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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ㄱ

Bollnow 2024. 7. 10. 06:36

가영심 가을비

강남주 가을비

강민경 가을비 소리

강방영 가을비

강보철 가을비

강보철 가을비 내리고

강승희 가을비

강연호 - 가을비

강장원 - 어느 날 하염없이 가을비 내리거든

강진규 가을비

고은영 가을비 그리움

고은영 가을비 낙엽의 노래

고은영 - 가을비 내리면

고은영 - 가을비에 젖는 제3의 계절

고은영 가을을 재촉하는 비

고종만 가을비

고혜경 가을비

공순임 추우(秋雨)

곽종철 가을비 오는 날

곽종철 가을비 오는 밤

구경애 - 가을비

권경업 늦가을 비

권경희 가을 쌀비

권기식 가을비 내린 후

권대웅 - 가을비는 흐르지 않고 쌓인다

권도중 가을비

권미영 가을비

권선환 가을비

권순자 가을비

권승주 - 가을비

권승주 - 슬픈 가을비

권영익 가을 단비

권오범 - 가을비

권철 가을비

권태인 가을비 연가

권현형 가을비

기영석 가을비

김경렬 가을비

김경희 - 비야 비야, 안녕

김교태 가을비

김국현 가을비 오는 날

김귀녀 가을비

김귀녀 - 중년에 내리는 가을비

김근이 - 가을비

김기덕 - 가을비를 맞으며

김기진 가을비

김남극 가을비

김대식 추우(秋雨)

김덕성 - 가을비

김덕성 가을비 날 부른다

김덕성 - 가을비 내리네

김덕성 가을비 내리는 날

김덕성 가을비 내리는데

김덕성 가을비는

김덕성 가을비는 그리움

김덕성 - 가을비 속에 사랑

김덕성 - 가을비 속엔

김덕성 - 가을비 오는 날

김덕성 가을비의 소원

김덕성 가을비의 애상

김덕성 가을비 젖은 사랑

김덕성 비 오는 아침

김덕성 - 애상(哀想)의 가을비

김덕성 은행잎의 꿈

김말란 가을비

김문억 - 가을비

김민정 - 가을비 내리는 밤

김병근 가을비

김병근 가을비는 내리고

김복수 가을비

김복수 - 가을 빗소리

김성화 가을 장맛비

김순진 가을비

김승동 - 가을비

김시탁 가을비

김신오 가을비

김언희 - 가을비

김영국 가을비는 내리고

김영길 가을비

김영길 축복의 가을비

김영전 가을비

김영전 - 아버님의 가을비

김영전 탄식의 가을비

김영제 - 마지막 가을비

김영진 가을비

김우연 - 사랑은 가을비와 함께 내리고

김윤진 가을비는 내리고

김은식 노란 가을비

김인숙 가을비

김인숙 가을비는 내리고

김인숙 가을비 오는 밤

김재덕 - 가을비

김재성 가을비 우산 속

김재진 가을비

김점희 가을비는 내리고

김정남 늦은 가을비

김정란 - 가을, , 하염없이

김정택 - 가을비

김정호 가을비

김진주 눈물겨운 가을비

김철기 가을비 창가

김춘경 가을비 내리는 날

김태인 - 가을비

김현승 가을비

김희경 가을비에게

김희선 가을비

김흥기 - 가을비 오는 종로의 저녁

 

 

 

가을비

가영심

 

무엇이 우리에게

낯선 고독을 견디게 하는가

 

수락산 벼랑끝에서

흔들리는 단풍잎들

붉은 핏줄로 툭툭 터지며

서러운 혼으로 죄다 탄다

 

가을비에 젖어서 스러져가는

젊음의 피는 죽음을 사랑하는지

은둔의 시간 속에서

두려움은 목발을 짚고 오지만

 

모닥불 속으로 타들어 가는 뼈들의 고뇌처럼

가을비에 젖어서

하나씩 잃어가는 젊음의 피여.

 

 

 

가을비

강남주

 

김소월의 시가

창밖에서 들려온다.

시름없이 돌다 간

한 사나이의 서러운 생애가

창밖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젊은 날의 사랑하던 사람이

서른 살도 되기 이전에

비를 맞고 있다.

 

 

 

가을비 소리

강민경

 

산책길 비 피하려고

뉘 집 처마 밑에 들어

발밑을 살피는데

열매 몇 알 떨어져 있다

 

단내를 따라 줄을 잇는 개미떼

민감한 후각 앞세운 주인 행세라니

먹음직스런 열매를 열어

달콤한 맛에 푹 빠진 잔치

지척에 있는 나에겐 관심도 없다

 

열매에 살 올려놓고 떠나는

가을비의 배려였을까

저 때문에 굶주릴지도 모를

새와 개미를 걱정한 걸까

하나같이 빨갛고 노랗게 잘 익은 것들이다

꽃술을 털어내며 커지는 오진 열매를 보면서

오지고 기뻤던 기억의 한편은

실패한 인생 같아 스산하다

 

자연의 섭리라지만

내 가슴 속에 이는 생성(生成)의 외침

결실을 보고 떠나보내는

시간의 질곡(桎梏)을 벗어 나지 못한

가을비 소리

듣는 이의 가슴에 젖어든다

 

 

 

가을비

강방영

 

어제만 해도 여름이었습니다,

플라타너스 잎들 짙푸른 그늘 드리우고,

늦게 핀 장미 불을 뿜었습니다.

 

나뭇가지에 걸려 라디오에서는 느릿느릿

먼 나라 여인들의 노래 소리 날아다니고,

 

꿀물처럼 고여 넘치는 노래를

젊은이들은 휘파람 불었습니다.

 

열리는 창문 뻗어 오르는 담쟁이덩굴,

가을과 추위는 잊혀진 책이었습니다.

 

그 마당에 비가 옵니다.

똑같은 나무 의자 풀밭이 젖어듭니다.

여름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가을비

강보철

 

외롭다면

밤 기차를 타고

차창으로 만나는 빗방울과

이야기해 보자

 

허름한 찻집에서

흐릿한 백열전구 불빛 쫓아

지나간 기억이

함께하자고 손 내민다

 

외롭다면

바짓부리에 매달린 지난날을

빗소리 서글픈 모래사장으로 떨구며

철 지난 경포대를 걸어보자

 

세월을 견뎌온 해송

빗속, 벗 되어

우우

함께 울어준다

 

두덕두덕 어깨로 떨어지는 위로

불안해 변덕스러운 마음으로

속삭이는 빗소리를 품어보자

가을비가 주는 내일을

 

 

 

가을비 내리고

강보철

 

길 밖 풍경에

가을비 내리면

점점 오그라드는 물소리

계곡을 핥고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흘러가는 운명은

나의 곁을 맴돈다.

 

사라진 시간 속에

역사는 만들어지고

죽음은 생명을 잉태하듯

길게 드러누운 그림자는

점점 어둠에 먹히며

소리 없는 가을비

계절을 재촉한다.

 

실패와 좌절을 씻기는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秋雨)

강승희

 

서늘한 바람 먹구름 몰고 와

찬비 뿌리니

 

덥혀진 땅 식히고 냉기 토해 내는데

놀란 가슴 달래는 산과 들의

 

나무와 풀들 흠뻑 물마시며

겨울채비 서둘고

 

저무는 석양 노을에 졸고 있던 수탉은

물 한 모금 머금고 하늘 향해

목청 돋우어 노래하네.

 

 

 

가을비

강연호

 

가을비 며칠째 질척거려서 방죽 너머

모여 핀 쑥부쟁이들도 제각기 젖는다

물결 위 무수한 파문이 제풀에 어지러우면

방울 맺혔다 터지는 자리마다

슬며시 끼어들던 부표 화들짝 정신 차린다

다만 몇 번의 자맥질로도

바닥 알 수 없이 계절은 깊어

우산으로 얼굴 가리고 지나는 사람조차

살아서는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 같다

귓불 시렵다며 전신주가 징징거리는 한나절

도랑이나 쳐야지 고샅길 나서면

머리 맞대고 장기 한판 두던 처마끝 낙수

어정칠월 동동팔월 다 지났는데

무슨 물꼬 틀 일 있느냐며 혀를 찬다

 

 

 

어느 날 하염없이 가을비 내리거든

강장원

 

어느 날

하염없이 가을비 내리거든

우산을 함께 받아

건넬까 밀어 조각

고운 임

비에 젖을까

품어 안고 가리니

 

귀뚜리 울어 예니

별빛도 잠이 든 밤

때로는 밤바람이 풀잎 끝 스쳐 가도

행여나

임의 소린가

새벽 꿈을 깨우네

 

모진 비바람에

꺾이고 헤져도

하늘로 뻗은 줄기

흔들리며 앓던 울음

깊은 속

말 못한 사정

모를 리가 있으랴

 

 

 

가을비

강진규

 

추적추적

길고 긴 여정

바깥마당을 쓸 듯

물줄기마다 땀방울의 은유,

잿빛 구름을 홀로 떠도는데

가을을 끌어다 놓는

그리움 한 가닥

여직 목소리를 빛내는데

어느 만남이 이처럼

정이 깊어

하루 종일 내린다 해도

그 누가 탓을 하랴

먼 하늘로 가버린 내 마음

이미 땅끝마다

서리서리 맺힌 한도 풀리고

새로운 그리움 하나

기다림으로 와 서 있는데

무게도 없이

발등을 적신다, 때로는

가볍게 혹은 줄기차게

그리움의 계곡마다

실실히 정갈한 빗소리는 스며들고

이 가을 흐르는 빗소리 속에

내 마음도 흐른다

 

 

 

가을비 그리움

고은영

 

비의 발자국들은 우울이거나

저 먼 곳의 아득한 그리움

아직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

연 이틀 장대비는 세상을 후비고

끊임없이 내리거나 몰아치거나

번개와 낙뢰 소식이 지상을 휩쓸고

호우로 넘치는 페이지엔

여름의 사족을 오려내는 고의가 잇다

 

끊겼다 이어지는 빗줄기 속 잔상들

가난의 뼛속 깊이 묻어 두었던

가슴이 흔들리며 밤새 걸어간 고향에는

할머니 엉긴 손끝으로 빚은

고소한 보리 미숫가루

휘휘 빗물에 믹서 되어 흘러가고

후줄근한 초가지붕 처마 끝

가을을 떠나는 제비집이 휑하고

비 갠 자리 바람의 안부가 싸늘하겠다

 

 

 

가을비 낙엽의 노래

고은영

 

아픔이나 고통 없는 사소한 이별은 없다고

별이 뜨고 달이 뜨는 지상에

밤의 깊이만큼 이제는 가을도 끝물

음산한 거리 추적대는 비가 내리면서

낙엽과 뒤엉켜 빗물이 질펀합니다

 

가고 오는 시간의 무덤 속 나의 갤러리엔

아직도 봄의 목련이 화들짝 웃고

정지된 어느 시점에서 목련은 한결같이

만개할 직립을 꿈꾸고 있습니다

 

단풍 길을 알리는 화보가 여기저기 뜨고

능선의 골 깊은 산이나 거리에서 나무들은

행복도 고통도 사실은 한통속이라고

충실한 가을의 보고를 합니다

 

휘청휘청 바람에 휩쓸리다 빗물의 무게에

견딜 수 없어 낙하하는 이 막장에서도

명암이 갈리는 낙엽의 발그레한 얼굴들

계절의 맛을 먹고 자란 흔적에

사랑을 잉태했던 결실은 참으로 충실합니다

 

아아, 저 기차선로에 기대어

세월의 소리를 들으며 멀어져 가는 것들의 뒷태

나는 가을의 가장 깊은 가슴을 탐미(耽美)하고 있습니다

 

 

 

가을비 내리면

고은영

 

격정의 가지 끝

대롱대롱 매달려 울다가

추적대는 가을비 내리면

 

그대, 대답 한마디 없어

해답 없는 공허를 헛손질하고

의문 일어 쭉정이 된 들

 

용서의 약속을

부드러운 속살로 남겨

스스로 비워

계절을 등지겠습니다

 

 

 

가을비에 젖는 제3의 계절

고은영

 

재즈 속에서 슬픔을 주장하는 낮은 음표들이

아침을 온통 물들이고 있다

, 내가 너의 부족함을 묻기도 전에

흉측한 나의 모습을 보았으므로

비 내리는 초가을 아침

절망에 갇혔던 꿈의 부스러기들은

믿을 곳이 없어 빗물이 되었다

 

후각의 낡은 문전에

달콤하거나 향기로운 커피 향도

알코올처럼 빠른 속도로 산화해 버렸는지

나의 더듬이는

아무런 냄새도 알아채지 못하는 무용지물이다

 

황하 코스모스 갈 빛 도는 들녘

동색의 파장으로 그녀가 이 비를 맞으며

아직은 푸른 숨결로 떨고 있다

황금빛 얼굴, 가을로 육화되는 청초한 몸짓

산골에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나무 잎새들

이미 와버린 가을

 

오늘 아침에도 나는

오로지 사랑으로 각인된 너를 만날 수 없었다

세상을 등지고 제3세계의 터널에 갇혀 사는

나의 사랑이여

인생은 고무줄처럼 결코 늘어나 주지 않는 것이다

 

너의 귀가를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널 위해

허공과 키스하는 나는

파지처럼 상한 속에 억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주방에서 물을 따르다가 끈적이는 재즈 음에 젖어

찰나적으로 스치는 작은 행복 하나 보았다

 

슬프고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즈처럼

, 삶은 이런 것이구나

모든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가을을 재촉하는 비

고은영

 

오늘 내리는 저 비는 첼로의 낮은 음조처럼

청동빛 가을 색을 그리워하며 동티 난 것처럼

거친 휘몰이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바람까지 드세다

비의 종착은 한결같이 낮은 대지를 고집한다

이제 풍경은 그 부산했던 여름에서

깊게 패인 고독으로 진부한 쉼을 꿈꾸고

뜨거운 사랑을 속삭이던 여름을 비워내야 한다

부드러운 말들의 연정으로 수줍기도 했을 여름 향기들이

한 꺼풀씩 껍데기를 벗어내고 있다

 

그렁그렁 여름을 일렁이며 눈부신 하늘만 바라보던

자귀나무 그 가는 잎새들이 여린 음표로 파르르 떨거나

8월 염천에도 하늘하늘 분홍빛 꽃불을 피우며 날로 붉어져도

무심한 계절 빛에 쓸쓸해지는 이별의 전조가 강둑에 얹어진 다음부터

굽이굽이 잡풀들이 우거지고 작은 꽃들이나 아름드리 울창한 나무 사이로

바람이 무시로 벼랑을 타고 여름을 흔드는 동안

가끔 들리던 뻐꾸기 울음이 숨죽인 사랑을 소환했어도

청춘은 썰물처럼 그리움에 발자국을 찍으며 빠져 나간다

 

그림자도 없이 젊음을 잃어가는 색들은 황홀하지만

철새들은 잃은 길을 기억해 내야만 하고

갈대들은 핏빛 가슴을 토해내고 산발한 머리칼로

온종일 들판을 나부끼다 안개 자욱한 해질 녘

다시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핏기 잃은 손으로

제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부여잡고 바람의 흔적을 털어내야 한다

 

나무들은 다시 빈 몸뚱이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던

사랑의 슬픔이 고립으로 더욱 황량해지는 밤이면

술 취한 보도 위에 적멸로 돌아서는 잎새들의 황금빛 눈물 뒤

휩쓸리는 여름의 향기와 소리들이 미풍에도

까마귀 울음처럼 청승맞게 원경으로 소멸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이미 늙어버린 눈물로 긴 기다림을 미학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가을비

고종만

 

비가 내린다.

가을비가 내린다.

 

우산 없이

우의도 없이

나는 가을비에

흠뻑 젖는다.

 

마르지도 않을

뼈속까지 파고드는

빗물의 아픔

 

내 마음속에도

비가 내린다.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

고혜경

 

10()의 눈물을 매단 하늘

침묵 속에 가을비를 부르고

종려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붉은 눈물은 피어 낙엽을 하나둘 삼키고 있다

 

비 오는 날은 소리 없는 바람이고 싶다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

땡볕에 흘린 눈물 가득 웃을 수 있는

달빛보다 빨리 달려간 소리 없는 바람이고 싶다

 

비 오는 날은 눈물 없는 하늘이고 싶다

황금 들판 사이로 숨어 고개 숙인

코스모스 겸허한 가슴 지닌

미소 속에 젖지 않는 가을 하늘이고 싶다

 

 

 

추우(秋雨)

공순임

 

청산을 휘감고 아득히 먼 하늘 솟구치는 분노가

내 안의 지독한 설움을 삼키고 왈칵 쏟아버리면

쓰라린 가슴을 진저리나게 해부하는 길손이여

허술한 이 움막에서 또, 며칠이나 거하려는고

 

 

 

가을비 오는 날

곽종철

 

온종일 비가 내렸으면 좋겠네.

장대처럼 쏟아져 개울물이 넘쳐

갈 길이 막혀 버리면 더 좋겠네.

 

머물고 싶은 마음인데

머물어야 할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싸늘한 맨땅에 뿌려진

사랑의 씨앗에

예쁜 싹도 틀 수 있을 것 같아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진실,

가을비 오는 날도 통했으면 좋으련만

 

 

 

가을비 오는 밤

곽종철

 

한로가 지난가을에

한여름처럼 비 오는 밤

 

함석지붕 위에

콩이라도 쏟아붓는 듯

요란한 소리에 잠을 깬 밤

 

막된놈이 성난 파도처럼

떼거리로 쳐들 올 것 같은

불길한 생각에 잠을 설치는 밤

 

이 생각 저 생각 말자 해도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일편단심 무궁화가 애처롭구나

내 속마음은 차마 꿈이길

 

 

 

가을비

구경애

 

천천히 가슴 깊은 곳까지

찬 기운이 스며드는 아침입니다

 

그 날, 당찬 눈빛으로 돌려보내던

그대가 생각납니다

 

애잔한 떨림으로 나뭇잎 어루만지는

가을비를 바라보고 있어요

 

찡 하도록 다가와 덜컹 안겨버린

그대 숨결은 감미로운 한 줄기 갈바람

 

오늘밤 내 마음 닮은 뜨거운 빗줄기하나

떨리는 입술 긴 사랑의 키스로

 

그대 가슴 속 얼어붙은 애증의 그림자를

살그미 녹여볼까 합니다.

 

 

 

늦가을비

권경업

 

조개골에 신음이 들려요

뭇나무들 잎 진 자리에

늦가을비 쓰리고 아려

돌아서 흐느끼는 신갈나무

서럽게 우는 개옻나무

 

약초캐는 하 씨 토방에도 들려요

귀머거리 마누라 귀 기울이는

팔 하나 잃어버린 마흔 몇 해 전

달빛소리재 그 가을비

아직도 쓰리고 아려

 

 

 

가을 쌀비

권경희

 

여름의 끝가지에

먹먹했던 그리움

울먹이던 하늘 문 열어

갈증을 사뿐 풀어준 쌀비에

 

거침없이

도약하던 햇덩이

설핏, 기척에

한 걸음씩 뒷걸음치고

 

파란 물결 아래

부귀를 누리는 배롱나무꽃

하늘가 우듬지에

해맑은 웃음 자지러진다

 

두 빛 나래

여치 폴짝이는 들녘에

겸허히 고개 숙이는 벼꽃

해찬 나래 펴서 금빛 옷을 짜고 있다

 

* 쌀비 : 꼭 필요할 때 적당히 내리는 비

* 두 빛 나래 : 두 개의 빛나는 나래

* 해찬 나래 : 햇빛이 차서 더욱 높게 날다

 

 

 

가을비 내린 후

권기식

 

그리움 담아 안은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리고

씻겨갈 줄 알았던 그리움 조각

안타까운 기억 속 서성이고

포근한 햇살 반겨주면

높은 하늘

솜털 구름

마중 나와 반겨주면

푸른 솔잎 향 가득 품고

사랑하고 싶어요

길섶 들국화

수수한 맑은 향기 담아

오롯이 전하며

사랑하고 싶어요

그대 빈 가슴

나의 향기로 채우며

들꽃 미소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가을비는 흐르지 않고 쌓인다

권대웅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기억이 있다

당신을 적셨던 사랑

아프지만 아름답게 생포했던 눈물들

신호등이 바뀌지 않는 건널목에서

비 맞고 서 있던 청춘들이 우르르 몰려올 때마다

기우뚱 하늘 한구석이 무너지고

그 길로 젖은 불빛들이 부푼다

흐린 주점에서 찢었던 편지들이

창문에 타자기의 활자처럼 찍히는

빗방울의 사연을 듣다 보면

모든 사랑의 영혼은 얼룩져 있다

비가 그치고

가슴이 젖었던 것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몸으로 젖었던 것들만이 잊힐 뿐이다

밤거리를 맨몸으로 서성거리는 빗방울들

사랑이 떠나간 정거장과 쇼윈도와 창문과

나무들의 어깨 위로

구름과 놀던 기억들이 떨어진다

국화 허리 같은 당신이 떨어진다

가을비는 흐르지 않고 쌓인다

 

 

 

가을비

권도중

 

불붙어 타는 정점 기슭마다 비가 오다

빈 들에 갈증 남긴 피부마저 젖고 있다

외롭던 우리네 방이 젖은 만큼 밝은 등

 

다 지고 나서 보면 눈물마저 마친 맑음

언어의 문을 닫아 침묵으로 부는 자락

세상이 고운 한 철이 씻겨지며 보이다

 

눈빛 음정 별이 깊고 이제사 낮은 음성

여인은 벌써 와서 등화관제를 만들다

이 비가 끝나고 나면 그 겨울이 되리라

 

한 생각 타는 마을 낙엽 져 닿아간 강

그 슬기 더운 곳에 긴 밤이 창이 오다

비로소 네 여행에도 젖은 만큼 알리라

 

 

 

가을비

권미영

 

하하

호호

와글와글

 

왁자지껄

떼로 몰려오는 저 소리

 

가을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빗소리

 

가을이 머물러

어지러이 흩어 놓은 자리

 

새로 오실

손님 맞으러

 

빗자루 들고 들통 들고

시끌시끌

대청소하는 소리

 

 

 

가을비

권선환

 

이른 아침

그대와 나 사이

블랙홀 같은 시공을 넘어온

지칠 줄 모르는 날갯짓

오랜 그리움의 한을 풀 듯

대숲을 흔들고

산골의 작은 들녘 깨우는

산 까치의 울음처럼

요란한 소리로

내 창을 두드리고 있는데

창을 열 수 없는 안타까움만

창 안에서

뿌옇게 흘러내리고 있다

 

 

 

가을비

권순자

 

덜컹이며 창 부딪치는 바람이

문틈으로 날래게 들어와

의심하는 내 눈과 방어하는 몸을 엽니다

입술로 파고드는 바람은 나보다 먼저

고음의 휘파람 소리를 내며

굳어진 목구멍을 간지럽게 합니다

단단히 여민 고독의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헤칩니다

 

빗방울이 들이칩니다

창에 종알대며 떨어지는 물방울이

긴 대화를 무늬로 그려갑니다

빗물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어느 도랑으로 흘러가

이웃과 조잘대고 싶습니다

 

 

 

가을비

권승주

 

어제는

온 종일

비가 내렸어요

 

어디선가

이별을 재촉하는 소리에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들

수북이 쌓인 추억

 

숲속을 거닐며

지난봄

아름다운 사랑의

탄생이 떠올라

내 마음이

아팠어요

 

가을비 내리면

생각나는 사랑

잊어야 해요

 

만물이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슬픈 가을비

권승주

 

마지막 잎새까지

쓸어 가려는

가을비

 

앙상한 몰골만

드러내고

참고 살아야 하는

나목의 슬픔인가

 

그대가

떠날 때 흘린 눈물

나에게

마지막 남은

정마저 가져가야지

 

내 가슴을

이렇게

적셔놓고 가버리면

어쩌란 말이냐

 

 

 

가을 단비

권영익

 

비가 내리네 초가을 저녁

목말랐던 나뭇가지 잎새 사이사이

촉촉히 찾아와 안아주네

 

뜨거웠던 지난날에

대지 위에 아지랭이 피워 올라

쉼 없는 더위 온 동네

지침 없이 그득 품어내어

사랑 노래로 태워내고

 

생명의 음식 행복한 영

사랑의 축전 행복의 열매

가을의 풍성함 가득 담아

 

가을 소리 거친 숨결

달콤한 가을 단비 사랑하네

대지의 쉼을 사랑의 기쁨

~여정 지나도록

고운 바램

가을 단비

 

 

 

가을비

권오범

 

발자욱 남기고 싶어

그렇게도 그립던 논두렁길

구덕구덕한 촉감에 젖어

하늘 마음 읽지 못한 9월 한복판

고독이 미행을 유발시켰는지

하필 의지간 하나 없는 수양버들 밑에서

순식간에 속수무책으로 덮친

시커먼 그림자

매무새 허술할 때마다

여지없이 달려들어 범하고 마는

상습적인 그 욕망 알면서

호젓이 추억을 사랑한 죄가 이다지 클 줄이야

몸 둘 바 몰라 반항은커녕

고스란히 허락해버린 몸

모가지를 소스라치게 더듬더니

작정한 듯 가슴 파고들어 아랫도리까지

아이고, 난 몰라

 

 

 

가을비

권철

 

봄에는 벚꽃이 졌다

봄비가 오고 난 뒤

가을엔 낙엽이

한창 떨어지고

눈물이 송골 맺혔다

계절의 순환이

다시 다가오는 것처럼

나무와 울긋불긋

잎사귀와 가을비에

봄비도 꽃을 떨군다

잠 못 이룬 새벽

창밖으로 다시 아침을

맞아드리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생명의 희열을

잠시나마 나는 다시 느낀다

 

 

 

가을비 연가

권태인

 

유리창에 매달린 빗방울

커피잔 속 추억 한 모금에

옛 사랑 떠오르게 하고

 

비 오는 날이면

어깨 감싸 안고 걸었지

그 빗속을

 

오늘 이 가을비는

옛 추억을

옛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비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

뒤따라오는 아린 가슴

그 가슴속 깊이 타오르는 그리움

 

비는 눈물되고

빗소리는 숨죽인 울음소리 되어

아린 내 가슴 적시네

 

 

 

가을비

권현형

 

비가 내린다 여윈 가로수 위로

잎지고 욕망도 다 져버린다

늙은 창녀의

검은 눈물자욱처럼

무표정하게 그렇게! 그렇게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는 슬픔

가을 눈동자

약한 짐승의

가는 비명 소리

 

 

 

가을비

기영석

 

긴 장마와 태풍도

그렇게 무덥던 여름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까지

상처만 잔뜩 주고 떠난 자리

 

언제 왔는지

슬그머니 자리 잡은 가을

온 들판을 누렇게 물들이네

 

허탈한 마음을 아는지

남은 곡식은 영글어 가고

천고마비는 언제 볼까

부슬부슬 비가 서글프다

 

 

 

가을비

김경렬

 

가을이 깊다 하여

명주실 풀었다네

 

끝이야 어디 멘지

간밤 비에 잊었네

 

이제야

이슬을 보니

내자의 수심이네

 

 

 

비야 비야, 안녕

김경희

 

가을비 촉촉이

인사를 하네

 

가벼운 입맞춤

하루 힘이 되네

 

누가 뭐래도

난 그렇게 생각해

 

그리움 나날

반짝반짝 꿈을 꾼다

 

 

 

가을비

김교태

 

가을비가

창밖 난간에서 나를 부르고 있다

 

어깨 비스듬히

감물 들인 광목 책보를 메고 앉아

 

초동(樵童)으로 돌아가자

나의 아명(兒名)을 길게 부르고 있다

 

모두가 잠든 밤중이라

반갑게 소리치지 못하고

 

창을 열고 말없이

내다만 봐야 했던

 

! 가을은

주렁주렁

미안한 마음이 열리는 계절

 

 

 

가을비 오는 날

김국현

 

창밖에 빗물이

낙엽 지는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그대여

회색 창가 젖어오는

애틋한 그리움이

코스모스 한들거리며

옥구슬 머금고 부끄러워

고개 숙이던 그대가

비가 되어 내립니다

 

갈대밭

갈색 물결 속으로

손잡고 걸었던 그대가

노을로 물들어가는 날

해처럼 밝아오는

꽃이 되어 피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커피잔 들고

방긋 웃으며

소식 없는 발걸음 소리에

창문을 엽니다

 

 

 

가을비

김귀녀

 

1

가을비 내리는 날

마음 한쪽에선 꽃이 핀다

 

낙숫물 소리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상처 난 자리에 꽃이 핀다

 

가을비로 슬며시 나무 품을 떠난 나뭇잎처럼

내 곁을 떠난 사람

 

저녁이면 따뜻한 공기밥 이불에서 꺼내주던 모습

비 오는 오늘 한 송이 꽃으로

 

한 점 비바람으로 오신

붉고 노란 어머니

 

 

2

단비가 내린다

무쇠 난로에 불을 지피고 싶다

 

결이 고운 하얀 살

아카시아 가지 몇

난로 깊숙이 넣어놓고

 

불을 지펴

늪이 된 몸

모락모락 말리고 싶다

 

가을비 내리는 날

 

 

 

중년에 내리는 가을비

김귀녀

 

예년보다 빠른 추석

태풍이 지나가고

근심스러운 하늘

둥글둥글하게 살라고 잠시 보여 주더니

찌푸린 얼굴로 뒤돌아서서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에 고생하던 대추나무

불게 익어 고운 빛으로 물들려 하는데

짓궂은 비

그치지 않고 내리니

영글지도 못한 채 떨어진다

중년을 넘어서는 내 인생도

고운 빛 초가을 단풍처럼

불게 익어가고 싶은데

그럴 수만 없는 것이 인생살이인가

삶도, 하늘도

맑을 수만은 없는 것

속상한 일 있을 때

실컷 울고 나면

마음도 맑아지고 후련한 것처럼

천둥 번개 동반한 소나기 퍼붓고 지나간 후

맑은 하늘처럼

고통의 구름 사이

소망의 빛이 보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사는 것이 인생이기에

나는 중년에 내리는 가을비를 좋아한다

 

 

 

가을비

김근이

 

 

세월을 비집고 내려오는

그리움 같은 가을비

젖어오는 촉감이

채찍같이 마음을 깨운다

 

사랑은

가을빗속을 해매다

돌아오는 나그네

 

휘휘 바람을 등에 업고

가을을 건너가는

억새꽃 파도 위로

비에 젖은 세월이 건너가는 소리

 

오랜 세월

그리움을 품고 살아온 사람들

머물지 못해

떠나고 비워진 빈자리

그 공허함을 적셔주는

가을비

 

 

 

가을비를 맞으며

김기덕

 

구질구질 가을비가 내리는데

어깨를 적시며 섰는

저녁 그림자 하나

진흙이 되여 밤에도 섰습니다

 

가을 잎과 동무하여

이 세상에 엎드려 젖은 시간과

속 쓰림을 나누는 밤

어디선가 마구 토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처마 밑에 선 하나 뜯으며

울고 싶은 나의 마음

차라리 누구도 모르게

모든 것을 길가에 버려지고 싶은 나

 

이젠 그것마저 버릴 자리가 없는 밤

밤 깊도록 나는 꽁지 없는 사연과

진흙을 뭉개듯이 싸우고 있습니다

 

 

 

가을비

김기진

 

가을비 추적추적

거추장스럽다

 

감기 기운이

선 듯 선 듯 차갑고

 

살갗에 습기가

오싹하다

 

무언가 마무리해야 할

마음은 부산한데

 

늦 가을비

가슴 안에 젖는다

 

 

 

가을비

김남극

 

늦가을 비가 오고 추위가 거미처럼 천장에 매달리면

나는 몸을 둥글게 말아 엎드려

바닥을 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물소리는 말라가고

그 속에 어떤 울음도 그쳐가고

내가 버린 슬픔도 차츰 멀어져 가는데

 

그 소리 속에 자꾸 내 몸도 마음도 들어가서는

최대한 몸을 말아 넣고

구부러진 곡선만큼 세상을 껴안아 보려고

손아귀에 힘을 줘 보는데

 

자꾸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저 슬픔들

멀리 혼자서 꺼이꺼이 우는 저 슬픔들을

다 내가 감당하지 못하니

서늘한 이 늦가을의 빗소리는

자주 꿈속까지 그 영역을 넓혀오고

 

난 또 몸을 더 둥글게 말고 엎드려

그 소리를 밤새 듣는다

 

 

 

추우(秋雨)

김대식

 

비가 오고 있습니다.

쓸쓸한 가을비가

하늘 가득 눈물처럼 흘려댑니다.

오래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애잔한 방울들을 털어내나 봅니다.

 

예전에 훌훌 털어버린 감정들이

빗방울에 다시 젖어

아리는 가슴

스며드는 그리움은

또다시 가슴속의 비가 되고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자꾸 흔들리는 마음

 

슬며시 덮쳐오는 어둠에

가로등도 빗줄기에

불빛을 쏟아내고

가로수도 가지 흔들며

잔영 하나씩

아픔으로 떼어냅니다.

 

비가 내립니다.

쓸쓸한 가을비는 툭툭

누군가 예전의 나처럼

아픔들을 털어내고

또 털어내고 있나 봅니다.

 

 

 

가을비

김덕성

 

가을비가 내립니다

새벽부터

간지럼 타듯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사랑을 싣고 비가 옵니다

사랑의 손길

닿는 나뭇가지마다

푸르게 웃음꽃을 피우고

예쁜 얼굴로

사랑을 만납니다

말끔히 씨고

생명수로 목을 축인

활기찬 대지

환희의 노래로

반기며 화답합니다

사랑을 싣고

축복처럼

내리는 사랑의 비

내 마음에 내려

외로움을 물리치고

생기가 넘치는 새 삶이

열립니다

 

 

 

가을비 날 부른다

김덕성

 

가을이 내리는 날

높고 푸른 하늘이 구름이 가리어

볼 수 없어 아쉬워도

오늘따라 얌전한 소녀인 양

가을비 내리며 나를 찾는다

 

입맞춤하며 내리는

가을비 한 방울 한 방울로

촉촉이 젖어 행복이 되고

뜨겁게 맺어진 사랑이 되어 져서

가슴에 간직된 보물이 되고

 

외로움 싶기도 한

답답한 가슴에 내리는 빗줄기지만

가슴을 아름답게 적시며

오롯이 사랑으로 새긴 언어로

이 가을에는

시심이 곱게 피어났으면

 

 

 

가을비 내리는 날

김덕성

 

가을비는

쏟아지질 않고 추적추적 내리며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은행잎들

가을비에 깨끗이 세수하니

산뜻한 노란 빛이

너무 곱다

 

긴 한철을

순결을 지키며

속이 보이는 수정처럼 티 없이 산

맑은 영혼

 

가을비에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은행잎

부끄러워하는 나

 

 

 

가을비 내리네

김덕성

 

들릴까 말까

속삭임

다소곳이 창문밖에 찾아오는 손

 

임인가

창밖을 내다보니

슬며시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

반갑구나

진작 왔으면 좋았을걸

하늘을 우러르던

고마운 비

 

내 손바닥에 앉은 빗방울 하나

따르르 구르며

내 가슴에 안기며 적시는

임의 사랑의 편지

 

 

 

가을비 내리는데

김덕성

 

찬비가 추적추적

겨울을 재촉하는 안쓰럽게

새벽을 적신다

 

가을비는 다정하게

먼저 미소로 잎새에 내려앉아

세차하듯 말끔히 씻으며

언제까지 나무에 의지하려느냐

어서 꿈을 가지고 떠나란다

 

어찌할지 불안에 떨며

겨우 가지에 매달려 서성이는 한 잎

새벽 비에 그만 무겁게 젖어

뚝뚝 눈물을 흘린다

 

어쩌면 좋아

어서 비가 그쳤으면 바랄 뿐

아픈 내 마음도 젖는데

 

 

 

가을비는

김덕성

 

실오라기 같은 가을비

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며

그리움을 싣고 내리더니

 

가을비는 중매쟁이처럼

잊으려던 그녀

만남을 꾸며줍니다

 

곁을 떠난

미운 그녀인데

사랑은 미움을 덮어 주나 봅니다

 

다가오는 그녀를

바보스럽게 덥석 끌어안으며

입맞춤하는데

 

가을비는

마냥 사랑 노래 부르며 쏟아집니다

 

가을비는 사랑입니다

 

 

 

가을비는 그리움

김덕성

 

가을비는 그리움입니다

그리움을 싣고 내리는 가을비는

촉촉하게 가슴을 적셔 줍니다

 

갈피를 못 잡아 잊으려던 그녀

겨우 잊어 가는데

가을비는 중매쟁이처럼

그녀와 만남을 주선합나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

아무 말 없이 곁을 떠난 그녀

아직 가느다란 미움이

사랑의 끈에 매여 있습니다

 

사랑은 미움을 가려주나 봅니다

바보스럽게 다가가 품은 나

화려한 시간이 흐르는데

가을비는 추적추적

사랑의 연주곡처럼 내립니다

 

 

 

가을비는 내리는데

김덕성

 

간밤부터

잠도 잊은 채 제법

창문을 젓이며 미안하듯

가을비가 내린다

 

노란 빨간 색으로

나무 잎을 선명한 색상으로

물을 들여 놓으며

가을이 깊어 가는데

 

가을엔 올게요 하고 떠난 임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가을은 깊어만 가니

가을아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없겠니?

 

가을비는

묵묵히

내 가슴속 깊이 스며들며

야속하게

지금도 가을비는 내린다

 

 

 

가을비 속에 사랑

김덕성

 

가을비가 내린다

심술이 나는가 불어오는 갈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이 운다

 

겨울을 재촉하나

우수수 애수가 밀려오며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위로가 되고

 

감미로운 빗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기대어

커피 한 잔 마시며 향내에 젖으니

울적한 마음이 사라지고

삶의 활력을 주는데

 

창가에 내려앉는 낙엽 한 잎 주어

빗방울을 닦아 책갈피에 넣는

사랑의 손길

 

 

 

가을비 속엔

김덕성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나 보다

지워버리려 하면

더 끈질기게 달려 붙는 찰거머리

 

빈 가슴에

그리운 얼굴이 떠오르고

 

서늘한 가을비에

씻어 보내려니

허전한 마음 견딜 수 없어

다시 품는 그리움

어머니시다

 

가을비 속엔

마지막 뵙던 생생한 모습

인자하신 어머니

고운 얼굴이

빗방울이 수를 놓으며

내 가슴을 적신다

 

 

 

가을비 오는 날

김덕성

 

밀려오는 그리움

갈바람에 실려 오는건가 아니면

가을비에 안겨 오는건가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그 향기

지워버리려고 하면

더 떠오르는 찰거머리

 

비가 내리는 거리

그리움은 짙은 사랑 빛으로 물들이며

가을바람에 실려 가니

허전한 마음뿐

 

그윽한 임의 그리움 속에

임을 담은 사랑의 향기가 내리는데

창밖엔 진종일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의 소원

김덕성

 

삶의 언저리에서

고달픔을 느끼는 일들이

그림자처럼 하나 둘 지워지는 안타까움

 

울고 우는 사람 틈에서

천둥과 벼락에도 당당한 들풀을 보며

눈물을 삼키며 산 인생길

 

진창이든 돌밭이든

마구 걸어온 기구한 인생이기에

당당하게 살면서

더 멋진 것으로 남기려는 나

 

가을비가 귓가에 머문다

나처럼 너도 요긴한

빗방울이 되기를

 

 

 

가을비의 애상

김덕성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누구의 눈물인지

구슬프게 내린다

마음을 적시는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애절한 마음

그리움도 세월이 흐르면서 함께

희미해져 가는

나의 어머니

남몰래 남겨놓은 어머니의 발자국

파도에 지워질까 두려워

허둥지둥 그 발자국에

포개어 놓는데

다가오셔서 품어주시는 어머니

가을비에 젖는다

어머니와 함께

 

 

 

가을비 젖은 사랑

김덕성

 

가을이 가을비와 함께

추적추적 내리며 촉촉하게 적시는데

고향에까지 노예처럼 끌려간 나

그녀의 가슴에 머무른다

 

새벽 별빛에 깃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다가오는 그녀

그녀와의 금 같은 시간들

설렘으로 들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

솔솔 나부끼며 다가오는

가을바람에 숨결을 듣는다

 

불타오르는 사랑

찬란하게 다가오는 그녀를 위해

사랑에 푸욱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기막힌 사랑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

아직도 그 사랑이 불타는데

가을비는 마음을 적시고

 

 

 

비오는 아침

김덕성

 

가을비가 내린다

이런 날에는 습관이 된다하여도

한 잔으로 활력소가 된다는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마음이 우울해지기 쉽고

쓸쓸한 느낌마저 들어 울적해지는

비오는 날에는 커피 한 잔이

상념을 바꿔준다

 

하잘것없는 것 같지만

시름까지 말끔히 끌어내어 씻어 주고

잡념도 살아지면서 새로운 상념이

떠오르게 되는 커피 한 잔

어떠세요

 

막혔던 문맥이 살아나고

잔속에 그녀의 얼굴이 피어오르는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

창밖엔 비가 내린다

 

 

 

애상(哀想)의 가을비

김덕성

 

가을비는 구슬프다

나처럼

고향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흘리는

소녀의 눈물인 양

 

내 마음에 물안개가 피어나면서

밀려오는 애절함

울적한 마음에 떠오르는 어머니

비에 젖는다

 

그리움도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나

믿음으로 살아가거라

내게 믿음을 남겨 놓으신 어머니

그 발자국을 포개며

살아온 나

 

오늘도 그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으로 하나하나 포개며

가을비에 젖으면서

가야 할 나의 길을 간다

믿음의 길을...

 

 

 

은행잎의 꿈

김덕성

 

가을비로

수라장이 된 아파트 앞마당

이럴 수가...

 

햇살의 사랑을 받으며

아름답게 꾸며진 황금 마당엔

예쁘게 화장하고

많은 이에게 즐거움을 주며

삶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 온 은행잎

쏟아지는 가을비로

아름답게 떠나려던 원대한 꿈이

산산이 부셔졌네

 

황량해진 아파트 앞마당

비에 젖은 은행잎 움직일 수 없어

그만 은행잎도 울고

가을비도 울고...

 

 

 

가을비

김말란

 

소리 없이 내리는 비에

낙엽이 젖고 마음도 젖는다

촉촉해진 잎들이 툭툭

물기를 털듯 흔들리고

 

초점 잃은 눈망울은 우수에 젖어

땅속으로 파고드는 물방울만 응시한다

 

이렇듯 떨어지는 가을비는

날 찾아온 발자국 인양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고개 들어 올려보니

대롱대롱 매달린 홍시가

세수한 듯 물방울이 맺혔다

 

가을비 오는 날

맑았다 흐려지는 내 마음은

하나둘 빗방울만 세고 있다

 

 

 

가을비

김문억

 

상처가 그리울 때

아름다운 비밀이 소리치고 싶을 때

 

무슨 심술이냐 너 잊었다고 생각 되었을 때

잊고 싶은만큼 잊지 못하는 것까지 흔들어 깨우는 너

가슴 뼈 마디마다 금 간 자리 지우며

위험 수위까지 육박하는 집중 폭우로 비가 온다

가을 비 상처가 그리울 때 아름다운 비밀이 소리치고 싶을 때

 

기억의 맨 끝에서

포박되어있는 너.

 

 

 

가을비 내리는 밤

김민정

 

영혼의

젖은 음색

갈피갈피 부리면서

 

추억처럼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밤

 

기다림

등불을 켜고

만리 밖을 비추네

 

 

 

가을비

김병근

 

잠 설치는

빗소리 창문을 여니

 

내리는 비

가을바람 선선하고

 

우렁찬 매미울음

숨죽여 조용구나

 

창밖에 어둠 밀려와

귀뚜라미 울음 비에 젖어 구슬프고

 

푸른 잎 단풍들까

허상은 가을을 좇아가니

 

비에 물들

만산 단풍 마음 그림 그리네

 

구름은 부서져

강물 위에 떨어져 내리고

 

비 뿌린 가을 기운

천지에 가득 차니

 

풍성 가을 익어가고

만산홍엽 눈앞에 선하구나

 

 

 

가을비는 내리고

김병근

 

어둠 뚫고

내리는 비는 창문을 깨우고

 

창 틈새로 들어오는 빗소리

쪼르륵거리며 아침을 깨운다

 

하늘은 회색

가을비는 내리고

 

바람은 고요한데

길가 은행나무 열매 떨어져

흐르는 빗줄기 따라 개념 없이 구르고

 

설익은

은행잎 날리어 땅 위 길이 누렇구나

 

흐르는 비

세상천지 스며들어 가을이 영글고

만산 푸른 이파리는 익어 오색 빛으로

가슴 설레게 하니 만산홍엽 눈앞에 붉구나

 

눈썹달은 익어 반달 되어

둥근 팔월 한가위 맞을 채비 틈틈이 살찌우고

비 내리는 회색 하늘에 숨어 조용히 잠들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비에 쓸쓸함은 더해가고

생각은 앞을 달려 빗소리에 젖는다

 

 

 

가을비

김복수

 

비가 내린다

창밖에 사나이가 서 있다

창안에 사나이가 서 있다

헤어지는 이파리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바람이 편지를 쓰려고 자꾸만 눈물로 유리창을 닦는다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비가 내린다

노란 국화도 서러운가 보다

뚝뚝 눈물을 흘린다

 

올해도

임은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시나 보다

사내가 운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는 가을비처럼

 

 

 

가을 빗소리

김복수

 

시월 첫날 온종일 비가 내린다

 

식구라고는 달랑 하나뿐인 칠순 넘긴 마누라와

가을 빗소리 듣는다

 

당김줄 늘어져 바람 빠진 장구 소리처럼

빗소리가 마당에 픽픽 드러눕는다

나무 이파리들이 뚝뚝 눈물 보인다

 

마누라는 다 된 곡식 잡아간다. 하늘 보며 구시렁거리고

나는 빗소리가 어쩐지 나를 보내는 장송곡처럼 서글퍼

찬바람 한 움큼 휑하니 눈 속에 찾아와 두 뺨에 흐른다

 

아버지는 오복 중에 건강이 으뜸이라 하시며 서둘러 가셨는데

 

나는 된서리 맞은 호박 이파리처럼

맥아리 없는 몸뚱이 붙들고

당김줄 늘어진 장구 소리 듣는다

악보에 없는 슬픈 장송곡 연주 듣는다

 

 

 

가을비가 내린다

김상화

 

해님

내려오지 못하도록

푸른 하늘

재색 보자기로 가렸다

 

가을비

조용히 내려오며

방긋 웃는 웃음

향기롭기도 하구나

 

봄 여름엔

산과 들

파랗게 물들여

시원한 정원 만들었고

 

오늘은

나뭇잎 목욕시켜

고운 단풍 만들려고

단숨에 달려왔구나

 

잎에 내려앉은

고 닳았던 세월의 앙금

하늘이 준 귀한 물로

공주처럼 예쁘게 씻어내고

 

나뭇잎 곱게 물들면

모든 근심 걱정

바람에 떠다니는

세상의 못된 유언비어

 

삐뚤어진 마음

가장 고운

단풍잎 닮아보라고

예쁘게 싸 날리고 싶다

 

 

 

가을 장맛비

김성화

 

장맛비 속

맑은 하늘

자연의 모든 생명의 소리

햇살 한 줌에 녹아든다

 

어두운 하늘에 고독한 향기

귀뚜라미 찌르르 찌르르

목 놓아 울고

오곡백과 꿈꾸던 높은 하늘

장마가 쓸고 간 자리

농부의 풍년 기원

흉년으로 주름진 얼굴

 

가을이 나눠 줄 푸른 하늘

갈 길 잃어버린

미로의 들판

귀뚜라미와 동행하는 장맛비

 

 

 

가을비

김순진

 

비가 내린다. 파란 하늘 눌러 짜

청초한 난초 잎새 씻기우는

가을비가 내린다.

 

머리카락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 차

돌멩이 발톱 위를

쉴 새 없이 내리치며

 

목쉰 부엉이 울음으로

가을을 부르며

발을 닦는다.

 

 

 

가을비

김승동

 

숙이, 영자,

옥희처럼

흔한 이름이면서도

헤프지 않은

깊은 밤에

내리는 달빛처럼

혼자이면서도

외로워하지 않는

공원묘지의

붉은 장미처럼

슬퍼도

내색하지 않는

비가 내린다

아직 먼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리움

측백나무 촘촘한 울안에서 자라고

간혹 헛기침 소리 빗물에 젖는다

 

 

 

가을비

김시탁

 

가을비는

외투보다 가슴을 먼저 적신다

우체통보다

사연을 먼저 적신다

우산을 쓰고도 비를 맞는 사람들

대낮부터 낮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오른 사람들

가을비 맞으며 길 떠나면

발길보다 마음이 먼저 젖는다

사랑이 먼저 젖는다.

 

 

 

가을비

김신오

 

1

하늘과 땅이

이불을 끌어당기다

우르르 번쩍

홑청을 찢어 버렸다

 

새벽녘

이불을 서로 덮으려다

눈물만 쏟고 있다

 

감기가 동하는 계절엔

배를 잘 가려야 한다

가을비가 극성이다

 

 

2

저 만치서

수군대는

산 메아리

 

추근대며

달라붙는데

가을 손님 좋을 리 없다

 

햇살은

누구의 기막힌 사연인가

누구의 궁색한 변명인가

가을이

화려한 외출을 서두른다

 

 

 

가을비

김언희

 

한밤중에 듣는 인()의 빗소리

귓바퀴 홈통을 돌아 마음은 시앙철 물받이

물받이에 떨어지는 바늘 소리

온몸의 잎사귀들이 혀를 내밀어

비를 받는다

혓바닥에 바늘에 꽂고 오래오래 비루먹어 가려고

 

 

 

가을비는 내리고

김영국

 

내 마음을 적시는 가을비는 내리고

문득 사색에 잠겨

빗방울 스미는 창가를 서성이다

흘러내리는 빗방울에

잠시 내 마음을 세워둔다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에

무심한 그리움이 비틀거리고

뭔가 어색한 몸짓으로 중얼거리다

이내 그리움 속으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빈 하늘엔

쏟아지는 빗방울이 애처롭게 슬피 울고그

리움에 지쳐 쓰러진 영혼은

허공 속에서 헤매다

그대라는 이름 속에 잠들어가고 있다.

 

 

 

가을비

김영길

 

아침부터 하늘에 먹구름 가득하고

여름의 흔적인 늦더위를 몰아내기 위한

작전의 전술이 하늘에서 펼쳐지는가 보다.

 

죄진 자 가슴을 놀랠 정도의 천둥소리

요란하고 번갯불 전기가 찌르륵 번쩍거리고

가을비는 주룩주룩 바람과 동행하여 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공중에는 먹구름 천둥번개가 요동치며

땅에는 비에 젖은 식물과 생물들이

생명의 약비를 마시고 생명에 생기가

솟아 힘을 발휘한다.

 

땅에는 캄캄한 먹구름이 가려 있지만

구름위에는 밝은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으리라.

 

그동안 햇볕이 뜨거워 식물들이 목말라

할까 봐 햇님이 구름위에 숨은 순간을

이용해 성령의 단비 생수를 내려주고

비바람으로 더운 열기를 바다로 날려

보냈는가 보다

 

 

 

축복의 가을비

김영길

 

어제는 하루 종일 내리는 가을비에

식물들이 축복의 비를 맞고 생명의

힘을 얻어 활기찬 웃음꽃을 피며

아침에 떠오르는 햇님을 향해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한다

 

햇님도 먹구름이 앞을 가려 보지 못한

식물과 생명체를 다시 보니 반가운 듯

유난히도 빛의 발산이 밝고 맑은 깨끗한

형상으로 나타난다

 

가을비에 젖은 나무와 식물들의 옷을

햇볕으로 말려주어 오물이 비에 씻겨간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어 식물들도

개운한 기분인 모양이다

 

식물에게 햇님은 부모와 같다.

 

빛으로 만물을 소생시키며 그 힘으로 영양을

섭취하여 성장하고 열매를 맺고 뿌리와

가지에 영양소를 저장하고 생명의 양식의

근원이 되니 부모와 같은 사랑을 느낀다

 

 

 

가을비

김영전

 

1

후드득 후드득 처마 끝에

내단 지붕에 소리가 난다

! 비가 내리네

가을 재촉하는가 보다.

오늘은 금요일

내일의 할 일에 걱정이 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사형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

그곳에 부모님이 말없이 언제 오느냐?

묵언의 전달 오는 듯하네

내일은 벌초하는 날

 

오늘의 출근길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

이제는 멈추어다오 너에게 부탁한다

부모님 유택 정리하고 인사 해야 한다.

야속한 가을비가 아니길 너에게 부탁한다

 

객지에서 맞은 일기가 칠십에 가까워 간다

이제는 기력이 전에 못 하지만

지금 나의 마음은 설레고 있다

 

그래도 장 형님하고 같이하니

그래도 흐뭇하다

언젠가는 이 모습도 할 수 없겠지.

내일의 고향 산천 벌초 길

설레는 마음은 왜일까?

 

 

2

새벽에 잠을 깨니 비가

내리네 처마 끝에 소리가

장단의 음악으로 들리네

 

구월의 마지막 아쉬워서

내리는가 고요한 새벽 창조주

천지신명께 부족한 소생은

오늘도 무사평안을 의탁

하고 빌어본다

 

이 비가 지나면 깊은

가을으로 접어들겠지

황금 들판을 보면서 마냥

배부른 허상일까?

어려서 시골 생활이

생각이 떠오르네

지금의 이 비는 농부의

가슴이 타는 비다

 

벼를 베어서 단으로 묶고

건조하기 때문이지 무심히

내리는 빗줄기 보시며

탄식하시는 아버님의 탄식이

들리는 듯하네 이 새벽에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아버님의 가을비

김영전

 

오늘 새벽에 잠을 깨니

처마의 지붕에 보슬비가

장단을 맞추는 듯 내리고 있네

 

문득 옛날의 고향 아버님 생각나네

지금의 가을비는 아버지는

원치 않은 가을비가 가슴을 태웠을 거다

농부의 마음 누가 알까나마는

 

벼를 낫으로 베고 단을 묶고 논둑에

가리치고 건조를 해야 하는데

비가 내리니 얼마나 애가 탓을까?

타작하면 곧바로 노적을

해야 하니까 건조가 절대적이다

 

조용한 새벽에 일찍이 일어나

처마의 보슬비 장단에 옛 상이

갑자기 떠오른다 왜일까?

조용히 눈을 감고 고향의

가을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아버님의 혼잣말 저 가을비는

언제 그치고 햇빛을 주려나

자연과 더불어 삶을 지내시고

먼 여행을 먼저 가신 아버님

오늘따라 문득 가을비에

생각납니다

 

 

 

탄식의 가을비

김영전

 

새벽에 잠을 깨니 비가 내리네

처마 끝에 소리가

장단의 음악으로 들리네

 

구월의 마지막 아쉬워서 내리는가

고요한 새벽 창조주 천지신명께

부족한 소생은

오늘도 무사 평안을

의탁하고 빌어본다

 

이 비가 지나면

깊은 가을로 접어들겠지

황금 들판을 보면서

마냥 배부른 허상일까?

어려서 시골 생활이

생각이 떠오르네

지금의 이 비는

농부의 가슴이 타는 비다

 

벼를 베어서 단으로 묶고

건조하기 때문이지

무심히 내리는 빗줄기 보시며

탄식하시는 아버님의 탄식이

들리는 듯하네

이 새벽에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마지막 가을비

김영제

 

이 마지막 가을비가 그치면

내가 살아 온 삶

반백의 과반수가

넘어갑니다

 

난 전혀 느끼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꾸 내 나이를

쫒아 옵니다

 

좋았든 싫었든 남은 삶이

살아 온 삶보다

짧다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가을비

김영진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긴 세월속에 묻어두었던 잠든 밀어

나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커피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클래식 음악이 귓전을 맴돌았던

종로거리의 추억들을 그려내곤 합니다

간혹 굵은 빗방울이 창가에 닿아

촉촉한 눈망울로 어려 오는 그녀

빗물에 젖어버린 여름날들을

아련히 떠올리곤 합니다

옷깃을 세우고 둘이 걸었던 돌담길

마주 본 여인들이 춤을 추었고

천경자의 여인도 가늘게 미소를 지었지요.

말하고 싶은 눈빛만 타오르던

빛바랜 앙금들이 묻어나는 가을비

가슴 한구석을 아릿하게 저려옵니다

지금은 말할 수 있어도

사랑할 수 있어도

허공에 놓여있는 아픈 기억 들춰내며

나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사랑은 가을비와 함께 내리고

김우연

 

하늘 바구니에

구멍이 뚫려

기다리던 내 사랑

가을비와 함께

쏟아져 내린다.

 

그대의 목소리인 듯

숨소리인 듯...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마음

가슴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대 마음 슬프지 않게

내 마음 서럽지 않게

소리 없이 내린다.

 

내리는 가을비는

사랑의 눈물이다.

 

 

 

가을비는 내리고

김윤진

 

주절주절 할 말도 많은가

속내를 털어놓던 빗줄기는

더욱 큰 소리를 냅니다

잔뜩 흐려진 하늘을 보면서

곧 화를 볼 줄 알았지요

목에 찬 감정을 숨기며

입을 꼭 닫더니

지난밤에는 떠들썩했습니다

 

슬픔을 감추던 얼굴은

일그러짐이 심히 깊었고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가을비는 소란스레

밤이 깊도록 내리니

새벽이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넉넉히 풀어놓는 가을이기에

조금씩 너그러울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을 닮은 가을비도

조용히 다녀갈지 혹, 모를 텐데

그렇게 느껴서겠지요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노란 가을비

김은식

 

차창 밖에

가을비 내리면

 

은행나무 거리로

노란 그리움 젖다

 

수채화 물감 배인 거리

이젤 위로

가을은 이미 젖어와

 

낙엽 길에서

너를 기다리는 잎새

 

작은 찻집 발코니

하얀 빈 의자에

 

동화 같은

너의 이별이 앉아

 

노란 미소 치며

눈물 젖는 가을비 내린다

 

 

 

가을비

김인숙

 

빗소리가 들린다

 

빗소리 하나만으로

설레는 커피 향기를 마시며

가을 길을 함께 걷고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자꾸만 뒤돌아보며 손짓하는

아쉬운 안녕을 적시며

 

저 높은 곳에서

이 낮은 가슴에

촉촉한 노랫소리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내리고

김인숙

 

끊임없는 빗소리

새벽 첫차를 타고

가을 길로 쏟아져

내립니다

 

잠 못 드는 날에는

하염없이 울고 있는

빗소리와 함께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싶습니다

 

연한 갈색 커피 안에

그리운 이름을 마주하면

하나둘 젖어 오는 향기

가슴을 파고듭니다

 

세찬 빗소리에

한 모금의 커피 속에

아찔한 행복이

비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가을비 오는 밤

김인숙

 

떠나간 사람의

침묵인 듯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예리하고 서늘한

가슴 저림

얼마나 더 아파야

온전해질까

 

쓸쓸함을 둘러메고

비 오는 거리를

뚜벅이며 걸어가는 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지독한 그리움을 견디고

무거운 짐을 실어 보낸다

 

이 가을엔

걸음마다 발자국 찍는 소리마다

기쁨과 감사를 담은

따스한 빗소리 들려왔으면

 

 

 

가을비

김재덕

 

가을이 운다

가는 세월이 서러워 우는 건지

사랑의 부음만큼 구슬프게 들린다

 

많이도 서러웠나 보다

데려가려는 세파에, 몰지각한 인연에

한바탕 질러댈 서러움이었나 보다

 

그래 울고 싶거든 맘껏 울어라

나도 그러는데 너라고 버틸 힘 있겠나

이래저래 한세상 넘기는 거지

 

뜨거운 틀 맛을 본

붕어빵 비애를 들어봤겠냐

날벼락 맞은 미꾸라지

파닥거리는 지옥의 춤을 알겠냐

 

울어야지 불순한 세상이 씻기고

네 아픈 가슴이 말개지지

울고 싶을 땐 실컷 울어버려라

 

그런 후 창공에 무지개를 그려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도 타면서

한 시절 노닐다가 노을처럼 가거라

 

 

 

가을비 우산 속

김재성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때문에

흐르는 세월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 다시 떠오르나

 

잊어야지 언젠가는 세월 흐름 속에

나 혼자서 잊어야지 잊어봐야지

슬픔도 그리움도 나 혼자서 잊어야지

그러다가 언젠가는 잊어지겠지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가을비

김재진

 

한낮에 지긋이 닫았던 창문을

먹구름 울먹여 살포시 열었습니다

무에 그리 서러운지 밤새 비는 내리고

창가에 보듯이 간질이는 바람결에

가을인가 하였습니다

 

폭염 속 이명처럼 울리던 매미 소리도

어둑한 하늘 녘 천둥소리에 놀라선지

소슬바람 길로 슬그머니 가버리고

국화꽃 향기 그윽한 달빛 뜨락에는

귀뚜리 소리가 또렷합니다

 

밤새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으로

마음속 그리운 것들이 사부작사부작

빗줄기 타고 내려와 마음 도리질합니다

 

한동안 애가 타 버겁던 날들도

지나가면 시나브로 그리워지고

삶의 긴 여울을 따라서 도드락도드락

가을비가 하염없이 내립니다

 

 

 

가을비는 내리고

김점희

 

쪽빛 하늘,

붉은 단풍에 취해

사래 들려

떨구는 빗방울

소리도 없다

 

촉촉히 젖어드는 대지는

말이 없고,

방울방울 받아 마시는 강물은

목 마르지 않아도

삼킬 수밖에

 

내 사랑

언제쯤 단풍으로

다가올까?

 

젖을 때 젖고,

붉을 때 붉었으면 좋으련만.

흔들리지 않고

늘 푸른

그대가 밉다.

 

 

 

늦은 가을비

김정남

 

마지막 가을비가 천둥과 함께

현란한 몸부림으로

겨울의 차가움 속으로 들어간다

 

기나긴 어둠을 뚫고

먼동 뜬 아침,

여정의 빚을 사모했지만

후드득 쏴아~

떨어지는 빗줄기의 무게,

그 소리에

수다스럽던 그들의 목소리들은

어디론지 다 사라져가 버리고

가을을 순간 잊은 듯

잠시 동안 추위에 한기를 느낀다

가슴 안에 다 담을수 없어

 

100년도 아닌 또 한 계절의 생명을

이어가는 가을의 짧은 시간이

이리저리 미끄러질 듯 찾아오는 바람 앞에

맥을 잃은 빗줄기의 눈빛으로

오늘 하루도 자연에 맞춰 살라고

내 안에 풍운(風雲)을 던진다

 

 

 

가을, , 하염없이

김정란

 

여자아이 하나가

하염없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바람은 연갈초록빛

깊이 넓게 흔들리는 별 냄새

간밤에 이슬비가 내렸다,

사람들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타박타박 우주까지 걸어가는

숨죽인 발자국 소리 하염없이

 

 

 

가을비

김정택

 

회색빛 저 하늘은 가을비 흩뿌리고

운제산 걸린 운무 갈 길을 서두르니

떠나고 보내는 마음 아쉬움만 가득하다

 

빈 가슴 적시는 비 아리게 스며들면

그리움 갈망하며 빗물에 숨긴 눈물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엽서 한 장 보내리.

 

 

 

가을비

김정호

 

밤사이

꽃구름 타고

살며시 내려온

당신

 

단풍보다

햇살보다

먼저

가을을 물들이며

말없이 떠나고

 

그대 지난 자리

들 푸른

여름날의 추억

한없이 젖고 있다

 

 

 

눈물겨운 가을비

김진주

 

야속한 가을장마

천지가 추적추적

빗물 따라 안타까운

마음도 흐르고

영글었던 정성도

누더기가 되어 흐르네

 

엉큼한 그리움은

심장 속에 숨어들어

꼼지락 꼼지락

가슴을 곱으로

저리게 하고

 

빗물인 듯 눈물인 듯

흐릿한 안개 속에

싸그락 싸그락

벼 이삭 우는소리

도드락 도드락

과수원집 장독대 우는 소리

 

쓰라린 마음

달래며 행복해지자고

주문을 걸어 봅니다

 

 

 

가을비

김찬석

 

가을비가 내린다

낙엽 진 널따란 광장에도

아스팔트 위에도 빗방울이

동글동글 원을 그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정처 없이 걷는 걸음마다

내 마음 외로음 속으로 깊게

빠지고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는

새빨간 단풍잎에 살포시

내려앉으며 수줍은 듯 미소

짓는다

 

저 멀리 빌딩 숲 사이로

아스라이 보일 듯 말 듯

뿌연 안개꽃만이 싸늘한

내 마음을 적시며 하염없이

내린다

 

 

 

가을비 창가

김철기

 

어둑새벽

당신 옆을 스치는 바람

나뭇가지 흔들면

검은 귀밑머리 날린다

 

엷은 졸음 춤추는

파란 하늘빛

차 알 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채송화처럼 눕고

 

그리움에 쓸려

물푸레나무 한 잎 그 맑은

당신 가슴에

향기로움 채우고

 

가을비 고인 물

창가에 더 흐르다

멈춘 두 가슴과 그곳까지 걸어간다

당신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가을비 내리는 날

김춘경

 

그대 있는 자리에 비가 내리고

젖은 나무 아래 눈물이 떨어지는

그런 날입니다

 

차창에 구르는 빗물도 울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놓고 간 밀어도

차안에 흐르는 애달픈 유행가도

귓가를 스치며 부셔집니다

 

외로운 시간입니다

가을비는 내리는데

기다림이 온몸을 적셔 오는데

사랑은 보이질 않습니다

 

목구멍에 밀려드는 서글픔은

가시처럼 입안에 박혀와도

혼자 가지는 시간은

아름다움 속에 머물자 합니다

 

그대 있는 자리에 비가 오는

그런 날입니다

얼굴을 적시고 마음을 적셔

온종일 가을비 속으로

그대를 불러봅니다

 

 

 

가을비

김태인

 

집을 나섰지.

뭔지 모르게 허전했기 때문이야.

많은 사람들이 우산으로 표정을 감추고

어디론지 길을 걷고 있더군.

나도 우산을 펴고 목적지도 없이

그들 틈에 끼어 들었지.

한참을 걷고 있었어.

한 사람이 비를 맞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거야.

기뻤어.

재빨리 가던 길을 돌려 다가가

얼굴을 가려 주며 웃어 주었지.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묻더군.

-노란색 우산이네요, 반가워요,

어디까지 가세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까지만 함께 갈게요

웃더군.

-아마 다른 우산 속 얼굴들도 우리와 같은 표정이겠지요

가을비 내리면 왠지 서럽거든요

 

 

 

가을비

김현승

 

팔굽이에 닿는 것

은시계(銀時計)처럼 차다

세로팡으로

싸는 밤

 

배암무의 손잡이

雨傘을 받고 혼자 섰나

 

전에는 더러

이러기도 하였던

뽀야다란 마음

 

 

 

가을비에게

김희경

 

가을비가 소란스럽게 밤을 두드리고

이윽고 다가오는 몹쓸 헛헛함이여

무엇을 데리고 가고

무엇을 데려오는가

 

마음 하나 잘 추스르지 못하고

작은 바람 소리에도 흔들리는 내게

저리도 요란히 퍼부어주다니

내 밤의 어둠을 다 흘려내어

하얗게 지새게 할 요량인가

 

퍼부어 주려거든

마음의 어둠들 씻어 주어 정갈히 해 주고

쓸쓸을 데리고 가 외롭지 않게 해 주고

이 헛헛한 가슴에 와서 친구나 해 주게

 

이 마음에 미움이 있다면 데려가 씻어 주고

원망의 뿌리조차 다 거두어 가 주어

맑은 마음에 고요한 클래식 선율로 다가와

하얗게 지새어도 좋으니 평안하게 해 주게

 

이 마음에 남아 아픈 사람을 아파하지 않게

그 그리움이 내 안에서 고요히 머물도록

토닥토닥 잘 두드려 주게나

그래야 그 사람도 편안히 내게 있을 테니

데려가진 말고

더 데려오지도 말고

잘 머물게 해서, 좋은 기도하며 살게 해 주게나

 

너에게 바라는 것처럼

나도 너에게 무엇이 되어 주리니

너를 따스하게 바라보고

그 지독한 울림들 잘 들어주며

여태 못다 했던 얘기들 토닥여 줄 테니

하얀 밤, 하얀 비 그리고 하얀 마음으로

그렇게 친구 해줄 테니

맑은 우리의 음악, 밤새 함께 나누어 보세나

 

 

 

가을비

김희선

 

바람도 무심히 지나간

도시의 메마른 정적 위로

가을비가 차분히 내려앉는다

 

젖지 않는 마음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처럼

갈증만 더해가고

 

먼 시선 속으로

가을은 시나브로 익어가는데

 

한순간의 기쁨을 위한

그토록 오랜 인내였나 보다

 

숨쉬기조차 버거웠던

깊은 수렁 속 같은

삶의 아픈 편린들

 

이 가을비에

고스란히 흘려보내리라

 

 

 

가을비 오는 종로의 저녁

김흥기

 

종로가 그리워지는 가을엔 우산을 준비한다

가을비 오는 종로의 저녁이 그리울 줄이야

그냥 좋아서 물결거리에 짧은 스무 살 청춘

그날 우산 쓴 파도들은 지금 잘살고 있을까

 

손수레 악세사리들 휘영청 백열등 행렬에

그대의 머리핀 하나 고르며 그토록 행복했던

죽은 붕어는 맛없어 꼬리부터 호호 불며 걸었던

비 오는 우산 속에선 더 맑았던 너의 눈동자

그날 머리핀 꼽은 붕어에 춤을 추었던 연인들은

사는 내내 행복한 저녁을 들어야 한다

 

종로 3가의 좌석버스 어두운 막차 조명

어떤 이는 첫 이별에 빗속을 울며 가고

어떤 이는 첫사랑에 빗속을 울며 가고

세월 흘러도 그 빗소리 가늘게 이어져

오늘 나는 영영 잊지 못할

그리운 우산 하나 채비하여

가을 비 오는 종로의 저녁을

그대도 몰래 접어서

나의 무심한 꽃봉투에 기다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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