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llnow 2024. 5. 27. 14:10

강창민 - 나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강해산 눈물

고영 눈물은 힘이 세다

고재종 - 눈물을 위하여

김경미 눈물

김광선 가을이 오면

김문옥 - 눈물 꽃

김선태 - 눈물에 대하여

김세완 - 눈물에 대하여

김승희 - 눈물의 노래

김시현 - 눈물은 주관식으로 흐른다

김영태 - 남몰래 흐르는 눈물

김옥림 눈물은 짜야 눈물이다

김왕노 눈물

김용택 눈물

김인육 눈물의 염도

김일연 향기로운 눈물

김정란 - 눈물의 방

김현상 눈물 많은 나

김현승 눈물

김현태 - 눈물 물고기의 사랑

김형영 눈물 한 방울

김혜순 - 눈물 한 방울

김혜순 당신의 눈물

도종환 눈물

류시화 소금별

문정희 눈물

문태준 눈물에 대하여

박경희 -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까지

박성철 - 늘 눈물겨웠던 사랑

박영근 - 눈물

박인희 - 눈물의 숨은 뜻

박재삼 밤바다에서

박해석 - 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서정윤 눈물

서정춘 - 눈물 부처

송해월 - 사람, 그 눈물겨운 존재

신달자 - 헛눈물

안도현 - 가령, 네 눈동자에 눈물이

안현미 눈물의 입구

양정승 마지막 안식처

오세영 눈물

오세영 언제인가 한 번은

오탁번 - 눈물

용혜원 - 혼자 울고 싶을 때

이대흠 -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이동주 - 눈물

이면우 고래의 눈물

이병률 - 눈물이 온다

이선영 눈물아

이성희 - 눈물 소리

이수인 - 눈물을 가슴에 담은 이들에게

이승훈 - 새로운 눈물

이영춘 - 어머니의 강(), 그 눈물

이외수 -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이정록 - 내 품에, 그대 눈물을

이정하 - 눈물겨운 너에게

이채 눈물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이채 아버지의 눈물

이충기 - 눈물

이해인 눈물

정세일 - 나의 마음에 한 방울의 눈물이

정연복 눈물이 없으면

정호승 - 가을꽃

정호승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정호승 - 눈물 꽃

차영섭 눈물과 웃음 사이

최복현 -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최서림 눈물

최서림 눈물을 둥글다

최서림 아내의 눈물

최정례 - 흘려도 흐르지 않는 눈물

최종천 - 눈물은 푸르다

한광구 눈물

한용운 우는 때

함민복 -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황봉학 사람의 눈물이 아름답다

베를레에느 -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아르튀르 랭보 -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밋빛 눈물을 흘렸다

하이네 - 흐르는 내 눈물은

 

 

 

 

 

 

 

나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강창민

 

강이 흐른다.

희끗희끗한 머리 아침 햇살에 드러내며

강변의 빈 의자에 묻은

시간의 때도 찬찬히 살펴보고

그 아래 민들레꽃 슬쩍 쓸어보고

슬퍼서 그리운 듯

물장구 퉁 쳐보며 흐른다.

,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왈칵 흐려져

자맥질하여 강바닥에 머리 비비며 운다.

울다가 흐르고, 애무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제 어깨도, 제 샅도

흘러가며 부여잡는다.

오래 머물려면 돌이 되어야지.

꽁꽁 얼어 어깨 걸고, 손깍지 끼고

눈조차 감아야지.

흘리지도 흐르지도 말아야지.

 

나는 또 울고 말았다.

 

 

 

눈물

강해산

 

눈물은 흘리지 말아요.

눈물은 슬픈 거니까.

눈물은 기뻐도 흐르지만

눈물은 슬퍼서 흐르지요.

눈물은 말라도

눈물은 마음속에 다시 흘러요.

눈물은 사랑하는 님에게서

눈물은 사랑받는 님에게로 흐르고

눈물은 절실한 사랑 속에

눈물은 꽃을 피우지요.

 

 

 

눈물은 힘이 세다

고영

 

아내가 잔다

아내의 눈물이 잔다

밤새 울부짖던 눈물이 지쳐 쓰러져 잔다

아내의 눈물이 깰까봐

나는 없는 자존심마저 다 내어준 채

베란다 딸린 차가운 변방으로 밀려나 놀란 가슴 쓸어내린다

눈물은 아내가 꺼내드는 비장의 무기다

눈물의 포효는 점점 위력을 더해간다

눈물은 힘이 세다

눈물은 맹독의 발톱을 가졌다

야차 같은 저 눈물의 횡포를 겪고 나면

남는 건 늘 싸늘한 폐허뿐이다, 내겐 폐허만 남았다!

폐허를 건너는 밤이 너무 길다

무장해제 당한 밤은 너무 무섭다

언제부턴가

아내의 눈물에 발톱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말수가 줄어든다

쌀을 씻는 일도 잦아졌다

눈물의 포효가 커질수록, 횡포가 극에 달할수록

나는 점점 눈물에게 복종되어 간다

눈물 앞에선 모든 게 내 탓이다

잘한 일이 하나도 없다

그래야 산다!

 

 

 

눈물을 위하여

고재종

 

저 오월 맑은 햇살 속

강변의 미류나무로 서고 싶다

미풍 한 자락에도 연초록 이파리들

반짝빈짝, 한량없는 물살로 파닥이며

저렇듯 굽이굽이, 제 세월의 피를 흐르는

강물의 기인 그림자 드리우고 싶다

그러다 그대 이윽고 강둑에 우뚝 나서

윤기 흐르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며

저 강물 끝으로 고개 드는 그대의

두 눈 가득 살아 글썽이는

그 무슨 슬픔 그 무슨 아름다움을 위해서면

그대의 묵묵한 배경이 되어도 좋다

그대의 등 뒤로 돌아가 가만히 서서

나 또한 강 끝 저 멀리로 눈 드는

멀쑥한 뼈의 미루나무나 되고 싶다

 

 

 

눈물

김경미

 

깎아낼 수 없는 나이

 

청진기를 댄 계절이

심장처럼 지나가고

 

심각하지 말지어다

그게 지구의 새로운 전략임을

그렇게 타일렀건만

 

오오 또 생연탄만 한 눈물이

 

 

 

가을이 오면

김광선

 

가을이 오면, 나 사람의 짐 되지 말게 하소서

내 평생 어머니 눈에서

보석 같은 눈물을 흠 친 것처럼

 

가을이 오면, 나 홀로 외로울지라도

사람의 짐 되지 말게 하시고,

슬픈 낙엽처럼

나 사람의 짐 되지 말게 하소서

 

열매 맺지 못하는 과수(果樹)처럼

사람의 짐 되지 말게 하시고

가을이 오면 열매 하나 맺어 기쁨이게 하소서

 

사람이 바람으로 올 때

희망의 돛 올리게 하시고

사람이 풍랑으로 내게 올 때

당신의 은혜로운 항구에 정박하게 하소서

 

하지만...

, 사람의 짐 될 수밖에 없는 지금

서러움의 땅에 인내로써 씨뿌리게 하시고

내 눈물로 한 그루 나무 키우게 하소서

 

내 평생 어머니 눈물의 짐이었듯이

당신인고(忍苦)의 십자가였을

그 아픔 알게 하시고

가을이 오면,

사과나무에처럼 잘 익은 열매 하나 맺게 하소서

 

 

 

눈물 꽃

김문옥

 

달구지 구르는 소리에도

꽃잎이 질까

서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초이틀 초승달 같은 그대 눈썹에

바람이 일까

달무리 진 하늘만 쳐다보다

애당초 서럽던 사람

어머니 젖물 같은

고향 땅 강 언덕에

눈물 꽃이라도 피우겠습니다.

 

 

 

눈물에 대하여

김선태

 

사람 사는 일 아름다울 때 나 눈물 난다

슬프고 원통하고 때론 기뻐서 미처

몸둘 바 없을 때 나 눈물 보았지만

사람 사는 일 기막히게 아름다울 때

나 그냥 눈물 난다

삶의 땟국물 두루 섞여 녹아 있는 눈물이

저 늙은 어미의 주름진 골짝을 맴돌아 떨어질 때

밖에서 서성이는 사랑은 주저없이 큰 삽을 들고 들어와

마음속 가장 깊은 저수(貯水)의 물꼬를 터뜨리고

더러움과 깨끗함의 경계를 지워버린다

사는 일의 가장 낮은 데서 솟구쳐 오르는 눈물은

풀석이는 먼지의 내 몸을 흐렁흐렁 적신다

그때 모든 것들이 일시에 손 잡는 것이 보이고

가장 아름다운 세상 하나 눈 앞에 펼쳐진다

말없는 혁명처럼 마음의 남북통일처럼

아름다움은 세상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훌쩍 넘어가 버리는 힘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빈손으로 넉넉하게 건너가는 일

건너가 그의 방에 그냥 벌렁 누워버리는 일

누워 함께 뒹굴며 노래 사랑해버리는 일이다

, 사람 사는 일 아름다운 날의 강산이여

그 강산에 아침햇살 찬란하게 뛰노는 일이여

 

 

 

눈물에 대하여

김세완

 

모든 눈물은

빛나는 나라에서 올 것

그리고 돌아보지 말 것

스스로 거두지 말 것이며

다만 눈물로 빛나기만 할 것.

 

눈물은 눈물끼리

껍데기는 껍데기끼리 모여

하나가 될 때

눈물은 어두워지지 않고

살아서 빛나는 튼튼한

이름 하나를 남길지니

 

껍데기뿐인 눈물은

껍데기의 나라로 돌아가고

모든 돌아보는 것들은 다시 오지 말고

스스로 거두는 것들만 어둠의 땅에 오래 남아

씨앗을 뿌릴 것.

 

그리하여 부르면 대답하는

눈물 하나로 우뚝 솟을 것.

 

 

 

눈물의 노래

김승희

 

네 눈물은 아름답구나, 다이아몬드 같다.

밤의 검은 이파리가 너울거리는

나무 아래서

나는 너에게 말했다.

 

이 눈물은 다이아몬드가 아니에요.

석탄입니다.

너는 고통으로 초췌한 얼굴을 들어

나에게 말했다.

석탄만 한 절망이 없다면

다이아몬드가 나올 리 없지,

이런 말을 너에게 했는지 안 했는지

어렴풋한 기억의 모서리가 지워져 있다.

 

조그만 빨래집게 두 개가

물먹은 솜 같은 커다란 빨래를

가냘픈 손가락으로 꽉 잡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앙상한 네 개의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면서

빨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벌을 받고 있는 중일까.

 

그때 나는 너의 눈물을 기억해 낸 거야.

다이아몬드 두 방울이

석탄 덩어리를 꽉 잡고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그렁그렁 눈가에 매달려 있던

눈물 두 방울.

눈물은 꿈을 닮는다는데

네 눈물은 탄광 속에 이글거리는 생명의 불꽃

다이아몬드 날개를 가진 것 같다.

 

 

 

눈물은 주관식으로 흐른다

김시현

 

사랑했던 사람은 안다

그리움은 추상명사가 아니라

몸도 마음도 움직이는 구체적인

동사(動詞)란 것을,

 

사랑 땜에 울었던 사람은 안다

눈물은 명사가 아니라

사람 그리워하는 가장 확실한

인칭대명사인 것을,

 

 

 

남몰래 흐르는 눈물

김영태

 

너는

아프다고 한다

나만큼? 네게 말했었지

너는 아프구나, 남몰래 숨어 있는

우리는 모두 아프구나

가슴과 가슴 그 안에

손을 넣고 있어도

모자라는 듯한 덤덤한

우리가 좋아하는 그 곡을

듣고 있어도

[짐노페디] 말야,

그 곡은 만지면 없는

가만히 있으면 있는

뭐랄까 그게......

 

 

 

눈물은 짜야 눈물이다

김옥림

 

눈물은 짜야 눈물이다

눈물이 그저 맑기만 하다면

그게 어디 눈물인가

눈물은 짜야 눈물인 것이다

눈물은 짜야 한다

눈물이 짜야 몸 속에 쌓인 슬픔과 고통이

미움과 절망의 찌꺼기를 깨끗이 정화해서

눈물로 내보내는 것이다

눈물은 짜야 눈물인 것이다

한껏 울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은

마음이 맑아졌기 때문이다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눈물 많은 사람은 그만큼 마음이 맑다는 것이다

눈물은 진실할 때만 보일 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 순수다

 

 

 

눈물

김왕노

 

슬프지 않는 데도 눈물이 났다 오늘도 났고

어제도 났다 슬프지 않는 데도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날수록 세상이 흐릿하다 어제도 흐렸고

오늘도 흐리다 슬프지 않는 데도 글쎄 눈물이

한밤중에도 대낮에도 슬프지 않는 데도 눈물이 났다

눈물이 줄줄 났다 새는 노래하고 가로수 잎눈은

터져 오르는데 내 생은 아무렇지도 않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스쳐 가는데 소리 없이

눈물이 났다 슬프지 않는 데도 눈물이 났다

 

 

 

눈물

김용택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

너 없이도 가을이 가는구나.

돌아누우면 멀리

뜨는 달

사랑은

그렁그렁한

한 방울 환한

하늘의

눈물이구나

 

 

 

눈물의 염도

김인육

 

눈물은 나의 오랜 양식

이 세상 처음으로 맛본 것도 그것이었네

코흘리개 다섯 살은

콧물의 참맛에 미혹되었던 시절

아홉 살 땐 주먹다짐을 하다가

펑펑 코피를 쏟고

뜨거운 피맛까지 알게 되었네

눈물, 콧물에 생피까지 먹었으니

나는 이미

나를 모두 맛본 셈이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네

눈물 콧물 핏물이

모두 염장이 되어 있다는 사실

신께서

나를 온존케 하기 위해

함부로 부패하지 말라고

세월 따라 숙성이 되라고

알맞게 온몸을 염장해 놓았음을 알았네.

 

 

 

향기로운 눈물

김일연

 

석삼년 묵었다는 묵은지 한 보시기를

한 점 먹고 슬그머니 젓가락 놓고 보니

 

곰삭은

고추 맛 같은

가을 해가 부시다

 

오늘 보는 저 나무는 어제 나무 아니고

오늘 듣는 새 소리는 어제 소리 아니네

 

사람도 단풍 드나 봐

 

향기로운

눈물이

 

 

 

눈물의 방

김정란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 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 아파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 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내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 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

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 방

 

 

 

눈물 많은 날

김현상

 

눈물 많은 날

무얼 보여 줄 수 있을까

나를 바라보는 친구여

나에게 넌

해가 아니라 달이라 말하고 싶다

정열적인 빛으로

세상을 비춰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서투른 글이라도 몇 줄 쓰던

외로운 사랑들의 희망이라고...

 

, 네가 나에게서 멀어지더라도

사과 반쪽을 씹어내도

결국 사과인 것처럼

너를 잊지 않으리라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피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아도

진실이 아니었더라도...

조그만 기쁨에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주시다.

 

 

 

눈물 물고기의 사랑

김현태

 

눈물에서만 산다는 물고기

눈물 물고기

 

눈물이 마르면

곧장 숨을 헐떡이고 마는,

 

그리하여

상처 지닌 사람들의 가슴만을

찾아 헤매는

슬프고 가련한 무지개빛 비늘

 

이제 누구의 가슴으로 갈 것인가

평생토록 물장구쳐도

다 닳지 않을,

 

내 안에 눈물 물고기가 산다

그대가 있다

 

 

 

눈물 한 방울

김형영

 

오늘 이 세상 떠난다 생각하니

뵈는 것 다 아름답다.

미운 사람 어디 있었던가

더러운 것 어디 있었던가

한 무더기 똥조차 아름답구나.

떠나는 나와 보내는 너,

눈을 감으며 흘리는

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김혜순

 

그가 핀셋으로 눈물 한 방울을 집어 올린다. 내 방이 들려 올라간다. 물론 내 얼굴도 들려 올라간다. 가만히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으면 귓구멍 속으로 물이 한참 흘러들던 방을 그가 양손으로 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가 방을 대물렌즈 위에 올려놓는다. 내 방보다 큰 눈이 나를 내려다본다. 대안 렌즈로 보면 만화경 속 같을까. 그가 방을 이리저리 굴려본다. 훅훅 불어보기도 한다. 그의 입김이 닿을 때마다 터뜨려지기 쉬운 방이 마구 흔들린다. 집채보다 큰 눈이 방을 에워싸고 있다. 깜빡이는 하늘이 다가든 것만 같다. 그가 렌즈의 배수를 올린다. 난파선 같은 방 속에 얼음처럼 찬 태양이 떠오르려는 것처럼,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장롱 밑에 떼지어 숨겨놓은 알들을 들킨다. 해초들이 풀어진다. 눈물 한 방울 속 가득 들어찬, 몸속에서 올라온 플랑크톤들도 들킨다. 그가 잠수부처럼 눈물 한 방울 속을 해집는다. 마개가 빠진 것처럼 머릿속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한밤중 일어나 앉아 내가 불러낸 그가 나를 마구 휘젓는다. 물로 지은 방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터진다. 눈물 한 방울 얼굴을 타고 내려가 번진다. 내 어깨를 흔드는 파도가 이 어둔 방을 거진 다 갉아먹는다. 저 멀리 먼동이 터오는 창밖에 점처럼 작은 사람이 개를 끌고 지나간다.

 

 

 

당신의 눈물

김혜순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물끄러미

꾸러미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잠들면 내 가슴을 헤적이던

물의 나라

그곳으로 잠겨서 가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

 

 

 

눈물

도종환

 

마음 둘 데 없어 바라보는 하늘엔

떨어질 듯 깜빡이는 눈물 같은 별이 몇 개

자다 깨어 보채는 엄마 없는 우리 아가

울다 잠든 속눈썹에 젖어있는 별이 몇 개

 

 

 

소금별

류시화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눈물

문정희

 

네가 울고 있다.

 

오랫동안 걸어 둔 빗장

스르르 열고

너는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다.

 

네 작은 몸속 어디에 숨어 있던

이 많은 강물

끝도 없이 흐르는 도끼 소리에

산의 어깨도 무너지고 있다.

 

 

 

눈물에 대하여

문태준

 

어디서 고부라져 있던 몸인지 모르겠다

골목을 돌아나오다 덜컥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이

목하 내 얼굴을 턱 아래까지 쓸어내리는 이 큰 손바닥

나는 나에게 너는 너에게

서로서로 차마 무슨 일을 했던가

시절 없이

점점 물렁물렁해져

오늘은 두서가 더 없다

더 좋은 내일이 있다는 말은 못하겠다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까지

박경희

 

화사한 청남빛 하늘만 보아도

봄볕이 머무는 잎새만 보아도

찻잔에 잠시 머문 달빛만 보아도

 

목이 메어 옵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목이 메이지 않을 때까지 이야기를 하렵니다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까지 시를 쓰렵니다

먼 나라 동화 속 왕자 이야기처럼,

별을 찾아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까지

 

 

 

늘 눈물겨웠던 사랑

박성철

 

살다 보면 더러는 잊혀질 날도 있으리라

완전히 잊을 순 없다 해도

더러는 담담해질 날도 있으리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일이

대수롭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날도 있으리라

 

함께하는 순간조차도 가질 수 없었던 사랑이여

그 많은 시간 대답 한번 없었던 사랑이여

이제는 그대만을 고집하던

이 편협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다

비록 그것이 언제라고는

자신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눈물

박영근

 

한강 다리 막 건너가는 전철에

강물을 바라보는

웬 비구니 스님이

물빛엔 듯

햇살엔 듯

얼굴에 미소 한볼 건져올리는데

내 마음에

알 수도 없는 곳에서

눈물이 솟는데

내 안에도

나도 몰래

나를 키우고

나를 살리는 것 있다는데

나 태어나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애틋한 노을 너머

바람 불고

강물 흐르고

꽃 피는 나무에

물고기들 뛰어오르고

애기풀들 제 맑은 눈물로 피어나는 속에

내가 있다는데

전철을 나와

지하도 어둑한 계단에

동전 하나

걷어차고

저를 밟고 지나간 발길도 잊었다는 듯

구석에서 먼지를 쓰고 있는데

슬픔도 없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데

 

 

 

눈물의 숨은 뜻

박인희

 

울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눈물의 숨은 뜻을 알까

얼음주머니도 다 소용없다

해일처럼 눈뿌리까지

콸콸 터질 때

비로소 건져 올린 알맹이 한알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마주치는

벼랑 끝 샛별 하나

어쩌다 한 번쯤은

가슴의 수압 무너져 볼 일이다

오만의 방죽

무너져 볼 일이다

 

 

 

밤바다에서

박재삼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절정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 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박해석

 

하염없이 부는 바람 속에서

대지에 입 맞추는 추운 햇살 속에서

언제나 죄를 짓고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 나날의 곤고 속에서

방울방울 눈물은 저를 키워가는 것인가

 

해거름 녘 눈물 그렁그렁하는 내 눈물 동무

언제나 나 혼자 눈물짓게 한 것은 무엇일까

가시나무에 찔린 내 눈에서 흘린 피를 보았을까

언제나 돌아서서 눈물바람 하던 어머니

 

우리를 어루만지던 눈물도 이제는 바다에 다다랐나

옥토에 떨구던 그 한 점의 세례도

이제는 불 속에서 꺼멓게 타버렸나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너희들 단단히 가슴속에는

사리 같은 견고한 눈물이 쌓여 있는가

쌓여 무너져 내리는가

 

메마른 육신의 어느 한쪽이 저절로 열리면서

거기 샘솟는 아, 기쁨의 우물

슬픔의 두레박도 있으려니

눈물은 이제 어디만큼 와서 제 옷을 벗고 있는지

어머니, 당신의 목소리에 아직 제 눈물은 남아 있는지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눈물

서정윤

 

아직도 가슴에 거짓을 숨기고 있습니다.

늘상 진실을 생각하는 척하며

바로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만을 그 거짓을 알고 있습니다.

 

나조차 싫어지는 나의 얼굴

아니 어쩌면

싫어하는 척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내 속에 있는 인간적,

인간적이라는 말로써

인간적이지 못한 것까지 용납하려는

알량한 나가 보입니다.

 

자신도 속이지 못하고

얼굴 붉히며 들키는

바보가,

꽃을, 나무를

하늘을 속이려고 합니다.

그들은 나를 보며 웃습니다.

비웃음이 아닌 그냥 웃음이기에

더욱 아픕니다.

 

언제쯤이면 나도

가슴 다 보여주며

웃을 수 있을지요.

눈물 나는 것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눈물 부처

서정춘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 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 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사람, 그 눈물겨운 존재

송해월

 

어쩌자는 것인가.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비보(悲報)처럼

 

속수무책으로 건조한 가슴에도

사랑은 꽃씨처럼 날아들고

 

사람들은 저마다

제대로의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잘 알면서도

 

사람은 또 스스로 일어나

형벌(形罰) 같은 외로움의 강으로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 들어. 간다.

 

 

 

헛 눈물

신달자

 

슬픔의 이슬도 아니다

아픔의 진물도 아니다

한순간 주르르 흐르는 한줄기 허수아비 눈물

내 나이 돼 봐라

진 곳은 마르고 마른 곳은 젖느니

저 아래 출렁거리던 강물 다 마르고

보송보송 반짝이던 두 눈은 짓무르는데

울렁거리던 암내조차 완전 가신

어둑어둑 어둠 깔리고 저녁놀 발등 퍼질 때

소금기조차 바짝 마른 눈물 한줄기

너 뭐냐?

 

 

 

가령, 네 눈동자에 눈물이

안도현

 

가령, 내가 네 손을 처음으로 덥석 잡는다면

너는 손을 빼다가는 아무 일도 아닌 듯

결국은 나에게 안겨올까 아니면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다시는 만나지 않겠노라며

얼음장같이 돌아설까 사라지고 말까, 개 같은 놈이라며

그러나 차라리 욕을 얻어먹을 때 먹더라도

나는 용기를 내어

 

네 손목을 잡아 이끌고 골목을 찾아든다면

내 마음보다 어두운 여인숙이 거기 웅크리고 있다면

귀 떨어져 나간 누런 숙박계에다

엉터리 주민등록번호를 빨리빨리 쓰고

금방 새로 지어낸 내 이름도 하나 쓰고

모나미 볼펜을 던지듯 내려놓고

 

네 외투를 벗기게 된다면 그리고

네 치마를 벗기게 된다면 그리고

이 세상의 더럽게 순결한 담요 위에

마지막으로 너의 팬티 한 장만 남겨둔다면

너의 마음은 벗기지 못하고 그때

너의 몸이 작은 짐승같이 바들바들 떨게 된다면

그 떨림 끝에

 

가령, 네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게 된다면

마침내 그 눈물의 홍수에 내가 갇히고 그리하여

네가 흘린 그 눈물에 너도 갇히게 된다면

나는 사람도 아니야, 사람도 아니야

내가 나를 때리며 소리 없이 울까 아니면

너에게 쓴 모든 편지를 이제 불살라버리겠노라고

성냥이나 뒤적뒤적 찾는 척할까

 

 

 

눈물의 입구

안현미

 

여자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혼자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혼자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람은 불어오고

또다른 국면에서는 미늘에 걸린 물고기들이

죽음을 향해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수동 카메라로 여자의 여름을 함께 들여다본 사람

불가능을 사랑했던 시간과 풍랑이 잦았던 마음

잠시 핑, 눈물이 반짝입니다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도 반짝입니다

모든 오해는 이해의 다른 비늘입니다

아픈 이마에선 눈물의 비린내가 납니다

생각해보면 천국이 직장이라면 그곳이 천국이겠습니까?

또다른 국면에서는 사랑도 직장처럼 변해갑니다

, , , ,

이응이 빠진 건 눈물을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첫사랑을 빌려 읽기도 합니다

 

 

 

마지막 안식처

양정승

 

기다리는 일 그건 어쩌면 늘

체념도 함께 배우는 일이지

때로는 기다릴 때가 더 행복했음을

뒤에 깨달을지라도

너 때문에 눈물 나도 너 때문에

또 그 눈물 마를 날이 온다면

나 아직은 이대로 널 기다려야지

이 아픔 다 보상해 주겠지

더 오래 걸려도 난 널 이해해 줄게

더 많은 날 내게 행복을 주려는 거라고

대신 난 준비할게 마지막 안식처는 나라고 믿게

돌아오고픈 마음이 들게

다 잃어도 너 하나는 마지막까지

나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

부탁이야 너도 나를 포기하지 마

기다림도 없는 삶은 슬퍼 오호오오

더 오래 걸려도 난 널 이해해 줄게

더 많은 날 내게 행복을 주려는 거라고

대신 난 준비할게 마지막 안식처는 나라고 믿게

정말 돌아오고 싶게

다시 내 곁으로

 

 

 

눈물

오세영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이 짜아올린 집,

그 안에 삶이 있다.

굳이 피하지 말라. 슬픔을

묵은 때를 씻기 위하여 걸레에

물기가 필요하듯

정신을 말갛게 닦기 위해선

눈물이 있어야 하는 법,

마른걸레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늘은 모처럼 방을 비우고 걸레로

구석구석 닦는다.

내일은

우리들의 축일(祝日) 아닌가.

 

 

 

언제인가 한 번은

오세영

 

우지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처럼,

마른 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 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푸른 그늘 아래 누워서

소리 없이 흐르는 흰 구름을 보아라.

격정(激精)에 지쳐 우는 냇물도

어차피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눈물

오탁번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었던 나이가

그러한 맹랑한 자유가

흔하디 흔한 눈물만일 줄 알았다

쓸데없는 배설인 줄만 알았다

어젯밤 사랑하는 여자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도

울 수 없었을 때

툭툭 털며 그냥저냥 일어섰을 때

눈물이 숨기고 있던 크나큰 자유를

순수를 알았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없는 나이가 되면서

이 시대의 밤은 높기만 했다

죄를 짓고도 죄인 줄 모르는

개똥 같은 지성을 미워했다

눈물을 기구하며

개처럼 하루 한낮을 기어 다녔다

 

 

 

혼자 울고 싶을 때

용혜원

 

이 나이에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손등에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젠 제법 산다는 것에

어울릴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어색한 걸 보면

살아감에 익숙한 이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모두들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나만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만 같습니다

 

이젠 어른이 되었는데

자식들도 나만큼이나 커가는데

가슴이 아직도 소년 시절의

마음이 그대로 살아있나 봅니다

 

나이 값을 해야 하는데

이젠 제법 노숙해질 때도 됐는데

나는 아직도 더운 눈물이 남아 있어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이대흠

 

내가 없었을 때 세상은

짐승들의 것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도

세상은 짐승들의 것이었다

오래도록 세상은 젓갈처럼 깊어가고 나는

아무런 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세상을 창조하지 않았고

한 나라를 이루지도 못했다

지네인 듯 발이 많은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고 처음보다

부피만 더 커진 몸뚱이로

나는 외길에 서 있다

 

(삼십여 년 세상의 빛이 되지 못했지만 내 몸을 만들 때 나의 부모는 그 누구에게도 하청을 주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따금 하자 보수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나는 삼풍처럼 무너질 염려가 없다 어쩌다 천재지변이 일어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껏 까딱없었고 향후 삼십 년은 튼튼하리라 내 몸 안을 방문 중인 무수한 세균들이여 안심하라 내 안의 보일러는 반영구적이며 온도 쎈서는 고장 나지 않는다 이따금 그대 향한 내 마음 욕정의 물탱크실에서 고수위 경보가 울리고 그리움이 그치지 않고 흘러넘치지만 내 몸 안의 길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나의 오장육부를 쇼핑하는 자들아 그대들은 항상 따스한 곳에서 즐거이 양식을 구하리라 내 몸 안의 세균들이여 질병이여 내 몸 안의 소주여 사글셋방이여 빌딩들이여)

 

내 몸엔 탐진강이 흐르고 있으며

북한산과 용두봉이 둥지를 틀고 있다

나는 이미 한강의 일부이며

그 강은 나의 일부이다

나는 매일 이 땅의 산과 강으로 호흡한다

누구도 나의 미래를 커닝할 수 없고

살아 있다는 것으로 나는 얼마나 위대한가

 

 

 

눈물

이동주

 

내 살가죽은

매로 다스리지 못한다.

 

내 쓸개는

황금(黃金) 수레에도 실려 가지 않는다.

 

눈물이면

무너지는 모래성().

 

손에 쥐었던 구슬도

즐거이 놓치고

 

기어오르던 묏부리도

사양하여 길을 비친다.

 

눈물로 떠맡은 빚을

눈물로 풀려났다.

 

더는 크지도 작지도 못한

내 그릇은

 

오르지

이 눈물 탓이다.

 

 

 

고래의 눈물

이면우

 

땅으로 올라온 고래가 바다로 되돌아간 까닭은 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물속에서 한껏 숨을 참아내는 힘은 수염고래 무성한 수염 개수만큼의 세월로 짐작될 뿐이다

다른 별에서 보면 지구는 초록 수구水球, 정말 숨 막히는 기적은 거대한 고래가 물속을 새처럼 둥글게 날며 별 한 바퀴 삥 돌고 때론 물구나무서서 묵직한 고리로 탕 타앙 탕, 수평선 치며 놀다 생각났다는 듯 솟구쳐 분수처럼 숨 뿜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까 고래는 바다 속 파이프오르간, 그걸 듣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 고래처럼 만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닌다

저도 돌며 또 태양 둘레를 도는 초록별 움찔 멈춰 선 201404160850, 북위 34.2181° 동경 125.95° 거기, 가라앉은 배 벽 두들기고 또 두들기던 사람들 304, 두 팔이 지느러미로 변할 때까지 숨 참고 또 참아야 했다 수염고래 무심한 수염 개수만큼의 세월이 단박에, 한꺼번에 그 바다를 뚫고 지나갔다 그다음,

그들은 모두 고래가 되어 깊은 바다로 헤엄쳐 갔다

 

 

 

눈물이 온다

이병률

 

왜 눈이 온다,라고 하는가

비가 온다,라고 하는가

추운 날

전철에 올라탄 할아버지 품에는 작은 고양이가 안겨 있다

 

고양이는 이때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할아버지 어깨 위로 올라타고

사람들 구경한다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울기 시작했는데

울음소리가 컸다

할아버지는 창피한 것 같았다

그때 한 낯선 청년이 주머니에서 부스럭대며 뭔가를 꺼내

작은 고양이에게 먹였다

사람들 모두는 오독오독 뭔가를 잘 먹는 고양이에게

눈길을 가져갔지만 나는 보았다

그 해쓱한 소년이 조용히 사무치다가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안으로 녹이는 것을

어느 민족은 가족을 애도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할 때 옷깃을 찢어 표시하고

 

어느 부족은 성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성기의 끄트머리를 잘라내면서 지구의 맨살을 움켜쥔다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심장에 쌓인 눈을 녹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에 등불을 켠다

 

 

 

눈물아

이선영

 

눈물아,

제발 멈추지 말아라

흘러라

계속

흘러라

끝까지 가보게

내장이 다 쏟아져나올 때까지

빈 껍질처럼 오그라들 때까지

 

 

 

눈물 소리

이성희

 

오래 울어보자고

몰래 오르던 대여섯 살 적 지붕

새가 낮게 스치고

운동화 고무창이 타도록 뜨겁던

기와, 검은 바람에

울음 가득한 작은 몸 눕히고

깍지 낀 두 손 배 위에 얹으면

눈꼬리 홈따라 미끄러지는

눈물 소리 들렸다

 

- 울보야, 또 우니?

아무도 놀리지 않던

눈물 전곡(全曲) 감상실

 

 

 

눈물을 가슴에 담은 이들에게

이수인

 

무심코 바람이 불어와

눈물샘을 건드린다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듯

서러움과 한 서린 시름이 모아지면

눈물비가 내린다

 

흐느낌도 없이

서러운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황량한 겨울 숲처럼

남아 있는 삶

 

살아 있는 한,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어느 정도의 비는 내린다'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운다

 

 

 

새로운 눈물

이승훈

 

새로운 눈물은

깊은 밤에 왔다

산을 넘어 왔다

불안을 이긴 밤에

문득 찾아왔다

새로운 눈물은

어느 날 그립다는 말속에

불타며 왔다

눈에 덮인 산과 함께

불 꺼진 밤과 함께

갑자기 왔다

새로운 눈물 속에

너는 작은 역()이었고

너는 작은 새였고

너는 작은 바다였다

작은 바다 속에

나는 다시 태어났다

불안을 이긴 밤에

산 너머 산 너머

갑자기 찾아온

새로운 눈물은

나를 감싸고 가슴에

쾅쾅 못을 박았다

 

 

 

어머니의 강(), 그 눈물

이영춘

 

밤마다 갈잎 부서지는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어머니 상처 난 심장의

여울물 소리를 듣습니다

어머니,

한 생애 온통 달빛 속이시더니

아직도 마른 한구석 눈물이 고여

그토록 많은 눈물 밤마다 길어 내십니까

, 가을날 잎새처럼 젖어

떨고 있는 어머니

이제 어머니의 날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깃털 빠진 상처뿐입니다

 

간밤에는 별이 지고

어머니 숨결처럼 고르지 못한 미풍이

문풍지를 흔들다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작은 가슴에

큰 불씨로 살아 계신 어머니,

깜빡이는 등불 앞에

어머니의 실낱같은 한 생애를

누군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자꾸 당기고 있습니다.

 

저 창밖의 광활한 안개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 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 해체되고 있다

 

 

 

내 품에, 그대 눈물을

이정록

 

내 가슴은 편지 봉투 같아서

그대가 훅 불면 하얀 속이 다 보이지

 

방을 얻고 도배를 하고

주인에게 주소를 적어 와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를 들이는 사이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면

봉숭아 씨처럼 달려 나가는 거야

 

우리가, 같은 주소를 갖고 있구나

전자레인지 속 빵 봉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우리의 사랑

 

내 가슴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 슬픔마저 알알이 여물 수 있지

그대 눈물의 향을 마시며 나는 바래어가도 좋아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그대 그늘에 다가갈 수 있는

내 사랑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의 온몸에, 내 기쁨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로 갈 거야

긴 장마를 건너 햇살 눈부신 가을이 될 거야

 

 

 

눈물겨운 너에게

이정하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가며 읽는 책, 아껴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내기로 했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속에

오래오래 영원히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기에

 

 

 

눈물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이채

 

비가 산과 들을 가려서 내리고

바람 이 나무와 풀을 가려서 불던가

바위틈 작은 풀꽃에도 비는 내리고

갈대밭 풀벌레소리에도 바람은 다녀가네

 

풍랑이 치고 해일이 일다가도

파아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면

제 가슴 쓸어안고 고요해지는 바다여

살다보면 누구나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울어야 할 때가 있다

 

고난 없는 삶을 바라지 마라

고난은 견딜 수 있을 만큼 주어지는 아픔이고

보람은 견뎌낸 만큼 얻어지는 기쁨이다

오늘 내 몸이 수고스러워야

내일 내 마음이 풍요롭거늘

무엇이든 쉽게 구하려 들지 마라

 

눈물 없는 삶을 바라지 마라

울지 않고는 태어날 수 없듯

울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하루를 사는 데도 걱정이 많거늘

한평생 사는 데야 말해서 무엇하리

 

 

 

아버지의 눈물

이채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 답게 보란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것은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것이

세상살이 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에서

 

변변한 옷 한벌 없어도

반듯한 집 한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 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 스러운

자존심은 버린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 놓을수 없고

힘들다 한들 마다할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도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메일수 밖에

 

용기를 잃은것도

열정이 사라진것은 아니건만

쉬운일 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도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 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수 밖에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 이라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

 

 

 

눈물

이충기

 

눈물이

마음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다

눈물이

마음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다

그렇지만 눈물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세상 사람들 눈에서 잠시 머물다

땅으로 떨어져 내릴 때

그 눈물방울이

새 희망을 찾고 있다는 걸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로는

눈물이 핏물이라는 걸

눈물방울이 핏방울이라는 걸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물은 그냥 흘러내리는 게 아니다

눈물방울은 그냥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니다

 

 

 

눈물

이해인

 

새로 돋아난

내 사랑의 풀숲에

맺히는 눈물

 

나를 속일 수 없는

한 다발의

정직한 꽃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처럼

간절한 빛깔로

기쁠 때 슬플 때 피네

 

사무치도록 아파와도

유순히 녹아내리는

흰 꽃의 향기

 

눈물은 그대로

기도가 되네

 

뼛속으로 흐르는

음악이 되네

 

 

 

나의 마음에 한 방울의 눈물이

정세일

 

그래도 나의 마음에는 한 방울의

눈물이 남아 있어서

당신이 마음을 열기만 하면

샛노란 봄의 햇살을 모은 순결한 마음으로

나는 손을 모을 때마다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에 남아 있는 눈물은

샛노란 봄에 피어나는 잎새의 꿈같아서

처음 피어나는 날은

나의 가슴에도 얹히는

살랑바람에 나는 덩달아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아직도 흘릴 수 있는 눈물이 그래도 남아 있던 날

손이 작아서 미처 꽃봉우리를 열지 못해

마음 꽃잎만을 적시던 나는

마지막 남은 눈물방울이라도

꽃잎을 적셔서

아직도 혼자서 남아 있는

노란 봄을 눈을 뜨듯 열리도록

마음을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그래도 나의 마음에 아직도

한 방울의 눈물이 그 꽃샘 속에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나의 꽃잎을 바라보시기만 해도

나는 붉게 설레여서 온통 물들어 버린

나의 가슴을 당신에게 다 보여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봄바람 같은 훈훈한 볼로 나의 꽃잎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눈물이 없으면

정연복

 

빗물이 없으면

온 세상이 사막 되겠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벌레 한 마리 자라지 못하고

 

산도 바다도 강줄기도

싹 사라지고 말겠지.

 

눈물이 없으면

삭막한 삶이 되겠지

 

사람들이 감정 없는

로봇으로 변하고 말겠지

 

그리움도 사랑도 슬픔도

한순간에 끝장나겠지.

 

만일 내가 신이라서

사람들을 심판해야 한다면

 

지상에서 살고 사랑하면서

흘린 눈물 그 얼마인지

 

보석 같은

눈물방울 숫자를 헤아릴 거야.

 

 

 

가을꽃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黃菊)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정호승

 

내 몸 속에 석가탑 하나 세워놓고

내 꿈속에 다보탑 하나 세워놓고

어느 눈 내리는 날 그 석가탑 쓰러져

어느 노을지는 날 그 다보탑 와르르 무너져내려

눈 녹은 물에 내 간을 꺼내 씻다가

눈 녹은 물에 내 심장을 꺼내 씻다가

그만 강물에 흘려보내고 울다

몇날 며칠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눈물 꽃

정호승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 꽃 피네

보리피리 불면 보리꽃 피고

까마귀 울어대면 감자꽃 피더니

봄은 가고 남쪽 나라 눈물 꽃 피네

눈물 꽃 지고 나면 무슨 꽃 필까

종다리 솟아 날면 장다리꽃 피고

눈물 바람 불어대면 진달래꽃 피는데

눈물 꽃 지고 나면 무슨 꽃 필까

눈물 꽃은 모래 꽃 남쪽 나라꽃

눈물 꽃 씨앗 하나 총 맞아 죽어

봄이 가면 남쪽 나라꽃

눈물 꽃 씨앗 하나 총 맞아 죽어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 꽃 피네

 

 

 

눈물과 웃음 사이

차영섭

 

어린아이는 끄덕하면 잘 웃고

끄덕하면 잘 운다

눈물과 웃음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

신이 준 고귀한 선물이다.

 

눈물이 넘칠수록 기쁨이 피어나고

웃음이 넘칠수록 슬픔이 흘러내린다.

눈물 속에 웃음이 섞여 나오고

웃음 속에 눈물이 섞여 나온다.

 

벽시계 추처럼 울고 나면 웃을 일이

웃고 나면 울 일이 생긴다.

눈물과 웃음은 사랑 속에선 함께 살고

우울을 없애 주는 가장 좋은 약이다.

 

눈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고

웃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바람이다.

눈물과 웃음이 많은 사람은

맑은 물과 바람이 많은 사과 같다.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최복현

 

1

서글픔으로 다가와서

한 줄기 그리움으로 남아

차마 못 잊을 추억 하나

 

추억이 그토록 아름다운 건

다시는 만날 수 없음......

다시는 되풀이 될 수 없음......

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움입니다.

 

사색을 가져다주는 계절의 모퉁이

이따금 스치는 가느란 바람결에

갓 설레는 열일곱 소녀가 옷을 벗듯이

노란 은행잎이 부끄러이

살풋살풋 파란 하늘 배경 삼아 재주를 부립니다.

 

 

2

온통 창자가 뒤틀리듯이

가파지르는 아픔을 가져보지 않은 이는,

온통 머리가 뽀개지듯이

터질 듯한 골머리를 앓아보지 않은 이는

아프지 않은 상태의 편안함을 모르듯

진정 괴로움을 느끼지 못했던 이들은

괴로움의 진실을 모르듯

 

너무도 사랑했었으므로

잊히지 않는 그리움의 아픔을 모릅니다.

 

 

3

말을 주며

말을 건네 받으며

잘도 모여서 사는

사람들의 세상

 

살오리들이 모여 잘도 짜깁기 되어

털쉐타처럼 잘도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세상

 

어디엔가 묻혀져서

다시는 볼 수 없는 한 사람

한 줄 한 줄 따라가 보면

어디엔가 꼭 있을 그리움의 사람

 

살아가는 일로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로

그리워하는 일을 잊은 척 살아갑니다.

 

 

4

어차피 오늘을 삽니다.

어제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므로

내일 또한 나의 것이 아닌

의식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감상일 뿐이므로

 

지금은 오늘뿐

그 이상은 나의 것이 아니므로

그리움이라든가

추억이라든가

희망이라든가

그건 하나의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렵니까.

 

지금 나는

어제의 너를 사랑하지 않으렵니다.

내일의 너를 사랑하지 않으렵니다.

 

지금 나는

지금의 너만을 사랑하렵니다.

 

 

5

어떤 모습으로든

오늘을 사는 우리네인 이상

아린 어제의 얘기를 가슴에 묻은 채 삽니다.

 

추억이라 하기엔

너무 아린 그리움의 전설

아마득한 옛이야기로 남겨두려면

문득문득 가슴을 두들기며

못내 그립게 하는 어여쁜 추억

 

고픈 배를 채우는 일로

갈급한 무지를

지식으로 바꾸는 일로

순간순간 잊고 살지만

우리겐 늘 연연함의

이쁜 그리움이 남습니다.

 

 

6

경복궁 담벽따라

가느란 바람을 등에 지고 걸으면

빨간 담쟁이 잎들이

그리움의 뿌리들을 불러 줍니다.

 

사색에 잠겨

차가운 보도 위에 떨어진 채로

이슬 묻은 노란 은행잎들을 보면

콧등이 시큰해지는

추억의 환영들이 후두둑 밀려옵니다.

 

흙 묻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아이처럼

눈가에 이슬을 손으로 지우며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빈 하늘

 

하늘이 비어갈수록

온통 파랗게 비어갈수록

그토록 깨져 버릴 듯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7

누가 님인가요

잊히지 않으면 님입니다.

 

누가 님인가요

보이지 않으면 님입니다.

 

누가 님이란 말인가요

만날 수 없으며 님입니다.

 

님이란 뭔가요

그래서 설운게 님입니다.

 

 

8

다시는 이 모습 이대로

볼 수 없는 님입니다.

 

그러나 문득문득

갑자기 나타날 듯한

그래서 님입니다.

 

 

9

다시 만나지 않으렵니다.

나는 나대로

멀면 멀수록

더 멀게 살아감이 좋으렵니다.

 

그렇게 길게

아니 영원히

소녀의 모습으로 기억한 채

재회의 슬픔 없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사는 것이 좋으렵니다.

 

 

10

가을이 다가와서

구슬픈 소리를 들려주면

아리게 살아나는 그리움으로

멀리로 멀리로 하늘을 보면

곱게 수 놓였던

추억들이 뭉게뭉게

먼 산 너머로

먼 산 너머로

사라져 숨고

 

저 홀로 비어가는 하늘

혼자만 혼자되어

비어가는 하늘

하늘이 너무 맑아 눈물이 납니다.

 

 

 

눈물

최서림

 

세상 모든 마침표는 둥글다.

마침표가 둥글면 전체 문장도 둥글어진다.

사금파리나 유리 조각같이 창졸간에

부서진 점()들은 마침표가 되지 못한다.

둥글어질 때까지 울어주어야 한다.

모든 점()들을 둥글게 만들어주는 눈물.

 

 

 

눈물은 둥글다

최서림

 

웃음은 구겨질 수 있어도

눈물은 언제나 둥글다.

하늘로 올라간 웃음은

땅에 떨어져 썩을 수 있어도,

땅에 떨어진 눈물은

향기 나는 기도처럼 하늘로 올라간다.

눈물은 한 생애를

둥글게 하는 힘이 있다.

 

 

 

아내의 눈물

최서림

 

몸집보다 더 큰 것이 눈물 집인가.

에스프레소가 쓰다고 한들 인생만큼 쓸까.

반백을 넘어가는 내 아내

쓸개 같은 삶보다 더 쓸까.

모래폭풍 이는 사막 같은 세상,

아내의 작은 몸속에

이렇게 많은 눈물이 들어차 있을 줄이야,

폐차 처분된 내 인생을 살려낸 아내의 눈물은

몸을 채우고도 흘러넘친다.

몸속에 소금 산이 들어앉아 있는 아내의 눈물은

여자만汝自灣 바닷물보다 짜다.

쏟아낼수록 마음 밭이 개펄처럼 넓어진다.

아내 가계에 줄기차게 내려온 눈물의 유전인자,

그 눈물로 메마른 내 인생에 물을 대주고 있다.

 

 

 

흘려도 흐르지 않는 눈물 - 삼강행실도를 읽다

최정례

 

왕부가 아버니 묘소에 시묘 살며 조석으로 잣나무를 붙잡고 우니 눈물이 젖어 잣나무가 시들었다.

맹종의 어머니 병들어 겨울에 죽순을 먹고자 하여, 맹종이 대숲에 거서 우니 이윽고 죽순 몇 줄기 나므로 그것을 먹고 어머니 병 나으셨다.

누백의 아버지 범에게 물려 죽자 누백이 가서 범을 잡아 배를 갈라 아버지의 살과 뼈를 내어 그릇에 담고, 범의 고기는 독에 담아 시냇물에 묻었다. 누백이 아버지를 땅에 묻고 여막을 짓고 살았다. 누백의 아버지 꿈에 나타나 "개암나무 헤치고 효자의 여막에 오니 감동하여 눈물 다함이 없구나. 맑은 달과 맑은 바람 이를 다 아시는구나"라고 시를 읊었다.

 

대밭에 가 울면 죽순을 돋게 하던,

잣나무를 붙잡고 울면 잣나무가 시들던, 눈물의 힘.

범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헤치네

아버지 살과 뼈 어디 갔나.

시를 읊던 아버지, 없네, 안 보이네,

눈물 싱거워 이젠 힘 못 쓰네,

보청기 써도 안 들린다던 아버지 못 일어나네,

개암나무 헤치던 바람, 귀 막았네,

달 힘 빠져 못 뜨네.

나무 사이로 달 못 가고,

범의 고기 다 떠내려가고,

아버지 살과 뼈, 주워도 주워도 담기지 않네,

흘려도 흘려도 흐르지 않네.

 

 

 

눈물은 푸르다

최종천

 

눈물은 푸른색을 띠고 있다

멍을 우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 눈의 막막함

약속의 허망함

우리는 지난 세월을 증오(憎惡)에 투자(投資)했다

거기서 나온 이익으로

쾌락을 늘리고

문득 혐오 속에서 누군가를 기억한다

 

너의 눈은 검고 깊었다. 그러나

그는 입맞춤으로 너의 눈을 퍼낸다

너는 다시 달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눈물

한광구

 

까닭 없는 설음에 겨워

떠다니다가 이 땅에 말씀을 모두 꺼내어

햇살에 말리면

골짝마다 아롱아롱

춤추는 아지랭이

썩은 새 지붕 위로

빨간 고추 내 널리고

간간이 한숨처럼 바람이 불어와

흔들리는 마른 숲에

햇살이 뿌리는 말씀,

눈 비비며 읽으면

푸른 피로 사랑하던 사람아,

온몸의 피를 말려 쓰는

이 편지를 읽느냐

어느새 밤이 온다.

그대 이른 새벽에 나와

맑게 맺혔다가 떨어지는

내 눈물을 보아라.

 

 

 

우는 때

한용운

 

꽃핀 아츰 달밝은 저녁 비오는 밤

그때가 가장 님 기루운때라고 말합니다

 

나도 같은 고요할 때로는 그때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 사람이 모혀서 말하고 노는 때에 더 울게 됩니다

님 있는 여러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야 좋은 말을 합니다마는

나는 그들의 위로하는 말을 조소로 듭습니다

그때에는 울음을 삼켜서 눈물을 속으로 창자를 향하야 흘립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게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사람의 눈물이 아름답다

황봉학

 

꽃잎에 맺힌

이슬의 아름다움에 취해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연꽃잎에 떨어진 빗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

혼을 앗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흘리는 눈물만큼이나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슬픔이 녹아질 때

아픔이 녹아질 때

기쁨이 녹아질 때

온 육신이 울어야만 비로소 솟아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물

 

이슬보다

빗물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눈물 한줄기

 

당신이 그리워

오늘도 난

눈물 한줄기 흘립니다.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베를레에느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거리에 비가 내리듯.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 설레임은 무엇일까?

, 대지에도 지붕에도 내리는

빗소리의 부드러움이여!

답답한 마음에

, 비내리는 노랫소리여!

 

이 역겨운 마음에

영문 모를 눈물 내린다.

웬일인가! 원한도 없는데?

이유 없는 이 슬픔은

까닭 모르는 슬픔에

더욱 가슴 아파

사랑도 원한도 없는

내 마음 이렇듯 괴로와라!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밋빛 눈물을 흘렸다

아르튀르 랭보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밋빛 눈물을 흘렸다

 

별은, 그대의 귓속 깊은 곳에 떨어져, 장밋빛으로 흐느껴 울고

그대의 목덜미로부터, 허리 있는 곳까지, 무한(無限)은 그 흰 빛을 굴리고 있었다

바다는 그대의 따뜻한 젖가슴을, 진줏빛으로 물들게 하고,

사내는 그대의 영묘한 옆구리에 검은 피를 흘렸다

 

 

 

흐르는 내 눈물은

하이네

 

흐르는 내 눈물은

꽃이 되어 피어나고

내가 쉬는 한숨은

노래 되어 울린다.

 

그대 나를 사랑하면

온갖 꽃들을 보내 드리리

그대의 집 창가에서

노래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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