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 2
여관구 – 봄바람
염경희 - 봄바람아
오보영 – 봄바람
오보영 – 봄바람에게
오승한 – 봄바람
오승희 – 봄바람
오애숙 – 봄바람 내게 와 웃음꽃 피던 날
오애숙 - 봄바람에 설빛 스러져도(우매(愚昧)한 자)
오애숙 – 봄바람의 연가
오애숙 – 살랑이는 봄바람에
옥윤정 – 봄바람
용혜원 – 봄바람
용혜원 – 봄바람 부는 날
원영애 – 봄바람의 연가
유승희 – 봄바람에
유영서 – 봄바람
유일하 – 봄바람
유필이 – 봄바람에 내 사랑도
윤갑수 – 봄바람
윤득모 – 봄바람
윤무중 – 봄바람아
윤의섭 – 춘풍(春風)
윤인규 – 봄바람
이국헌 - 봄바람 불었다
이길선 – 봄바람 되어
이길옥 – 봄바람
이도연 – 봄바람의 밀어
이도연 – 봄바람 치맛바람
이둘임 – 봄바람
이명희 – 봄바람
이문조 – 봄바람
이민숙 – 봄바람
이성복 – 삼월의 바람은
이영균 – 봄바람
이영지 – 봄바람
이옥순 – 봄바람 부는 날
이옥순 – 우리들의 봄바람
이외수 – 봄의 바람에
이원문 – 봄바람
이원문 – 봄바람 언덕
이유리 – 봄바람
이은봉 – 봄바람, 은여우
이인혁 - 봄바람이 불던 날
이재봉 – 봄바람
이재환 – 봄바람
이점순 – 봄바람
이정옥 – 봄바람, 우편함에 넣어두고 간다
이지영 – 봄바람
임석순 – 싱숭생숭 봄바람
임숙희 – 불어라 봄바람
임영준 – 봄바람
임영준 – 봄바람아
임영준 – 봄바람에 마냥
임주영 – 봄바람은 오고 있다
임준재 – 봄바람
임현호 – 거면산에 분 봄바람을 이고
장수남 – 봄바람
장영수 – 봄바람 화첩들
전근표 – 봄바람
전병철 – 봄바람
전영애 – 봄바람 타고 오시려나
정끝별 – 봄 늦바람
정민기 - 누락된 봄바람
정민기 – 봄바람
정민기 – 봄바람 부는 날
정민기 - 봄바람의 마음을 뒤적거린다
정상만 – 봄바람
정세훈 – 봄바람
정아지 – 봄바람 전설
정연복 – 봄바람
정연복 – 봄바람에게
정연옥 – 봄바람
정옥령 – 봄바람
정용로 – 봄바람
정은희 – 봄바람
정재삼 – 손등에 노니는 봄바람
정종명 – 봄바람
정종명 – 봄바람은 부는데
정찬경 – 봄바람
정태중 – 봄바람 불어오거든
정형균 – 봄바람의 유혹
조서연 – 봄바람
조한직 – 봄바람
주응규 – 봄바람
지동근 – 봄바람
차성우 – 봄바람
천상병 – 봄바람
최범영 – 봄바람
최영복 – 봄바람처럼 오십니다
최영호 – 봄바람
최영희 – 봄바람
최해춘 – 봄바람
추영탑 - 봄바람에 여름 바람을 섞었더니
함민복 – 봄바람 불어오면
허호석 – 봄바람
홍금자 – 봄바람
홍대복 – 춘풍(春風)
홍해리 – 봄바람
홍해리 – 봄바람 속에
홍희표 – 봄바람에게
봄바람
여관구
냉방에 전기장판을
꽂아 놓은 것처럼
찬바람 속에
따스한 햇살 가닥을 깔아놓은 듯
조금만 움직여도 등이 촉촉함을 느낀다
피부에 스치는
바람의 날카로움도 무디어지고
찬물에 따뜻한 물이 밀고 들어오듯이
봄은 겨울을 밀어내느라
안간힘을 쓴다
햇살 가닥을
깔아놓은 듯한 바람은
내임인 듯 봄을 안고
내 품으로 파고든다
봄바람아
염경희
솔솔 부는 봄바람아
꽃 소식은 어디만큼 왔니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는
밤새도록 초록을 깨웠어
솔솔 부는 봄바람아
꽃이 피면 사랑임도 오시겠지
솔솔 부는 봄바람아
살랑살랑 꽃비가 내리면
사랑임과 솜사탕을 먹고 싶어
오색 꽃 엮어 꽃 우산 만들어 쓰고
솜사탕 닮은 이팝나무꽃 한 아름 안고서
장미꽃 밀애를 할 거거든
봄바람
오보영
1
먼 여정 길
여기저기 여러 곳을 둘러보아도
이런저런 모두를 만나보아도
여기만 한 곳
너만 한 존재를
쉬이 찾지를 못했단다
언제나 변함없는 맘으로
날 반겨주고
한결같은 맘
진솔한 모습으로
날 이해해주는
너만 한 친구를
이제껏
제대로 만나보질 못했으니
이제부터라도
네게
좀 더 보드랍게 다가가서
널 좀 따사하게 북돋우어주고
네가 화사한 모습으로 모두를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2
은연중에 맘 시리게 하고
옷깃 여미게 하던
어제의 네 모습은 멀어져 가고
봄볕 불러 살폿 오늘
다가온 너는
보드라운 입김 뿜어
뽀뽀해주며
서운해하던 내 마음을
달래주누나
3
발그레진 님의 볼
어루만져주려고
어서
봄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서둘러 왔다오
멈칫대는 찬 기운
등 떠밀고서
기다리는 님 곁으로
내달려 왔다오
4
꽃 주위로
바람
몰려들기에
꽃이 좋아 내달려 온
바람 맘인가 했더니
스치고 간 바람결 잊지를 못해
잠시 들러 얼굴 좀 간지러달라는
몸 흔들어 꽃향기 좀 뿌려달라는
꽃잎
간절한 애원이었네
바람 향한
꽃잎
연정이었네
5
이름 걸고
때맞추어
불어오는 건
봄을 찾는
마음들
북돋워주기 위함이라
돋아나는 새싹들
보듬어주고
움터나는 새순에
힘을 보태어
초록 줄기
싱싱히 뻗어나가고
초록 잎새
산뜻이 색감 더하여
푸르른 숲
온전히
채워가라고
정성껏
숲 식구들
토닥이는 거란다
6
이 봄처럼
늘
보드라운
바람결만
불어오면 좋겠다
이 봄처럼
늘
훈훈한
기운만
감싸 돌면 좋겠다
이 봄처럼
늘
환한
소식만
실어다 주면 좋겠다
봄바람에게
오보영
1
제발 살살 좀 보듬어다오
이제 겨우 막
굳은 껍질 헤집고 나와
아직 덜 차오른 봄기운에
제대로 적응 못해 헤매고 있는데
단단한 나뭇가지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그렇게 세게 불어와
마구 흔들어대면 어쩌누
만사 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 내고 있다는 거 알고는 있다만
세상은
모든 걸 다 너에게 맞추어줄 만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단다
그러니
네 양에 덜 찬다고 해도
너무 네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여러모로 미숙한 여린 새싹들도 생각해서
좀 부드럽게 다가와 주렴
2
너로 인해
내가
다소나마 흔들리는 건
결코
내가
연약해서가 아니란다
제 욕심만 채우며 그저
무책임하게 불어대는
네게서
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함이란다
때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너 때문에
내가
괜히
몸도 마음도
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란다
봄바람
오승한
흔들어 깨워 놓고
가버리는 바람이면
깨어나지 않을 겁니다
흔들어 떨구고 갈
바람이면
피지도 않을 겁니다
시들지 않는
꽃이 되어 꿈길에
피우겠습니다
나비가 되어
꿈길에 오면
꽃잎 활짝 벌려
맞으렵니다
봄바람
오승희
네 몸 어디에
색을 품고 있었을까
길마다 마중 나온
노오란 꽃각시의
한들거리는 호객행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아름다움 앞에서
약해지는 여린 감정은
춘삼월 꽃바람으로
마냥 설렌다
봄날은
포주가 되어 가는데
황홀한 그대 품속을
벗어날 수가 없구나
빈털터리가 되어 가는데도
봄바람 내게 와 웃음꽃 피던 날
오애숙
봄바람 불 때면 꽃향기 내게 와
겨우내 숨죽이던 맘 던져버리고
나는 또다시 네게로 향하고 있다
한 땐 물결치는 이별의 아픔으로
널 외면하려던 마음에 나 스스로
울타리 쳐 나를 방어하려 했었지
허나 세월 바람 어느새 날 밀어서
예까지 왔노라 웃음꽃 피우는 봄
푸른 물결에 녹아 평온 노래하고
지난날들 잊고서 새롭게 새봄 속
다시 태어나자 손 내밀고 오기에
욕심 버리고 푸른빛으로 눈뜨나
봄바람 내게 와 웃음꽃 피울 때
어느새 또다시 네게 향하는 맘
풋풋한 첫사랑의 향기롬 피누나
봄바람에 설빛 스러져도(우매(愚昧)한 자)
오애숙
잔망스럼 넘어
오만 가지 사기 행각
설빛에 녹아내리련만
그저
양가죽 뒤집어쓴
모양새로 지고지순한 척하네
결국 타작마당에
널브러지다 바람에 날리거나
아궁이 불속에 들어갈 쭉정이련만
희희낙락
눈 감고 아옹 하듯
꿩이 되어 설빛에 몸 가리려 든다
봄바람 불면
설빛도 스러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알고도 배 째라는 것인가
미움도 질투도
그 모든 것 눈 세상 속에 이 눈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라 진리의 깃발 휘날리건만
봄바람의 연가
오애숙
봄바람 살랑살랑
춘삼월 속 삶의 향기
불날 기대 하렵니다
아, 봄비가 내리고나면
만개한 꽃 핍진하겠지요
벚꽃 향그러움 휘날리는
춘삼월이라 싶은데요
곧 꽃샘바람 불겠지만
때가 되면 주도권 잡고서
피어나는 꽃 봄 향기 속에
휘파람 불겠다 싶습니다
봄인 듯이 아닌 듯하나
곧 신바람 불 날만 올 테니
푸른 꿈의 시어 낚아채어
휘날리시길 기대합니다
봄날의 꽃 향그러움 속
달콤하고도 상큼한 향이
알록달록 자기만의 색채
벙그르 싱그르 미소하면
그대의 마음속에서도
싱글벙글 솨랄라 솨랄라
행복 바이러스로 휘날려
기쁨 꽃 피어나길 바래요
봄바람 살랑 사알랑-
춘삼월 속 삶의 향그롬
휘날려 주길 손 모아요
살랑이는 봄바람에
오애숙
살랑이는 봄바람
화~사한 꽃물결
잎새 사이 흔들어
뜨락에 흩날리면
보랏빛 라일락꽃
살며시 눈을 드는
그대의 향그러운
옛 추억의 그림자
돌아올 수 없는 날
가버린 날들이지만
봄바람에 살짝 여는
추억이라는 향그럼
봄바람
옥윤정
봄바람
속삭임에 홀라당 넘어간다
연분홍 꽃잎 덩달아 춤을 춘다
목적지가 어딘 인지
여인네 살랑이는 치맛자락에
살포시 내려앉아
얼굴은 볼그레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꽃잎을 하늘에 뛰어
꽃길을 만들며
오라 손짓하는 바람
황홀한 풍경에 배시시
바라보는 마음도 같이 살랑거린다
봄
봄은 설레임
봄바람
용혜원
생기 가득한 봄바람은
초록 빛깔 가슴 가득 안고 와
온 땅에 뿌려놓는다
포근함이 가득한 봄바람은
꽃망울 가슴 가득 안고 와
꽃들이 활짝 웃게 만든다
그리움이 가득한 봄바람은
사랑을 한아름 안고 와
사람들의 마음에 쏟아놓는다
봄바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사랑을 찾는다
봄바람은 그리움을 쏟아놓고
너의 눈동자를 보고 싶게 한다
봄바람 부는 날
용혜원
겨울의 끝마디에서 불던
소스리 바람은 떠나가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잎이 터져
꽃향기 가슴에
물씬 풍겨오면
여인의 옷고름을
풀고픈 봄날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환장하도록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피 끓는 사랑을 하고픈
봄날이다
봄바람의 연가
원영애
바람이나 되어
아가씨 머리칼이나 흩트릴까
가끔씩 가시나 옷자락이나 들쳐 볼까
파도나 일으켜
해초나 전복 해삼 건져 올려
청실홍실 엮어
고운님 품은 주안상에나 올려볼까
심술도 부려봤다
고운 짓도 해봤다
바람은 봄을 안고
댓돌 위
꽃고무신 신방을 기웃거리네
봄바람에
유승희
온 누리에
꽃들의 잔치
야단법석 난리가 났어요
꽃 내에 취해
팽그르르 멀미가 나요
게염 많은 바람
소소소 스쳐 가면
도거리로 하야니 날려
꽃눈 개비 나풀대며
단춤을 춰요
흐벅지게 물씬 익어가는 봄
꾀송꾀송 꼬여대는 손짓에
새 차비로 맞이하는 봄 인양
겨우내
단단히 빗장 걸었던 마음 고름
이를 어째
냅다 풀어헤친 봄바람에
문 박차고 겅정겅정 달음질쳐 내빼요
봄바람
유영서
잎새 피우며
꽃망울 터트리며
울적한 내 마음 깊은 곳에도
어여쁜 춤사위로 사뿐사뿐 불더라
거친 들에도
돌쩌귀 밑에서도
후미진 산골짝에서도
너의 손길 닿는 곳마다
태동하는 숨소리 들리더라
떠났던 길 다시 돌아와
눈부신 햇살 끌고 가며
기막힌 사연 어루만지며
그리움 찾아 불고 있더라
아 그렇게 봄날은 오고
알싸한 향내
연한 속 살 어루만지며
푹 젖은 대지 위에
사랑 동동 띄우며 불고 있더라
봄바람
유일하
선연한 봄바람은
나귀귓 불잡고 올라타
대지 위에 쫑긋 주뼛주뼛 다가온다
실크 자락 휘감아
말아 올린 여성의 머릿결과
툭 삐져나온 앞가슴에서
목련의 유두는
아침 서리 머금은 체
빛을 향해 떨고 있다
자유롭게 찾아든 나비처럼
펄럭펄럭 이랑을 타고
쑥 내음 그윽한 봄바람
얼었던 황토가
끈적끈적 봄을 토하고
여성들의 치마에
봄바람이 살랑인다
봄바람에 내 사랑도
유필이
살랑살랑 봄바람 불며
내 사랑도 봄바람 훈풍 불 때
나비처럼 훨훨 날아 꽃 구름 타고
꿈속처럼 살며시 찾아와
달콤한 입맞춤을 해주실까
봄이오면
서리꽃 눈물 되신
화사한 매화꽃처럼 내 사랑에
달려가고 싶은데
그런 날 올 수 있을지
그런 날 올 수 있을지
살랑 사랑 봄바람과
봄 햇살이 따사롭게 윙크할 때
내 사랑도 봄 향기 따라
고운 연분홍 빛깔로
내 가슴에 홍조 빛으로 다가오실까
봄이 오면
봄꽃 입에 물고 한 마리
사랑 새 되어 내 사랑에
날아가고 싶은데
그런 날 올 수 있을지
그런 날 올 수 있을지
간절히 바라면서
살랑 사랑 봄 바람에
내 뜨거운 사랑을 실어 보냅니다
봄바람
윤갑수
1
꽃바람 일면 소스라치게 놀라
울어대는 문풍지가 봄을 놀라게
합니다
노을 진 창가에 얼비친 황혼빛
임의 입술 같지만 살랑이는
저물녘 달님은 곱게 단장을
합니다
고향 집 앞뜰엔 모락모락
청춘의 봄이 하늘거리면 복사꽃
살구꽃 곱게 여울지면 벌 나비도
봄바람 너울대며 봄 마중
갑니다
2
바람 타고 봄을 몰고 온 제비꽃
수줍게 고갤 들이민다
꽃잎이 보랏빛으로 짙어 갈 쯤
봄은 성큼 다가와 살랑이고
봄 처녀 가슴에 바람이 인다
긴 잠자던 희망의 꿈들이 하나둘
깨어나 꿈틀거리고 삐죽삐죽
돋아난 새싹들은 초원을 이루고
겨우내 비좁은 우리에서 지낸
아기 염소들이 천방지축 날뛴다
바람난 봄은 사랑을 듬뿍 키운
새 생명이 하나둘 태어나니
봄 햇살의 여운이 세상을 온통
기쁨으로 가득 채운다
봄바람
윤득모
아직도 갈 길은 멀고
세월은 덧없이 흐르건만
왜 이리 발길은 더딘고
저만치 뒤따르는
한 조각 구름도 길을 재촉하건만
다리는 무뎌져 내딛기 힘들고
가슴은 왜 이리 숨쉬기조차 버겁노
스쳐 가는 한줄기 봄바람
너마저
못 본 채 가려느냐
너에게도 짐이런가 눈물 난다
봄바람아
윤무중
바람이 분다
초봄엔 유난히 바람이 세다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 세상 삭막하고 메말라 살 수 없을 것이다
나무도 풀도 자라지 못하고
구름도 떠다니지 못하고 비도 오지 않겠지
눈도 날리지 않고 나뭇가지도 잎도 흔들리지 않아
낙엽도 지지 않겠지
떠오른 태양도 빛을 보내지 못해
뜨거움에 견디지 못하여 타버리고 말겠지
남쪽에 핀 예쁜 꽃 향긋한 꽃향기
여기까지 가져올 수 없어 꽃도 피울 수 없겠지
바람아,
비록 차겁고 미세먼지가 있더라도
네 마음껏 불어봐라
내 마음이 휘날리도록
춘풍(春風)
윤의섭
봄이 서툴게 지나가도
시련의 살 무늬
아름다운 당신을 진정으로 기다립니다
허망한 명리에
과욕을 털어내고
안좌의 작은 보람 기다립니다
당신이 내 곁에 오실 때까지
키 작은 풀잎에
이슬 모아 구슬을 꿰어 매고
옥수로 다듬어진 작은방에서
당신의 환희를 기다립니다
봄바람
윤인규
어디선가 들려오는
따스한 희망의 속삭임
꽃망울을 살며시 흔들고는
깜짝 놀란 나비에게
시치미를 떼며 눈인사를 하네
아장아장 놀이터를 걷는
아가들의 천진한 얼굴에도
풋풋한 청춘의 설렘으로
시를 쓰는 소녀의 가슴속에도
들꽃을 살포시 어루만지며
우수에 젖은 중년 여인의 손끝에도
농익은 사랑으로 두 손 꼭 잡으며
미소 짓는 노부부의 주름살에도
바람은 포근한 봄향기로 여울지며
소망과 행복을 노래해 준다네
봄바람 불었다
이국헌
봄바람 불었다
추억처럼 늘어선 들녘에
보드랍게 불었다 놓았다
봄비 내렸던 모습 보여주려고
메마른 땅에 흙먼지 날렸다
웅크린 풀 섬 아래로
끄덕이다가 문득 잠에서 깬
산 계곡 사이로
봄비 젖은 한나절
여인의 목욕하는 나폴거림
안개가 황사 바람으로 뒤섞어 놓았다
다시 풀어놓은
조망하던 들녘의 산등성이들
바라보는 장태산 마루에
여인이 누워 있다
봄바람 되어
이길선
내게서 떠난 줄 알았다
얼어붙고 녹아내린
잊혀지고 사라진
그리움인 줄 알았다
땅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나뭇가지에 새싹 움트고
3월이면 불어대는 봄바람처럼
계절 속에 숨어버린 시간인 줄 모르고
그렇게 떠나버린 마음이
보고픈 생각으로 밀리며
바라보는 눈길은 창밖에 머물고
내 그리움은 봄바람 되어 다시금 일렁인다
봄바람
이길옥
1
적당히 데워진 봄바람이
맨발로 달려와
문고리를 잡아 흔든다
생각 없이
바람을 따라나서는 발 앞에
못 보던 어린 싹 하나
꿈에서 깨어나고 있다
어지러운데
탁한데
앞날의 염려를 걸어두고
건강하기를 빌었다
2
어디를 다녀왔을까.
방안까지 들어온 봄바람에게서
짙은 향내가 난다
얻어온 것일까
빌려온 것일까
아니면 훔쳐온 것일까
떳떳하게 고개 드는
자신만만함에
내가 부끄러워진다
3
귓가 솜털 건드리는 봄바람 속에
이야기들이 다투고 있다
토담 가로지른 고향
햇볕 잘 드는 양지쪽을 택해 앉은
할머니의 이야기
얼음에 풀려
기지개 켜는 산골 시냇물 이야기.
텃밭 고랑에서
두런거리는 씨앗들의 이야기
가지 끝에 매달려
위태위태 속 타던 겨울눈의 이야기들을
귓가에 질펀하게 부려 놓는다
봄바람의 밀어
이도연
스스로 우는 바람 곁에서
바람이 노닐다 노닐어 뺨을 스치면
두 눈이 스르르 감긴다
정오의 열기를 떨쳐 버리려
꽃잎을 흔드는 바람의 울음소리가
온몸을 휘감아 그림자마저 밟고 넘는다
꽃에 취한 밤이 별빛 속으로 스며들어
짙어 가는 숲속 밤의 정취 황홀하여
바람의 손길이 은밀한 유혹을 한다
턱밑까지 다가온 애무
목덜미를 타고 넘는 황홀함이
비단결처럼 부드럽다
숨결 같은 바람은 사랑의 밀어
봄밤의 훈풍이 너의 가냘픈 몸에서
바람으로 흔들린다
봄바람 치맛바람
이도연
봄날에 꽃잎이 지듯
가는 바람 잡을 수 없어
심란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랑이는 님의 마음도
춘풍에 지는 달처럼 어디로 가는지
그리워 애달파 붙잡는다고 잡을 수 없는
바람에 몸을 실은 그 마음이야
돌아올 길을 잃어
꽃바람에 떠돌고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들판에 일어나는
들풀의 마음인들 알 수 없는데
황매화 춤추듯 들 떠 있는
임의 마음은 더더욱이 알 수 없으니
꽃바람 불어오는 봄, 봄이로구나
봄바람
이둘임
햇살 가득한 아침
눈길은 자꾸자꾸 창밖으로 향하고
헛헛한 마음
널 담아 달래어 볼까?
향긋한 내음의 전율
흔들리는 마음
호시탐탐 기회 엿보며
지나가는 뭇사람 발길 붙잡네
살랑이는 유혹
산란해진 마음 둘 곳 없어
터벅터벅 길을 나선다
바람 난 여인같이
들판 길섶에 앉아
너의 정체 손끝으로 느끼니
마음은 어느새 봄이 한가득
봄바람
이명희
바람은 말을 한다.
내 가슴의 불꽃처럼 달구는
모닥불을 일으키고 오랜 세월
잠재우던 주먹만 한 응어리가
파도처럼 밀려와
겉도는 것 웬일일까요
여자로서 아닌 가장으로
살았던 어느 날 여자에 본성으로
돌아왔다
설레이는 내 마음 얼굴 붉히면
웃음 짓는 내 모습이 천성의
여자로 살았던 것을
예쁜 옷을 꺼내 놓고 어느 것을
입을까 망설이면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해본다
개나리 꽃잎에 앉아 있는
나비처럼 어느 사이에 훔쳐보는
내 마음은 어쩌면 좋을까요
봄바람
이문조
유채꽃이 보고 싶다
제주도 봄바람에 춤추는
노오란 유채꽃이
동백꽃이 보고 싶다
여수 오동도 눈 속에서 피어난
빠알간 동백꽃이
매화가 보고 싶다
섬진강가 꽃 대궐
분홍 매화가
산수유가 보고 싶다
산동마을 물들인
노오란 산수유가
봄바람 살랑살랑
고질병 봄바람이 도지나 보다
봄바람
이민숙
은빛 물결 반짝이는
호수 위에 살랑살랑
봄바람 날아와 노닐다가
꽃그늘 벤치에 앉아
커피 향에 빠진 내 볼을 간지럽히고
묻혀온 꽃가루 코끝에 뿌린다
구름 타고 날아온 봄바람
나뭇가지 이파리에 인사하고
뜨락 숲에 앉아 있다
아지랑이 몰고 올 짙은 봄바람도
뜨락에 스며들어 졸고 있다
삼월의 바람은
이성복
삼월의 바람은 순하지 않다
연립 주택 옥상에 올라
기저귀를 내거는 뚱뚱한
새댁의 느린 걸음걸이
삼월의 바람은 출정하는 배들의
돛폭처럼, 흰 기저귀 하늘로
밀어 올리고 뒤뚱거리는 새댁의 모습
귀지처럼 가볍게 눈앞에 떤다
다만 삭은 빨래집게의 풀어진
힘으로 우리를 이곳에 묶어두는
삶, 여러 번 살아도 다시 그리운
봄바람
이영균
휘젓지 않아도 번져가는 원색 물결
땅거죽 뚫고
툭툭 불거지고 말 망울들
애맨 속곳 들추지 말고
들녘에나 불어라.
남실남실
총냥이 사내 심술 통
봄바람
이영지
웃음을
도톰도톰
도톰히 달아 들고
바람이 디딤돌을 토도독 뛰다
뛰다
달디단 웃음보따리 볼록볼록
볼로록
새싹이
볼록볼록
뒷담을 다 돌도록
돋느라 도톰도톰
돋느라 토독토독
토다닥 한 키 더 자라 볼록볼록
볼로록
봄바람 부는 날
이옥순
그대여 꽃잎이 진다고
슬퍼하지 말아요.
봄의 꽃잎은 사랑의 연결고리
초롱초롱 싱그러운 연둣빛
아기 사랑 남기고 갈게요
푸른 소망 마음 담아
미소로 입맞춤 하고
푸른 잎 그대 곁에 두고 갈게요
그대여 꽃잎이 진다고
이별이라 말하지 말아요.
그대와 함께 머물고 파
파란 잎으로 바람이 되고
그늘이 되어 여름날 벗이 될게요.
그대여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는 이별이 아니랍니다.
가을날 오색 단장으로 그대 맞이하며
풍성한 사랑 열매 한 아름 드릴게요
우리들의 봄바람
이옥순
멀고 먼 바다 넘어
출렁이는 파도 타고
이 땅에 불어온 봄바람
붉게 떠오른 태양 아래
우리 설레는 가슴에 꽃 피운다
긴긴날 험난한 폭풍 헤치고
찾아온 훈훈한 봄바람에
새 생명의 씨앗 발아되어
가지마다 소망 솟아오르고
추수할 평화 열매 풍성한 가을이다
초침 없이 어둡던 무거운 짐
사랑의 무기로 한 꺼풀씩 벗겨내
눈 부신 햇살 아래
하나 된 우리 뜨거운 가슴
희망 품고 서로 감싸 안은 사랑
비바람 막아주는 방패 되어
끝없는 넓은 세상 평화의 빛으로
우리 손잡고 힘차게 나아가리
봄의 바람에
이외수
강(江)으로 가는 물 강(江)으로 가는 모래
정액 냄새 화사한 밤 꽃그늘에서
문득 이름을 잊어버린 애인 하나야
나는 허물어져 강(江)으로 간다.
미친 바람이 불고 등불이 죽고
헤어진 사람들은 헤어진 땅에서
문풍지를 바르던 겨울이여
죽은 비듬을 털어내는 회양목
둑길에 서면
둑길에는 겨우내 바람뿐이지
아무도 오지 않고
회양목끼리 귀를 열어
불려가는 내 음성을 들었으리
꽃다지 피어 흔들리는 밭머리에 서면
낯익은 것은 겨우내 모두 죽고
못 잊을 것도 겨우내 모두 죽고
아아 혼자 남아서 허공을 떠다니다가
붙잡은 것 없는 빈손으로 떠다니다가
애인 하나야
끝끝내 나는 허물어져 강(江)으로 간다
봄바람
이원문
1
봄바람에 실려 오는 아이들 노랫소리
고향의 그 노래 다시 듣는다
산자락에 수놓은 울긋불긋 진달래
수수깡 울타리 따라 핀 노란 개나리
보리밭 둑 달래 냉이 얼마나 돋았나
바구니든 봄 처녀 한 걸음 더 내디딘다
2
춥지도 덥지도
이러다 저녁이면
다시 추울 것인데
겨울바람은 아니어도
그때의 그 저녁 무렵
굴뚝의 저녁연기 흩어질 것이고
며칠 더 지나면
참쑥 뜯으러 갈 때
그 쑥만 뜯었겠나
오는 길 무릇도 케었고
기우는 해 얼마쯤
보는 하늘 한 번 더 올려 보았겠지
봄바람 언덕
이원문
무엇을 얻으려 저리 불어대나
한 차례 지나면 또 한차례 불어오고
다시 불어와 꽃잎을 날린다
쑥 뜯는 아이 칡 캐는 아이들
뜯은 쑥 바구니 굴러떨어지고
엎지른 쑥 담는 아이 바람에 눈물난다
더러는 무릇도 담겨 있건만
심술궂은 모진 바람 그렇게 불어야 했는지
바람 쓸쓸히 허기 불러 멎지 않고
칡 캐던 아이들 송기 벗겨 먹는다
봄바람
이유리
누굴까
하얀 목덜미
살포시 간지럽혀 오는 이
임의 손길인 양
설레는 맘
붉어지는 뺨
지그시 감았던 눈뜨면
품 안에 파고드는
너는 싱그러운 봄바람
임의 향기 묻어올까
가던 길 멈추어 서니
그리움의 파편만 알알이 부서지고
야속함에 고개 떨구면
어느새
봄바람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바람아
널 닮은 부드러움으로
내 임 어디쯤 오고 있을까?
봄바람, 은여우
이은봉
봄바람은 은여우다 부르지 않아도 저 스스로 달려와 산언덕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은여우의 뒷덜미를 바라보고 있으면 두 다리 자꾸 후들거린다
온몸에서 살비듬 떨어져 내린다
햇볕 환하고 겉옷 가벼워질수록 산언덕 위 더욱 까불대는 은여우
손가락 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그녀는 온다
때가 되면 온몸을 흔들며 산언덕 가득 진달래꽃더미, 벚꽃 더미 피워 올린다
너무 오래 꽃더미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
발톱을 세워 가슴 한쪽 칵, 할퀴어대며 꼬라지를 부리는 은여우
그녀는 질투심 많은 새침데기 소녀다
짓이 나면 솜털처럼 따스하다가도 골이 나면 쇠갈퀴처럼 차가워진다
차가워질수록 더욱 재주를 부리는 은여우, 그녀는 발톱을 숨기고 달려오는 황사바람이다
봄바람이 불던 날
이인혁
지내다 보면
바람이려니 하면 봄바람 불어
헤 메다가 떠돌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찾아 온 봄은
이제야 본색(本色)을 드러내
낯선 땅을 설레게 하는 구나
살다가 보면
꽃이려니 하면 봄꽃이 되어
막 몽우리를 터뜨리기 시작한
꽃들은 금세(今時) 얼굴이 붉어져
봄 들판에서 흔들리고
그리움의 마음들은
화사하게 꽃밭을 만든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하지
꽃들이 눈부시다 한들
이렇게 흔들려도 되는 건지
봄바람은 불어
연둣빛 고운 청춘(靑春)의 들판에서
푸른 색깔의 그리움을 펼치고 있다
봄바람
이재봉
지난봄이었습니다. 누이와 놀이공원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누이는 회전목마를 타자며 언덕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 때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누이의 치마가 가슴 위로 치솟았습니다
누이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나는 얼른 손수건으로 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젖은 눈 사이로 봄바람이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봄바람
이재환
1
처녀 마음
살랑살랑 흔들고
수줍은 듯
가냘픈 진달래꽃이
바람에 흔들리네
봄 향기 바람 타고
처녀 총각
들뜨게 하고
새 생명 얻는 나무처럼
얼굴을 간지럽히네
따뜻한 바람이
봄을 몰고 왔다고
꽃나무도
들판에 풀들도
예쁜 봄이 왔다고 좋아하네
봄바람이
나무와 꽃들에게도
연인을 만들고
달콤한 사랑을
맺어 주었네
2
눈부신 봄빛이
화창해서
나들이 나온 공원
새싹이 파릇파릇
인사를 하고
꽃들도 방긋 웃는다
가슴을 쫙 펴고
두 팔을 벌리니
봄바람이 안기네
나무들도
좋다고 춤추며
손뼉을 치네
봄바람
이점순
산마루엣 구름
그 끝에 그네 매어
단옷날 춘향이 되어 볼까나
갑사댕기 고운 머리
허공에 날리면서.
꽃인 줄
눈먼 나비
날 쫓아온다면
한들한들
쌍그네나 타면 좋겠네
봄바람
이정록
식은 재 한 삼태기,
불 아궁이를 지나왔나요
오늘은 호박 심는 날
봄바람이 따뜻하네요
똥 웅덩이에 코를 대보고
거름 웅덩이에 손을 넣어보네요
호박 모종 심을 웅덩이는
알맞는 깊이와 넓이 인지
물은 충분히 스몄는지
실눈 뜨고 살펴본 봄바람이
내 귓볼에 대고 속삭이네요
장마에 물웅덩이에 빠지지 말고
술 취해 똥구덩이에 빠지지 마세요
가을걷이에 빚더미에 빠지지 말고
아흔 살 전에는 절대로
무던 웅덩이에 빠지지 말아요
귀엽게 호박씨를 까네요.
볼우물 씰룩댈 때마다
거름 냄새가 피어나네요.
오늘은 호박 심는 날
두근두근 봄바람이 나네요
봄바람, 우편함에 넣어두고 간다
이정옥
어젯밤을 끌어 않고 잠이 들었는데
벌건 아침이 옆에서 자고 있는 거야
한 뼘 열린 창틈으로 내다보니
타이어들이 분주하게 밀고 쓸고 미끄럼 타고
사내들은 하루를 메고 줄줄이 출항을 하더군
의자가 있어 말을 걸었지
집 앞 의자는
혼자 아니면 바람하고 놀 때가 많아
가끔은 내가 놀아줘서 커피 냄새도 나지
봄날
붉은 오토바이는
우편함에 봄바람만 수북이 넣어두고 가는 거야
순간
나
새싹이든 나무든 바람이든
봄바람
이지영
속살거리는 봄바람 타고
봄 숲 찾아가니
새순의 초원 물들어 있네
수런대는 풀잎의 소리
속삭이는 님의 목소리인가
잠자던 숲속 전령들을 깨워
상수리나무, 진달래로 전하는
따스한 님의 편지
까치집 껍질 벗겨
새 생명을 산란케 해
연미복의 봄날 시인
숲속 교향곡 지휘를 하다
놓쳐 버린 봄바람
싱숭생숭 봄바람
임석순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니
소나무 가지
살랑살랑 춤을 추며
처녀 가슴
싱숭생숭 흔들거린다
님 오시는 길
마중하여 길을 나서니
논두렁 밭두렁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봄바람 살랑살랑
가슴을 스치며
옷깃을 파고든다
호수의 잔물결 살아나고
호수는 햇님을 품어
넉넉히 안아준다
불어라 봄바람
임숙희
한바탕 회오리친다
이맘때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바람이 변덕을 부린다
물결 위에 반짝이는 부드러운 햇살은
변덕스러운 거센 바람에 요동치고
따사로운 햇살에 느슨해진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옷깃을 풀었다가 동여 맺다가
엇박자에 춤을 춰도 괜찮다
움트는 나뭇가지를 거세게 흔드는
봄을 시샘하는 바람도 괜찮다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셔도
지금 여기에
봄바람이 불어서 좋다
봄바람
임영준
1
어찌
안으로만
파고드는지
빛살도 어지러워
휘청거리는데
앞섶을 열고
방심을 부추기는
솜털 분분한 가락이여
2
꽃망울 헤프다고
탓하지들 마라
팔랑거리는 나비 따라
알속도 춤을 춘다
볕뉘에 익었는데
간들바람 좀 어떠냐
3
느닷없이 건드려 놓고
괜스레 설레게 하고
자꾸 살랑거리기만 하면
난 어쩌라고
거칠어지는 숨결만으로
또 한세월 보내라고
봄바람아
임영준
한들거리는 치맛자락
향내가 진동한다
기개(氣槪)는 부러지는데
너는 한결같구나
겉만 훑고 갈지라도
밑동까지 사무치거늘
하찮은 갈대 가닥이라도
어루만져주려무나
봄바람에 마냥
임영준
봄바람에 마냥
꿈꾸지 마라
서서히 금이 가다가
곧 깨어질 찻잔이다
그렇다고 바로
손 놓지도 마라
그 자리에서 그냥
붙박일 수도 있으리니
봄바람은 오고 있다
임주영
먼 바닷물결을 담고
봄바람은 오고 있다
내 창가를 두드리며
살포시 미소 짓겠지
시들어가는 들꽃은
다시 봄을 준비하고
산 너머 오고 있는
봄바람을 맞이한다
긴 겨울 기다림 속에
날아보려 바 둥치며
뜰 안 가득 채워주는
봄은 다가와 있었다
봄의 바람
임준재
산천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논과 밭에는 농부들이 씨를 뿌리고
가을의 풍요를 기대하며
힘차게 일을 한다
봄에는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
4.19 혁명이 뇌리를 스친다
그분들의 희망이 오늘날 결실을 맺은 지
되돌아 보아진다
봄에는 가을의 수확을 기다리며
새벽에 떠오르는 아침해 같이
타오르는 붉은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도 힘차게 걸어간다
어제의 실패와 좌절
내일의 성공의 교과서이며
오늘 흘린 진실한 땀과 소중한 노력으로
다가오는 가을을 기다린다
거면산에 분 봄바람을 이고
임현호
거면산에 분 봄바람을 이고
수겁이 지난 오늘도
그 자리에서
퍼붓는 햇살
때론 꽃구름을 맞이했고
저 상림숲
내 안에 들어온다
어디서나 물오른 나뭇잎
세상의 이름으로
비상하는 꿈도 꾸었고
그대의 까아만 눈동자처럼
빛나고 빛나고 빛나고
그립다 말을 하기도 그렇고
내심으로 생각하며
이제 막 길을 나선다
거면산이여
봄바람
장수남
아침 햇살 아무도 모르는 척
지그시 눈 감으면
징검다리 건너온
꽃샘바람 나 몰래 우리 누나
젖가슴 훔쳐보고
수줍은 우리 누나
속치마 펄럭이면 봄바람 타고
서울 간다네
봄바람 화첩들
장영수
봄날 초목의 새순들은 3차원적인
극세밀 기법으로 봄바람의 형상들을
한 올 한 올 옮겨냈다 이리저리
온몸이 꼬이는 가운데에도 여린
새순들은 매 순간 단위의 봄바람
화첩들을 꾸며냈다 무한허공 재질의
두터운 화첩들이 기억의 어느 둔덕에
남겨졌다 화첩들의 낱장들을 들출 때마다
묻어나는 색색의 꽃빛깔들 대충
비슷비슷한 듯싶으면서도 하나하나가
다 다른 미세한 다양한 풍요로운 풋내
향내들 총체적으로 지구의 태양의 우주의
향이라 부르는 것이 도리일 것 같은
지고한 그 무엇들 그리하여 또한
어느 다른 세월인가에서 찾아드는 어느
새로운 봄바람들 몇몇을 대하는 날은
저 세세연연에 걸친 그 화첩들의
내용물들 몇몇 쪽의 이런저런 궤적들을
문득 떠올려 보게도 되는 날
봄바람
전근표
자연은 제2의 신전이라 했든가
하늘의 부름인가 땅의 축복인가
봄바람은
화산재처럼 끓는 피로
동토를 녹이고
눈꽃 속 마른가지에
녹두알 밥풀떼기 음표를 달지요
봄바람은
돌고 도는 남풍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띄워
꽃마차 몰고
이랴! 이랴 어서 가자 휘파람 불어요
봄바람은
새 색시 붉은 입술
대바구니 여린 손끝에
저리다 가신 임 그리워라
옥색치마 자주고름
콧노래가 즐겁다 춤을 추어요
봄바람
전병철
한산한 아스팔트 우에
꺼림 없는 마음으로 몸을 떨구는
진실의 그림자로 그늘을 만들고
안으로만 깊어가는 아내의 사랑은
천재지변을 이겨내 온 강하디 강한 의지력이라
차가운 살얼음을 용하게 헤치고 나와
시작을 알리는 봄의 향내여
내 몸 구석구석 찌들은 세월의 잔재를
송두리째 훑어내려
가뿐해진 몸뚱이 간지르는 가녀린 손길로
여기저기 초록의 시간을 엮어 올리며
한 동(棟)의 집을 짓고 있구나
봄바람 타고 오시려나
전영애
잿빛 하늘 물러서고
맑고 파란 봄 하늘엔
여러 물체 만들어 내고
모였다 떠나는
구름 떼
흰 구름 따라나선다
강가에 버들강아지
배시시 웃으며 깨어나
아직은 추운지
털 옷 못 벗고 있구나
저 산 넘어오실까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오실까
노란 개나리 머리에 꽂고
인생의 장원급제하고 오실까
봄을 타는 여인
봄 앓이 병 치료제
보약 지어 오시려나
봄 늦바람
정끝별
늦바람이 건들건들
벚나무애 기대 휘파람을 불어대자
수런대는 가지의 그늘들
귓볼을 땅에까지 늘어뜨리고
아 간지러워
꽃잎들 출렁 먼저 튀어나오고
제 꽃잎을 지키려고
잔뜩 독이 올라 가지를 뚫고 나오는 잎눈들
아직 발이 차다
이참에 늦바람은
벚나무 가지에 눌러 앉겠다고
아에 둥지를 틀겠다고
헛둘 헛둘
알통을 덥히고
누락된 봄바람
정민기
이따금 불어오는 누락된 봄바람
그 진달래를 찾아가니
늘어진 개나리 회초리에
종아리를 맞아 연분홍으로 질려있다
얼마나 휘둘렀는지, 작은 꼬까신 벗겨졌다
곁에서 울어주던 새는 날아가고
벗겨진 시간은 꽃내음 따라 흐른다
강물 소리를 들으며
불 켜진 저녁을 기다린다
저편 기슭에 소문처럼 네가 있다
봄바람
정민기
춘곤증에 나른해진
연상의 봄바람이 불어온다
백조처럼 그리 우아하진 않지만
벚꽃 날개 펄럭이며 왔다
일몰이 지는 저녁 하늘은 커튼 친 창문,
쓸쓸하게 거리를 쓰는 낙엽
길고양이는 자꾸 간지럽히는
꽃샘추위를 피해 막다른 골목길로 향한다
졸음이 가득한 눈빛은 음악처럼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하늘의 얼굴에 주름진 구름
쑥들이 들쑥날쑥 얼굴 내밀고 흙 밖을
내다보느라 아우성이다
꽃향기 자욱한 봄바람 소리 지른다
시냇물은 휘파람 소리로 졸졸 흐르고 있다
줄기 끝에 매달린 꽃잎 깃발 나풀거린다
길바닥에 떨어진 단추 한 잎
향기 한 방울 헐거워진
그 사람 눈동자처럼 반짝이는데
봄바람 부는 날
정민기
봄바람 부는 날
구름은 햇살 받아 쏟아놓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 새들의 입속에서 쏟아지는
너의 울부짖는 소리 같은 노래
첫사랑이 꽃향기처럼 어디론가 실종된
따사로운 오후가 후회하듯 아지랑이 춤춘다
이제 사랑할 수 있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나이기에 젊은 날의 기억은
차츰 안개 속으로 파고들어 보이지 않는다
순수한 꽃잎 따 먹던 향기로운 시절마저
간이역처럼 추억이 멈추지 않고 떠나간다
그가 남긴 발자국 따라가다가 금세
지워져 버린 발자국은 어디에서 비웃고 있나
나무가 중얼거리듯 푸른 기운으로 잎이
마구마구 함부로 흔들거린다
우윳빛 국화 한 송이 내 발 앞에 놓여
다소곳이 엎드려 신발을 닦아준다
추억할 수 없는 지난날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철없는 봄바람 싱겁게 부는 날에는
꽃이 애써 쓴 향기마저 눈물 마르듯
재촉하지 않으면서도 안쓰럽게 지워진다
봄바람의 마음을 뒤적거린다
정민기
지난봄이 모조리 앗아간 사랑의 기억
올해 불어온 봄바람의 마음을 뒤적거린다
행여나 사랑의 기억을 찾아 공중으로 새처럼
날려 보낼 수 있을까, 기대는 크게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꽃들이 향기로 쓴 손글씨를
싹 다 지우고 이메일로 다시 쓰는 한심한 생각
고래처럼 꽃에 물을 뿜어 윤기가 나게 한다
구름을 쓸 듯 꽃잎을 남기지 않고 쓸어 담는다
봄밤을 도굴하여 달과 별을 알처럼 품은 어둠
목련 화장지로 무엇을 닦았는지 바닥에 뒹굴며
나무의 그림자마저도 깨끗이 닦고 있다
깃털이 빙글빙글 돌다 파르르 떨면서 내려온다
한 통의 꽃향기 엽서를 배달하는 나비 집배원
포장하지 못한 꽃잎이 박스처럼 널브러져 있다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봄바람
정상만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내 곁을 스치는 봄바람을 반가이 마주하고 미소로 맞이하네
나비 같은 명지바람처럼 몰래드는 꽁무니바람처럼 슬그머니 다가와 봄소식을 전해주고
휘파람 소리 흥얼대며 내 귓가에 스며드네 꽃잎에 내려앉아 이슬 속에 녹아들며
아름다운 꽃향기를 내어보라 속삭이듯 방그시 미소를 띄어주네
봄바람
정세훈
칼보다 아프구나
졸리웁게,
졸리웁게,
불어오는 저 산들한 봄바람
봄바람 전설 - 운초의 춘풍기를 읽고
정아지
희미한 옛 임 그림자 묻어난 작은 집에
떠난 사랑 훈김 남아 임 그리는 애잔함
전설 속 엮인 이야기 내 속을 들끓이네
실버들 하늘거리는 기다림 서글퍼서
꿈속에서 님의 품에 안겨 사르르 눈을 감고
온종일 창 너머로 눈가는 걸 거두려네
님 취 봄바람에 꽃 향으로 다가오니
떠난 임 돌아온 듯 매무새 치장해도
바람만 시리게 할 뿐 그림자도 없네
옛 임이 돌아올까 온밤을 지새워도
묵은 잔설 속에 추억만 애달프고
눈물만 창문 넘어온 봄바람에 안기네
봄바람
정연복
1
봄바람 불어
꽃잎 춤추더니
봄바람 불어
잎 떨어진다.
기뻐 춤추는 것도
한순간
쓸쓸히 지는 것도
한순간.
삶의 기쁨도
죽음의 슬픔도
한 줄기 바람인 것을
이 봄에 다시 또 배우네
2
산에 들에
봄바람 불어
겨울은 저만치
멀어져 가네
싱그러운
봄바람의 애무에
겨우내 숨죽였던 온 땅
생명이 기지개를 켜네
긴긴 세월 목말랐던
내 작은 가슴에도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네
새날에 대한 연둣빛
희망이 움트고
내게도 아직은 많이 남은
사랑의 일이 느껴지네
3
산들산들 바람에
춤추지 않으면
그 꽃
죽은 꽃이리
살랑살랑 봄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면
그 가슴
죽은 가슴이리
산에 들에 불어오는
바람아 싱그러운 봄바람아
이 마음 이 가슴도
사정없이 흔들어다오
봄바람에게
정연복
찬 바람 부는 긴긴
겨우내 내가 널 매일
손꼽아 기다린걸
알고 있을까.
아무 때고 가고 싶은 곳
손쉽게 가닿을 줄 알았는데
네게도
때가 있는 모양이다.
네 계절을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온 너
산에도 들에도 내 가슴에도
힘껏 불어다오
봄바람
정연옥
나
이 봄에 푹 빠졌어요
이 봄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할까 걱정인 걸요
봄바람 났다 소문날지도 몰라요
알잖아요
내가 얼마나 봄이 빨리 지나기를 원했는지
내 날 속에 봄은 없다 했잖아요
이제 나 변해 가고 있어요
봄 속에 왜 빠졌는지도 몰라요
우리 봄바람 맞아 봐요
보채고 떼쓰는 이 봄바람을 어찌할까요
감질나게 그리운 유년을 기억하며
우리
누가 더 그리워하는지 내기할까요?
봄바람
정옥령
매콤하게 코끝을 스치는 바람
달짝지근한 매콤함
그 사이로 동그란 달 하나 먹음직스럽게 달렸다
연분홍 꽃잎은 신부를 태우고
연두빛 잎사귀는 신랑의 가슴을 태우고
매콤한 향기 따라 달나라로 기우뚱기우뚱 하늘거린다
정자 안 돗자리에선 소주 소리 찰랑찰랑
달님도 한잔하려오?
벚꽃님도 생각 있으면 어서 자리 잡으시오!
모두가 정자 안 연분홍 달빛을 품는 밤
가로등 살폿한 미소 흘러내리는
달콤 매콤한 봄바람 내음
봄바람
정용로
앙상한 가지 끝에
봄을 걸어두고
날 찾는 그대
날 기다리는 그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으로 청색 치마를
벚꽃 진달래 따다가 연분홍 저고리 만들어
아침이슬 데구루루 구르는 두 눈
톡톡 터지는 햇살 담은 복사꽃 얼굴
그대 곁으로 달려갈지니
보고픈 님이시어
그대가 보내준 향기 따라
봄바람 타고 나풀나풀 날아가겠습니다
그리움에 타던 가슴
활짝 열린 사립문에 걸쳐놓고
그대 넓은 품속으로 뛰어갈게요
내일은
우리 함께 꽃길을 걸어요
봄바람
정은희
스쳐 지나가듯
부는 바람이 소용돌이 빨려 들어가듯이
세찬 부는 봄바람
따뜻한 햇살로
눈 부시고
딴 세상처럼 부는 바람으로
나무가지들을 춤추게 만드니
차들도 춤춘다
잘 잡아야 하는 이 바람은
봄나날로 보내는 마음의 바람
어디든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손등에 노니는 봄바람
정재삼
따뜻한 창가에
어디서 생겨났는지
봄바람이 손등에 내려앉는다.
불어라 연두 바람
따뜻한 햇살을 간질이며
손등에서 사랑놀음 한다
어디선지 제비꽃 향기
몸 안에 가득 담고 흘러와
손등에 앉고 싶어
사붓사붓 놀고 싶어 몸살을 한다
아, 가슴 젖어내는
불어와라 불어라
고운 봄날에
봄바람
정종명
1
봄은 부끄러움이 많아 홀로 오지 못하고
남녘의 훈풍 등 뒤에 숨어 봄바람 따라서 온다
겨우내 앙칼지던 칼바람이 지쳐 잠이 들면
바다를 가로지르고 산을 넘어 들녘을 지나
상큼한 바람이 대지를 깨우면
미적거리던 봄은 날개를 펼쳐 온 누리에
봄기운을 풀어 놓는다
응달진 산비탈 계곡에도 훈풍이 스치고 지나가면
얼었던 개울물 봄노래 부르며 봄 마중 나서
조잘조잘 사랑 노래 흥겹다
봄은 숫처녀처럼 혼자 오지 못하고
봄바람 꽁무니 잡고 더디게 온다
수줍은 새색시처럼 사뿐사뿐 걸음 걸어
우리 가슴에 설렘의 사랑을 전하고
예쁜 꽃 아름 안고 짙은 향기 날리며
벌과 나비 함께 엷은 미소 머금고
봄바람 따라 그렇게 봄이 온다
2
삼동 꽁꽁 갇혔던 방안 공기 바꾸려 창문 여니 싱싱한 채소 씹듯
상큼한 바람 왈칵 가슴에 들고
밤하늘 어스름 달무리 봄비 내릴 듯 비린 물 냄새 코에 감긴다
겨우내 창밖 소식 애타던 베란다 난초 미지근한 봄바람에 나비 날갯짓하듯 춤추는 잎새,
벌름벌름 심호흡하며 꽃대 올릴 준비 허겁지겁 부산을 떤다
영원히 변화지 않을 것 같았던 헐벗은 시린 계절,
짚불처럼 냉기 잃어 가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 비누 거품처럼 부드럽게 감기고
앞이 보이지 않던 막막함도 거북이걸음의 노근한 훈기 꺾지 못한다
무딘 칼날 같은 바람 절뚝거리며 발걸음 돌려놓고
미지근한 입김처럼 봄바람 방안 가득 나래를 펴고
봄바람은 부는데
정종명
거문산* 억새밭에
낮달이 내려 앉아 조는데
사랑해서 안 될 사람
떠난 자리
고개 꺾인 흰 갈대꽃
바람 안고 흐느낀다
밤이면 텅 빈 자리
별빛 내려와 채웠는데
사랑해야 할 그대
봄바람 따라오시려나
가슴은 쿵쿵쿵 북을 친다
지나던 봄바람
기웃되며 엿보는 빈자리
그리움만 쌓였는데
연모의 꽃 한 송이 피워
그대에게 받치렵니다
머문 곳 묘연한 그대 앞에
봄바람 불고 또 불 테지.
* 거문산 :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뒷산
봄바람
정찬경
봄바람에
대나무 잎 요란한 것은
막 솟아난 죽순에게
동요를 가르치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곧은 인격을
가지라는 몸짓이다
봄바람이 산등성을
분주하게 넘나드는 것은
발이 없는 꽃잎 때문이다
봄바람이 없으면
꽃나무들이
꽃을 피우지 않고
날개를 달라고
여름까지
멍울로 남아서
봄꽃 축제에 등을 돌릴 것이다
봄바람 불어오거든
정태중
봄바람 불어오거든
그대 달려 나와
노란색 향기로
나를 반겨 주구려
손 시린 겨울
동구 밖 버선발은
차마 가슴 아프오니
봄바람 불거든 반겨 주구려
어찌 사랑에
겨울, 봄이 있겠는가만은
혹여 그대 몸 상할까
꽃 피는 춘삼월 향기 가득 오소서
차마 떨리는 버선발
시린 바람에 얼을까
노심초사 이 마음도
봄바람 불거든 가오리다
봄바람의 유혹
정형균
화창한 햇살
방긋 웃는 꽃
실바람 유혹하네
한 잎 두 잎 뒹굴어
흔적 없이
흔들어 놓고 사라지네
봄바람
조서연
멀리서
바람 불어와
넌지시
떨어뜨려 놓은
그 향기
꽃샘바람처럼
시리기만 한
알싸한 그 향기에
가슴에 고뿔 걸렸네
봄바람
조한직
하얀 그리움의 향기 가득 품어
내면으로 깊게 파고드는 봄바람은
살금살금 허전한 마음 들쑤셔 놓고
그리움 더욱 커질라치면 작은 가슴은
들로 산으로 나부끼고 싶어지누나
저 들에서 밀려오는 거친 숨소리는
그토록 무겁던 겨울을 온전히 밀어내고
홀가분한 가슴으로 봄을 부르니
대지에 파릇이 피어나는 생명은 또
한 시절 우리에게 희망을 품게 하며
모든 생명에 양식을 지어줄 것이다
어디에서 세상에 절묘한 윤회를 보내나
하얀 눈을 덮어 새 세상을 열라 하며
비를 내려 새로운 생명을 돋게 하며
바람은 모든 것에 손짓과 발짓을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 뉘 탐 없다던가
이토록 위대한 세상 뉘 놓아야 하는가
사는 날 언제까지고 세상은 우리의 것
삶도 세상도 내 것 아닌 우리의 것임을
봄바람
주응규
헛헛증에 서리고 뒤엉킨 청상과부
숱한 고비 넘고 넘긴
응어리진 사연 풀어놓으면
눈물의 겨울 소나타는
차디찬 밤공기를 가르며
산 넘고 물 건너
두멧골 홀아비의 시리디시린
옆구리에 안겨든다
긴긴 밤 맺은 베갯닢 송사
농익어 터트려 버린
휘늘어지고 간드러진 소릿결
문틈으로 새어 나가
봄 음계를 튕겨놓으면
발정 난 바람은 산천을 들쑤시고
볼그레 색기를 머금은
햇살마저
뭇 님네 마음을 홀린다
봄바람
지동근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참꽃도 하늘하늘 춤을 추고
(진달래꽃을 먹을 수 있다 하여
붙여진 또 다른 이름이다)
봄 처녀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봄
겨우내 얼었던 위에는 연두빛 세상이구나
봄바람
차성우
들길에 봄바람
불어오면은,
시냇물에 송사리 떼
송송송
울 밑에 병아리들
뿅뿅뿅
내 맘에 그대 생각
솔솔솔
봄바람
천상병
봄철이 되어
봄바람이 쏴 분다
세상이 온통 날아갈 것만 같다
어쩌면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스리 풀려나올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봄바람이 한가하게 불었으면 한다
봄바람이 부는 날엔
최범영
봄에 바람이 불면
가슴이 들뜨고
빈 가슴 채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한다
봄바람이 부는 날엔 느껴진다
가슴에 상처 주는 사람은
살아오며 사랑을 못 받고 산 사람
큐피드의 화살만 꽂으면 된다
알고 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걸
봄에 바람이 부는 건
사랑하라
사랑이 없으면 봄 가뭄이 든다
일러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봄바람에게 물어본다
목련이 화사한 건
내가 나로 서서 바라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디 아름다워서인지
목련의 눈총이 진하게 퍼지는데
아무런 답이 없은들 어떠리
봄바람만 불면 되지
봄바람처럼 오십니다
최영복
밤새 봄비에 젖은 초록 잎에서
차가운 물방울 하나가 뚝 하고 떨어져
옛 추억을 깨워냅니다
낡은 흑백 영사기가 덜거덕거리며
돌아가듯 수없이 재생하고픈
봄날 소풍 같은 그런 순간들이
푸른 들녘마다 아름아름 펼쳐집니다
잠시 망각하고 살았던 매듭이 풀리고
잊고 살 수 없는 한컷 한컷들이
퍼즐처럼 제자리를 찾아가고
마지막 남은 그리움 한 조각
그 이름 부르지 않아도 애써 찾아주지
않아도 더듬더듬 다가오는 추억 하나
먼 산 진달래 피는 햇살 좋은 날에
봄바람처럼 내게로 오십니다
봄바람
최영호
죽은 듯 꽁꽁 여민 가슴
촉촉한 사랑비 품고
살살 문지르는 호미질에
밭고랑 사이로 바람이 분다
꽃씨 품으면 꽃이 피고
무씨 품으면 튼실한 무우가 굵다.
호미가 문지르는 흙 고랑마다
저마다 봄의 사랑을 노래한다
온종일 봄 처녀 호미질에
삐딱한 다랭이밭이 흥건하다
숫총각의 괭이질에 고랑과 이랑으로
후끈한 봄바람이 분다
바람이 물소린가 물소리 바람인가
흐르는 세월에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봄결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면
가시버시 마음 밭에 봄바람이 뜨겁다
봄바람
최영희
봄바람은
분홍빛이다
살-랑 살-랑
꼬리가 달렸다
봄바람은
바람난 예쁜 여자다
사랑하고 싶은 게다
임도 보고 꽃도 보고
나무에도 안겨보고
산, 들, 바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살-랑 살-랑
사랑하고 싶은 거다
봄바람
최해춘
잠 깨는 누에처럼
꼬물거리다
하얀 나비 날개처럼
팔랑거리며
보드라운 손 내밀어
꽃구경 가자고
산 넘고
물 건너 온
살결 고운 처녀
언덕에서
놀자고
풀잎 끝에
놀자고
흐드러진 풀꽃 잔치
차려 놓고서
치맛자락 살랑대는
살가운 처녀
맴돌며 손짓하다
수줍어하고
가만히 다가와서
눈웃음 치며
속사랑에 가만히
불을 지피는
봄볕 속에 태어난
어여쁜 처녀
봄바람에 여름 바람을 섞었더니
추영탑
아직 못 떠난
봄바람에 여름 바람이 몸을 섞는다
청람에 입김을 불어 넣어
귀밑 간질이던
봄바람을 보내려다가
묵정밭 엉겅퀴 키우며
유랑하던 여름 바람을 만났다
바람이 센지 내가 약한지는
모르겠으나
당겼다 밀쳤다 두 줄기 바람이 어지럽다
당신은 봄바람이 둥지를 틀고있는 머리를 핑계로
미용실에 가고
나는 여름 바람이 속도 없이 까불대는 마음을
추스르려고 찻집엘 가는데
오다가다 만나면 봄바람, 여름 바람
모두 다 지나가고
이거 야단나겠다, 태풍 불겠다
봄바람 불어오면
함민복
금호동 달맞이봉
개나리꽃이나 보러 갈거나
온통 노랗고 혼자 노랗지 못하다가
간이정자에서
달빛에 잠까지 적시다가
새벽
한강에 피어나는 안개나 볼거나
아픈 몸으로 이불 끌어당기며
나는 괜찮다 하시는
어머니 같은 안개 낀 강이나 바라다 볼거나
내친김에 강을 거슬러 올라가
달래강으로 어머니 만나러 갈거나
어머니 잔소리처럼 부는 봄바람에
움트는 새순 피어나는 꽃들에
취해
여린 꽃잎이 새순이 되어 볼거나
봄바람
허호석
그냥, 가만히 있질 못한다
지나가다
옷깃을 슬쩍 들춰보는
장난꾸러기
버려진 휴지쪽을
휙휙 담 너머로 던지고 가는
개구쟁이
맨발로 산과 들을 쏘다니다
보리밭을 장치는
말썽꾸러기
풀물 밴 옷자락 펄렁펄렁
아유! 못 말려
언제나 철이 들까
봄바람
홍금자
바람이 어지럽다
사랑의 기도처럼
봄을 마련하던 너그러움 잊고
무서운 분노로 돌아오고 있다
잎도 없는 가지들
마구 흔들어 대면서
배반의 음모로 일어서고 있다
너를 앓는 슬픔이 여전한데
철없는 나무들 혼자서 춤추고
먼 산이 연둣빛을 먼저 입는다
어둑한 카페에
젊은 여자들이
안개처럼 연기를 뿜는다
이방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닮은 얼굴 떠밀며
노란, 빨간 머리칼로 어지럽다
밖은 봄바람으로 자꾸 출렁이는데
춘풍(春風)
홍대복
춘풍(春風) 불어 좋은 날
그대와 함께하니
꽃향기에 햇살 가득
벌, 나비 날아든다.
세월은 호시절(好時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열흘 붉은 꽃
없다지만
그대와 함께하니
아름다운 산하에
꽃 피고 새들 날아
정답게 지저귀네
봄바람
홍해리
투망에 걸린
그대 살찐 각어 두 마리
스타킹을 튀어나와
하이힐 속에서 퍼덕이고 있다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그대 스커트
푸른 풀밭 건너편
가늘게 몸을 재끼는
느릅나무 이파리빛이다
아침저녁 거리에서 그대는
온통 꽃밭이지만
지순한 비늘 조각 하나하나
봄 갈 여름 겨울
더구나 어둡고 긴긴 겨울이 지나고
반짝이는 가슴지느러미
이제 바닷바람에 실려
바다로 가고
눈도 입도 눈썹에도
그대 싱싱한 5월의 산길
마를 씹으며 가는
선화공주
봄바람 뒤를 따르고 있다
봄바람 속에
홍해리
겨울바람 속에는 날카로운 솜방망이가 들어 있다
두억시니
어처구니
칼 찬 사내들 말발굽 소리 대지를 가르지만
미나리꽝 얼음장 밑 푸른 미나리
살 오르는 소리 들어 보아라
봄바람 속에는 부드러운 칼이 들어 있으니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너
눈에 빠지며 엎어지며 불원천리 찾아왔다
기다린다는 것은
살을 찢고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환장의 세월이었지
남은 겨울의 꼬리를 가차 없이 잘라내려고
겨우내 부드럽게 칼을 갈았다
봄비는 조용히 울어 눈물로 겨울을 씻어내며
역습해 오는 꽃샘바람을 수비하기 위하여
비수를 가슴에 품는 것이니
봄바람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문자를 보라
봄이라고 바람 분다 봄바람 분다
봄바람 봄바람 바람이 분다
봄바람에게
홍희표
삼월 밤의 시편들은
어두운 방에서
한 그루 나무로 자라 나의 잠을 깨우고
벼랑 위에 부딪는 빛깔
푸른 잎의 가지마다
한 악장씩 피워내는
나의 손은
한 오라기의 언어에 횃불을 밝히고 살다가
어느 핸가
낯선 유형의 벌판에서
썰매를 끄는
순록에게 이끼를 주고,
어두운 방을 넘나드는
겨울의 나무들은
불시에 열기를 뿌리며
빈 하늘 속으로
줄달음치는 벌레,
창검을 쥐고 원정하던
앞개울에 달려가는
혹한(酷寒)의 온 몸으로
불어라, 번갯불에
나의 시들은 눈뜨고
가벼이 넘치는 선창(船窓)
문풍지에 어룽이는
작은 짐승들은 춤추며
봄바람이여 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