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강경주 - 일출
강대실 – 일출
강신갑 – 해맞이
강원석 – 해가 지면 해가 뜬다
고형열 – 대청봉 일출
구순희 – 일출
김경렬 – 2008 일출
김경렬 – 정해년 일출
김경렬 – 추암의 일출
김국현 – 동해 일출
김길남 – 천왕봉 일출
김남복 – 정상의 일출
김내식 – 일출의 햇살처럼
김민철 – 설악 일출
김승동 – 청강정의 일출
김영남 – 앵강만 일출
김윤자 – 성산 일출봉
김윤자 – 창공의 일출
김재석 – 향일암 해돋이
김종구 – 일출
김종원 - 일출
김희영 – 일출
나상국 – 일출 그 희망의 나래
나태주 – 새해
나태주 – 새해 인사
류정숙 – 해맞이
명위식 - 일출
목필균 – 성산포에서
목필균 – 일몰과 일출 사이
문재학 – 해운대 일출
문태준 – 아침을 기리는 노래
문효치 – 대왕암 일출
민경대 – 7시 5분 서귀포 일출
박두진 – 해
박상률 – 죽일 년 살릴 년
박얼서 – 일출 새 아침은 맞으며
박얼서 – 일출 향일암(向日庵)에서
박철 - 일출
박태강 – 거진의 일출
박태강 – 황산의 일출
박희진 – 동해의 해돋이
백원기 – 오메가 일출
신경림 – 일출
신경림 – 철조망 너머의 해돋이
신형식 – 어머, 해가 뜨려나 봐요
신형식 – 해 볼만 해
심지향 - 일출
유일하 – 일출
윤덕명 – 평화의 일출 – 금강산
이생진 – 낮에서 밤으로
이세복 - 해맞이
이시명 – 강양항 일출
이시명 – 일출망원(日出望願)
이일영 – 해돋이
이종환 - 해돋이
이훈식 – 해돋이
임종봉 – 해돋이
임종봉 - 해맞이
장인성 – 신년 해돋이
전소영 – 해돋이
정민기 – 신축년의 일출
정숙자 – 일출
정은정 – 다대포에서(일출)
정재영 – 정동진 해돋이
제갈일현 – 일출
조향미 - 일출
최봄샘 – 해돋이
최풍성 – 동해의 해 오름
하영순 – 해돋이
한용운 - 일출
현상길 - 일출봉
홍은자 – 일출
황지우 – 비화하는 불새
황현중 – 일출
일출(日出)
강경주
어찌할 수 없이
뜨거운 너의 숨소리
돌아누워 봐도
피할 수 없는
너의 입맞춤
온몸이 잠에서 깨어
붉은 우주를 보듬다
일출
강대실
앞냇물에 세수하고
슬그-미 일어서며
보드-득 보드-득 물기 훔치는
열일곱 앳된 큰 애기
해맑은 얼굴
해맞이
강신갑
산과 하늘 맞닿은 곳
빨갛게 타는 구름
절벽 위 바람 자고
소나무 다소곳하다.
황황 웃는 얼굴
어스름 사르고
들녘에 빛 뿌려
까치 떼 마을로 난다.
새날 솟는 힘
산사의 염원
정화수 사발에도
홍조 어린다
해가 지면 해가 뜬다
강원석
태양처럼
뜨거웠던 어제가 있어
석양처럼
찬란한 오늘을 품는다
노을 앞에 슬퍼 마라
해가 져야 해가 뜬다
또 다른 꿈을 위해
별처럼 살아가자
다가올 어린 날들이여
너를 위해 나는 더 빛난다
대청봉 일출
고형렬
언제 다시 설악처럼 해맞이를 할 수 있을까
세월은 광음 같아 잊지 않고 다짐해서 찾아온
바닷물에 광명을 뿌리는 아침이 오늘을 여는 눈부심
언제나 끝은 영겁 속으로 사라질 수 있기를
찬란한 밤별로 빛날 수 있기를
오호이오이, 오호이오이 끝없는 세상
가도 가도 닳지 않는 연화장 세계, 그리운 넝쿨이여
높고 푸르고 희고 검고 공한 하늘
고적하고 크고 멀고 깊은 산협
바람 불어 물결치는 해부처의 바다를 강이라 부르며
어둠과 바람, 물살을 가르며 헤쳐갈 날
우리 천년을 저 동해 찾으리니, 그대 하루하루 눈부시라
가슴 아린 첫 아침햇살 속의 너를 보듬으며
저는 언제 다시 혼자 찾아와 눈뜰 수 있을까
일출
구순희
경포대 동쪽 하늘에 걸려 있다
신성한 몸일 때 잃어버린
새빨간 머리띠
출렁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어른이 다 되어 물구나무서는 바다
바다가 머리띠를 잡으려 하자
부화 직전의 계란, 실핏줄 툭툭 터진다
이슬이 비치고
쑥 빠져나오는 시뻘건 불덩어리
하늘 끝에 깊은 동굴이 생겼다
하룻밤 풋정 빠져나간 자리
선명한 구멍 깊숙이 따뜻한 불빛이,
산후의 안식이 찾아왔다
2008 일출
김경렬
여명의 붉은 기운 온 누리 깨우고
바다를 일으켜 격랑으로 2008을 여니
천년의 웅지를 담아서 저 벌판에 뿌리리
정해년 일출
김경렬
파도는 촛대바위 품으로 뛰어들고
여명의 동해 바다 그리움 토하네
환상의 빛이 발하니 내 소원 빌었네
황금빛 불덩이 가슴으로 안으니
일출 속 내 그림자 태백준령 걸터앉고
사나이 굳은 웅지는 동해를 일으킨다
추암의 일출
김경렬
능파대 비단 물결 촛대바위 애달프다
교훈 담은 전설은 뉘의 사연일까
찾아온 내 걸음도 하루를 기원하노라
형제바위 다소곳이 두런두런 애기하면
물결도 기쁜 양 울렁울렁 춤추고
성황당 새벽별 웃고 내 형제 화목 기리네
떨고 있는 해송 가지 손짓으로 나래 펴고
수줍은 하루는 여명 열어 빛을 토하면
손 모은 나그네 소원 하나 걸어 둔다
오백 년 능파대에 한명회로 오르니
추암에 걸어둔 깃발 높이 들고
세상사 얽힌 실타래 가슴에 끌어 안으리
동해 일출
김국현
선홍빛 수평선 걸친 입술로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정열 태우는 생의 모습으로
우렁차게 솟아오르고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짓밟고
지치지 않고 뛰는 맥박 소리가
천지를 깨우며 일어나 역사를 쓰는
찬란한 문을 열고
음침한 골짜기에서 스러 저가는
세상을 향해 꾸짖고 있다
대가 없이, 보상도 없이
보이지 않는 빛의 모양으로
광활한 우주를 밝혀주는
놀라운 사랑을 부르짖고 있다
오늘도 핏줄기 세우며
욕망의 늪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삶의 모습을 향해
파도는 쉼 없이 부서지며 깨지고 있었다
천왕봉 일출
김길남
산은 물 따라 흐르고
물은 산 따라 흐른다
천년 만년 하루 같이
굽이굽이 돌고 돌아
창조 이래 지켜 온
고고한 침묵 속에
산은 거기 살고 있었고
산 위에 오르자니 능선은 아직
구름 안개 이불 삼아
깊은 수면에 취해 있고
봉우리들은 부산하게
뽀얀 구름 커튼 위로 얼굴을 내 밀고
눈부시도록 힘차게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고 있더군요
정상의 일출
김남복
당신을 만나러 가기 위해 나서려 하니
벌써 모든 것이 들떠있답니다
당신을 찾고 싶은 오늘 같이 특별한 날
그런 심정으로 당신을 찾아 나서려 할 뿐입니다
새벽이 지나는군요
더 날이 새기 전에
당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렵니다
오늘만은 당신과 함께 하여야겠기에
당신에게 저절로 향하는 발걸음
이 거세게 부는 바람도 막지는 못하는
새벽잠에 눈을 비비면서도 찾아보고 싶었던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이제야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그리웠던 그대
눈 덮인 산을 오르려 입김을 호호 불며
고요 속에 잠긴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어둠과 바람과 숲속을 지나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새로운 해의 일출을 기다리는 이들
옹기종기 까치발로 기다리는 펭귄 한 무리
일출의 햇살처럼
김내식
새벽별이 희미해지며
수평선의 오징어 배 집어등이
육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짧은 순간
짙어지는 어두움에
멀리 수평선 먹구름 속
희끄무레함이 출렁거리다
묵직한 태양이 초침처럼
솟아오른다
늘 바라보는 태양이지만
언 땅에서 치솟는
새싹을 보듯
몸 안의 실핏줄이 팽창하며
가늘게 떨려온다
부모의 사랑으로
이 땅에 왔고
대자연의 품 안에서
햇볕의 사랑으로 살아가다
대지의 품에 안기는 나의 몸
사랑의 핵임을 실감한다
은혜로운 사랑의 나날들을
초조할 것 없는 날들을
마른 입술을 추겨가며
힘들게 살아온 육 갑자 인생
이제는 제발
누구도 탓하지 말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나를 탓하며
은총과 사랑으로 뭉쳐진 삶을
헛되지 않게
살아서 숨 쉬는 그날까지
불우한 이웃을 사랑하고
시답지 않게 여기던 풀벌레도
동등한 생명으로 존중하며
태양이 전해주는 사랑의 핵을
에너지로 분해하여
어둠을 밝히며 퍼져오는
일출의 햇살처럼
세상을 향한 사랑의 빛으로
내 작은 시심의 심지에
불을 댕기자
설악 일출
김민철
덧칠한
까만 화판을 긁어내며
먼동을 밝히는 붉은 광채
꿈틀꿈틀 운무의 마법 융단 위로
뜨거운 설레임의 찰나
웅장한 불덩어리
늘 있는 일이지만
늘 새로운
꽉 찬 배부름을 보라!
펼쳐진 능선의 물결따라
가로 누운 꿈들을 일으키며
두 손을 모은
간절한 염원의 푸른 산맥
새벽의 대청봉은 오색단풍이다.
놀란 동공의 환희가
멈춤 없이
벅찬 가슴의 울렁거림으로
설악의 멀미를 앓고 있다
청강정의 일출
김승동
밤새 진통을 거듭하던 바다가
가늘게 숨을 고르고
해무가 낮게 춤을 추면서
엷은 비단을 풀어놓는다
수평선 가득 팽팽한 긴장이 일더니
갈매기 서툰 입질에 그만 툭 터진 바다
눈부신 불덩이 하나 받아내고
온통 선혈이 낭자하다
앵강만 일출
김영남
파도가 내게 들어와
꽉 조인 나사를 하나씩 빼내기 시작한다
빼서 멀리 던져버리고 구석마다 기름을 칠해준다
생각도 잘 돌아가 난 금세 명랑해지고
고맙다고
앵강만 한번 쓰다듬어 본다
밤늦게까지 민박집에서 함께 놀다가
새벽녘 다랑논에 나가
모내기하는 앵강만을
데려와 씻겨 벗겨 눕혀 본다
그러면 곧 거친 숨 몰아쉬고
뒤척뒤척하다가
날 음탕하게 깨워놓기도 하고
철부덕철부덕하는 소리들 창밖에다 쌓기도 하고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아침 일찍 앵강만에게
내 친구 한 명을 더 소개시켜 주겠다고 약속해 본다
그랬더니 그녀가 얼굴을 갑자기 붉혀온다
그녀 부끄러움으로
바다도, 다랭이마을도 먼 훗날까지 행복해지고
성산 일출봉
김윤자
그곳에 도착한 것은 자정에 가까운 밤
이방인을 위해 마련된 숙소에서
창문 밖으로 바라본 그는
캄캄한 하늘을 쪼개는 육중함으로
벌써, 새벽 일출의 장엄함을 짐작케 했다.
거대한 분화구는
깊은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우렁우렁 바다의 산통을 다독이다가
제주의 영주 십경 중
제 일경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으로
어둠을 사르고, 구름을 가르고
동해의 붉은 아이를
축복의 빛덩이를 받아 올린다.
비단 숨결로 걸어 오르는 빛줄기
우도를 깨우고, 한라산을 깨우고
말을 타지 않고도 하루에 천리를 달리며
활을 쏘지 않고도 적장의 투구를 벗긴다는
별장바위는, 그 찬란한 정기로
오롯한 가슴팍에도 나무를 키우며
일출봉 굼부리 오름 목에서 팔만 평 분지를 지킨다
창공의 일출
김윤자
남태평양, 타스만 해협은
온통 붉은 산통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빛을 낳고 있다.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을 출발한
콴타즈 호주 항공이
시드니 공항을 향하여 날아가며
비경을 덤으로 선사한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로키산 줄기 한 도막을 넘는 듯한
설산, 날카로운 설봉이 이어지더니
바다가 보일 때
창공은 태양을 건져 올린다.
기내 조식이 나오고
부드러운 거품으로 입안을 감도는
백포도주, 알싸한 향기
나는 눈부신 햇살을 먹고 있다.
운해 설경, 저 고운 솜털 이불이 있어
알몸으로 나온 해는
고독을 잠재우고, 당찬 몸매로 일어선다
향일암 해돋이
김재석
세존도 너머
진흙소 낳으려
아랫도리에 힘을 주는
바다
몸을 둥글게 오므려
쇠뿔과 꼬리,
다리를 숨기는
진흙소
산고의 바다
밤잠을 설치며
진흙소를 기다리는
관음전 동백꽃들
물방울 하나
묻히지 않고
자궁을 벗어나는
진흙소
낼개없는 진흙소
벌떡 일어나
허공에 몸을 띄우니
합장하는 보리암
진흙소 낳느라
진이 빠진 바다
기운을 북독아 주는
관음보살
일출
김종구
잠 덜 깬
하늘의 아들이
산자락에 벌건 눈 비비고
막 일어나 앉아 있다
건드리면
으앙, 울어버릴 것 같아
바람조차도 숨죽이고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다
일출
김종원
기나긴 어두운 밤
한기 드는 시간들로
애타는 초목들은
글썽글썽 눈물을 단다
반백 년 그리움이 붉디붉게 사무치다가
봇물 터지듯 밀려오는 아침이면
조각배는 참 짓궂어라
가만가만 다가가서
수평선을 또 들춘다.
화들짝 놀란 순정
하늘 끝까지 홍조를 띄면
부끄러운 갈매기 한 쌍 새롭게 깃을 치고
쇳물 부어 놓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저 정열 덩어리
수평선에 걸터앉아 온 누리를 밝힌다
와아 와아 님이 와,
민초들의 사연들이 넘실넘실 몰려와
하얗게 웃으면
귀밑까지 물드는
빠알간 하늘
일출
김희영
도도하게 타오르는 불덩이는
생명처럼 새 해 새날 새 아침을 열어준다
어제의 성난 파도는 여명의 빛 아래 잠잠히
순한 양 같이 유순하며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많은 아픔을 다독이고
아침 햇빛 찬란하다.
겨울 한가운데의 모랫길은 발바닥을
간지럼 태우고 손에 손잡고
수평선 위로 떠오른 태양에
양의 해 소망을 걸어본다
침묵하며 인내한 만큼의 화해와 덕담을 담아서
일출 그 희망의 나래
나상국
긴 밤은 사위어 가고
이슬 젖은 풀잎 위로
데구루루 하늘이
미끄럼을 탄다
산새들 졸음에 겨운 눈으로
마르지 않은 눈곱을 떼며
기지개를 개키면
멀리 물결 일렁이는
안개에 가려진
수평선 어디쯤
양수 터진 자궁을 벌려
오랜 산통 끝에
옥동자를 출산한다
새해
나태주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너는 어린 것
다만 안쓰럽고 가여운 아이
그런 마음을 위해
어린 장미는 피어나고
아버지도 있고 딸도 있을 것임
문득 세상이 새롭게 밝아온다
새해 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해맞이
류정숙
바다는 내 고향
넓은 날개 활짝 펴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구나
네 앞에 서면
온갖 시름 썰물 되고
저 멀리 수평선에
금가루 번쩍이는
저녁놀이 곱구나
일출(日出)
명위식
또 다른 시작은 설렌다
밤새 수런거리며 뒤척이다
참아 견디지 못하고
바다는 하늘 향해
불덩이를 토해놓는다
하루의 출발은 경이롭다
숨 가쁜 또 다른 순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어디론가 달려가야 하는
바다와 하늘 사이
수많은 시간의 인연
제 몸 부딪쳐 멍이 들어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여
이제 그대와 나
이글거리는 저 태양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늘 바다가 만나는
아스라이 먼 저 경계선을 향하여
흉흉한 파도를 넘어 달려가야 한다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푸른 빛 저 바다여
속 깊음이 좋아서 그대를 찾는다
젊음이 좋아서 그대를 찾는다
쉬이 맘 바꾸지 않고
경솔하지 않은 바다
때로는 큰 호통으로
기어이 살아내야 한다고
때로는 아주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저처럼 넉넉히 나이 들어가야 한다고
쉼 없이 쉼 없이
마음을 토닥이며 어루만진다
성산포에서
목필균
들깨알 같은 모래밭에서
올려다보면
일출봉은 까마득하게
계단으로 길을 내고 있다
올라설수록
시퍼렇게 깊어지는 바다
파도 소리도 여전하고
자지러지는 포말도 여전하고
매운 바람도 여전한데
일출봉으로 올라서는
발걸음만 무디어지는 나이
내려가기 위해
올라서는 발자국 위에
떠오르는 하루가
숨가쁘다
일몰과 일출 사이
목필균
해가 떠오름도
달이 떠오름도 시간 속에 있다
일출과 일몰 사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분주한 발걸음이
대부분 지갑 여는 일에
지갑 닫는 일에 매달려 있다지만
일몰이 오고야
일출을 기다리며
어둠을 밝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살아본 사람만이 그 일을 알고
그 일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 사람을 아는데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속에
대부분 가려진
간절한 수고가 있다
일몰과 일출 사이
어둠이 있기에 밝음이 있는데
어찌 세상살이에 곤란만이 있을까?
해운대 일출
문재학
하늘 문을 여는 찬란한 태양
엘시티 백층 마천루로 떠오르며
설레임의 하루
새 희망의 빛을 뿌리고
짜릿한 전율로 밀려오는
삶의 희열(喜悅)은
빌딩숲사이로 부서지는
황금빛 햇살로 녹아들었다.
철썩 쏴아 철썩 쏴아
그 옛날 추억을 반추(反芻)하는
해수욕장의 힘찬 파도의 숨소리는
사박사박 발걸음마다
감미로운 리듬으로 흐르고
동백섬 주위를 날고 있는
백구(白鷗)도
은빛 날갯짓으로
눈부신 삶을 구가하고 있었다
아침을 기리는 노래
문태준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 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통의 물을 길어 오네
풀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건널목, 1월 혹은 3월 혹은 9월 혹은 눈송이, 첫 번째,분수와 광장,
거울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는 만남
당신이라는 귀
당신이라는 열쇠
대왕암 일출
문효치
새롭게 태어날
추억과 사랑을 위해
허파의 한가운데쯤
제단을 쌓았다
막 솟아오르는 해
네 제단에 입히고
어깨에서 잠자던
새들 새들 새들
일제히 깨어나
비상을 한다
둥둥둥둥
바다는 북을 친다
7시 5분 서귀포 일출
민경대
해가 뜨는 모습은 참으로 한 줄의 글로는 표현할 수 없고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모습
혜성 펠리는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우주의 신비는 나의 가슴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리틀 프랑스의 낡은 테이브로리가
아침 해의 모서리를 헤집고 들어가
오늘 일출의 모습은 못 볼 것 같기도 하는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가을 낙엽 속에 바싹 탄다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죽일 년 살릴 년
박상률
이 년 가니 저 년 오는 세밑 저녁
앉은뱅이책상 앞에 쭈그려 앉아
헌 수첩 전화번호 새 수첩에 옮겨 적는다
해마다 갖는 나만의 송구영신 의식으로
전호번호부 개정판을 내는 것이다
이 사람은 금년에 연락한 일 한 번도 없었지
내년에도 전화할 일 없을 테니 헌 수첩에서 죽이고
이 사람은 자주 연락해서 전화번호 외울 판이지만
내년에도 또 전화할 일 있을지 모르니 새 수첩에 살리고
묵은해니 새해니 따질 것도 없는 살림이지만
구년 가고 신년 오는 그 사이
죽일 년 살릴 년 운명을 가르는 나의 연례행사
일출 새 아침을 맞으며
박얼서
하늘은 절대로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보아라
불타오르는 저 신념을
먹구름 속에서도
우리에게 여명이지 않은 날 없었나니
단 하루도
오늘이지 않은 날 없었나니
폭풍우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여명이지 않은 날 없었나니
일출 향일암(向日庵)에서
박얼서
불타오르는 일념 하나
먹구름 속을 허겁지겁 헤집고 나와
오늘을 둥둥 열고 있다
수억만 년 동안 늘 첫날로서
단 한 번도 속이지 않은 신념
벌겋게 요동치는 맥박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붉은 심장의 살점이다
여기가 고립무원의 돌섬이라 한들
어찌 저 팔팔한 여명의 기운이
내리지 않으랴! 거부도 못 하리라
섭리밖에 놓인 존재는 없었다
별과 달 세상천지 만물까지도
어둠의 점령군으로
노도(怒濤)를 달래는 찬란한 너의 눈빛
감히 마주할 수 없어라
삼라만상을 지휘하는 함성
창조주의 숨결이시라
숨죽이며, 숨죽이며
나부끼는 저 물빛 그 광속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는 중이다
일출
박철
새벽에 일어나 원고를 보는데
아내의 얼굴이 어둡다
이 시집 상 받으면 장모 줌세
아내의 얼굴이 환해지며
부엌으로 간다
거진의 일출
박태강
어둠이 꿈쩍않고 깔려있는
바다는 유령처럼 다가와
찰싹찰싹 돌 만지는 소리
저 멀리 회색빛 수평선 위에
어둠이 서서히 벗겨지고
검은 배들의 모습이 하나 둘
눈으로 들어오고
여전히 깜박깜박 불 밝히는
등대는 저만치 비켜 서 있다
회색빛 바다가
주황색으로 변하여 가고
바다 끝은 수많은 물고시
무리가 모여 흔들리더니
붉은 해가
밀려 올라온다
반쪽 또 조금 조금 온쪽
드디어 붉은 쟁반 같은 해가
고기들에 밀려 올라온다
고기들은 쾌재를 부르며
춤 추드니
조용히 제 갈 길로 간다
밀려나온 해는
점점 자라 붉은 거울처럼
하늘로 하늘로
서서히 흰 빛으로
세상을 밝힌다
황산의 일출
박태강
깊이 잠든 대지에
물인가 뭍인가
저 멀리 희미하게
하늘 끝이 열리고
희미한 색상은
점점 분홍빛 주황으로
영토를 넓히더니
붉은 토마토 같은
둥근 쟁반 같이
솟아오르는 해
신비하고 거룩하다
산은 드디어 잠에서 깨어
장엄한 모습으로
삶의 기를 편다
나무는 푸르름과
곳곳의 은색 기암은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제 본래의 기를 살린다
기암 앞에 기암이요
기암 뒤에 기암이니
좌도 기암이요
우도 기암이니
천지가 기암이요
황홀 속에 기암이라
동해의 해돋이
박희진
암담하던 죽음의 오뇌에서 이젠 각각으로
소생하는 바다의 빛깔을 본다, 동트기 전
바닷가 모래 이에 단좌한 나는, 향기롭고나
바다의 실바람이, 내 꿈꾸는 살결을 스치는.
멀리 수평선에 신비를 한아름 안고 부푼
돛폭이 나타난다. 엄지만한 것이 차츰 들창만한
크기로 밝아오자 한결 고조된 기대를 억누르는
바다의 숨결이여. 삼엄한 고요 속에
드디어 해가, 천 길 수심에 씻기운 모습을
유유히 드러낸다. 만상에 번져가는 광명의 기쁨.
바다 위엔 황금의 기왓장이 깔렸고나.
날 오라고, 그냥 맨발로 밟고 오라고,
이 무량광명의 길로. 옛날 의상이
칠일 칠야 만에 보던 걸 너도 볼는지 모른다고
오메가 일출
백원기
해가 뜬다 붉은 해가 뜬다
묵은해는 지고 새해가 뜬다
저 머나먼 바닷가
광활한 바다 수평선 너머에
가슴 벅찬 오메가 해가 뜬다
그리스 알파벳 끝 자 모양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리스도의 오심
새 시대 구원의 역사라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
이글거리는 황금빛 찬란한 태양
희망찬 미래, 오메가로 뜬다
일출
신경림
어둠을 밀어 올리며 두 어깨 밀어 올리며
바다 위에 산 위에 공장 지붕 위에
해는 뜨고 헐떡이면서 해는 뜨고
파도에 실려 바람에 실려
솔나무에 전나무에 가시나무에
모래밭에 골목길에 벽돌담 헌 누더기에
햇빛은 부딪치고 엉겨붙고 매달리면서
외쳐댄다 잊지 말라 잊지 말라고
간밤의 어둠을 지겹던 고통을 잊지 말라고
어둠을 쫓으면서 발을 굴러 쫓으면서
피멍 든 부르튼 손 서로 깍지 끼고
해는 솟아 아우성으로 해는 솟아
울음에 실려 노래에 실려
빈 들판 비린 어물전 번잡한 거리를
공사장 자전거포 젖은 뱃전을
햇빛은 끌어안고 어루만지고 볼 비비고
외쳐댄다 잊지 말라 잊지 말라고
치욕의 나날 부끄럼의 역사를 잊지 말라고
어둠을 몰아내면서 몸부림으로 몰아내면서
까치 떼 갈매기 떼 참새 떼 더불어 둘레 짜고
해는 뜨고 눈물에 젖어 해는 뜨고
철조망 너머의 해돋이 - 속초에서
신경림
해도 하늘도 철조망에 갇혔다
푸른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도
철조망에 갇혔다
아니 우리가 철조망에 갇혀
바다를 뚫고 솟아오르는
붉은 해를 본다
그렇구나
분단이 갈라놓은 것은
땅과 사람만이 아니로구나
해와 하늘마저, 바다와 파도 소리마저
우리로부터 갈라놓았구나
우리 가슴속에까지 철조망을 쳐서
그것 너머로 세상을 보게 하는구나
어머, 해가 뜨려나 봐요
신형식
누군가는 진통을 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환호를 준비하는
참으로 정체가 모호한 세상
저 너머를 넘어
어머, 해가 뜨려나 봐요
어머니, 해가 뜨려나 봐요
해 볼만 해
신형식
해볼 만하다고,
이번에는 정말 해 볼만하다고
엉덩이가 들썩들썩 유체이탈을 시도하는
그 절묘한 산란의 타이밍에
쌍화차에 계란노른자 덤으로
퐁당 던져넣으면
매번이 첫경험 같아
밤을 지샌 부끄러움이 미끈하게
목구멍을 통과하는 순간
웃는 듯 우는 듯
뜨겁게 해탈하는 고백,
해 볼만 해
궁금하다
내 유전자는 일출다방에 죽치는
아주 오랜 단골이 아니었는지
일출(日出)
심지향
새벽
남모르게
태양을 잉태한
깊은 바다
붉은 휘장
온 하늘 펼치고
용솟음 치는 산고(産苦) 속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태양을 낳는다
새벽 갈매기
불붙은 바다에서
환희로 타오르고
선잠 깬 아이
놀란 눈빛으로
바다에 빠진 해를 건진다
일출
유일하
새 떼들의 깃을 감싸듯
아슬아슬한 새벽하늘
정 하나로 맺은 인연 때문일까
죽음을 무릅쓰고 먼 길을 날아왔다
따다닥 거리며 하늘을 쪼아대는
우리는 철새 가창오리 일명 떠돌이 새
선두오리와 회유하며 빠끔 올린 하늘
붉은 구름 사이로 아른거리는 널 본다
넓은 창공 아래는 지친 인간들의 잠자리가
왠지 서글퍼 보일 때가 잦다
앙탈 부리며 꽥꽥거려도 우린 자유다
같은 희망과 두려운 꿈을 갖고 있다는 것
인간과 다를 바가 없지만, 빛이 있고 없고는
우리만의 감각적인 삶이다
숨을 곳도, 떠날 곳도, 없는 창공
이리저리 유영해도 둥근 쳇바퀴 속
떠나가는 별빛 따라 마냥 날갯짓만이 살길이다
캄캄한 슬픔 앞에 뼛속까지 스미는 일출이여!
냉가슴 포옹해줄 따스한 짝이 그리워라
너처럼 벌겋게 사랑할 그런 짝을 다오
이 몸 으스러져 모든 걸 바칠 짝이여
관용의 자비로서 나의 품으로 와주오
아스라한 살얼음 같은 공포를 녹여주고
명랑한 얼굴 풍채로 고상하게 와주오
암울한 미래가 아닌 태양처럼 일어선 세상으로
좌절당한 실현의 고초가 아닌 아늑한 무인도에서
한정된 수명이 되더라도 주둥이 쉴 때까지
저 일출이 변해 광명의 뜨거움이 식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가오
평화의 일출 – 금강산
윤덕명
새벽을 일깨웠던 닭울을 소리
삼백예순다섯 계단을 오른 뒤
곡절 많은 사연 아로새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다
희망을 가득 품은 병술년의 해
검푸른 동해의 물결을 헤치며
두둥실 밝은 모습 드러내면서
평화통일의 꿈을 안겨 주련다
해맞이 서두르는 분주한 발길
일출은 싱그럽게 다가오는 것
일몰은 언제나 미련을 몰고와
오고 가는 세월 일상이 좋은가
평상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대는 항시 같은 걸음걸이로
처음과 나중이 여일하면 좋아
중용의 길을 가는 달인들이다
가장 심오한 진리라고 하는 것
그것은 심히도 간단 명료하여
극히 상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평범 속에 비범 깃드는 것이다
햇살이 자연스럽게 퍼져가듯이
겨레의 숙원인 조국의 통일도
서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면서
차근차근 화하여 가는 데 있다
낮에서 밤으로
이생진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해맞이
이세복
혹한 바람에 발가벗은 겨울
살이 에일듯한 따가움이 파고든다
심연에 을씨년스럽게 쌓인 아픔과
짓누르던 걱정거리들
하나씩 정리되길 바란다
내 인생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 있었던가
손가락으로 꼽아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신축년 새해 맞아 좋은 날을 꿈꾸며
그 희망을 가꾸고 지켜가는 것이
숙명이라면 그리하리라
고뇌에서 인고의 삶을 배우고
사랑에서 용서를 베푸는
고달픈 삶도 쓰디쓴 보약 같으리..
주어진 삶이 살을 깎는 아픔 일지라도
삭혀야지만 익어갈 테니
그 어떤 난관에도 미소지으리라
최선을 다해야 할 중년
열심히 살며 야물게 익어가고 싶다
강양항 일출(日出)
이시명
보라!
장막(帳膜)을 뚫고, 온누리를 밝히는 해오름
장엄하게 용틀임하며, 승천(昇天)하는 용(龍)
서럽도록 눈부신 혁룡(爀龍)의 저 붉은 눈을
금빛 융단(絨緞) 수놓은 광야(廣野)
감홍(甘紅)빛, 노을 휘장(揮帳) 속을
전설의 새처럼,
유유히 선회하는 갈매기의 선군무(仙群舞)
아!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검지 가락의 신기(神技)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여
일출망원(日出望願)
이시명
저 신령(神靈)스러운
옥구신령(鈺球神鈴) 아해를
한 번, 회품어 볼 수 있다면
이내 몸,
자궁 없는 수컷일지언정
하늘 눈(目) 속이고
자연법 거슬러서라도
장천랑(長天郞) 낭군님과
밀회정사(密會情事)를
운우지락경(雲雨之樂境)에
혼신(渾身)을 불사른 후,
덜커렁
회임(懷姙)하야
장막(帳幕)을 헤치고
눈부신 저 해오름둥이
둥시렁
한 번, 낳아나 보올세라
난산경(難産境)에
혹여,
절명(絶命)하게 될지라도
해돋이
이일영
시간이 멈출 듯이 산의 이마 붉어온다
정념을 향해 날린 큐피드의 불화살처럼
그리움 이전의 언어
활 활 타는 저 불길
해돋이
이종환
새벽 동녘에
알몸 불덩어리로
치솟아 오릅니다
거대한 빛
온누리에 가득
영광의 탄생 입니다
비할것없는
위대한 탄생
감격의 탄생입니다
오! 해돋이의 감격이어라
* 동해시 추암해수욕장 해돋이 전망대에서
해돋이
이훈식
밤새
애무에 시달리던
마비된 열병이
하늘 그 언저리
가장 나약한 곳을 뚫었다
탄생은 언제나
원초적 오르가니즘
호흡이 뜨겁고
뜨거운 입김이 사방에 물이든다
살아 있는 생명의 환희다
하늘이 열리고
모든 것이 시작이다
해돋이
임종봉
여명의 바다를 품은
여인의 간절한 기도가
산고의 새벽을 맞이합니다
태동의 숨결 넘실대는
물결의 울림 속으로
매운바람 가르는 갈매기
힘차게 날아오르고
진홍빛 사해가 열린
미래의 척도에서
저마다의 꿈이 날갯짓하는
목마른 새벽입니다
심해의 지층 흔들며
눈부시게 떠오르는 태양은
어제 못다 이룬 님의 꿈이요
오늘을 안고 갈 내일의 희망입니다
해맞이
임종봉
석양의 하늘이
진홍빛으로 붉게 물들 때
여인의 간절한 기도는
바다를 품고
산고의 새벽을 맞이합니다
여명의 저편 너머로
눈부시게 떠오르는 태양은
어제 못다 이룬 님의 꿈이요
오늘을 안고 갈 님의 희망입니다
태동의 숨결이 넘실거리는 곳
새벽 향기를 품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갈매기
저마다
미래의 척도로 다가올
꿈의 향연으로
다시 날갯짓하는 새벽입니다
신년 해돋이
장인성
태산이 갈라지고
화산이 솟구치듯
을미년 초하루의 태양
양산 머리 솔밭 사이로
머리 내밀고 잘도 나온다
거참
생긴 이목구비 하고는
총명 지혜롭게 잘도 생겼네
나라 사랑하고 풍년들기를
너만 믿노라
해돋이
전소영
그대가 검푸른 물결로 띄워준
비린 바다를 안아 올렸다.
하늘 멀리 어둠을 헤치고
학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솟아 날 수 없는
잠겨 있는 시간의 문을 열고
가뭄 타는 벌판 보다 깊이
갈라진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포란 지송학 (胞卵枝松鶴)
명고 지란금 (明高枝卵金)
학 한 마리 송림에 둥지를 틀고
깃을 내려 알을 품을 때
나는 불덩이에 달구어져 아물지 않은
상처를 찢어내고
둥지 가득 넘치도록
겨드랑이로 산 보다 큰 알을밀어 올리며
바다보다 푸르게 흐르는 선혈을 채웠다
어린 것들 배를 불리는 어미 새는
흔들리는 가지에 앉아서도
바다를 향해 부를 너의 이름을 찾았다
시린 뼈마디 마디
문신을 새기듯 부리로 쪼며
신축년의 일출
정민기
꼬리지느러미로 추진력을 가동하려
박차를 가하던 물고기 한 마리
정작 한눈팔다 방어도 못 하고
J자형 갈고리 끝에 달린 미끼
덥석 물고 만다
맛이라도 있으면 그 인생 바다처럼
푸르기라도 할까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
헤엄치느라 고단한 몸 결국
하늘 갑판 올려지고 있으나 운명이라고
내내 펄쩍거리는 춤사위 보이며
서녘에서 노는 구름 철새 쪽 향하는
신축년의 일출
일출
정숙자
지고
다시 떠도
순결한 여인
파도는
끝도 없이
굽이치는 휴전선
다대포에서(일출)
정은정
바다 내음 물씬 코를 찌르는 곳
붉은 망토 등에 지고
달려오는 파도 보며
물속에서 붉은 해 한 놈
낚아 올린다
아! 오늘 아침도 월척이다
정동진 해돋이
정재영
징징징
크낙한 불덩이를 띄워 올리는
징소리를 듣는가.
불덩이를 삼키려
푸른 혀를 내두르는
청룡의 할딱이는 숨소리르
듣는가.
눈으론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동진 해돋이.
눈요기 아닌
귀동냥을 위해
나는 여기 왔거니
일출
제갈일현
숨조차 멎어 버릴
암흑의 바다를 열고
불덩이 같은
해야 솟아라
모든 근심 걱정
한 번에 삼켜 버릴
불덩이 같은
해야 솟아라
젖먹이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들까지
가슴 속에 품은
열정을 닮아
세상 구석구석
환하게 비춰줄
불덩이 같은
해야 솟아라
일출
조향미
두근두근 상기된 하늘
바다는 마침내
둥글고 빛나는 알 하나를 낳았네
저 광대무변
태초 이래 어김없는 새벽마다
이 붉은 알은 태어나고 태언나
삼라만상 찬란히 부화하였구나
해돋이
최봄샘
끈적끈적 피부에 번진
하룻밤 흔적 지우며
잘 포장된 음모(陰謀)
겨드랑이에 숨긴 채
흑암의 자식들 젖은 몸 구부려
떨고 있구나
밤새 허연 이빨 깨물며
이 세상 모든 먹물 다 마시느라
허공을 쥐어뜯으며 뒤틀리던 바다는
지금 옥동자를 낳는다
동해의 해 오름
최풍성
밤을 달려
정동진에서
해를 맞는다
만지고 싶은
선홍색의 노른자위 닮아
융기된 수평선 헤치고
솟아오른다
피어나는 부신 햇살
염원을 받아 안고
가까이로 아름 되게 커진 채
동해 위에
붉은 그늘 드리우며
떠오른다
해돋이
하영순
하얗게 쏟아 버린
순결의 빛
새벽을 열고
캄캄한 어둠 속
불덩이 하나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늘에 가려 시린 가슴
빨갛게 목 타는
침묵을 깨고
세월의 모퉁이에
빛으로 다가선 그대
우주를 안을 넓은 가슴으로
일출
한용운
어머님의 품과 같이
대지를 잠재우던 어둠의 장막이
동으로부터 서으로
서으로부터 다시 알지 못하는 곳으로 점점 자취를 감춘다
하늘에 비낀 연분홍의 구름은
그를 환영하는 선녀의 치마는 아니다.
가늘게 춤추는 바다 물결은
고요한 가운데 음악을 조절하면서
붉은 구름에 반영되었다
물인지 하늘인지
자연의 예술인지 인생의 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가운데로
솟아오르는 햇님의 얼굴은
거룩도 하고 감사도 하다
그는 숭엄. 신비. 자애의 화신(化身)이다.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는 나는
어느 찰나에 햇님의 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데서인지 우는 꾸꾸기 소리가
건너 산에 반향된다
일출봉
현상길
나의 별은
닿을 수 없는 우주
저 편에 사는 줄 알았습니다
유채꽃 유성처럼 흩뿌리던 봄밤
샛바람에 떨구던 당신의 눈물이
지상에서 가장 빛나는
나의 별임을 알기까지
나만의 수평선은
이를 수 없는 섬나라
끝 간 데 펼쳐진 줄 알았습니다
눈물의 유년을 헤쳐 온 아침
폭풍의 끝에 눈부시던 당신의 어깨가
지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나의 수평선임을 알 때까지
일출(日出)
홍은자
수평선 너머부터 세상을 올라타고 있다.
알몸 드러낸 붉은 살덩이서 번져가는 핏물
전이 된 영혼이 황홀에 빨려 들고 있다.
나는 것들은 타서 죽었는지 흔적이 없고
천리 앞 테라칸 백리 앞으로 오르니
출렁이던 무리 항복으로 길게 누워버린다.
장엄하고 웅대함에 푸르던 서슬도 헤 풀어져
식은 땀 안개처럼 분사하며 열혈로 떠받히는 군상.
세상을 품고 억겁의 세월 어둠 환히 밝혀주며
붉은 깨달음 오늘을 새 희망으로 열게 하니
목줄까지 차오른 탄성, 여명 속에
예제서 심장 터지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들려온다
비화하는 불새
황지우
나는 그 불 속에서 울부짖었다.
살려 달라고
살고 싶다고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불 속에서 죽지 못하고 나는 울었다.
참을 수 없는 것
무릎 꿇을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을 나는
인정했다.
나는 파드득 날개 쳤다.
명부에 날개를 부딪치며 나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너지겠다고 약속했다.
잿더미로 떨어지면서
잿더미 속에서
다시는 살로 태어나지 말자고
부서지는 질그릇으로
날개를 접으며 나는
새벽 바다를 향해
날고 싶은 아침 나라로
머리를 눕혔다.
일출을 몇 시간 앞둔 높은 창을 향해
일출
황현중
바람이 지휘하는
새벽 교향곡
갈매기 떼 날갯짓
푸른 종소리
먼바다 두둥실
불타는 심장
밤새 달군 얼굴
부챗살 미소
파도 치는 북소리에
음표마다 두근두근
붉은 꼬리 흔들며
그네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