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석
강세화 - 칠석(七夕)에 내리는 비
고은영 – 그리운 곳으로 나 돌아가고파
권달웅 – 머슴
권오범 - 어정칠월
김대식 – 견우와 직녀
김소월 – 칠석
김영제 – 칠석절
김영환 - 칠월칠석
김용관 – 여름밤 별지기
김용화 – 칠석날 밤
김진주 – 오작교 사랑
나상국 – 그리움
도종환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문병란 – 직녀에게
문정규 - 오작교
문정규 – 은하수 개울가
민문자 - 오작교
박경희 – 칠월 칠석
박태강 - 까치
백원기 – 오작교 눈물
백원기 – 칠석(七夕)
서비아 – 견우와 직녀
서정주 – 견우의 노래
서지월 - 하늘에서 뿌려대는 직녀의 눈물
신주연 – 견우와 직녀
신진련 - 칠월칠석
심재기 – 견우직녀
양태문 – 오작교 사랑
오애숙 – 견우직녀와 같은 11월
유순호 –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유응교 – 사랑의 가교 – 오작교
윤무중 – 칠석날
윤의섭 – 견우와 직녀
윤의섭 – 견우의 포효
윤의섭 – 신 칠석(新 七夕)
윤인애 - 오작교
이문희 – 칠월칠석날 밤
이영지 – 칠월칠석 비
이옥봉 – 칠월칠석
이원문 – 칠월칠석의 밤
이재봉 – 칠석
이재환 – 칠월칠석
전병윤 – 칠석을 기다리며
정중규 – 견우와 직녀
차성우 – 직녀에게
하영순 - 칠월칠석
한용운 – 칠석(七夕)
한현희 – 견우와 직녀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칠석(七夕)에 내리는 비
강세화
이승이 저승 같아서
그리움은 길길이 자라고
낮은 음성이 애틋하게 내립니다
철렁철렁 흐르는 물은 가슴에 넘칩니다
조바심에, 조바심에
베틀 소리도 밀쳐두고
오작교 서두르는 더운 숨이 오죽할까
만나자 이별인 밤이 아득하게 젖습니다.
서러운 내력인데
잊을 수는 없습니다
멀찍이 퍼지는 그늘을 환하게 여기면서
사분사분 느끼는 정이 눈물처럼 고였습니다
그리운 곳으로 나 돌아가고파
고은영
나 돌아가고파
숲의 정수리 햇살 머금고
물총새 날갯짓 하늘을 꿈꾸는....
어둑한 대기와 푸른 안개 정원
물오른 생명의 순결한 서약
신비로 영원히 머무는 곳
봄,
이슬비 소리 벗삼아
수런거리는 굵은 줄기 나무들
천년을 버티다가 단비를 마시는 목젖으로부터
그 목젖으로부터 새움이 돋는 곳에 이르면
녹색의 살 같은 분분히 날리는 바람 한 올
흐르는 강물에 부유하던 찬란한 꿈을 묻던 시간
툭툭 터지는 숲의 환희로 나 돌아가고파
청명한 별빛으로 등불 삼고
은하수 다리를 건너 365일 칠월 칠석의 해후처럼
멍든 가슴으로 밤새 눈물 흘리던
첫사랑 가난에 배곯아 서럽고
초라한 그리움이 신작로를 휘적거리며
지구 바깥, 이방의 거리를 배회해도
설렘 한 삼태기 부화하는 날
수치도 모르고 알몸으로 여름내 바다에 물장구치던
오줌싸개 시절로 돌아가고파
그 시절로 돌아가고파
머슴
권달웅
칠석날 낙동강에 은하수가 걸리면 안동포 백 필이 머슴의 가슴에 널리더라. 숨어 울던 새댁아, 시퍼런 강물에 안동포 흔들어 빨고 살아온 한이 까마귀 떼 울음으로 사무치던가. 등급은 허리로 남도 수심가를 부르는 머슴아, 오늘은 물고기 떼 새까맣게 몰려와 네 울음 칠성판에 흩어주고 있다
어정칠월
권오범
휘황찬란한 도회지에서
너나없이 유리걸식하는 세상
밤낮 분간이 어려워
매미들 사랑노래 따라 가출한 잠
두레풍장 소리 잊고 살다보니
칠석날 하늘마저 맨송맨송해
견우직녀 눈물의 상봉도 없는 것 같아
얼큰했던 늴리리쿵더쿵 시절이 그립다
배동바지부터
장마와 열대야가 번갈아 쥐어짜
물퉁이 되어 건너는 성하의 강에
징검돌처럼 놓인 입추 말복
어정버정할 수도 없는
현대판 머슴살이
처서가 더위 팔아버리고 나면
소문처럼 모기 입이 삐뚤어지려나
견우와 직녀
김대식
그리운 마음은 은하수를 건너고
간절한 사랑은 오작교를 놓아도
기약 된 만남이야 한 해에 하룻밤
헤어지면 그리워질 줄이야 왜 모르랴
세상일 어느 하나 뜻대로 되랴마는
운명이란
야속하게 마음과는 다르다.
칠월 칠석 한여름
오랜 해후 뜨거운 밤
견우와 직녀,
둘만의 간절한 사랑의 밤
구름아 하늘이라도 가려 주렴
동짓날의 기나긴 밤이라도 좀 빌려다
깊은 밤 운우의 정 마음껏 나눌 수 있게
오붓한 둘만의 시간이라도 보내게 해 주렴
칠월의 칠석 무더운 여름밤
사랑의 밤은 짧기만 한데
헤어져야만 하는
운명의 새벽은 빨리도 오네.
또 먼 기다림의 시간은
한 해를 보내야 할 듯
칠석
김소월
저기서 반짝, 별이 총총,
여기서 반짝, 이슬이 총총,
오며 가면서는 반짝, 반딧불 총총,
강변에는 물이 흘러 그 소리가 돌돌이라.
까막까치 깃 다듬어
바람이 좋으니 솔솔이오,
구름물 속에는 달 떨어져서
그 달이 복판 깨어지니
칠월 칠석 날에도 저녁을 반달이라.
까마귀 까악, "나는 가오, " 까치 짹짹 "나도 가오,"
"하느님 나라의 은하수에 다리 놓으러 우리 가오,"
"아니라 작년에도 울었다오, 신들 오빠가 울었다오,
금년에도 아니나 울리라오, 배틀 누나가 우리라오."
"신들 오빠, 우리 왔소,"
"배틀 누나, 우리 왔소,"
"까마귀 때 첫 문안하니 그 문안은 잔김이요,
까치 데가 문안하니 그 다음 문안은 잘 있소"라.
"신틀 오빠 우리마오, "
"배틀 누나 우지 마오"
"신틀 오빠님 날이 왔소,"
"배틀 누나님 날이 왔소"
은하수에 밤중만 달이 되어
배틀 누나 신들 오빠 만나니 오늘이 칠석이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하늘에는 별이 총총.
강변에서도 물이 흘러 소로조차 돌돌이라
은하가 년년 잔별밭에
밟고 가는 자곡자곡 밟히는 별에 꽃이 피니
오늘이 사랑의 칠석이라.
집집마다 불을 다니 그 이름이 촛불이요.
해마다 봄철 돌아드니 그 무듬마다 멧부리요.
달 돋고 별 돋고 해가 돋아
하늘과 땅이 불붙으니 붙는 불이 사랑이라.
가며 오나니 반딧불 깜빡, 땅 우데도 이슬이 깜빡,
하늘에는 별이 깜빡, 하늘에는 별이 깜빡,
은하가 년년 잔별 밭에
돌아서는 자곡자곡 밝히는 별이 숙기지니
오늘이 사랑의 칠석이라
칠석절
김영제
나는 견우 너는 직녀
그토록 오매불망 기다린
오늘은 칠석절
시를 바쳐요
노래 불러요 오작교 연정
매년 장마철 큰 비에
눈물로 돌아섰던 우리
이번에는 다행히
비소식 없어
원대로 만나 질수 있으려나
다른 인연과는 달리
왜 우리 만남은 이렇게
힘이 드는걸까
머릿속 계획
머릿속 구상 꿈이 아니기를
너와 나의 오작교
누가 더 사랑이 고픈가
내가 먼저 도착
기다리는데
못 오나 안 오나 모습 안 보여
칠월칠석
김영환
하룻밤 짧은 만남을 그리워하며
일년을 참아 기다리는 연정
넓은 은하수 건너기 차마 애닳다
애끓는 심정 눈물되어 흐르니
님 향한 마음 같아라
까치도 까마귀도 기꺼이 다리가 되고
한 해 동안의 기다림은
눈물 나는 행복이었어라
여름밤 별지기
김용관
여름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간간이 스치는 솜털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별이 되고 싶습니다.
토방 마루 끝에 멍석을 깔아
서릿발 가득한 수박을 놓고
내 허리를 질끈 동여매는 여인 같이
은하수가 있는 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밤에는 천 년의 꿈을
한날 밤에 풀어내는 맑은 소녀의 눈동자에
인연의 고리로 머물러 이슬을 먹고 배부른
베짱이가 되어 쓰륵쓰륵 울고 싶습니다.
그러나 별지기는
이별보다 아픈 상처를 안고
문풍지 새로 숨어버린 댓잎 소리만
홀로 매만지며 자야 할 때가 있습니다.
먹구름을 칭칭 감아올린 나무 사이로
광풍에 밀려온 바람이 별자리를 흔들고
꼬리 잘린 여우같이 성질 사납게 달려와
멍석을 말아가는 밤이 싫습니다.
그래도 별지기는
여름밤이 찾아오면 소녀가 다 풀지 못한
수수께끼 같은 7월 7석 희로애락을
멍석에 다시 깔아 놓습니다
칠석날 밤
김용화
견우직녀 만난다는 칠석날 밤
감나무 아래
모깃불 올리고
떠꺼머리총각들 모여 앉아
말미 받아 돌아온
머슴살이 성배 형 연애담을 듣노라면
별자리 돌아 밤은 깊어
산골짝 옹달샘
마을 처녀들 목욕하며 쪼잘대는 소리
꺼벙이 노총각을 앞세워
조심조심
오리걸음으로 다가갈 때
자발없는 어느 놈, 킬킬대
판을 깨면
앙칼진 처녀들 목청은
밤하늘로 날아가 별이 되어 반짝이고
오작교 사랑
김진주
저린 가슴 쓸어내리며
언제라도 건널 수만 있다면.
오늘 죽는다고 하여도
후회하지 않으렵니다
슬픈 것은 슬픈 데로
아픈 것은 아픈 데로
묻어 두고. 씨실과 날실의
운명처럼 같은 곳을 향하나
만날 수 없는 견우직녀의
슬픈 사연
칠월 칠석 수많은 날을
눈물로 보내며 기다려 온
세월 일년에 한번 열리는
오작교에 가보고 싶습니다
가없는 세월은 꿈결 같고
언약했던 잉여 줄 꼭 쥔 채
건널 수만 있다면 오작교
저편 그런 사랑을 하겠습니다
그리움
나상국
이날만 기다렸다지
보고 싶어도 그리워도
건널 수 없는 강 끝에서
이날만 기다렸다지
단 하루의 해후를 위해서
삼백예순 나흘을
기다렸다지
칠월칠석날 밤
가만히 귀 기울여
까마귀 까치의 날갯깃, 등 잇대어 만든
오작교(烏鵲橋) 밟아
베 짜던 여인 치맛자락 휘날리며
소 몰던 남자 오작교 건너며
진한 눈물 배인 그리움
토하며 목 놓아 울었다지
겨울 눈 내리는 날만 기다린다지
전설 속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을
내 사랑 향한 그리움 속으로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길
소원하며 기다린다지
그 진한 그리운 날을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종환
견우직녀도 이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번 해 입혔네
직녀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멀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벼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 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남은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오작교
문정규
외롭고 적막한 밤
구슬픈 고독의 밤
황홀한 소나기별
쏟아진 그 밤길로
은하수 다리 건너서
밤마실을 떠나자
적막이 외로운 밤
고독이 구슬픈 밤
사랑의 달님 함께
별님이 춤추는 밤
가보자 오작교 넘어
사랑하는 임 찾아
은하수 개울가
문정규
샛별이 내려앉은
은하수 개울가에
오작교 다리 너머
아련한 임의 모습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까만 밤이 외롭네
오작교(烏鵲橋)
민문자
어머니 가시고 스무닷새, 칠월 칠석 하늘이 참 높다
97세 어머니는 풋풋한 신부로 변신하셨겠지?
오늘 밤 어둠이 내리면 까마귀와 까치들이
오작교를 놓으면 선남선녀가 다리 양쪽에서 달려와
62년 만에 서로 부둥켜 포옹할
39세 아버지, 35세 어머니 행복하세요!
비 내리지 않고 달님이 방끗 웃어주면 좋겠다
나는 꽃시 직녀
오늘 밤 만날 견우를 기다린다
시인에게 독자는 견우이지
집 앞 중학교 도서관 <지혜의 샘>에서
나를 초대한 견우님들이 열세 명이나 된다네
견우님들과 함께 『꽃시』 이야기로 오늘 밤은 행복할 거야
세모시 한복 차림으로 가슴 설레며 8시가 되기를 기다리네
칠월 칠석
박경희
내가 먼저 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어 너 혼자 남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증이 일어나
나이 사십에 옆댕이서 젖 만져줄 놈 하나 없는데 코 골고 자는 모습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성질도 나고
내가 니 아비 먼저 보내놓고 사방의 온 병 끌어모아 이 고생인데
안 봐도 비디오여 나 가고 나면 가슴 쥐어짜고 살 텐데
내가 그 꼴을 저승 가서 어찌 보겠냐
아, 견우직녀도 매년 새 대가리 밟고 손모가지 붙잡는데
너도 아무 놈 손모가지라도 끌고 와 그래야 내가 편히 눈감어
온몸이 종합병원인데 너는 어찌 어미 맘을 모르냐
뭣 모르고 대가리 벗겨진 콩처럼 튈 궁리만 하고 앉아 있고
사는 게 별거 아니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니
너도 대가리 그만 굴리고 나가서 한 놈만 잡아 와 봐
그러면 어찌 아냐 저승 간 니 아비 새 대가리 밟고 와서 손잡고 예식장 들어가 줄지
까치
박태강
높은 나무 꼭지에 집을 짓고
비바람 태풍에도 견뎌 내는 기술
새끼 보호 안전하게
일 년에 한 번 낳는 새끼 사랑
너무나 지극하여 밤낮 지켜보며
암수 교대로 돌보는 자식 사랑
하얀 턱시도에 검은 외투
기쁜 소식 가져오고
예쁘지 않아도 멋있는 너
칠월 칠석 오작교 다리 놓아
견우직녀 건너게 하니
새 중에 길조로다
너의 재주 뛰어나고
깡충 깡충 앙증맞어
점잖치 않아도 멋있는 너
깍깍 깍깍 장단 맞춰
노래 노래 부르는 게
허어하고 허어하다
오작교 눈물
백원기
사십도 가까운 열기
뜨겁게 데우더니
밤새 식어 내리고
반가운 비가 마음 적신다
아침에 일어나
커다란 달력 숫자
유심히 바라보니
오늘이 칠석이구나
일 년씩이나 벌 받듯
떨어져 살던
견우와 직녀가
까마귀 까치가 만든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
눈물이 빗물 되어
달아오른 지구를 식히고
시원한 기쁨
선물하나 보다
칠석(七夕)
백원기
음력 칠월 초이렛날 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은하수 동쪽 견우와 서쪽 직녀가
어렵사리 만난다지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다
옥황상제께 노여움을 사고
일 년에 한 번
이 날밤 만난다지
까치와 까마귀가 날개를 펴
정성껏 만든 오작교에서
은하수를 건너와 눈물로 만난다지
더위도 줄고 장마도 거친 데다
잘 열린 호박 오이 참외 맛도 좋아
세상 사람 모두 이날을 기다린다지
견우와 직녀
서비아
끝이 없는 창공
7월 7석 하늘 아래
보고 싶은 사람
만나는 날 기다림
새 희망 가득 찬
일 년의 한번
그리운 사람
만남의 오작교
흔들림 없는 세월
누 각루에 언약
메아리
오늘도 간절한
바람이 되어
보배로운 자와
은하수 구슬을 꿰어
어디서든 달처럼 별처럼
우리 사랑 비추인다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가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하늘에서 뿌려대는 직녀의 눈물
서지월
일상의 우리들은 피어나는 꽃의 감사로 늘 평온하게 살아가지만 저 이국(異國) 같은 별리(別離)의 하늘나라 직녀는 무얼 싸안고 살아갈까요. 생각하면 그런 삼백예순 날의 직녀의 설움은 울음을 대는 강물과 같은 것, 특히 밤공기가 유난히 푸근하고 철철 넘쳐흐르는 은두레박 같은 달이 밝은 밤 직녀는 무얼 하겠어요. 우리는 평상(平床)에 누워 배를 드러내놓고 밤하늘 별을 보면서 천상(天上)의 그 많은 별들이 다 찬란히 빛나는 것인 줄로 알지만
자세히 보면 눈물 글썽이며 돋아나는 별 하나……, 저 별은 누구의 별일까요. 지상(地上)의 춘향이가 감당해 낸 업보보다도 더한, 베를 짜다가 원통하면 옥에 갇힌 춘향이처럼 설워 뿌려대는 정정(淨淨)한 눈물
그런 날의 우리들은 견우와 만난다는 칠석날을 고대하면서 마음 뻗는 가지마다 붉은 석류꽃을 피워대지만 춘향이 마음 같지 못할 거라구요. 직녀 마음 같지 못할 거라구요. 까마귀들이 윤이 나는 실한 다리를 놓아서 한(限) 풀어주려 할 때면 아무리 사악한 사람도 그날 밤은 마음 정갈히 해서 솟구치는 풀벌레 소리 소나타로 귀를 열며 축하의 메시지를 날려 보내지요
그런 하염없는 직녀의 눈물 속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간간한 소금기도 들어있어 반짝반짝 비쳐오며 우릴 인내하게 합니다. 요는 사랑이라는 거 없이는 못 살아가는 일이고 보면 그만큼 한 비정(非情)도 인간사 위의 별들이 더 잘 안다고
견우와 직녀
신주연
바람이 시원하다
견우와 직녀는 만나야 하고
토끼는 방아도 찧고
은하수에서는 우수수 별도 떨어지고
하얀 조각배도 타야 하는데
은하에 다리 놓아
깊은 강을 만나도
서로 손잡고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고
꽃구경도 가야 하는데
아뿔싸!
7월의 모든 계획이
산산조각 날까
애타는 마음에 여름밤이 익어간다
7월의 장마는 그치고
밝은 달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세월은 덧없어도
은하수 건너
사랑의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칠월칠석
신진련
솥에 밥물을 부으며 관세음보살
산 반 물 반인 절에서 왔다는 스님
길을 막고 있는 큰 바위를 치우려면
칠월칠석까지
집 안의 누런색은 잠시 부처님께 맡겨야 한다는 말에
흰죽거리마저 내어주고
밀가루 한 포대로 스무하루를 관세음보살
스님 다시 오신다는 날
치댄 반죽 홍두깨로 밀며
둥글게 펴지던 엄마
애호박 반달반달 썰고
붉은 고추 손가락 아리도록 다지며 관세음보살
멸치국물 끓는 소리
목탁 두드리는 소리로 들리는데
스님은 언제 오시나
지루한 하루처럼 육수는 땡중땡중 졸여지는데
마른 면에 칼자국 선명한
소금 간 하지 않아도 짜기만 한 칠월칠석
빌어먹을 관세음보살
견우직녀 – 여루우(如淚雨)
심재기
저 멀리 강 건너 사무치게 그리운 님
그리움 올올이 날줄 씨줄 엮어서
은하수 강물에 흘려 흘려 띄웠네
칠석날 기다리며 한숨으로 띄웠네
은하수 동별궁(東別宮)베를 짜는 그리운 님
삘리리삘리리 애틋한 정(情)을 실어서
은하수 강가에서 피토하듯 불었네
만날 날 기다리며 영혼으로 불었네
저 멀리(별리의) 강 건너 영원한 우리 사랑
은하수 동쪽에 독수리좌 별이 되고
은하수 서쪽 거문고자리 별이 되어
삘리리삘리리 여루우(如淚雨)로 내리네
오작교 사랑
양태문
별빛이 총총한 밤하늘에
물고기도 잠든 연못
저 건너 비치는 불빛은
젊은 부부가 오손도손 웃음꽃을 피우겠지
해마다 찾아드는 칠월칠석에
못다 이룬 애절한 사랑을
견우직녀 되어 만나자 하드니만
어느 가문에 시집가서 사는지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오작교를 놓는데
산 넘고 강을 건너 더디 오는가
사랑을 이고 오려니 무거워서 못 건너나
뒹굴던 뒷산에는 잔디만 누워
행여나 올까 봐 소나무는 졸고
거닐던 못 가에는 연꽃도 빛을 잃어
달님도 지쳤는지 숨어버린다
견우직녀와 같은 11월
오애숙
그리움 물결치는
11월의 중턱에 서니
흘러가고 있는 계절이
사무친 후회로 가득차
뒤 범벅이고 있어
봄날의 희망 속에
피어나던 오색 무지개
찬란하게 핀 꽃의 영광도
여울진 가을 들녘 뒤로
빛바랜 그림자 남기고
떠나가 버린 들녘
그리움 거센 물결로
스미어 오는 11월 중턱
소슬바람 결로 불현듯 피어
쓰나미로 다가와 후회란
빙점 심연 속에 남기고
향그러움 휘날리매
11월의 중턱 위에
걸터앉은 마음속에선
소리 크게 지르는 아쉬움
칠월칠석 견우직녀같이
짧게 느껴지는구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유순호
은하수 동쪽에 견우 신랑 별
은하수 서쪽은 직녀 신부 별
견우 신랑 직녀 신부 재혼하는 날
까마귀와 까치는 다리를 놓고
일 년에 단 한 번임을 만나서
못다 한 정 나누며 회포 푸는 날
은하수 건너는 오작교에서
밤새워 사랑 나눈 견우와 직녀
새벽이 오기 전에 이별하는 날
견우성 직녀성 사랑 나누면
사람들은 오작교 바라보면서
정안수 올리고 소원 비는 날
이별이 서러워 흘리는 눈물
더위에 흐르는 땀을 식히고
서늘한 바람 부는 칠월 칠석날
사랑의 가교
유응교
무성한 잎새들이
살랑이던 여름밤
저 깊고 푸른 하늘에
별들이 그토록 까마귀와 까치 떼
날아오르던 날
나는 몰랐었네
그들이 왜 그토록
은하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지를
그러나 이제 알겠네
소 치던 목동과
베 짜던 소녀의
애틋한 만남을 위하여
어깨 부비며 사랑의 다리를 만들던
아름다운 비상을
아
이제
그대와 나 사이에도
건너야 할 푸른 강이 있으니
날개를 접고 지상으로 내려와 주게
오늘도 푸른 달빛 넘실거리는
강나루에서
만날 수 없는 그대를 기다린다
이 밤도 은하수는 흐르고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안고
푸른 강물도 흐르는데
마침내 갑신년 정월 대보름
멀리서 까치들 날개 퍼덕이며
하강하는 소리 힘차게 들린다
칠석날
윤무중
오늘
하늘이 내리고
함께 온 햇살 때문에
여름 한 복판에 서 있네요
까만 밤 한 줄기 비온 후
은하수에
오작교를 놓았어요
님을 만나기 위해,
님이 떠났던 날,
칠석날, 어언 52년,
너무나 멀어서 못 오셨나요
가난을 떨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사랑했던 가족마저 이별하며
홀연히 길을 떠나셨지요
긴 강을 건너
비바람 눈보라 칠 때
님이 홀연히 떠나는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칠석 날
님이 오는 길목에서
반갑게 님을 맞으려 해요
오늘만은 별이 되고 싶네요
견우의 포효
윤의섭
숲속의 뻐꾸기 울음소리 그치고
흰 구름이 두둥실 그려지는 하늘에
여름내 목욕한 별이 뜨겠지
바람 타고 오려나
백마 타고 오려나
은하수 건네주는 오작교 놓고
견우와 직녀 격정의 만남
여름내 뜨거웠던 그리움의 연정
직녀의 가슴이
터지는 듯 부푼다
칠석의 별이 뜰 때
견우의 포효
만남의 기쁨이
사랑의 불꽃 되어
두리둥실 한 몸 되어
합창의 노래를 두둥실 부르련다
두 몸이 하나 되어
놓지 않을래!
두 몸이 하나 되어 놓지 않을래
견우와 직녀
윤의섭
푸른 하늘 은하수
장마 끝에 물이 줄어
오작교 높은 다리 견우가 건너오고
길삼 틀 적삼의
그리운 눈물 자국
직녀의 기다림이 한을 풀려느냐?
풀벌레 우는 소리
칠석을 기대하며
원한의 이별 시름이 얼마인고
다시 만난 감격은
눈물도 없고
말 못 한 서러움에 어깨만 흔들린다
짧은 만남으로
여름밤 보내기는
할 말이 너무 많아 밤을 새운다
또다시 헤어지는 비극의 소리
운명의 견우야
한 많은 직녀야
70년 해우(解憂)를 언제 풀려 하느냐?
신 칠석(新 七夕)
윤의섭
북두칠성 자루가 남쪽을 향하면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기 위해
오작교가 노인 다는 칠석이라네
소치는 목동의 기상이 뛰고
베 짜는 아가씨의 순정이 싸여
자연의 섭리로 사랑 맺기 하였네
일 년에 한 번만 만나는 기쁨
침묵에 결핍에 낭만을 터트리고
융합에 희열감에 횃불 같이 타오르네
그대들의 사랑을 축하하는 밤
견우직녀 눈물의 뜨거움이여
우주의 별똥처럼 휘날리거라
오작교
윤인애
그날은,
내가 이승으로 발령받은 날
열 달의 연수를 끝내고 첫 출근한 날
밤이슬 털고 일어서는 해의 발아래
삼일절 태극기가 휘날리고
가문 들녘에는 물오른 아지랑이 따라
청보리가 남실남실 발목까지 차올랐다고
어머니의 몸은 소행성의 바깥,
푸른 별이어서
우리는 별과 별 사이
탯줄을 드높게 쏘아 올리고
사랑의 말들을 통신했다네
나의 생일은 오작교
저승으로 이직하신 어머니와
은하수 통신을 하는 날
펄펄 끓는 미역국 한 그릇 받아먹으며
이 끝과 저 끝 사이 후드득 떨어지는
별똥별 받는 날
칠월 칠석날 밤
이문희
나무꾼과 선녀가 가슴 떨리게
만나는 칠석날입니다
진수성찬에 화문석(花紋席)
호사한 자리조차 마다하고
고구마 한 바가지에
싱건지 국물 함께 마시며
짚 먼지 가득 쌓인 둥지에
헐벗은 형제들 같이 섞이어
순정에 목이 말랐던 선녀는
가난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까치들 모여들어 오작교
다리놓고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일년 내내 가슴이 터질 듯
숱한 밤 기다림으로
눈물샘 조차 말라버린
나무꾼과 선녀는 지금
어디쯤 오고 있을가?
거친 가시밭 자갈길
땅 솔밭길 오다가 불타는
초조한 가슴 진정하지 못해
푸른 솔잎만 씹고 있을가?
건널 수 없는 은하수 저 건너
프란치스코 태풍 머문 자리에
한없이 그리운 눈물만
밤새 소낙비 되어 내렸습니다
칠월칠석 비
이영지
비비비
칠월칠석 하얗게 건너오며
별과 별 은하에서 별에 별
이으느라
하야안
목덜미 기인 골목길에
비비비
비비비
칠월칠석 서로를 건너오며
별과 별 은하 다리 비가 된
눈물 강에
길고긴 하얀 강에서 눈물비로
비비비
비비비
칠월칠석 하늘이 땅이 되려
땅에서 못다 이룬 별에 별
이으느라
되짚어 하늘 올라가 은하 강 강
비비비
칠월칠석
이옥봉
만나고 또 만나고 수없이 만나는데 무슨 걱정이랴
뜬구름 같은 우리네 이별과는 견줄 것도 아니라네
하늘에서 아침저녁 만나는 것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이라 호들갑을 떠네
칠월 칠석(七月 七夕)의 밤
이원문
며칠 전부터의 설레임
비 구름 오면 어떻게 하나
구수한 밀부침게 내음
마당에 깔리는 밤
해 넘기를 기다리며
오늘을 기다렸다
저어대는 보릿짚 연기
부엌에 솥뚜껑 여닫는 소리
노을지고 밤이되니
아는 별 북두칠성
먼 은하수 가물대고
누워 보는 저 많은 별
견우 직녀 어디에 있나
줄 긋는 별똥별 산 넘는 밤
쏟아진 별 가슴에 담아
꿈나라로 떠난다
칠석
이재봉
까마귀 떼가
푸드덕 하늘 높이 오르더니
밤새 칠석물이 내린다
빗소리에 잠이 안 와
밤새도록 뒤척이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일 년에 단 한 번 만나도
수억 광년 끊어지지 않는 저들 사이에는
시공간도 끌어당기는
사랑의 중력이 작용한 것이다
칠월 칠석
이재환
하루의 만남을 위해
그리워하며 애절하게
손꼽아 기다려온 날
발 동동 구르며
은하수 건너
오작교에서 손을 잡는다
아침부터
견우직녀의 뜨거운
포옹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오후가 되니
견우직녀 타고 갈
수레 세차비가 내리고
어둠이 내리고
내년을 기약하며
작별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슬픈 사랑
난 당신을 매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칠석을 기다리며
전병윤
1
칠석은 견우직녀가 상봉을 기다리는 날이다. 이날 지상의 까막까치는 한 마리도 볼 수 없다. 모두들 은하수에 모여 견우, 직녀가 건너갈 수 있도록 스스로의 몸으로 오작교를 놓았다. 그리하여 그들의 사랑이 밤새도록 은하로 흐르는 것을 나는 보았다. 별들도 해마다 한 번은 만나거늘 38선 이쪽 저쪽 혈육이 마음놓고 가지도 오지도 못한 60년 세월, 돌아오는 칠석엔 철조망을 걷고 오작교를 놓아야겠다
2
칠석엔 조상의 명복을 빌었다. 개울물에 목욕하면서 재앙과 병을 씻어 내는 수신제(水神祭)를 지냈고, 길쌈 솜씨 예쁘게 해달라고 별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 날 잇속이 고운 고모 앞엔 총각들의 눈이 모였다. 초승달도 재를 넘고 은하수도 기울면 할머니는 고모를 불러 세우고 웃음이 너무 헤프다고 했다. 고모의 웃음은 언제나 향기가 있고 따뜻했다. 웃음은 사람에게만 준 조물주의 선물이라지, 그래 웃음은 따뜻한 가슴의 선물이다. 나도 세상에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가슴의 선물을 주어야겠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정중규
그대 사랑 그리운만큼
소들은 살 오르고
그대 베틀 소리
얼마나 메아리져 닳았는가
이리도 짧은 만남 위에
그리도 긴 기다림
차라리 영겁을 못 만날
절망의 운명보다
더 절망스런 안타까움
그래도 단단한 반가움 안고서
한 마리 소 끌고 오늘도 가고
그대는 베 한 필 안고서 온다
직녀에게
차성우
천둥이 울다 가고 먹구름 지나간 자리
별빛을 따다가, 푸른 별빛을 따다가,
편지를 써서
견우가 입으실 고운 옷을 지어
은하수 건너실 때
옷깃에 넣어 보내오면
편지를 보오실 때 미소를 지으실까요
지닌 것 다 벗고 하늘빛만 남았을 때
청실홍실 엮어서 옷을 지어 드리면
어린 벗 손에 물든
봉숭아 빛처럼 웃으실까요.
직녀님!
은하수길 가실 때
견우에게 가실 때
까막까치 날아서, 노래하며 날아서
푸른 들길 하늘에 구름다리 지을 때
가슴이 떨리던가요
첫사랑처럼 떨리던가요
칠월 칠석(七月 七夕)
하영순
칠 월 칠 일 밤 신이 구름 커턴 쳐 주면
당신과 나
단둘이 만나기로 약속했었지
일 년 삼백육십오일
이 날을 기다리며 수 없이 흘린 눈물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실개천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물길이 이어지듯
우린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우주를 왕복하며
사랑의 교신을 주고받았지
우리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까막까치의 노고에 감사하며
당신과 나 반갑게 만나
온 인류의 화합과 사랑을 위에 기도하고
서로 만나 회포를 풀며 사랑합시다
설레는 마음으로 당신을 기다립니다
칠석
한용운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남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위의 직녀성은 되지 않겠어요 '네 네'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읍니다
이 말은 견우의 님을 그리우는 직녀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칠석을 어찌 기다리나 하는 동정의 저주였읍니다
이 말에는 나는 모란꽃에 취한 나비처럼 일생을 님의 키스에 바쁘게 지나겠다는 교만한 맹세가 숨어 있읍니다
아아 알 수 없는 것은 운명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맹세입니다
나의 머리가 당신의 팔 위에 도리질을 한 지가 칠석을 열 번이나 지나고 또 몇 번을 지내었읍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용서하고 불쌍히 여길 뿐이요 무슨 복수적 저주를 아니하였읍니다
그들은 밤마다 밤마다 은하수를 새에 두고 마주 건너다보며 이야기하고 놉니다
그들은 햇죽햇죽 웃는 은하수의 강 안에서 물을 한 줌씩 쥐어서 서로 던지고 다시 뉘우쳐 합니다
그들은 물에다 발을 잠그고 반비식이 누어서 서로 안 보는 체하고 무슨 노래를 부릅니다
그들은 갈닢으로 배를 만들고 그 배에다 무슨 글을 써서 물에 띄우고 입김으로 부러서 서로 보냅니다 그러고 서로 글을 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잠자코 있읍니다
그들은 돌아갈 때에는 서로 보고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아니 합니다
지금은 칠월칠석날 밤입니다.
그들은 난초 실로 주름을 접은 연꽃의 윗옷을 입었읍니다.
그들은 한 구슬에 일곱 빛 나는 계수나무 열매의 노리개를 찼읍니다.
키스의 술에 취할 것을 상상하는 그들의 뺨은 먼저 기쁨을 못이기는 자기의 열정에 취하여 반이나 붉었읍니다
그들은 오작교를 건너갈 때에 걸음을 멈추고 윗옷의 뒷자락을 검사합니다
그들은 오작교를 건너서 서로 포옹하는 동안에 눈물과 웃음의 순서를 잃더니 다시금 공경하는 얼굴을 보입니다
아아 알 수 없는 것은 운명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맹세입니다
나는 그들의 사랑이 표현인 것을 보았읍니다
진정한 사랑은 표현할 수가 없읍니다
그들은 나의 사랑을 볼 수는 없읍니다
사랑의 신성은 표현에 있지 않고 비밀에 있습니다
그들이 나를 하늘로 오라고 손짓을 한대도 나는 가지 않겠읍니다
지금은 칠월 칠석날 밤입니다
견우와 직녀
한현희
기나긴 세월을 견뎌
그대를 향해 가는 길이
왜 이리 서러울까
그 서러움 은하수에
보석처럼 흩뿌려진다
길을 잃을까
혹여나 몰라볼까
안타까움으로 가슴 조이며
베틀에 수를 놓아 길을 그려본다
연민과 사랑의 오작교에서
두 팔 벌려 환하게 웃어주니
그리웠던 그리움이
애절한 비가 되어 쏟아진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무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