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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살인 사건(HOME SWEET, HOMICIDE) 2

10

 

1

다이나는 도로를 향해 언덕을 뛰어 내려가려 했다. 에이프릴이 붙잡았다.

"가면 안 돼. 이때를 이용하지 않으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아."

샌퍼드 저택 주위는 텅 비어 있고 거기에는 에이프릴과 다이나가 있을 뿐이었다. 모두 불이 난 곳으로 갔다. 제복의 경찰들, 오헤이어 경사, 빌 스미스 반장도.

"저 뒷문엔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아."

에이프릴이 지적했다.

"아치," 다이나가 신음했다.

"아치라면! 만일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지. , 빨리!"

에이프릴이 말했다.

둘은 뒷문을 향해 잔디 위를 달려갔다. 부엌문은 열쇠는커녕 아예 활짝 열려 있었다. 부엌에는 전등이 켜져 있고, 테이블 위에는 [범죄 실화] 가 펼쳐진 채로 놓여 있었으며, 아까의 제복 경찰이 햄 샌드위치를 만들려던 흔적도 역력했다. 부엌 이외의 다른 곳은 캄캄했다. 공포스러울 만큼 컴컴하다. 둘은 식기실을 거쳐 식당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바로 옆의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 바닥에는 종이가 잔뜩 깔려 있고 검은 분필 표시가 가득 그려져 있다. 긴 타원형이 한쪽 구석에 그려져 있다. 에이프릴이 몸을 떨었다.

"바로 저기야."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무서워하지 마." 다이나가 말했다.

"무서워한다고? 내가?" 고맙게도 이가 덜덜 떨리는 것은 그쳤다.

"회중전등 갖고 왔어?"

다이나는 끄덕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써야 해. 들킬지도 몰라." 잠시 말을 끊었다.

"이런 짓이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몰라. 경찰이 철저히 수색했을 거 아냐."

에이프릴이 비웃었다.

"경찰은 남자잖아."

경멸하듯 계속해서 말했다.

"여자가 숨길 만한 곳은 짐작도 못 할 거야. 잘 생각해 봐. 엄마라면 어디에 숨길까. 생일선물이라든가, 교장 선생님한테서 온 편지라든가. 또 우리가 읽어선 안 되는 책을."

"글쎄." 다이나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목욕탕 빨래 바구니 밑이나, 모자 상자나, 침대 시트 밑, 화장대 거울 뒤, 할아버지의 초상화 뒤, 헌 야회복 상자 속, 2층 서재의 백과사전 뒤에, 그리고 계단 위 벽걸이 아래도 있어."

에이프릴이 덤벼들듯이 말했다.

"경찰이 그런 곳을 찾아봤을 거라고 생각해?"

둘은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가 여기저기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경찰이 수색한 흔적이 있었다. 죽은 플로라 샌퍼드의 책상과 화장대와 장롱 서랍은 텅 비어 있다. 벽에 붙은 작은 금고도 열려 있다.

"만일 여기에 뭔가 있었다면, 이미 찾아냈을 거야."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찾을 만큼은 찾아봐야지." 에이프릴이 말했다.

"샌퍼드 부인은 꽤 화장을 진하게 했나 봐."

다이나는 화장대를 조사하면서 말했다.

"이 병 좀 봐."

"화장 비결을 찾으러 온 게 아냐." 에이프릴은 사진 한 장을 만지며 말했다.

또 한 번 사이렌이 울며 지나갔다. 도로 아래에 있는 집에서 나오는 빛의 반사로 플로라 샌퍼드의 방의 벽이 환하게 빛났다. 다이나는 슬픈 눈으로 창가를 보았다.

"아주 큰 화재인가 봐."

"불이 난 걸 보고 싶으면 가." 에이프릴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불 조사를 하다 말고 일어섰다.

"언니, ! 만일 엄마가--."

둘은 창가로 뛰어가서 밖을 보았다. 마당 건너로 불이 켜진 창이 보이고, 엄마가 타자기에 구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지진이 났을 때도 일을 계속했었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기억하니? 유리창이 두세 장 깨지고 길 아래쪽의 집 한 채가 무너졌잖아. 엄청나게 큰소리를 내면서."

"그리고 우린 굉장히 무서웠었어." 에이프릴이 떠올렸다. 그녀는 쿡쿡 웃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가 무사한지 걱정이 되어서 2층으로 뛰어갔더니 엄마가 복도로 나와서, '시끄러워! 문을 꽝 닫은 게 누구니.' 하셨잖아."

다이나도 웃었다. 하지만 점점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에이프릴, 만일 아치가 체포되면 어쩌지?"

"괜찮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 우물쭈물한 시간이 없어. 빨리 찾아봐."

화장실에서도, 플로라 샌퍼드의 침실에서도, 응접실에서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10분 뒤,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도 참 바보다. 나쁜 것을 집에 숨길 땐 자기 방에는 숨기지 않는 법이야. 샌퍼드 씨 방에 숨기지 않았을까? 무슨 일이 생기면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그럴 수 있는 여자야."

둘은 월리 샌퍼드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장미꽃 무늬 벽지를 바른 환한 응접실과 거울을 몇 개씩이나 갖다 놓은 플로라 샌퍼드의 침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극히 평범한 작은 방으로, 싸구려 침대 세트와 면 커튼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이 고른 물건은 아닐 거야." 다이나가 비평했다.

"바보, 그 여자가 고른 거야. 여자 돈이잖아. 생각나?"

에이프릴이 말했다. 둘은 수색을 계속했다. 갑자기 다이나가 말했다.

"여기 온 김에--- 샌퍼드 씨에게 깨끗한 셔츠와 양말을 갖다 주자. 내 블라우스 속에 숨겨 가지고 가서 나중에 살짝 주면 돼."

"이왕이면 면도날도. 내일 비누도 조금 갖다 주자."

에이프릴이 말했다.

5분쯤 지나서, 에이프릴은 화장대 거울 뒤에 큰 마닐라지 봉투가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게 휘파람을 불며 속을 조사해 보았다. 창으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이나가 손전등을 켰다. 작은 수첩이 있었다. 신문에서 오려낸 종잇조각이 있었다. 편지 같은 것이 있었다. 에이프릴이 서둘러 읽어 보니 아는 이름이 여기저기 쓰여 있었다. 첼링턴, 워커, 훌부룩, 샌퍼드.

"언니, 바로 이거야."

다이나는 그것을 읽는 동안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큰일났어, 에이프릴! 이 잘려나간 쪽지. 카스테어스라고 쓰여있어. 그래 마리안 카스테어스야."

"설마!" 에이프릴이 신음했다. 그리고 쪽지를 보고 새파랗게 질려서 다이나를 올려다보았다.

"집으로 가져가서 나중에 읽어 보자."

그리고 서류와 잘린 종이쪽지를 원래대로 넣고 봉투를 봉했다. 다이나는 이를 꽉 물고 말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엄마가 했을 리는 없어. 총소리가 들렸을 때, 엄마는 타이프를--."

말을 갑자기 멈추고는 에이프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걸 생각해 낸 것이다. 엄마의 책 중 클라크 캐머런의 작품이었다. 살인범은 완전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하숙집 여주인도, 그 외에 6~7명도 범행이 난 시간에 그가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야, 그가 자기의 타이프 치는 소리를 녹음해서 한 번에 레코드를 10장 걸 수 있는 자동식 축음기에 걸어 놨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 집엔 녹음기도 없고, 집에 있는 축음기는 한 번에 한 면밖에 못 걸잖아. 게다가 중간에 한 번 감아 줘야 하고."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더니 엄마가 타이프를 치고 있었어."

"게다가," 에이프릴이 확실하게 단정지었다.

"엄마는 협박당할 일은 하지 않아."

봉투를 다시 보고 또 말했다.

"어떡하면 이걸 가져갈 수 있을까? 도중에 들킬지도 모르잖아."

"네가 숨겨서 갖고 나가."

"이 드레스 속에?" 에이프릴이 말했다.

"내가 마술사같이 보여?"

"좋아." 다이나가 말했다. 그러더니 봉투를 자기 블라우스 속에 찔러넣었다.

"이것 위에, 월리 샌퍼드의 셔츠와 구두와 면도날과-."

에이프릴은 냉정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불 두 개쯤은 더 들어가겠다. 넣으려고만 한다면 말야."

"조용히 해." 다이나가 날카롭게 말했다.

", 이제 나가자. 그런데 걱정이다. 어쩌지, 아치가 무사한지 어떤지 알 수도 없고. 그리고 아이들을 빨리 보내지 않으면--."

회중전등을 껐다.

"가자, 에이프릴."

둘은 2층 복도를 지났다. 창 너머로 아직 빨갛게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 엄청난 불이야." 에이프릴이 괴로운 듯이 말했다.

"그런데 전혀 믿기지 않아."

"훌륭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 하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2

복도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조용히 조심조심 걷고 있다. 그리고 바깥문에서는 누군가가 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작은 폭음이 들리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2층 복도를 되돌아가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잔디를 가로질러 집에서 도망쳐 나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반쯤 간 곳에서 멈춰서서, 한번 돌아보고는 또 달리기 시작했다. 달빛에 얼굴이 확실히 보였다. 존재하지 않는 남자인 루퍼트 밴 두젠이다. 에이프릴은 숨을 죽였다.

"저 사람 누구야?" 다이나가 속삭였다.

"용의자야, 틀림없이." 에이프릴이 속삭여서 대답했다.

이번엔 정말로 이가 덜덜 떨렸다. 둘은 선 채로 잠시 귀를 기울였다. 아래층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또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어두운 곳에서 뭔가 찾고 있는 것이다. 간간이 회중전등의 희미한 빛이 보인다.

"숨자!"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머리를 저었다.

"장소가 없어. 여차하면 지붕으로 나가 홈통을 타고 내려가는 수밖에 없어. 홈통이 있다면."

계단 아래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 두 소녀는 난간 너머를 바라보며 꼼짝도 않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멈춰서서 방향을 돌리더니 일순간에 움직이지 않았다.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과 불난 곳에서 비춰지는 빛으로 얼굴이 보였다. 야위고 거무스름한 얼굴인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손에는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잔뜩 겁먹은 얼굴이었다. 다이나는 에이프릴의 손을 잡아끌어 난간에서 뒤로 물러났다. 거기엔 창이 있고 밖은 지붕이다. 그때 총소리가 났다. 총소리임엔 틀림없지만, 기묘하고 작은, 둔탁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좀 지나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두 아이는 난간으로 되돌아왔다. 계단 바로 아래 바닥에 그림자 같은 것이 보인다. 그 그림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모자가 굴러떨어져 있고, 또 번쩍번쩍하는 총이 떨어져 있다. 어딘 가에서 문이 조용히 닫혔다.

"여기로 나가자." 다이나가 희미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홈통이 없으면 뛰어내려."

홈통보다 더 좋은, 등나무가 얽힌 담장이 있었다. 둘은 반은 붙잡고, 반은 미끄러지면서 고양이처럼 재빠르고 조용히 내려와 집 모퉁이를 돌아 어둠 속으로 뛰어들자 안심을 했다.

"그거--떨어뜨리면 --안돼." 에이프릴이 말했다.

다이나도 숨을 헐떡였다.

"괜찮아 가지고 있어."

샌퍼드 저택의 뒤쪽 베란다까지 도망 오자, 둘은 발걸음을 늦췄다. 여기라면 안전하고 의심받지 않는다. 엄마는 창가에서 아직 타자를 치고 있다. 샌퍼드 저택의 잔디는 달빛 때문에 하얗게 보인다. 하늘이 빨겠던 것도 좀 덜해졌다.

"잠깐 기다려." 에이프릴이 속삭이며 다이나의 팔꿈치를 잡았다.

"기다려."

"무슨 말 하는 거야. 빨리 도망가야 한단 말이야."

다이나가 날카롭게 말했다.

"안돼, 살인이 났어. 우린 그 소리를 들었어. 전부 목격했어. 엄마 책 속의 남자가 그랬잖아. '사람을 죽이고 그 흔적을 감추려면 적어도 제 2의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 언니, 살인범은 저 집 안에 있어, 지금 현재." 다이나가 말했다.

"이 모퉁이를 돌면 일광욕실 창문으로 엿볼 수 있어. 하지만 조심해야 돼. 이 봉투 때문에 죽겠네. 햇볕에 타서 따가운 살에 자꾸 닿는단 말야. 왜 그런 원피스를 입었어?"

"조용히 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둘은 집 모퉁이를 돌아 소리 내지 않고 일광욕실의 창문이 있는 곳으로 몰래 다가갔다. 달빛과 도로에서 빛이 함께 비쳐 샌퍼드 가의 거실은 대낮처럼 밝았다. 일광욕실도, 거실도, 복도도 모두 보였다. 굽은 계단도 보였다. 그런데 계단이 막 끝난 곳에 있던 검은 긴 그림자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모자도, 번쩍이던 총도 없다. 아무것도, 무엇 하나 없다.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진심이야. 도망가자. 빨리."

숨이 막혔다.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몰라."

"농담이 아냐." 다이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너무나 날카롭게 말했다.

"그 사람은 죽지 않았어. 우리가 담장을 내려오고 있는 동안에 일어나서 나간 거야."

다이나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샌퍼드 가 뒤뜰에서 세워져 있던 자동차 한 대가 시동 거는 소리를 내더니 달아나 버렸다.

"저것 봐." 다이나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 제발 집으로 돌아가서 이걸 숨기고 다른 아이들과 합류하자."

둘은 인적 없는 잔디밭을 빙 돌아 정문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불난 곳에서는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의연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타자 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모두 돌아갈 때까지 세탁물 바구니에 처박아 두자."

다이나가 말을 꺼냈다.

"돌아가면--."

"잠깐!"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빌 스미스 반장과 오헤이어 경사가 계단을 올라왔다.

두 사람은 멈춰서서 두 아이를 보았다. 빌 스미스가 이야기 도중에 입을 다물어 버렸기 때문에, "보초를 남겨 두지 않은 게 잘못이었어."란 말이 허공에 흩어졌다. 에이프릴은 어느 책에서 읽은 최상의 방어의 말을 생각해 내고 공격을 가하기로 했다. 에이프릴은 정말로 화난 것처럼 말했다.

"어디를 가시려는 거예요? 우리 집 뒷마당으로요?"

"지름길이라서." 오헤이어가 헐떡이며 말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것은 그리 능숙치 못한 것 같다. 다이나가 화제를 돌렸다.

"불은 어떻게 됐어요? 어디서 났어요? 원인은 뭐였죠?"

"이젠 괜찮아." 오헤이어가 말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조금이라도 쉴 구실이 생긴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메이플 드라이브의 빈집이야. 누군가 불을 질렀어."

"어머나!" 에이프릴이 말했다.

"법률위반이네요." 그리고는, '아아, 아치. 무슨 짓을 한 거니?'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불 지른 남자를 잡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하고 다이나가 물었다.

"알카토라스 섬의 감옥에서 20년을 지내야 해."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숨찬 것이 겨우 멎었는지 이렇게 덧붙였다.

"걱정마라. 꼭 체포할 테니까."

"어머!" 하고 다이나가 놀란 얼굴을 했다.

빌 스미스 반장의 단정한 회색 양복에 먼지가 잔뜩 묻어 있다. 머리엔 낙엽이 묻었던 흔적이 보이고 한쪽 볼은 부어 있었다. 지독히 화자 난 모양이다. 그는 다이나의 블라우스가 마닐라지의 봉투 때문에 부풀어 있는 걸 발견했다.

"도대체-- ." 에이프릴은 깜짝 놀란 시늉을 하며 빌 스미스의 모양새를 염려스러운 듯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되신 거에요?"

"네 동생의 친구들이 나를 넘어뜨렸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일부러."

에이프릴은 다이나를 팔꿈치로 찔렀다. 둘은 현관의 계단을 반쯤 뒷걸음치며 올라갔다. 빌 스미스는 마음에 걸렸다. 그는 달빛이 비치는 장방형의 잔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다이나와 에이프릴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엄마는 어디 계시지?"

"작업 중이세요." 에이프릴이 냉정하게, 또 위엄을 갖추고 말했다.

"그래서 면회사절이에요."

빌 스미스가. "저어--." 하고 말했다. 한마디 더 하려고 하다가 그냥 삼켜 버렸다.

"니키 게케 로코(도망가자.)"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다이나는 나머지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떨어뜨리지 않도록 마닐라지의 봉투와 월리 샌퍼드의 깨끗한 셔츠와 양말을 움켜쥔 채. 에이프릴은 난간에 기대, 빌 스미스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쓸데없는 말씀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두세 걸음 올라가 덧붙였다.

"특히 우리 엄마에 대해서는. 당신이 엄마를 싫어해서 유감이에요. 우린 아주 좋아하는데."

빌 스미스는 목덜미에서 낙엽을 털어 내며 말했다.

"난 너희 엄마를 좋아한단다. 훌륭하고 영리한 여자야. 단지 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방법은 조금도 모르거든."

"자신의 아이를 아홉 명까지 길러 보세요. 반드시--."

오헤이어 경사가 위로했다.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에이프릴은 난간에 기대어 걱정스럽게 말했다.

", 오헤이어 경감님. 역시, 그 살인범이 정말로 일부러 불을 지르고, 경찰을 유인한 뒤에 샌퍼드 가를 뒤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로?"

빌 스미스와 오헤이어 경사는 언뜻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순간 둘은 정문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에이프릴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두 사람은 샌퍼드 가의 잔디 위를 황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3

다이나는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왔다. 이제 완전히 침착을 되찾았다.

"이젠 됐어. 세탁물 바구니에 넣었어."

쿡쿡 웃는가 했더니 금세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셔츠와 양말은 내일 아침식사와 함께 샌퍼드 씨에게 가져다주자."

"면도날도."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비누와 거울도. 그러나 그건 내일 하면 되고, 지금 할 일은, , 모든 아이들을 불러모으는 거야. 파티를 하고 있었어. 기억해?"

다이나가 말했다.

"어떻게 쫓아버렸어? 그 두 사람."

"아주 간단했어. 집을 한 채 태웠거든."

"농담하지 마."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를 찾아야 해. 체포됐을지도 몰라."

에이프릴은 그 일을 생각해 내고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다이나와 나란히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자. 죽 우리와 함께 있었던 거야. 불이 날 때까지."

"불을 지르고 있을 때 체포됐는지도 몰라."

다이나가 말했다.

"저 오헤이어인지 뭔지가 불을 질렀다고 했잖아."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았어." 에이프릴은 별렀다.

"만일 아치를 벌써 체포했더라도 우린 어떻게든 손을 쓸 거야."

"손을 써야 해." 다이나도 별렀다.

"우리 동생이니까." 하고 덧붙였다.

"빈집을 택해 준 건 다행이야."

게단을 내려오자 화재 장소가 한눈에 보였다. 빨간 연기, 때때로 솟는 불길, 소방차가 다섯 대, 그걸 둘러싸고 있는 구경꾼. 둘은 보도를 뛰어 내려갔다. 반쯤 가자 작은 것이 흥분해서 숨을 몰아쉬며 튀어나와서 부딪혔다.

"누나." 아치가 말했다.

"부르러 돌아왔어. 빨리 오지 않으면 불이 꺼져버려. 모처럼의 구경거리가 없어져 버린다고."

아치는 껑충껑충 뛰었다.

"빨리, 빨리, 빨리."

",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치는 누나를 보며 겁먹은 눈으로 반은 울면서 말했다.

"하지만!"

"누가 보지 않았어?" 다이나가 추궁했다.

", 모두 봤어." 아치는 황당한 표정이다.

에이프릴이 팔꿈치로 쳤다. 안돼, 아치에게 뭔가 얻으려면 직접적으로 물어서는. 에이프릴은 부드럽게 물었다.

"불이 났을 때, 넌 어디에 있었니?"

"!" 아치는 기분이 상했다.

"경찰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라고 했잖아. 그래서 나하고 검은 군단이 숲속으로 들어가 풀을 엮었어. 다 묶고 구니가 소리를 지르려고 있어. 그러면 두 명은 걸리거든. 그런데 불자동차가 오니까 모두 나만 두고 가버렸어. 하지만, 그 빌 스미스는 묶은 풀에 걸려 넘어졌어. 그런데 그 오헤이어가 길 저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어. 그래서 나도 가도 된다고 생각했어. 불은 매일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

"어머나," 다이나가 에이프릴에게 말했다.

"아치가 지른 게 아니었어!"

"살았다." 에이프릴이 한숨을 쉬었다.

"지르지 않았다고? ?" 아치가 눈을 껌벅거렸다.

"그 집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는 얘기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내가?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법률위반이잖아. 그런 짓을 하면 방화죄야."

에이프릴은 뽀뽀를 하고, 다이나가 끌어안았다. 아치는 몸을 흔들며 말했다.

", 빨리 가지 않으면 지붕이 타서 무너지는 걸 못 본단 말이야."

셋은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소방대는 폭포처럼 물을 뿌리고 있다. 5년 동안 '셋집' 이란 푯말이 붙어 있던 집이다. 관목과 이웃집에 물을 뿌리는 소방수도 있다. 카스테어스의 세 아이가 현장에 도착하자, 곧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리고 소방대원들이 뒤로 물러섰다. 다음 순간,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 하는 울림이 나더니 불꽃이 하늘로 피어올랐다. 연기가 큰 풍선처럼 덩어리져서 하늘로 올랐다. 소방수들이 호스로 서둘러 불을 껐다.

"내가 말했지?" 아치가 말했다.

"말했지? 말했지?"

"그래 말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오코 다카 마카 리키(조용히 해.)"

"!" 아치는 구경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버렸다.

"스루키! 구니!"

"검은 군단이잖아!" 다이나가 경멸하듯 말했다.

"모처럼의 화재인데 저 애들만 구경시켰잖아. 벌써 거의 꺼져버렸어. 그런데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연기 색이 변하고, 불길은 약해졌다. 아주 약한 불꽃만 날아다닐 뿐이다. 한 대의 소방차만 남아서 정리하고, 다른 차들은 엔진 소리만 클 뿐 사이렌은 약하게 울리면서 돌아가 버렸다. 모인 사람들도 흩어졌다. 아이들은 무리에서 빠져나와 다이나와 에이프릴 쪽으로 왔다. 조엘라가 말했다.

"어디 있었니?"

"다 봤어?" 바니가 말했다.

"에이프릴 여기저기 찾아다녔어." 조가 말했다.

"어디서 길을 잃은 거야?" 피터가 말했다.

"지붕이 불에 타서 쓰러지는 장면 봤어?" 에디가 말했다.

그리고 맥은 다이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아아, 아주 멋졌어! 정말로 근사한 불이었어."

"마음에 들었다니 기뻐." 다이나가 정중히 말했다.

"우린 항상 가능한 것은 모두 다 해서 손님을 대접해. 이다음에 파티를 열 때는 지뢰를 폭파시킬 거야."

맥은 쿡쿡 웃으면서 앞서 걷는 에디에게 달려갔다. 바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애들아! 모두 빨리 위로 가서 춤추자."

"배고파." 검은 군단 중의 한 명이 소리쳤다.

소방서장의 빨간색 차가 길가에 놓여 있었다. 서장은 옆에 서서 부하 소방관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로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다가갔다.

"--의심할 여지가 없군. 석유가 전체에 깔려 있어."

"다이나!" 피터가 불렀다.

"곧 갈게."

"에이프릴!" 조가 불렀다.

"지금 가." 에이프릴이 대답했다. 그리고 다이나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불을 지른 것은 아치의 검은 군단이 아냐."

"어머, 물론이지."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거짓말쟁이긴 하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지는 못해."

"하지만, 그 불이 경찰을 샌퍼드 저택에서 유인해 냈잖아."

---에이프릴은 긴 숨을 토해 냈다.--.

"무슨 일이 오늘 밤 샌퍼드 저택에서 일어나도록 계획한 사람이 있었어. 우리가 아니라. 그 불은 확실히 누군가의 방화야."

"아치가 아냐."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물론, 아치가 아냐."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렇다면 누구였을까?"

저쪽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다이나! 에이프릴!"

"빨리 가자." 다이나가 말했다.

"우리는 할 만큼 했어. 그러니까 가서 먹자. 조엘라가 가져온 멋진 레코드도 있어. 서두르자. 결국, 오늘 밤엔 우리가 주인공이잖아.“

 

11

 

1

새벽 두 시쯤이었다. 에이프릴이 몸을 일으켜 눈을 반은 감은 채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이나! 다이나!' 하고 불렀다. 다이나는 나란히 늘어선 침대 위에서 뒤척이더니 한쪽 눈만 뜨고, "" 하고 대답했다.

"언니, 사이렌 소리를 들었어."

다이나는 한쪽 팔꿈치를 세우고 눈을 깜박이며 귀를 기울였다. 밖은 조용하고 나무에서는 흉내를 잘 내는 새가 '키에이 키에이' 하고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잘못 들은 거야." 다이나가 말했다.

"어서 자."

", 졸려." 에이프릴은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다이나는 1분쯤 귀를 기울여 보았다. 수없이 많은 자동차가 거리를 지나고 있는 듯했다. 그중에-- 그렇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고, 게다가 아주 멀리서 들린다. 다이나는 "에이프릴." 하고 속삭이려다가 그만두었다. 마음 탓인지도 모른다. 침실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작은 파자마 차림의 모습이 살금살금 들어왔다.

"저어," 아치가 속삭였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

다이나는 침대 위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나도 들었어. 에이프릴도 들었고. 저 화재는 오늘 밤 봤으니까 이젠 됐어."

"하지만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아니야."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는데, 베개에 묻혀 있어서 잠긴 목소리였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야."

"아마, 경찰 오토바이가 속도위반 차라도 쫓고 있는 거겠지."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그다지 자신 있는 말투는 아니었다.

"꽤 가까이에서 들렸는걸."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살인이야. 가보자." 아치가 제안했다.

", 제발." 다이나는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글쎄." 하고 생각해 보다가 덧붙였다.

"옷 갈아입고, 보고 오는 게 낫겠다."

빠른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리고 엄마가 문에 나타났다. 아직 작업복 차림이었다.

"왜 아직 안 자니?"

"잤어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데 깼어요." 에이프릴이 덧붙였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요." 아치가 말했다.

"어디선가 살인이 난 거예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엄마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시시한 영화만 보는가 보다. , 어서 자거라."

그리고 아치에게 말했다.

", 너도 어서 가서 자거라."

아치는 자기 방으로 갔다.

"그리고, 너희 인디언들." 그리고 엄마는 말했다.

"자는 거야." 그녀는 문을 꼭 닫았다.

다이나는 잠시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네!"

안 되겠는지 다이나는 일어나서 귀를 기울였다. 그래 확실히 사이렌 소리였다. 무슨 일일까? 만일 샌퍼드 씨를 발견한 거라면,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사이렌이 울렸을 텐데. 또 다른 살인사건이 난 건 아닐까? 샌퍼드 저택에서 여러 가지를 목격한 뒤로 다이나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나서 속삭였다.

"에이프릴!"

에이프릴은 벌써 자고 있었다.

"아무려면 어때." 하고 다이나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기도 잠들어 버렸다. 그다음에 눈을 뜬 건 베이컨 굽는 냄새가 나서였다. 동시에 에이프릴도 눈을 떳다. 둘은 침대 위에 앉아 졸리운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이나는 시계를 보았다. 10시 반이다.

"어머 에이프릴!" 다이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는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하셨어. 커피를 끓여다 드려야 하는데!"

침대에서 내려와 서둘러 세수를 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아치가 두 사람보다 조금 앞서긴 했지만 역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얼굴만 씻었을 뿐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 마지막 남은 계단 세 칸을 한 번에 뛰어 내려오면서 소리쳤다.

"누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걸."

엄마는 부엌에서 기분 좋게 '구형 97호 기관차의 전복'을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베리컨을 프라이팬 속에서 맛있게 익어 있고, 팬케이크는 철판 위에서 거품을 내고 있었다. 커피포트는 부글부글 소리를 내고, 코코아는 따뜻하게 대워지고 있었다. 식탁은 준비가 다 되어있고 핸더슨은 얌전히 뒷마당에 묶인 채로 민들레를 꽃을 먹고 있었으며, 젠킨즈는 빈 접시를 혀로 핥고 있었다.

"어머, 엄마." 다이나가 소리쳤다.

"우리가--."

"그래." 엄마가 말했다.

"지금 막 깨우려고 했어."

작업복 바지를 입은 채로였으며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에이프릴이 나무라듯이 힐책했다.

"아직 안 잤어." 엄마는 팬케이크를 큰 접시로 옮겨 놓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어조로 덧붙였다.

"책이 끝났단다."

"어머나, 엄마!" 다이나가 말했다.

"근사해요!"

"대단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훌륭해요." 아치도 끼었다.

"귀찮으니까 안지 말아다오." 엄마는 화난 척했다.

"신문과 버터와 메이플 시럽을 가져오너라. 재떨이도. , 빨리."

60초 만에 아침 식사가 테이블 위에 준비되었다. 네 개째의 팬케이크를 반쯤 먹으면서 에이프릴이 비판적인 눈으로 말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게 좋겠어요. 정말이지 엄마의 머리는 선풍기 속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일요일에 이미 시간 약속을 해놨어." 엄마가 말했다.

"매니큐어도요." 다이나가 또박또박 말했다.

"간 김에 마사지도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엄마가 말했다.

", 미인이 되겠다." 아치는 베이컨 껍질를 슬쩍 젠킨즈에게 던져 주고 자기는 팬케이크를 집었다. 엄마가 아침 식사 뒤에 하는 순서는 여느 때와 같았다. 커리? 한잔 마시고, 담배를 피워물며 신문을 펼친다. 신문을 펼치자마자 엄마는 하품을 했다.

"졸려." 그녀는 일어서서 계단 쪽으로 갔다. 세 아이도 일어섰다. 엄마는 테이블 위의 큰 갈색 종이 꾸러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운송회사 사람이 오면 그걸 주거라."

그리고 계단을 오르다 말고 멈춰서서 엄마는 말했다.

"어젯밤 파티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은데 안됐구나."

다이나는 눈을 크게 뜨고, 에이프릴은, "?" 하고 물었다.

"너무 조용해서 별로 유쾌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주 좋았어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랬니? 그럼, 나중에 보자." 그녀는 계단을 올라갔다.

세 아이는 얼굴을 서로 번갈아 보았다.

"엄마가 점쟁이가 된 걸까?" 다이나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

"엄마는 어젯밤에 굉장히 바빴는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 시작하자. 샌퍼드 씨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고, 접시를 닦고 어머니날 선물을 사러 가야 해."

"그것보다 신문에 어제의 화재가 뭐라고 났는지 보고 싶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테이블 위에 신문을 펼쳐놓고 훑어보더니 갑자기, "잠깐만! 언니!" 하고 불렀다.

1면에는 화재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았다.(나중에 잘 보니 17페이지에 짧게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남자야!" 다이나가 말했다.

 

2

"그 남자야!" 다이나가 말했다.

샌퍼드 저택은 깜깜하고, 권총을 손에 든 남자는 멀리 계단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모자를 쓴, 검고 여윈 얼굴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도 볼래." 아치가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더니 놀라서 "이 사람 알고 있어! 어제 여기 왔었어." 하고 말했다.

"여기에! 무슨 일로 왔지?" 다이나도 놀랐다.

"첼링턴 부인 집을 물으러 왔어. 그래서 가르쳐 줬더니 돈을 주던데." 아치가 말했다.

"세상에, 아치.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니?"

에이프릴이 다그쳤다.

"하지만, 죽을 줄은 몰랐는걸." 아치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 너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차갑게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넌 우리에게 뭐든지 다 말해야 해."

"좋아, 얼마든지 얘기해 줄께!" 아치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예를 들면?" 에이프릴이 놀렸다.

"조용히 해. 둘 다. 이걸 읽을 테니까." 다이나가 말했다.

'침피라 갱에서 공갈 상습범으로 알려져 있는 프랭크 라일리가 총에 맞아 벌집처럼 된 시체로 오늘 밤 풀장의 --.'

"그 사이렌 소리, 진짜였어. 다이나 언니, 이 풀장이란 해리스 씨네 있는 그거야. 여기에서 세 구역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해리스 씨는 처음에 거기에서 오리를 길렀어."

"보러 가자. 지금 당장!" 아치가 말했다.

"넌 시끄러워서 안 돼." 다이나가 힘없는 소리로 말했다.

"벌집같이? 하지만 이상해. 총소리는 한 방뿐이었는데."

"서두르면 안 돼." 에이프릴이 1단 중간쯤을 가리켰다.

'---경찰에게도 암흑가에서도 얼굴이 알려진 라일리는 납치 살해됐다고 여겨진다. 경찰인 월리엄 서클베리 박사의 검시 결과, 총알은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사후 죽은 몇 시간 뒤에 맞았음이 판명되었으며, 여러 명의 범행인 듯하다는 것도--,'

"물론 그대로야. 샌퍼드 저택에서 죽었어. 그리고 옮겨져서 풀장에 버린 거야." 하고 에이프릴은 말했다.

"조용히 해. 지금 읽는 중이니까."

'발견된 것은 피터 월리엄슨 부인이 총소리에 잠이 깨어, 근처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양이를 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다이나는 쿡쿡 웃었다.

"나도 그 고양이 알아." 아치가 말했다.

"젠킨즈가 지난주에 싸워서 아주 묵사발을 내줬어. 젠킨즈는 힘이 세."

"조용히 해."

'최근 라일리는 강도죄로 복역 중이었다. 전데 그는 베티 리모 납치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되어--.'

"잠깐 기다려." 에이프릴이 말했다.

"‘범죄실화에서 그걸 읽었어. 두 달 전쯤. 이 남자 사진도 실렸어. 그래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어." 하고 심호흡을 했다.

"가수였어-- 아니, 스트립 배우였지. 어찌됐든 훌륭한 배우였어. 그런데 어느 날 극장에서 납치되었고, 바로 편지가 왔는데 그녀 자신이 쓴 것으로, 몸값을 지불하면 금요일 정오에 극장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천천히 얘기해." 다이나가 말했다.

"그래서 돈을 지불했어. 15천 달러. 그리고 그녀는 금요일 정오에 극장으로 돌아왔어-- 관에 넣어져서. 관 위에는 범인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불쌍하지만 살려둘 수 없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어. 경찰은 끝내 그 범인을 잡지 못했어. 그 뒤의 수사기록도 씌어 있었는데 다 읽기 전에 엄마한테 뺐겼어. 그래서 내가 그 책을 모두 팔려서 사지 못했어."

"엄마가 뺏어갔어? ?" 다이나가 물었다.

"몰라. 읽으면 안 되는 책이라고 하면서 가져갔어."

"어머, 이상하다. 다른 때는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은 모두 읽게 해줬는데."

"만화책은 뭐든지 읽게 해주셔." 아치가 말했다.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전에는 범죄실화를 읽어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어. 그뿐 아니라 내 걸 빌려서 읽기도 하셨는데."

"엄마는 죽 내 만화책을 읽었어. 오즈책을 모두 빌려 가서 읽었는걸." 아치가 말했다.

"아치, 넌 너무 시끄러워."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화가 나서 울먹이면서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뻔뻔하다는 거야."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엄마는 네 책이든 만화든 뭐든 빌리고 싶으면 갖고 가도 돼. 그리고 내 잡지를 뺏어간 것도--."

아치는 분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냐, 아냐, 아냐! 그런 말이 아냐. 유괴범 말이야. 여자에게서 몸값을 받고도 무사히 돌려보내지 않은 거 말이야. 그게 뻔뻔하다고. 게다가 수법도 서툴러. 생각해 봐. 다음에 다른 사람을 납치했다고 생각해 봐. 납치된 사람은 그 여자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던 걸 기억해 낼 거 아냐. 그러면 돈을 벌지 못하잖아. 장사할 줄을 몰라."

"아치, 머리가 좋구나." 에이프릴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 그렇지!" 아치가 말했다.

"가엾게도 샌퍼드 씨는 배가 고플 거야."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 2층에 가서 면도날과 그것들을 가져와. 내가 팬케이크를 구울 테니까."

"저어,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샌퍼드 씨 저택에서 발견한 그걸 읽어 봐야 해. 어젯밤은 파티 때문에 너무 늦어서 못 읽었지만, 지금 꼭 읽어 봐야 해. 어때? 읽고 싶지 않아?“

"읽고 싶어. 하지만 좀 있다가. 큰일이야! 두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일이 9백만 가지나 있으니까, 그건 9백만 첫 번째야. 자 에이프릴, 서둘러."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오른손을 이마에 대고 회교도 같이 인사했다.

", 주인님," 그리고 엄마가 잠들었을까 봐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무슨 얘기야, 구백만 개나 일이 있다는 게? 뭐가 구백만이야? 다 세어 봤어?" 아치가 물었다.

"네가 잠자코 있지 않으면 네 머리카락을 구백만 개 뽑는다는 거야." 다이나가 말했다.

"빨리 세탁물 통에 물을 넣어 가지고 와."

", 주인님." 아치가 장난을 쳤다. 출입구로 갔다.

"내 머리카락이 구백만 개란 걸 어떻게 알 수 있어?"

"네가 직접 세어 보렴." 다이나가 말했다.

"내가 틀렸으면 가르쳐 줘.“

 

3

다이나는 비누와 새 수건을 꺼냈다. 에이프릴이 셔츠와 양말과 면도날을 가지고 내려왔을 때, 아치도 양동이에 물을 넣어 가지고 왔다. 다이나는 수건을 아치의 목에 두르고 비누와 면도날을 따로따로 주머니에 넣고 양말을 또 다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반듯이 갠 셔츠를 옆구리에 끼워 주고 양동이를 건네줬다.

"이걸 샌퍼드 씨가 계신 방으로 가져가."

"! 뭐든 내가 해야 하잖아!" 하고 아치는 양동이를 꽉 쥐고 나갔다.

다이나는 베이컨을 굽고 팬 케이크를 많이 만들었다. 에이프릴은 커피를 데워 보온병에 담았다. 쟁반에 담아서 뒷마당의 잔디밭을 통해 나가는 건 눈에 띌지 모르므로 팬케이크와 베이컨과 버터를 잔뜩 담은 접시와 시럽통을 헌 상자에 넣었다. 나이프와 포크, 수저, , 냅킨은 벌써 그 방에 갖다 놓았다.

"엄마 담배 상자에서 담배 한 갑만 가져와."

다이나가 지휘했다.

"좋아, 하지만 그러다간 담배가 빨리 줄어드는 걸 엄마가 눈치채실 거야. 우리가 니코킨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하셔도 괜찮아?"

"가져오라면 가져와." 다이나가 말했다. 목소리도 그렇고 기분도 언짢은 모양이다.

", 주인님." 에이프릴이 상냥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담배를 가져왔다.

"그리고 신문도 가져와." 다이나는 상자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엄마가 일어나서 읽으려고 하면?"

"하나 더 사드리지 뭐. , 서둘러."

", 사이먼 리그리님." (엉클 톰스 케빈에 나오는 잔혹한 노예상인.) 에이프릴이 신문을 옆구리에 끼며 말했다.

가보니 월리 샌퍼드 씨는 수염을 깎고, 몸을 닦고, 깨끗한 셔츠를 입고 있다. 침대 가에 앉아 깨끗한 양말로 갈아 신고 구두끈을 매고 잇던 참이었다.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서자 고개를 들고 살짝 웃어 보였다. 얼굴은 창백하지만 관목 숲에 숨어 훔친 우유를 먹던 때의 그 겁먹고 피로에 지치고 신경질적인 모습은 이제 없어졌다.

"아침 식사하시겠어요?" 다이나는 상자를 내려놓고 속에 든걸 꺼내며 말했다.

"커피도 가져왔어요." 보온병을 놓으며 에이프릴이 덧붙여 말했다.

"이 호텔의 서비스 굉장하죠? 보세요, 하녀가 신문화 담배까지 가져왔어요."

"배가 몹시 고프신 것 같은데요. 저희가 드시는 동안 저쪽을 보고 있을게요." 다이나가 말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월리 샌퍼드는 제일 위의 팬케이크에 버터를 바르면서 말했다.

"먹는 모습을 보여도 신경 쓸 수가 없구나."

팬케이크가 하나 남았을 때 에이프릴은 보온병을 들어 "커피 더 드릴까요?" 하고 말했다.

", 조금만 더. 나는 묻을 땐 관에 장미를 넣어 주렴"

월리 샌퍼드가 말했다. 그리고 껄껄 웃었다.

"기쁜 마음으로 묻어 드리죠. 그런 시시한 농담을 계속하신다면." 다이나가 날카롭게 말했다.

월리 샌퍼드는 얼굴을 양손 안에 묻었다.

"난 자수할 거야. 지명 수배를 받고 있어. 난 경찰에 자수할 거야.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뭐가 불만이죠. 식사인가요? 서비스인가요?"

에이프릴이 물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마치 범죄자처럼 숨어 있는 것이. 감옥에 갇히면 어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까, 오래 가두지는 못해. 내가 무죄란 것은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어. 분명누군지는 모르지만, 진범을 찾아내서 나를 석방시켜 줄 거야."

"그리고 잘못 없는 사람을 체포했다고 고소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나쁜 생각은 아니에요." 에이프릴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이나에게 말했다.

"지금 말한 것도 일리는 있어. 자수시키는 게 좋을지도 몰라."

"? 이렇게 고생하며 숨겨 주고 나서?" 다이나가 말했다.

"턱수염을 길러 남미로 가면 좋을 텐데." 아치가 말했다.

"조용히 해. 지금 생각 중이잖아."

에이프릴은 미간을 찡그렸다. 자수하면 어떨까? 경찰은 샌퍼드 씨가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샌퍼드 씨가 자기들 손에 들어가면 안심하겠지. 그러면 우리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수사해서 진범을 찾아내는 거야."

다이나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러다가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럼 샌퍼드 씨는 어떻게 해?"

"조금은 모험을 해야 돼. 그리고 샌퍼드 씨는 알리바이도 있잖아. 우리가 총소리를 들었을 때 전철에 타고 있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래. 하지만 좀 위험해." 다이나가 말했다.

"아무래도 자수해야겠다, ." 월리 샌퍼드는 말했다.

"그래요-- 그것도." 다이나는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뭔가를 생각해 낸 듯했다.

"안돼요. 내일까지 기다려 주세요. 오늘 밤에라도 사건이 해결될지 몰라요. 그래 주시겠어요?"

월리 샌퍼드는 다이나를 쳐다보았다.

"왜지?"

"어떻든지요. 우리를 믿어 주세요. 우리에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 숨어 계세요."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불만스러운 것 같았다.

"너희들은 아직 어리잖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요." 다이나가 분명히 말했다.

"아저씨가 자수했을 때, 경찰이 이상한 동기를 조작해내서 아저씨에게 덮어씌우지는 않을 거예요. 동기. 아시겠어요? 아저씨에게는 알리바이도 있고, 살인할 동기가 없어요. 그러니 반드시 석방될 거예요."

"하지만 확신할 수 있니? 어떤 식으로?"

월리 샌퍼드가 말했다.

"됐어요." 다이나는 자신이 있었다.

마침내 그는 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숨어 있겠다는 약속을 했다. 다이나가 말했다.

"점심에는 아치를 시켜 샌드위치와 커피를 한잔 더 갖다 드릴게요. 그리고 읽을 것도. , 나가자."

셋은 집으로 돌아와, 다이나는 칠면조 남은 것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보온병을 가득 채웠다. 에이프릴은 잡지를 한 아름 모아 왔다. 아치가 그것을 모두 나르고 여자아이들은 아침 식사 때 사용했던 접시를 정리했다.

 

4

"별일 없니?" 아치가 돌아오자 다이나는 걱정스레 물었다.

아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를 피우면서 신문을 읽고 있어."

"괜찮겠지?"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커피포트 씻던 손을 멈추더니,

"그런데 큰일이잖아-- 만일 그가 했으면."

하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과자 상자를 노리고 있던 아치가 말했다.

"누가 뭘 하면?"

"밀가루 통에 감춰 둔 도넛을 12개 훔친 거."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내가 하지 않았어." 아치는 정색을 하며 화를 냈다.

"그리고 밀가루 통이 아니라 감자 상자였고. 12개가 아니고 딱 두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먹던 거였어."

"그만둬, 둘 다." 다이나가 말했다.

"만일에 정말로 샌퍼드 씨가 부인을 죽였다면 어떡하지?"

"그럴 리가 없어." 아치가 말했다.

"알리바이가 있잖아. 에이프릴 누나가 집에 들어가 감자를 구울 시간이 되었는지 어떤지 해서--."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입을 다물었다.

"맞아, 언니. 죽이지 퀮낳았다고 하면 죽였을 리가 없어. 게다가--."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만일 그 아저씨가 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떡해? 큰일이야. 우리는--공범이 되는 거야."

아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치. 쓰레기통을 좀 비워 와." 다이나가 화를 내며 말했다.

"!" 아치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을 들었다.

"뭐든 다 내가 해야 돼." 하고는 문을 꽝 닫고 나가 버렸다.

다니아는 돌아서며 말했다.

"정말이야, 에이프릴. 난 좀 두려워졌어."

"?"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는데, 그 어조는 지독히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어투였다.

"큰일이잖아. 우리는 그럴 죽 숨겨 줬어. 그런데 정말로 부인을 죽였다면. 그리고 어젯밤의 그 남자도 샌퍼드 씨가 죽였다면." 다이나가 말했다.

"틀렸어." 아치가 말했다. 아치는 들어오더니 빈 쓰레기통을 바닥에 내던졌다.

"파티가 있던 날, 샌퍼드 씨는 동굴 안에 있었어. 경찰이 오면 안 될 것 같아서 검은 군단을 두세 명 동굴 옆에 세워 놨었는걸." 아치는 설탕 속에 손가락을 넣고 핥아먹었다.

"검은 군단이 지키고 있었으니까 샌퍼드 씨는 밖으로 나올 수 없었어." 손가락을 또 넣었다.

"그리고 경찰 때문이라고는 검은 군단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

"설탕통에 손대면 안 돼." 다이나가 말했다.

"샌퍼드 씨가 살짝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니?"

"검은 군단의 제일 용감한 아이 둘이 지켰어. 월리와 프라슈라이트야." 아치는 분해서 말했다.

"그 애들 난 마음에 들지 않아. 문제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야. 시내로 가서 어머니날 선물을 사고 접시를 닦고 세탁물을 꺼내든지.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찾아낸 걸 조사하든지."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다이나는 그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떫은 얼굴로 말했다.

"그 남자가 정말로 샌퍼드 저택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다이나는 에이프릴의 얼굴을 쳐다보며 잠깐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둘은 창가로 걸어가서 넓은 잔디를 바라보았다. 샌퍼드 저택은 평화롭고 조용해 보였다. 경찰 한 명이 뒷문에서 잡지를 무릎에 펴놓고 앉아 있을 뿐이다.

"그걸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렇게 힘들여 얻은 건데."

다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일이 더 급해. 지금 같아선 어떤 귀찮은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하고는 젠킨즈와 장난치고 있는 아치를 보았다.

"샌퍼드 씨 집 뒷문에 경찰이 한 명 있어. 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담장을 넘을 테니까."

아치는 아쉬운 듯 젠킨즈를 쓰다듬어 주고 나서 창으로 갔다.

"또 다른 경찰은 없어?"

"우리가 알고 있는 한으로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저 집으로 들어가려는 거야?"

"그럴 참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치는 잠시 잠자코 있었다.

"접시를 닦아 정리해야 돼?"

"안 해도 돼." 에이프릴이 얼른 대답했다.

"좋아." 아치가 말했다.

"그럼 뒷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 경찰을 그쪽에서 불러낼 테니까." 아치는 문 앞에 서서 덧붙였다.

"경말 괜찮지? 난 접시는 안 닦을 거야." 하고는 뒷문 베란다를 돌아 모습을 감추었다.

"뭔가 될 거야."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두 아이는 밖으로 나가 정문으로 연결된 잔디가 있는 곳까지 몰래 다가갔다. 바로 건너편은 샌퍼드 가의 뒷문이다. 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났다. 뒷문에 있던 경찰은 잡지를 떨어뜨리며 일어서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작은 그림자가 잔디를 가로질러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경찰은 큰 손을 벌려 잡으려고 했다. 뭔가 서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에이프릴과 다이나에게는 손이 움직이는 것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경찰은 샌퍼드 집 정원을 가로질러서 잔디밭을 빠져나가 관목 숲 쪽으로 달려갔다. 아치는 소리도 치고 손가락질도 해가며 앞서 달리고 있었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채소밭 가장자리를 따라 달려서 뒷문 계단을 올라갔다. 뒤쪽 베란다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범죄 실화잡지 한 권이 재가 가득 담겨서 마루에 놓여 있는 재떨이 위로 떨어져 있다.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비고 조용하다. 너무 조용할 정도이다. 둘은 거실로 숨어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거실에는 기분 좋게 했살이 들고 있다. 쾌적하고 적당히 어두운 방이었다. 값비싼 영국산 카펫, 훌륭한 가구, 멋진 액자로 싼 그림이 소파 위에 걸려 있고, 유화가 한 점 - 아마 가족의 초상인 듯하다 - 난로 위에 있다. 이 방의 분위기에는 한 번의 살인, 내지는 두 번의 살인이 일어났었다는 느낌은 조금도 없다. 에이프릴이 몸을 떨었다. 한걸음 내디디려는 순간 유화의 초상이 살짝 윙크했다.

"언니!"

"! 왜 그래?" 다이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정말로 아무것도 아냐. 단지 애셔버터블이 줄 넘기하고 있는 걸 본 것 같았어."

다른 때 같았으면, 다이나는 분명 웃었을 것이다. 애셔버터블은 한 가족의 전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떠들려고 온 게 아냐."

에이프릴은 또 한걸음 내디뎠다. 팔을 보니 온통 소름이 돋아 있었다. 또 한걸음, 또 초상이 윙크했다.

"딸꾹질이 나면," 다이나가 속삭였다.

"물을 한잔 마시고 와."

다이나는 계단 아래에서 발을 멈추어 에이프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기가 이상해."

"이상하다고?" 에이프릴은 몸을 떨며 말했다.

"정말!" 에이프릴이 다이나가 쳐다보는 곳을 보더니 곧 굳어졌다.

"어딘가 이상해. 저기에 그 남자가 쓰러져 있었잖아."

"꿈이 아닌 바에야."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데 아무 흔적도 없어-- 여기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었--." 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어디 다른 곳에서 살해되어 풀장에 버려진 거야. 그 남자는 이 사건에 아무 관계도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저 작은 카펫은 계단 아래에 있지 않았어. 파란 소파 위에 있었어."

다이나는 잠시 잠자코 있었다.

"그래, 그럼 누군가가 감추었을 거야. 왜지?"

"집에서 우리가 카펫을 옮기는 것과 같은 이유야."

에이프릴은 냉정히 말했다.

"바닥에 뭘 엎질렀을 때, 카펫이든 뭐든 옮겨서 감추잖아. 분명히 우리는 어젯밤 살인이 나는 소리를 들었어. 저 장미 무늬 카펫을 뒤집어 봐."

"좋아." 다이나가 얼른 대답했다. 얼굴빛이 흙색이다.

"그렇다는 것만 알면 돼. 이제 나가자."

"잠깐 디라려."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 초상을 좀 봐. 허버트 백부인지 누군지의 저 난로 위에."

다이나는 투덜거리면서도 그림을 보았다. 허버트 백부는 심술궂은 얼굴에 수염을 길게 기를 사람으로, 머리는 군인처럼 짧게 깎고, 프록코트를 입고 있다. 얼굴 모양이 어딘가 좀 이상하다.

"이상해. 한쪽 눈은 파랗고 한쪽 눈은 노래. 설마 화가가 --."

에이프릴이 해가 비치고 있는 쪽으로 다이나를 끌고 갔다. 다이나는 숨을 죽였다.

"에이프릴! 저 그림이 내게 윙크했어!"

"그래, 맞아." 에이프릴이 기분 나쁜 듯이 말했다.

"나한테도 윙크했어. 분명 광선 탓이야." 다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프릴--저어--."

"총알은 두 발 발사됐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딱 한사람."

에이프릴은 허버트 백부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깊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허버트 백부에게 웃어 보였다.

"우리는," 에이프릴은 결론을 맺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을 발견한 거야!“

 

 

12

 

1

에이프릴은 흥분해서 말했다.

", 언니. 허버트 백부의 눈을 쏜 사람은 저기에 서 있었던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않으면 각도가 맞지 않으니까--."

다이나는 초상을 보았다.

"제대로 명중시켰구나."

에이프릴이 반대했다.

"서툴러서 빗나간 거야. 저 불쌍한 허버트 백부의 초상을 봐. 언니 같으면 저걸 향해 쏠 기분이 나겠어?"

다이나는 웃음을 참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저걸 쏜 사람은 다른 것을 겨냥한 거야--다른 사람을. 그리고 아마도, 전에 한 번도 총을 잡아본 적이 없는 남자--내지는 여자야."

"잠깐만." 다이나가 말했다. 마루 위에 분필로 그린 타원형을 보더니 눈을 감았다.

"왜 그래?" 에이프릴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언니, 어디 아파?"

"잠자코 있어. 지금 생각 중이니까."

다이나가 말했다. 조금 지나서 눈을 떴다.

"엄마의 그 책 속에 있잖아. 기하인지 뭔지를 잘 알고 있는 남자가 살인범을 찾아내는 이야기. 총알이 날아온 --."

"2학년 때 산수를 제대로 못 한 게 유감이야. 그렇지 않으면 언니도 계산기를 사용해서 샌퍼드 부인의 살해범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에이프릴이 말했다.

"시끄러워." 다이나가 말했다.

"총알은 두 발이었어. 샌퍼드 부인은 저쪽에 서 있었어 쓰러진 방향을 생각하면 총알은 저쪽에서 날아온 게 틀림없어." 다이나는 맞은편의 파란 소파를 가리켰다.

"그리고 또 한 발은 식당에서 쐈어."

"왜 식당이야?"

"몰라. 지금 생각 중이야. 범인은 처음 한 발이 맞지 않아서 또 한 발 쐈는지도 몰라."

"그때는 연이어 들렸는걸." 에이프릴이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파란 소파에서 식당까지는 상당히 멀어. 그리고 식당 문에서 파란 소파까지라고 해도 비슷한 거리이고. 물론 스키를 신고 있었다면--."

다이나가 뚫어지게 보았다.

"두 사람이야. 두 사람이 있었어."

"소리는 두 번 들렸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자동차가 나간 것도 두 대. 그러니까, 총을 쏜 것은 두 사람. 그중 한 사람은 빗나가 버렸어."

에이프릴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생각에 잠겨 방안을 둘러보았다.

"문제는 어느 쪽인가야."

다이나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모르겠는데."

"1학년 때의 산수 점수도 낙제군. 들어봐. 두 번 쐈으니까 총알은 두 발이야. 한 발은 샌퍼드 부인에게 맞고 또 한 발은 허버트 백부의 초상화 눈에 맞았어. 그 두 발은 각기 다른 총으로 쐈을 거야. 그 사람이 슈퍼맨이라서 먼저 파란 소파가 있는 곳에서 쏘고 다음에 식당에서 쐈는지, 또는 그 반대로 했다면 몰라도. 이제 알겠지, ? 필요한 것은 총알 두 개와 총 두 자루, 그리고 총을 쏜 각도와 지문이야."

"그중에서 우리에게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다이나가 의기소침해서 말했다.

"그리고 만일 모두 찾아낼 수 있다 해도 누가 그 총의 주인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서 있었는지. 누구의 지문인지도 알 길이 없어. 집에 돌아가 설거지를 하자."

"실망시키려는 게 아냐."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허버트 백부의 왼쪽 눈을 보았다.

"의자 위에 올라서면--."

발소리가 들린다. 차도를 달려오는 발소리다. 두 아이는 얼굴을 쳐다보더니 어디 숨을 데가 없는지 둘러 보았다.

"계단."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둘은 뛰어 올라가 층계참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여차하면 뒤쪽 담장을 이용하면 돼." 다이나가 안심시키듯 말했다.

"!"

제복의 경관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아치가 바로 뒤를 따랐다. 경관은 전화기를 쥐고 다이얼을 돌렸다.

"마캐화티입니다." 아주 젊은 경찰인데, 볼이 밝은 핑크색이며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잔디가 모두 쓰러져 있는 걸 잊지 말고 알려야 해요, 경관님."

아치는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어디 숨어 있는지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마캐화티입니다." 젊은 경찰은 필사적이었다.

"빨리 연결해 주시오. 교환."

"--그리고 핏자국이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단도에 대해서도요--." 아치가 말했다.

마캐화티는, "잠깐 기다려 주세요." 하고 수화기에다 말하고는 "단도?" 하고 물었다.

"나뭇가지에 거려 있는 거요. 그 남자가 틀림없이 거기에 쓰러져 있을 거에요." 아치가 되풀이했다. 작은 몸짓에 겁이 나는지 얼굴도 파랗다.

"그걸 못 봤어요?"

"." 젊은 경관은 말했다.

"하지만--."

마침 그때 전화에서 상대가 나왔다. 경관은 숨을 몰아쉬면서 살인사건이 난 장소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샌퍼드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고 프랭크 라일리의 시체가 발견된 녹슨 풀장으로, 자동차라면 쉽게 갈 수 있는 거리 어쩌고 하면서. 그가 전화를 걸고 있는 동안, 에이프릴은 겨우 아치의 시선을 자기들이 숨어 있는 계단으로 끌 수 있었다.

"그 남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라는 의미의 신호를 보내자, 아치가 화답했다.-- 아랫입술에 손가락을 세 개 갖다 대는 것은, "좋아. 보고만 있어."란 의미다.

마캐화티가 전화를 끊었다. 에이프릴은 뒤로 좀 물러섰다. 아치는 천진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왜 시체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 어떤 시체?" 경찰이 물었다.

"저기에 있던 거 말이에요." 아치가 어정쩡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숲속에요. 내가 가르쳐 줬는데." 아치는 잠깐 멈칫 하더니 이야기했다.

"벌집처럼 총알이 박혀서요."

마캐화티는 아치의 머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또 수화기를 들고 경찰차를 불렀다. 그리고 그는 부엌을 뛰어나가 아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언니, 칼 가져와." 에이프릴이 말했다. 에이프릴은 의자에 올라가 허버트 백부의 초상화 눈에서 총알을 빼려고 했다."

에이프릴이 칼을 보면서 말했다.

"차라리 대장장이를 데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것은," 다이나는 꾹 참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해."

"서두르면 안 돼. 이런 수술은 때로는 몇 시간이나 걸려."

에이프릴은 총아를 빼내서는 꼬깃꼬깃 휴지에 싸서 블라우스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초상을 헐뜯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눈이 한쪽밖에 없으면 바보 같아 보여. 그리고 뭔가 경찰이 고민할 재료를 줘야 해."

조금 시든 재라늄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에이프릴은 그중 하나를 골라, 그걸 깨끗하게 허버트 백부의 눈에 박았다. 그리고 다이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 칼의 지문을 없애버려. 그리고-- 하지만 경찰도 뭔가 하지 않으면 월급 받기 어려우니까..."

다이나는 쳐다보고 있다가,

"어머, 대체 어떻게 하려고--, 좋아!" 하고 말했다.

다이나가 칼을 씻는 동안 에이프릴은 2층으로 뛰어가 입술연지를 갖고 왔다.

"손으로 만지면 안 돼." 에이프릴이 말했다.

"수건으로 쥐어. 그래, 그렇게."

에이프릴은 칼날 부분에 크게 빨간 글씨로 '경고'라고 썼다. 그리고 조심스레 수건으로 싸서 난로 선반 위에 올려놓고 칼끝이 제라늄을 향하게 했다.

", 나가자, 빨리."

뒷문을 통해 채소밭을 빠져나왔다. 샌퍼드 저택 정면의 숲속을 걷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희미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둘이 자기들의 영역으로 들어오자, 에이프릴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늑대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아치가 계단을 뛰어와 두 사람에게 합류했다.

"아치, 검은 군단을 네댓 명 불러, 빨리."

"전화로?"

"아니 비상소집."

"좋아."

아치는 손가락 두 개를 입에 대고 휘파람을 불었다. 길게, 짧게, 길게, 짧게, 곧이어 응답하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올 거야." 아치가 보고했다.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져 왔다. 하지만 검은 군단이 경찰차보다 먼저 도착했다. 적어도 대부분은 말이다. 에이프릴이 둘러보았다. 더러운 바지, 찢어진 셔츠, 푸석푸석한 머리칼. 모두 비슷비슷해서 아치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에이프릴은 모두에게 지령을 내렸다.

이해가 빠른 애들이다. 그들과 세 명의 카스테어스가 집 뒤꼍으로 갔는데, 그와 동시에 집 앞에선 사이렌을 끄고 경찰차가 왔었다.

 

2

다이나는 가루비누와 뜨러궁 물을 빨래통에 쳐넣었다. 에이프릴은 접시를 테이블에서 개수대로 날라와 수건을 손에 들었다. 아치와 검은 군단은 서둘러 뒷마당에서 돌차기 놀이를 시작했다. 3분쯤 지났을 때, 묵직한 발소리와 화난 목소리가 집 옆 보도에서 들려왔다.

"--가 아니잖아." 빌 스미스의 잔뜩 화난 음성이다.

"저건 내가 이상한 것에 걸려 넘어진 곳이야."

"하지만 잔디가 전부 쓰러져 있어서--."

마캐화티의 목소리다.

"내가 넘어졌어.. 그 위에 넘어졌다고."

빌 스미스가 말했다. 젊은 경찰은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현장의 모습이라고 해서--그 소년의 말이--."

오헤이어 경사의 굵은 바리톤 음성이 들렸다.

"이봐, 마캐화티. 자네도 아홉 명--."

이때 이미 빌 스미스 반장은 뒷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두 여자아이가 나갔다. 다이나는 비누 거품투성이의 손을 하고, 에이프릴은 접시 한 장과 수건을 들고 있다 "안녕하세요!" 에이프릴이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마침 아저씨 얘기를 하고 있던 참이에요. 들어와서 커피라도 드시겠어요?"

"아니, 괜찮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잔뜩 화가 나 있다.

", 좀 묻겠는데--."

"," 오헤이어 경사가 속삭였는데 다 들렸다.

"제게 맡기세요. 저는--."

그는 헛기침을 했다.

"어이, 안녕. 아가씨들!"

"오헤이어 경감님! 어머, 반가워라. 안녕하셨어요?"

에이프릴이 기쁜 듯이 말했다.

"난 경사야. 잘 있었다. 너는?"

"저도요. 오늘은 안색이 좋아 보이는데요."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너도 얼굴이 좋은데."

"자네, 지금 인사말은 나눌 때가 아냐." 빌 스미스가 속삭였다. 그러자 오헤이어는 가볍게 팔꿈치로 빌 스미스를 찌르면서 말했다.

"아가씨, 아주 중대한 일로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아무한테도 폐 끼치지 않고 경찰이 도와줄 테니까 있는 그대로 말해 줘."

에이프릴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괜찮겠지?" 오헤이어는 간사스럽게 물었다.

"지금까지 한 시간 동안 네 동생은 어디에 있었지?"

"아치 말이에요?" 에이프릴은 놀라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수건이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에이프릴은 세상에 더없이 정직하고 진실되게 말했다.

"심부름하고 있었어요." 하고는 다시 접시를 닦기 시작했다.

빌 스미스가 경사를 옆으로 밀치고 말했다.

"무슨 심부름을 했니?"

다이나가 교대했는데, 비누 거품투성이의 손과 아직 손에 든 젖은 수건을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남자아이가 부엌일을 하는 것은 보기에도 좀 가엾어서 잘 시키지 않지만, 일이 너무나 많아서요. 접시도 나르고, 휴지통도 비우고, 종이를 태우기도 하고, 빈 깡통도 내놓고, 뒤쪽 베란다에서 벌레를 잡기도 하고요."

빌 스미스는 다이나를 노려보더니 걱정스런 얼굴로 마캐화티를 보았다.

"자네는 악몽을 꾼 것 같군." 그는 차갑게 말했다.

마캐화티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된 겁니다." 그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집 안팎 감시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소년이 흥분해서 찾아와서는 살인사건이 났다고 울부짖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수사해야죠, 물론." 다이나가 말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넌 가만 있거라."

"가보니 잔디는 쓰러져 있었습니다. 조사를 하다가 전화를 걸고 있는데 나뭇가지에 칼이 꽂혀 있고, 벌집같이 총알이 박힌 시체가 있다고 꼬마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쨌겠습니까? 전 경찰관의 임무대로 재빠르게 행동한 겁니다."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면," 빌 스미스가 말했다.

"곧장 다시 교통과로 보내겠네." 그는 다이나와 에이프릴에게로 몸을 돌렸다.

"동생은 어디 있지?"

둘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이나는 뒷마당 쪽을 보았다. 검은 군단이 돌차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여기에 있었는데."

에이프릴은 뒷마당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지하실에서 난로의 재를 치우고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감자를 사러 나갔나? 아니면--."

밖에 있던 아치는 금방 알아차렸다. 검은 군단에게 신호를 보내고 지하실로 쏜살같이 뛰어 들어갔다.

"아니, 상관없어." 빌 스미스가 말했다.

"정말로 너희들 심부름을 하고 있었니?"

"아침 식사 뒤로 쭉." 다이나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빌 스미스가 한숨을 쉬며 걱정하고 있는 마캐화티를 향했다.

"저 아이들 중 하나일지도 몰라."

그는 앞장서서 뒷마당으로 갔다. 오헤이어와 마캐화티가 바로 뒤를 따랐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뒤쪽 베란다를 보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캐화티는 잠깐 보더니 슬프게 말했다.

"모두 똑같이 보입니다. 저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스루키를 가리켰다. 빌 스미스가 스루키를 붙잡고 데려왔다.

"너였지?"

"나는 아니에요." 스루키가 말했다. 그 아이는 최근 명예를 건 격투에서 이빨 하나를 잃어서 이빨 사이로 바람이 새는 것 같았다.

"저 창은 전부터 깨져 있었단 말이에요. 내가 돌을 던지기 전에."

"이런 어투가 아니었어요." 마캐화티가 말했다. 그는 겐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겐지는 파랗게 질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최후로 오헤이어가 겐지를 뒤쪽 베란다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협박한 끝에 겨우 자백을 받았다. 여자 형제가 없는 것과 하녀를 고용하고 있지 않은 것과 누군가가 접시를 닦아야 하는 것을. 하지만 다른 검은 군단에게 알려져 버린다면--. 오헤이어 경사는 절대로 다른 애들에게는 말하지 않겠다고 엄숙히 약속했다. 구니는 할머니 심부름을 갔었다. 핀헤드는 첼링턴 부인의 잔디를 깎고 있었다. 프라슈라이트는 피아노 선생에게 지도를 받고 있었다. 웜리는 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검은 군단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훌륭한, 의심할 수 없는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워슈보드는 가장 어리고 몸집도 작은 애인데,

"아저씨, 정말 경찰이야? 사인해 줘."

하교 요구해서 질문을 따돌려 버렸다.

"아무래도 다 똑같아 보아는 데요." 마캐하태는 되풀이했다.

"괜찮아, 괜찮아." 빌 스미스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 가세. 일을 해야 해."

세 사람은 부엌에서 나와 두세 걸음쯤 갔따. 그때, 아치가 나무재가 반쯤 담긴 연탄통을 들고 헉헉거리며 지하실 뒤쪽 계단을 올라왔다. 통에서 재가 날고 있다. 얼굴도 머리도 재투성이다. 오헤이어 경사가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계략에 걸려 하마터면 비밀을 털어놓을 뻔했던 걸 생각해 내고, 이 기회에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경사 바로 옆에 오자마자 통을 털썩 내려놓았다. 재는 펄펄 날려 경사의 새 양복을 더러운 잿빛으로 만들어 버렸다.

"!" 아치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경사 옆을 빠져나가 검은 군단에게 손을 흔들며, "야아!" 하고 외쳤다. 월리가 그 순간 눈치를 챘다.

"앞으로 얼마나 지하실에 있어야 하니?"

"안되겠어." 아치가 말했다.

"재가 잔뜩 있어. 앞으로 두 시간은 더 일해야 돼."

전에 두 시간쯤 일한 것이 2주일 전이란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신이 있었다.

"데케 가카 시키 다카(잘했어)." 에이프릴은 조용히 뒤쪽 베란다에서 말했다.

오헤이어 경사는 아치를 마캐화티 경관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이 아이지?"

마캐화티는 생각해 가며, 재투성이의 얼굴과 푸석푸석해진 머리칼과 아치가 아까 지하실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재킷을 보았다.

"아닙니다." 그는 마침내 말했다.

"이 아이와는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그럼 가세."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돼. 이제부터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속지 말게. 난 아이를 아홉이나 길러서 잘 알고 있어." 그는 운 나쁜 마캐화티를 뒤따르게 하고 샌퍼드 저택으로 갔다.

"아홉 명 중 제일 위는 어떻게 됐을까?"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요컨데--."

다이나는 쿡쿡 웃었다. 그리고 검은 군단과 아치에게 신호했다.

"얘들아, 파티 때 쓰던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어. 그리고 메이플 케이크도 반 있고, 단 뒤쪽 베란다에서 먹어야 해."

검은 군단의 전 대원은 5초 만에 뒤쪽 베란다에 정렬했다.

"이 정도의 값어치는 했어." 다이나는 아이스크림을 모두에게 나눠 주고 나서 에이프릴에게 설명했다.

"검은 군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치는 틀림없이 잡혀갔을 테니까."

"정말이지, 과연 검은 군단이야." 에이프릴은 수건을 수건걸이에 걸며 말했다.

", 위에 올라가서 고 샌퍼드 부인의 사생활 연구를 하자. 또 소동이 일어날 테니까, 그전에."

다이나는 수건을 헹구어 개수대 가에 얌전히 펴서 널었다.

"그래," 뭔가를 생각하며 덧붙였다.

"경찰이 허버트 백부의 왼쪽 눈을 보면 분명 시끄러워질 거야."

 

 

13

 

1

둘은 방문을 꽉 닫고, 다이나의 침대 위에다 봉투 속의 것을 모두 꺼내 놓았다.--편지 같은것, 서류, 신문 오려낸 것, 에이프릴이 쪽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언니! ! 이 사진--."

그것은 군복 차림을 한 단정한 용모의 중년 남자였다. 제목은 '군법회의에서 유죄판결' 이었다. 사진 밑에는 찰스 챈들러 대령이라고 쓰여 있었다.

"모르겠는데." 다이나가 말했다.

"찰스 챈들러 대령이 누구지?"

"사진을 한번 더 봐. 그 머리를 하얗게 하고, 작은 수염을 붙여 봐."

다이나는 상상해 보았다.

"어머나, 첼링턴 씨야!"

"캘턴 첼링턴 3세야." 에이프릴이 진지하게 말했다.

다이나는 상대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뭘 했는데?"

에이프릴은 기사를 대강대강 읽었다.

"돈을 많이 훔쳤어. 만오천 달러, 5년쯤 전에. 이 쪽지의 날짜야. 처음엔 경리부의 금고가 도난당한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이 훔쳤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데. 그래도 돈은 끝내 나오지 않아서 군법회의 결과 징역을 살고 면직되었던 거야."

에이프릴은 그 쪽지와 함께 묶여 있는 다른 기사를 보았다.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었어. 4년 형이었지. 그 밖에 여러가지 경력이 나열되어 있어. 사관학교 성적이라든가, 세계대전의 용사였다든가, 그리고 이 사람의 아버지도 육군 장교였다는 것 등등."

"4년 형!"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기에서 3년간이나 살고 있었잖아."

"잠깐 있어 봐." 에이프릴이 말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쪽지를 보았다. 극히 짧은 쪽지다.

"가석방되었던 거야."

"어머, 그래서 이리로 와서 이름을 바꿨구나. 정말 멋진 좋은 이름을 붙였네."

"캘턴 첼링턴 3세 부인." 에이프릴이 짐짓 거드름을 피우며 발음했다.

"분명히 부인이 골랐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그 부인은 헤어지지 않고 따라왔네. 그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 썼겠지." 다이나가 말했다.

"?" 에이프릴이 경멸하는 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머리를 좀 써봐. 가석방되고 바로 이곳에 왔어. 다 써버렸을 리가 없어. 1년에 2천 달러도 못 쓸 거라고 생각해. 집도 작고, 부인은 옷을 새로 해 입지도 않잖아. 파출부 한번 부르지 않고, 또 취미는 훌륭한 장미 가꾸기뿐이야."

"어쩌면 도박 때문에 빌린 돈을 갚았을지도 몰라."

"그 사람이! 첼링턴 씨가? 그러니까 챈들러 대령이? 그렇게 큰 도박 빚을 졌을 것 같아?"

"그래, 맞아. 아닐 거야." 다이나는 인정했다.

"대체 어디에 썼을까? 첼링턴 씨가, 그 사람좋은 노인이 말이야!"

"그렇게 노인도 아냐. 사진을 봐. 50살쯤이야. 5년 전에." 에이프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가 돈을 다 썼다면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어. 샌퍼드 부인에 의해서야."

"그렇다면 앞뒤가 맞아." 다이나가 말했다. 산처럼 쌓인 서류를 보더니, 이번에는 "서두르자, 에이프릴. 해가 짧아." 하고 말했다.

노트와 편지, 사진, 쪽지 묶음들 맨 위에는 제일 위에 파란 잉크로 읽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글씨로 이름이 쓰여 있다. 에이프릴은 '데그랑주'라고 쓰인 다발을 찾아내어 그걸 읽기 시작했다. 피엘 데그랑주에 관한 물건은 꽤 정리가 되어 있었다. 단지 ''라고만 쓰여 있고 수신인은 '친애하는 플로라'로 되어 있었다. 내용은, '오랜만의 편지는 잘 보았습니다'라든가, 캘리포니아는 살기가 어떻습니까?' 라든가, '그 뒤로는 원만합니까? 코니섬에 함께 갔던 밤의 일은 잊으셨습니까?'와 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개인적인 얘기로 잔뜩 메워져 있다. 모두 뉴욕의 어느 신문사 용지로 썼다. 피엘 데그랑주에 관한 부분을 찾는 데는 별로 힘들이지 않았다. 그 부분에는 깨끗하게 파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말씀하신 그 기괴한 화가는 몇 년 전에 밀입국한 뒤로 행방이 모연한 에이먼트 폰 헤이네와 인상이 비슷합니다. 만일 그 남자라면 프랑스인이라고 자칭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어머니는 프랑스인이고, 그도 파리에서 자랐습니다. 실종할 때까지의 자료는 상당히 모아 두었습니다. 기사가 될지도 모르니까 더 조사해서 알려 주세요.'

다음 편지에는

'......만일 그 데그랑주가 폰 헤이네라면, 그는 FBI를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이 나라에 들어와 있는 적을 발견하면 즉시 죽이도록 명령받고 있습니다. 또 그 사람이라면 수염을 기르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리고

'......, 폰 헤이네라면 자금의 부족은 없겠죠. 유럽에서 도망칠 때 죽은 어머니의 보석을 갖고 있던 것은 알려져 있으므로.....'

그리고,

'.....아니, 폰 헤이네의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특징이 있으니까, 조사해 보세요. 왼쪽 팔에 싸운 상처가 있습니다. 팔꿈치부터 비스듬히 손목에 걸쳐 있습니다. 만일 그 남자가 정말로 폰 헤이네라면, 바로 저에게 알려 주세요. 다른 신문사보다 먼저 기사를 내면, 회사가 아주 기뻐...."

마지막으로

'...... 피엘 데그랑주가 에이먼트 폰 헤이네가 아니라 유감이었습니다.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었는데, 그렇지만 상처가 없다면..."

에이프릴은 편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언니, 그는 그 여자가 죽는 날 샌퍼드 저택으로 들어가려고 했어. 그리고 그 사람이 셔츠를 걷어 올린 걸 본 적 있어?"

"없어."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좋아. 그는 역시 에이먼트 폰 헤이네였어. 그리고 적의 스파이에게 살해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어. 그 여자가 그 일을 알아냈던 거야. 돈을 갖고 있는 것도."

"마침내 돈도 다 떨어졌어."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데, 샌퍼드 부인이 그 사람의 신분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그 여자를 죽였던 거야."

"하지만, 언니. 폭로할 증거가 되는 서류를 그녀가 갖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에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려고 할 리가 없잖아. 만일 그가 죽인 거라면 집안을 뒤져서 그걸 없애버렸을 거야. 아니면 집에 불을 질러 태워버리든지.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지 못하면 살인을 해도 의미가 없잖아."

"그건 그래." 다이나는 뭔가를 생각하며 말했다.

"더구나 그 피엘 데그랑주 씨가 사람을 죽인 것을 상상할 수 없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냐,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흉터가 있을 거야."

에이프릴이 기억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생각해?"

"내게 맡겨 줘." 에이프릴은 자신 있는 듯했다.

"내가 찾아낼 거야."

"어떻게 해서?"

"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생각해 볼게."

다니나는 데그랑주에 관계된 편지를 위에 놓았다.

"역시 샌퍼드 부인은 공갈범이었어."

 

2

"그걸 언니가 혼자서 생각해 내다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머리가 정말 좋아." 자신도 운 좋게 맞춘 것과 루퍼트 벤 두젠 사건에 대해 고백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놀라워." 다이나가 말했다.

"죽 우리 옆집에서 살았잖아."

"누군가의 이웃이 되는 건 당연한 거잖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죽었다고 불쌍해 하지는 마. 살인은 매일 일어나고 있어. 전에 엄마가 통계가 있다고 해서 세계연감을 찾아봤어. 1940년에는 828명의 인간이 살해되었어, 미국만 해도. 그러니까 전 세계의 숫자를 생각해 봐! 하루로 따지면 몇 명이 될 거 같아?"

다이나가 말했다.

"연필과 종이가 있으면 계산할 수 있어."

"됐어. 됐으니까 샌퍼드 부인 걱정은 그만둬.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고 있어?"

"그래.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몸을 떨었다.

"엄마의 생일 축하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민들레 꽃을 얻으러 갔을 때, 우리가 그렇게 정중히 부탁했는데 우리를 뭐라고 해서 내쫓았지?"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가 핸더슨을 잡으려고 잔디에 들어갔을 때 경찰을 부르겠다고 협박한 거 기억하니?"

"그런 값비싼 가운을 걸치고, 그런 벌레도 못 죽일 것 같은 얼굴로. 그리고 엄만 항상 말씀하셨어, 그 금발은 많은 돈을 들여서 염색한 거라고."

"머리를 염색하는 여자는 많아."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미인이었어. 좀 야위어서 병자 같았지만."

"데그랑주 씨는 분명 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첼링턴 씨도, 그리고--." 에이프릴은 서류를 뒤졌다. --"이 남자도."

에이프릴이 말한 '이 남자'란 작은 방갈로를 갖고 있으며 구두방을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인데, 부인과의 사이에 세 아이를 두고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일리노이주의 록 아일랜드라는 곳에 또 한 명의 부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수물한 살이고 그녀가 스물아홉 살 때 결혼해서 정확히 6주간 동거했던 것이다. 남자는 이혼 수속을 하려 해도, 별거 수당을 지불하려 해도 돈이 없고, 여자는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어 돈을 벌었으므로 그는 몰래 도망쳐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다음에는 시골에서 개업한 어느 의사에 관한 자료도 있었다. 사망 증명서를 쓸 때, 남겨진 늙은 미망인이 아주 적은 액수지만 생명보험의 보험료를 못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자살이 아닌 것으로 했다. 또 다이나와 에이프릴도 타임스지의 일요 특별난에서 여러 번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유명한 부인이 쓴 편지도 있었다. 그 부인은 자기 어머니가 신시내티의 싸구려 호텔에서 하녀로 있었던 것을 열심히 감추려 하고 있었다. 또 여학교에 근무하는 평판이 좋은 중년의 영어교사로 건전한 음식점이라고만 생각해서 들어간 곳이 도박장이어서 경찰의 일제 검거에 휘말린 사람의 자료도 있었다.

"지독한 여자군." 에이프릴이 험상궂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긴 순간 이렇게 말했다.

"어머, 이거 아주 굉장한 건데!"

그것은 붉은색 잉크로, 그다지 고급스럽지 못한 타임스 스퀘어 호텔의 편지지에 쓴 편지였다.

'친애하는 플로라--

훌부룩에 관한 건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그 남자의 딸 말인데,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니 그녀가 자기 딸이라고 고향 사람들에게 알릴 정도라면 아마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군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남자예요. 내가 그 사람이라면, 딸을 자랑하고 다니겠어요. 정말이에요, 플로라. 세 장의 공작 날개와 유리구슬로 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기 시작하면 손님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갈채를 보낸답니다. 그리고 그녀가 매년 벌어들이는 돈을 모아 놓는다면 대서양 함대를 채울 정도지요. 믈론, 플로라. 세상에는 별스런 사람이 많으니까 그녀가 세 번 결혼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요. 그러나 이건 제 지론입니다만, 실패하지 않고 어떻게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또 바람직하지 못한 선전도 많은데, 극장 매표소에 행렬이 늘어서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바람직한 선전이 되지 않겠어요? 어쨌든, 플로라. 이것을 수단으로 해서, 훌부룩을 이용해 공짜로 당신의 법률 고문을 하게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플로라. 보내 준 10달러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비비언

 

"훌부룩 씨가!"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 사람에게 공작 날개와 유리구슬로 된 의상을 입고 춤추는 딸이 있다니--. 그 사람이 샌퍼드 부인 집에서 자동차를 타고 나올 때 아치가 휘파람을 불고 있었는데 일요일 날 휘파람을 분다고 화를 냈단다, 글쎄. 그런 주제에...."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에이프릴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다음 편지를 보니 그것도 호텔에서 나온 편지지에 붉은색 잉크로 쓴 것이다.

 

친애하는 플로라

내게 부탁한 건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무사히 잘되고 있어요. 전에 메릴랜드에서 그녀와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는 코러스였고 나는 소프라노였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써준 대로, 가엾게도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서 영영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앓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 친구가 있다는 것과 아버지가 편지라도 받고 싶어 하니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그 친구에게 부탁해서 직접 건네주도록 할 테니까 짧은 엽서라도 써달라고 했어요. 그녀는 곧 내 말을 곧이듣고 서럽게 울면서 이 편지와 함께 동봉한 글을 썼어요. 그리고 당신이 꼭 필요하다고 한, 아버지 이름을 쓴 봉투도 쓰게 했어요. 플로라, 백 달러 보내 줘서 고마워요. 이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필요해요. 특히 당신이 말한 헐리우드 사건이 사실이라면 그 건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세요.

 

'헨리 훌부룩 귀하'라고 쓴 봉투가 클립으로 함께 묶여 있었다. 속에는 급히 서둘러서 쓴 것 같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립고 그리운 아버지께

편찮으시다는 애기들었습니다. 빨리 나으셔야죠. 걱정만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언젠가는 아버지가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실 겁니다. 아버지가 부끄러워하실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잎으로도 결코 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 저는 큰 극장에서 일류 연극의 주인공으로 연극을 할 예정이니까, 첫째 날 꼭 오셔서 박수쳐 주세요. 아버지를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다음 편지도 붉은색 잉크로 쓴 것이다.

 

'친애하는 플로라

편지에 그녀가 본명을 쓰지 않은 것은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제 탓이 아니에요, 플로라. 전 친구인 당신에게 힘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에요. 어찌됐건 그녀의 아버지가 쓴 것처럼 해서 당신이 보내온 편지에서 그녀가 춤추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으면 사인을 해서 보내 달라는 내용을 읽고 그녀는 쓰러져서 울어 버렸어요. 그 순간 내가 사진을 그녀에게 내밀어 본명으로 서명하게 해서 동봉합니다. 그리고 말이에요, 플로라. 2~3주일 동안 예기치 않게 여러 가지로 비용이 들어서, 면목 없습니다만, 돈을 좀 빌렸으면 하는데요.

비비언'

 

3

에이프릴은 페이지를 넘겨 클립으로 묶여 있는 사진을 보고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어머, 멋져!"

사진에는 '헤리엇 훌부룩'이라고 쓰여 있었다.

"만일 훌부룩 씨가 이걸 본다면," 다이나는 침을 삼켰다. "분명 죽어 버릴 거야."

"분명히 봤을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조금 화가 나는 모양이다.

"샌퍼드 부인이 이걸 갖고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서 그 여자가 죽은 뒤에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던 거고. 딸이 무희이고, 더구나 공작 날개 두세 장과 유리구슬 한 줌밖에 입지 않고 춤춘다는 걸 남이 알면 안 좋으니까."

"아직 더 있어."

다이나는 사진을 넘기며 말했다. 편지가 대여섯 통 있었는데, 그중 두세 통이 빨간 잉크로, 앞의 것처럼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글씨체로 쓰여 있다. 모두 돈 얘기가 쓰여 있다.

'.....치과 의사가 이를 새로 해 넣어야 한다고 해서 돈이 필요한데 돈을 좀....'

'.....답장이 없으신데, 혹시 지난번의 제 편지가 미아가 된 건 아닌지. 이는 다음에 할 수도 있지만, 집세가 3개월이나 밀려 있어 집주인이 목요일까지 지불하라고 독촉해요. 옛정을 생각하셔서, 플로라, 필려 주실 수 있다면 항공편 속달로 보내 주세요. 오늘이 토요일이라.........'

이 편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느 편지에도 답장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마지막 편지는 싸구려 종이에 연필로 적은 것이었다.

 

'....253달러 전보 수표로. 이 구세군 구호소에 기부.....'

 

마지막 것은 애처로울만치 작은 신문의 기사 쪽지였다. 그것은 예전의 뮤지컬 코미디 스타였던 비비언 덴이 작은 아파트에서 자살했다는 뉴스였다. 다이나는 편지 다발을 침대 위에 내던지듯 놓았다.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 여자! 비비언이란 사람에게 나쁜 일만 시키고, 지독히 이용만 하고는."

--편지를 다시 들춰 보더니--,

"그리고 자기가 알고 싶은 걸 알고 나면 그 가여운 여자에게 답장조차 해주지 않았던 거야!"

"신경질 부리지 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엄마 깨신단 말야."

"하지만, 너무해." 다이나가 말했다.

"생각해 봐. 비비언이랑 훌부룩 씨랑 데그랑주 씨랑.."

"침착해. 아직 알아봐야 할 것이 많아."

다이나는 불만스레 투덜댔지만 곧 조용해졌다.

에이프릴은 다음 다발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폭 8인치에 길이 10인치의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의 인물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찍은 사진 같았다. 거기에도 기사 쪽지 두 장이 붙어 있었다. 에이프릴은 잠시 사진을 보다가 말했다.

"설마.... 이것 좀 봐, 언니!"

다이나가 보더니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샌퍼드 씨야!"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는 대단한 미인인데!"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곳은 극장의 무대 뒤 통로인 것 같았다. 윌리 샌퍼드는 야회복을 입고 있었다. 그 여자는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으며, 귀엽고 발랄한 얼굴이었다. 길고 엷은 색의 이브닝드레스에 모피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엔 잘 어울리는 미남미녀가 어디로 외출하는 것 같지만, 두 사람 모두 너무 놀라 겁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이나는 기사 쪽지를 읽었다.

 

'의문의 샌더슨 씨는 리모 유괴사건의 범인인가?

-------마리안 워드---------

이틀 전에 막이 오른 연극공연에서 미모의 여배우로 알려진 베티 리모는 주연을 맡아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앙코르가 터져서 그녀는 되돌아와 인사했다. 그리고 분장실로 돌아가 회장을 고친 것은 분장실 입구에서 기다리는 청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녀의 증언으로는, 옷매무새와 화장에 특별히 정성을 들이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좋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장실을 나오자 '호위병'이 맞았다. 두 사람은 보도를 걷고 있었다. 갑자기 차 한 대가 보도로 다가왔다. 극장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가다가 보았는데, 한 명의 무장한 남자가 베티 리모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고 한다. '호위병'은 무리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기자는 오늘 베티 리모가 드레스 입은 것을 도와준 하녀와, 극장을 나올 때,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공손하게 마지막으로 인사한 수위를 만나보았다. 두 사람 모두, '샌더슨 씨'란 이름으로 말했다. '샌더슨'이란 인물이 자주 베티 리모를 방문해서 여러 가지 선물을 하고, 여러 번 그녀와 전화통화를 했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분장실 앞의 통로를 그녀와 함께 걸었던 '샌더슨'임에 틀림없다....‘

 

기사는 여기에서 끊어졌다. 그러나 또 다른 쪽지가 있었다.

 

'베리 리모 살인에 관련된 윌리엄 샌더슨을 수색 중

마리안 워드

 

지금 5개 주의 경찰이 베티 리모 납치 살해사건에 관계가 있는 듯한 젊은 토지회사 사원인 윌리엄 샌더슨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납치 몇 주 전부터 샌더슨은 줄곧 리모 양과 함께 지냈고, 비싼 나이트클럽에 가거나, 고가의 선물을 보내온 것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샌더슨이 다니는 회사 사장인 제이 엘 파커 씨에게 물어보니, 샌더슨의 매주 수입은 평균 40달러 이하라고 했으며, 회사 돈을 갖다 쓴 흔적이 없다고 한다. 본 사건 담당인 조셉 도너반 반장은, 리모 양 환대비는 유괴단으로부터 받은 것 같다고 추측한다.

샌더슨은 납치사건이 있던 날 밤 사라진 이후로 자취를 감춰버렸........'

 

"월리엄 샌더슨." 에이프릴이 뭔가를 생각하며 말했다.

"월리스 샌퍼드. 이름을 고르는 데 너무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았어."

"그럼, 어떤 게 좋겠니?" 다이나가 물었다.

"아시더파이러스 막기리카디? 아마 옷에든 무엇에는 모두 이름 첫 자가 적혀 있으니까 그것에 맞춰야 했을 거야. 너도 별로 상상력이 있는 편은 아냐. 그 기자 이름 좀 봐."

에이프릴이 멍청히 쳐다 본다.

"?" 하고 말했다.

"마리안 워드라고 쓰여 있잖아, 멍청아."

다이나가 말했다.

"어머, 세상에." 에이프릴이 말했다.

"엄마야! 신문기자 시절에 이 이름을 사용했던 거야!"

"그리고 여기에도 엄마 얘기가 조금 나와 있어."

그것은 앞의 조언자 ''의 편지이다. 맨 위에 파란 잉크로 '카스테어스'란 제목이 붙어 있다.

 

'친애하는 플로라

맞아요, 말씀대로예요. 리모 유괴사건을 취급한 마리안 워드는 당신이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마리안 카스테어스에요. 남편이 죽고 신문사에서 근무하게 됐을 때, 워드라는 이름을 썼어요. 남편은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나도 잘 알고 있죠. 그녀는 리모 사건 발생 후 2개월이 지나도록 사건 용의자조차 검거하지 못하는 경찰을 무능하다면서 공격적인 기사를 썼기 때문에 '익스프레스' 신문사에서 쫓겨났어요. 경찰이 지독히도 압력을 넣었으므로 신문사에서 해고시킨 거죠. 그 뒤 그녀는 여러 가지 펜 네임을 사용해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도 두세 권 읽어 봤는데 잘 썼더군요. 리모 유괴사건을 소재로 쓰면 좋을 텐데. 언제쯤 뉴욕에 오시겠어요?

'

 

"이 사람은 대단한 센스를 갖고 있어."

에이프릴은 편지를 내려놓으며 칭찬했다.

"그런데 플로라 샌퍼드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니 유감이야."

"몰랐겠지." 다이나가 말했다.

"다만 친구로서 부탁받은 일을 했겠지. 전에 몇 번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어서 좀 알고 싶은 일이 있다고 샌퍼드 부인이 아무 일 없는 듯 편지했을 거야. 이를테면 '마리안 카스테어스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여자가 있는데 혹시 전에 마리안 워드라고 했는지....' 라고 말야."

에이프릴은 재빨리 이해했다.

"그럼, 지난번 그 범죄실화에 마리안 워드 이야기와 해고된 경위 등이 실려 있어서 엄마가 내게 읽지 못하게 하셨나?"

"그런 것 같아." 다이나가 말했다. 눈을 가늘게 떴다.

"샌퍼드 가 살인사건은 베티 리모 사건과 관계가 있음이 틀림없어. 참고 기사를 이렇게 모두 모아 놨으니까. 결혼한 월리 샌퍼드가 원래는 윌리엄 샌더슨이었겠지. 그리고 프랭크 라일리는 유괴사건이 있은 뒤에 유치되어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어젯밤 그녀의 집에서 살해당했어. 그리고 그녀는 엄마가 그 사건을 쓴 기자인지가 몹시 궁금했고."

"그래서?"

"그래서," 다이나가 말했다.

"지금 엄마가 샌퍼드 부인을 죽인 범인을 발견하면, 즉 우리가 찾아내면 말야. 그리고 동시에 리모 사건도 해결할 수 있다면,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선전 효과를 생각해 봐."

"카스테어스 씨," 에이프릴이 감동해서 말했다.

"당신은 정말 두뇌가 명석하시군요!"

"고마워요, 카스테어스 씨." 다이나가 말했다.

"더 조사해 보자. 실마리가 또 있을지도 몰라."

찾아보니, 파란 포장지에 쓴 편지가 있는데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 없다.

'프랭크가 다음 주 화요일에 나오니까 조심하시오. 리모의 부친이 있는 곳으로 갈지도 모르겠소. 멀리 여행을 가는 게 좋을 것 같소. 행운을 빌겠소.'

"샌퍼드 부인이 유괴사건에 관계하고 있었다는 증거야."

"증거는 이 이상 필요 없어." 에이프릴은 분명했다.

"이렇게 된 거야. 그녀가 이 프랭크라는 남자에게 시켰어. 그런데 그는 돈을 받지 못했던 거야. 그렇지 않다면 1년이 지나 강도 짓을 해서 감옥에 갈 리가 없잖아."

"15천 달러를 여럿이서 나누면 얼마 갖지 못해."

다이나가 지적했다.

 

4

에이프릴은 그 편지를 가리켰다.

"그가 그 여자에게 화를 내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해."

어느 부자 노부인의 가정부 겸 간호사로부터 온 편지가 있는데, 위조한 신원보증서를 사용해 그 직장을 구한 것만은 폭로하지 말아 달라고 열심히 애원하고 있었다. 동부에 살고 있는 친형제에게 술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걱정하는 청년의 편지도 몇 통이나 있었다. 옛날, 다른 시에서 위조죄로 복역한 뒤,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노인도 있었다. 그리고 다발 제일 밑에는 [] 잡지에서 찢은 페이지가 있는데--사진이 수록된 글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폴리 워커에 대한 기사였다. 거기에 편지 두 통이 한데 묶여 있다.

그 글은 일대기로, 고급 기숙사와 여름 캠프에서 자란 한 고아가 18살 때 브로드웨이에서 뜻을 품고, 입 하나를 무기로 지겨운 단역을 거쳐 오늘날의 스타의 지위에 오르게 된 내력을 적고 있었다. 첫 번째 편지에는 투자신탁회사의 도장이 인쇄된 회사명이 들어간 편지지에 썼다.

 

'친애하는 샌퍼드 부인

말씀하신 대로 저는 폴리 워커가 1년 전에 21세가 될 때까지 그녀의 후견인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소문에 대해 편지해 주신 뜻에 깊이 감사드리며, 소문을 부정하는데 애써 주시길 바라며, 이후에도 폴리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도움은 커녕," 다이나가 소리쳤다.

"그 반대의 짓을 했어. 그 여자라면....."

"조용히 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지금 읽고 있잖아."

'--한데 불행히도 그 소문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얘기들은 틀립니다. 폴리의 아버지가 폴리 엄마를 죽여서 징역을 산 건 아닙니다. 폴리 엄마는 폴리가 만 1살도 채 되기 전에 간염으로 죽고, 그래서 그녀의 부친은 폴리가 벤 슈왈츠의 딸로 지탄받으며 살게 하기보다는 내게 맡겼던 겁니다. 그가 도박과 주류 밀수입의 두목으로 알려져, 지금도 레본 워스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것은 아시겠죠. 검거되기 전에 그는 모아 놓은 돈을 폴리의 교육비라면서 내게 맡겼던 겁니다. 소문을 부정함과 동시에, 나는 이 사실의 은폐에 노력하고 싶습니다. 소무니 무성한 연예계에서 그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온 폴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

엷은 회색 종이에 쓴 편지가 두 통 붙어 있다.

 

'샌퍼드 부인

오는 월요일 오후 2시에 찾아뵙겠어요. 폴리 워커

 

다음 것은--.

 

'샌퍼드 부인

돈이 마련되었으니 수요일에 뵙겠어요. 폴리 워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수요일은 살인이 난 날이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폴리 워커는 그 이틀 전에 저기에 간 거야. 샌퍼드 부인은 이걸 보이고 돈과 바꾸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 수요일에--."

"하지만 폴리 워커가 거기에 도착했을 때에는,"

에이프릴이 기억을 되살렸다.

"샌퍼드 부인은 이미 죽어 있었어."

다이나는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원래의 큰 마닐라 종이 봉투에 넣기 시작했다.

"뭔가 얽혀 있어." 하고 탄식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이상한 게 있어. 그 신문에 나와 있던 남자 말야."

"프랭크 라일리?"

다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 말고, 샌퍼드 부인에게 공갈 받고 있던 걸 인정한 남자 말야. 그 믿을 만한 증인이 말했던 대로....하지만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어. 루퍼트 벤 두젠 말야. 왜 그 남자의 자료는 하나도 없지?"

", 다이나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 말이 있어...."

그 순간, 아래층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다이나는 벌떡 일어나 봉투를 세탁물 통으로 치우고 계단으로 갔다.

"엄마가 깨면 안 돼."

현관을 여는 소리가 났다. 아치가 계단 아래에서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왔어." 하고 보고한다.

빌 스미스 반장과 오헤이어 경사가 현관에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숨을 헐떡이며 불안해 보였다. 경사 쪽은 조금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에?"

"주무세요." 다이나가 말했다.

"밤새워 작업을 하셔서, 아침 식사를 드시고 곧 잠드셨어요."

빌 스미스는 당혹한 모양이었지만, "그렇겠지!" 하고 말했다.

", 아가씨들." 오헤이어가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 아침에 쭉 집에 있었니?"

둘이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치가 장단을 맞췄다.

"나도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어요."

"너희는--." 빌 스미스는 말을 멈추고 떫은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샌퍼드가에 누군가 들어왔어. 사람 발소리를 들었다든가--,모습을 보았다든가 하지 않았니?"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마주 보더니 경찰을 보았다.

"아니, 전혀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발소리도 듣지 못했고 모습도 보지 못했어요. 아저씨들 말고는."

빌 스미스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고맙다. 이상해서--."

둘이 나가자, 오헤이어가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나는 확신이 있습니다. 모두 미친놈의 짓이에요.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에이프릴은 다이나에게 윙크했다. 다이나는 웃음을 꾹 참았다. 아치가 불평했다.

"왜 그래? 왜 그러냐고?"

"아무것도 아냐." 에이프릴이 장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저 허버트 백부일 뿐이야.“

 

 

14

 

1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어?"

문 앞에서 만나자 아치가 조르듯 말했다.

"?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어?"

"바늘이 하수구에 걸렸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어," 아치가 말했다.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느냔 말야."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시끄러워. 전화 온 거 있니?"

", , 어머니날 선물로...."

", 피터한테 전화 안 왔었니?"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피터? . ...."

다이나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야. 항상 토요일엔 전화를 한단 말야."

"..." 아치가 또 시작했다.

"한 통도 오지 않았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사람도 안 왔었니? 경찰도?"

"전화 같은 거 안 왔었어." 아치는 밝게 말했다.

"경찰도 오지 않았고, 살인사건도 없었고, 불도 나지 않았어.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어?"

"좋아, 멍청아." 에이프릴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책을 샀어."

아치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책을? ! 책이라면 엄마가 쓰잖아."

"읽는 것도 있어." 하고 에이프릴이 대꾸했다.

"그리고 이건 특별한 책이야."

다이나가 덧붙였다.

"마을을 다 뒤져서 찾았어."

"보여줘." 아치가 말했다.

다이나는 깨끗하게 포장한 꾸러미를 봉투에서 꺼냈다.

"안은 보여줄 수 없어. 클렌쇼 서점의 직원이 특별히 포장해 준 거니까. 그리고 여기에 끼운 아주 고상한 카드도 있어."

"!" 아치가 말했다.

"나한테는 집 지키고 전화나 받게 해 좋고서 나가더니, 겨우 시시한 책을 사 왔어? 좋아. 나도 특별한 어머니날 선물이 있지만 내일 아침까지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야, 누나들에게도."

"그래도 좋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런데 뭐니?"

"말 안 한다니까."

"꽃다발이겠지." 다이나가 아무렇게나 말했다.

"전혀 아냐."

"손으로 만든 거지? 새집이라든가 책상 달력이겠지."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틀렸어요." 아치는 으쓱해졌다.

"그만둬. 거짓말만 하고 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 거짓말이라고?" 아치는 화가 났다.

"그럼, 와서 봐. 보여 줄......"

아치는 용케도 깨달았다.

"안돼, 안돼. 속여서 내 선물을 일찍 보려 해도 보여줄 수 없어."

"좋아." 다이나는 차갑게 말했다.

"보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또 거북이 알이라면 핸더슨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

"만일 또 병에 가득 담은 올챙이라면 난 가출할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에 엄마께 흰 쥐를 드렸을 때를 기억해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젠킨스가 그걸 보았을 때의 일을."

"." 아치가 어리광을 부리며 말했다.

"거북이 알도 아니고, 올챙이도 아니고, 흰 쥐도 아냐. 나만 알고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아치를 보니, 아주 작고 땀나도 더러워진 그야말로..... 다이나는 손을 뻗어 동생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뭐든 좋아." 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엄마는 분명히 기뻐하실 거야."

"정말이야." 에이프릴 역시 애정 어린 말투로 말하며, 아치의 콧잔등에 뽀뽀했다.

"에이, 그만둬." 아치는 화가 난 듯 몸을 흔들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다이나는 예쁘게 포장한 꾸러미를 소피의 쿠션 밑에 숨겼다. 그리고 "난 배가 고파. 그리고 할 말도 많고."

"배가 고파."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도." "나도."하고 이어졌다. 부엌으로 뛰어가, 다이나는 빵과 땅콩 버터를 꺼내고, 아치는 우유와 잼 항아리를 냉장고에서 가져오고, 에이프릴은 밀가루 항아리 뒤에 비상용으로 감춰 둔 포테이토 집을 찾아왔다. 크림치즈도 있고 햄 남은 것도 있었으며, 바나나도 세 개 있고 올리브 깡통도 있으며 신기하게도 큰 과자 조각도 있었다.

"마침 잘됐다." 다이나는 땅콩버터와 크림치즈와 잼 빵에 바르면서 말했다.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이 될 테니까. 에이프릴, 과자를 삼등분으로 잘라."

"난 제일 큰 것으로 줘." 하고 말한 아치는 바나나를 벗기며 올리브 깡통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난 제일 작으니까 더 자라야 해."

"아치!" 에이프릴은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핥으며 엄하게 말했다.

"너는 스와인('돼지''식탐가'를 의미)이야."

"내가 스와인이라고?" 아치는 빵에 땅콩버터를 바르며, 크림치즈와 잼을 여기저기 흐트러뜨려 놓았다. 그리고 햄 한 조각을 얹고 마지막엔 바나나까지 얹었다.

"하지만 스와인이란 것은 두 마리나 그 이상의 돼지인데, 난 단지 한 마리의 돼지인걸."

아치는 자기가 만든 그 걸작 위에 오리브를 하나 장식해서, 입을 쩍 벌리고 반쯤 베어 물었다.

"스와인은 한 마리의 돼지이기도 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아치. 수저를 잼 통에 그대로 두면 안 돼."

아치는 수저를 핥으며, "틀려." 하고 말했다.

"맞아." 에이프릴이 응수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되잖아.“

다이나가 귀찮은 듯이 말했다.

아치가 사전을 찾으러 간 사이에 에이프릴은 우유를 더 꺼내려고 냉장고로 갔다가 코카콜라 두 병이 우유병에 가려서 보지 안 했던 것을 발견했다. 코카콜라를 셋으로 나누고 있자니까 아치가 돌아왔자. 조금 기가 죽어 에이프릴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고 느닷없이 코카콜라의 분배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난 작은 돼지야." 아치가 말했다.

", 다이나 누나가 나보다 더 많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리고 과자 접시에서 한 조각을 떼어 아치 입에 넣어 주었다.

"잠자코 있어."

5분 뒤, 부엌 식탁 위에는 음식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아치는 사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야채 상자를 뒤졌다. 다이나는 접시를 설거지통에 잦다 놓고, 우유병을 행구기 시작했다.

"에이프릴," 하고 다이나는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네가 꼭 해야 돼."

"빈 깡통을 내다놓는 건 싫어. 그건 아치의 일이야."

"우리 집의 앞날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다이나는 부엌 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고작 빈 깡통을 생각을 하고 있니. 저 말야."

하고는 갑자기 수건을 내려놓았다.

"첼링컨 부인 댁에가서, 어머니날 꽃다발을 만들 장미를 얻어 와."

에이프릴도 수건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

"그리고 간 김에 첼링턴 씨에게 물어보고 오라 이거지? 15천 달러를 훔쳐 육군에서 쫓겨난 걸 샌퍼드 부인이 알아서 그녀를 죽인 게 아니냐고?"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다이나는 수건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런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이 어딨어?"

"난 이치에 맞지 않는 타입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게. 그런데 만일 첼링턴 씨가 안색이 변해 쓰러지거나, 아니면 아주 태연하고 당당하면 어쩌지? 호각을 불어 경찰차를 불러?"

다이나는 방향을 돌렸다.

"너 무섭니?"

"무섭지 않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볼이 붉어졌다.

"첼링턴 씨 대에 가서 PAT(학부모-교사 모임) 야유회 과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때 내가 무서워했어?"

"그건 첼링턴 씨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기 전이잖아." 다이나는 양손을 수건으로 닦았다.

"내가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좋아." 에이프릴은 당황해서 말했다.

"장미꽃과 증거물을 갖고 돌아와. 아니면 우리가 찾아낸 총알을 갖고 있다면 그것과 같은지 어떤지 보고 오든지."

다이나는 수건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에이프릴!" 그리고 한숨을 쉬며 수건을 다시 주웠다.

"내가 잊고 있었--."

에이프릴이 말했다.

"범죄현장에서 발사된 탄환은 대개의 경우 단서야. 어떤 종류의 총에서 나왔는지 알아보고, 누가 그런 총을 갖고 있는지도--."

 

3

첼링턴 씨 댁에는 여러 번 와 봤지만 이상하게도 복도 끝에 그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한 번도 깨닫지 못했었다. 전부터 죽 걸려 있었는데.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신경 써서 본 적은 없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얼굴을 그린 그림인데, 그림의 주인공은 풍성하고 검은 머리칼을 하고 있었다. 어딘가 기분 나쁠 정도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전에 어디선가 봤더라? , 맞아, 그래! 첼링턴 부인이다. 몇 년, 혹은 몇십 년 더 젊었을 적의 그녀 모습이다. 에이프릴은 다가가서 그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이마엔 물론 주름 하나 없고 검은 눈은 우수에 찬 듯하지만, 그늘진 곳은 전혀 없다. 입은 희미하게 부끄러운 듯 미소짓고 있다. 그것은 행복에 취해 지극히 편안한 얼굴이다. 에이프릴은 첼링턴 부인의 홍옥처럼 붉고 살찐 얼굴과 엷은 눈썹과 자칫하면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눈을 생각했다.

"정말로 안됐군요." 하고 사진에게 속삭였다.

사진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한쪽 구석에 이름이 적혀 있다. '사랑하는, 로즈."

? 첼링턴 부인의 이름이 로즈라고? 첼링턴 씨 댁에서 그렇게 장미를 가꾸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프릴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쿠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아직 따뜻하고 또 맛있는 냄새가 난다. 에이프릴은 멍청히 바라보았다. 쿠키는 아주 동글동글하게 부풀어 있으며, 건포도가 많이 들어있다! 쿠키를 만들 때, 첼링턴 부인은 늘 자신들이 먹을 양의 10배를 만든다. 근처의 아이들은 이 집 부엌 근처에 모습을 보이곤 한다. 에이프릴은 10개쯤은 가지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내선 안 된다고 스스로 타이르며 딱 아홉 개만 집었다. 세 개는 다이나의 것, 세 개는 아치의 것 그리고 세 개는 자신의 것이다. 한 개 더 집어서 가는 길에 먹을까 하고도 생각했다. 아니, 그것 비열해. 그 대신에 천천히 많이 냄새를 맡았다. 이런 쿠키를 만드는 사람이 살인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 쿠키를 조심스럽게 봉투에 당고 뒷문으로 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에이프릴은 갑자기 멈춰섰다. 첼링턴 씨가 야채밭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다. 손에 총을 들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어머!" 하며 한걸은 내딛다 말고 다시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어 에이프릴은 보더니 엷게 웃으며, "잘 있었니, 에이프릴?" 하고 말했다.

에이프릴도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다. "어머, 안녕하셨어요. 부엌에 물건을 훔치러 갔었어요." 목소리가 떨리지 않으면 좋을 텐데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쿠키 아홉 개밖에 집어오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걸 나에게 향하지 말아 주세요."

첼링턴 씨는 웃었다.

"너를 겨냥하고 있는 게 아냐. 거기다 총알도 없는걸."

그는 손바닥에 총을 얹어 놓고 홀린 듯 바라보았다.

"끄리고 이건 살벌한 무기라고는 할 수 없어--부인들의 장난감이지--아니, 오히려 부인들의 장신구야."

그는 총을 쥐고 있는 손을 기울여서 진주 장신구가 햇빛에 빛나게 했다.

"예쁘지?"

"저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에이프릴은 말했다.

"총은 무서운 거예요."

특히, 아직 살인범이 아니라고는 잘라 말할 수 없는 사람의 손에 있는 경우는 동기가 어떻다 해도, 첼링턴 부인의 사진이 있다 해도, 당밀 쿠키가 있다 해도... 보지 않으려 해도 첼링턴 씨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단정한 얼굴이다. 대단히 단정한 얼굴이다. 키가 크고 날씬하며 몸이 곧다. 군인 타입이다. 하긴, 예전에는 첸들러라는 이름의 육균 대령으로 전쟁의 영웅이었으니 당연하겠지. 눈은 회색이다. 깨끗한 회색이다. 마른 얼굴은 햇빛에 그을려서 검다. 검은 머리칼과 잘 다듬은 턱수염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다만 흰머리가 좀 있는 것이 좀 아쉽다. 5년 전에 찍은 사진에서는 머리칼이 까맣고 턱수염도 없었는데. 에이프릴은 영어 시간에 외운 시를 떠올렸다.

'내 머리는 서리 탓이 아니라....' 첼링턴 씨의 머리칼은--아무래도 챈들러 대령으로 생각할 수 없다--감옥에서 변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하루 밤새 하얗게' 변한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것은 엉뚱한 미신이고, 과학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흰머리는 비타민이 어찌어찌 되어서 생기는 것이다. 감옥에선 비타민이 부족한 걸까?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에이프릴은 스스로를 꾸짖었다. 겁내고 있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 --있을 수도 없고--첼링턴 씨를 무서워 할... 침을 꼴깍 삼키고 총을 쳐다보면서 에이프릴은 말했다.

"그래요. 손목에 걸면 귀엽겠어요."

"그렇게 밖엔 쓸모가 없지." 첼링턴 씨가 말했다. 그리고 그 작은 총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에이프릴은 벤치로 가서 그의 옆에 앉아 빨아들일 듯이 그 총을 쳐다보았다. 작고 예쁘다. 정말이지 살벌한 느낌은 없다.

"만져 봐도 돼요?"

"물론이지." 첼링턴 씨는 말했다.

"총알이 들어있지 않으니까."

총을 손에 든 순간 에이프릴은 살갗이 짜릿하게 아파옴을 느꼈다. 손에 쥐기에는 적당한 크키이다. 첼링턴 씨 집 맞은편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 가지를 겨누면서 에이프릴은, "!" 하고 소리를 냈다. 첼링턴 씨가 웃었다.

"그렇게 겨누면 뒤의 다른 나무에 맞게 된단다. 내가 가르쳐 주마. 먼저 수평 거리를 계산하고, 그리고--."

"됐어요." 에이프릴이 급히 말했다. 그리고 조심해서 작은 총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아주 예뻐요."

"큰 상처를 입히지 않는단다." 첼링턴 씨가 말했다.

"만일 정말로 누군가를 쏘려 한다면--."

그는 말을 잠깐 멈추더니 다시 계속했다.

"그런데 루이스가 이걸 좋아해서 닦아 주고 있는 참이다."

"총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에이프릴은 감동한 듯이 말했다.

"전에 군대에 계셨나 보죠?" 자기의 목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고 에이프릴은 생각했다. 첼링턴 씨는,

", 총에 괸해선 도서관에서 책을 좀 읽었지만 아무것도 몰라." 하고 말했는데 30초쯤 지나고 나서였다.

'하지만, 당신은 도서관에서 읽은 게 아니시죠?' 하고 에이프릴은 속으로 말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렇군요." 하고 말하며 에이프릴은 구두 뒤꿈치로 의자 밑을 찼다.

", 아저씨. 그거 사용하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에이프릴은 슬쩍 쿠키를 부엌에 갖다 놓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지금 얻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양심에 꺼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좋고말고." 첼링턴 씨가 말했다.

"--," 에이프릴은 마른침을 삼켰다.

"총이든 뭐든 다 알고 계실 테니까." 에이프릴은 말을 맞췄다. 이때의 느낌이 책에서 나오는--피가 차갑게 혈관을 흐른다-- 그 느낌일 것이리라. 에이프릴은 혈관이 갑자기 얼음덩어리로 막혀 버린 느낌이었다.

"이야기해 주세요. 샌퍼드 부인을 죽인 건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샌퍼드 부인?" 첼링턴 씨가 일어났다.

"아아, 그렇지."

에이프릴은 첼링턴 씨가 일부로 시간을 끌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느꼈다. 엄마가 왜 학교에서 곧장 집으로 오지 않았느냐고 물으실 때 아치가 잘 쓰는 수법이다.

"맞아, 샌퍼두 부인 말이지." 그리고 그는 에이프릴에게 따뜻하고 자애롭게 웃어 보였다.

"미안하지만, 난 탐정이 아니란다."

"상상으로는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첼링턴 씨가 에이프릴 쪽을 쳐다보았는데, 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에이프릴의 뒤에 있는 정원과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옆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은 듯이 말했다.

"누구든 --그 여자가 받아야 할 벌을 알고 있는 사람이야."

에이프릴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아무 소리 없이 꼼짝 않고 있었다. 불현듯 그는 어린 손님이 있다는 걸 기억해 낸 모양이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쿠키 봉지를 에이프릴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마치 에이프릴이 위대한 여성이라도 되는 듯이 정중히 인사를 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또 오세요. 오늘 구운 쿠키가 다 없어지기 전에."

그는 총을 집어들고 방향을 바꿔 집안으로 걸어--아니, 행진해서--들어갔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머리를 들고, 어깨를 편 채로. 에이프릴은 문이 닫힐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채소밭을 빠져나와 철책을 넘어 풀이 무성한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와 작은 길로 내려오자마자 집으로 단숨에 뛰어갔다. 오솔길을 달리고, 통로를 빠져나와 뒤쪽 잔디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이나는 부엌에서 접시를 정리하던 참이었다. 에이프릴은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꽃다발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으니까 아치가 아침에 가지러 가면 돼."

그리고는 부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이나는 찬장 문을 '' 하고 닫았다.

"잘됐구나!" 그리고 종이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야아, 신난다! 굉장한데! 꽃도 해결하고 과자까지 얻어왔잖아! 어머, 그런데 왜 우니?"

다이나의 손이 기계적으로 수건으로 뻗쳤다. 에이프릴은 수건을 끌어당겨, 소리 내어 코를 풀고는 더욱 더 서럽게 울었다.

"그걸 나도 모르겠어." 에이프릴은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말했다.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15

 

1

잔디밭이 있는 샌퍼드 저택 정원 벤치에 오헤이어 경사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앉아 있었다.

"나 집에 갈래." 스루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가 찾고 있을 거야."

"스루키." 아치가 야단치듯이 말했다.

"네 엄마가 찾는 소리도 나지 않잖아. 하지만 나랑 프라슈라이트랑 가는 게 겁난다면 너희 엄마한테 가는 게 좋겠다."

"누가 무섭댔어?"

"스루키가 그럴 리 없어."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그는 잔디밭에서 오헤이어 경사를 숨어 보고 있었다.

"아주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어."

"살인범을 찾는 중이야." 아치가 말했다.

"네가 존슨 부인의 앍을 클럽 하우스에 갖다 놓은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물론, 너희가 나와 함께 가고 싶지 않으면 좋아. 겐지와 웜리라면 언제라도 기꺼이 와줄 테니까."

"갈 거야." 프라슈라이트가 분개했다.

"그럼, 좋아." 아치는 말했다.

"괜찮겠지? 잡히면 너는 입 다물고 내게 말하게 해."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네가 다해."

스루키가 말했다.

"난 경찰과 이야기하는 건 질색이야."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아치가 말했다.

"그냥 함께 가서 내가 가르쳐 준 대로만 하면 돼."

아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 가자." 하며 앞서 걸었다.

프라슈라이트와 스루키가 그 뒤를 따랐다. 울타리 구멍을 빠져나가 2~3피트 가더니 발을 멈췄다. 그리고 오헤이어 경사가 있어서 놀랐다는 얼굴로, 다정히 손을 흔들며 말을 걸었다.

"이봐요, 아저씨!"

"너희들 왔구나!" 오헤이어 경사가 대답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30분 동안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기분이 울적해져 있었다. 빌 스미스 자신도 샌퍼드 집안의 초상화에서 갑자기 피어난 제라늄 가지에 당황하고 있는 주제에, 이 살인이 정신병자의 소행일 거라는 오헤이어 경사의 말에 핀잔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 빨간 글씨로 칼 위에 '경고'라고 씌여진 것도 보았다. 그 빨간 것이 립스틱인 것을 알았을 때, 오헤이어는 살인범은 확실히 정신병자이며, 특히 여자 정신병자임에 틀림없다고 이야기했다. 빌 스미스는 잔혹하게 비웃으며, 그 여자 정신병자가 또 나타나면 안 되니까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린 채, 자기는 지문 검사반에 연락하러 간 것이다. 그 뒤 경사는 언짢은 기분으로 정원에 앉아 잔뜩 부어 있던 참이었다.

"이리로 오너라." 그는 진디밭 가장자리까지 온 세 명의 소년을 불렀다.

"경찰이 아니잖아." 스루키가 말했다.

"제복을 안 입고 있잖아."

"탐정이니까." 아치가 경멸하듯 말했다.

"딕 트레이시 같은 형사이기도 하고. 그러니 제복을 입고 있지 않은 게 당연해."

"딕 크레이시랑은 닮지 않았어."

"그래, 딕 트레이시랑 닮지 않은 건 당연하지."

아치가 말했다.

"딕 트레이시가 아니니까. 저 사람은 형사야. 오헤이어 경사님이야. 전에 아홉 명의 은행강도를 혼자서 체포했대. 총은 한 자루도 갖고 있지도 않으면서."

아치는 크게 소리쳤다.

"총 갖고 있었어요, 경사니?"

"?" 경사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 은행강도를 잡았을 때."

"아아!" 오헤이어 경사는 생각이 났다.

"아니, 총은 갖고 있지 않았어. 맨손이었어. 8명 있었지만."

"아홉 명이에요." 아치가 정정했다.

"그래 그래, 아홉이다. 그중의 한 명은 내가 다른 놈들을 처치하는 동안 달아나려고 했어. 그자는 칼과 권총과 기관총을 갖고 있었는데,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내가 붙잡았지."

"야아, 굉장하다!" 프라슈라이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오헤이어는 추억에 잠긴 듯한 어조로 말했다.

"때마침 그날 밤은 미친 고릴라가 동물원에서 도망친 때여서--."

10분도 넘게 그는 발광한 고릴라를 추적했을 때의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도망쳐 버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걸 생포했을 때의 이야기를 숨 막히는 야사로 들려주었다.

"이상하다!" 스루키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치가 스루키의 발뒤꿈치를 가볍게 찼는데, 이것은 격려의 신호이다.

"만일 아저씨가 경찰이라면 왜 권총을 갖고 있지 않죠?"

"방망이는 갖고 있어." 오헤이어는 윗도리 앞을 벌렸다.

"그렇지? 그리고 권총도 갖고 있어."

그는 허리춤의 가죽 지갑에서 꺼내 무릎 위에 놓았다.

"--," 프라슈라이트는 감격해서 말했다.

"좀 만져 봐도 돼요? 손가락 하나로."

"물론이지." 오헤이어는 기분 좋게 말했다.

아치가 말했다.

"저어, 만화책에서 보니까 경찰은 총알을 보면 어느 총으로 쏜 건지 바로 알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이에요?"

"." 경사가 말했다.

", 그래."

아치는 으스대며 스루키와 프라슈라이트 쪽을 돌아보았다.

". 내 말이 맞지?"

"하지만, 아직 믿을 수 없어." 프라슈라이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총알을 보여줘." 아치가 말했다.

"가르쳐 줄 테니까."

프라슈라이트는 주머니를 뒤져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을 꺼내 놓더니, 마지막으로 아까의 그 총알을 꺼냈다. 추잉껌과 함께 넣어 두었더니 묻어 있었다.

"닦지 않으면 안 되겠다." 프라슈라이트는 미안한 듯이 말했다. 깨끗한 수건을 다른 주머니에서 꺼내 닦기 시작했다.

"침을 묻혀." 스루키가 충고했다.

"모래로 닦으면 좋아." 아치가 말했다.

"그래야 거기에 붙은 껌이 떨어질 거야."

총알은 다소 깨끗해져서 오헤이어 경사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아저씨는 머리가 아주 좋은 탐정이야."

아치는 호소하듯 경사를 보았다.

"아저씨라면 그 총알이 어떤 총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죠?"

오헤이어는 그 애원하는 듯한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보면서 말했다.

"이 총알은 32구경 리볼버로 쏜 거야."

"!" 아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요?"

"억측일지도 몰라." 스루키가 말했다.

"억측이라니?" 아치가 말했다.

"잘 알고 계시는 거야."

"어떻게?" 프라슈 라이트가 힐책했다.

"어떻게 알 수 있지?"

오헤이어는 프라슈라이트를 쳐다보았다.

"자가 있다면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겠지만, 지금은 내 말을 믿는 수밖에 없단다. 32구경이란 것은 그 총알의 직경이 1인치의 100분의 32란 뜻이야. 나처럼 총알을 많이 다뤄 보면 재보지 않고 한눈에 알 수 있지. 이건 32구경 총으로 쏜 거야."

 

2

"아아!" 스루키가 감탄했다.

"정말로 총알을 꽤 많이 보셨군요."

"몇백만 번이나 보았단다." 오헤이어 경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언젠가 94발이나 맞은 미치광이의 속임수를 얘기해 줄 수는 없지만. 그 남자는 95발째에 맞아 죽었어. 실은 탄도학이란게 있어서....."

"지금 얘기해 줘요." 아치가 졸랐다.

"그럴까?" 오헤이어가 말했다.

"이렇게 된 거야."

일동은 숨을 죽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의 깊게 들었다. 이야기는 불가사의한 내용으로 지난달 만화잡지에 실린 것과 비슷하지만, 아이들은 요령껏 적당히 탄성을 지르거나,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감탄하면서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거지." 경사는 매듭을 지었다.

"94발이나 총알이 나왔지만 모두 어느 총에서 나온 건지 조사하면 알 수 있어. 아주 쉬운 일이지."

그는 덧붙여 말했다.

"기본 지식만 있으면."

그는 즐거운 듯 세 소년에게 웃어 보이며, 이 관중은 부랑자들의 얘기를 좋아할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가 최근에 만들어 낸 속임수 이야기 뒤의 어떤 얘기라도 오히려 흥미를 깰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만지작거리던 총알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물었다.

"글너데 이거 어디서 났니?"

아치가 프라슈라이트를 쿡쿡 찔렀다.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클럽 사격장에 가면 얼마든지 있어요." 아치가 또 한 번 찌르자 이렇게 말했다.

"돌려주세요. 난 그것밖에 없어요."

오헤이어 경사가 돌려주었다.

"끄때의 일은 특히 잊을 수 없어."

근느 또 추억담을 시작했다.

"순회 공연차 와 있던 서커스단의 호랑이가 우리에서 도망쳤을 때의 일인데 말야."

아치가 말했다.

"저 말이에요, 분명 아저씨만큼 권총과 총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예요."

"땛지 않안다." 경사는 겸손히 말했다.

"하지만," 아치는 열을 내어 말했다.

"정말이에요.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제일 크고, 어떤 것이 제일 무섭고, 어쁀너것이 제일 무섭지 않은지..."

경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것은 이렇단다." 그는 탄도학에 대해 15분 강의를 시작했다. 거물론부터 시작해서 총구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탄환의 개성에 관해 자세히 얘기하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식을 가진 어떤 사람이 쉽게 해결한 브루클린의 경찰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이 아저씨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가 봐."

프라슈라이트가 아치에게 말했다.

아치는 말했다.

"당연하지."

"뭐든지 다 아시나 봐." 스루키가 말했다.

"경찰이니까." 오헤이어 경사는 겸손하게 말했다.

"언제 그런 지식이 필요할지 모르거든. 한 예를 들면, 보르네오에서 독화살을 잔뜩 가지고 온 야만인이 있었는데...."

"," 아치가 말했다.

", 오헤이어 경사님." 아치는 벌써 독화살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고, 스루키와 프라슈라이트가 질려 있다는 걸 눈치챘다.

", 이 얘길 해주세요, ....."

"뭐지?" 오헤이어 경사는 중간에 막혀서 좀 서운했다. 독화살 이야기는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얘기였다.

"저 말이죠. 그건 어떤 총에서 나온 총알이었어요? 이 집 부인이 맞은 것 말예요. "

아치는 샌퍼드 저택으로 고개를 돌리며, 오헤이어 경사의 얼굴을 희망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사람?" 경사는 말했다.

"45구경으로 맞았어. 군용 리볼버로 아주 실용적인 총이지."

"그래요?" 아치가 말했다.

"아치가 갖고 있는 것도?"

아치는 경사가 끄덕이는 걸 기다렸다가 말했다.

"한 번 더 보여 주세요."

"좋아." 경사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는 총을 꺼내 손바닥 위에 놓았다.

"이놈이 정말 쓸모 있는 총이군요."

아치는 마치 황송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진짜 총에 프하슈라이트가 갖고 있는 작은 총알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쏠 수 없겠죠? 쏠 수 있나요?"

"물론 쏘지 못하지."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그는 총을 총집에 넣었다.

"너희는 아직 총과 총알의 구경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런 거야."

그는 다시 탄도학 강의로 돌아왔으며 세 소년은 아주 신중하게 경청했다. 총의 내부에는 선조사 있어서 피치를 잴 수 있다는 것까지 얘기했을 때, 스루키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

"--!"

길고 가는 휘파람 소리가 길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그건 그들을 찾고 있다는 신호이며, 세 사람이 샌퍼드 잔디에 왔을 때부터 15분마다 울리고 있었지만 미리 계획한 게 있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못 들은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건 날 부르는 소리야." 스루키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겠어요. 엄마가 부르거든요. 안녕, 경사님." 그는 가로수 사이로 사라졌다.

"잘 가거라." 경사는 뒤에 대고 인사했다. 기침을 하더니 다시 강의로 돌아왔다.

"총알을 잘 조사하면, 그 홈의 수에서..."

","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스루키의 엄마가 부르면, 나도 서둘러 가야 저녁 식사시간에 맞출 수 있어요. 안녕!" 하고 손을 흔들더니 오솔길을 달려갔다. 오헤이어 경사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계속했다.

"그러니까, 총알의 직경과 그 위에 붙어 있는 홈 수와 방향을 알면......"

"잠깐만요." 아치가 말했다.

"다이나 누나가 부르고 있어요. 나도 가서 식탁 차리는 것을 거들어야 해요."

"그럼 가거라." 경사는 말했다.

"너는 훌륭한 아이로구나. 누나 일을 거들어 주기도 하니 말이야. 그리고 권총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라도...."

"물어 보러 올게요." 아치가 말했다.

"아저씨는 정말 근사해요! 나도 크면 꼭 경찰이 될 거예요." 하고 덧붙였다.

"또 만나요......, 나의 친구."

아치는 정문을 빠져나와 모습을 감추었다. 오헤이어는 한숨을 내쉬며 아이들이 간 곳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아홉 명의 은행강도 얘기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게 유감이었다. 카스테어스 소년에게 전에 한 번 들려준 적이 있지만 조금 내용을 바꿔 해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X선 응용으로 금고 속까지 볼 수 있는 기계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총을 겨누었기 때문에 그 남자도 마침내 그 기계를 작동하기 시작했어. 금고 벽은 마치 유리창같이 되어서 안까지 보이게 됐지." 하고 즉석에서 해보았다.

빌 스미스가 지친 목소리고 심술궂게 뒤에서 불렀다.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어? 아무도 없는 데서 말야!"

"지금까지 서너 명의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고 그는 어색하게 말했다.

"뭔가 유익한 단서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요. 어떤 때는 아이들의 관찰이 예민하거든요. 나는 아이를 아홉 이나 길렀기 때문에...."

"자네의 그 아홉 아이 이야기엔 이제 질려 버렸어."

빌 스미스가 말했다.

"지문 조사계에 갔다 오는 길인데, 유화에도 칼에도 지문은 없었다더군."

가로수 저쪽에서, 아치와 스루키와 프라슈라이트에게 심부름 값을 지불했다. 5센트와 코카콜라 두 병과 새로 나온 만화 1권이다.

"저런 얘기를 또 들어야 한다면 그때는 10센트로 해야 돼." 프라슈라이트가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 총알에 붙인 껌도 한 개 돌려줘."

"하지만 씹던 껌이었잖아." 아치가 분개했다.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아직 버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물어줘야지." 하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총알은 안 줘."

"총알을 돌려 줘." 아치가 화를 냈다.

"그렇지 않으면....." 하고는 말을 멈췄다. 지금은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아치는 좀 구겨진 껌을 주머니에서 꺼내 프라슈라이트에게 건네주었다. 프라슈라이트는 껌을 잘 살펴보더니 떨떠름하게 말했다.

"내가 봐 주지." 그리고 아치에게 총알을 주었다. 코카콜라 병을 돌려줄 것인지, 아니면 아치에게 2센트씩 줄 것인지, 또 한차례 실랑이를 벌였다. 이 문제는 그 자리에서 마셔 버리고, 아치에게 바로 병을 돌려주는 것으로 정했다. 프라슈라이트와 스루키는 계단을 내려 큰길로 걸어가며 또 다른 문제로 머뭇거렸다. 스루키가 말하기를,

"껌을 총 앞에 붙인 것은 너지만, 루크 상점에서 의자 밑에 떨어져 있던 걸 발견한 것은 나야. 그리고 너는 나보다 두 배나 오랫동안 그 껌을 씹었고....."

아치는 그런 문제에는 흥미가 없었다. 천천히 뒷문으로 돌아가며 경비 계산을 했다.

"코카콜라 두 병, 껌 한 개....."

 

3

다이나는 당근을 씻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버터 스카치 푸딩을 만들고 있던 참이었다. 아치가 뒷문으로 들어오자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들고 하던 일을 멈췄다.

"어떻게 됐니?" 다이나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한 사람당 5센트씩이야." 아치가 말했다.

"코카콜라가 두 병에 10센트, 새로 나온 만화가 10센트 그리고 껌 하나 해서.... 모두 31센트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치, 대체...."

"전부 합해서." 아치가 말했다.

"3달러 16센트 빌려간 거야."

"줄게."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총알은?"

"아아, 물론 잊지 않았어." 하고 총알을 주머니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좀 더러워졌어."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너는...."

아치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내뱉었다.

"그건 32구경 총알이고, 그래서 32구경 권총이 아니면 쏘지 못해. 그리고 샌퍼드 부인을 쏜 총은 45구경 리볼버야. 그리고 혹시 흥미가 있다면 얘기해 주겠는데."

---아치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탄도학이란..."

"우리가 흥미를 갖는 건 이것과 샌퍼드 부인을 살해한 총알이 같은 총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뿐이야."

에이프릴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어." 다이나가 거만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아치는 필사적이다.

"나는 고생해 가며 들었어. 일부러 오헤이어 경사한테 가서 총알에 관한 거랑 다른 것을 전부. , 듣고 싶지 않은가 보지?"

다이나는 아치의 의기소침한 얼굴을 흘끗 보았다.

"에이프릴이 놀리고 있는 거야. 네가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데."

"놀리고 있는 건 언니야." 에이프릴이 빠른 어조로 말했다.

"정말로 오헤이어 경사에게 갔었니? 그 사람이 뭐래?"

"여러 가지 얘기를 했어." 아치는 말했다.

"먼저, 이런 총알은...." 아치는 미치광이 속임수와 화난 호랑이와 살해된 브룩클린 경찰과 얘기만은 빼고 아주 상세히 빠짐없이 말했다.

"그래서," 하고 결론을 내렸다.

"과학적으로 말해서 범인이 권총을 두 자루, 모양이 다른 걸 두 자루 갖고 있었든지, 그렇지 않으면 모양이 다른 권총을 하나씩 갖고 있던 것이 두 사람이었든지, 그런 거야."

"어머나, 아치. 넌 정말 대단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는 동생의 코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아치가 뒤로 물러섰다.

"잊으면 안돼. 3달러 16센트야."

"걱정하지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넌 끈질기니까 우리가 잊을 수 없을 거야."

에이프릴은 버터 스카치 푸딩을 접시에 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전부터 우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두 사람 모두 샌퍼드 부인을 겨누어 쐈을까, 아니면 서로를 쏜 것일까. 대체 어느 쪽일까?"

에이프릴은 접시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고, 냄비를 수저로 긁어 핥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냄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는 세 개의 권총이 얽혀 있어!"

아치는 재빨리 냄비를 쥐고 수저를 잡았다. 다이나는 당근을 떨어뜨렸다.

"세 개?"

"샌퍼드 부인을 쏜 총은 45구경이야. 그림을 쏜 총은 32구경이고, 그리고 첼링턴의 총. 그 사람은 말했어 --'22구경은 부인들의 장난감이지.'라고."

거기까지 얘기하곤 아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냄비를 이리 줘. 오늘 밤엔 내가 푸딩을 만들었으니까, 내가....." 안을 보고는, "어머, 너무했어. 아치 카스테어스!"

"어때." 아치는 수저를 쪽쪽 빨면서 위로하듯 말했다.

"이젠 씻지 않아도 돼."

다이나는 당근을 불에 얹었다.

", 그 남자를 죽인 총은 몇 구경일까? 프랭키 라일리 말야."

에이프릴은 냄비 같은 건 이제 잊어버렸다.

"맞아. 만일 그것이 같다면....."

내게 맡겨." 아치가 자신 있게 말했다.

"내일까지 꼭 알아볼게. 900만 달러 걸어도 좋아."

"알아올 수 없어. 나도 그만큼 걸게."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치는 의심스러운 듯이 에이프릴을 보았다.

"정말로 얼마 걸 거야?"

"25센트." 에이프릴이 말했다.

"안돼." 아치가 대꾸했다.

"안돼, 하지만 내가 이 내기에서 이기면 내게 줄 돈을 꿔 줄게. 이제 누나와 내기를 하는 건 그만두겠어."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었다.

"좋아. 그럼 조건을 말해봐."

"만일에....." 아치는 잠시 말을 끊고 뭔가 생각했다.

"만일 프랭크 라일리가 어떤 총에 맞았는지 내일까지 내가 알아낸다면 쓰레기통 청소를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하지 않아도 좋지?"

"나흘간 만이야."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싫어. 만 일주일간이야."

"그래, 좋아. 그럼 그렇게 정하자."

", 얘기 다 끝났으면 내 말 좀 들어 봐."

다이나가 심각하게 말했다.

", 나리." 에이프릴이 말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치가 진지하게 말했다.

"샌퍼드 부인이 어떻게 샌퍼드 씨의 약점을 잡았는지 이제 알겠어." 다이나는 멍청히 쳐다보는 두 사람에 상관치 않고 말했다.

"왜 살인사건이 난 뒤에 도망을 쳤는지, 그리고 나서 왜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주위를 서성거렸는지 그것도 알겠어.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야만 했던 바로 그 문제의 물건을 우리가 갖고 있으니까."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제 서둘러서 거기에 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 우리가 그걸 갖고 있다는 것과 진범이 잡힐 때까지 우리가 안전한 곳에 두었다가 잡히면 돌려주든지 태워버리든지 할 거라는 걸.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는데."

다이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베티 리모의 유괴사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도 물어보면?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걸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대단해!" 에이프릴이 칭찬했다.

"말하지 않으면?" 아치가 말했다.

"말하게 해야지." 다이나가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그의 약점을 쥐고 있잖아."

"거짓말하면 어떡하지?" 아치가 집요하게 캐물었다.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귀찮게 굴지 마. 함께 가고 싶으면 잠자코 있어."

셋은 보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뒤쪽 베란다에 나가서 둘러 보았다. 그리고 서둘러 놀이방으로 갔다. 풀숲을 막 돌아선 순간, 다이나는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어머나!"

놀이방은 텅 비어 있었다. 이불은 가지런히 개켜져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접시는 테이블 위에 포개져 있고, 그 옆에 잡지가 정리되어 있었다. 조간신문은 담요 위에 있었는데, 1면의 프랭크 라일리의 사진과 기사가 깨끗하게 오려져 있다. 윌리 샌퍼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16

 

1

아직 날도 채 밝지 않았는데, 아치는 벌써 두 사람의 방문을 두드렸다.

"빨리 일어나. 빨리 일어나란 말이야. 어머니날이야."

에이프릴이 졸리운 듯이 대답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벌써 옷을 갈아입고 세수까지 한 아치가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들어왔다. 다이나는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아 하품을 하고 눈을 비볐다.

"만일 자수했다면 오늘 조간신문에 나올 거야. 만일 자수한 게 아니라면....."

에이프릴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내가 가설을 하나 세웠어. 어제저녁 잠자기 바로 전에 생각한 건데, 그 베티 리모에게 애인이 있었다면, 하는 거야."

"있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윌리 샌퍼드. 당시에는 월리엄 샌더슨이었지만."

"그런 게 아냐, 내가 말하는 건." 에이프릴이 말했다.

"진짜 애인 말이야. 아주 열렬히 빠져 있는 남자 예를 들면, 피터가 언니에게 푹 빠져 있는 만큼."

"맞아, 맞아, 맞아." 아치가 놀렸다.

"그런데 왜 피터는 어젯밤 오지 않았지?"

"할머니를 모시고 영화 보러 가야 했기 때문이야."

다이나가 냉정하고 위엄 있게 말했다.

"계속해 봐, 에이프릴."

"저 말야." 에이프릴은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에게 푹 빠져 있는 남자가 있었어. 아마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그녀가 유괴되어 죽었어.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어. 하지만 이 남자는 목숨을 걸고 상대를 찾아내어 복수하는 거야."

"그건 엄마 책에 나온 얘기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클라크 캐머런의 이름으로 쓴 책에. 친구를 죽인 남자를 25년 걸려 찾아내서...."

", 그래."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딱 들어맞잖아. 그 남자는 마침내 샌퍼드 부인의 소재지를 알아내서 그 사건에 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얻을 수 있었어. 그래서 죽인 거야. 거기에 프랭크 라일리가 나타났어. 그 남자는 그도 죽여 버렸어."

에이프릴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그 남자는 월리엄 샌더슨, 즉 윌리 샌퍼드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다이나는 에이프릴을 쳐다보았다.

"자수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그는 안전해. 아치, 빨리 가서 신문 가져와."

"!" 아치가 불평했다.

"맨날 내가 해야 돼. 배고파 죽겠는데."

"가져와!" 다이나는 말했다.

"그 대신 아침 식사 때는 와플을 만들어 줄게."

"좋아!" 아치가 말했다. 문을 여는가 싶더니, 어느새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엄마가 아래층에서 올라오실 건지, 아니면 방으로 갖고 가는 게 좋을지 여쭤보고 와." 세수를 하며 다이나는 지휘했다.

"나는 와플 재료를 반죽할 테니까."

5분 뒤에, 두 사람은 부엌에 내려와 있었다. 엄마는 내려온다고 말씀하셨고, 파란색 드레스를 입을 것을 약속했다. 다이나는 계란을 휘젓고, 에이프릴은 와플 용기의 코드를 꽂았다. 아치가 일요신문을 갖고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올라왔다.

"먼저 만화부터."

"밥 먹고 나서 볼 거야." 다이나가 단호히 말했다.

"꽃을 가져와야 하잖아. 잊지 않았겠지?"

"뭐든지 다 나야." 아치가 말했다.

"아아, 정말 너무해!" 하며 첼링턴 씨 집 방향으로 뛰어갔다.

다이나는 신문을 폈다. 윌리 샌퍼드는 아직 자수하지 않았다. 경찰이 아직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에이프릴은, "어머!" 하고 말하며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무사하길 빌어." 다이나가 말했다.

"설마, 그 사람이...연못 속에 잠겨 있지 않도록." 하고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는데, 몹시 공포에 떠는 목소리였다.

"다이나 언니, 만일--만일 그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우리 책임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 놀이방에서 못 나가게 할 수도 없었어."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 그렇지만 경찰에 신고했더라면--유치장에 있으면, 살해당하는 일은 없었겠지."

"아직 죽었는지 어떤지 모르잖아. 어쩌면 단지 도망친 건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아침 식사나 준비하자."

에이프릴은 괴로운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에이프릴의 얼굴은 아직 창백하다.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다이나는 팬 케이크 가루를 꺼내며 말했다. 에이프릴이 뛰어왔다.

"어떤 남자?"

"베티 리모를 사랑하고 있던 남자 말야."

다이나가 말했다.

"이 사건에 관계된 인물 중에서 아직 신분을 알 수 없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 그 루퍼트 밴 두젠이야."

에이프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이프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할 필요가 있어." 다이나는 가루를 재며 말했다.

"뭔가를 시작하는 건 그다음 일이야."

"하지만 주소도 모르고 또 아무것도 아는 게 없잖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우선 본명인지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슬퍼졌다.

"지금 알아낼 수 있어." 다이나는 자신에 차서 말했다.

"다이나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 할 말이 있어."

"잠깐 기다려." 다이나가 말했다.

"전화가 왔어. 베이컨을 좀 보고 있어."

에이프릴은 프라이팬을 가스에서 내려놓고 다이나를 따라갔다.

"여보세요." 다이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를 통해, 전화에 동전을 넣는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카스테어스 양입니까?"

", 제가 다이나 카스테어슨데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는데,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나는 ....네 친구야." 그 목소리가 말했다.

"없어진 걸 알고 놀랐을 거라고 생각해. 무사하다는 걸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어머나!" 다이나는 침을 삼켰다.

"아저씨는...." 당황해서 다이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디 계세요? 왜 가버리셨죠?"

"안전한 곳에 있어." 그는 말했다.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는 없어. 내가 나온 건-- 사건의 성질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아라."

"기다려요." 다이나는 필사적이었다.

"기다려요! 아저씨에게 알려줄 게 있어요. 우리도 사건의 성질은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은 아저씨도 찾고 있어요. 누구 얘기인지 아시죠? 그 여자를-- 사랑하던 사람 말이에요."

전선의 저쪽애선 잠시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니?"

"들어 보세요." 하고 다이나는 말했다.

"그 여자가 --부인이 감춰 두었던 걸 우리가 찾아냈어요. 아시겠어요? 우리가 그걸 안전한 곳에 숨겨 뒀어요. 우린 읽어 봤어요. 이젠 뭐든지 다 알고 있어요. 아저씨 사진, 길거리를 함께 가는 거... 기사는 쪽지든 뭐든."

"들어보거라." 그가 말했다.

"부탁이야!"

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난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너희는 좋은 아이들이니까 너희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믿어 줘. 나는 결백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어.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나는 몰랐어.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어. 부탁이니 믿어 주기 바란다."

"믿어요." 하고 다이나는 열심히 말했다.

"우린 믿고 잇어요. 하지만, 그는 -- 그 남자는 -- 누구 얘긴지 아시죠? S 부인과, 또 한 사람의 남자는 -- 그는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몰라요.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을 거예요.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는 갑자기--. 부탁이니까 조심하세요. 그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어요--복수하려고."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누구 얘기를 하고 있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하고 있던 남자 말이에요-- 그녀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야아, 이거 놀라운데!" 상대는 웃고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어 -- 베티를 사랑하고 있던 사람은 나뿐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다이나는 귀를 기울이고 기다렸지만 마침내 전화는 끊어졌다.

"! 끊어졌어."

"하지만, 어쨌든 그는 무사해." 에이프릴은 짐을 덜었다는 듯이 말했다.

"뭐라고 그래?"

 

2

"뭐라고 그래?" 다이나가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나도야." 다이나가 수긍했다.

"그래도 역시 그 루퍼트 밴 두젠을 조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아까 전화가 왔을 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니?"

"아무것도 아냐." 에이프릴은 중얼거렸다.

"별로 중요한 건 아냐." 에이프릴은 다이나에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먼저, 자신이 루퍼트 밴 두젠을 조사하는 게 좋다.

"어머, 이제 엄마가 내려오실 거야.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다이나는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식탁은 일광욕실에 놓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그리고 아치가 꽃을 갖고 오면..."

부엌과 일광욕실이 분주해졌다. 그러는 중에 아치가 돌아왔는데, 아주 커다란 상자와 그보다 조금 작은 상자를 안고 있다.

"트럭을 갖고 갔더라면 좋았을걸." 아치는 그 상자들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에이프릴이 큰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더니 깜짝 놀랐다.

"언니, 이것 봐! 칼리스만 장미야. 그 집에서 제일 좋은 장미! 몇십 송이나 들어있어. 멋져!"

"최고다!" 다이나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다이나가 큰 꽃병을 가져오는 동안에 에이프릴은 다른 상자를 열어 보고 다시 한번 탄성을 질렀다.

"어머나, 멋있다!"

에이프릴은 상자에서 코사지를 꺼내 눈을 반짜이며 쳐다보았다. 귀여운 도로시 파킨스 종류의 장미꽃 다발에 가늘고 긴 갈대를 곁들어 파란색 리본으로 묶었다.

"제발 부탁이야. 소란피우지 마."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누가 소란을 피운다고 그래." 하며 에이프릴은 두 번이나 소리를 내며 냄새를 맡았다.

"엄마가 아주 기뻐하실 거야. 언니, 그녀는 살인 같은 건 못해."

"엄마가?" 하고 다이나가 물었다.

"첼링턴 부인 말이야." 하고 에이프릴이 대답했다.

"바보같이." 아치가 비웃으며 덧붙였다.

"좋아, 바보 씨. 테이블 꾸미는 걸 도와줘." 에이프릴이 말했다.

장미꽃 다발을 일광욕실의 식탁 한가운데 장식해 놓았을 때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내려왔다. 와플을 굽는 틀은 뜨거워져 있었고, 반죽한 재료는 그릇에 담아서 옆에 놓아두었다. 뚜껑 있는 접시에 넣어 둔 베이컨 때문에 방안엔 좋은 냄새가 났고, 커피물은 소리를 내며 끓고 있다. 장미꽃으로 만든 덮개는 엄마의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세 아이의 모습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서둘러 일광욕실로 들어와서는, "어머나, 세상에!"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튼 뒤에서 억지로 참는 희미한 웃음소리가 나더니, "!"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속으로 크게 외쳤다.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아이들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가, 얼마나 좋은 음식 냄새인가, 난 얼마나 행복한가!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뛰어나왔다. 1분 정도 그녀는 숨이 막히도록 꽉 아이들에게 안겼다. 그리고 나서 에이프릴이 꽃다발을 어머니 어깨에 두르고, 아치가 애정이 듬뿍 담긴 키스를 해주었으며, 다이나가 와플을 굽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굽고,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우고, 아치가 시럽병을 수저로 긁고 있을 때, 다이나가 에이프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가져와." 에이프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싫어, 언니가 가." 그러자 다이나가 말했다.

"그럼 함께 가자."

둘은 거실로 뛰어가서 소파의 쿠션 밑에서 예쁘게 포장

된 꾸러미를 꺼내왔다. 둘은 그것을 아주 우아한 몸놀림으로 마리안 앞에 놓았다.

"내게 주는 거니?" 엄마는 놀라서 말했다.

","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 집에 또 다른 어머니가 없는 한."

"예쁜 카드구나." 엄마가 말했다.

"누가 만들었니?"

"에이프릴이 꽃을 만들어 붙였어요. 내가 글씨를 썼고요. , 열어 보세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가 꾸러미를 천천히, 애가 타도록 천천히 푸는 것을 기쁜 듯이 세 아이는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의 얇은 종이를 벗겨 내고, 엄마가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두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부모를 위한 아동심리학 해설).' 철학 박사 엘시 스미스턴 퍼슨스

"안을 보세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표지 있는 데를요."

표지에는 '사랑하는 엄마께. 다이나, 에이프릴, 아치 드림.'이라고 써 있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목이 메이는 걸 참으며 말했다.

"정말 멋지구나. 너무 기뻐!"

"그리고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우리가 매일 10장씩 읽어 드릴 거예요. 하룻밤은 제가 읽어 드리고, 그다음 날 밤은 에이프릴이 읽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일요일 끼어서 22일이면 다 읽어요."

"정말 멋진 계획이구나!" 마리안이 말했다. 그리고 책 제목을 보며 뭔가 생각하더니, 다이나와 에이프릴을 보았다.

"이건 내 교육방법에 대한 완곡한 비평인 것 같은데."

"어머, 아니에요." 다이나가 말했다.

"다만....."

에이프릴은 다이나에게 빌 스미스 반장의 말을 인용할 틈도 주지 않고 말했다.

"우린 만족하고 있어요. 단지 그걸 확실히 해두려고.."

"맘에 드세요?" 다이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 책 말이에요."

마리안이 대답했다.

"아주 기쁘단다. 그리고 너희들의 마음 씀씀이도 기특하고."

"우리도 엄마가 기뻐하시니 좋아요!"

"내가 더 좋아." 마리안은 두 아이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아요."

다이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에이프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린 좋지 않아요."

그리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비 비 비 비 비!" 하고 소리를 냈다.

", 아치가 어디 갔지?"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 여기에 있었는데."

다이나가 아치를 부르려고 했다. 그때, 에이프릴이 팔꿈치로 쳤다. 그래서 다이나는 그만두었다.

"저 소리!" 에이프릴이 말했다. 잠시 조용해졌다.

"지하실로 내려갔어!"

지하실 계단을 천천히, 조심조심 올라오는 발소리가 났다. 이윽고 아치가 문가에 모습을나타냈다. 머리는 흐트러지고, 빨간 얼굴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아주 커다란 상자를 껴안고 있다. 그걸 일광욕실에 가져오더니 책상 위에 놓았다.

"자아!"

그 큰 상자는 포장은 엉망이었지마는 선물용의 비싼 포장지였다. 그 위에 리본까지 묶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다. 크레용으로 쓴 카드가 제일 위에 얹혀 있었는데, '엄마에게, 사랑스런 아이 아치.'라고 적혀 있었다. 모두가 상자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약간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이프릴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것에 대답이라도 하듯 상자 속에서 소리가 났다. 그건 희미한 소리였지만 확실하게, "야옹." 하고 들렸다.

"아치!" 하고 엄마가 아치를 보았다.

"," 아치가 말했다.

"겐지 엄마의 고양이 새끼가 자라서 젖을 떼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건 제일 좋은 놈이고, 예절도 가르쳐 놨어요. 이놈은 뭐든지 다 알아요. 엄마는 새끼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그럼, 좋아하고말고." 하고 엄마가 말했다.

"게다가 아주 작아서 별로 먹지도 않아요."

아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 말에 대꾸라도 하듯이 상자 속에서 희미하게, "야옹!" 하는 소리가 났다.

"어머, 아치!" 에이프릴이 흥분하며 말했다.

"빨리 보여줘."

"좋아, 좋아. , 이건 엄마께 드리는 거니까, 엄마가 상자를 열어야 해."

엄마는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걷었는데, 그동안에도 상자는 계속 흔들렸다.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속에는 우유 접시와 오양이 먹이 접시와 작은 사탕, 그리고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근심스런 모습으로 들어있었다. 한 마리는 새까맣고, 한 마리는 새하얗다.

"어머나, 귀여워라!" 엄마가 말했다.

", 안아 보세요." 아치가 말했다.

"누구라도 안으면 곧 '고로고로' 하고 소리 내요."

엄마가 안아올려 무릎 위에 얹었다. 그러자 두 마리 모두 '고로고로' 하고 소리내기 시작했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고로고로' 소리는 더 커졌다.

"이름은 잉키하고 스팅키야." 아치가 설명했다.

 

3

에이프릴은 스팅키의 하얀 턱 밑을 쓰다듬던 손을 멈췄다.

"하지만 젠킨스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젬킨스는 벌써 알고 있어." 아치가 말했다.

"!" 아치는 뒷마당에 나가 젠킨스를 찾았다. 마당 벤치 위에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 집안으로 데려왔다.

엄마 무릎 위의 고양이 새끼들은 조금 긴장하며 몸을 움츠렸다.

", 아래를 내려다봐." 아치가 말했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목덜미를 잡아서 마루 위에 놓았다. 새끼 고양이는 똑바로 서서 귀를 뒤로 당겼다. 큰 회색 고양이 젠킨스는 무료한 듯이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했다. 두세 걸음 가더니 코끝을 먼저 잉키의 코에 대고, 다음에 스팅키의 코에 갖다 댔다.

", 마음에 들어 하잖아."

젠킨스는 앉아서 왼쪽 앞발을 핥더니 애써 위엄을 갖추고 새끼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새끼 고양이들은 좌우로 흩어져서 마루 위를 뒹굴더니 젠킨스의 꼬리를 핥기 시작했다. 잠깐 동안은 새끼 고양이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더니, 또 하품을 하고 무서운 이를 드러내 보이고는 일어서서 나가 버렸다. 남겨진 고양이들은 앉아서 그 모양을 지켜보더니 불만스러운 듯이, '야옹'하고 울었다.

"가엾어라." 다이나가 말했다. 두 마리 모두 안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어머, 정말 '고로고로' 하네."

"요들을 부르는 건가?" 에이프릴이 스팅키의 콧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참 귀엽다!"

"내가 받은 거야." 엄마는 화난 척했다.

"이리 줘!" 그녀는 두 마리를 무릎 위에 얹어 놓고 귀여운 듯 쓰다듬었다.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은지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요." 아치가 말했다.

"정말 작아서 별로 먹지도 않아요." 아치는 근엄하게 덧붙였다.

"그 점도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마음에 든단다. 이 새끼 고양이는 아주 귀엽고, 엄마는 너를 아주 좋아한단다."

아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엄마를 아주 좋아해요."

"나는 더 좋아해." 하고 엄마가 말했다.

아치는 힘껏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나는 더, 더 좋아해요."

이 대화는 5분도 넘게 이어졌다. 엄마는 담뱃갑의 셀로판지를 비틀어 나비 모양을 만들더니, 묶여 있는 끈의 끝에 매달아서 새끼 고양이를 거실로 데리고 갔다. 세 아이들은 새끼 고양이가 새 장난감을 발견하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잉키가 높이 뛰어올랐지만, 스팅키는 발이 빨랐다. 엄마의 볼에 붉은빛이 돌고 눈이 빛났다.

"아치!" 에이프리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좋은 생각을 해냈어." 하며 아치를 껴안았다.

"에이, 그만둬." 아치는 몸을 흔들어 풀었다.

"난 어른이야. 그리고 크면 경찰이 될 거야."

"어른이라도 상관없어." 에이프릴은 한 번 더 끌어안으며 말했다.

"네가 참 좋아."

"나도 좋아해." 아치가 말했다.

"잠깐!" 다이나가 말했다.

"이제 그 얘긴 그만둬." 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 이 접시!"

일동은 재빨리 움직였다. 음식은 냉장고에 넣고, 테이블 위를 잽싸게 훔쳤다. 접시는 물에 담그고 나중에 씻기로 했다. 오늘은 휴일이니까. 15분도 지나지 않아 일동은 거실로 옮겼다. 엄마는 긴 의자의 중앙에 앉았다. 검은 머리는 좀 흩어져 있고, 얼굴빛은 장미와 잘 어울렸다. 에이프릴과 아치는 양옆에 둥글게 앉아 엄마의 무릎 위에서, 아직 '고로고로' 하면서 잠자고 있는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다. 다이나는 엄마 앞에 앉아 천천히, 진지한 얼굴로 선물한 책을 낭독하고 있다. 빌 스미스가 문 앞에 와서 벨을 누른 순간, 정면 현관의 유리문을 통해 본 풍경이 이랬다. 그는 순간 방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그때는 벨을 누른 뒤였다. 그는 방해할 구실이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힘을 냈다. 다이나는 책을 놓고 문을 열려고 뛰어갔다. 다이나는 그를 따뜻하게 환영했다.

"잘 오셨어요! 식사하셨어요? 와플을 만들어 드릴까요?"

"벌써 먹었어. 고맙다. 얘야." 빌 스미스는 냄새를 맡으며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럼, 커피라도?"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상냥하게 말했다.

"아니--."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는 안락의자에 앉았다.

"방해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커피와 크림과 설탕을 그이 옆 테이블 위에 갖다 놓았는데, 이것은 120초라는 대기록이었다.

"책을 읽던 중이셨군요." 빌 스미스는 커피를 저으며 말했다.

"방해를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이나 누나가 어머니날 선물한 책을 읽어 주고 있었어요." 하고 아치가 설명했다.

"매일 10장씩 읽어 드리기로 했어요. 이거 보고 싶으시죠? 다이나 누나와 에이프릴 누나가 이 책을 산 건. 모두---.“

에이프를이 갑자기 바닥을 발로 찼기 때문에 아치는 입을 다물었다. 빌 스미스는 책을 보고, 제목을 보더니 책 표지에 쓰인 글도 읽었다. 여기에서 그는, "대단히 생각이 깊군요." 하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마리안은 도전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드린 어머니날 선물이에요." 아치가 잉키와 스팅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 들어 보면 '고로고로' 소리가 나는데, 거기에서도 들리시죠?"

빌 스미스는 귀를 기울이더니, 과연 소리가 들린다고 맞장구 쳤다.

"와플을 좀 드시겠어요?" 마리안이 말했다.

"먹으면 좋겠지만," 그는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아침밥을 먹었거든요. 난 와플을 아주 좋아하는데, 레스토랑의 아침밥은 별로예요."

"아저씨께 부인과 아이들이 있으시다면 좋을 거예요."

다이나가 진지하게 말했다.

"요리를 아주 잘하는 부인 말이에요."

빌 스미스는 얼굴이 빨개졌다. 기침을 했다. 잠시 뒤에 말을 꺼냈다.

"카스테어스 부인, 꼭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바쁘신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다이나는 시계를 보는 척했다. 그리고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큰일이야. 빨리 설거지를 해야 돼."

아치가 놀라서 말했다.

"닦지 않을 거잖아."

"닦아야 해." 다이나가 말했다.

", 시작하자."

"하지만 아까 말했잖아--." 아치가 항의했다.

다이나가 한번 노려보더니, "따라와!" 하고 명령했다.

다이나는 에이프릴과 아치를 거의 끌다시피 해서 부엌으로 데려갔다.

"멍청아!" 다이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눈치코치란 것도 모르니?"

"자리를 비켜 준다는 것도 몰라?" 하고 에이프릴이 말을 보탰다.

아치는 화가 난 듯했다 완전히 골이 나서 발딱 일어섰다.

"그래도 빌 스미스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은걸."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다이나가 말했다.

"우리도 듣고 싶어. 하지만 들을 수 없어."

다이나는 두 사람에게 몸짓으로 절대 침묵의 명령을 내리고, 앞서서 복도를 빠져나와 계단 아래로 갔다. 셋은 계단을 네댓 칸 올라가서 조용히 앉았다. 저쪽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쪽 얘기는 손에 잡힐 듯이 들린다.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부드럽고 음악적인, 허심탄회한 웃음소리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뻐요. 스미스씨. 하지만 빈말을 하시는 거죠." 하고 말하는 것도 들렸다.

"아니, 진심입니다."

아치는 빙긋 웃었다.

", 스미스 씨--."

"빌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스미스 씨는 너무 딱딱하게 들립니다. 당신은 그렇게 딱딱한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엔 웃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 뭐든 도움이 된다면--."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카스테어스 부인--."

"마리안이라고 불러 주시지 않겠어요? 카스테어스는 너무 딱딱해서요."

이번엔 두 사람 모두 웃었다. 카스테어스의 세 아이는 한쪽 구석에서 기쁜 얼굴로, 하지만 입술에 손을 갖다 대고, 더욱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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