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리
강선옥 – 봄의 소리
강은혜 – 봄의 소리
고은영 – 봄의 소리
김금자 – 봄 소리
김길남 – 봄의 소리
김말란 – 봄의 소리
김수잔 – 봄이 오는 소리
김창범 – 봄의 소리
남시호 – 봄 소리
배인안 – 봄의 소리
서복길 – 봄 소리 엿듣다
송정숙 – 봄의 소리
염인덕 – 봄의 소리
오애숙 – 봄의 소리
오철수 – 봄의 소리
유창섭 – 봄의 소리
윤영초 – 봄의 소리
이길옥 – 봄의 소리
이남일 – 봄의 소리
이세송 – 봄의 소리
이종숙 – 봄 소리
장진순 – 봄의 소리
정란희 – 봄이 오는 소리
하성용 – 봄의 소리
봄의 소리
강선옥
1
사르륵 사르륵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소리는
녹아드는 겨울의 자락을 떨쳐내려는 듯
휘휘 저어 돌아가는 물소리가 열심이다.
사각거리는 나뭇잎 밑에서는
아마도 한창 단장 준비를 하리라
곰슬거리는 흙을 밀어 올리려고
밤이고 낮이고 토닥토닥
시냇가에 버들강아지가
잠이 덜 깨인 듯 부스스 눈을 부비고
아롱거리는 아지랑이는 기지개를 켜는
먼 산모롱이 돌아가는 산 그림자
2
절집 둘레를 울타리 삼아
개나리가 노랗게 입을 벌리고
파란 잎이 꽃을 옹호 하듯 푸르고
따스한 양지에 쪼그리고 앉아
땅에서 올라오는 싹의 기운을 본다.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산과
연분홍 진달래를 따다 입에다 대고
상큼한 봄나물을 바구니 가득 담아
망아지가 뛰듯 들판을 달리던 때
감실감실 산허리를 도는 아지랑이
밭에 심어 놓은 채소들의 움트는 소리
우물가에 방망이질에 열심인 아낙들
봄의 소리는 그렇게 산골짜기에 온다
봄의 소리
강은혜
자꾸만 부른다
점점 커져서
지금은 외침이다
온 대지가
바람이 났나 보다
아무나 부르는 것 보면
봄의 소리
고은영
흰 눈이 듬성듬성 얼어 있던
유년의 산자락에
삶을 위해 사랑을 위해
환희와 행복을 위해
고고하게 피어있던 노오란 수선화
그 짙은 향기로 여울지던 기억도
추억의 한 장으로 남은
빛바랜 조각이다
이 어둠의 꼬치에서
빛을 향하여 고개를 돌리면
겨울은 세월의 바깥으로 소멸하고
냉기를 앓던 내 가슴에도
부어오른 심장에도 설렘의 밀물로
야금야금 물오르는 소리 소리
봄의 소리
곽문연
창문 두드리는
네 손
푸르게 열리는 하늘
햇살 한무리
놀라며
쏟아져 내리는 언덕
잡힐듯 잡히지 않는
웃음소리 따라
어디든
내려앉고 싶은
내 마음
봄 소리
김금자
빗소리가 톡톡 가슴을 두드리는 아침
심장이 둥둥 봄을 부른다
가슴 움츠린 동토에서 깃털을 뽑아
숨죽인 날개에 평온이 스미면
매화 가지에서 풀죽은 감성을 찾아
밋밋한 가슴에 수채화를 그린다
이미 아지랑이 피는 언덕에 올라
개나리 진달래 피는 봄을 노래하고
코로나 핍박에서
평화와 희망을 한 아름 꺽어든 행복으로
한들한들 유채꽃을 기다린다
꽃 가슴 타고 춤추는 그 길에
마스크에 숨은 시원한 미소를 그리며
촉촉한 입맞춤 같은 봄비
사랑 한 모금 마신 매화가
팝콘처럼 피어난다.
봄의 소리
김길남
해마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이 땅 위 뿐 만이 아니라
당신과 나의 가슴에도
분명
봄은 맑은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속적인 부담감에 눌려
그만
봄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세상 틈바구니에 끼어
하루를 건네다 보면
봄의 아름다움이
미워지기도 하고
보채는 봄의 소리가
더욱
성가시게도 여겨집니다
언제고 하루
봄을 마시러 가자던 우리
잔잔히 흐르는 강물위에
재롱 떠는 봄을 대하고 보니
그만 홀로이
여울 소리로 변하려 합니다
이제 당신의 가슴에
봄을 심으려는
간절한 그것 때문에
씨앗을 고르고
호미를 찾는 중이랍니다
봄의 소리
김말란
들리시나요
가만히 귀 기울여 보아요
꽃봉오리 터지듯
웃음으로 다가오는 봄의 소리를
들리시나요
고단함이 두 어깨 짓누를 때
편히 쉬어가라며
살랑이는 봄바람 소리를
들리시나요
산뜻한 향기 발하며
그대에게 어여쁜 꽃이 되고파
설렘에 콩닥이는 심장 소리를
봄이 오는 소리
김수잔
언 땅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거부해도
메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전해오는
3월의 순한 바람에 봄이 오는 소리
그대는 들리는가!
얕아지는 얼음 밑을 졸졸 흐르는 개울물도
쏟아대는 햇살에 유난히 반짝이고
살랑살랑 눈웃음 버들강아지
그대는 보이는가!
침묵하던 대지도 순한 바람결에
꿈틀 꿈틀 억센 땅 헤집고 깨어나는
봄의 기운 저 활기찬 기운을
그대는 느끼는가!
철벽같은 내 마음 겨울도
이제, 만물이 깨어나는데
저 건너 아지랑이 손짓하는데
이젠, 두꺼운 이불을 박차리라.
머지않아 하늘 높이 새들의 노랫가락
아름다운 교향악이 펄쳐질 테고
환희로 채워질 지구상에는
올봄도 찬란하게 오고 있는데
그대, 들리고, 보이고, 느끼는지요
봄의 소리
김창범
누가 재가 되었다고 했는가
부러져 말라버린 나뭇가지가 되었다고 했는가
모래틈에서 터진 민들레 꽃잎 속에서
명주실같이 감기는 물소리가 되어
아 누구에게나
숨 넘어갈 듯이 달려오는 것
꽃들이 흐드러지게 웃어 댄다고 모르겠느냐
바람들이 수선을 떨며 쏘다닌다고
누가 잊어버리겠느냐
생각해서야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다
고함쳐야 들리는 것은 더욱 아니다
모두 모두 떠나고 만 봄날
길고 긴 낮잠 속에서도
자꾸만 흔들리며 밀리며 일어나는
저 수많은 소리
봄 소리
남시호
옛날 옛적에
가슴만 너른 이 땅은 얼마나 많은
마음과 마음을 썼네
옛날 그 옛날 부터
이 땅은 마음을 모아 모아
늠름한 산을 세웠네
이 땅이 산을 우뚝 세우듯
우리들의 삭막한 겨울 심장에
얄궂은 봄을 세워보자꾸나
봄의 소리
배인안
봄의 포근한 햇살에
음지쪽 산들도 푸르게
싹 틔워 살찌우고
얼어붙었던 마음도
새로운 삶의 생기에
조금씩 녹아드니
바위틈 이끼들도 고개
내밀어 봄을 반긴다
모여든 골짜기 흐르는
물소리가
아름다운 메아리로 봄을
부르니 산새들 날아들어
보금자리 함께 행복을 누리네
봄 소리 엿듣다
서복길
산이 들이
하품하며 지지 개를 피니
대지 숨 고르는 소리
봄이 오고 있다
싱그런 봄바람
흔들어 깨우는 소리
제 세상 만났으니
이제 살맛 나는가 보다
아지랑이 꽃 피어
파릇파릇 물오르는 소리
오색 향연의 축제
한창 준비 중이겠지
생기에
봄 터지는 소리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가만 귀 기울여
봄, 너의 소리 엿듣는다
봄 소리
송정숙
길잡이가 아름답구나
달리는 자동차 불빛도
정겹다
창을 여니
바람이 예전 같지 않네
친구야 내가 왔다
봄의 소리
염인덕
두터운 옷 버서 던지고
사뿐사뿐 해님 마중 나온 여인
향기를 가슴으로 품어 안는다
강물소리와 들녘은 긴 잠에서 깨어
사랑 찾아 행복을 찾아
바람을 타고 화사하게 달려온다
마음은 바람에 흔들고
몸은 구름 타듯이
활짝 웃으며 봄 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한송이 꽃이 되어
행복한 미소 지어 보며 살포시 눈을 감아
따듯한 봄바람에 젖어 본다
봄의 소리
오애숙
봄비가 내리고있다
꽃가지에 내리는 소리
새 생명의 움트는 소리
겨우내 말라붙었던
계곡에서도 봄비 속에
졸졸졸 시냇물 흐를 때
살랑살랑 제세상이라고
송사리도 꼬릴 흔들어
봄의 소릴 알린다
사윈들녘 봄비로
푸른 물결 만든 새동산
금빛햇살 버무린 들판에
도란도란 새싹 행진으로
발맞추는 소리 가득 채워
사랑을 불러들인다
벌과 나비가 새봄 속에
사랑의 파티 여는 소리
나풀나풀 위-잉
봄의 소리
오철수
햇살 고운 창가에서
봄의 소리가 들려온다.
실낱같이 가는 바람
마른 가지 보듬는 소리
언 땅 밑에 은둔해 있던 수선화
꽃대 밀어 올리는 소리
겨우내 붉게 타오르던 동백
하나, 둘, 낙화하는 소리
이제사 봄인가 싶어진다.
내일, 모레쯤엔
울 넘어 이웃에서
목련 봉오리 터지는 소리도
들려오려나,
봄의 소리
유창섭
바람 불 때마다
추위에 잉잉 울던 가지 끝
비에 젖어
소곤거리는 소리 들리는가
얼었던 개울
돌돌돌 소리내어 이제야 웃고
길 옆에 눌어 붙었던
말들이 녹아 내리는데
너는 어디 있느냐
겨우내 얼었던 이야기
들어야 할
너는 어디 있느냐
이 빗 속에서
시내도 바위도 산 조차도
움직여 나와 손 흔들고 있는데
산 허리 암벽 껴안고 잇던
공명이 흘러 내리고
숱한 비밀들이 땅을 밀고
손 치켜드는
엄청난 생명의 소리 들리는가
봄의 소리
윤영초
굽이치는 골짜기
잔설(殘雪)이 눕고
찬바람 속에서도
선명한 빛으로
들리는 새순의 노래
귓볼을 간지럽힌다
쪽빛 바다
하얀 거품일어
겹겹이 쌓인 차거움
봄빛 휘감아
앞서가는 봄 기운으로
힘차게 출렁이고
긴 동면에 기지개는
아지랑이 인사로
보내는 아쉬움 보다
환희의 빛으로
춤을 춘다
봄의 소리
이길옥
귀가 밝으면
우린
세상의 모든 소릴 들을 수 있다
태양의 웃음을 받아
새싹을 부르고 있는
바람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
서툰 비상을 시도하는
첫 나들이의 나비 날개에 묻어나는
기쁨의 환호
자운영꽃을 밟고
하늘을 걷어 오르는
아지랑이 발걸음 소리
동면(冬眠)의 창을 뜯고
물을 물어 깨는
개구리의
꽈리 부는 소리에
나는 마냥 붙들리고 있다
유독
봄의 귀틀엔
여러 소리들이 어울려
즐거운 음악으로 빗질 되며
귀에 잡힌다
봄의 소리
이남일
봄 길을 걷는데
발소리가 무슨 소용이랴.
봄비가 내리는데
빗소리가 무슨 소용이랴.
하지만 알 수 없어라.
발자국 소리에 가슴이 설레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봄이 오는데
가슴에 손을 얹고
그토록
봄의 소리를 기다리는 것은
봄의 소리
이세송
찬바람 살을 예며 머물던 계곡
들쑥날쑥 바위 봉우리 하늘 다듬고
겹겹의 흰 구름 쉬어 가는 팔공산 자락
기러기 한 무리 꺼이 까르륵
떠나는 삭풍과 이별 노래 부르며 산 너머 날고
산승 은 암자에 머물며
가부좌하고 마음 비워 시비를 소멸하니
처마 밑 풍경 봄의 소리 들려주며
음미 吟味한 생각을 누설치 말라 하네
봄 소리
이종숙
1
바람이 불어요 감은 눈을 떠봐요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조용히 가슴을 열어 보아요
못다 한 이야기가 들려요
나만 그런가요, 저 멀리서 그대 소리가 들려요
날 사랑한다고,
점점 큰소리로 들려요
안절부절 허둥대고 눈을 뜨면
얼어 있던 순간들이 봄비처럼 녹아내리고
차오르는 봄볕 속으로 조금씩 다르게
그대에게 달려가요
2
바람이 불어요 가만히 눈을 감아 보아요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조용히 귀를 열어 보아요
익숙했던 소리가 들려요
나만 그런가요, 저 멀리서 그대 소리가 들려요
그대 잊지 말라고
점점 큰 소리로 들려요
허공에 떠다니는 햇살을 뭉쳐서
그대 가슴에 불 짚어요
참았던 눈물이 분수처럼 흘러 내리고
차오르는 봄볕 소리가 조금씩 다르게
그대 나에게로 달려와요
봄의 소리
장진순
그대 들었는가,
향연의 소식을
우리 가보자 들판으로
뾰족뾰족 파란
카펫 펼쳐놓고
잔치가 시작되었구나!
한 아름 꽃다발 안고,
지금 유치원 신입생 같은
새싹들
축하해 주어야겠다.
봄이 오는 소리
정란희
개울물이 웃으며 지나가고
개구리가 뛰쳐나와 데이트하고
오솔길을 걸으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대와 손을 잡을 생각에 웃음이 나고
같이 걸을 길에서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봄의 소리를 들으며 나란히 걸을 그대 생각에
얼굴에 홍조가 일어나고 심장이 담장을 넘어갑니다
전생 못다 한 사랑을 지금 이 순간순간마다 다림질하며
이생에 그 희미해진 추억을 찾아 지금도 열심히 달려갑니다
봄의 소리
하성용
따사로움이 물씬 풍기는 바람에
앞산 너머로 겨울은 달아나고
나물 캐는 아낙내의 손끝에서
포근한 햇살이 바구니 가득 가득
꽃봉오리 뽀아얗게 속살 내보이며
눈 녹는 시냇물 향연에
버들강아지 잠을 깨운다
밭갈이 배우는 어린 소 곁에서
측은하게 바라보는 어미 소의 눈길은
한해를 준비하는 농부의 땀 구르는 소리에
한파는 기어이 남아
칼바람에 흩날리는 눈발로
꽃샘하며 심술을 부리지만
봄의 전령은
오던 걸음을 주춤거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