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llnow 2024. 5. 4. 07:45

街上初見                길에서 처음 봄

 

把經一帙誦分明          경서를 잡아 한 질을 분명하게 낭송하니

客駐程驂忽有情          나그네 수레를 멈추어 문득 애정이 일어나오.

虛閣夜深人不識          빈 누각에 밤이 깊어 아무도 모를 테니

反輪殘月已三更          반달 기울어 삼경 쯤 우리 한 번 만납시다.

 

街上初見視目明          길에서 처음 만나 남들 눈이 훤히 보고 있는데

有情無語似無情          연정이야 있지만 말을 못하니 무정한 듯하네요

踰墻穿穴非難事          담장을 넘고 뚫는 것 어려운 일 아니지만

曾許農夫更不更          진즉 농부에게 허했으니 다시 고치지는 못하리오.

 

 

可憐妓詩                기생 가련에게

 

可憐行色可憐身          가련한 행색에 가련한 몸이

可憐門前訪可憐          가련의 문 앞에 가련하게 찾아왔네

可憐此意傳可憐          가련한 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은 능히 이 가련한 마음을 알겠지.

 

 

可憐과 離別

 

可憐門前別可憐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可憐行客尤可憐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네요

可憐莫惜可憐去          가련아, 가련한 이몸 떠나감을 애석해 하지 말게나

可憐不忘歸可憐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看鏡

 

白髮汝非金進士          백발이시여! 자넨 김진사가 아니던가?

我亦靑春如玉人          나 역시 청춘때는 옥같이 고왔다오.

酒量漸大黃金盡          주량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돈은 말라갔고

世事纔知白髮新          세상사 겨우 알만하니 백발이 무어람.

 

 

艱貧                    빈부가 따로 없지

 

地上有仙仙見富          이 땅에 신선이 있다면 부자가 곧 신선이리

人間無罪罪有貧          인간에게 무슨 죄가 있나 죄는 가난함이 아니던가.

莫道貧富別有種          그러나 부자와 빈자가 어디 따로 있었던가

貧者還富富還貧          빈자가 부자 되고 부자도 빈자 되는 것을.

 

 

看山 

 

倦馬看山好              게으른 말이 산 구경하기 좋으니

執鞭故不加              짐짓 채찍으로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네.

岩間纔一路              바위들 사이로 겨우 길이 하나 나있고

煙處或三家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있구나.

 

花色春來矣              꽃 색깔은 봄이 왔음을 알리고

溪聲雨過耶              시냇물 소리는 비가 지나갔음을 알겠구나.

渾忘吾歸去              우리 모두 돌아가야 함을 잊었는데

奴曰夕陽斜              하인이 말하길 저녁 해가 기운다하네.

 

 

艱飮野店                주점에서 어렵게 마심.

 

千里行裝付一柯          천리 길 다니며 가진 것은 바리 하나뿐

餘錢七葉尙云多          남은 돈 일곱 냥 오히려 많다 하겠네.

 

囊中戒爾深深在          주머니 속에 깊이깊이 두자 다짐 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          해 기우는 들녘에 주막을 보니, 아니 마시고 어쩌리오.

 

 

姜座首逐客詩 

 

祀堂洞裡問祀堂          사당동에서 사당을 물으니

輔國大匡姓氏姜          보국대광 벼슬의 성이 강씨라네.

先祖遺風依北佛          선조의 유훈에 의한 불교를 배반하고

子孫愚流學西羌          어리석은 자손들은 서쪽 오랑캐를 배웠구나.

 

主窺檐下低冠角          주인은 처마 밑에서 갓 밑의 관상을 살피는데

客立門前嘆夕陽          나그네는 문 앞에서 지는 해를 탄식하네.

座首別監分外事          이런 자에겐 좌수 별감도 분수에 넘치나니

騎兵步卒可當當          기병의 보졸이 마땅하겠구나.

 

 

開城

 

故國江山立馬愁          옛 강산에 들러 말을 멈추니 시름은 끝없는데

半千王業空一邱          반 천 년의 왕업이 빈 언덕만 남았구나.

煙生廢墻寒鴉夕          안개 이는 무너진 담장엔 석양의 갈가마귀 보이고

落葉荒台白雁秋          낙엽지는 이 가을 폐허위로 흰기러기만 나른다.

石狗年深難轉舌          돌로 된 개는 긴 세월에 어려움 전하지 못하고

銅台陁滅但垂頭          동태는 허물어져 머리를 숙였도다.

周觀別有傷心處          둘러보니 유난히도 가슴 아픈 곳이 있고

善竹橋川洇不流          선죽교 개울물은 목이 메어 흐르지 못하네.

 

 

開城人逐客

 

邑號開城何開閉          고을 이름은 개성인데 왜 문은 닫았나

山名松嶽豈無薪          산이름은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구나.

黃昏逐客非人事          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니

禮義東方子獨秦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開春詩會作              봄을 시작하여 시를 짓는 모임

 

데각데각登高山          데각데각 높은산에 오르니

시근뻘뜩息氣散          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醉眼朦朧굶어觀          굶어서 정신이 흐리멍텅한 모야으로 보나니

욹읏붉읏花爛漫          울긋불긋 꽃이 만발했구나.

 

諺文眞書석거作          언문과 진서를 섞어서 지었는데

是耶非耶皆吾子          옳다 그르다 하는 놈은 모두 내 자식이다.

 

 

見乞人尸詩              걸인의 시신을 묻으며

 

不知汝姓不識名          그대 성을 알지 못하고 이름도 알지 못하니

何處靑山子故鄕          어느 곳 청산이 그대의 고향일 런지.

蠅侵腐肉喧朝日          파리 떼는 썩은 살에 붙어 아침 햇살에 시끄럽고

烏喚孤魂弔夕陽          까마귀 울며 외로운 혼을 저녁 빛에 조문하오.

 

一寸短筇身後物          한마디 짤막한 지팡이는 몸에 딸린 물건이고

數升殘米乞時糧          두어 됫박 남은 쌀은 빌어먹던 양식이구나.

其於前村諸子輩          오 이러니 앞마을의 여러 사람들이여

携來一簣掩風霜          (흙) 한 삼태기 가져와 바람서리나 가려주소.

 

 

警世                    세상을 깨우침 

 

富人困富貧困貧          부자 놈들 부자대로 곤궁하고 빈자는 빈자대로 괴롭나니

飢飽雖殊困則均          주리고 배부름은 비록 다르지만 괴로움의 이치는 같다네.

貧富俱非吾所願          가난하고 부자 되는 게 모두 내 원하는바 아니오니

願爲不富不貧人          원하기는 부자도 아닌 빈자도 아닌 그런 사람 되고 싶소.

 

 

鷄 

 

擅主司晨獨擅雄          새벽임을 알리는 일 수탉하나에 달려있고

絳冠蒼距拔於叢          진홍 벼슬에 푸른 뒷발톱이 빼어나구나.

頻驚玉兎旋臟白          달을 급히 놀래켜 흰 빛 감추게 하고

每喚金烏卽放紅          매양 해를 불러 붉은 빛을 발하게 하네.

 

欲鬪努嗔瞳閃火          싸움에 노해 성낼 때는 눈동자에 불이 번쩍이고

將鳴奮鼓翅生風          울며 떨쳐 부추기는 날갯짓 풍채가 이는구나.

名高五德標於世          오덕으로 이름 높여 세상에 드러내고

逈代桃道響徹空          먼 옛날엔 무릉도원 하늘에 전갈을 전했다네.

 

닭의 五德 -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머리에 벼슬(冠)을 썼으니 문덕이오(頭上有冠 是文德), 발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싸움에 능하니 무덕이오(足後有距能鬪 是武德), 적을 맞아 물러서지 않고 죽기로 싸우니 용덕이오(敵前敢拼 是勇德), 먹을 것이 있으면 동류를 부르니 인덕이오(有食物招呼同類 是仁德), 밤이 되어도 때를 잃지 않고 새벽을 알려주니 신덕이다(守夜不失时 天明報曉 是信德).

 

 

 

搏翼天塒回斗牛          두 날개로 홰를 치면 북두성, 견우성이 돌아 천시를 알리니

養塒物性異沙鷗          닭장 안에서 자란 너의 성품은 갈매기와는 다르구나.

爾鳴秋夜何山月          너는 가을 밤 어느 산의 달을 보고 울었기에

玉帳寒淚營楚猴          뉘라서 옥장한영의 초패왕을 눈물 짓게 하였는고.

 

 

瓜                      참외

 

外貌將軍衛              겉모습은 위청 장군과 같이 위세가 있고

中心太子燕              속은 연태자 마음과 같이 부드럽구나.

汝本地氣物              너는 본시 땅의 기를 받은 물건인데

何事體天團              무슨 까닭으로 둥근 하늘 닮았는고.

 

 

過廣灘                  황해도 광탄을 지나면서

 

幾年短杖謾徘徊          몇 년이나 단장 짚고 부질없이 겉돌았는지

愁外鄕山夢裏回          시름 밖의 고향 산은 꿈속에나 돌아 갈뿐.

憂國空題王粲賦          나라 걱정 부질없어 왕찬 같은 글이나 짓고

逢時虛老賈誼才          혈기 왕성할 때에 가의 같은 재주에도 헛되이 늙어가네.

 

風吹落葉三更急          떨어진 낙엽 바람이 불어 급히 구르는 한 밤중에

月搗寒衣萬戶催          달빛에 다듬이질소리만 집집마다 겨울을 재촉하고.

齷齪生涯何足歎          악착같은 생애를 탄식한들 무엇 하리

携杯更上鳳凰臺          술잔 고쳐 들고 봉황대에 오르노라.

 

王粲 - 삼국시대 조조를 섬겨 건안 7자의 제 1인자, 시인, 七哀詩, 從軍詩.

賈誼 - 전한시대 학자, 정치가, 文帝에게 초빙되어 여러 가지 개혁안을 진행하였으나 좌천.

 

 

過寶林寺                보림사에 들러서

 

窮達在天豈易求          곤궁함과 영달이 하늘에 있으니 어찌 쉬이 구할 수 있으리오

從吾所好任悠悠          나는 내 멋대로 유유히 지내 왔노라.

家鄕北望雲千里          고향 있는 북을 바라보니 구름이 천리 길이오

身勢南遊海一漚          남녘을 떠도는 이 신세는 바닷가의 물거품이라.

 

掃去愁城盃作菷          술잔을 비 삼아 쌓인 시름 쓸어버리고

釣來詩句月爲鉤          달을 낚시 삼아 시구를 걸어 올리네.

寶林看盡龍泉又          보림사를 다보고 용의 연못 또한 보았으니

物外閑跡共比丘          세상물정 벗어나 한가한 자취가 중과 한가지로다.

 

 

過安樂見迕              안락성을 지나며

 

安樂城中欲暮天          안락한 성 안에서 하늘은 저물어 가는데

關西儒子聳詩肩          관서의 못난 것들이 졸시를 추켜세우네.

村風厭客遲炊飯          마을 인심이 손을 싫어해 밥 짖기를 미루면서

店俗慣人但索錢          주막 풍속은 주인 버릇이 오직 돈만 찾는구나.

 

虛腹曳雷頻有響          빈 배속에선 우레를 끌어당겨 울리는 소리 빈번하고

破窓透冷更無穿          부서진 창으로 냉기가 스며들어 다시 뚫을 일 없구나.

朝來一吸江山氣          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번 마셨으니

試向人間辟穀仙          인간세상에서 곡기를 끊는 신선되라 시험하네.

 

辟穀 - 도가에서 곡식을 먹지 않고 솔잎이나 대추 밤으로 식사를 대용하는 것. 벽곡이라고도 이르나 피할 '피'로 피곡이 맞는 말임. '벽'은 임금 벽으로 군왕, 천자, 장관 등의 뜻으로 쓰임.

 

 

過立石

 

松松栢栢巖巖廻          소나무 잣나무 바위들을 돌아서니

水水山山處處奇          물과 산들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一步二顧三步立          한걸음 걷고 두 번 돌아보고 세 걸음에 다시 서니

山靑石白間間花          푸른 산 흰 바위 사이사이로 꽃이로구나.

若使畵工摸此景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 들

其於林下鳥聲何          그 숲속의 새 소리를 어찌 할꼬.

 

 

 

首飾端儀勝揷花          머리에 관을 쓰는 예절은 꽃을 꽂는 것보다 좋고

織織密孔僅容沙          가늘고 빽빽한 구멍은 모래알도 겨우 빠지도록 촘촘하다.

紵篁合體均圓滿          모시와 참대를 합체해서 잘도 만들었고

漆墨成章極潤纓          옷칠과 먹빛으로 이룬 문채는 너무도 아름답구나.

文物攸同箕子國          이 관의 역사는 먼 옛날 기자시대에 있었고

規模曰自大明家          그 모양은 명나라 집안에서 비롯되었도다.

一曲滄浪纓可濯          그래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 만하다고

至今傳唱楚江歌          초강의 노래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도다.

 

 

關王廟                  관우의 사당에서

 

古廟幽深白日寒          옛 사당 그윽하여 낮에도 서늘한데

全身復見漢衣冠          온몸에 걸친 한나라 의관 다시 본다네.

當時未了中原事          당시 중원의 큰 일 못 마치고 죽었으니

赤兎千年不解鞍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적토마의 안장 풀지 않았구나.

 

 

廣寒樓

 

1

南國風光盡此樓          남녘의 모습은 이 광한루에 다하였으니

龍城之下鵲橋頭          용성의 아래 오작교가 최고로구나.

江空急雨無端過          빈 강에 소나기 내리니 끝없이 지나가고

野闊餘雲不肯收          넓은 들녘에 남은 구름 즐겨 거두지 아니하네.

 

2

千里筇鞋孤客到          천리 먼 길 외로운 나그네 지팡이에 짚신 신고 이르니

四時茄鼓衆仙遊          사계절 내내 연 줄기 휘두르며 신선들이 즐기네.

銀河一脈連蓬島          은하수 한줄기가 봉래도와 연해 있으니

未必靈區入海求          신령의 거처를 반드시 바다로 가 구할 것이 아니로구나.

 

3

看月何事依小樓          구태여 소루에서 달구경 할 것인가

心身飛越廣寒頭          광한루 허공에 몸과 맘을 날려 보자.

光垂八域人皆仰          내 몸 달빛에 비치면 모두 우러를지니

影入千江浮其流          그림자 천 강에 비쳐 물과 함께 흐르리라.

 

4

曠古詩仙曾幾問          그 옛날 이태백은 몇 번이나 말했던가

長生藥兎未應愁          장생하는 약토와 시름 함께 나누자고.

圓輪自重今宵出          이 밤 둥근달 둥실 떠오르니

碧落雲霽廓己收          먹구름 모두 걷혀 푸르기만 하구나.

 

 

攪車                    씨아, 목화 물레지질

 

揮手一人力              물레를 돌림은 한 사람의 힘이요

生花二木德              꽃을 피우는 것은 두 나무의 덕택이다.

耳出蒼蛙聲              씨앗 귓틀에선 청개구리 소리가 나고

口吐白雲色              입으로는 뭉게구름 같은 솜을 吐해내누나.

 

 

狗                      개

 

稟性忠於主饋人          품성이 충성되어 밥 주는 주인 잘 따르고

呼來斥去任其身          부르면 오고 물리치면 가고 시키는 대로 임하네.

跳前搖尾偏蒙愛          앞발 들고 꼬리치니 사랑을 독차지하고

退後垂頭却被嗔          물리쳐 야단치면 뒤로 물러나 머릴 숙이네.

 

職察奸偸司守固          도둑을 지켜내 제 할 일 다 하니

名傳義塚領聲頻          목숨 바쳐 주인구한 이름전하니 깨달음의 소리 빈번하네.

褒勳自古施帷蓋          예로부터 공을 기려 휘장 덮어 베풀어 주었는데

反愧無力尸位臣          반대로 힘없이 뻣뻣이 누워있는 벼슬아치가 부끄럽구나.

 

 

佝僂                    곱추

 

人皆平直爾何然          사람들은 모두 곧바로 서는데 너는 왜 그러한가

項在胸中膝在肩          목은 가슴속에 파묻혔고 무릎은 어깨에 있구나.

回首不能看白日          고개를 돌려도 밝은 해를 보지를 못하고

倒身僅可見靑天          몸을 옆으로 기울여야만 겨우 하늘을 보는구나.

臥如心字無三點          누우니 심자에 점 셋이 없는 것 같고

立似弓形失一鉉          서니 줄 없는 활과 같은 꼴이 되는구나.

慟哭千秋歸去路          아! 천추에 원통한 일은 죽어서 돌아갈 때도

也應棺槨用團圓          응당 둥근 관을 쓸 게 아니냐?

 

 

九月山峰

 

昨年九月過九月          작년 9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今年九月過九月          올 9월에도 구월산을 지나가네.

年年九月過九月          해마다 9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九月山光長九月          구월산 풍경은 늘 9월이구나.

 

 

金鋼山

 

1

仙禽白幾千年鶴          날아가는 저 鶴들은 몇 천 년 되었을고

澗樹靑三百丈松          물가의 푸른 소나무 삼백 길이 넘는 구나

僧不如吾春睡惱          졸고 있던 이 내 심사 스님이 알 길 없고

忽無心打日邊種          암자에서 울려오는 종소리는 사람을 놀라게 하네.

 

2

一峰二峰三四峰          한 봉우리 두 봉우리 셋 넷 봉우리

五峰六峰七八峰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봉우리

須臾更作千萬峰          삽시간에 천만 봉을 다시 만드니

九萬長天都是峰          구만 리 장천이 모두 봉우리일세.

 

3

矗矗金剛山              우뚝 솟은 금강산

高峰萬二千              높은 봉우리 일만 이천.

遂來平地望              드디어 평지를 바라보며 내려오니

三夜宿靑天              삼일 밤을 푸른 하늘에서 머문 것일세.

 

4

江湖浪跡又逢秋          세상을 떠돌다 보니 또 가을이 되어

約伴詩朋會寺樓          시우와 약속한 절의 누각에 모였구려.

小洞人來流水暗          작은 골에 사람이 오니 흐르는 물 어둡고

古龕僧去白雲浮          옛 절에 스님 가니 흰구름만 떠오르네.

薄遊少答三生願          널리 유람하고픈 삼생의 원은 조금 푼 셈이니

豪飮能消萬種愁          술을 아주 잘 마시니 능히 온갖 시름을 풀겠네.

擬把淸懷書枾葉          그윽한 감회 헤아려 감나무 잎에  써두고

臥聽西園雨聲幽          누워 듣나니 서원의 빗소리  더욱 그윽하구려.

 

5

松松栢栢岩岩廻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도니

水水山山處處奇          물과 물, 山과 山이 곳곳마다 奇妙 하구나.

 

6

泰山在後天無北          큰 산이 뒤에 있으니 하늘엔 북이 없어지고

大海當前地盡東          앞은 큰 바다이니 마땅히  땅은 동쪽 끝이로구나.

橋下東西南北路          다리 아래는 동서남북 길이 있고

杖頭一萬二千峰          지팡이 머리위로는 일만 이천 봉이로구나.

 

7

萬二千峰歷歷遊          만이천봉을 두루두루 유람하여

春風獨上衆樓隅          봄바람에 홀로 여러 누각을 오르도다.

照臨日月圓如鏡          거울과 같은 둥근 해와 달이 내리비치니

覆載乾坤小似舟          하늘을 덮고 땅을 실은  작은 조각배와 같구나.

東壓大洋三島近          동쪽을 누르고 대양을 굽어보니 세 섬이 가깝고

北撑高沃六鰲浮          북쪽은 높고 기름져 여섯 마리 자라처럼 떠 버티는구나.

不知無極何年闢          천지가 어느 때 이처럼 열렸는지 알지 못하고

太古山形白老頭          태고적 산의 형상이 백발노인처럼 되었구려.

 

8

長夏居然近素秋          긴 여름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니

脫巾抛襪步寺樓          망건과 버선 벗고  절의 누각을 거니노라.

波聲通野巡墻滴          물결 소리는 들을 거쳐 담장 돌아 들려오고

靄色和烟繞屋浮          아지랑이 빛 연기 어울려 집을 에워 떠 있구나.

酒到空壺生肺喝          술은 다하여 빈 병에 갈증이 더하고

詩猶餘債上眉愁          시는 오히려 밀려 있어 양미간을 찌푸리네.

與君分手芭蕉雨          그대와 더불어 헤어질 때 파초에 비 내리니

應相歸家一夢幽           마땅히 집에 돌아가 그윽한 꿈꾸리라.

 

 

金剛山共吟詩            공허스님과 시를 주고받다

 

공허   : 朝登立石 雲生足    이른 아침 입석봉 오르니 구름이 발아래 일고

김삿갓 : 暮飮黃泉 月掛唇    저녁에 황천의 샘물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렸구나.

공허   : 澗松南臥 知北風    산골짝 소나무 남으로 누우니 북풍이 부는 걸 알겠노라

김삿갓 : 軒竹東傾 覺日西    처마의 대나무 동으로 기우니 해지는 걸 깨닫네요.

공허   : 絶壁雖危 花笑立    절벽은 비록 위태롭다지만 꽃은 웃으며 피어나고

김삿갓 : 陽春最好 鳥啼歸    따뜻한 봄날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도, 새는 울면서 돌아가느니

공허   : 天上白雲 明日雨    높은 하늘엔 흰 구름 내일은 비 오리라

김삿갓 : 岩間落葉 去年秋    바위틈 낙엽은 지난 가을 것이로구나.

공허   : 兩性作配 己酉吉    남녀가 짝 짓는데 기유일(己酉日)이 길하나니

김삿갓 : 半夜生孩 難亥子    밤중에 애 낳으니 해시(亥時)더냐 자시(子時)더냐. 

공허   : 影浸綠水 衣無濕   그림자 푸른 물에 적셔도 옷은 젖지 아니하고

김삿갓 : 夢踏靑山 脚不苦   꿈에 청산을 누볐어도 다리는 고달프지 않네.

공허   : 靑山買得 雲空得   청산을 사고 나니 구름은 절로 얻고

김삿갓 : 白水臨來 魚自來   맑은 물가에 임하니 물고기 절로 따르네.

공허   : 石轉千年 方到地   돌덩이는 천년을 굴러야 땅에 이를 듯한데

김삿갓 : 峰高一尺 敢摩天   봉우리는 하 높아 한자만 더하면  하늘이 닿을 듯

공허   : 秋雲萬里 魚鱗白   가을 구름 만 리에 물고기 비늘처럼 하얗고,

김삿갓 : 枯木千年 鹿角高   천년 묵은 고목의 가지는 사슴뿔처럼 높구나

공허   : 雲從樵兒 頭上起   구름은 초동의 머리 위에 피어나고,

김삿갓 : 山入漂娥 手裏鳴   산은 빨래하는 아낙네의 손아귀에 울리네.

공허   : 群鴉影裡 千家夕   떼 까마귀 그림자에 일천 집이 저녁 되니

김삿갓 : 一雁聲中 四海秋   외기러기 울음에 온 세상이 가을이구려.

공허   : 假僧木折 月影軒   가승목(가죽나무)부러지니 달그림자 난 간에 비추고

김삿갓 : 眞婦菜美 山妊春   참며느리(참나물)맛이 들어 산이 봄을 잉태하였구나.

공허   : 登山鳥萊羹         산에 오르니 산새가  쑥국

김삿갓 : 臨海魚草餠         바다에 이르니 물고기가  풀떡

공허   : 水作銀杵 春絶壁    폭포수 은절구 되어 절벽을 찧고

김삿갓 : 雲爲玉尺 度靑山    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로 청산을 재고 있소.

공허   : 月白雲白 天地白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세상이 하얗구려

김삿갓 : 山深夜深 客愁深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시름도 깊소이다.

공허   : 燈前燈後 分晝夜    등불 켜고 등불 끄니 밤낮이 구별되고

김삿갓 : 山南山北 判陰陽    산의 남쪽 산의 북쪽 음양을 헤아리지요.

 

글 놀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나니 김삿갓이 시 한수 올립니다.

 

丈夫會應 有知己         장부는 반드시 지기를 만나는 법

世上悠悠 安足論         한 세상 유유히 군말 없이 살고 지고

 

김삿갓은 張謂가 교림선사(喬林禪師)를 만났을 때의 기쁨을 노래한 위 시를 스님에게 드리니 스님께서는

 

羨君有週 能便醉         술이 있어 얼큰히 취하는 그대가 부럽소

羨君無錢 能不憂         돈이 없어도 근심 없는 그대가 부럽소.

 

이 시는 김삿갓의 정처 없는 구름 같이, 흐르는 물처럼 다니는 김삿갓의 삶을 역시 장위의 시를 인용하여 답한다.

 

 

棋                      바둑

 

縱橫黑白陳如圍          흑과 백이 가로 세로 에워싸듯 진을치니

勝敗專由取舍機          승과 패는 오로지 집을 취하는 기회에 달려있네.

四皓閑枰忘世坐          상산의 4은사는 한가히 바둑으로 세상 지키길 잊고

三淸仙局爛柯歸          삼청 신선 대국보다 돌아오니 자루가 다 썩었다네.

 

詭謀偶獲擡頭點          속임수로 뜻밖에 머리 들 점도 얻으니

誤着還收擧手揮          잘못 두었다 물러 달라 손들고 휘두르네.

半日輪贏更挑戰          한나절에 번갈아 이기고 다시금 싸움을 이끄니

丁丁然響到斜輝          쩡쩡하니 울리는 소리에 석양빛이 기우나니.

 

四皓 - 상산(商山)으로 숨어 들어간 네 명의 눈썹과 수염이 흰 노인, 東園公, 綺里季, 夏黃公, 角里, 상산 4호로 불리며 동양화의 주제로 많이 그려짐.(진시황을 피해 은거)

三淸 - 도교에 나오는 玉淸, 上淸, 太淸, 신선들이 산다는 궁의 이름,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돌아오니 도끼자루가 다 썩어 문드러졌다는 설화.

 

 

妓生合作

 

삿갓 : 平壤妓生何所能   평양기생은 무엇에 능한지?

기생 : 能歌能舞又詩能   노래와 무용에 시까지 능하다오.

삿갓 : 能能其中別無能   능하고 능해도 별로 능한 게 없구먼.

기생 : 月夜三更呼夫能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능하다오.

 

 

吉州明川

 

吉州吉州不吉州          좋은 고을 길주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고을

許可許可不許可          소원 들어주는 허가라 하지만 허가하지 않는구나.

明川明川人不明          사리에 밝은 명천이라지만 사람은 밝지 아니하고

漁佃漁佃食無漁          물고기 잡는 어전이라지만 밥상엔 물고기가 없다네.

 

 

樂民樓

 

宣化堂上宣火黨          선정을 펴야할 선화당에서 화적같은 정치를 펴니

樂民樓下落民淚          낙민루 아래서 백성들은 낙루하는구나.

咸鏡道民咸驚逃          함경도 백성들이 다들 놀라 달아나니

趙岐泳家兆豈永          조기영(관찰사)의 집안이 어찌 오래가리오.

 

 

落葉

 

盡日聲乾啄啄鴉          종일토록 갈가마귀 쪼는 소리처럼 뚝뚝 떨어져

虛庭自屯減空華          빈 뜨락에 진을 치니 화려한 빛 마져 사라져 가는구나.

如戀故査徘徊下          옛 향기 못잊어 배회하며 떨어지고

可恨餘枝的歷斜          가지에 있던 때를 그리워하며 흩어지누나.

夜久堪聽燈外雨          밤새도록 창밖에 빗소리 들리고

朝來忽見水西家          아침이 와 무심히 냇가의 집을 바라본다.

知君去後惟風雪          그대여! 낙엽 뒤에 오는 설한풍을 생각하면

怊愴離情倍落葉          서글픈 이별의 정은 낙엽보다 심할 걸세.

 

 

落葉吟

 

蕭蕭瑟瑟又齊齊          소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이

埋山埋谷或沒溪          산이며 골짜기도 묻고 개울물에도 빠져 드는구나.

如鳥以飛還上下          새처럼 위아래를 날아가고 또 돌아오고

隨風之自各東西          바람 따라 저마다 이리저리 흩어지누나.

綠其本色黃猶病          본래 잎새야 푸른데 누렇게 병이 들어

霜是仇緣雨更凄          푸른 잎엔 원수같은 서리에다 가을비까지 맞으니 더욱 애처롭구나.

杜宇爾何情薄物          두견아! 넌 참 박정하기도 해라

一生何爲落花啼          일생을 어찌 지는 꽃만 섪다 울어예느냐.

 

 

落花吟                  떨어지는 꽃잎을 노래 함

 

曉起飜驚滿山紅          새벽에 일어나 온산이 붉게 날리는 것에 놀랐으니

開落都歸細雨中          가랑비 속에 피었다 떨어져 모두 다 돌아가네.

無端作意移粘石          아무런 까닭 없이 원망의 뜻으로 바위에 옮겨 붙고

不忍辭枝倒上風          바람이 거스르니 견디지 못하고 가지를 떠나가네.

 

鵑月靑山啼忽罷          달밤의 소쩍새 청산에서 홀연히 울음을 그치고

燕泥香逕蹴全空          제비는 향기에 젖어 온전히 허공을 좇아 지나가네.

繁華一度春如夢          번성함 화려함을 한 번 헤아리니 봄날의 꿈과 같아

坐嘆城南頭白翁          머리 하얀 노옹은 성의 남쪽에 앉아 한탄하는구려.

 

 

蘭皐平生詩 

 

鳥巢獸穴皆有居          새는 둥지에 짐승은 굴속에 모두들 살 곳이 있지만

顧我平生獨自傷          내 평생을 돌아보니 홀로 스스로 가엾구나.

芒鞋竹杖路千里          짚신과 대나무 지팡이로 천리 길을 다니고

水性雲心家四方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이 집이었다네.

尤人不可怨天難          남을 탓할 수 없고 하늘도 원망하기 어려워

歲暮悲懷餘寸腸          세밑엔 슬픈 회한이 마음속에 헤아려 넘쳤다네.

初年自謂得樂地          초년엔 스스로 평하길 즐거운 세상을 얻었고

漢北知吾生長鄕          한양이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인 줄 알았다오.

簪纓先世富貴人          선조들은 고관을 지내시어 부귀함을 누렸고

花柳長安名勝庄          꽃과 버들이 있는 장안엔 별장이 있었다오.

隣人也賀弄璋慶          이웃 사람들이 생남을 축하하고 경하하며

早晩前期冠蓋場          머지않아 곧 시험장에서 관을 쓰기를 기대했다네.

髮毛稍長命漸奇          머리와 터럭이 점점 자라며 운명이 점점 기구해져

灰劫殘門飜海桑          가문은 헤쳐지고 빼앗겨 뽕밭은 뒤집혀 바다가 되었구나.

依無親戚世情薄          의지할 친척도 없이 세상의 물정은 야박해지고

哭盡爺孃家事荒          부모의 상을 마치니 집안 사정은 황폐해졌네.

終南曉鐘一納履          남산 새벽종 그치니 한 켤레 신을 신고 챙겨서

風土東邦心細量          동방의 풍토를 마음으로 자세히 헤아렸다네.

心猶異域首丘狐          마음은 오직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여우 같으니

勢亦窮途觸藩羊          신세 또한 궁핍하여 울타리에 뿔이 박힌 양 같았다오.

南州從古過客多          남쪽 고을은 예로부터 지나는 나그네가 많았다지만

轉蓬浮萍經幾霜          부평초처럼 떠돌아 몇 년이나 지났는지.

搖頭行勢豈本習          머리를 조아리며 다닌 것이 어찌 본래 모습일 런지

挈口圖生惟所長          입이 급하여 살아가길 꾀하는 생각만 늘었다오.

光陰漸向此中失          이런 가운데 시간은 점점 잃어버리고

三角靑山何渺茫          푸른 삼각산은 어찌 저리 아득하고 아련한지.

江山乞號慣千門          강산에 빌어 가며 부른 버릇이 일천 집이건만

風月行裝空一囊          아름다운 자연 속 행장은 텅 빈 자루 하나뿐일세.

千金之子萬石君          천금을 가진 자와 만석 지기 부자 놈들의

厚薄家風均試嘗          후덕하고 야박한 집안 풍속 골고루 맛보았다네.

身窮每遇俗眼白          신세 궁핍하니 매번 속세의 흰 눈동자를 만나고

歲去偏傷鬢髮蒼          세월이 감에 귀밑머리와 머리는 늙어 근심에 치우치고

歸兮亦難佇亦難          돌아가기도 또한 어렵지만 기다리는 일 더 어려우니

幾日彷徨中路傍          며칠 동안 길 가에서 이리 저리 헤매는구나.

 

 

難避花                  피하기 어려운 꽃

 

靑春抱妓千金開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白日當樽萬事空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蝶過靑山難避花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年年年去無窮去

 

年年年去無窮去          이 해 저 해 해가 가고 끝없이 가고

日日日來不盡來          이 날 저 날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年去日來來又去          해가 가고 날이 와서 왔다가는 또 가니

天時人時此中催          천시와 인시가 이 가운데 이루어지네.

 

 

老牛                    늙은 소

 

瘦骨稜稜滿禿毛          야윈 뼈는 모지고 서슬 진데다 털마저 빠져 번민하고

傍隨老馬兩分槽          늙은 말곁을 따라 구유통을 나누어 쓰네.

役車荒野前功遠          거친 들에서 수레를 끌던 이전의 보람은 아득하니

牧竪靑山舊夢高          더벅머리 목동따라 청산에서 큰 꿈꾸던 옛날이여.

 

健耦常疎閑臥圃          힘차게 밭 갈고 늘 막힌 것을 트다가 마구간에 누운 농사꾼

苦鞭長閱倦登皐          괴로운 채찍 받아들여 고달프게 높이 올라 왔다네.

可憐明月深深夜          가련하이 밝은 달이 깊어만 가는 밤에

回憶平生謾積勞          한 평생 되돌아 생각하니 쌓은 공로가 거짓이었구나.

 

 

老吟                    늙은이의 노래

 

五福誰云一曰壽          누가 5복중에 오래 삶을 제일이라 말하는고.

堯言多辱知如神          요 임금의 후한 욕설 알고 보니 귀신같구나.

舊交皆是歸山客          옛 친구들 모두 산 손님되어 돌아가고

新少無端隔世人          젊은 애들과는 까닭 없이 세인과 멀어지네.

 

筋力衰耗聲似痛          근력은 쇠하여 앓는 소리뿐이요

胃腸虛乏味思珍          위장은 굶주려 기운 없어 맛 좋은 음식만 생각하는 구려

內情不識看兒苦          애를 돌보는 고통  속사정 알지 못하고

謂我浪遊抱送頻          내가 그냥 논다고 자주 보내 안기니 이를 어찌 할꼬?

 

 

老人自嘲

 

八十年加又四年          여든 살에 네 살을 더했으니

非人非鬼亦非仙          사람도 아니오 귀신도 아니오 또한 신선도 아닐세

脚無筋力行常蹶          다리에 힘이 없어 걷다가 넘어지고

眼乏精神坐輒眠          눈에는 정신이 없어 앉으면 문득 잠이 드네.

 

思慮語言皆妄靈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 망령인데

猶將一縷氣之線          그래도 한 가닥 가냘픈 기운으로 이어가네.

悲哀歡樂總茫然          희로애락 모든 것이 생각 없이 멍한데

時閱黃庭內景篇          시간 내어 황제내경을 열람하네.

 

黃庭經 - 도가의 경문, 위부인이 전한 "황제내경(진 한대의 오래된 의서)" 왕희지가 베껴서 거위와 바꾸었다는 '황제외경', '황정둔갑연신경', '황정옥축경'의 네 가지.

 

 

論鄭嘉山 忠節死 嘆金益淳 罪通于天

 

曰爾世臣金益淳          말하노니, 너 세록지신 김익순(金益淳)이여!

鄭公不過卿大夫          정공은 경대부에 불과했다네.

將軍桃李隴西落          농서의 장군 이능이 흉노에 항복하진 않았으니

烈士功名圖末高          충신열사들 가운데 공과 이름이 서열 중에 으뜸이로다.

詩人到此亦慷慨          시인도 이에 이르러 비분강개하나니  

撫劍悲歌秋水溪          칼을 어루만지며 이 가을 날 강가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네.

宣川自古大將邑          선천은 예로부터 대장이 지키던 고을이라

比諸嘉山先守義          가산 고을에 비하면 먼저 충의로써 지켰어야 할 땅이네. 

淸朝共作一王臣          모두 청명(淸明)한 조정(朝廷)에  한 임금의 신하로서

死地寧爲二心子          죽을 지경에 이르러 어찌 두 마음을 품을 수 있단 말이냐.

升平日月歲辛未          태평세월이던 신미년에

風雨西關何變有          관서 지방에 비바람 몰아치니 이 무슨 변고인가.

尊齊孰非魯仲連          제나라를 받드는 데 노중련과 같은 충신만 못하였겠으며

輔漢人多諸葛亮          한(漢)나라를 보좌하는 데는 제갈량 같은 자 많았노라.

同朝舊臣鄭忠臣          우리 조정에도 옛 신하 정충신(鄭忠臣)이 있어서

抵掌風塵立節死          맨손으로 병란 막아 절개 지키고 죽었도다.

嘉陵老吏揭名旌          늙은 관리로서 구국의 기치를 든 가산 군수의 명성은

生色秋天白日下          맑은 가을 하늘에 빛나는 태양 같았노라.

魂歸南畝伴岳飛          혼은 남쪽 밭이랑으로 돌아가 악비와 벗하고 

骨埋西山傍伯夷          뼈는 서산에 묻혔어도 백이의 곁이라.

西來消息慨然多          서쪽에선 매우 슬픈 소식이 들려오니,

問是誰家食錄臣          묻노니 너는 누구의 녹을 먹는 신하이더냐?

家聲壯洞甲族金          가문은 으뜸가는 장동 김씨요,

名字長安行列淳          이름은 장안에서도 떨치는 순(淳)자 항렬이구나.

家門如許聖恩重          너의 가문이 이처럼 성은을 두터이 입었으니

百萬兵前義不下          백만 대군 앞이라도 의를 저버려선 안되리라.

淸川江水洗兵波          청천강 맑은 물에 병마를 씻기니 물결이 일고

鐵甕山樹掛弓枝          철옹산엔 나뭇가지마다 강궁이 걸렸거늘.

吾王庭下進退膝          우리 임금 어전에 드나들 때 꿇던 무릎을

背向西城凶賊脆          서쪽의 흉악한 도적에게 무릎 꿇었구나.

魂飛莫向九泉去          너의 넋은 죽어서 구천(저승)길로 향하지 말지니

地下猶存先大王          지하에도 선왕들께서 계시기 때문이라.

忘君是日又忘親          이제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고 육친을 버렸으니

一死猶輕萬死宜          한 번 죽음은 오히려 가볍고 만 번 죽어 마땅하리.

春秋筆法爾知否          춘추필법을 너는 아느냐?

此事流傳東國史          너의 일은 역사에 기록하여 천추만대에 전하리라. 

 

鄭嘉山 - 가산군수(嘉山郡守) 정시(鄭蓍)

世臣 -  世祿之臣, 대대로 녹을 받은 신하.

농서(隴西)의 한(漢)나라 장군 이능(李陵) : 흉노에게 항복하지 않았음.

 

 

弄詩

 

六月炎天鳥坐睡          유월 몹시 더운 날씨에 새는 앉아서 졸고

九月凉風蠅盡死          구월의 싸늘한 바람에 파리가 모두 죽는구나.

月出東嶺蚊簷至          동쪽 고개에 달 오르니 모기는 처마에 이르고

日落西山烏向巢          서산에 해 떨어지니 까마귀 집으로 향하네.

 

鳥坐睡 - 坐首(향소(鄕所)의 우두머리), 조좌수(趙坐首)

蠅盡死 - 進士(소과 초시에 합격한 사람), 승진사(承進士)

蚊簷至 - 僉知(나이 많은 사람을 낮추어 일컫는 말), 문첨지(文僉知)

烏向巢 - 鄕首(마을의 나이 많은 노인), 오향수(吳鄕首)

 

 

溺江                    뇨강

 

賴渠深夜不煩扉          깊은 밤 저놈 도움에 문짝이 번거롭지 않네

令作團隣臥處圍          이놈을 잠자리 주변 가까이 두고

醉客持來端跪膝          취객은 당겨 단정히 무릎 꿇고

態娥挾坐惜收衣          맵시 있게 색시도 끼고 앉아 살며시 치마를 걷네.

 

堅剛做體銅山局          견고하고 강한 몸은 청동산이라

灑落傳聲練瀑飛          흩어져 떨어지며 전하는 폭포수 소리

最是功多風雨曉          그 공이 많고 제일은 비바람 부는 새벽이니

偸閒養性使人肥          남모르게 슬며시 천성을 맡기니 사람이 느긋하게 만족하는구려.

 

 

뉜가를 辱하는 破字詩

 

天脫冠而得一點          하늘이 갓을 벗고 점 하나를 얻으니

乃失杖而橫一帶          이내 지팡이를 잃고 가로 일을 띠었구나.

 

 

多睡婦 

 

西隣愚婦睡方濃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不識蠶工況也農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機閑尺布三朝織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杵倦升粮半日春          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弟衣秋盡獨稱搗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姑襪冬過每語縫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蓬髮垢面形如鬼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 같아

偕老家中却恨逢          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答僧金剛山詩

 

僧                      스님이 청하길

百尺丹岩桂樹下          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에

柴門久不向人開          사립문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네.

今朝忽遇詩仙過          오늘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가시니

喚鶴看庵乞句來          학을 불러 암자를 보이고 글귀를 청합니다.

 

김삿갓                

矗矗尖尖怪怪奇          곧고 길게 뾰족한 산봉우리 괴상하고 기이하니

人仙神佛共堪凝          사람과 신선, 신과 부처 모두 하늘과 함께 모였구려.

平生詩爲金剛惜          평생 금강산을 위해 시를 아껴왔는데

詩到金剛不敢詩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 없구려.

 

 

唐宋八大家詩 

 

李謫仙翁胃己霜          이적선옹의 마음과 몸은 서리가 됐고 

柳宗元足但垂芳          류종원도 다만 이름이 아름다움으로 족하네.

黃山谷裡花千片          황산곡 속에는 꽃들이 천만조각이오

白樂天邊雁數行          백락천 가에는 기러기 떼 지어 날아가네.

 

杜子美人今寂莫          두자의 미인도 지금은 적막하고

陶淵明月久荒凉          도연의 명월도 황량한지 오래되었네.

可憐韓退之何處          가련할사 한은 물러가서 어느 곳에 있는가

唯有孟東野草長          오직 맹동의 들엔 풀만 자라고 있구려.

 

李謫仙 - 당, 李太白, 본명 李白

柳宗元 - 당, 柳河東, 자 子厚, 柳柳州로 불림

黃山谷 - 북송, 黃庭堅, 호 山谷

白樂天 - 당, 白居易, 호 樂天

杜子美 - 당, 杜甫, 자 子美

陶淵明 - 송, 陶潛, 자 淵明 호 五柳先生

韓退之 - 당, 韓愈, 자 退之 호 昌黎

孟東野 - 당, 孟郊, 자 東野 

 

 

大同江上

 

大同江上仙舟泛          대동강물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놀잇배들

吹笛歌聲泳遠風          피리 소리 노랫소리 먼 바람결에 들려 오네.

客子停驂聞不樂          강가에 말 멈추고 듣는 나그네 마음 서러운데

蒼梧山色暮雲中          창오산 푸른 빛이 구름 속에 저물어 가는구나.

 

 

大同江 練光亭

 

截然乎屹立高門          확실하게 우뚝 솟아 높은 문 서있고          

萬頃蒼波直碧翻          만경창파에 푸른빛 곧게 나부끼네.               

一斗酒三春過客          한 말 술 거듭하며 봄 나그네 돌아보니                  

千絲柳十里江村          천만사 실버들에 십리에 강 마을.                   

 

孤舟鷺帶來霞色          외로운 배 백로를 띠고 노을빛에 돌아오고      

雙白鷗飛去雪痕          한 쌍의 흰 갈매기 날아서 흰 자취를 없애네.             

波上之亭亭上我          정자는 물결 위에 나는 정자 위에     

坐初更夜月黃昏          앉자마자 밤이 되니 달뜨는 황혼이라.

 

 

犢價訴題                송아지 값 소장 제목

 

四兩七錢之犢            4냥 일곱 전짜리 송아지를

放於靑山綠水            푸른 산 맑은 물에 방목을 하여

養於靑山綠水            푸른산 맑은 물로 길러왔는데 

隣價飽太之牛            콩으로 배를 불린 이웃집 소가

用其角於此犢            그 뿔로 이 송아지를 받았으니

如之何卽可乎            이와 같으니 어찌해야 할까요.

 

 

 

用似焚香慾返魂          흰 향을 피우는 것은 혼을 부르고자 함이요

方生方死隔晨昏          등잔불 혼도 새벽에 죽었다가 저녁에 되살아나

虞陶聖德從今覺          등잔 속에 요순의 성덕을 지금도 밝혀 볼 수 있고

燧鑽神功自古存          수인씨의 공덕을 옛날부터 잊지 않고 있도다.

滿腹出灰留客恨          뱃속 가득한 그을음을 토해서 나그네 가슴에 한을 남기고

終身呑炭報誰寃          종신토록 숯을 삼킴은 뉘라서 원통함을 갚으려는 것인가

靑樓煮酒會何日          청루에서 술을 데워 마시던 날이 언제이던가

天下英雄蛙可言          천하의 영웅들 등불과 벗하여 웃으며 온 밤을 지세네.

 

 

登文星岩

 

削立岩千疊              바위는 깎아지른 듯 천 겹이나 싸였는데

平鋪海一杯              평평한 바다는 한 잔 술처럼 작게 보이네.

林深鳥語閙              숲이 울창하니 새 소리 시끄럽고

日暮棹歌回              날 저무니 돌아오는 어부의 노랫소리 들려온다.

欲覓任公釣              임공이 낚시질하던 곳 어디쯤인가

留看學士臺              학사대에 올라가서 찾아보았네.

酷憐山水樂              지극히 산수를 즐겨하던 그의 마음 생각나

待月久徘徊              달이 뜨기 기다리며 서성이누나.

 

 

登咸興九天閣

 

人等樓閣臨九天          사람이 누각에 오르니 구천이 바로 여길런가

馬渡長橋踏萬歲          말을 타고 긴 다리를 건너니 만세교를 밟았도다.

山疑野狹遠遠立          산은 들이 좁을까 염려해서 멀리멀리 서 있고

水畏舟行淺淺流          물은 배 다니는 것이 두려워서 얕게 얕게 흐르네.

山勢龍盤虎踞形          산세는 용이 서리고 범이 웅크린 형상이며

樓閣鸞飛鳳翼勢          누각은 난새가 날고 봉이 날개를 편 형상이로다.

 

 

燈火

 

檠長八尺掛層軒          팔 척이나 되는 높은 처마에 걸린 등불이여

其上玉盃磨出崑          그 속에 옥배는 곤륜산에서 캐온 옥이고

未望月何圓夜夜          보름달도 아닌데 어디서 밤마다 둥글고

非春花亦吐村村          봄도 아닌데 마을 마다 웬 꽃들이 피었는가.

對筵還勝看白日          자리 깔고 앉았으면 백일을 보는 것보다 좋고

挑處能爲逐黃昏          심지를 돋울라 치면 능히 황혼을 쫓아버리네.

雖謂紅燈光若是          그러나 홍등가의 빛이 이같이 밝다고 하니

時時寧照覆傾盆          때때로 그러한 등잔불 못 비치게 꺼 버릴 것을.

 

 

 

最宜城市十街樓          발은 번잡한 시가지 십자로 누각에 가장 잘 어울리고

遮却繁華取閬幽          번잡한 것을 가리고 그윽한 것을 살리기 때문이로다.

三更皓月玲瓏照          삼경에는 밝은 달을 영롱하게도 비추고

一陣紅埃隱映浮          한바탕 붉은 먼지는 은영중에 막아 주도다.

漏出琴聲風乍動          바람이 잠깐 움직일 때 거문고 소리 새어 나오고

覘看算影霧初收          산 그림자를 엿보니 안개도 그쳤더라.

林蔥萬類眞顔色          숲 속에서 만류가 바삐 자라남이 진면목인데

盡人窓櫳半掛釣          몽땅 창가로 끌려와서 이렇게 매달렸구나.

 

 

馬島 

 

故人吟望雪連天          고인을 읊고 바라매 눈은 하늘에 이어지고

別後梅花叉一年          이별 후에 매화만이 또 한해가 되었도다.

快士暫遊仍出塞          쾌사가 잠깐 놀다 변방으로 나가고

冷官多曠不求田          냉관이 많이 비니 밭을 구하지 않더라.

山川重閱龍灣路          산천을 거듭 지나니 용솟음치는 물굽이요

畵盡縡歸馬島船          서화로 겨우 돌아오니 마도선이로다.

城外未將壺酒餞          성외에 병술를 가지고 전송치 못하였으니

此詩難寫意茫然          이 시를 쓰기 어려우매 뜻이 망연하도다.

 

 

磨石                    맷돌

 

誰能山骨作圓圓          누가 능히 산의 바위로 둥글게 둥글게 만들었는지

天以順還地自安          하늘은 순리로 돌고 땅은 스스로 즐기네.

隱隱雷聲隨手去          은은한 우레 소리 손 가는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          사방으로 눈 날리듯 잔잔히 떨어지네.

 

 

輓詞

 

歸何處 歸何處           어디로 갔소 어디로 갔소

三生瑟 五采衣           삼생(三生)의 술과 오채(五采)의 옷을

都棄了 歸何處           다 버리고 어디로 갔소.

有誰知 有誰知           누가 알리오 누가 알리오

黑漆漆 長夜中           옻칠 같이 캄캄한 긴 밤중에

獨嗽嗽 有誰知           내 홀로 우는 것을 누가 알리오.

何時來 何時來           언제 오려나 언제 오려나

千疊山 万重水           첩첩 산길 만 리 물길에

此一去 何時來           이번 한 번 가면 언제 오려나.

 

 

網巾

 

網學蜘蛛織學蛩          그물을 뜨는 법은 거미와 여치에게 배웠구나

小如針孔大如銎          작은 것은 바늘구멍 큰 것은 침구멍 촘촘하기도 하지.

須臾捲盡千莖髮          잠깐 동안에 천 개의 터럭을 다 짜고 나서

鳥帽接罹摠附庸          새 깃털과 아교풀 모두 부속품으로 쓰는구나.

 

 

覓詩

 

許多韻字何呼覓          허다한 운자 중에 어찌 '멱'자를 부르나

彼覓有難況此覓          저 '멱'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또 '멱'자라네.

一夜宿寢懸於覓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있는데

山村訓長但知覓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는가 보오.

 

 

명당 묏자리에 앞에다 묘를 쓴 사람과 시비붙은 여인의 소장을 써주는데

 

掘去掘去彼隻之恒言      파간다 파간다 하는 것은 저쪽이 늘 하는 말이고

捉來捉來本守之倒題      잡아온다 잡아온다 하는 것은 군수가 늘 하는 말일세.

今日明日乾坤不老月長在  오늘 내일하는 동안 天地야 그대로지만 세월은 자꾸 가고

此也彼也寂寞江山今百年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사이 적막 강산만 백 년을 가리로다.

 

 

木枕

 

撑來偏去伴燈斜          목침을 끌어당겨 등잔 옆에 비스듬히 베고 누우니

做得黃梁向粟誇          세상사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도다.

爲體方圓經匠巧          생김새는 목수의 솜씨로 모나고 둥글지만

隨心轉側作朋嘉          마음대로 골라서 벨 수 있으니 늘 좋은 친구지.

五更冷夢同流水          새벽녘에 꾼 매정한 꿈은 물같이 흘려보냈고

一劫前生謝落華          오랜 전생의 일들은 지는 꽃처럼 아름답더라.

兩兩鴛鴦雙畵得          한 쌍의 원앙새 그림을 그려 놓았으니

平生合我一鰥家          평생에 나같이 외로운 홀아비 집에 합당하도다.

 

 

猫 

 

1

三百郡中秀爾才          온갖 짐승들 중에 네 재주가 으뜸이라

乍來乍去不飛埃          오고 감에 먼지 하나 날리지를 않도다.

行時見虎暫藏跡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잠시 자취 감추고

走處逢狵每打腮          뛰다가 개를 보면 마냥 뺨을 치며 놀리네.

獵鼠主家雖得譽          주인 집의 쥐를 잡아서 칭찬을 들었으나

捉鷄隣里豈無猜          이웃집 닭을 잡으니 어찌 미움 사지 않으리.

南街北巷啼歸路          남쪽 북쪽 온 동네를 울며 돌아다니면서

能怯千村夜哭孩          밤에 우는 아이들 겁먹고 그치게 하도다.

 

乘夜橫行路北南          밤에는 남북 길을 제멋대로 다니며

中於狐狸傑爲三          여우와 삵괭이 사이에 끼어 三傑이 되었네.

毛分黑白渾成繡          털은 흑백이 뒤섞여 수를 놓고

目狹靑黃半染藍          눈은 청황색에다 남색까지 물들었네.

目狹靑黃半染藍          귀한 손님 밥상에선 맛있는 음식을 훔쳐 먹고

老人懷裡傍溫衫          늙은이 품속에서 따뜻한 옷에 덮여 자니

那邊雀鼠能驕慢          쥐가 어디에 있나 찾아 나설 땐 교만 떨다가

出獵雄聲若大膽          야옹소리 크게 지를 땐 간담이 크기도 해라.

 

3

世稱虎儀色何玄          세상에서 고양이를 범에 비기는데 빛이 왜 검을까

射彩金精視必園          달의 정기로 쏘아대는 시선은 반드시 뜰을 노리고

逈察兩端趨縮地          이곳저곳 살핀 뒤에 축지법을 하듯이 세차게 달려가

高聽亂齧勢騰天          갉아댐을 높이 듣고 하늘을 오를 듯한다

吃威能使安藩內          고양이 으르렁거리는 위엄이 집안을 편안케 하고

俘馘堪觀弄囷前          잡은 쥐를 놀릴 때에는 갇힌 자를 다루듯 참 볼만하네.

田舍秋登應無害          농가에 추수 때가 다가와도 전혀 쥐 피해가 없어

曾蒙禮典歲三千          일찍이 그 공덕 예전에 올라 이름이 삼천 세까지 전한다네.

 

 

妙香山詩

 

平生所欲者何求          평생 하고자 할 바 무엇을 찾고자 했던고?

每擬妙香山一遊          매번 헤아려 묘향산을 유람하는 것이리라.

山疊疊千峰萬仞          산은 첩첩이요 천개의 봉우리는 만 길이나 되고

路層層十步九休          길은 층층으로 열 걸음에 아홉 번을 쉬어야 하는구나.

 

 

博                      장기

 

酒老詩豪意氣同          술과 시를 좋아하는 노인들이 뜻이 맞으면

戰場方設一堂中          마루에 마주 앉아 한바탕 싸움판이 벌이네.

飛包越處軍威壯          '포'가 날아 오면 군의 위세가 장성해지고

猛象蹲前陣勢雄          사나운 '상'이 웅크리고 앉으면 진세가 굳어지네.

直走輕車先犯卒          치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치자

橫行駿馬每窺宮          옆으로 달리는 날쌘  '마'가 궁을 엿보네.

殘兵散盡連呼將          남은 '병'졸 다 없어지고 연달아 장군을 부르니

二士難存一局空          '사' 둘로는 어려운지라 장기판을 쓸어버리네.

 

 

白鷗

 

沙白鷗白兩白白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不辨白沙與白鷗          갈매기와 모래를 분별할 수 없구나.

漁歌一聲忽飛去          어부의 노랫소리 한마디에 홀연히 날아가니

然後沙沙復鷗鷗          그제서야 모래는 모래요 갈매기는 갈매기로 되돌아가는구나.

 

 

伐木

 

虎踞千年樹              호랑이가 꿇어앉은 천 년 묵은 고목이

龍顚一夕空              龍이 너머지 듯 하룻밤 사이에 없어졌네.

杜楠前後無              두보 정원에 녹나무는 한 그루 뿐인데

桓斧古今同              환퇴(송나라 사마경)가 쓰던 도끼는 옛날이나 다름없네.

影斷三更月              나무가 없어지니 삼경 달그림자도 없어지고

聲虛十里風              불어오는 십 리 바람에 나무 스치는 소리도 없네.

出門無所見              문을 나서도 보이는 것도 없어

搔首望蒼穹              머리를 긁적이며 빈 하늘만 바라본다.

 

 

泛舟醉吟                배를 띄우고 술에 취해 노래함.

 

江非赤壁泛舟客          강은 적벽 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운 나그네

地近新豊沽酒人          땅은 신풍이 가까워 술파는 사람이 있구나.

今世英雄錢項羽          요즘 세상에 영웅은 돈이 바로 항우이고

當時辯士酒蘇秦          당당히 말 잘하는 선비라 술이 바로 소진이라네.

 

 

逢雨宿村家

 

曲木爲椽檐着地          휘어진 나무 서까래 처마는 땅에 닿을 듯

其間如斗僅容身          그 사이가 말박 만한데 간신히 몸을 눕히네.

平生不欲長腰屈          평생에 긴 허리 굽힐 생각 없었는데

此夜難謨一脚伸          이 밤엔 다리 하나 펴기도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         쥐구멍으로 연기 스며들어 옻칠 한듯 흐리고

篷窓茅隔亦無晨          띠로 만든 봉창 역시나 새벽을 알리지 않는구나.

雖然免得衣冠濕          그렇기는 하나 의관이 젖는 것은 면하였으니

臨別慇懃謝主人          떠날 땐 친절함과 고마움 주인께 감사드리리.

 

 

訃告狀

 

柳柳花花                버들버들 하다가 꼿꼿해 졌다.

 

- 어느 산중 글 모르는 農夫에 써준 부고

 

 

浮碧樓吟

 

三山半落靑天外          삼산(三山)은 아득히 높아 하늘 밖에 걸려 있고

二水中分自鷺洲          물은 둘로 갈라져 자로주(능라도)를 끼고 흐르네.

已矣謫仙先我得          이태백이 나보다 먼저 이런 절경을 모두 읊었으니

斜陽投筆下西樓          석양에 붓을 던지고 부벽루를 내려가노라.

 

 

浮石寺

 

平生未暇踏名區          평생 미답 명소를 짬 내어 찾아와

白首今登安養樓          백발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다.

江山似畵東南列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펼쳐있고

天地如萍日夜浮          하늘과 땅이 부평초 같아 밤낮으로 떠 있다.

風塵萬事忽忽馬          인생만사가 홀연히 말 타고 달려온 듯

宇宙一身泛泛鳧          우주 간에 홀로 둥둥 떠가는 오리 같구나.

百年幾得看勝景          한 평생에 몇 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거나

歲月無情老丈夫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었구나.

 

 

貧吟                    가난을 읊음

 

盤中無肉權歸菜          밥상에 고기가 없으니 채소가 판을 치고

廚中乏薪禍及籬          부엌엔 땔나무 모자라니 울타리가 화를 입네.

婦姑食時同器食          며느리와 시어머니 한 그릇에 밥을 먹고

出門父子易衣行          아비와 아들이 문을 나설 땐 옷을 바꾸어 입네.

 

 

사또가 어느 진사 집 잔치 초대받고 답장이 "來不往 來不往" 으로 써서 보내오자 좌중이 "온다냐 아니 온다냐"며 의중을 가늠 못함에 삿갓 왈, "來不 往, 來 不往" 이라고 고쳐주며 "오지마라고 해도 갈 터인데, 오라는데 왜 아니 가겠소" 라고

 

 

使臣

 

似君奇士自東來          그대 같은 재주꾼이 동으로부터 오니

華夏諸人何可輕          중국 사람인들 어찌 가히 가벼이 여기랴.

歌送希音空郢市          귀하고 아름다운 노래 부르니 영시(郢市)가 야단이고

劍謄雙寶震延平          두 자루 보검을 치켜드니 연평진이 진동하더라.

凄凉鶴柱誰仙塚          처량한 높은 기둥은 어느 분의 무덤인가

芬陽龍堆是帝城          넓고 넓은 사막 이것이 제성(帝城)이로다

遮莫上書登北闕          글을 올리고 북궐에 오르지 말라

卽今天子不求卿          지금 천자가 경을 반기지 않을 것이니.

 

 

思  鄕

 

1

西行已過十三州          서향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此地猶然惜去留          이곳에선 오히려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雨雪家鄕入五夜          눈 비오는 고향은 오경(새벽)에 들 텐데

山河逆旅世千秋          산천을 거스르는 나그네길 몇 해일 런지.

莫將悲慨談靑史          지나간 역사를 말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시게

須向英豪問白頭          당연히 영웅호걸에게 백발됨을 물으리라.

玉館孤燈應送歲          여관의 외로운 등불이 해를 보냄을 허락하노니

夢中能作故園遊          꿈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세.

 

2

皇州古路杳如天          오랫동안 소원하던 벼슬길 하늘 끝같이 아득하고

日下芳名動少年          오직 출세한 이름들이 소년을 감동케 하는데

未識今宵能憶我          오늘밤에 누가 있어 출세 못 한 나를 기억할 것인가

寒梅老屋坐簫然          찬 매화 낡은 집에 쓸쓸히 앉아 있네.

 

 

賞 景

 

一步二步三步立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 서고

山靑石白間間花          산은 푸르고 바윗돌 흰데 사이사이 꽃이 피었네.

若使畵工模此景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其於林下鳥聲何          그 숲속 아래 새소리는 어찌하려나.

 

 

喪配自輓                아내를 장사지내며 스스로 애도하는 시

 

遇何晩也別何催          만남은 어찌 그리 늦은데 이별은 왜 이리 빠른지

未卜其欣只卜哀          그 기쁨 맛보려 했으나 다만 슬픔만을 알게 되었구나.

祭酒惟餘醮日釀          제주(제사 술)는 초례 날에 빚은 게 아직도 남았고

襲衣仍用嫁時裁          수의 옷은 시집 올때 지은 옷 그대로 썼다네.

窓前舊種少桃發          창문 앞 오래된 작은 복숭아나무에 꽃이 피고

簾外新巢雙燕來          주렴 밖의 새로운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돌아왔다오.

賢否卽從妻母問          어진 덕행 아지 못해 곧장 장모님께 여쭤보니

其言吾女德兼才          그 말씀에 내 딸은 재와 덕을 겸하였다 하시네.

 

 

仙人畵像                신선의 얼굴

 

龍眠活手妙傳神          용면의 조각 솜씨로 신기한 모습 전해지니

玉斧銀刀別樣人          옥도끼로 쪼고 은칼로 깎아서 별천지 사람일세.

萬里浮雲長憩處          만 리 뜬구름 속은 이 신선이 오래 쉬는 곳이요

九天明月遠懷辰          구천의 밝은 달은 이 신선이 노는 곳이로다.

庶幾玄圃乘鸞跡          몇 번이나 현포에서 난새를 탔으며

太半靑城幻鶴身          얼마나 청성에서 학을 타고 갔던가.

我慾相隨延佇立          나도 그대 따르고자 기다리고 있으나

訝君巾履淡非眞          신발 끄는 소리 들릴 뿐 그대를 만날 수 없네.

 

 

 

1

白屑誰飾亂洒天          흰 가루를 누가 어지럽게 온 하늘에 뿌리는지

雙眸忽爽霽樓前          몰아치던 눈 개니 정자 앞이 홀연히 훤해 지네.

練舖萬壑光斜月          흰 비단 온 골짜기에 펼친 듯 달빛은 환하고

玉朔千峯影透烟          옥을 깎아 세운 듯 산봉우리엔 서기가 감도네.

訪隱人應隨剡掉          은사를 찾으려면 눈 속이라도 응당 섬도 땅으로 가야 하나

懷兄吾易坐講筵          못가는 근심 품고 자리에 앉아서 강론이나 해야겠네.

文章大手如逢此          만일 문장의 대가가 이런 설경 만난다면

興景高吟到百篇          흥에 겨워 소리 높여 읊은 시가 백 편은 되리라.

 

剡掉 - 은사들이 많다는 중국 회계현의 전설의 땅

 

2

蕭蕭密密又霏霏          쓸쓸히도 펄펄 휘날리며 쌓이는 함박눈이

故鄕斜風滿襲衣          얄궂은 바람에 날리어 옷 속까지 적시는구나.

潤邊獨鶴愁無語          물가에 외로운 학은 수심에 잠겨 말이 없고

木末寒鴉凍不飛          나무 끝에 까마귀는 몸이 얼어 날지를 못하네.

從見江山颺白影          사람마다 강산에 날리는 흰 눈을 보련마는

誰知天地弄玄機          그 누가 천지의 깊은 조화와 이치를 알리오.

江近店婆因向酒          내 굳이 술집의 노파에게 술을 청하여서

緬然醉臥却忘愁          흠뻑 취해 누우니 돌아갈 생각조차 잊었노라.

 

3

天皇崩乎人皇崩          천지인 3황씨가 모두 돌아가셨나?

萬樹靑山皆被服          온갖 나무와 푸른 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구나.

明日若使陽來弔          내일 만약 태양의 사신이 조문을 오면

家家簷前淚滴滴          집집마다 처마아래 방울방울 눈물 흘리리라.

 

 

雪景

 

送月開簾小碧峰          지는 달을 보려고 발을 걷으니 앞 산의 적은 봉우리 보이고

滿庭疑是玉人逢          뜰에 흰 눈이 가득차서 옥인이 온 줄로만 알았도다.

冥魂灑入孤江釣          나그네 어두운 마음 안고 푸른 강물에 낚시 드리우자

冷意添牽暮寺鍾          쓸쓸한 생각 더해 주는 절간의 저녁 종소리.

却訪梅花淸我興          매화꽃 찾아가 바라보니 내 흥취가 살아나고

能令蓓屋素其封          눈 덮인 마을 집엔 부자와 빈자가 차별 없구나.

個邊頗有精神竹          매화꽃 옆에 절개가 높은 대나무가 솟아 있어서

助合詩膓動活龍          내 시흥 돋우어서 활룡되게해 주네.

 

 

雪日

 

雪日常多晴日或          눈 오는 날 늘상이더니 어쩌다 하루 맑으니

前山旣白後山亦          앞산이 이미 희어지니 뒷산 한가지라.

推窓四面琉璃壁          사면의 창문을 밀치니 유리벽이니

分咐寺童故掃莫          절의 동자승에게 쓸지 말길 당부하네.

 

 

雪蝶蛙

 

飛來片片三春蝶          날아오는 조각조각 춘 삼월 나비요

踏去聲聲六月蛙          밟고 가는 소리소리 유월의 개구리라.

寒將不去多言雪          장차 추워 못 간다 눈이 많다 말하고

醉或以留更進盃          혹 취해 머무를까 술잔 다시 더하네.

 

양반들이 김삿갓의 행색을 보고 골탕을 먹이려고 눈 雪을 주제로 나비 蝶과 개구리 蛙를 운으로 넣어 시를 지으라는 것에 답한 문장

 

 

雪中寒梅

 

雪中寒梅酒傷妓          눈 속의 찬 매화는 술에 상한 기생 같고

風前稿柳誦經僧          바람 앞의 마른 버들가지는 경을 외는 스님 같네

栗花落花尨尾短          찢어진 꽃잎이 떨어지니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柳花初生鼠耳凸          갓 피어나는 꽃 몽우리는 쥐의 귀처럼 볼록하구나.

 

 

松餠                    송편

 

手裏廻廻成鳥卵          손 안에서 돌리고 돌리니 새알이 만들어지고

指頭個個合蚌脣          손가락 끝이 낱낱이 조개 같은 입술을 합치네.

金盤削立峰千疊          금 쟁반에 헤아려 세우니 천 봉우리 겹쳐지고

玉箸懸燈月半輪          등불 달아매고 옥 젓가락으로 집으니 바퀴 반 같은 달이로구나.

 

 

宿農家

 

終日緣溪不見人          골짜기를 따라 종일가도 사람구경 못하다가

幸尋斗屋半江濱          다행히 오두막을 강가에서 찾았다오.

門塗女媧元年紙          여와(복희씨)시절 종이로 문을 바르고

房掃天皇甲子塵          방을 쓸어내니 천황씨 갑자년 먼지로구나.

 

光黑器皿虞陶出          검은 빛 그릇은 순임금의 질그릇에서 나온 듯

色紅麥飯漢倉陳          색이 붉은 보리밥은 한[漢]나라 창고에서 묵은 것일세.

平明謝主登前途          날이 밝아 주인께 인사하고 길을 나섰으나

若思經宵口味辛          혹 지난밤을 생각하니 입맛이 씁쓸하구나.

 

 

虱                      이                  

 

飢而吮血飽而擠          굶주리면 피를 빨고 배부르면 밀어 제치니

三百昆蟲最下才          삼백여 곤충 중에 가장 낮은 놈이구나.

遠客懷中愁午日          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품속에서 한 낮에는 근심하고

窮人腹上聽晨雷          곤궁한자의 배위에선 새벽의 우레 소리 듣는구나.

 

形雖似麥難爲麴          모양새는 보리 같으나 누룩 되기 어렵고

字不成風未落梅          글자로는 바람풍자 못되니 매화꽃을 못 떨어뜨리네.

問爾能侵仙骨否          너에게 묻노니 혹 신선의 몸도 범하지 않았는지

麻姑搔首坐天台          마고할멈 머리 긁으며 천태산에 앉아 있구나.

 

 

是是非非詩

 

是是非非非是是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함이 꼭 옳지 않고

是非非是非非是          그른 것 옳다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是非非是是非非          그른 것 옳다하고 옳은 것 그르다함이 이것이 그른 것이 아니고

是是非非是是非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함 이것이 시비일세.

 

 

新溪吟

 

一任東風鷰子斜          불어오는 봄바람 따라 제비가 날아와서

棠梨樹下訪君家          팥배나무 밑 그대 집을 다시 찾아왔도다.

君家春盡飛將去          봄이 가면 그대 또 집을 떠나 멀리 날아가면

留待棠梨後歲花          팥배나무 꽃피는 내년 봄을 기다리리라.

 

 

眼鏡

 

江湖白首老如鷗          강호에 머리는 희어져 늙은 (갈매기) 같은데

鶴膝烏精價易牛          검은 알에 안경다리는(소) 한 마리 값이라네.

環若張飛蹲蜀虎          고리눈은 '장비'와 같아 '촉'의 (범)이 웅크린듯

瞳成項羽沐荊猴          눈동자는 '항우'같아 목욕한 '초'나라 (원숭이)구나.

 

睒疑濯濯穿籬鹿          언뜻 보면 번쩍이는 것이 울타리를 뚫고나온 (사슴)같고

快讀關關在渚鳩          '구륵구륵' 신나게 읽으니 물가의 (비둘기) 같다네.

少年多事懸風眼          어린 것들이 멋으로 (눈)에 걸치는 일이 많으니

春陌堂堂倒姿騮          봄 언덕위로 당당히 (당나귀) 거꾸로 타는 격이라네.

 

- 각 행의 끝자들이 모두 動物 이름. 鷗, 牛, 虎, 猴, 鹿, 鳩

 

 

安邊老姑峯過次吟

 

葉落瘦容雪滿頭          온 산이 낙엽 져 앙상한데 흰 눈마저 산 머리를 덮었고

勢如天撑屹然浮          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높이 솟았구나.

餘峰羅立兒孩似          다른 봉우리들은 노고봉에 비해 아이들 같은데

或子中間仙鶴遊          그 가운데 어느 봉에는 신선과 학이 살고 있다네.

 

 

安邊飄然亭

 

1

飄然亭子出長堤          기나 긴 방죽 끝에 표연정

鶴去樓空鳥獨啼          선학은 가버리고 텅 빈 누각에 잡새들만 우지지네.

十里煙霞橋上下          십 리나 뻗은 안개는 다리 위 아래로 자욱하고

一天風月水東西          하늘 아래의 풍경은 강물 따라 동서로 흐르네.

神仙踪跡雲過杳          신선이 가신 종적은 구름에 가려서 묘연하니

遠客襟懷歲暮幽          멀리서 온 나그네의 회포 해 저무니 더욱 애달프다.

羽化門前無問處          신선이 떠난 문 앞에서 물어 볼 곳이 없으니

蓬萊消息夢中迷          봉래산의 그 소식이 꿈에선들 어이 알리오.

 

2

一城踏罷有高樓          성을 한 바퀴 돌아보니 높은 누각이 있고

覓酒題詩問幾流          술을 찾고 시를 쓰는 나그네는 묻노니 강줄기가 몇인고?

古木多情黃鳥至          고목나무는 다정하여 꾀꼬리가 찾아 들고

大江無恙白鷗飛          강물은 무심히도 흘러가니 백구도 날아가네.

英雄過去風煙盡          영웅이 지나가니 온 천지가 조용하고

客子登臨歲月悠          나그네가 누각에 오르니 세월이 아득하네.

宿債關東猶未了          아직도 관동지방의 구경을 못 다 했으니

慾隨征雁下長洲          기러기 가는 곳 따라 장주 땅으로 가리라.

 

3

林亭秋已晩              숲 속 정자에 이제 가을이 깊었으니

騷客意無窮              시인의 감흥이 무궁해 한이 없도다.

遠水連天碧              물은 흘러 하늘과 닿아서 푸르고

霜楓向日紅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을 향해 붉게 타도다.

山吐孤輪月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江含萬里風              강은 만 리나 불어 가는 바람 머금었도다.

塞鴻何處去              하늘가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나

聲斷暮雲中              구슬픈 울음소리 저녁노을 속에 멀어져 가네.

 

 

暗夜訪紅蓮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探香狂蝶半夜行          향기를 찾는 미친 나비가 한 밤에 나섰지만

百花深處摠無情          온갖 꽃들은 깊이 머물러 쉬니 모두 무정하구나.

欲採紅蓮南浦去          홍련을 택할 욕심에 남쪽 포구로 내려가는데

洞庭秋波小舟驚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兩班

 

彼兩班此兩班            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니

班不知班何班            양반이 양반을 알지 못하니 어찌 양반인가?

朝鮮三姓其中班          조선에 세 성씨만 그 중에 양반이니

駕洛一邦在上班          가락이(김해 김) 한 나라에서도 위에 있는 양반이라.

來千里此月客班          이에 천리를 왔으니 달밤의 손이 양반이오

好八字今時富班          요즘은 팔자가 좋아 부자 되면 양반이라 하는구나.

觀其爾班厭眞班          네 지위를 살펴보니 본질이 양반을 싫어하는지라

客班可知主人班          손님 양반이 주인양반을 가히 알겠구나.

 

 

 

遊泳得觀底好時          연못 속에서 뛰노는 물고기가 환히 보이고

錦潭斜日綠楊垂          해 저무는 맑은 연못가 수양버들 치렁치렁하네.

銀飜如舞鸚相和          은빛 비늘 춤추듯이 반짝이면 꾀꼬리 화답하고

玉躍旋潛鷺獨知          옥같이 뛰었다가 물속으로 잠기면 백로만 간 곳 아네.

影醮橫雲嫌罟陷          구름 그림자 물 위에 어리면 그물인양 겁을 내고

光沈初月似釣疑          초승달 물속에 잠기면 낚시인줄 의심하도다.

歸來森列變眸下          돌아와서 두 눈을 감아도 고기 모습이 아련해서

畵出心頭一幅奇          마음속에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 떠오른다.

 

 

諺文風月

 

1

靑松듬성담성立          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서있고

人間여기저기有          인간들은 여기저기 있구나.

所謂엇뚝삣뚝客          이른바 엇뚝삣뚝한 나그네가

平生쓰나다나酒          평생 쓰나다나 술만 마시네.

 

2

放糞南山第一聲          남산에서 똥을 누는 첫방귀 소리에

香震長安億萬家          좋은 향기가 장안의 모든 집에 진동하여라

 

절에 도착하여 하룻밤 묵기를 청하는 김삿갓에게 중들이 언문으로 '타'자 운을 연속으로 부르니 즉시 읊은 시

 

사면기둥 붉게타

석양행객 시장타

네절인심 고약타

지옥가기 꼭좋타

 

그러면서 한자로 시를 읊으라는 요청에

 

僧首圓圓汗馬閬          중들 머리는 둥글둥글하니 땀난 말 불알이요

儒頭尖尖坐狗腎          선비의 뾰족뾰족한 머리는 앉은 개 좆이로다

 

 

與趙雲卿上樓            조운경과 함께 누각에서

 

也知窮達不相謀          궁한 나와 영달한 조공(趙公)은 어울릴 수 없는 사이

思樂橋邊幾歲周          사락교 주변에서 몇 해를 두루 함께 놀았던가.

漢北文章今太守          한북에서도 문장가로 이름나고 이제 태수가 되니

湖西物望舊荊州          호서지방에서도 높은 물망 옛날 형주 목사 같도다.

酒誡狂藥常爲病          술은 날 미치게 하는 약이라고 항상 일깨워 주고

詩亦風流可與酬          시는 역시 풍류라 즐겨서 함께 주고받았도다.

夜笠殆嫌登政閣          나는 삿갓을 쓴 야인이라 정각에는 오르기 싫으니

抱琴獨倚海山秋          거문고를 안고서 홀로 가을의 산과 바다를 벗 삼으리.

 

 

力拔山

 

어느 서당에 들렀더니 훈장이 ‘力拔山’이라는 제목으로 학동들에게 시를 지으라고 하는데

 

(甲童) 

南山北山神靈曰          남산 북산의 산신령들이 말하기를

項羽當年難爲山          항우가 있을 때는 산 노릇하기도 어려웠더라네.

 

(乙童)

右拔左拔投空中          좌우의 산을 뽑아 공중으로 마구 던지니

平地往往多新山          평지에는 새로운 산이 마냥 생겨났다네.

 

(金笠)

項羽死後無將士          항우가 죽은 뒤에 장사가 없으니

誰將拔山投空中          누가 감히 산을 뽑아 공중으로 던질까.

 

 

硯 

腹坦受磨額凹池          배는 평평하여 벼루는 갈리어 이마는 오목한 못이 되고

拔乎凡品不璘奇          평범한 물품에서 골라진 것이요 기이한 빛은 아니도다.

濃硏每値工精日          진하게 갈매 늘 공정(工精)하는 보람이 있고

寵任常從興逸時          총애하여 맡기매 항상 흥일 때를 따르더라.

楮老敷容知漸變          종이를 펴 놓으면 그 얼굴이 점점 변함을 알겠고

毛公尖舌見頻滋          모공의 뾰족한 혓바닥은 자주 적심을 보겠더라.

元來四友相須力          원래 지필묵연의 사우가 서로 의지하고

圓會文房似影隨          회합에 이 문방이 그림자 따르듯 하도다.

 

 

嚥乳 三章               젖을 빠는 시 3  

 

父嚥其上 婦嚥其下       사내는 위를 빨고 계집은 아래를 삼키니(父 : 남자 보, 婦: 계집 부)

上下不同 其味則同       위와 아래 같지 않지만, 그 느끼는 맛은 똑 같구려.

 

父嚥其二 婦嚥其一       사내는 그 두개를 빨고, 계집은 그 하나만 삼키니

一二不同 其味則同       하나와 두개는 서로 다르지만, 그 맛은 한 가지라네.

 

父嚥其甘 婦嚥其酸       남자는 단 맛을 삼키고, 여자는 그 신 맛을 삼키니.

甘酸不同 其味則同       달고 신 것이 다르지만, 그 짜릿한 맛은 똑 같으리라.

 

 

嶺南述懷                영남에서의 감회

 

超超獨倚望鄕臺          아득히 높은 망향대에 홀로 기대어

强壓羈愁快眼開          나그네 시름 억누르고 빠르게 둘러보네.

與月經營觀海去          달과 더불어 오고 가며 물러가는 바다를 보고

乘花消息入山來          꽃 소식 알고 싶어 산속으로 들어왔소.

長遊宇宙餘雙屐          온 세상 오랜 여행으로 남은 것은 나막신 한 짝뿐

盡數英雄又一杯          영웅들 헤아리며 또 한잔 들어보네.

南國風光非我土          남녘의 아름다운 경치도 내 고향이 아니니

不如歸對漢濱梅          돌아가 한강 물가의 매화를 보는 것이 낳으리라.

 

 

詠笠                    삿갓을 노래 함

 

浮浮我笠等虛舟          덧없이 떠도는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으니

一着平生四十秋          한 번 써 본 것이 어느덧 사십 평생이로다.

牧竪輕裝隨野犢          더벅머리 목동은 홀가분한 차림으로 들녘의 송아지를 따르고

漁翁本色伴沙鷗          늙은 어부 본 뜬 모습이 모래톱의 갈매기와 짝이 되었소.

 

醉來脫掛看花樹          취하면 벗어 나무에 걸고 꽃구경하고

興到携登翫月樓          흥겨우면 손에 들고서 누각에 올라 달구경을 한다오.

俗子衣冠皆外飾          세상 사람들 의관이 모두 겉치장뿐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하늘에 비바람 가득해도 나 홀로 근심 없다네.

 

 

詠影

 

進退隨儂莫汝恭          날고 들 때마다 나를 따르나 넌 삼가함이 없고

汝儂酷似實非儂          넌 나와 같으나 참 나는 아닐세.

月斜岸面篤魁狀          달빛 언덕에선 검정 도깨비 모습이 되고

日午庭中笑矮容          밝은 대낮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 같아 우습다.

枕上若尋無覓得          베개머리에서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燈前回顧忽相逢          등불 앞에서는 갑자기 마주치네.

心雖可愛終無信          마음은 비록 사랑으로 다가가나 끝내 믿지 못하고

不映光明去絶踪          빛이 비치지 않으면 자취마저 감춰버리는 구나.

 

 

五更登樓

 

九萬長天擧頭難          구만리 장천 높아도 머리 들기 힘들고

三千地闊未足宣          삼천리 땅이 넓다 한들 발 뻗기 어렵구나.

五更登樓非翫月          새벽에 누대에 오름은 달구경이 아니고

三朝辟穀不求仙          사흘 굶은 것도 신선되려 함이 아닐세.

天高萬里不擧頭          하늘은 만 리 높아도 머리 들지 못하고

地闊千里不宣足          땅이 천리 넓은들 다리를 펴지 못하네

五更登樓非翫月          한 밤에 누각에 오름은 달 놀이가 아니오

三朝辟穀不求仙          삼일 아침 곡기를 피함도 신선되려 함이 아니라네.

 

 

沃溝金進士

 

沃溝金進士              옥구에 사는 김진사께서

與我二分錢              나에게 엽전 두 냥을 나누어 주네.

一死都無事              한 번 죽으면 이런 일 모두 다 없으련만

平生恨有身              평안히 살아있는 몸이 있으니 한스럽구나.

 

 

屋之                    지붕에 올라

 

屋之上之登之            지붕 위에 올라가서

鳥之雛之執之            새의 새끼 잡으려 하다가

瓦之落之破之            기와가 떨어져 깨지니

師之怒之撻之            스승님 노하셔 종아리 치시네.

 

 

蛙                      개구리

 

草裡逢蛇恨不飛          풀숲 속에서 뱀을 만나면 날지 못함을 한탄하고

澤中冒雨怨無蓑          못 가운데서 비를 이기려니 도롱이 없음을 원망하네.

若使世人敎箝口          만약에 세인들이  입에 재갈물리길 본받았다면

夷齊不食首陽薇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 고사리를 먹지 않았으리라.

 

- 늘 불평불만에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것을 가리키며, 우로 가라면 좌로 가는 청개구처럼 불평불만에 가득 찬 행동에 일침을 주는 교훈

 

 

辱孔氏家

 

臨門老尨吠孔孔          대문에 다다르니 늙은 삽살개 콩콩 짖고

知是主人姓曰孔          바로 살펴보니 주인 성이 공씨인 줄 알겠네.

黃昏逐客緣何事          해질녘 나그네 쫓는 건 무슨 연유인가?

恐失夫人脚下孔          아마 부인 아랫구멍 잃을까 겁나나 보다

 

 

辱說某書堂

엄동에 시골 서당에 찾아가 1박을 청하자 훈장은 광견 취급을 하며 내쫓자 화가 치밀어 더러운 욕설시를 한 수 써 붙이고 나왔다

 

書堂來早知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왔는데((서당은 내 좆이요)

房中皆尊物              방안엔 모두 높은 분들 뿐인지고.(방중은 개 좆 물이라)

生徒諸未十              학생은 모두 열 명도 안 되는데(생도는 제미십이고)

先生來不謁              선생은 찾아와 보지도 않네.(선생은 내 불알이다)

 

 

辱尹哥村

 

東林山下春草綠          동림산 아래에 봄풀은 푸른데

大丑小丑揮長尾          큰 소 작은 소가 긴 꼬리 흔드네.

五月端陽愁裡過          오월 단오에는 근심 속에 지냈는데

八月秋夕亦可畏          팔월 추석을 어찌 넘길지 두렵도다.

 

牧牛山下春草綠          목우산 아래 봄 풀은 푸르고

大丑小丑揮長尾          큰 소 작은 소 긴 꼬리 휘두르네.

五月端午愁裏過          오월 단오엔 근심 속에 지내고

八月秋夕變可畏          팔월 추석 두려움으로 변하네.

 

大丑小丑揮長尾 - ‘큰 소 작은 소가 긴 꼬리를 흔드네’에서 소 '丑'자에 꼬리(尾)를 붙이면 '尹' 자가 되니 어른 '尹'씨나 어린'尹'씨를 싸잡아 파자(破字)로 욕을 하는 것.

 

 

辱祭家

 

年年臘月十五夜          해마다 섣달 보름날 밤에

君家祭祀乃自知          그대의 집에 제사 있음을 이미 아노니,

祭尊等物用刀疾          제상에 오른 것은 칼질 잘한 음식

獻官執事皆告謁          헌관이나 집사가 모두 아뢰어 뵙네.

 

 

雨中尋書堂 皆見犬이라 삿갓이 '喜雨'란 시제 던지자 학동들 훈장만 쳐다보더라.

 

訓長曰,

今日雨來見 誰家者不喜   오늘 비가 오는 것을 보니 누군들 기뻐하지 않겠나.

 

삿갓 曰,

今日偶來見 誰家者不爲   오늘 우연히 와보니 뉘 집 놈인지 되먹지 않았더라.

 

 

雲岩禪師 偈頌           운암선사의 게송

 

溪聲自是長廣舌          시냇물소리, 이것이 바로 설법이라네.

八萬眞經俱漏洩          팔만대장경을 모두 흘려버렸네

可笑西天老釋迦          우습다 서역하는 나이 드신 부처님

徒勞四十九年設          사십구 년 동안 헛 지랄했구려.

 

 

雲雨之樂 

 

爲爲不厭更爲爲          하고 또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게 되고

不爲不爲更爲爲          안 한다 안 한다면서 하고 또 하는 구나.

 

 

元堂里 

 

晋州元堂里              진주 원당리에서

過客夕飯乞              과객이 저녁밥을 구걸하는데

奴出無人云              하인이 나와 주인 없다고 핑계하고

兒來有故曰              아이는 유고라고 말하네.

朝鮮國中初              이 나라 걸식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요

慶尙道內一              경상도 안에서도 제일 나쁜 인심이네.

禮儀我東方              우리 예의동방지국에서

世上人心不              세상 인심이 아니로다.

 

 

元生員

 

日出猿生原              해가 뜨니 원숭이가 언덕에서 나오고

猫過鼠盡死              고양이가 지나가니 쥐들이 다 없어졌네.

黃昏蚊檐至              황혼녘엔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夜出蚤席射              밤이 되니 벼룩이 나와 자리에서 쏘아대네.

 

 

隱士

 

超然遯世彼山坡          모든 것을 떨치고 저 산 언덕에 초연히 사니

隱映茅盧繞碧蘿          조그마한 움막집을 담장의 풀이 덮어 주도다.

鶴舞琴前閑自足          거문고 타는 앞에 학이 춤을 추니 한가함이 족하고

鶯歌簷上興偏多          꾀꼬리는 처마 위에서 노래 부르니 흥이 넘쳐난다.

雲遊庵釋評詩到          구름에 쌓인 암자의 중은 시를 평하러 오고

電邁隣家採藥過          번개같이 지나가는 자는 약초 캐러 가는 이웃일세.

任我偃臥聯永夏          되는대로 나를 맡겨 긴 여름을 보내고

臨風遙和紫芝歌          바람에 실어 멀리 자지가(紫芝歌)로 화답하도다.

 

 

吟空家

 

甚寒漢高祖              한고조가 매우 추우니

不來陶淵明              도연명이 오지 않는다.

欲擊始皇子              진시황의 아들을 치고자 하는데

豈無楚覇王              어찌 초패왕이 없느냐.

甚漢邦                  몹시 추운 방에

不來潛                  잠이 오지 않아

欲擊扶蘇                부시를 치려는데(불을 피우고 싶은데)

豈無羽                  또 왜 깃(부싯깃)마저 없느뇨.

 

 

 

萬里天如咫尺間          아득한 만 리 하늘을 지척인 양 날아와서

俄從某岫又玆山          저 산에서 번쩍 하더니 이 산으로 돌아드네.

平林搏兎何雄壯          우거진 숲속에서 토끼를 잡으니 어찌 장하지 않을까

也似關公出五關          마치 관우가 오관에서 나오는 듯 당당하도다.

 

 

離別

 

燕趙非歌士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지사와

相逢矗石樓              촉석루에서 서로 만났네.

寒烟凝短堞              차가운 연기는 담 옆에 엉기고

落葉下長洲              낙엽은 긴 모래 벌에 떨어지누나.

素志違其卷              우리들 본래의 뜻은 서로 달라도

同心已白頭              마음은 하나건만 이미 백발이 되었네.

明朝南海去              그대 내일 아침에 남해로 떠나가면

江月五更秋              강산에는 어느덧 가을이 깊어 오리라.

 

 

二十樹下

 

二十樹下三十客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가

四十家下五十食          망할 놈의 집에서는 쉰밥을 주는구나.

人間豈有七十事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는가

不如歸家三十食          차라리 귀가해 선밥 먹느니 만도 못하구나.

 

 

溺江 

 

賴渠深夜不煩扉          깊은 밤 저놈 도움에 문짝이 번거롭지 않네

令作團隣臥處圍          이놈을 잠자리 주변 가까이 두고

醉客持來端跪膝          취객은 당겨 단정히 무릎 꿇고

態娥挾坐惜收衣          맵시 있게 색시도 끼고 앉아 살며시 치마를 걷네.

堅剛做體銅山局          견고하고 강한 몸은 청동산이라

灑落傳聲練瀑飛          흩어져 떨어지며 전하는 폭포수 소리.

最是功多風雨曉          그 공이 많고 제일은 비바람 부는 새벽이니

偸閒養性使人肥          남모르게 슬며시 천성을 맡기니 사람이 느긋하게 만족하는구려.

 

 

人到人家不待人

 

人到人家不待人          사람이 사람 사는 집을 찾아와도 사람대접을 아니 하고  

主人人事難爲人          주인장 인사가 사람 됨됨이가 아니올세.

設宴逐客非人事          잔치를 베풀고 손님을 쫓아냄은 사람의 행실이 아니거늘

主人人事難爲人          주인의 인사가 사람답지 못한 때문이리라.

 

 

入金剛

 

1

緣靑碧路入雲中          푸른 길을 고요히 따라 구름 속에 드니

樓使能詩客住筇          누각을 좇아 시를 짓고 나그네 지팡이를 머물게 하네.

龍造化含飛雪瀑          용의 조화를 머금어 폭포수는 눈을 날리는 듯

劒精神削揷天峰          칼로 멋지게 신이 깍은 봉우리 하늘을 찌르는구려.

仙禽白幾千年鶴          흰 학은 조용히 천년을 지낸 학이요

澗樹靑三百丈松          산골 물가 거듭 푸른 나무는 백장이 넘는 소나무라.

僧不知吾春睡腦          스님은 내가 봄잠을 즐기는 것 모르는지

忽無心打日邊鐘          홀연히 마음에 없이 한 낯에 종을 치는구나.

 

2

爲書白髮劍斜陽          글 읽다 백발 되고 잡으려다 쇠퇴하여지니

天地無窮一恨長          천지는 다함이 없고 오로지 후회만이 길구나.

痛飮長安紅十斗          장안의 붉은 소주 열 말을 흠뻑 마시고

秋風簑笠入金剛          가을 바람부니 도롱이에 삿갓 쓰고 금강산에 들어가오.

 

 

自顧偶吟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읊다.

 

笑仰蒼穹坐可超          푸른 하늘 우러러 웃음 지으며 앉아서 근심하노니 

回思世路更焦憔          세상 길 돌이켜 생각하니 다시 또 아득하구나.

居貧每受家人謫          가난하게 사느라 매양 식구들 핀잔을 받고

亂飮多逢市女嘲          자주 만나 어지러이 마시니 거리의 여인들이 놀리는구려.

 

萬事付看花散日          모든 일을 햇살에 흩어지는 꽃이라 여기고

一生占得月明宵          일생을 밝은 달 밤 같이 살려 했다네.

也應身業斯而己          응당 내게 주어진 업이 이것뿐이니

漸覺靑雲分外遙          청운이  분수 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는 구려.

 

 

自詠                    스스로 읊음

 

寒松孤店裏              잠잠한 소나무 외로운 주막 속에

高臥別區人              은거하여 한가로이 숨어 사는 사람.

近峽雲同樂              산골짜기 가까우니 구름과 함께 노닐고

臨溪鳥與隣              개울을 내려다보며 새와 더불어 이웃하오.....

 

錙銖寧荒志              아주 적고 작은 것으로 본심을 손상하랴

詩酒自娛身              시와 술로써 스스로 즐기는 몸일세.

得月卽帶憶              달을 맞이하여 추억을 머금고

悠悠甘夢頻              여유 있고 태연하니 달콤한 꿈 자주 꾸네.

 

 

自傷                    스스로 맘 상하여

 

哭子靑山又葬妻          청산에 아들 묻고 아내 또한 장사지내니

風酸日薄轉凄凄          바람은 스산하고 날 저물어 더욱 처량하구나.

忽然歸家如僧舍          홀연히 돌아온 집 고요한 절간 같아서

獨擁寒衾坐達鷄          홀로 차가운 이불 껴안고 새벽닭 울도록 앉았구나.

 

 

自嘆

 

1

九萬長天擧頭難          구만 리 장천 높다 해도 머리 들기 힘들고

三千地闊未足宣          삼천 리 땅 넓다 해도 발 뻗기 힘들구나.

五更登樓非翫月          새벽에 누각에 오른 것이 달구경 아니고

三朝辟穀不求仙          삼일을 굶은 것도 신선되려 함 아닐세.

 

2

嗟乎天地間男兒          슬프다, 천지간 남아들이여.

知我平生者有誰          내 평생을 알아줄 이 누가 있으랴.

萍水三千里浪跡          물위의 부평초마냥 삼천리를 흐르나니

琴書四十年虛詞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40년이 헛일이구나.

靑雲難力致非願          관리되기는 힘이 없어 바라지 아니하고

白髮惟公道不悲          백발도 오직 정한 이치니 슬퍼하지 않으리

驚罷還鄕夢起坐          고향 가는 꿈에 놀라 깨어 앉으니

三更越鳥聲南枝          한밤중 월조의 울음 남쪽 가지에서 들리네.

 

越鳥 - 남방새로 타향에 가도 고향 그려 나무에서도 남쪽 가지에만 앉는다 함

 

 

爭鷄巖

 

雙岩竝起疑紛爭          쌍으로 된 바위가 서로 다투듯이 서 있는데

一水中流解忿心          한 줄기 물이 가운데로 흘러 분한 마음 풀어 주네.

 

- 전남 강진군 군동면 보은사 부근에 있다

 

 

 

周遊天下皆歡迎          천하를 두루 돌며 모두 다 환영하니

興國興家勢不輕          나라와 가정을 일으키는 권세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간 다시 가니

生能死捨死能生          능히 살리고 죽게 버려두고 죽은 자를 살리기도 하는 구나.

 

 

顚南述懷 

 

超超獨倚望鄕台          초연히 홀로 망향대 위에 올라

强壓覇愁快眼開          나그네 근심을 억제하며 눈을 쾌히 뜬다.

與月經營觀海去          달이 차고 기우는 운행을 따라 바다도 보러 갔고

乘花消息入山來          꽃소식이 궁금해서 또다시 산중으로 돌아 왔네.

長遊宇宙餘雙履          오랜 세월 세상을 유람하였더니 남은 건 짚신 한 짝

盡數英雄叉一杯          무수한 영웅을 생각해 보고 또 술 한 잔을 마신다.

南國風光非我土          그러나 남방의 풍광은 낯선 타향이니

不如歸對漢濱梅          고향에 돌아가서 시냇가 매화를 대함만 같지 못하네.

 

 

蚤                      벼룩

 

貌似棗仁勇絶倫          대추 같은 모양에 어짐과 용기가 매우 뛰어나니

半蝨爲友蠦爲隣          반은 이와 벗하고 빈대와는 이웃하네.

朝從席隙藏身密          아침나절엔 자리 틈에 은밀히 몸을 숨겼다가

暮向衾中犯脚親          저녁이 되면 이불속에서 다리를 범하여 친해지네.

尖嘴嚼時心動索          뾰족한 부리로 깨물 때는 맘이 동하여 찾아보고

赤身躍處夢驚頻          빨간 몸 뛰는 곳에 단꿈에 놀라길 자주하네.

平明點檢肌膺上          날이 밝아 당한 살갖 위를 살펴보니

剩得桃花萬片春          복사꽃이 그 위에 핀 듯, 만 조각 봄꽃이구나.

 

 

嘲年長冠者              갓 쓴 어른을 놀리는 시

 

方冠長竹兩班兒          갓을 쓰고 긴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新買鄒書大讀之          새로 사온 맹자를 크게 읽는데

白晝㺅孫初出袋          대낮에 원숭이 손자가 막 자루에서 나온듯하고

黃昏蛙子亂鳴池          황혼녘에 개구리가 연못에서 어지럽게 우는듯하네.

 

鄒魯 - 맹자와 공자, 추는 맹자의 출생지

 

 

嘲山村學長              산골 훈장을 놀림

 

山村學長太多威          산골 훈장님이 너무 위엄이 많은지

高着塵冠揷唾排          묵은 갓 높이 쓰고 침을 꽂아 내뱉네.

大讀天皇高弟子          천황을 크게 읽는 놈이 높은 제자고

尊稱風憲好明儔          '풍헌'이라 존칭하는 숭상하는 무리를 좋아하네.

每逢兀字憑衰眼          무지한 글자 만나면 매번 눈이 쇠함을 핑계 대고

輒到巡杯籍白鬚          술잔 돌릴 땐 번번이 흰 수염을 빌미 삼네.

一飯黌堂生色語          밥 한 그릇에 글방에서 생색내며 하는 말이

今年過客盡楊州          올해는 과객이 모두다 의정부(양주) 사람이라 하네.

 

 

嘲幼冠者

 

畏鳶身勢隱冠蓋          솔개에 놀란 몸을 갓을 덮고 숨었으니

何人咳嗽吐棗仁          누군가 기침하다 뱉어 낸 대추씨로다.

若似每人皆如此          만약 모든 사람이 다 이와 같다면

一腹可生五六人          한 뱃속에서 오륙 명은 나올 수 있을 테지.

 

 

嘲地官                  지관 놈들을 경멸함

 

風水先生本是虛          풍수 보는 선생 놈들 본시 허풍이라

指南指北舌飜空          남쪽이니 북쪽을 가리켜 번번이 헛소리를 놀려대오.

靑山若有公侯地          청산에 만약 제후의 명당 있다면

何不當年葬爾翁          어찌 네가 늙어 장사치를 곳을 정하지 않는고?

 

 

嘲地師                  지관을 조롱하는 시

 

可笑龍山林處士          가소롭소, 용산의 임처사여

暮年何學李淳風          늙으막에 어찌 이순풍을 배웠는지?

雙眸能貫千峰脈          두 눈동자로 천봉우리 맥을 꿰뚫을 수 있다면서

兩足徒行萬壑空          양발로 다니기만 할 뿐 수많은 골짜기를 헤매는구나.

顯顯天文猶未達          분명히 드러난 천문도 오히려 통달하지 아니하고

漠漠地理豈能通          막막한 땅속 이치를 어찌 능히 꿰뚫었으랴 ?

不如歸飮重陽酒          차라리 돌아가 중양절 술이나 마시면서

醉抱瘦妻明月中          밝은 달빛 속에 취하여 야윈 아내나 안아주시게.

 

 

주인이 하인에 부재중이라 일러라 하자.

 

鳳飛靑山鳥隱林          청산에 봉이 날자 새들이 숲에 숨고

龍登碧海魚潛水          푸른 바다에 용이 오르니 고기들이 물속으로 숨는구나.

 

 

竹詩

 

此竹彼竹化去竹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대로

風吹之竹浪打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          기면 긴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생긴 이대로

是是非非付彼竹          밥이면 밥인대로 죽이면 죽인대로 주어진 저대로

賓客接待家勢竹          찾아온 손님 접대는 집안의 형편대로

市井賣買歲月竹          저잣거리 물건 값 흥정은 해달라는 대로

萬事不如吾心竹          세상만사 뜻대로 안 될 땐 내 마음대로

然然然世過然竹          그렇고 그런 세상 지나가는 그런대로

 

- 신라 부설거사의 시라고도 함

 

 

粥一器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          네 발 달린 소반의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          하늘의 구름 그림자 그 안에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          주인은 부끄러워 볼 낯 없다 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          물에 비친 청산이 나는 좋으니.

 

 

卽景                    경치를 바라보며

 

叶執猶煩帶一條          너무 무더워서 띠 한 가닥 걸치기도 번거로운데

淸風纔生復寥寥          시원한 바람 겨우 일었다가 다시 잠잠해지네.

綠憐焦葉凉如蘸          푸른 파초 잎은 물에 잠긴 듯 시원해 보이는데

紅悢榴花照欲燒          붉은 석류꽃은 불을 붙듯 화사하게 보인다.

微雷小雨相爭篩          마른번개와 가뭄이 서로 다투어 오락가락하고

老魃驕炎未格苗          늦더위 늦 가뭄의 불볕은 모종을 타게 하구나.

聞說江樓堪避飮          듣건대 강가 정자에는 더위 피해 술 마실 만하다하니

漁舟準備月明宵          달 밝은 밤 고기잡이배를 준비해야겠네 그려.

 

 

卽吟

 

坐似枯禪反愧髥          야윈 선승처럼 앉았으나 수염이 부끄러워

風流今夜不多兼          오늘 밤엔 운치 있는 일도 많지 않구려.

燈魂寂寞家千里          등불은 생각처럼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리 길인데

月事肅條客一檐          나그네 홀로 있는 처마엔 달빛만 쓸쓸하구나.

 

紙貴淸詩歸板紛          종이도 귀한지라 맑은 시를 분판위에 맡기고

肴貧濁酒用盤鹽          소반의 소금으로 겉절이를 만들어 막걸리를 마시네.

瓊琚亦是黃金販          옥과 패옥 또한 역시 황금을 팔아야 하니

莫作於陵意太廉          오릉 진중자의 청렴의 큰 뜻을 원망하지 말지어다.

 

 

贈妓                    기생에게 지어준 시 

 

却把難同調              잡으려하면 함께 어울리기 어렵더니

還爲一席親              이제는 하나로 믿고 의지하니 친하게 되었구나.

酒仙交市隱              주선(술의 신)께서는 시은과 사귀시는데

女俠是文人              호협한 여인은 바른 문장가로구나.

太半衿期合              거의 모든 옷깃을 매어 합하기로 정하여

成三意態新              셋(달그림자)의 뜻을 이루니 모양이 새롭구나.

相携東郭月              서로 손잡고 동쪽 성곽의 달을 보다가

醉倒落梅春              봄 매화꽃 떨어지듯 취하여 쓰러지네.

 

시를 써주고 떠나면서

 

花發多風雨              꽃이 피면 비바람이 많아지듯

人生足別離              인생 또한 이별이 많구나.

 

 

贈某女                  아모 여인을 맞이하여 

 

客枕蕭條夢不仁          나그네 잠자리 쓸쓸해 꿈속이 편하지를 못하니

滿天霜月照吾隣          하늘 가득 찬 달빛이 내 곁을 비추네

綠竹靑松千古節          푸른 대와 청솔은 천고의 절개라지만

紅桃白梨片時春          붉은 복사꽃 하이얀 배꽃같이 봄날은 짧다오

 

昭君玉骨胡地土          왕소군의 옥골도 흉노 땅에 묻히고

貴妃花容馬嵬塵          양귀비의 화용월태도 마외 땅 흙이 되었네

人性本非無情物          인간의 본성이 본시 무정한 것이 아니니

莫惜今宵解汝裙          오늘 밤에 너의 치마를 푼다고 애석해 하지 마오.

 

馬嵬坡 -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을 때 양귀비가 피란 갔다가 죽은 곳

 

 

贈還甲宴老人

 

可憐江浦望              아름다운 강가의 포구를 바라보니

明沙十里連              고운 모래 십리에 펼쳐져 있구나.

令人個個拾              그 수많은 모래알 하나하나 주워 모아

共數父母年              부모님의 나이에 함께 더해드렸으면.

 

 

紙 

 

闊面藤箋木質情          광면의 등으로 만든 종이의 본질은 목재이니

布來當硯點毫輕          펴놓고 붓을 당함에 가볍게 점획을 그려낸다.

耽看蒼錄千編積          창창이 쌓인 천 편의 서적을 탐독하였고

誕此靑天萬里橫          이것을 쭉 펴놓으면 청천 만 리에 펼쳐지리.

華觸僉名皆後進          귀중히 여기는 화촉도 모두 종이의 후진이요

文房列座獨先生          종이가 사우 문방구 중 으뜸이로다.

家家資爾蝴窓白          집집마다 종이를 창에 발라 환한 빛을 얻고

永使圖書照眼明          종이위에 쓴 도서를 읽어서 문명을 밝히나니.

 

 

織錦

 

煙梭出沒輕似鳧          북이 드나드는 모양은 물오리처럼 날렵하고

響入秦天野半烏          소리는 진나라 밤하늘에 우는 까마귀 소리 같도다.

聲催月戶鳴機蟀          달빛 비친 창 밖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 같기도 하고

巧學風簷繹絡蛛          베 짜는 재주는 처마 끝의 그물 짜는 거미와도 같구나.

但使織成紅錦貝          다만 이로써 홍금패를 짤 수 있다면

何須願得白裘狐          어찌 백구호 얻기를 원하리오.

曝晒於陽光鶴鶴          햇볕에 바래어 널면 학과 같이 희니

吳門誰識絹如駒          오나라를 지나던 안자도 흰 망아진 줄 속겠네.

 

 

盡日垂頭客              하루 종일 아첨하는 사람

 

唐鞋崇襪數斤綿          당나라 가죽신에다 버선엔 몇 근 솜을 채우고

踏盡淸霜赴暮煙          깨끗한 서리만 밟고 가서 저물녘 연기 낄 때에 들어가네.

淺綠周衣長曳地          엷은 초록색 두루마기 길어서 땅에 끌리고

眞紅唐扇半遮天          진홍색 당나라 부채로 하늘을 반쯤 가리는구나.

 

詩讀一卷能言律          한 권 시를 읽고 음률을 능히 말 할수 있고

材盡千金尙用錢          천금의 재화를 다 없애고도 아직도 돈을 쓰는구나.

周門盡日垂頭客          진종일 문 모퉁이서 고개를 푹 수그리던 사람이

若對鄕人意氣全          고향사람 만나면 완전히 득의양양 하는구나.

 

 

 

十字相連口字橫          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口자가 가로놓였는데

間間棧道峽如巴          사이사이 험난한 길은 파촉의 협곡 같구나.

隣翁順熟低首入          이웃집 노옹은 능숙하게 고개 숙여 들어오지만

稚子難開擧手爬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을 들고 기어가네.

 

 

聽曉鐘

 

霖雨長安時孟秋          장맛비 내리는 맹추(孟秋, 초가을, 음력 칠월)의 서울에

蟜南歸客獨登樓          교남(영남지방)에서 돌아온 나그네 홀로 누각에 올랐다.

吼來地上雷霆動          때마침 들려오는 지상을 뒤흔드는 우렁찬 종소리

擊送人間歲月流          인간만사 세월과 함께 흘러 보내듯 울려 퍼지네.

鳴吠俱淸千戶裡          집집마다 개소리 닭소리 맑게 들려오더니

乾坤忽肅九街頭          홀연히 온 천지와 모든 거리가 적막에 휩싸이네.

無窮四十年間事          한 많은 지나간 세월 사십 년 동안을

回首今宵又一悲          돌이켜서 생각하니 오늘 밤은 더욱 슬프구나.

 

 

秋美哀歌靜晨竝

 

秋美哀歌靜晨竝     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새벽에 고요히 아우르니(추미애가정신병)

雅霧來到迷親然     아름다운 안개 다가와 홀연히 가까이 드리우네.(아무래도미친연)

凱發小發皆雙然     기세가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 다 그러하니(개발소발개쌍연)

愛悲哀美竹一然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피리하나로 연하네.(애비애미죽일연)

 

 

秋吟 

 

村裡重陽不記名          촌에선 중양은 이름도 기록치 않더니

故人書到喜平生          고인의 글이 오매 평생에 기쁘도다.

登樓便有登山意          누대에 오르니 문득 山에 오른 뜻이 있고

送馬還勝送酒情          말을 보내니 도리어 술보낸 정보다 낫더라.

病起黃花今歲色          병들었다가 일어나니 황화(黃花)는 올해 빛이요

秋深落木異鄕聲          가을이 깊으매 낙목은 다른 시골 소리로다.

此來相見爲佳節          이번에 와서 서로 보는 것은 가절(佳節)을 위함이니

快賞前宵獨月明          전날 밤에 독월이 밝은 것을 快히 구경하도다.

 

 

親舊家에서

 

그 부인 파자(破字)로 남편에 "人良卜一"(食上 : 밥상을 차릴까요?) 하니

親舊 曰 "月月山山" (朋出 : 벗이 떠나거든)했다.

삿갓 曰 "丁口竹天" (可笑 : 가소로운 지고)하며 나서자

下人 曰 "亞心耂白" (惡者 : 나쁜 놈이지요?)라 한다.

 

 

惰婦

 

1

事積如山意自寬          할 일은 태산같이 쌓였는데도 마음은 바쁘지 않아

閨中日月過無關          집안에서 할일 없이 세월만을 보내는구나.

曉困常云冬夜短          새벽마다 일어나기 싫어서 겨울밤만 짧다는데

衣薄還道夏風寒          옷이 얇아서 여름 바람에도 춥다고 하는구나.

織將至暮難盈尺          베를 짜도 해가 저물도록 한 자도 못 짜고

食每過朝始洗盤          아침밥은 한나절이 되어야만 차리네.

時時逢被家君怒          때대로 남편의 꾸지람을 들을라치면

謾打啼兒語萬端          부질없이 아이만 때리면서 갖은 푸념을 다하네.

 

2

無病無憂洗浴稀          병 없고 근심도 없는데 몸은 씻을 줄 몰라

十年猶着嫁時衣          십 년 전에 시집올 때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乳連褓兒謀午睡          포대기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手拾裙蝨愛簷暉          이를 잡으러 치마를 걷어 올리고 처마에 나왔네.

動身便碎廚中器          부엌에서 움직였다 하면 그릇들 만 깨고.

搔首愁看壁上機          베틀만 바라보면 시름에 겨워 머리만 긁어댄다.

忽聞隣家神賽慰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홀린 듯이

柴門半掩走如飛          사립문을 반쯤 닫고 날아가듯 달려가네.

 

3

惰婦夜摘葉              게으른 여편네 밤에 나물 캐서

纔成粥一器              겨우 죽 한 그릇 만들었나니.

廚間暗食聲              부엌에 쪼그려 몰래 먹는 소리가

山鳥善形容              산새가 훌훌 나는 소리 같구나.

 

 

破格詩

 

天長去無執              하늘은 멀어가니 잡을 수 없고(천장에는 거미(무)집)

花老蝶不來              꽃은 시들어 나비는 오지 않네.(화로에는 겻(접)불내)

菊樹寒沙發              국화는 찬 모래 속에 피어나니(국수는 한 사발씩)

枝影半從池              나뭇가지 그림자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지령은 반 종지라)

江亭貧士過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 지나다가(강정 빈 사과와)

大醉伏松下              만취하여 소나무 아래 뻗었다우.(대추(취) 복숭아라)

月移山影改              달이 옮기니 산 그림자 바뀌고(워리 사냥개야)

通市求利來              시장을 통해 이득을 구하네.(통시 구린내로다)

 

지령 - '간장'의 방언(경기, 함경)

통시 - '뒷간'의 방언(강원, 경남)

 

 

破字詩

 

仙是山人佛不人          신선은 산 사람이나 부처는 사람이 아니오

鴻惟江鳥鷄奚鳥          기러기는 오직 강의 새이나 닭이 어찌 새이겠는가.

氷消一點還爲水          얼음에서 점하나 사라지면 다시 물이 되고

兩木相對便成林          두 나무가 서로 마주하니 곧 수풀이 되었구나.

 

신선 선(仙)은 사람 인(人) + 산 산(山)이니 산 사람이오, 부처 불(佛)은 사람 인(人) + 아닐 불(弗)이니 사람이 아니다.

큰기러기 홍(鴻)은 강 강(江) + 새 조(鳥)라서 강의 새가 맞고, 닭 계(鷄)는 어찌 해(奚) + 새 조(鳥)이니 어찌 새가 되겠는가 라는 뜻.

얼음 빙(氷)에서  점(點)이 사라지면 물 수(水)로 환원되고, 나무 목(木)이 두 그루 있으니 수풀 림(林)]이 된답니다.

 

 

漂浪一生嘆              방랑의 일생을 한탄함.

 

鳥巢獸穴皆有居          새는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지만

顧我平生我自傷          나는 평생을 혼자 슬프게도 살아왔구나

芒鞋竹杖路千里          짚신 신고 죽장 짚은 천리 길.

水性雲心家四方          물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었다.

尤人不可怨天難          남을 탓 할 수도,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고

歲暮悲懷餘寸腸          해마다 해가 저물면 서러운 마음에 슬퍼했다.

初年自謂得樂地          어려서는 이른바 넉넉한 집에 태어나

漢北知吾生長鄕          한강가 이름 있는 향리에서 자랐다.

簪纓先世富貴人          조상은 부귀영화를 누려 왔던 사람들

花柳長安名勝庄          서울 에서도 이름 높은 가문이었다.

隣人也賀弄璋慶          이웃 사람들은 득남했다 축하해 주며

早晩前期冠蓋場          언젠가는 출세하리라 기대했었다.

髮毛稍長命漸奇          자랄수록 운명이 자꾸만 기구하여

灰劫殘門飜海桑          오래잖아 상전이 벽해처럼 변했다.

依無親戚世情薄          의지할 친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哭盡爺孃家事荒          부모마저 돌아가셔 집안이 황폐화했도다.

 

終南曉鍾一納履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風土東邦心細量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心猶異域首丘狐          마음은 늘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우같고

勢亦窮途觸藩羊          신세는 궁지에 몰린 울에 걸린 양이었다.

南州從古過客多          남쪽 지방은 자고로 과객이 많은 곳

轉蓬浮萍經幾霜          부평초처럼 떠돌아 다님이 그 몇 해던가.

搖頭行勢豈本習          머리 굽실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

糊口圖生惟所長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光陰漸向此中失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할수록 아득하네.

江山乞號慣千門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風月行裝空一囊          풍월을 읊는 사랑방은 언제나 비었도다.

千金之子萬石君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厚薄家風均試嘗          후하고 박한 가풍 모조리 맛보았노라.

身窮每遇俗眼白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歲去偏傷鬢髮蒼          흐르는 세월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歸兮亦難佇亦難          돌아가기도 어렵고 머무르기 또한 어려워라

幾日彷徨中路傍          노상에서 방황한 날이 그 얼마였던가.

 

- 일생의 마지막 作品으로 알려진 시

 

 

平壤

 

千里平壤十里於          천 리 길을 찾아 온 평양이 십 리나 늘어섰고

大蛇當道人皆也          큰 뱀이 길에 나타남에 사람들 모두 놀란다.

落日鍊光亭下水          해 저무니 연광정 아래 흐르는 물에

白鷗無恙去來乎          백구가 무심히도 오고 가고 하는구나.

 

 

風俗薄                  야박한 풍속

 

斜陽鼓立兩柴扉          석양에 사립문짝을 두드리니

三彼主人手却揮          주인장 세 번이나 손을 내저어 거절하오.

杜宇亦知風俗薄          두견이 또한 야박한 인심을 아는지

隔林啼送不如歸          숲속에서 불여귀라 노래하며 배웅하네.

 

 

 

四友相須獨號君          문방사우가 서로 의지하고 있는데 오직 너만 군왕이라 함은

中書總記古今文          그대 붓은 고금의 천 권 만 권의 글을 썼기 때문이리라.

銳精隨世昇沈別          너의 재주에 따라 출세함과 낙오함이 따라오고

炎舌由人巧拙分          너의 뜨거운 혀끝의 기교로서 인품도 분별이 되도다.

畵出蟾烏照日月          두꺼비와 까마귀를 日月 아래 선명히 그려내고

模成龍虎動風雲          용호를 그리면 마치 산 놈처럼 풍운이 일어나도다.

管城歸臥雖衰禿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몽당 붓이 되었건만

寵擢當時最有動          지난날의 그 공로가 가장 크다고 하도다.

 

文房四友 - 종이(紙). 벼루(硯). 먹(墨). 붓(筆)

 

 

寒食日登北樓吟          한식일에 북쪽 누각에 올라 읊다

 

十里平沙岸上莎          십여 리 모래밭 언덕 곁에 사초(莎草)를 하고

素衣靑女哭如歌          흰 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슬피 우네.

可憐今日墳前酒          가련하이 오늘 무덤 앞에 부은 술은

釀得阿郞手種禾          남편이 손수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텐데.

 

 

咸關嶺

四月咸關嶺          四月 咸關嶺엔

北靑郡守寒          北靑 郡守가 추위 떨고 있네.

杜鵑今始發          진달래는 이제 피기 始作하니

春亦上山難          봄도 亦是 山이 높아 오르기 어려웠나 보구나.

 

 

鄕愁

 

對酒慾歌無故人          술을 마시며 노래하고 싶어도 친구가 없고

一聲黃鳥獨傷神          꾀꼬리 울음소리만이 울적한 마음을 괴롭히네.

過江柳絮晴獨電          강 건너 버들가지는 마냥 싱그럽기만 한데

人峽梅花香如春          산골짜기에 들어가니 매화향기가 봄 같구나.

地接關河來往路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이라

日添車馬迎送塵          날마다 우마차 수레에 티끌이 이는 구나.

臨津關外萋萋草          임진나루 강북에는 잡초만이 무성한데

管得羈愁百種新          나그네는 다시금 근심에 잠긴다.

 

 

虛言詩 

 

靑山影裡鹿抱卵          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白雲江邊蟹打尾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夕陽歸僧계三尺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樓上織女閬一斗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湖南詩

 

天以高山作長城          하늘은 고산으로 장성을 만들고

一國咸平通全州          온 나라의 함평은 전주로 통한다.

靈巖形勢鎭海南          영암의 형세는 해남을 아우르고

寶城奇麗重金溝          보성의 화려함은 금구에 겹쳐 있네.

臨陂連海幾井邑          임피는 바다로 이어지니 정읍은 어디며

古阜新阡萬頃波          고부의 새 언덕은 만경의 물결이구나.

君臣同福太平世          군신이 동복하니 태평세상이요

國勢扶安千萬秋          국세가 부안하길 천만 년이로다.

雲峯揷天益山高          운봉이 하늘에 꽂혀 있어 익산이 높이 솟고

沃溝連江長水流          옥구가 강으로 이어지니 장수가 흘러간다.

民心咸悅鎭安居          민심이 함열하니 진안에 살고 싶고

王業長興順天休          왕업이 장흥하니 순천이 아름답도다.

扶桑紅日遍光州          동녘에 뜨는 붉은 해는 광주에 둘러있고

仙李枝頭玉果留          오얏나무 가지 위에는 옥과가 맺혀있네.

君能務安求禮勤          임금이 기꺼이 무안과 구례에 힘쓰고

國亦昌平興德修          나라가 또한 창평하여 흥덕을 닦는다.

綾州錦山繡錦錯          능주와 금산은 비단으로 짜여있고

珍島金堤財寶優          진도와 김제는 재물 보화가 넉넉하다.

南原芳草茂長春          남원의 꽃다운 풀은 무장의 봄이요

瑞日光陽高敞樓          상서로운 태양은 광양 고창루에 비춘다.

淳昌氓俗樂安久          순창의 민속은 낙안이 오래되고

泰仁人心和順調          태인의 인심은 화순의 조화로다.

禎祥聖世茂州草          상서로운 태평성세는 무주의 풀빛이요

貨寶天地靈光浮          보배로운 세상에 영광이 떠 있다.

龍潭波瀾龍安宅          용담은 물결이 넘실대어 용안의 집이고

白日潭陽雷雨收          밝은 대낮의 담양에는 뇌우가 거두어지네.

興陽春日萬和暢          흥양의 봄날은 만물이 화창하고

谷城花間山牒幽          곡성의 꽃 사이에는 산채가 그윽하다.

珍山一島走貨肆          진산의 섬으로 물품을 실어 나르고

泛彼康津商客舟          강진에 두둥실 장사배가 떠있구나.

羅州列郡幾牧使          나주에 벌인 고을들은 목민관이 몇이나 되며

任實織兒曾識否          임실의 길쌈하는 아이들은 알고나 있는 것인지.

男兒磨劒礪山石          사나이가 여산석에 칼을 가는 것은

島夷南平將械頭          섬 오랑캐를 남평하여 괴수의 목을 베고자함이라.

湖南濟州海不揚          호남의 제주에는 바다가 잔잔하고

旌意大諍淳溟州          마음에 새긴 큰 뜻은 온 세상에 이른다.

 

 

胡地花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지만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겠나.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胡地無花草              어찌 땅에는 화초가 없으랴.

 

 

火爐

 

頭似虎豹口似鯨          머리는 호랑이 같고 입은 고래 같으나

詳看非虎亦非鯨          자세히 보면 범도 아니고 고래도 아니로다.

若使雇人能盛火          만약 머슴 놈이 불만 잘 피워 놓았으면

可煮虎頭可煮鯨          호랑이도 고래도 구워 먹을 수는 있도다.

 

 

還甲宴                  두들겨 팰 듯 내쫓기자

 

彼坐老人不似人          저기 앉아 있는 노인은 사람 같지 않으니

疑是天上降眞仙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온 참 신선이구나.

其中七子皆爲盜          이중에 일곱 자식들은 모두 도둑놈인 듯

偸得碧桃獻壽筵          푸른 복숭아를 훔쳐다 환갑잔치에 바쳤구나.

 

碧桃 - 碧桃紫梨, 푸른 복숭아와 자줏빛 배, 노자와 서왕모가 함께 먹었다 함.

仙桃, 蟠桃 - 선계(仙界)에 있으며 3천년에 한번 열린다 함.

 

 

黃眞伊 무덤을 찾았으나 찾지못하고

 

1.

對酒欲歌無故人          술잔 들고 노래하고 싶어도 옛 사람은 없고

日聲黃鳥獨傷神          꾀꼬리 울음소리만 마음을 괴롭히네.

過江柳絮晴獨雷          강 건너 버들가지는 마냥 싱그러운데

入峽梅花香如春          산골짜기 들어서니 매화 향기 가득한 봄이로구나.

 

2.

地接關河來往路          이곳은 관하여서 오고 가는 길목이라

日添車馬迎送塵          날마다 말 수레의 티끌에 부대끼네.

臨津關外萋萋草          임진나루 북쪽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管得覇愁百種新          나그네의 시름이 갖가지로 새롭구나.

 

 

淮陽過次                회양(금강산 주변)을 지나는 길에

 

産中處子大如孃          산속 처자 마치 다 큰 계집인 양

緩著粉紅短布裳          짧은 분홍치마 느슨하게 드러내오.

赤脚踉蹌羞過客          지나가는 나그네가 부끄러워 종종 걸음으로 허둥지둥 뛰어가서는.

松籬深院弄花香          솔 숲 울타리  깊숙한 정원에서 꽃향기를 희롱하네.

 

 

訓戒訓長               

 

化外頑氓怪習餘          가르침 밖의 무딘 백성이 괴이한 버릇이 남아

文章大塊不平噓          문장대가에게 불평을 탄식하네.

蠡盃測海難爲水          표주박 잔으로 바다를 재니 물이라 하기 어렵고

牛耳誦經豈悟書          소귀에 경을 읊으니 어찌 글을 깨우치랴.

含黍山間奸鼠爾          너는 산속에서 기장[좁쌀]을 머금는 간사한 쥐지만

凌雲筆下躍龍余          나는 붓 아래 구름을 능가하는 빠른 용이니라.

罪當笞死姑舍已          너는 마땅히 맞아 죽을 죄인이지만 잠시 용서하니

敢向尊前語詰詎          감히 어른 앞에서 말장난을 어찌 하려느뇨?

 

강원도 시골 서당훈장이 학동들에게 고대문장을 강의하며 함부로 천시하고, 또 김 삿갓을 멸시하자

 

 

訓長

 

世上誰云訓長好          세상에 누가 선생을 좋다고 했는지?

無煙心火自然生          맴 속의 불길이 연기도 없이 절로 일어나네.

曰天曰地靑春去          하늘 천 따 지에 청춘은 가고

云賦云詩白髮成          부와 시를 읊다 봉께 백발이 되었구나.

雖誠難聞稱道語          하물며 정성을 다했어도 칭송의 소린 듣기 어렵고

暫離易得是非聲          잠깐만 자리 떠도 비난의 소리만 듣는 구나.

掌中寶玉千金子          손안의 보옥처럼 천금 같은 자식을

請囑撻刑是眞情          매질하여 바로 잡아 달라는 청탁이 진정일런고?

 

 

萱草                    원추리

 

觀萱占曆是唐虞          낭을 보고 달력으로 삼은 것은 중국 순임금 때이고

創始軒皇化鼎湖          황제가 정호에서 돌아가신 때부터 이더라.

春夏秋冬相遞永          춘하추동의 변화가 영원히 번갈아 일어나며

弦望晦朔各分弧          그믐과 초승은 달이 둥근 선으로 나누이더라.

都包高庳玄黃理          높고 낮은 우주의 묘한 이치를 몽땅 포함하고

備載坎離紫白圖          감리의 오묘한 이치도 갖추고 있도다.

三十六旬成十二          일년 삼백 육십오 일이 열두 달을 이루니

均其大小尹奇餘          크고 작은 달을 고르게 하고 남은 것은 윤달이더라.

 

- 태고적 달력이 없던 시절에는 ‘낭(萱, 원추리)’이라는 식물의 변화를 보고 달력을 삼았다고 한다. 곧 낭은 매월 15일까지 매일 잎이 한 껍질씩 자라나고, 16일이 지나면 그것이 매일 한 껍질씩 시들어서, 그믐이 되면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고 한다. 고대에는 이것을 보고 달력 대신 사용했다 한다.

 

 

戱贈妻妾/妻妾同房

 

不熱不寒二月天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이월에

一妻一妾最堪憐          마누라와 첩이 모여 이웃하여 즐기네.

鴛鴦枕上三頭竝          원앙 베개 위에 머리 셋이 나란히 하고

翡翠衾中六臂連          비취 이불 속엔 팔이 여섯이로다.

 

開口笑時渾似品          입을 열고 웃을 땐 뒤섞여 품(品)과 같고

側身臥處恰如川          몸을 돌려 누우면 내 천(川)과 흡사하네.

東邊未了西邊事          동쪽의 일 끝내지 못하고 서쪽 일 보다가

更向東邊打玉拳          다시 동쪽을 향해 옥권을 휘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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