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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

Bollnow 2024. 7. 14. 12:40

강영은 투명 개구리

구분옥 경칩

구재기 경칩 날에

김경렬 경칩 하루

김덕성 경칩

김명배 경칩

김영길 경칩 날

나상국 경칩 날에

박금리 우수 경칩

박성우 경칩

박영교 경칩(驚蟄)

박인걸 경칩(驚蟄) 추억

박종영 경칩

박필경 경칩

반기룡 - 경칩

서지월 경칩(驚蟄)

성백군 - 경칩(驚蟄)

손병흥 - 경칩

신경림 경칩

오애숙 - 경칩

오애숙 우수와 경칩 즈음에

오영희 경칩 날

오정방 경칩

유창섭 - 경칩

유치환 - 경칩 가까와 오다

윤보영 개구리 이야기

윤보영 경칩

윤보영 경칩 풍경

윤성의 - 우수 경칩 그 무렵

윤재철 경칩

이동순 봄의 설법

이봉하 오늘은 경칩

이재봉 경칩 날 아침

이해완 경칩

이혜선 경칩 무렵

임영봉 경칩

장은수 분노한 경칩 아침

장인성 경칩 일기

전상순 경칩에

정민기 경칩

정옥순 경칩 날

정일근 우수서 경칩까지

정종명 경칩

정희정 경칩을 품은 봄

조남명 경칩 날에

조병화 - 경칩

주용일 경칩

평보 경칩

한인수 경칩(驚蟄)

한하운 개구리

한하운

홍대복 경칩 뜨락에

홍해리 경칩

 

 

 

투명 개구리

강영은

경칩 날 아침, 이슬비 내린다

방울져 내리는 빗방울 바라보다

, 개구리 알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둥글고 말간 알들이 송알송알 내린다

동그라미가 툭 툭 터지는 것이

올챙이 투명 꼬리 터지는 것 같다

바람이 헤적일 때마다

꼬리를 살랑이는 투명 올챙이

앞다리가 쏙, 뒷다리가 쑥,

땅바닥을 딛고 튀어 오른다

땅바닥이 넙죽 네 다리를 벌린다

하늘과 땅이 포개어진다

경칩 날 아침, 어디서 개구리가 운다

개구리 한 마리 보이지 않는데

봄이 온다, 봄이 온다, 내가 운다

천지가 연못이다

 

 

 

경칩

구분옥

 

입춘 지나

대지가 춤을 추니

 

개구리 깜짝 놀라

긴 잠에서 깨어난다

 

만물이 소생하는 날

조용하던 들녘

 

농부 바쁜 일손 재촉하는

부지깽이도 뛴다는 봄

 

경칩이다

어서 일어나라

 

잠든 이들이여

 

 

 

경칩 날에

구재기

 

의료 보험증도 없는 마을 사람끼리 모여 빈대가 없어진다

흙벽을 바르고 나서 골짜기로 골짜기로 거슬러 오른다

아직도 살아 있는 얼음장을 들추며

손 시린 물낯에 제 얼굴을 비추며

질긴 겨울 동안 잃어버린 웃음을 찾는다

물꼬 앞에서 소리치고 뉘우치고 서러워하던 이야기

불로불사(不老不死)의 가슴으로 두 손을 서로 맞잡으면

몸에 좋은 한 개구리, 비단개구리

그리고 이무기에 바쳐진 처녀를 구한 전설 속의 두꺼비

겨울을 이겨낸 씨톨은 역시 반가웁구나

보리 촉을 바라보며 일 년을 점치며

경칩을 먹으며 준비한 소주를 마시며

미워하던 마음들을 골짜기에 열어제치면

도시로 나가는 버스조차 아니 오고

마주한 얼굴에 서서히 돋는 어둠

의료 보험증도 없는 마을 사람끼리

가난 없는 눈물을 마구 쏟아 놓는다

 

 

 

경칩 하루

김경렬

 

봄날에 쟁기 몰고

이랴 들로 나가자

 

소쩍새 우는 무논

언 땅을 갈아보자

 

식전에

나올 막걸리

그 맛이 그립다

 

 

 

경칩

김덕성

 

 

 

한풀 꺾였던 햇살

가슴을 활짝 펴고 한 아름 내려주는

그 따사함은 무엇으로 비하랴

봄내음은 온 누리에 품기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기지개를 펴며 땅위로 나오고

무병무사를 원하는 흙일을 하며

사내들은 농사일로 일손이 바쁘고

아낙들은 장을 담그는

겨우내 미뤘던 일을 시작하는 봄

조상들의 봄을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가는 슬기로운 지혜

복 받은 이 땅에

올해에도

새 희망의 봄이 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약동하는 경칩이 되어라.

 

 

 

경칩

김명배

 

어디를 짚어도

맥박이 온다

 

살아 있는 땅

 

나무를 구르면

하늘을 메우는 숨방울

 

들을 구르면

눈 높이까지 솟는

공깃돌

위로

 

날아 오르는

숨방울

 

아지랑이는 아직

바램보다

키가 작지만

 

살아 있는 땅

 

어디를 짚어도

체온이 온다

맥박이 온다

 

 

 

경칩 날

김영길

 

삼월의 첫날 영하 7도로 마지막

추위의 기세를 부리더니 남녘으로부터

불어오는 따뜻한 훈풍에 닷새 만에

쫓겨 간 것 같다

 

경칩 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아름다운 꽃나무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꽃망울을 뭉치고

미소를 띄우며 준비에 바쁘다

 

저 꽃들이 만개하여 활짝 웃는 날

새봄은 무르익어가고 사람들의

마음도 꽃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그 날

꽃의 아름다움과 밝은 미소에 깊은

시름을 덜어 줄 것만 같다

 

꽃은 볼수록 신기하고 신선하고

상쾌하고 향기롭고 아름다움이 차고

넘치는 존재의 가치가 무한정하여

조물주의 독창과 창작과 창조의 극치를

마음껏 빛내 주고 있다

 

 

 

경칩 날에

나상국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

경칩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데

요즘 같아선

개구리 아무리

개굴개굴 깨굴 깨굴 울어도

개구리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미치도록 듣고 있는

우한 폐렴 코로나19

쌍코피가 터지고

뒤로 자빠질 때까지도

지속될 것 같다

얼음물 속에서

땅속에서 나온

개구리도

금 마스크를 써야 할 것 같다

 

 

 

우수 경칩

박금리

 

식은 구들에 언 몸을 녹였더니

무릎뼈 언저리 살점만 모두 삭아

겨울 아침이 조촐하고나

기온 낮은 곳서 시를 쓰면

시의 어느 곳이 삭아 마츰내

앙상히 마른 시가 되느냐

너의 언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

더 이상 시를 써서 시를 죽이지 말라

귀동냥에 줏은 한량의 시 한구절이

여윈 가슴팍에 무척이나 애닲고나

우수 경칩에 매정한 땅들 녹아나고

물오른 가시내 장단지가 희고 흰데

어둑한 싯구 갈길만 자꾸 멀어

길따라 가느냐 샛길로 가느냐

사못 마음만 착잡하다

길따라 갔다 소식 없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웃음 갖은 얼굴이나 원 없이 보았으면

주눅 든 이 아침의 조촐한 시 한 편도

갈길 따라 다시 서고

사방 기츰 소리 여보란 듯 크게 내며

얕은 푸념 장작불에 한갓 재로 태우련만

재 너머 오솔길 인적조차 사라지니

사내 가슴 징 박는다

나 몰라라 매정하게 무쇠 징 박아댄다

에헤라, 닳고 마른 가죽 살엔

무쇠 징이 제격이지

겨우내 시린 땅에 측은히 부르튼 발

바닥 살에 징 박아라, 에헤라 징징 박어

춘풍 불고 따순 날에

달구지 끌고 내 갈란다

터진 살 쇠징 박아 시 한 수 읊조리며

달구지 끌고 내 갈란다

 

 

 

경칩

박성우

 

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껑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

 

 

 

경칩(驚蟄)

박영교

 

이제는 입을 열리라.

그 먼 옛날 일까지도

 

우리들의 울음바다

깊고 한없는 하늘깊이

 

질펀한

생각의 늪 속

둥둥 뜨게 하는 함성

 

 

 

경칩(驚蟄) 추억

박인걸

 

경칩이 오면 수렁논 웅덩이에서

종일 부르던 개구리 노랫소리

아득한 추억을 되새기며

아늑한 산길을 오르노라면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 꽃망울에

너의 곱던 모습이 되살아난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언덕에서

너의 그 고운 얼굴과

바람결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나의 마음을 연실 흔들 때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며시 네 손 잡아주던 그 설렘도

 

먼먼 세월의 긴 강을 건너

이제는 까마득한 옛이야기로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햇볕 쏟아지는 바위에 걸터앉아

물오른 여린 가지 어루만질 때

꽃향기처럼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경칩

박종영

 

텃밭 거름더미에서

모락모락 더운 김이 솟아오른다

땅심이 기지개를 켜는

살아있는 땅의 맥박이다

 

나뭇가지마다 단물이 차오르고

달콤한 바람을 손에 담으니 구름이 내려와

촉촉한 물방울을 뿌리고,

 

땅을 구르니 일제히 솟아오르는

푸른 싹들의 아우성,

 

정녕 봄이 숨어있는 땅

경칩 날에,

지구의 숨바꼭질이

 

게으른 대지를 깨운다.

 

 

 

경칩

박필경

 

 

 

버들강아지

햇볕 핧아 감질 나는 시장기 달래는데

염치없이

개울은 과식을 토해 내는지

꾸르륵 꾸르륵

토악질이 한창이다

 

동면의 마취가 풀린

풀려 잠깬 개구리

한속기 면하려 몸풀고

 

겨우내 동맥경화로 굳었던

가슴에 심은 한 그루 꽃나무

새 움 트려는지

전신이 가렵다

 

 

 

경칩

반기룡

 

개구리가

칩거 생활에서

풀려나며

파안대소하네

 

 

 

경칩(驚蟄)

서지월

 

놀라워라

세상이 다시 깨어났으니

놀라워라

지촉이 다시 흔들리고

겨우내 삼매경에 빠졌던

개구리, 개구리가 맑은 눈 비비며

우리 앞에 모습 드러냈으니

 

참으로 놀라워라

무덤 속 영원히 깨어나지 않은 주검들 뒤로

살결 같은 흙 비집고 나와

인간 세상 살맛 난다고

다시 개구리가 봄을 깨웠으니

몸 비트는 수양버들

파릇파릇한 보리들

봄 하늘 어루만지노니

 

시냇물아 무얼하느냐

노래 불러야지

숨찬 언덕아, 풀밭이여 무얼 하느냐

새옷 갈아입어야지

맑게 씻기운 하늘아

종다리를 풀어놓아야지

해방이 따로 있느냐

너희들이 이 땅의 주인인 것을!

 

놀라워라

선한 눈매를 가진 개구리가

우리 앞에 다시 모습 드러냈으니

세상이 다시 살맛 나느니

놀라워라

참으로 놀라워라

 

 

 

경칩(驚蟄)

성백군

 

개구리 두 마리

얼음 설킨 개울, 이끼 낀 너럭바위 위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개골

하고 반가워 아는 체하는데도

눈만 말똥말똥

기억상실증인가 치매에 걸린 걸까, 대답이 없더니

폴짝, 뛰어내린다

 

, 다행이다 싶다

저 미물이 겨울잠 자는 동안

혹한이 제 곁을 지나간 줄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저렇게 태평할 수 있을까

 

곧 파문은 잠잠해지고

물속이 편안해지면

세상 사는 데는 몰라서 좋은 것도 있다며

올챙이들 오글오글

개구리들 개골개골 제 철 만나 새끼 키운다고

봄이 야단법석이겠다.

 

 

 

경칩

손병흥

 

입춘 다음 찾아오는 봄의 세 번째 절기이자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 속에서 깨어나고

초목의 싹들도 돋기 시작한다는 경칩의 유래

 

천둥소리에 벌레가 놀라 땅에서 나온다고들 해서

놀랄 경()자와 벌레 칩()자를 써서 사용하는

24절기 중 슬슬 봄나들이를 나서는 세 번째 절기

 

태양의 황경(黃經)345도에 이르는 때인 시기인데다

일명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 동지 이후 74일째가 되는

양력 36일경부터 춘분 전까지의 음력 이월절(二月節)

 

 

 

경칩

신경림

 

흙 묻은 속옷 바람으로 누워.

아내는 몸을 떨며 기침을 했다.

온종일 방고래가 들먹이고.

메주 뜨는 냄새가 역한 정미소 뒷방.

십촉 전등 아래 광산 젊은 패들은.

밤 이슥토록 철 늦은 섰다판을 벌여.

아내 대신 묵을 치고 술을 나르고.

풀무를 돌려 방에 군불을 때고.

볏섬을 싣고 온 마차꾼까지 끼여.

판이 어우러지면 어느새 닭이 울어.

버럭을 지러 나갈 아내를 위해 나는.

개평을 뜯어 해장국을 시키러 갔다.

경칩이 와도 그냥 추운 촌 장터.

전쟁통에 맞아 죽은 육발이의 처는.

아무한테나 헤픈 눈웃음을 치며.

우거지가 많이 든 해장국을 말고.

불이나 꺼지지 않은 삥집으로 돌아갔다.

 

 

 

경칩(驚蟄)

심은섭

 

또르륵 또르륵

얼음 조각 녹여내는

물방울 구르는 소리에

 

선잠에 눈 비비며

엉금엉금 개구리가

밖을 내다본다.

 

사파(砂波)의 발자국 소리 들리는 듯

시린 냇물에 몸을 숨기고

놀란 눈을 키운다.

 

샌 눈으로 밖을 훔쳐보니

선듯선듯 겨울 끝자락이

버들가지에 매달려

스멀스멀 버들강아지와

싱갱이 하고

 

잔설이 시린 듯

배실 배실 새싹들이

옷깃을 여민다

 

양지 밝은 저쪽 다람쥐 한 쌍

발이 시린 듯

낙엽 위에서

사랑 놀음 남사 시럽네.

 

 

 

경칩

오애숙

 

봄이 오는 길목 완연한 봄맞이로

들뜬 마음에 동심으로 가고픈 지

냇가 올챙이 그리움으로 오는 길섶

LA는 사막이라 산에 올라가더라도

물줄기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기에

개울가 올챙이 오롯이 떠오릅니다

 

LA 봄볕으로 설원의 언 땅 녹이어

사윈 대지 빙점 갈라서 적막 던지고

금싸라기 봄햇살 속 동장군 날리련만

57년 만의 한파로 봄이 멀은 것 같으나

파아란 나래 활짝 펼친 봄 들판 기대 속

희망 나팔로 모두 노래 불렀으면 해요

 

이제 입춘도 우수도 지나고 개구리

동면에서 깬다는 경칩이 다가오기에

겨울잠 자던 동물들 꿈틀 꿈틀거리고

초목에도 싹 터 옹기종기 노래할 때면

봄 처녀 맘속 설렘 이는 3번째 절기로

산들바람에 고로쇠 물 찾아 나섭니다

 

 

 

우수와 경칩 즈음에

오애숙

 

올 겨울엔 유난했었지

뉴스에 의한 보도 춥다해

준비물 모자와 장갑 끼고서

긴외투 목도리 점검하던 날들 속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지요

미세먼지와 코로라로

 

명심할 건 춥다해도

한랭 전선인 마음에는

아무리 완전무장 하더라도

훅근한 보일러실에 있다해도

돌풍이 되어 이웃속에

돌을 던질수 있지요

 

결국 쌩쌩한 심연은

온기 못 느끼게 될 터이니

가슴이 냉혈 동물 될수 있어

우리 모두 마음 열고서 서로가

이웃 향해 사랑으로 다가서서

따뜻한 겨울 보내 봐요

 

봄이 나래 펼치는 2월이나

겨울이 다 지나간 건 아니지요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릴 때 까지

우수와 경칩 코앞으로 다가왔어도

아직 겨울이니 훈훈한 사랑으로

서로 교류하며 온기 느껴봐요

 

 

 

경칩 날

오영희

 

땅속에서 잠들어 있던 꿈들이

이제 깨어나 움직인다.

 

작은 새싹들이

햇살을 향해 뻗어나간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

세상을 깨우고

 

찬란한 꽃들이 피어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경칩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절기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날이다.

 

 

 

경칩

오정방

 

우수와 춘분 사이

자는 듯 조을더니

 

드디어 때가 되니

기지개 펴며 깬다

 

지구를

들어 올리는

우렁차다 저 소리

 

 

 

경칩

유창섭

 

봄으로 가는 날은 가까우나

거저 오는 게 아니야

봄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

 

꽃샘 눈보라가 밀려오고

꽃샘추위가 부풀어 오른

꽃눈 얼어 터지게 하면서

소란스럽게,

 

하고 싶은 말 모두 토해 내라며

쌓아 두었던 미움 모두 내놓으라며

올 것은 모두 데리고,

보이지 않던 소리들 더불어,

 

가장 낮은 곳으로 온다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쑥과 냉이

가장 먼저 몸을 털고 일어서서

발밑에 욕심 내려놓으면

눈이 와도 꽃은 필 거야

 

 

 

경칩 가까와 오다

유치환

 

이건 연교

이건 산수유

작약은 예 있고

이건 목련---

 

나날로 잦게 인사도 없이 찾아와서

우리 집 창문을 떨거덕거리며

뜨락을 샅샅이 바래주는 것은

먼 남쪽 바다에서 오신 손님

 

들리니?

이렇게 은은히 울려 오는 바다 소리가

그 하이얀 울림에 적은 눈들은

가므레한 기척을 아득히 느낀다오

 

 

 

개구리 이야기

윤보영

 

경칩입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를 생각하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풍덩!

하고 소리가 들립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논둑에서 놀다가

나를 보고 놀라

물로 뛰어든 개구리!

 

그때 물이 아니라

제 가슴에 뛰어들었군요.

 

땅이 열리고

개구리가 깨어나는 오늘

제 가슴도 따라 열렸나 봅니다.

 

 

 

경칩

윤보영

 

1

후훗

개구리, 벌레, 새싹???

어서 와.

 

난 이미 오래전에

내 안에 봄을 만들었고

꽃까지 피워가며 기다렸거든.

 

다들 애썼다

토닥

토닥!

 

 

2

창밖에 비는

세상을 두드려

잠자는 개구리를 깨우고

 

비를 보며 꺼낸

그대 생각은

그리움을 두드려

잠자던 추억을 깨운다.

 

오늘

분위기 좋은 카페로 가서

생각 더 할 수 있게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3

창밖에 비는

세상을 두드려

잠자는 개구리를 깨우고

 

비를 보며 꺼낸 그대 생각은

그리움을 두드려

잠자던 추억을 깨우고.

 

 

 

경칩 풍경

윤보영

 

똑똑똑

"일어나, 경칩이야!"

땅속의 개구리를 깨우고

"나 일어났는데!"

 

똑똑똑

"일어나, 경칩이야!"

땅속의 씨앗을 깨우고

"나갈 준비 중이야!"

 

똑똑똑

"너도 나와 봐, 경칩이야!"

내 안의 그대를 깨우고

"곁에 있잖아!“

 

 

 

우수 경칩 그 무렵

윤성의

 

우수 경칩 왔다 가고

갔다가 다시 오고

 

대동강은 옛일처럼

얼고 얼고 또 풀려도

 

까마득 허리 잘린 땅에

한숨은 깊디깊다

 

속이 빈 목소리는

하늘 높이 떠돌고

 

멍이 든 가슴들의

눈물 닳는 맞 기슭에

 

피붙이

애끓는 정이

갈기갈기 찢긴다

 

녹슬은 철조망이

한낱 무엇이길래

 

생떼 같은 땅덩이에

어거지로 금을 긋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가슴들을 얼리는가

 

봄 같잖은 우수 경칩

몇 몇 번을 더 여의면

 

오뉴월 땡볕에도

녹지 않을

언 가슴을

 

한줄기

더운 핏줄로

한을 푸는 봄이 올까

 

 

 

경칩

윤재철

 

겨울과 봄 사이

아리송한 간극(間隙)

가는 겨울 오는 봄에 경계를

알리는 경칩

 

꼼지락꼼지락

산내들 화들짝 울림에

수줍은 꽃 몽우리

봉긋이 부풀어 오르고

 

산골 다랭이 논

물 고인 붓 도랑마다

개구리 방정으로

질펀해질 때

 

깊은 골 숨은 찬바람이

산등성이로 사라지고

서산마루 어여쁜 눈썹달이

사뿐이 걸려있다

 

 

 

봄의 설법

이동순

 

봄은 설법이다

땅속에서 묵묵히

겨울의 추위를 참아온

풀잎들이

 

이제 땅 위로 올라와

세상에 설법을 시작한다

 

봄은 설법이다

앙상했던 나뭇가지들이

다시 푸르른 잎을 돋우고

 

꽃봉오리들을 피워

세상에 설법을 시작한다

정일근 - 우수서 절기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경칩이 지나고

이제는 우수서 절기이다

 

땅속에서 잠들어 있던

벌레들이 깨어나고

새싹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

세상을 깨우고

찬란한 꽃들이 피어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오늘은 경칩

이봉하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을 싣고 오는 버스가 테러를 당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의 질투였는가?

마음에 빙하를 품고 살던 사람들이

신앙의 봄을 찾아 나선 이들에게

봄은 아직 멀리 있다고 겨울의 무거운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지구온난화와 빙하가 녹아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들 방식의 위로를 전했다.

새봄이 오는 길목을 지키려던 국경수비대는 유린당했고

낮뜨거운 일로 하루는 낮부터 어두워져갔다.

암덩어리는 지구의 혈관을 따라 곳곳마다 퍼져있고

그들이 돌아오려고 예약한 비행기는 봄을 찾는

또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빙하를 찾는 국경수비대는 잠시 매의 눈을 빌려보지만

허공에 공포탄만 쏘아대고

한바탕 소동을 치룬 후에야 봄이 냉이국을 내어준다.

오늘은 경칩

먼길을 떠나는 겨울새가 웅크리고 있다.

개구리 입이 한 번 더 벌벌거려야 열릴 것 같다.

 

 

 

경칩 날 아침

이재봉

 

스톱, 스톱 개구리가 튀어나와요

아내의 비명 소리에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자

반대편 찻길에서 꽝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서

헬멧을 쓴 사내가 도로 한 가운데로 튕겨 나온다

위태위태하다 피투성이가 된 사내

아침 햇살을 잘게 부수며 앰뷸런스가 달려온다

아무 일도 없었으면,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경칩

이해완

 

우수와

춘분 사이

 

연잎 같은

연못 속에

 

돌아온 탕아의 모습

개구리 한 마리가

 

천지간

진동하는 봄빛,

 

황홀하게

보고

 

 

 

경칩 무렵

이혜선

 

먼 데 산 이마

아지랑이 앞세우고 다가오네

 

엎드린 잔등이에 잔디 풀 돋아나는 소리

잔뿌리 실뿌리 더 깊이 발 뻗어 물긷는 소리

쪼로롱 물관부 따라 새 물오르는 소리

 

상수리 마른 잎 이불 속에서

애벌레가 돌아눕는 기착

발가락 꼼지락대는 기척

 

개미굴 안방에 산 개미 알 깨어나는 소리

바위굴 입구 새끼 곰들 낑낑, 내다보는 까만 소리들

잔설 녹은 땅 헤치는 두더지 똥그란 눈망울

 

얼음 풀린 냇물 건너

그대 사는 마을, 더 가까이 보이네 들리네

그대 하마 내 앞에 다가서는 향기

그 소리

 

 

 

경칩

임영봉

 

나무 등걸에서 돋는

푸른 내음이야

눈을 감아도

쏟아지는 햇살

가슴을 쪼옥 째고

들려오는

문고리를 잡아다니는

인기척

여보세요

거기, 누구신가요

십리 풀밭

거기, 누구신가요

 

 

 

분노한 경칩 아침

장은수

 

분노한 경칩 아침

이 땅이 얼어붙었다

백 년 동안 가슴에 서려있던 한을

하얀 눈 뭉치로 토해 낸다

 

길들인 고속도로 마비되고

시운전하는 고속철도 레일위에 멈췄다

땅속에 개구리들 나오지 못고

오장육부 뒤집혀도

말 못하는 이유를 아는가

 

세상만사 돌아가는 꼴이

꼴이 아니라

이 땅을 마구 흔들어

하늘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까 두려워서다

 

마라도 난초가, 독도의 소나무가

백령도 바위가

육지의 새들이 날아 오는 것을

외면하는 것을 아는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가

 

하늘이여

내려라, 쏟아 부어라

백 년 동안 가슴에 서려 있던 한을

하얀 눈 뭉치로 토해 내어라

육지에도, 바다에도

차라리

이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려라

 

 

 

경칩 일기

장인성

 

겨우내 외양간에 살찌운 소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 먹고 나니

입춘에 봄나물 다듬는 아낙네의 수다에

등에 업은 덕석*을 벗는다

 

경칩 오기 무섭게

두꺼비 원흥*이 고향 갈 때면

주인님 쟁기 고쳐 매고

이랴, 밭 갈러 가잔다

 

모심기 끝나고

백중 날 되면 또 네 팔자는 개 팔자여

싸리비로 소등을 쓸어주며

마행천리요 우경백무전* 이라

풍년은 너를 믿노라

 

* 덕석 : 추울 때 소의 등을 덮어 주는 짚 멍석.

* 원흥이 : 청주에 있는 방죽 이름

* 馬行千里 牛耕百畝田 : 말은 천 리를 달리고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간다.

 

 

 

경칩에

전상순

 

겨울잠 자던 개구리

밖으로 뛰어나올 준비체조 시간

흰 눈이 펄펄 내리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개구리

놀라 몸이 퍼렇게 변하더니

이내, 거북걸음이어도

언 땅 뚫고서라도 나올 기세다

 

출발 개시開始

오늘은 경칩

길가 자전거 바퀴 매끄러지듯

순조로운 날씨가 참으로 다행이야

 

꿀 많은 향유꽃에 벌 나비 붙은 듯

폭신한 잔디에 따사로운 햇살,

거기 위에 나앉은 모습이

금상첨화야

 

 

 

경칩

정민기

 

먼저 깨어난 시냇물이

경쾌하게 노래를 부른다

개구리가 이 알람을 놓친 적 없다

바이올린처럼 기지개를 켜자

흙 이불이 들썩거린다

간지럽다고 새싹이 돋아난다

, , 쏟아지는

애기살 같은 햇살 한 방

등에 꽂혔다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지며

개구리가 놀라 펄쩍 뛴다

 

 

 

경칩날

정옥순

 

밖에 비가 오는 소리

경칩이라고

따뜻한 훈풍

기지개를 펴고

밖으로 나가보세요

한결 기분이 가볍습니다

 

이 비를 맞으면 새싺이 올라오지요

 

그리고

 

흐드러지게

꽃이 피겠지요

 

 

 

우수서 경칩까지

정일근

응달에 녹지 않은 잔설이

겨우내 동면동물처럼 웅크리고 있다

저건 버려진 땅의 추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우수서 경칩까지 같이 걸어와 보니, 아니다

응달에 쑥 수북하다, 산수유꽃 터진다

저건 어느 땅 한 줌이든 버리지 않는

은현리의 가르침, 부지런히 볕 찾아

청솔당 문 앞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마다

 

봄까치꽃, 별꽃 스스로 지천이다

 

 

 

경칩

정종명

 

와 경칩이다

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분자분한 발소리에 긴 잠을 깬다

 

뒷밭 매화나무 종달새 청아한 목소리

봄을 노래하고 농군은 텃밭에 뿌릴

씨앗 준비로 부산을 뜬다

 

목마른 개울에 혈을 돌린

봄비에 뚝 떨어진 기온의 심술에

햇살도 힘을 잃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봄꽃이 기대된다

 

북풍은 짐을 챙겼고

남풍은 몸을 달구어 준비를 마쳤고

들녘에는 희망의 물줄기가 흐른다

 

골골이 퍼지는 미풍에 잠 깬 미물들

새 삶의 첫걸음이 힘차다

 

 

 

경칩을 품은 봄

정희정

 

물빛은 곱고 아름다워

자연은 스스로 조화를 이루고

맑은 개울이 졸졸 노래하며 흐르는

그 길을 나선 푸른 꿈의 행적

 

그 부유스런 꿈의 파동

아무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할

먼 곳으로 왔어도

풀려 나온 꿈의 입자들은 가볍기만 하다.

 

커다란 돌멩이 하나

따스한 햇볕 아래 웅크리고 앉아

봄을 산란하기 위해 강을 품고 있다.

 

물고기와 다슬기,

개구리는 돌 아래로 모여들고

싱그러운 함성이 여울지는 강가에는

올챙이가 헤엄치는 소리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에서

 

 

 

경칩 날에

조남명

 

검은 땅속

겨울 긴 잠에서

개구리는 깨어 나와

닭 우는 소리를 듣고

 

봄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야단법석인데

 

우리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헛된 꿈을 꾸고 있다

 

이제는

모두 깨어나

기지개를 켜지 않으련

갈 길을 향해

 

 

 

경칩

조병화

 

후끈한 목욕탕에 들어앉아

손등의 때를 민다

온몸에서 겨울을 밀어낸다

어디선지

, 꾸꾸, 꾸꾸꾸

대지가 열리는 소리.

 

 

 

경칩

주용일

 

땅이 풀린 것이 먼저였다

나뭇가지에 젖이 핑그르 돌고

껍질 속 벌레들이 꿈틀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배고픈 새 날아들어

나무 쪼는 소리 산 메아리 지고

문득 너를 생각하며

내 가슴 속에서

개구리들이 폴짝폴짝 뛴 것은

그다음 다음이었다

 

 

 

경칩

평보

 

깊은 산 계곡물

바위 밑에서

샘물이 흐르고

개구리 깨어날 때

하고 싶었던 말

보고 싶었다

이제 곧

꽃피는 봄날 오겠지

조금만 기다려줘

 

 

 

경칩(驚蟄)

한인수

 

엄동의 테두리를 벗어나

봄을 상징하는 생명이

땅속에 묻히어 잠잘 때

살았다고 기지개 켜는 날

 

봄의 시기를 가늠하듯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생동의 햇살을 받고

태어나기를 꿈을 꾼다.

 

이 세상 자연의 이치를

살아 숨 쉬는 모든 인간도

자연과 같은 여정을

받아들여 꿈을 꾸자

 

봄의 향기가 날리는 날은

사랑의 손길이 찾아오고

생동하는 모든 만물은

희망의 길을 걸을 것이다

 

 

 

개구리

한하운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한하운

 

제일 먼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좁은 지역에도 한 포기의 꽃을 피웠더냐

 

하늘이 부끄러워

민들레꽃 이른봄이 부끄러워

 

새로는 돋을 수 없는 빨간 모가지

땅속에서 움돋듯 치미는 모가지가 부끄러워

 

버들가지 철철 늘어진 초록빛 계절 앞에서

겨웁도록 울다 가는 청춘이요 눈물이요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 번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는 것이요

 

 

 

경칩 뜨락에

홍대복

 

만물이 깨어나는 경칩 뜨락

화사하게 다가오는 계절의 꽃 소식

물기 머금어 촉촉한 이 강산에도

예쁜 꽃망울 활짝 터트려 주려무나

 

암울한 대지에도 꽃은 피나니

파릇한 새싹 돋아나는 나뭇가지처럼

피폐해진 모두의 가슴에도 아나(猗儺) 하게

희망의 새싹 틔워 초록으로 곱게 물들여라

 

 

 

경칩

홍해리

 

하늘 화사하니 겨울을 벗고 나면

산이 웃기 시작한다

입이 떨어지고

슬슬슬 안면을 실룩이다

파안대소!

겨우내 입덧을 하던 숙근초

발가벗은 맨살로

산색을 무겁게 한다

하늘빛을 모아서

아지랑인 타오르고

아침 식탁엔 푸른 하늘이 내려

바람은 바다의 옆구리

파란 비늘을 달고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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