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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그레이브즈의 1인 2역(The Duplicity of Hargraves)

Bollnow 2024. 4. 22. 05:57

하그레이브즈의 12(The Duplicity of Hargraves)

O Henry

 

모빌 출신의 펜들턴 톨버트 소령과 딸 리디어 톨버트는 워싱턴에 나와서 살게 되었을 때 시내에서도 제일 조용한 거리에서 다시 50야드쯤 들어간 곳에 있는 한 집에 하숙했다.

그것은 현관을 하얀 기둥이 높다랗게 떠받치고 있는 구식 벽돌집이었다. 마당은 치솟은 쥐엄나무와 느룹나무에 덮이고 철이 되면 개오동나무가 분황과 흰꽃의 비를 잔디에 뿌렸다. 키가 큰 회양나무 덤불이 산울타리와 보도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톨버트 부녀의 눈을 기쁘게 한 것은 이곳의 남부풍 양식과 의관이었다.

이 기분 좋은 개인 하숙집에서 두 사람은 방을 몇 간 빌렸는데, 거기에는 톨버트 소령의 서재도 들어 있었다.

그는 <앨라배마주의 군인, 재판관 및 변화사의 일화와 회상>이라는 저서에 마지막 몇 장을 써 보태고 있는 중이었다. 톨버트 소령은 아주 오래된 남부 출신이었다. 그의 눈에는 지금의 시대가 거의 흥미도 없었고 뛰어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남북전쟁 이전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그 당시 톨버트 집안은 몇천 에이커의 훌륭한 목화밭과 그것을 경작하는 노예를 갖고 있었으며, 그 저택은 왕후 같은 환대의 무대가 되어 남부의 상류계급 중에서 손님들을 초대해 들이곤 했었다.

그는 그 시대의 해묵은 긍지와 명예를 존중하는 마음씨과 시대에 뒤떨어진 깍듯한 예의범절과 (독자도 상상할 수 있듯이) 당시의 의상 같은 것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그런 옷은 확실히 지난 50년 동안에는 만들어진 예가 없었다. 소령은 키가 큰 편이지만 그가 절이라고 부르는 그 경탄할 만한 고풍의 큰절을 할라치면, 반듯이 프록코트의 옷자락이 바닥을 쓸었다. 이 의상은 남부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입는 프록코트와 차양 넓은 모자에 놀라지 않게 된 지 오래인 워싱턴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경의였다.

같은 하숙인 한 사람이 이 프록코트에 <파더허버드>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확실히 그것은 허리가 높고 자락이 헐렁했다.

그러나 소령은 이런 기묘한 옷을 입고, 넓은 면적에 주름이 잡히고 솔기가 터진 와이셔츠 앞가슴에다 가느다란 검정 넥타이의 조그만 매듭은 언제나 한쪽으로 쏠려 있는데도 바드먼 부인의 이 고급 하숙에서는 미소로 맞게 되고 사랑을 받았다.

백화점의 젊은 점원들 중에는 흔히 그들의 말로 <사기 친다>는 방법으로 소령에게는 가장 그리운 화제, 사랑하는 남부의 전통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소령은 그 <일화와 회상>에서 닥치는 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점원들은 자기들의 계획을 눈치채이지 않도록 몹시 조심했다.

왜냐하면, 소령은 나이가 예순여덟이나 되었지만 그가 그 꿰뚫는 듯한 쟂빛 눈으로 쏘아보는 날이면, 그들 가운데서 제일 배짱이 세다는 사람도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미스 리디어는 몸집이 작고 통통하게 살이 찐 서른다섯 살의 노처녀였다. 매끈하게 자란 머리를 꼭 땋아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다.

그녀도 고풍이긴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소령이 발산하는 그 남북전쟁 이전의 영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절약의 상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집안의 재정을 요리하고, 지불 계산서를 갖고 오는 사람들을 응대하는 것은 언제나 그녀였다.

소령은 하숙비 청구서며 세탁소의 계산서를 천하고 성가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끈질기게 너무나 끊임없이 찾아들었다. 어째서 이런 것을 다 철해 두었다가 어느 땐가 적당한 시기에, 이를테면 <일화와 회상>이 출판되어 돈이 들어왔을 때 한꺼번에 지불할 수는 없는가 하고 소령은 궁금해했다.

그러면 미스 리디어는 조용히 바느질을 계속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돈이 있는 동안에는 지금처럼 지불해 나가기로 해요. 그 뒤에는 아마 계산서 족에서 저절로 한데 모이지 않을 수 없게 될 테니까요."

바드먼 부인의 하숙인들은 대부분 백화점의 점원이나 회사원들이었으므로 낮에는 대개 다 나가 있었지만, 여기 한 사람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집 안에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것은 헨리 홉키즈 하그레이브즈라는 청년인데, 이 집 사람들은 모두 그를 풀네임으로 부르고 있었다.

대중적인 경연극의 극장에 나가고 있는 배우였다.

경연극도 지난 몇 해 동안에 그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하그레이브즈 군은 매우 겸손하고 예의 바른 인물이었으므로 바드먼 부인으로서도 자기 하숙의 주거인 명부에 그의 이름을 올리는 데 하등 이의가 없었다.

극장에서 하그레이브즈는 각국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쓸 줄 아는 희극 배우로 알려져 있었으며, 독일인, 아일랜드인, 스웨덴인, 흑인 등을 장기로 하는 폭넓은 레퍼터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하그레이브즈 군 자신은 꽤 야심이 커서, 흔히 본격적인 희극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을 털어놓곤 했다.

이 청년은 톨버트 소령에게 매우 호의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신사가 남부의 추억담을 꺼내기 시작하거나, 일화 중에서도 가장 활기찬 이야기를 되풀이하거나 할 때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며 듣는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열심히 귀를 기울이곤 했다.

한동안 소령은 자기가 되에서 <광대>라고 부르던 이 청년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 눈치를 보였다. 그러나 곧 청년의 유쾌한 태도와 노신사의 이야기에 대한 그 의심할 수 없는 감식의 눈은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사로잡아 버리고 말았다.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은 옛 친구처럼 되었다. 소령은 자기 저서의 원고를 그에게 읽어 주려고 날마다 오후의 한때를 비워 두었다.

하그레이브즈는 그 일화에 귀를 기울이면서 요긴한 대목마다 어김없이 웃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소령은 그만 감격해서 하루는 리디어에게 하그레이브즈 청년은 구제도에 대해서 훌륭한 이해와 충분한 경의를 갖고 있단 말이야, 하고 말했다.

하그레이브즈는 옛 시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또 톨버트 소령이 얘기하고 싶은 기분만 나면, 언제나 넋을 잃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거의 모든 노인들이 그렇듯이, 그는 세세한 구석을 지리하도록 설명하기를 좋아했다.

옛 농장주의, 거의 임금님 못지않은 호화로운 생활을 이야기하다가 자기의 말고삐를 잡던 흑인의 이름이라든가, 혹은 어떤 하찮은 일의 정확한 날짜라든가, 혹은 그해에 거둔 목화의 고리짝 수 같은 것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생각해 낼 때까지 이야기가 좀처럼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도 하그레이브즈는 결코 따분해하거나 흥미를 잃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당시의 생활에 따르는 갖가지 문제를 자진해서 물어보았으며, 그러면 또 소령은 언제나 곧바로 해답해 주는 것이었다.

여우 사냥, 주머니쥐의 요리, 흑인 부락에서의 춤과 축제소동, 50마일 사방에 초대장을 방송한 농장주 저택의 넓은 홀에서 베풀어진 향연, 이따금 일어난 가까운 남부 귀족들과의 분규, 나중에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드웨이트라는 남자와 결혼한 키티챌머즈라는 여성을 두고 벌어진 래드본 켈버트슨과 소령과의 결투, 엄청난 돈을 건 모빌 만에서의 비공개 요트 레이스, 옛 노예들의 괴이한 신앙이며 하루살이 버릇이며 충성의 미덕, 이런 것이 모두 한꺼번에 몇 시간씩이나 소령과 하그레이브즈의 넋을 빼앗는 화제들이었다.

때로는 밤늦게 청년이 극장에서 출연을 마치고 2층의 자기 방으로 올라갈라치면, 소령이 서제 문간에 나타나서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그를 불러들였다.

하그레이브즈가 들어가 보면, 술병과 설탕 항아리와 과일과 수북하게 쌓은 신선하고 푸른 박하 같은 것이 얹혀 있는 조그만 식탁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문득 생각이 나서 말일세." 이렇게 소령은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그는 격식 차리기를 좋아했다.

"군의 근무처의 그 일이 무척 고될 것 같아서 말일세, 하그레이브즈 군. 시인이 <피로한 몸의 달콤한 치유자>라고 썼을 때 틀림없이 머릿속에 그렸을 것으로 짐작되는 것을 말하자면 우리 남부의 즐렙을 한번 맛봐 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한 것일세."

그가 즐렙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하그레이브즈에게는 하나의 매력이었다. 그것을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소령은 벌써 예술가의 대열에 끼어 있었으며, 결코 그 순서를 바꾸는 일이 없었다. 박하를 빻을 때의 그 찬찬한 솜씨 하며, 각 혼합물을 잴 때의 그 절묘한 정확성 하며, 암록색 가장자리를 배경으로 새빨갛게 빛나는 과실을 곁들여서 혼합물 위에 얹을 때의 그 세심한 주의! 그리고 잘 고른 스트로를 시원스레 소리를 내는 바닥까지 찔러서 손님에게 권할 때의 그 정중하고 고상한 거동! 워싱턴에서 넉 달쯤 생활한 어느 날 아침, 미스 리디어는 이제 자기들이 거의 무일푼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일화와 회상>은 완성되어 있었지만, 출판업자들은 이 앨라배마의 양식과 기지의 주억편에 덤벼들지 않았다.

그들이 아직도 모빌에 갖고 있는 조그만 집에서 들어오는 집세는 두 달치나 밀려 있었다. 이달의 하숙비는 사흘 안에 내야만 했다. 미스 리디어는 아버지와 의논했다.

"돈이 없다구!" 그는 놀라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 하찮은 돈으로 이렇게 자주 채근을 받아서야 귀찮아서 어디 살겠느냐. 실로 나는..."

소령은 호주머니를 더듬었다. 2달러짜리 지폐가 한 장 나왔을 뿐이다. 그것을 다시 조끼 주머니 속에다 넣고 말했다.

"당장 어떻게 해야겠구나. 리디어, 미안하지만, 내 우산을 꺼내다오. 지금부터 시내에 나갔다 올 테니까.

우리 선거구에서 나온 국회의원 풀검 장군이 일전에 내 책이 빨리 출판될 수 있도록 힘써 주겠다고 장담했었다. 즉각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가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야겠다."

소령이 그 파터허버드의 단추를 끼우고 여느 때처럼 문간에 서서 정중히 절을 하고 나가는 것을 미스 리디어는 서글픈 미소를 띤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 저녁 그는 어두워서야 돌아왔다. 풀검 의원은 소령의 원고를 읽어 본 출판업자를 만났었다. 그 삶은 이 책을 끝에서 끝까지 물들이고 있는 지방적이고 계급적인 편견을 제거하기 위해서 일화와 그 밖의 것을 조심스럽게 절반쯤 깎는다면 출판을 고려해도 좋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소령은 시뻘겋게 화를 냈으나, 미스 리디어 앞에 오자 곧 평소의 침착을 되찾았다.

"돈은 꼭 있어야 해요." 콧잔등에 잔주름을 모으면서 미스 리디어는 말했다. "아까 그 2달러 절 주세요. 오늘 밤 랠프 아저씨에게 좀 보내 달라고 전보를 치겠어요."

소령은 조끼 위쪽 주머니에서 조그만 봉투를 꺼내어 책상 위에 던졌다.

"좀 분별없는 짓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시덥잖은 돈이길래 오늘 밤의 극장표를 사 버렸구나. 새 전쟁극이란다, 리디어.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보는 것이니 너도 기뻐할 줄 알았지. 이 연극에선 남부가 매우 공평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더라.

실토한다만, 실은 내 자신이 이 공연을 보고 싶었던 거야."

절망한 미스 리디어는 말없이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사 버린 입장권은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그날 밤 두 사람이 떠들썩한 전주곡을 들으면서 극장 안에 앉았을 때는 미스 리디어마저도 집안 걱정은 잠시 옆으로 밀쳐 놓자는 기분이 되었던 것이다.

소령은 얼룩 하나 없는 깨끗한 린네르 와이셔츠에 단정히 단추를 끼운 부분만 보이는 그 색다른 프록코트를 입고 흰머리를 매끈하게 위로 빗어넘겨 참으로 훌륭하고 의젓해 보였다.

<목련꽃>의 제1막의 막이 올라가서 남부의 전형적인 농장 풍경이 나타났다. 톨버트 소령은 약간 흥미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마, 보세요!"

미스 리디어가 소령의 팔을 팔꿈치로 살짝 찌르고 프로그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소령은 안경을 쓰고 딸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등장인물의 배역 중의 한 줄을 읽었다.

웹스터 캘훈 대령...H. 홉킨스 하그레이브즈

"우리 집 하그레이브즈 씨에요. 아마 그분이 말씀하던 <본격극>에 처음으로 출연하시나 봐요. 그분을 위해서 정말 기뻐요."

웹스터 캘훈 대령은 제2막까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가 등장했을 때, 톨버트 소령은 주위에 들리도록 콧소리를 내고 그를 쏘아보며 마치 얼어서 굳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 미스 리디어는 나직이 소리를 지르며 손에 쥔 프로그램을 뭉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캘훈 대령은 톨버트 소령과 아주 똑같은 분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이 말려 올라간 길고 술 없는 백발 하며, 귀족적인 매부리코 하며, 쭈글쭈글하고 폭이 넓고 솔기가 터진 와이셔츠의 앞가슴 하며, 매듭이 거의 한쪽 귀밑으로 비뚤어져 있는 가느다란 넥타이 하며 거의 그대로였다.

게다가 이 모방을 결정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는 달리 유례가 없을 소령의 그 프록코트와 똑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다.

깃이 높고 헐렁하며, 허리의 선이 치솟은 데다가 자락이 너풀너풀하며 앞이 뒤보다 1피트나 길게 쳐진 이 옷은, 다른 견본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러고부터 줄곧 소령과 미스 리디어는 마치 마술에 걸린 듯이 앉아서 오만한 톨버트를 흉내 낸 연기를, 나중에는 그것을 표현한 소령의 말에 따르면, <타락한 무대의 비방 진흙탕 속을 끌려다니며> 구경하고 있었다.

하그레이브즈 군은 기회를 잘 이용했던 것이다. 소령의 말투와 악센트와 억양과 거드름 피우는 예법 등의 자질구레한 개인적인 특징을 완전히 파악하여 깡그리 무대에 맞도록 과장해 보인 것이다. 소령이 모든 인사 중의 정화라고 자부하고 있는 그 멋있는 절을 하그레이브즈가 했을 때는, 관객들이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미스 리디어는 아버지를 훔쳐볼 용기도 없이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이따금 그녀는 아버지 쪽에 있는 손을 살며시 볼에 가져갔다.

그것은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누르지 못하고 솟아오르는 미소를 가리려고 그러는 성 싶었다.

하그레이브즈의 방약무인한 모방은 제3막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것은 캘훈 대령이 자기 <사실>에서 이웃 농장주들을 몇 사람 초대하여 대접하는 장면이었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무대 중앙의 식탁 앞에 서서 그는 손님들에게 교묘한 솜씨로 즐렙을 만들어 주면서 <목련꽃>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그 흉내도 못 낼 느릿하게 계속되는 독특한 독백을 늘어놓는 것이다. 톨버트 소령은 가만히 앉아 있었으나 노여움에 얼굴이 파랗게 질리면서 자신의 소중한 이야기가 되풀이되고, 장기로 삼는 지론과 도락이 끌어내져서 부연되고, <일화와 회상> 속의 꿈이 들추어지고 과장되고 개조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화제, 래드본 컬버트슨과의 결투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으며 소령 자신이 기울인 것보다 더한 열의와 자화자찬과 품격을 가지고 전개되었다.

이 독백은 즐랩을 만드는 방법을 동작으로 설명한 색다르고 재미있고 기지에 찬 짧은 강연으로 끝났다. 여기서 톨버트 소령의 섬세하지만 화려한 기술이 한 치도 틀림없이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향기 높은 풀을 우아하게 다루는 방법. <1그레인의 천분의 1을 더 눌러도, 여러분 하늘이 주신 이 식물의 향긋한 향기 대신 쓴맛이 나오는 법이라오.> 하고 말하는 데서부터 귀리 스트로의 조심스러운 선택법에 이르기까지. 이 장면이 끝나자 관객은 요란한 찬양의 소리를 냈다. 그 전형적인 인물의 묘사가 너무나 면밀하고 철저했으므로 정작 극 중의 주요 인물들은 잊혀져 버렸다.

몇 번이나 일어난 앙코르 소리에 하그레이브즈는 막 앞에 나와서 절을 했는데, 성공을 거둔 것을 알고 어딘가 앳된 그이 얼굴은 기쁨에 빛나며 상기되어 있었다.

마침내 미스 리디어는 고개를 돌려 소령을 보았다. 그의 얇은 콧구멍은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벌름거리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두 손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누르고 일어서려고 했다.

"나가자, 리디어." 그는 억눌린 듯한 소리로 말했다. "이건 언어도단, 모독이다!"

그녀는 일어서려는 소령을 끌어당겨 좌석에다 도로 앉혔다."

"끝까지 계세요." 그녀는 똑똑히 말했다. "진짜 프록코트를 사람들 눈앞에 드러내서 저 가짜의 선전을 하시고 싶으세요?" 그래서 두 사람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

하그레이브즈는 이 성공 때문에 그날 밤 늦게까지 붙잡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튿날 아침 식사에도 점심 식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후 3시쯤, 그는 톨버트 소령의 서재 문을 두드렸다. 소령이 문을 여니, 하그레이브즈는 아침 신문을 두 손에 잔뜩 들고 들어왔다.

자기의 성공에 너무나 넋을 잃어 소령의 태도가 여트 때와 다르다는 것은 조금도 깨닫지 못했다.

"간밤에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소령님." 그는 신이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나설 기회가 있어서요. 큰 성과였습니다. <포스트>지 기사 좀 보십시오."

그 어이없는 호언장담, 괴상한 복장, 케케묵은 관용구와 어구, 벌레 먹은 집안의 자랑, 참으로 친절한 마음씨, 결백한 명예심, 그리고 사랑할 만한 단순성 등을 지닌 구시대 남부 대령에 대한 그의 착상과 묘사는 현대 극단에 있어서의 성격적 엯할의 가장 교묘한 연출이다. 캘훈 대령이 입은 프록코트 그 자체가 바로 천재의 발로이다.

하그레이브즈 씨는 완전히 관중을 관료했다.

"첫날의 반응으로서 이 인기는 어떻습니까, 소령님?"

"나는 영광스럽게도." 소령의 목소리는 기분 나쁘도록 차갑게 들렸다. "어제저녁, 자네의 참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았네."

하그레이브즈는 당황했다.

"오셨습니까? 몰랐습니다. 소령님이, 설마 소령님이 연극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어, 톨버트 소령님." 그는 솔직히 소리쳤다.

"부디 노여워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소령님한테서 여러 가지 암시를 얻었고, 그 때문에 그 역을 해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된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아시다시피 하나의 타입이지 어느 개인이 아닙니다. 관객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극장 단골손님의 절반은 남부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그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그레이브즈 군." 그대로 서 있던 소령이 말했다. "자네는 나한테 용서 못 할 모욕을 가했네. 내 풍채를 우롱하고, 내 신뢰를 배신했으며, 내 환대를 악용했단 말일세. 자네가 신사된 자의 참된 특징이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참된 신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비록 이 몸은 늙었으나 당장에 결투를 신청할 판일세. 자 부탁이니 이 방에서 나가 주게."

배우는 약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노신사의 말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것 같았다.

"화가 나신 것 같아서,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그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듯이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그것을 소령님처럼은 생각지 않습니다.

자기의 인물이 무대에서 표현되고 그것을 일반 사람들이 인정해 준다면, 극장 좌석을 절반쯤 다 사 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앨라배마 사람이 아니야!" 소령이 오만하게 말했다.

"그럴는지 모릅니다. 저는 꽤 기억력이 좋은 편입니다만, 소령님, 한가지 소령님의 책에서 몇 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소령님은 아마 <밀레지빌>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느 연회 석상에서 건배에 답하여 이렇게 말씀하셨고, 또 그걸 출판하실 생각으로 계십니다.

북부 사람은 감정을 자기의 상업상의 이익으로 바꿀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서도 온정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나 혹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명예에 가해진 그 어떤 굴욕도 그것이 금전상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 한 화도 내지 않고 그것을 견딥니다.

자선에는 아낌없이 줍니다. 하지만 그것은 미리 선전되고 놋쇠판에 대서특필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소령님은 이 표현이, 간밤에 보신 캘훈 대령의 표현보다 공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서술에는." 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소령은 말했다. "근거가 없지도 않아. 다소의 과장, 아니 자유는 공개연설에서는 허용되어야 하네."

"공개 연기에서도 그렇지요." 하그레이브즈는 대꾸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네." 소령은 완고하게 주장했다. "그것은 개인을 희화화한 것이었네. 나는 결코 그것을 관대히 봐줄 수가 없네."

"톨버트 소령님." 하그레이브즈는 애교 있는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제발 저를 이해해 주십시오. 소령님을 모욕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제 직업에서는, 모든 인생이 제 것입니다. 저는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모두 손에 넣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무대 위에서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령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다고 해 두지요. 그런데 제가 뵈러 들어온 것은 그것과는 다른 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무척 친밀하게 사귀어 왔습니다만, 저는 다시 또 소령님을 화내시게 할 위험한 짓을 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저는 두 분께서 지금 돈에 곤란을 겪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째서 알았느냐 하는 것은 개의치 마십시오. 하숙집이라는 데는 그런 것을 비밀로 해 둘 수 없는 곳이랍니다. 그래서 그 곤경을 벗어나시는 일을 저도 거들게 해주십사는 것입니다. 제 자신도 여러 번 그런 일을 겪어왔습니다. 2백 달러, 아니 그 이상이라도 제발 마음대로 써 주십시오. 그러다가 소령님 형편이..."

"그만두게!!" 손을 앞으로 내밀며 소령은 명령했다. "결국 내 책에 거짓말은 없더군. 자네는 돈이라는 고약으로 어떤 명예훼손의 상처거나 다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오다가다 만난 사람한테서 돈을 꿀 생각은 없네. 하물며 자네 같은 인간이 지금 우리가 논의한 상황을 금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그 무례하기 짝이 없는 제의를 고려할 정도라면 차라리 나는 굶어 죽겠네. 이 방에서 나가 달라는 요구를 다시 되풀이하겠네."

하그레이브즈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갔다. 그는 또 같은 날 하숙에서마저 나가 버렸는데, 저녁 식탁에서 바드먼 부인의 설명을 들어보면, <목련꽃>1주일 동안 상연하게 된 번화가의 극장 가까이로 옮겨 갔다는 것이었다.

톨버트 소령과 미스 리디어의 형편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소령이 거리낌 없이 돈을 꿔 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워싱턴에는 없었다.

미스 리디어는 랠프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이 친척의 빠듯한 가계로 과연 원조를 해 줄 수 있을는지 의심스러웠다.

소령은 꽤 혼란된 모습으로 <체납된 집세의 수입과 송금의 지연>에 대해 언급하면서 하숙비의 지불이 늦어진 데 대해 바드먼 부인에게 변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구원의 손길을 전혀 생각지도 않던 방면에서 찾아왔다.

어느 날 오후 늦게, 접수를 보는 하녀가 올라와서 어떤 나이 많은 흑인이 톨버트 소령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소령은 서재에 들여보내라고 말했다. 곧 늙은 흑인이 입구에 나타나서 한 손에 모자를 들고, 한쪽 발을 어설프게 뒤로 당기며 인사했다.

텁수룩한 고수머리는, 반백, 아니 거의 새하얗다. 중년이 넘으면 흑인의 나이는 좀처럼 짐작이 안 간다. 그는 톨버트 소령과 비슷한 나이인지도 몰랐다.

"아마 저를 알아보시진 못하실 줄 압니다요, 펜들턴 영감마님." 이것이 흑인의 첫마디였다.

옛부터 귀에 익은 말씨에 소령은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의심할 것도 없이 옛날 농자에서 부리던 흑인 노예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흑인들은 이제 모두 사방에 흩어져 버렸으므로, 소령은 그 목소리도 얼굴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그럴 것 같구먼." 소령은 상냥하게 말했다. "네가 거들어서 생각이 나게 해주지 않겠나?"

"신디네 모즈를 모르십니까? 펜들턴 영감마님, 전쟁이 끝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사 간 모즈입니다."

"아니, 잠깐." 손끝으로 이마를 문지르면서 소령은 말했다. 그는 그리운 시대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고 추억을 더듬기를 좋아했다.

<신디네 모오즈라?>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말을 돌봤었지? 새끼 말 조련도 맡고. 이제 생각이 나는구나. 항복 후 너는 이름을 아니, 잠자코 있었어. 미쉘이라고 짓고 서부로 뉴브래스커로 갔었지?"

"옳습니다요, 맞습니다요." 늙은 흑인은 기쁜 듯이 얼굴을 구기고 웃었다. "그 놈입니다요, 맞습니다요. 뉴브래스커였습죠. 그게 접니다. 모즈 미쉘입니다요. 이젠 모두들 미쉘 늙은이라고 부릅죠. 영감마님, 돌아가신 선대 마님께선 헤어질 때 저더러 밑천을 하라시면서 노새 새끼 한 쌍을 주셨습니다요. 그 말 새끼 기억하고 계십니까, 펜들턴 영감마님?"

"말 새끼는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소령은 갸웃거렸다.

"나는 전쟁 첫해에 결혼해서 폴린즈비의 옛 집에 가서 살았지 않았느냐. 아무튼 좀 앉거라, 앉아. 모즈 늙은이야, 참 반갑다. 잘살고 있겠지?"

모즈 늙은이는 의자에 앉아, 모자를 조심스럽게 의자 옆 방바닥에 놓았다.

". 요새는 형편이 썩 좋습죠. 처음으로 뉴브래스커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노새 새끼를 보려구 몰려듭니다. 뉴브래스커에서는 그런 노새를 구경한 적이 없어서입죠. 저는 그 노새를 3백 달러 받고 팔았습죠. , 그러믄요, 3백 달러였습죠. 그리고 전 대장간을 시작했습니다요. 그래서 돈도 좀 생기고 새서 땅을 좀 샀습죠. 저와 할멈이 새끼를 일곱이나 길렀는데, 둘은 죽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몸 성히 살고 있습니다요. 4년 전에 철도가 깔려서, 제 땅 한복판에 마을이 생기지 않았겠습니까요? 그래서 팬들턴 영감마님, 이 늙은이는 현금이랑 재산이랑 토지랑 해서 11천 달러나 되는 부자가 됐답니다요."

"그것 참 잘 됐구나." 소령은 진정으로 말했다. " 정말 잘 됐어."

"그런데 그 귀여운 아기 말씀입니다요, 팬들턴 영감마님. 리디어 아가씨라고 이름을 지으셨던 그 아기도, 아마 몰라보도록 크셨겠습죠?"

소령은 문간으로 걸어가서 소리쳤다. "리디어, 이리 좀 건너오너라."

아주 성장해서, 얼마간 근심에 찬 얼굴로 미스 리디어가 자기 방에서 들어왔다.

"아이구! 거 보십쇼! 제가 뭐라가 여쭙디까요? 그 아가씨가 이제 다 크신 줄 알았습니다요. 모즈 늙은이를 아시겠습니까요, 아가씨?"

"신디 할미네 모즈란다, 리디어. 네가 두 살 때부터 서부로 떠나갔지."

"글쎄요." 미스 리디어는 고개를 저었다.

"그 나이에 기억하느냐고 물어봐야 좀 무리지.. 모즈 할아버지 말대로 전 <이제 다 컸어요>.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가워요."

리디어는 정말로 기뻐했다. 소령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그들을 행복한 과거와 결부시켜 주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아 옛이야기를 나누었다.

소령과 모즈 늙은이는 농원 풍경이며, 당시의 생활을 회상하면서 서로 기억을 고쳐주고 도와주고 하였다.

소령은 늙은이에게 무엇을 하러 집을 멀리 떠나서 예까지 왔느냐고 물었다.

"저는 대표입니다요." 그는 설명했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침례교 대회에 말씀입죠. 설교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서두요, 교회에서는 장로로 되어 있고, 또 비용도 낼 만한 형편이 되니까 모두가 절 대표로 보낸 것입니다요."

"그런데 우리가 워싱턴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죠?" 미스 리디어가 물었다.

"제가 묵고 있는 호텔에 모빌에서 온 흑인 하나가 일하고 있습죠. 그 사람이 어느 날 아침, 이 댁에서 펜들펀 영감마님이 나오시는 걸 보았다고 일러줍디다요.

제가 여기 온 것은."하고 호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으면서 모즈 늙은이는 말을 이었다.

"고향 분들을 만나 뵙는 일 이외에ㅡ 실은 펜들턴 영감마님께 꾼 돈을 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요."

"나한테서 꾼 돈이라니?" 소령은 놀라면서 되물었다.

", 3백 달러입죠." 그는 동그랗게 만 지폐뭉치를 소령 앞에 내밀었다.

"제가 그곳을 떠날 때 선대 마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요. <모즈야, 그 노새 새끼를 갖고 가거라. 돈은 네가 형편이 돌 때 치르면 되느니라.> ,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요. 전쟁으로 선대 마님께선 가난해지셨습니다요. 선대 마님은 벌써 돌아가셨으니, 이 빚은 펜들턴 영감마님께 넘어온 셈입죠. 3백 달러입니다요. 모즈 늙은이도 이젠 쉽게 갚아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철도에서 제 땅을 샀을 때, 노새값을 따로 제쳐 놓았습죠. 좀 세어 보십쇼. 펜들턴 영감마님. 그게 노새를 판 대금입니다요, ."

톨버트 소령의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해졌다. 그는 한쪽 손으로 모즈 늙은이의 손을 잡고 나머지 손은 그의 어깨에 얹었다.

"아아, 충실한 노복아." 떨리는 목소리로 소령은 말했다. "체면 없이 이 <펜들턴 영감마님>1주일 전에 마지막 1달러를 써 버렸단다. 이 돈을 받아두마, 모즈 늙은이. 이건 어느 의미에선 빚의 반제이지만, 동시에 옛 제도에 대한 충성과 헌신의 표시이기도 하기 때문이야. , 리디어 이걸 받아둬라. 그 용도의 관리는 나보다 네가 훨씬 적임이니까."

"받으십쇼. 아가씨. 이건 두 분 것입죠. 톨버트 댁의 돈입니다요."

모즈 늙은이가 돌아간 뒤, 미스 리디어는 실컷 울었다. 기쁨의 울음이었다.

소령은 방구석으로 얼굴을 돌린 채 도기 파이프만 뻑뻑 빨고 있었다.

그날로부터의 나날, 톨버트 집안은 다시 평화와 안락을 되찾았다. 미스 리디어의 얼굴에서는 그 근심스러운 표정이 사라졌다.

소령은 새 프록코트를 입고 나타났는데, 그 모습은 옛 황금시대의 추억을 의인화한 밀랍 인형 같았다.

<일화와 회상>의 원고를 읽은 다른 출판사가, 지나치게 눈에 띄는 부분만 약간 수정하거나 표현을 좀 부드럽게 고친다면 확실히 재치 있고 팔리는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상황은 쾌적했으며, 실제로 찾아온 행복보다 흔히 더 감미로운 그 한 가닥의 희망도 없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행운의 한 도막이 날아온 지 1주일쯤 지난 어느 날, 하녀가 미스 리디어 앞으로 온 편지를 그녀 방에 갖고 왔다.

소인을 보니 뉴욕에서 부친 것이었다. 뉴욕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이상하여 좀 가슴을 설레면서 미스 리디어는 책상 앞에 앉아 가위로 편지를 뜯었다.

사연은 이런 것이었다.

 

친애하는 미스 톨버트

제 행운을 아시면 필경 기뻐해 주실 줄 압니다.

저는 뉴욕의 어느 극단에서, 주급 2백 달러로 <목련꽃>의 캘훈 대령역을 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승낙했습니다.

그밖에 또 하나 알려드릴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톨버트 소령님에게는 말씀드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연기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소령님이 베플어 주신 커다란 원조와, 그 일로 해서 몹시 마음이 상하신 데 대해 무언가 보상을 하고 싶은 절실한 생각을 해 왔습니다.

소령님은 그것을 거절하셨습니다만, 저는 어쨌든 그 소원을 풀었습니다.

저는 쉽게 3백 달러를 나누어 드릴 수가 있었으니까요.

- 당신의 성실한 H. 홉킨즈 하그레이브즈

<추신> 모즈 늙은이의 연기는 어떻습니까?

 

복도를 지나가던 톨버트 소령은 미스 리디어의 방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오늘 아침에는 우편물이 없더냐, 리디어?"

미스 리디어는 드레스의 주름 밑으로 살며시 편지를 밀어 넣었다.

"모빌 크로니클이 와 있어요." 그녀는 얼른 대답했다. "서재 책상 위에 얹어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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