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리
공영란 – 그대 들리나요 가을 소리가
김수잔 – 시가 흐르는 가을 소리
김현태 - 가을 오는 소리
노정혜 – 가을 소리
목산 – 가을이 오는 소리
박고은 – 가을 소리
박노해 – 가을 소리
박상현 – 가을 소리
박옥화 – 가을이 오는 소리
박이도 – 가을이 오는 소리
배철지 – 가을 소리
손병흥 – 가을 소리
오정방 – 가을 소리
이남연 – 가을이 오는 소리
이남일 – 가을의 소리
이동순 – 가을 소리
이선명 – 가을 소리
이원문 – 가을의 소리
이향아 – 가을 강물 소리는
정세일 – 가을 소리
정태준 - 추심
조한직 – 가을 소리
최미봉 – 가을 소리가 익어갈 무렵
그대 들리나요 가을 소리가
공영란
무더위보다 더 요란했던 매미 소리 잦아들고
밤이면 풀벌레들 아름답게 합창하니 나는 가을입니다
농번기 그렇게 애태우던 비가 철모르고 쏟아지고 바람마저 세차게 불었지만 나는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는 내게로 오고 나도 그에게 갔으니 그럴 수밖에요
남들은 아직일지 몰라도 이미 흠뻑 젖은 빛깔로
나는 이미 가을이 되었네요
아무도 모를 거야 남몰래 얼마나 수많은 속울음 울며
그 뜨거움 참고 견뎌내며 기다렸는지
나 혼자 서둘러 붉어져 가을이 되었다고 말하지 말아요
그건 아니란 거 이미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사랑이 아픈 순서대로 물들어 더 아름답고
깊어지니 소식 없이 우울함이 찾아드네요
세월이란 벽이 쌓이면 나도 그럴걸 이딴 변명 말아요 그냥 술 한잔에 시름 놓고 싶을 때 찾아와도
애쓰며 노력 안 해도 흔들려 넘어지지 않을 테니
그대 삶을 너무 인색하게 외면하진 말아요
가끔 찾아오는 설렘마저 뿌리치고 살진 말아야
더 먼 훗날에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는 그런 삶을
나 살았노라 하겠지요
그대 들리나요. 가을이 코스모스로 흔들리며
그리움으로 낙엽 되어 쌓이는 빛바랜 소리가
시가 흐르는 가을 소리
김수잔
갈참나무에서
다람쥐의 신나는 춤에
떼구루루 도토리와
오색 옷이 춤추며 흩날린다
그들은 황홀하게 영글어
소 솔바람에 가락 맞춰
시 詩가 되어 노래 부른다
뒹구는 가락은
갈바람이 부는 대로
세상을 스치며
세월이 가는 소리
읊조리는 애절한 소리
시 詩가 흐르며
멀리 저 멀리
본향(本鄕)으로 가는 소리
가을 오는 소리
김현태
가지 끝에 매달린 잎새
따갑게 날 세운 갈햇살 말아 올려
가녀린 나랫짓 펄럭펄럭거리며
떠나는 여름 끝자락에
그리움 찾아 나선 사색 물들인 채
빛바랜 여백 속에 들썩인다
창문 두드리는 갈바람 따라
귀뚜리 노랫가락 흥얼흥얼 읊조리니
마음 밭에 촉촉이 젖어 들고
말갛게 피어 나는 쪽빛 하늘
설레임 끌어 안은 솜털구름 춤사위
잔잔한 웃음 머금어 떠다닌다
누렇게 번져 가는 나뭇잎
곰삭은 외로움 더미 꼼지락꼼지락
희미한 얘기 흔들어 깨우며
소리소문없이 찾아 들어
무지개마냥 피어오르는 편린들이
섬섬히 추억 되새김질 한다
가을 소리
노정혜
나뭇잎 주어보니
가을이다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아름답게 익어가요
가을은 사랑의 결실
가을이 부자 만들어 주네
가을이 오는 소리
목산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먼 동이
트니
저
하늘 가 에
새 털 구름
밝은 햇살 초록 산천
이
눈동자에
노랑 빨강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결실에
계절이
문턱에 와 있나 보다
가을 소리
박고은
귀뚤귀뚤
달빛 핥으며 풀잎 흔드는 저 소린
떠돌며 시름 깁는
나그네의 넋두리인가
영혼에 머문 사랑
미처 못 다 부른
지독한 상사병 앓는
서러운 노래인가
끝내 기다림에 지친
여인네 베갯머리
애간장 끊어질 듯 이어지는
외로움의 독백인가
애달피 뉘 모를
가슴 타고 흐를 저어 저,
가을의 청음(靑音) 온 밤을 씹어
귀뚤귀뚤 귀뚤귀뚤
가을 소리
박노해
가을은 투명해 가는 백합나무 잎에서 온다
살며시 고개 숙인 들녘의 벼에게서 온다
마당 가에 빨갛게 말라가는 고추에서 오고
서로 어깨를 기대인 참깨 다발에서 오고
조금씩 높아지고 맑아지는 하늘빛에서 온다
무성한 잎사귀 사이로 얼굴을 드러내며
붉은 볼로 빛나는 대추알과 사과알에서 온다
봉숭아 꽃씨 매발 톱 꽃씨 그 작은 씨앗들이
토옥톡 멀리 퍼져 흙 속을 파고드는
소리 없는 희망의 분투에서 온다
그리고 가만가만 생각에 잠긴 너
조금은 쓸쓸하고 슬퍼지는 마음에
세상의 미약한 노래들과 다른 목소리들과
가슴에 묻어둔 말들이 메아리 쳐 오는
가을은 너에게로 마주 걸어온다
가을이 오는 소리
고요해진 내 마음에 울려오는
가을 소리
가을 소리
박상현
포롱 거리는 작은 새의 날갯짓하는 소리 따라
깨단은 톡톡 가을 햇살 속에 물수제비 뜨고
억새꽃 눈처럼 날리는 소리
들쥐의 바쁜 걸음으로 가을은 다가옵니다
메밀꽃 달빛보다 하얗게 익어가는 밤
풀벌레 날갯짓 소리에
들국화 향은 짙게 익어가고
가을의 기도는 낙엽 위에 쌓여갑니다
콩깍지 두드리는 햇살에 놀란 가을은
장날처럼 노란 은행잎 붉디붉은 단풍잎
손 시림으로 내려놓습니다
붉은 수수단 메고 오는 가을
망초꽃 속에 어석어석 무 익어가는 소리
머밋머밋 제 깃발을 내려놓는 나무들입니다
쟁기 지나가듯 밀려오는 가을입니다
금빛 벼 익어가는 소리에
금빛 땀방울 함박꽃처럼 달려오는 농부의 마음입니다
칡 순 녹아내리는 가을
하롱하롱 코스모스 꽃잎이 지는 가을날
잠자리 날개 타고 홍시로 익어가는 가을
불타오르는 가을을 산호수는 침묵으로 포옹합니다
하루하루 삽 한 자루씩 깊어가는 가을밤
별빛에 이슬방울처럼 매달린 산밤이
아기 바람에 톡톡 떨어져
산간 벽촌의 밤을 일으켜 세우네요
가을이 오는 소리
박옥화
나지막이
어깨 위로 들려오는
가을의 소리
푸른 하늘에
고추잠자리 날고
오색빛깔 단풍잎
눈에 넣을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싱숭생숭
가을이 오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사랑하는 그대와
기차여행도 하고 싶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수다 떨며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
가을아
가을아
어서,오렴
설레는 마음 안고
그대 마중하리
가을이 오는 소리
박이도
가을은 오는가
무력했던 여름
비극의 환상이 언뜻언뜻
무더위로 사라진다
이제 무엇을 더 기다리겠는가
어둠의 꺼풀을 벗고
먼동이 꿈틀대는 모습
무엇인가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순리를 보러 가자
흥건히 이슬에 젖은 발부리로
이 육신을 세우고
대지를 향해 나선다
마을을 나서는 기침소리
가까이 흐르는 냇물소리
살아 있는 모두의 안부를 묻는다
차가운 소리
가을이 온다, 내 정신으로
살아온다
가을 소리
배철지
푸르른 볍씨 맺혀있던
잎자루의 기억들
서풍 새도록 볼 때 마다
툭 툭 떨어져 구른다
길섶 억새 손사래치고
구절초
들려오는 소리에
연보라 꽃술로
게으른 벌 받아들인다
외로워진 날들을 향하여
가는 귀들은 모두 널려 있고
다가오는 소리
검은 터널처럼 증폭시켜
내어 보낸다
이윽고 몇 마리 참새들
빈 들을 찢고
파문따라 이어지는 가을
추위에도 끊어지지 않을
따뜻한 손길에 실려
다시 툭툭 굴러가는 소리
가을 소리
손병흥
스쳐 가는 바람결에 가슴 시린 이 가을
풍경처럼 흠뻑 취해 불그스레해진 계절
점차 희미해지고 잊혀진 채 흘러가 버린
나날이 물드는 그리움 가득한 세월 문턱
서성대는 갈대숲 사이로 흐르는 상념들이
자꾸만 떠올려지는 가을날에 반추해본 추억
멀리서나마 무심하게 그리워지고 보고플 때
비우고 읊조려 다시금 채워가는 회한 많은 삶
조금씩 들국화처럼 깊어져만 가는 가을 향기
단풍빛으로 스며든 풀벌레 소리 정겨운 시절
가을 소리
오정방
가을철 깊은 밤에
귀익은 벌레 소리
지난해 이맘때에
밤새워 듣던 소리
풀벌레,
너희들로 하여
가을임을 아노라
가을이 오는 소리
이남연
여름이 지나고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의
절기인 처서의 아침 비 온 뒤여서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주는 이 상쾌함
더위를 잘 견디어 위로해 주듯이
바람결에는 가을 냄새가 난다
벌써 시장에는 과일이 풍성하고
텃밭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와
토마토가 탐스럽게 익어가니
9월이 오기 전에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가을의 소리
이남일
조용히
풀벌레 소리에 춤추는 별빛을 보라.
눈 비비는 어둠속 잎가지에
단풍잎 떨어지는 소리 들릴 것이다.
가만히
달빛에 흔들리는 밤이슬을 보라.
달그림자 기우는 길 숲에
밤알 떨어지는 소리 들릴 것이다.
모두가 떠나는 밤
홀로 그리움에 불을 댕기면
서리 가슴은 총총히 부서져
문득 별 쏟아지는 소리 들릴 것이다
가을 소리
이동순
이른 아침
늦가을 햇살이 눈부신데
어데서 무슨 소리가 사륵사륵 들려온다
싸락눈은 분명 아니데
저게 웬소리
나는 방문을 열고
찬 공기가 왈칵 이마에 들이치는 마당을 내다 본다
아하, 느티나무밭에
젖은 가랑잎이 일제히 떨어지고 있었구나
잎이 다 떨어져 내린다고
새들이 안타까운 듯이 지줄대고 있다
나는 아침 한때
넋을 놓고 가을 소리를 들었다
가을 소리
이선명
바람이 분다
강은 흐르고
낙엽이 구른다
코스모스 흔들리고
갈대가 울고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고
상막한 도시에도 가을이 온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웃음소리
기차의 설렘과
산길을 오르는 숨 소리
사람들의 무심한 마음에도 가을이 온다
비가 내린다
창을 두드리는 추억
따뜻한 커피 와 라디오 소리
사람이 그리운 내 마음에도 가을이 온다
바람이 분다
강은 흐르고
낙엽이 구른다
가을의 소리
이원문
모두가 조용히 숨죽인 세상
여름 잃은 나뭇잎 오색 물들이고
끝맺음의 풀숲마다 씨앗 영글리기에 바쁘다
움츠러드는 사람의 마음인가
바람의 부채질에 시드는 세상
들려오는 소리마다 조용히
고향의 먼 소리도 함께 섞이고
서산 넘는 기러기 떼 귀뚜라미의 밤
바람도 쓸쓸히 옛 바람인 듯
깊어가는 가을 불어오는 바람 차갑다
가을 강물 소리는
이향아
이제는 나도 철이 드나 봅니다,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는 치맛귀를 붙잡고
이대로 그만 가라앉거라, 가라앉거라
타일러 쌓고
소슬한 바람 내 속에서 일어나
모처럼 핏줄도 돌아보게 합니다
함께 살다 흩어지면 사촌이 되고
다시 가다 길을 잃어 남남이 되는,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지금은 내왕이 끊긴 일가친척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고 가면 바다가 벼랑처럼 있어
거기 함께 떨어져 만난다고 하지만
죽어서 가는 천당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가을 강물을 보면 문득 용서받고 싶습니다, 어머니.
즐펀히 너브러진 물줄기가 심장으로 고여서
땀으로 눈물로 이슬 맺는 은혜
가을 강가에 서서
나는 모처럼, 과묵한 해 그림자 갈대그늘을
따라가면서 잠겨들면서
내 목숨 좁은 길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을 소리
정세일
가을 소리에 흐르는 개울물은 귀가 밝습니다
가을 소리가 달아오를 때는 쏴아 소리를 냅니다
튓마루 누나의 하얀 고무신에 물소리를 담고 와서는
가을을 닮아 누워있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졸졸졸 소리를 귀 소리로 들려줍니다
가을이 흘러가는 소리는 새벽이 되면
강물처럼 깊어집니다
잠 깨어 있는 창안에는
일어난 나무들이 가까이 와서
창가에 누워 가을처럼 잠들어 있는 나에게
그림자처럼 맑고 깊은 숨소리로 가을 소리를 담은
이슬 젖은 풀벌레와 함께 노래를 합니다
가을 소리는 언제나 아침 늦잠을 잡니다
일찍 일어나 피곤한 가을 소리는
아침 일터를 준비하러 신발을 신는 나를 보면서
언제나 아침에는 늦잠을 잡니다
추심
정태준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내 맘에서 오는 소리
아~아 아~아
잎은 떨어지는데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내 맘에서 오는 소리
아-아 아-아
잎은 떨어지는데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지는 잎에 사연 적어
시냇물에 띄워볼까
행여나 내 님이
받아 보실까
아~아 아~아
기러기는 나는데
깊어가는 가을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아-아 아-아
어이 새워 보낼까
가을 소리
조한직
아침 바람이 살녀시
이마를 스치니 신선하다
너는 그새 상쾌한 바람으로
오는 듯이 마는 듯이
그렇게 숨소리 죽여
가슴 속까지 스며들었구나
대지에 푸른빛 넘치던 날
속삭임 소리 희망으로 들리더니
지금 저 산과 들에는 온통
꿈이 영그는 소리 구성지다
가는 세월 아쉬움 달래라며
나뭇가지에도 들판에도
빨갛고 노랗게 수놓아 가는 풍요를
천고는 바라보며 웃는다
가을 소리가 익어갈 무렵
최미봉
연필 하나 들고
가을 장터로 나간다
달아오른 신기루에
멍석이 된 아스팔트
할머니의 호령에 말려지는
시뻘건 고추를 보며
갓길에 핀
봉숭아. 금송화. 맨드라미 꽃 속에
침 바르며 한 줄 써내려간다
더하기. 빼기. 산수왕
성난 얼굴 예쁜 얼굴
팔색조 닮은
허수아비 두 팔로 살랑대면
고맙다고 고개 숙인
벼 이삭 보니
내 허리도 휘어진 채
또 한줄 써내려 간다
먼 산 바라보니
맑은소리들
울창했던 푸르름도
또 다른 풍광을 만들어내니
시월이 쏟아내는
공간에 채워진 가을 이야기
단풍 꽃 밟혀가는
11월 맞다 보니
봄바람 타고
들려왔던 워낭소리
귓가에 스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