가와서 먼지를 한 줌 움켜쥐었다. 그는 팔을 세워 먼지를 움푹 들어간 곳에 던져 넣었다. 먼지가 눈에 들어가 에리카는 눈을 감았다. 그는 계속 그 동작을 반복했다. 돌 몇 개가 아직도 드러나 있는 철판에 떨어져 잘그럭거렸다.

나시프는 몸을 세웠다.

"빌어먹을!"

그는 중얼거렸다. 총을 쏠 만한 것이라곤 쥐새끼 한 마리도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에리카는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그가 아직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어깨에 총을 맨 채 어둠 속에서 그녀를 보며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에리카가 당황해하고 있는데 오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펠리커 배의 돛에서 반사된 달빛은 에리카가 시계를 보기에 충분했다. 새벽 한 시가 지나 있었다. 나일강 건너의 길은 평탄해서 그녀는 졸음이 왔다. 강을 건너는 것은 마지막 장애물이었다. 그녀는 좀 쉬기로 했다. 룩소르는 안전하다고 확신했다. 발견의 흥분 때문에 무덤에서의 무시무시한 경험은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 있을 수 있었던 건 그녀가 발견한 것을 알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부 제방을 돌아보자 에리카는 기뻤다. 그녀는 계곡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쿼나의 잠든 마을과 밭을 지나, 나일강의 방둑까지 아무 문제 없이 헤쳐온 것이다. 개와 마주쳤을 때는 단지 몸을 숙여 돌을 집어 들었을 뿐인데 해결되었다. 그녀는 지친 다리를 쭉 뻗었다.

배는 바람을 맞으며 거슬러 올라갔고 에리카는 고개를 들어 별빛 가득한 하늘에 돛이 우아하게 꺾여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듣고 누가 좋아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본, 아흐메드, 리처드. 이본과 아흐메드는 감사해 할 것이고 리처드는 깜짝 놀랄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조차도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다. 이제 어머니는 컨트리클럽에서 자신의 딸이 선택한 직업에 대해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동부 제방으로 돌아와 그녀는 윈터팰리스호텔 로비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자 기뻤다. 그녀는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직원을 깨워야 했다.

잠자던 이집트인은 그녀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열쇠와 편지 봉투를 건네주었다. 직원이 그녀의 뒤를 눈으로 쫓으며 무얼 했길래 저렇게 더러워졌을까 궁금해하는 사이 그녀는 카페트가 깔려있는 넓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에리카는 편지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윈터팰리스호텔 사무용품으로, 볼드체 글씨로 수신자가 그녀로 적혀 있었다. 그녀는 복도에 다다랐을 때 손가락을 봉투 사이로 집어넣었다. 봉투를 찢어 열며, 그녀는 호텔 건축의 장식을 둘러 보았다. 문 앞에서 편지지를 펼친 것은, 자신의 방 열쇠를 꽂으려 했을 때였다. 편지지에는 아무런 뜻도 없이 무언가 휘갈겨져 있었다. 봉투 겉면을 다시 살피며 에리카는 그것이 장난인지 궁금했다. 만약 장난이라면 그녀는 그걸 이해하려 애쓰거나 뜻을 되새길 필요는 없었다. 그건 전화기를 들자 아무 말도 없이 끊어버리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좀 맥빠지는 일이었다.

에리카는 방문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여행 중에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호텔은 절대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아흐메드를 만났던 일과 리처드가 방으로 찾아왔던 일 그리고 누군가가 방을 뒤졌던 일들을 생각했다. 경각심을 새로 다지며 열쇠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녀의 현재 상태에서는 그 소리는 바로 그녀가 기다리고 있던 전부였다. 구멍에 열쇠를 꽂아둔 채로 그녀는 복도로 도망쳐 내려갔다. 서두르는 바람에 가방이 바닥에 큰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녀는 뒤에서 방문이 안쪽으로부터 급하게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에반젤로스는 열쇠 소리를 듣고 풀쩍 뛰어 문 쪽으로 달려가며 "그녀를 죽여"라고 스테파노스에게 말했다. 에반젤로스는 베레타 권총을 꺼내며 문을 획 열었고, 때마침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에리카는 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방안에 누가 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잠자는 직원이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데스크에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뉴윈터팰리스에 있는 이본에게로 가야 했다. 그녀는 호텔 뒤로 뛰어나가 정원 쪽으로 갔다.

에반젤로스는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공격할 때는 매처럼 날렵했다. 특히 집중할 때와 파괴의 명령을 받았을 때의 그는 미친개 같았다.

에리카는 꽃밭을 가로질러 뛰어가 풀장의 가장자리에 닿았다. 풀장을 돌아가려 했지만 젖은 타일 위에 미끄러져 옆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가방을 버리고 다시 달렸다. 발걸음에 가속이 붙었다.

에반젤로스는 쉽게 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멈춰."

그는 소리를 지르며 권총을 에리카의 등에 겨누었다.

에리카는 별수 없음을 알았다. 뉴윈터팰리스호텔까지는 아직도 50야드나 더 남아 있었다. 그녀는 멈춰 섰다. 탈진상태였고 가슴이 막혀왔다. 다음 순간, 뒤로 돌아 자신을 쫓아오던 사람을 보았다. 겨우 30피트쯤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가 알 아자르 사원에서 보았던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그가 그날 당한 큰 상처는 이제 봉합되어 그를 프랑켄슈타인 괴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총을 그녀에게 겨누고 있었고 총구멍은 방음장치에 숨겨져 있었다.

에반젤로스는 어떤 방식으로 에리카를 쏘아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마침내 그는 총을 든 손을 쭉 내뻗어 에리카의 목을 겨누고 서서히 방아쇠를 당겼다. 에리카는 그가 팔을 내뻗는 것을 보고는 그가 명령한 대로 멈춰 섰는데도 자신을 쏘려 한다는 사실에 눈이 커졌다.

"안 돼요."

소음 방지 장치에 둘러싸인 총은 둔탁하게 탕 소리를 냈다. 에리카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았으며, 그녀 눈앞의 광경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작고 빨간 꽃이 에반젤로스의 이마에 피어났고 그는 얼굴을 박으며 쓰러졌다. 들고 있던 총이 에반젤로스의 손에서 떨어졌다. 에리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은 양옆에 붙어서 꿈쩍하지 않았다. 그녀 뒤 잡목 사이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나를 따돌릴 만큼 영리한 것이 문제였소."

에리카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녀 앞에는 매부리코의 사나이가 있었다.

"아슬아슬했소."

칼리파는 말했다.

"무슈 드 마르그가 있는 곳까지 당신을 안내하겠소.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더 큰 문제가 생길 거요."

에리카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칼리파 앞으로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녀의 탄력 있는 다리의 걸음은 불규칙적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이본의 방에 도착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프랑스인이 문을 열자 그녀는 그의 팔에 쓰러졌고 총격 사건과 무덤에 갇혔던 일, 상을 발견한 것 등에 대해 중얼거렸다. 이본은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다독거려 주며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 달라고 말했다. 말을 하려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칼리파입니다."

이본이 문을 열자 칼리파가 스테파노스를 방으로 밀어 넣었다.

"저 여자분을 보호하고 그녀를 죽이려는 자를 잡기 위해 날 고용했죠. 이 자가 바로 그 자입니다."

칼리파는 스테파노스를 가리켰다.

스테파노스는 이본을 보고, 그다음에 에리카를 보았다. 에리카는 칼리파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본이 고용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이본은 그녀가 처한 위험들을 일부러 대수롭지 않아 했기 때문이었다. 에리카는 불안해졌다.

"이봐, 이본."

스테파노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자네와 내가 이렇게 사이 나쁘게 지내야 한다니 우습군. 자네는 내가 세티 1세상을 휴스턴에서 온 자에게 팔았다고 해서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거지. 하지만 내가 한 일은 그 상을 이집트에서 스위스로 가져간 게 전부일세. 우리가 경쟁할 필요는 없어. 자네는 암시장을 장악하고 싶겠지. 좋다구. 난 단지 내 구역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나는 경험을 통해 얻은 방법으로 네 물건을 이집트 밖으로 빼낼 수 있어. 우린 손을 잡아야 해."

에리카는 재빨리 이본을 보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그가 웃으며 스테파노스에게 당신은 착각하고 있으며 자기는 암시장을 없애려 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이본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었다.

"왜 자네는 에리카를 위협했지?"

그는 물었다.

"그녀가 압둘 함디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지. 나는 내 루트를 지키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자네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이였다면 상관없네."

"자네는 함디의 죽음과 두 번째 상이 사라진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나?"

"없네."

스테파노스가 말했다.

"난 맹세해. 나는 두 번째 세티상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없네. 그게 바로 내가 걱정했던 것일세. 내가 제외되고 함디의 편지가 경찰 손에 들어가는 것이 난 두려웠던 거야."

눈을 감으며, 에리카는 진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본은 개혁가가 아니었다. 지하경제를 장악하려는 그의 생각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지 이집트, 세계, 과학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골동품에 대한 그의 열정은 도덕적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에리카는 자신이 여전히 멍청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녀는 살해될 수도 있었다. 그녀의 손톱이 소파를 파고 들어갔다. 그녀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아흐메드에게 가서 세티의 무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했다.

"스테파노스가 압둘 함디를 죽인 것이 아니에요."

에리카가 갑작스럽게 말했다.

"압둘을 죽인 사람들은 골동품의 출처를 장악하고 있는 룩소르인들이에요. 세티상은 다시 이곳 룩소르로 옮겨졌어요. 나는 그것을 보았고, 그것이 있는 곳으로 우리 모두를 안내할 수 있어요."

그녀는 '우리'라는 단어를 신중히 골라 썼다.

이본은 뒤를 돌아 에리카를 보았고, 그는 그녀가 갑작스럽게 기운을 차린 것에 좀 놀랐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가진 자기 보호 본능이 예상치 못했던 힘을 솟게 했다.

에리카는 말을 이었다.

"게다가 유고슬라비아를 통과하는 스테파노스의 루트가 알렉산드리아로부터 오는 물건들을 면직화물에 속여 싣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스테파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똑똑한 아가씨군. 저 여자 말이 옳아. 내 방법이 골동품을 면직화물 속에 포장하는 것보다 안전해. 그게 바로 자네가 진짜 계획했던 일 아닌가? 맙소사. 기껏해야 한두 번 싣는 거야."

에리카는 몸을 쭉 폈다. 그녀는 골동품에 개인적인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이본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티상이 있는 곳을 내일 알려 줄 수 있어요."

"어디지?"

이본이 물었다.

"서부 제방에 있는데, 입구가 닫혀있지 않은 귀족 묘 중의 하나죠. 정확히 위치를 설명하기는 좀 어려워요. 내가 안내를 해야 할 거예요. 쿼나 마을 너머예요. 더구나 거기에는 다른 흥미 있는 물건들이 많이 있어요."

에리카는 바지에서 세티의 금장 팬던트를 꺼내 보였다. 그것을 무심하게 탁자 위에 놓았다.

"내가 세티를 찾은 수고료로 스테파노스에게 이 팬던트를 이집트 국외로 빼가게 해줘요. 이제 좀 쉬고 싶네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벌써 한밤중이었을 텐데."

에리카는 이본에게로 다가가 그의 빰에 키스했다. 그것은 그녀가 이제껏 한 일 중에 제일 힘든 일이었다. 그녀는 칼리파에게 정원에서의 일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하고 당당하게 문으로 걸어갔다.

"에리카......"

이본이 조용히 불렀다.

그녀는 돌아섰다.

"왜요?"

아무 말도 없었다.

"당신은 여기 있어야 하오."

이본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그녀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오늘 밤은 너무 지쳤어요."

에리카가 말했다. 내심이 무엇인지 분명했다. 스테파노스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라울."

이본이 불렀다.

"자네가 오늘밤 바론 양의 안전을 책임졌으면 좋겠네."

"좋습니다."

"전 괜찮아요."

문을 열며 에리카가 말했다.

"확실히 해두려는 것뿐이오."

이본이 말했다.

"라울이 당신과 동행했으면 하오."

에리카와 라울이 윈터팰리스호텔로 되돌아오고 있을 때, 에반젤로스의 몸은 여전히 풀장 옆에서 달빛을 받으며 누워 있었다. 머리에서 흘러나와 풀장에 퍼져 버린 검붉은 피만 아니었다면 그는 잠자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라울이 에반젤로스가 정말로 죽었는지는 살피러 갔다. 문득 그녀는 타일에 떨어져 있는 에반젤로스의 반자동 피스톨이 눈에 띄었다.

에리카는 흘끗 라울을 훔쳐보았다. 그는 에반젤로스의 몸을 제끼려고 애쓰고 있었다. 에리카를 보지도 않은 채 그는 중얼거렸다.

", 칼리파의 솜씨는 환상적이야. 정확히 양 눈 사이를 쏘았군."

에리카는 몸을 구부려 총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 쥐었다. 그녀는 총을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그녀는 한 번도 총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었으며 총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위력은 그녀의 몸을 떨리게 했다. 그녀는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되돌아서서 라울을 응시했다. 그는 손을 비비며 일어서고 있었다.

"쓰러지기도 전에 이미 죽었소."

라고 말하며 에리카쪽으로 돌아섰다.

"그의 총을 찾아냈군요. 제게 주시지요. 그의 손에 쥐어줍시다."

"꼼짝 마."

천천히 에리카는 말했다.

라울의 눈은 총과 에리카의 얼굴을 번갈아 왔다갔다 했다.

"에리카, 무슨......"

"입 다물고, 재킷이나 벗어."

라울은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라 윗옷을 벗어 땅에 내려 놓았다.

"이제 셔츠를 머리 위로 올려."

에리카는 명령조로 말했다.

"에리카!"

라울이 말했다.

"어서!"

그녀는 에반젤로스의 총을 든 팔을 쭉 뻗쳤다.

라울은 바지에서 그의 셔츠를 잡아 빼 올렸다. 셔츠 속에 그는 런닝을 입고 있었다. 그의 왼쪽 팔 아래는 작은 피스톨이 가죽 끈에 묶여 있었다. 에리카는 그의 뒤쪽으로 가서 총을 빼내어 들었다. 그녀는 그것을 풀장으로 던졌다. 수면에 총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라울이 화를 낼 것이 두려워 주춤했다. 곧 그 생각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는 화가 날 것이다. 그녀는 그를 향해 총을 들었다.

그녀는 라울에게 셔츠를 제대로 입으라고 하였다. 그리고나서 그에게 호텔 아래쪽으로 걸어가도록 지시했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갱 영화에서는 머리를 단 한 대만 쳐서 상대방을 쓰러뜨려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쉽던 생각이 났다. 하지만 실제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라울이 뒤로 홱 돌아 총을 빼앗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호텔 앞으로 난 그림자를 밟으며 걸었다.

고풍스런 가로등이 굽어진 도로를 따라 늘어선 택시 위에서 창백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택시 운전사들은 주로 호텔과 공항을 왔다 갔다 하는데, 밤이 되자 모두 떠나고 없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총은 떨렸고, 그녀는 늘어서 있는 낡은 택시를 따라 시동 상태를 살피며 앞으로 나갔다. 대부분 시동키는 제자리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아흐메드에게 가고 싶었지만 라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맨 앞의 차는 다른 것과 비슷했지만 뒤창에 장식술이 늘어져 있었다. 시동이 걸려 있었다.

"바닥에 엎드려."

에리카는 명령했다. 호텔에서 사람이 나올까봐 겁이 났다.

"어서."

그녀는 화가 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며 말했다. 손바닥으로 몸을 받쳐 그는 엎드렸다. 그는 손을 몸 아래 두고 있어 언제고 튀어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그의 당황스러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팔을 뒤로 돌려."

에리카가 말했다. 그녀는 택시문을 열어 비닐코팅이 되어 있는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엔진은 짜증이 날 정도로 서서히 작동되며 검은연기를 내뿜었다. 라울쪽으로 총을 계속 겨눈 채, 에리카는 헤드라이트 스위치를 찾아 켰다. 그런 다음 총을 옆자리에 던져놓고 기어를 넣었다. 차가 앞쪽으로 기우뚱하더니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라울이 벌떡 일어나 택시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그가 뒷범퍼에 달려들어 잠겨져 있는 트렁크를 잡으려 했을 때, 에리카는 엑셀러레이터와 클러치를 눌러 툴툴거리는 것을 진정시키고 속력을 내었다.

에리카가 넓고 환한 도로로 나왔을 때 차는 2단 기어 상태였다. 다른 차량은 없었고, 룩소르의 사원을 지나쳐가며 가능한한 속력을 내었다. 모터가 제대로 돌자, 에리카는 기어를 3단으로 놓았다. 속력계가 고장이 나 있어 속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라울이 트렁크에 매달려 있는 것이 백미러로 보였다. 그의 검은 머리가 바람에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다. 예리카는 그가 차에서 떨어지길 바랐다.

그녀는 핸들을 급하게 꺾어댔다. 차는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기울었고, 타이어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라울은 몸을 차 뒤에 바짝 붙이고 끈질기게 매달려 있었다.

에리카는 기아를 4단에 두고 엑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택시는 앞으로 휙 나갔지만 오른쪽 앞바퀴에 심한 진동이 있었다. 진동이 너무 커서 그녀는 두 손으로 핸들을 꼭 잡아야 했다. 그녀는 두 채의 장관 저택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보초를 서던 군인들은 트렁크에 사람을 매달고 툴툴거리며 달리는 택시를 그저 웃으며 구경할 뿐이었다.

에리카는 브레이크를 눌러 차를 급정거시켰다. 라울이 뒷유리창으로 미끄러져 왔다. 1단으로 기어를 옮기고 다시 속력을 냈지만 라울은 여전히 뒷문틀을 잡고 매달려 있었다. 에리카는 거울로 라울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길 가장자리로 달리며 움푹 패인 곳을 찾았다. 움푹 패인 곳을 달리면 차가 덜컹거릴 것이다. 오른쪽 문이 튀어 열렸다. 빨간색 주사위가 떨어졌다.

라울은 이제 유리가 떨어져 나간 문틀을 잡은 채로 뒷유리 창에 그의 팔을 붙이고 트렁크 위에 누워 있었다. 충격 때문에 머리와 몸이 심하게 차체에 부딪혔지만, 그는 에리카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흐메드의 집으로 가는 샛길로 들어서자 길 옆에 진흙벽돌로 쌓인 벽이 택시 헤드라이트에 비쳤다. 에리카는 차를 멈춰세웠다가 후진했다. 급정거하는 바람에 라울은 차의 지붕으로 미끄러져 올라갔다. 그의 왼쪽 손은 에리카 얼굴 옆에 있는 문틀을 움켜 쥐고 있었다.

에리카는 속력을 내어 후진했다. 차는 심하게 떨다가 벽에 가서 부딪쳤다. 그녀의 목이 갈대처럼 뒤로 휙 꺾였다. 오른쪽 앞문은 있는 대로 제껴져 거의 떨어질 지경이었다. 라울은 여전히 매달려 있었다.

기어를 옮겨 에리카는 앞으로 차를 몰았다. 갑자기 속력이 빨라져 오른쪽 앞문이 휙 닫혔고 문틈에 라울의 손이 끼였다.

라울을 고통 때문에 소리를 지르며 손을 뒤로 휙 잡아 뺐다. 그 순간 차는 길가의 괸 돌에 부딪히며 몹시 흔들려 라울은 보도 옆의 모래더미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지는 그 즉시 그는 일어섰다. 아픈 손을 받치며 에리카의 뒤를 쫓아가서 그녀가 흰색 칠이 된 진흙 벽돌집으로 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멈춰서서 그녀가 차에서 내려 앞문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되자 그는 돌아서서 이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에리카는 아흐메드의 집 대문에 도착하자 라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이 걱정되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그녀는 문을 열어둔 채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아흐메드에게 최대한 빨리 그들의 음모를 알려 경찰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했다.

거실로 뛰어들어가 아흐메드가 잠들지 않고 친구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뛸 듯이 기뻤다.

"난 쫓기고 있어요."

에리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흐메드는 그녀를 알아보고 벌떡 일어나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서요."

그녀는 계속 말했다.

"우리는 도움을 받아야 해요."

아흐메드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 옆으로 뛰어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놀라고 두려운 나머지 눈이 커졌다.

아흐메드는 문을 닫고 에리카 팔을 잡으며 외쳤다.

"에리카가 확실하군. 당신 안전하군요. 내가 당신을 보고 있다니 믿을 수 없소. 기적이야."

에리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몸이 굳어져 아흐메드의 어깨 너머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피가 얼어붙었다. 그녀는 무하마드 압둘라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그녀와 아흐메드는 죽을 것이다. 무하마드도 그녀를 보고 똑같이 놀랐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차리고서 화난 듯이 아랍어로 무언가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에 아흐메드는 무하마드의 소리를 무시했다. 그는 에리카에게 쫓아오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무하마드는 무어라 말했고, 그것이 아흐메드를 자극해 아흐메드도 찻잔을 집어던질 정도로 난폭해졌다. 그는 아랍어로 말했는데 처음에는 낮고도 위협적이었지만 점차로 톤이 높아져 나중에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에리카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무하마드가 무기를 꺼내 들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하마드가 점차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아흐메드의 명령을 받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왜냐하면 아흐메드가 의자를 가리키자 무하마드는 거기에 가서 앉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자 그녀는 안심스러우면서도 겁이 났다. 아흐메드가 에리카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는 그의 눈에서 무서우리만큼 깊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일까?

아흐메드는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이 되돌아오다니 이건 정말 기적이군요."

에리카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흐메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되돌아오다니......

"이건 당신과 내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알라의 계시요."

그는 계속 말했다.

"나는 신의 결정을 받아들이겠소. 나는 당신의 일을 무하마드와 몇 시간 동안이나 의논하던 중이었소. 나는 당신께로 가서 이야기하고 청혼할 생각이었소."

에리카의 심장이 고동쳤다. 그녀는 현실감각이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은 내가 무덤에 갇힌 걸 알고 있었나요?"

"그렇소. 그건 내게 어려운 결정이었소. 하지만 당신을 손을 떼었어야 했소. 나는 당신이 다쳐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소. 나는 무덤으로 가서 우리와 협력하자고 간청할 생각이었소. 에리카, 당신을 사랑하오. 예전에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해야 했소. 나의 아저씨께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이번만은 아니오. 나는 당신이 우리 가족이 되길 바라오. 나의 가족이면서 무하마드의 가족!"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이 모든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려 애썼다. 그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말들도 모두 믿을 수가 없었다. 결혼? 가족? 그녀의 목소리는 불확실했다.

"당신은 무하마드와 친척간인가요?"

"그렇소."

아흐메드가 말했다. 그녀는 천천히 큰 의자로 몸을 끌고 가 앉았다.

"나와 무하마드는 사촌간이오. 아이다 라만이 우리 할머니지요. 내 외할머니요."

아흐메드는 사와트와 아이다 라만에서부터 시작되는 복잡한 가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에리카는 두려운 눈길을 무하마드에게 던졌다.

"에리카......"

아흐메드는 에리카의 주의를 끌어보려 했다.

"지난 50년 동안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당신을 해낼 수가 있었소. 우리 가족 이외에는 그 누구도 라만의 파피루스를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희미하게라도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처치됐소. 사람들은 그 죽음들을 모두 '파라오의 저주' 탓으로 돌렸지. 그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럼 모든 학살은 무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나요?"

에리카가 물었다. 아흐메드와 무하마드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떤 무덤을 말하는 거요?"

"투탄카멘 무덤 아래 있는 진짜 세티 무덤 말이지요."

무하마드는 벌떡 일어나 아흐메드에게 거친 어조의 아랍어를 늘어놓았다. 아흐메드는 이번에는 듣기만 할 뿐 그의 입을 다물게 하지 않았다. 무하마드가 말을 마치자 아흐메드는 에리카를 돌아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정말 대단하군, 에리카. 이제 당신은 기둥이 왜 그렇게 높이 있는 줄 알겠군. 그렇소. 우리는 위대한 이집트 파라오의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무덤을 지키고 있소. 그것을 보았을 테니,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당신을 알겠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요. 그러니 당신이 우리를 얼마나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당신이 나와 결혼한다면 그것들은 모두 당신 소유가 되오."

에리카는 다시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이본에게서 겨우 빠져나오자 이제 아흐메드였다. 그리고 라울은 아마도 이본에게로 가고 있을 터였다. 아마도 곧 끔찍한 대결전이 일어날 것이다. 세상은 미쳤다. 시간을 좀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물었다.

"왜 진작에 무덤을 비우지 않았죠?"

"무덤에는 진귀한 것들이 가득 차 있어 하나라도 움직이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오. 무덤에서 보물들을 꺼내기 위한 장비들을 마련하고 가족들이 그 진귀한 물건들을 이집트 밖으로 빼돌릴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면 한 세대는 족히 걸릴 것이라는 것을 할아버지 라만은 잘 알고 있었소. 그의 인생 말년 동안 우리는 교육을 받을 정도의 보물만을 빼냈을 뿐이오. 내가 문화재당국 책임자가 되고 무하마드가 경비대장이 된 것도 작년에 와서야 가능했소."

"마치 19세기 라술 가 같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우리는 매우 치밀한 수준에서 작업하고 있고 건축학적인 면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소. 사실, 에리카 당신이 그 방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오."

"카나본 경도 그 '처치된 사람들' 중에 한 명인가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랬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오."

무하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카."

아흐메드는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알아냈소?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떠......"

집안의 불이 순식간에 모두 꺼졌다. 달도 이미 져서 집안은 무덤 안처럼 깜깜했다. 에리카는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다시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에리카는 이본과 라울이 전선을 끊었을 거라 추측했다.

그녀는 아흐메드와 무하마드가 아랍어로 다급히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잠시 후에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희미한 형체들을 볼 수 있었다. 그 형체가 그녀쪽으로 다가오자 그녀는 주춤주춤 뒷걸음쳤다. 아흐메드였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의 이빨과 눈만 보였다.

"다시 한번 묻겠소. 당신을 쫓아오던 사람은 누구지?"

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도 낮았다.

그녀는 말해주려 했지만 목이 메었다. 그녀는 공포로 질려 있었다. 무시무시한 두 세력 사이에 끼여 버린 것이다. 에리카는 무하마드의 손에 있는 권총을 보았다. 그녀는 사태가 다시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버렸다.

아무 말 없이 아흐메드는 에리카를 잡아끌어 거실을 가로질러 길고도 어두운 복도로 내려가 집 뒤쪽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아흐메드는 강철처럼 굳게 잡고 있었다. 무하마드가 뒤를 쫓아왔다.

그들은 집에서 빠져나와 마당으로 갔다. 마당은 조금 더 밝았다. 그들은 장애물을 헤쳐가며 뒷문에 다다랐다. 아흐메드와 무하마드는 급히 무언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아흐메드는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열었다. 오솔길은 황량했고 두 겹으로 늘어선 야자나무 때문에 더욱 어두웠다. 무하마드는 밖을 내다보고 주의깊게 총을 쏠 자세를 한 채 그림자를 찾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는 뒤로 빠져 아흐메드에게 길을 내주었다. 에리카의 손목을 잡은 채 아흐메드는 앞으로 가서 그녀를 좁은 길로 밀쳐넣었다. 그는 바로 뒤를 따라왔다.

먼저 그녀는 손목을 잡은 아흐메드의 손이 갑자기 꽉 조이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총성이 들렸다. 그것은 난폭했던 에반젤로스와 마주 대하고 있을 때 들었던 것과 똑같은 둔탁한 소리였다. 바로 방음장치가 채워진 총소리였다. 아흐메드는 문 뒤로 난 곁길에 쓰러졌다. 희미한 빛 아래로 내려다보니 그는 에반젤로스처럼 두 눈사이에 총을 맞았다. 뇌세포 조각들이 그녀 얼굴 옆으로 흩어졌다. 긴장이 되어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무하마드는 그녀 곁을 지나쳐 길을 가로질러 야자수가 늘어서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에리카는 그가 가는 것, 그의 총이 길 아래쪽을 향해 불을 내뿜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멍하니 그녀는 일어섰다. 그녀는 생명이 끊어진 아흐메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집에 도착할 때까지 집그림자가 있는 쪽으로 되돌아 올라갔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가쁜 숨을 쉬었다. 집 앞쪽에서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에 이어 문을 부수는 소리가 났다. 그녀 뒤쪽에서 싸움 소리와 난폭하게 집안을 휘젓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바로 그녀 앞, 오솔길로 난 문간에서 에리카는 누군가 몸을 굽힌 채 달리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오른쪽에서 총알이 튀었다. 다음에 그녀 뒤에 있는 집 안쪽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마비된 감각에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이본이 찾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그는 필사적이었다.

에리카는 뒷문이 휙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그 말없는 형체가 시야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라울이었다. 그녀는 그가 아흐메드에게로 몸을 숙이고 나서 오솔길로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에리카는 5분 정도 더 몸이 굳은 채 그대로 있었다. 오솔길에서의 총격소리는 멀어져갔다. 갑자기 그녀는 벽에서 몸을 떼고 어두운 집을 통해 왔던 길을 거슬러 앞문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길을 건너 진흙 벽돌이 깔린 보도를 따라 아래로 뛰었다. 그녀는 쓰러질 듯하면서도 계속 달렸다. 나일강에 다다라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었을 때에 비로소 숨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 보려 했다.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무하마드 압둘라가 경비대장이라는 것을 알자 그녀는 경찰조차 두려웠다.

에리카가 그 태평스러운 군인들이 경호를 서고 있던 두 채의 장관 저택을 생각해 낸 것은 그때였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끌고 남쪽으로 걸었다. 그녀는 길가의 그림자를 밟으며 겨우 그 집에 당도했다. 그리고 자동인형처럼 불빛이 비치는 보도로 걸어 나와 첫 번째 집의 벽을 따라 앞문 쪽으로 갔다. 군인들은 거기 있었다. 그들은 50피트 떨어져 있는 입구를 지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가 곧장 첫 번째 집을 향해 걸어오자 그 두 명은 돌아서서 그녀를 보았다. 그들은 어렸고 헐렁한 갈색 제복 차림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기계 소총이 그들 어깨에 메어져 있었다. 그들은 총을 돌려 내렸고 에리카가 다가오자 무언가 말하려 했다.

멈출 생각도 없이 에리카는 놀란 젊은 군인 앞을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갔다.

"오 아프 안단!"

에리카의 뒤를 쫓아오며 군인이 소리쳤다.

에리카는 남은 기력을 다 모아 크게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캄캄안 집안에서 불이 켜질 때까지 계속 소리를 쳤다. 곧 잠옷을 입은 사람의 형체가 문에 나타났다. 그는 대머리였고 뚱뚱한 몸집에 신발은 신지 않은 채였다.

"영어를 할 줄 아세요?"

헉헉거리며 그녀가 물었다.

"물론입니다."

그는 놀라움과 불쾌함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

"정부에서 일하시지요?"

", 저는 국방장관 대리보좌관입니다."

"골동품이나 문화재와 관련이 있나요?"

"전혀"

"됐습니다."

에리카는 말했다.

"제가 당신에게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에필로그

 

TWA 747은 조용히 선회하며 로간공항에 우아하게 접근했다. 그녀는 코를 창에 대고 늦가을 보스턴 풍경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그 풍경은 참 포근해 보였다. 그녀는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거대한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자 객실에 약한 진동이 전해졌다. 어떤 승객들은 오랜 비행이 끝났다는 걸 기뻐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비행기가 국제청사 건물로 접근하자 에리카는 보스턴을 떠난 이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그녀는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학문의 틀에 있다가 실제 세계로의 변화를 겪었다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이집트정부로부터 세티 1세 무덤 발굴작업에서 한 몫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꼈다.

비행기가 게이트로 갈 때 마지막 진동이 있었다. 엔진소리는 작아졌고 승객들은 머리 위에 있는 사물함을 열었다. 에리카는 시트에 앉은 채로 뉴잉글랜드의 보송보송한 구름을 내다 보았다. 그녀는 카이로에서 자신을 전송해주던 이스칸더 중위의 하얀 제복을 떠올렸다. 그는 룩소르의 밤에 있었던 그 엄청난 사건결과를 전해주었다. 아흐메드 카잔은 총상으로 죽었다. 이것은 그가 총에 맞던 그 순간, 그녀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무하마드 압둘라는 계속 뇌사상태라고 했다. 이본 드 마르그는 어떤 방법을 썼는지 국외로 도망쳐서 이집트 입국금지자가 되었다. 스테파노스 마큘리스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보스턴에 있는 지금, 그 모든 것들은 현실의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집트에서의 일 중 특히 아흐메드의 일은 그녀를 슬프게 만들었다. 또한 그 경험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사람 판단능력이 의심스러워졌는데, 그건 바로 이본 때문이었다. 모든 일이 끝난 후조차 그는 카이로에 돌아와 있는 그녀에게 파리에서 전화를 걸어, 세티 1세의 무덤에 관한 내부정보를 알려주면 크게 보상하겠노라고 제의해 왔다. 그녀는 실망하여 고개를 저었고 짐을 챙겼다.

에리카는 사람들을 따라 내렸다. 그녀는 얼른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서 대합실로 들어갔다.

그들은 서로를 보고 있었다. 리처드가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는 바람에 에리카는 가방을 떨어뜨렸다. 그녀 뒤를 따라오던 사람들은 그것을 밟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아무 말없이 서로에게 매달렸다. 그들은 벅찬 감정을 조금 수습했다. 마침내 에리카가 몸을 떼며 말했다.

"리처드, 당신이 옳았어요. 출발부터 이해할 수 없었지요. 내가 살아 있다니 운이 좋았어요."

리처드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의 눈물을 그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야, 에리카. 우린 둘 다 옳았고 둘 다 틀렸지. 단지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더 많다는 뜻이야. 날 믿어줘. 난 해 낼테니."

에리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가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그 말은 그녀의 기분을 좋게 했다.

", 그런데."

그녀의 가방을 집어들며 리처드가 말했다.

"당신을 만나려고 휴스턴에서 누가 와 있어."

"그래요?"

", 그는 로리 박사를 알고 있나봐. 로리 박사가 그 사람한테 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는군. 저기 오는군."

리처드가 가리켰다.

"어머나"

에리카가 말했다.

"제프리 존 라이스 씨"

지시라도 받은 듯이 제프리 라이스가 다가와서는 장식이 붙어있는 군모를 벗었다.

"이럴 때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들어 미안합니다. 하지만 바론 양, 이건 세티상을 찾은 데 대한 수고비입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이제 세티상은 이집트정부 소유예요. 당신은 그걸 살 수 없는데요."

"바로 그거요. 그 덕에 내가 소유한 상은 이집트 국외에 있는 유일한 상이 되었소. 당신 덕에 이전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된 거지요."

에리카는 10,000달러짜리 수표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리처드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에리카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따라 웃었다. 라이스는 수표를 여전히 손에 든 채 어깨를 흠칫해 보이고는, 그 두 사람을 보스턴의 밝은 태양 아래로 데리고 나갔다.

 

 

스핑크스에 얽힌 모든 의혹은 세티상의 바닥에 있던 상형문자가 적힌 파피루스의 해독으로 그 실마리가 풀린다. 에리카가 해독한 파피루스 전문

 

I, Nenephta, chief architect for the Living God (may he live forever), Pharaoh, King of our two lands, the great Seti I, do reverently atone for the disturbance of the eternal rest of the boy king Tutankhamen within these humble walls and with these scant provisions for all eternity. The unspeakable sacrilege of the attempted plunder of Pharaoh Tutankhamen's tomb by the stonecutter Emeni, whom we have rightfully impaled and whose remains we have scattered on the western desert for the jackals, has served a noble end. The stonecutter Emeni has opened my eyes to understand the ways of the greedy and unjust. Thus I, chief architect, now know the way to ensure the eternal safety of the Living God (may he live forever), Pharaoh, King of our two lands, the great Seti I. Imhotep, architect for the Living God Zoser and builder of the step Pyramid, and Neferhotep, architect for the Living God Khufu and builder of the Great Pyramid, used the way in their monuments, but without full understanding. Accordingly the eternal rest of the Living God Zoser and the Living God Khufu was disturbed and destroyed in the first dark period. But I, Nenephta, chief architect, understand the way, and the greed of the tomb robber. So it will be done, and the boy king Pharaoh Tutankhamen's tomb is resealed on this day.

Year 10 of Son of Re, Pharaoh Seti I, second month of Germination, day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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