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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Between Rounds)

Bollnow 2024. 4. 22. 05:37

시끌시끌(Between Rounds)

O Henry

 

5월을 드리운 달빛이 머피 부인의 오고 가는 사람 없는 한적한 하숙집을 내밀히 비추며 이 일은 시작된다.

달력대로라면 이 지역 전체는 5월의 달빛 아래 오늘 밤 드리우게 될 즈음이다.

봄기운이 한창인 가운데, 또다시 꽃가루병이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밤이기도 하다.

오늘 뉴욕의 공원들은 새로운 이파리들과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미국 서부와 남부에서 이곳 뉴욕시로 온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 틈으로 꽃과 여름 휴양지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파는 직원들이 드물게 군데군데 위치해 있어 오늘 사람 많음을 조금은 완화해주고 있었다.

대기의 기온만큼이나 오고 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도 온화해져, 페달을 밟아 관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소리 내는 악기인 풍금의 연주 소리들이며, 분수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소리며, 트럼프의 일종인 피너클 카드놀이 하는 소리들이 도처에서 보다 더 자주 듣게 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머피 부인의 하숙집 창문들은 지금 죄다 열린 상태였다.

그건 지금, 머피 부인의 하숙집에 기거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미 한 벌써부터 하숙집 앞쪽 현관 입구쪽의 가장 높은 돌계단, 그러니까 독일식 펜케이크 같이 납작하며 둥글고 평퍼짐한 돌계단들에 무리 지어 모여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위로 보이는 하숙집 앞쪽 2층 창문들 중 하나로 들어가 보자.

지금 거기에선 매캐스키 부인이 한참을 목이 빠져라 남편이 귀가하길만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으로 만들어 놓은 음식들은 늦어지 남편의 귀가로 식탁 테이블 위에서 이미 그 기운을 다한지 오래였다.

그러니 매캐스키 부인이 열불을 내고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였다.

저녁 9시 정각에 매캐스키 씨가 하숙집 현관 앞, 그러니까 하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던 계단 맨 아래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한 손에 이미 외투를 벗어 들고선 이빨들 사이로 파이프 담배를 물며 기뚱기뚱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270밀리미터(mm) 구두 사이즈에, 발볼은 또 엄청 넓은 그 구두로 현관 제일 높은 계단을 향해 오르며, 모여 있던 하숙인들 틈새로 돌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일행의 휴식을 방해한 데 대해 연신 허허 이거 미안합니다라며 사과를 해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가까스로 문을 열고 자신의 집에 들어선 그는 화들짝 놀랐다.

평소대로라면, 어김없이 솥뚜껑이나 삶은 감자 으깨는 주방 기구가 날아와 문을 열자마자 얼른 피해야 했을 건데, 이번엔 그냥 그런 것 하나 없이 말소리만 들려온 것이다.

그 바람에 매캐스키 씨는 ‘5월의 온화한 달빛 여신이 이 여인의 쇠된 가슴도 포근히 녹일 수 있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이었다.

곧이어 아주 그냥 놀고 자빠졌네 그래,”라는 구슬픈 부엌탱이의 저질 말이 어딜 가지 못하고 그에게 꽂힌 것이다. “남들 다 다니지도 못하게 현관 계단에 죽치고 앉아 있는 놈팽이들 옷자락 끝 좀 살짝 밟았다고 저 거리의 부랑자 같은 자들에게 그렇게 연신 허리를 굽힐 일이야. 그래 당신 얼굴엔 거리 놈팽이 놈들 옷자락 끝은 추호도 밟으면 안 되고, 당신 마누라 목덜미는 아주 그냥 자근자근 밟아 제껴도 된다고 써 있든. 마누라가 목이 빠져라 저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서방이란 작자는 수중에 돈만 들어오면 꼭지가 돌아 주급이 나오는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족족 갤러거갤러거이름의 술집에 가서 돈이란 돈은 죄다 털어 붓고 돌아오니, 음식이며 생활비가 건디냐, 야 이놈아 오늘만 벌써 석탄 가스 요금 수급원이 돈 받으려고 몇 번이나 우리 집에 들렀다 간 지나 알고 네가 지금 이르냐.”

웬 여편네도 참!”라는 말과 함께 매캐스키 씨는 늘 그렇다는 듯 아무 의자에나 손에 들고 있던 외투며 모자를 냅다 후려 던졌다. “당신이 그렇게 잔소리만 해대니 내 식욕이 다 사라지잖소. 이거야 원 정중함이라곤 벽돌과 벽돌 사이 틈새를 막아주는 시멘트만 바가지로 박박 긁어 없애버려 대는 식이니. 당신은 에티켓도 몰라. 그럼 어디 여자들이 떡하니 길을 막고 앉아 있는데 당신 같으면 미안하단하등의 말도 없이 대뜸 그 통로로 밟고 지나가고부터 하겠단 소리야, 엄연한 기사도 정신의 발로라는 게 있고 그걸 지키는 게 소위 말해 우리 사회의 기반이라는 거야. 그 돼먹지 못한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낯짝일랑은 어여 창문에서 치우고 밥이나 차려 이 여편네야, ?”

그 말에 이번엔 매캐스키 부인의 꼭지가 돌았다.

그녀가 석탄 난로 쪽으로 황급히 달려간다.

거기는 평소 그녀가 남편 매캐스키 씨를 위협하는데 즐겨 사용하던 가재도구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던 부엌 장소였다.

더구나 지금처럼 그녀의 입술 꼬리가 열불로 땅으로 축 쳐질라치면 대개의 경우 이제 곧 각종 접시류가 제일 먼저 던져져 와 매캐스키 씨 옆에 떨어지거나 주석으로 된 더 작은 세공품들이 아작이 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는 매캐스키 씨도 쉽게 추측이 가능한 바였다.

돼지 멱()따는 얼굴이 뭐가 어쩌고 어째요?”라며 매캐스키 부인이 베이컨과 순무(유럽산 무)를 가득 담아 요리한 오늘의 스튜(서양 찌게 요리)가 담긴 냄비 통채로 자신의 조물주 같은 서방님을 향해 가감 없게도 인정사정 한 푼어치도 없이 그냥 냅다 던져버렸다.

이런 재치를 요하는 부부싸움에서 매캐스키 씨는 신출내기 쫄병이 아니었다.

그는 단번에 이런 스튜(찌게) 요리 다음에 뭐가 날라올지 알고 이 일련의 던져짐에 대해 채비를 갖추려던 참이었다.

때마침 매캐스키 씨가 서 있던 테이블 위에, 섐록이라는 토끼풀, 즉 아내가 세 잎 클로버로 요리에 장식을 해 놓은 오늘의 추가 요리인 구운 돼지고기 허리 부분 살인 설로인요리가 놓여 있던 찰나였다.

매캐스키 씨는 이 설로인요리를 아내가 던진 스튜에 대한 응수로 내던진다.

매캐스키 부인도 이런 던지기 류의 부부싸움엔 도가 튄 상태인지라, 곧바로 남편인 매캐스키 씨한테로는 진흙으로 구운 옹기 그릇에 담겨 있던 푸딩 빵 한 덩이가 그 응답으로 날아온다.

이 기고만장한 조물주 서방이 내던진 두툼한 스위스 치즈 조각 하나가 정확히 매캐스키 부인의 한쪽 눈 바로 아래 부위를 맞춘 건 바로 이때였다.

그 바람에 열불이 난 그녀는 커피향 가득 나는 뜨거운 블랙커피를 병 채로 정확히 조준해가며 서방님께 선사하는 것으로 응수한다.

보통 같으면 이들 부부의 가재도구 내던지기 싸움은 보통의 이쯤에서, 그러니까 서로 다치지 않는 선에서 멈추기 마련이었고 둘 사이의 말하지 않은 관례였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매캐스키 씨가 싸구려 빈티나는 뉴욕 촌놈처럼 굴지 않으려 들었다.

그렇게나 즐겨 막던 50센트짜리 밥도 이젠 자기 삶의 일부일 순 없다는 마냥 굴었다.

커피가 나오면 밥 그만 먹으라는 법 있소?”

그가 말한다.

대체 촌티 나는 어느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예술가가 그리 말하던가요?”

또 덧붙인다.

그런 자들일랑은 죄다 요리의 요짜도 모르는 초짜들일 가능성이 커지요.”

매캐스키 씨도 부인 못지 않게 부부싸움에서 한 영리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부인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더 비싼 요리 그릇을 찾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신도 뉴욕의 호텔에도 가 봤고, 그런 고급 식당들에는 여지없이 음식을 먹기 전에 꼭 손님들이 손가락 끝을 살짝살짝 씻기 위한 물이 담긴 큰 유리 술잔이 하나씩 나온다는 사실도 그는 이미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러니 부인이 준 블랙커피에 대한 응수로, 지금 이쯤에서 그 손가락 끝을 씻는 큰 유리 술잔 하나를 그냥 큼지막한 걸로 하나 골라 그 하나를 그냥 막 인정사정없이 내던지고 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참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거처하는 이 하숙집이 제아무리, 머피 부인이 열심히 딱고 쓸고 하는 유럽식 고급 민박집이라 했다 치더라도, 매캐스키 씨의 애초 의도대로 손가락 끝을 씻는 데 사용될 만한 그런 고급진 큰 유리 술잔 더구나 이 부부싸움 와중에 내던질 만큼 적당한 크기의 그 비슷한 사발 그릇이라도 근처에서 찾을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대신 그는 의기양양하게도, 정말 미쳐버리진 않고는 그럴 수 없게도, 가까이에 있던 대단히 단단한 돌멩이인 화강암 재질로 된 세숫대야 하나를 인정사정없이 들어 올리곤 바로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전혀 논외로 한 채 그걸 부부싸움이랍시고 사랑하는 여펀네를 향해 대신 그 앞쪽으로 냅다 후려던졌던 것이다.

이 말 같지도 않은 서방이란 작자의 돌발행위에 매캐스키 부인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곤 냅다 몸을 잽싸게 피했기에 그들 사이의 위기는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일종의 과일청(과일 쥬스)이 든 삼각형 모양의 병으로 내을 내뻗었다.

그래 그녀는 지금 이 식도락의 간장 같은 액체를 쏟아붓는 것으로 이쯤에서 서방님과의 다툼이 어느 정도 종말로 치닫길 간절히 바래마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지금 이 던지기의 마지막 단계인, 과일청 쏟아붓기 단계는, 이들 부부의 부부싸움에 있어서, 나름 소박한 과일청이나 과일 쥬스 같이 식상한 밥에 나름의 활기와 강심장을 넣어주는 음료 같은 것이었다.

애초 의도야 그러거나 말거나 한 번 과일청이 담긴 병을 든 이상, 그녀도 앞뒤 가리지 않고서 그 과일청을 이 존귀한 서방님을 향해 인정사정없게도 내던진 건 두말할 나위도 없이 사실이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기도가 통했는지, 기괴하고 엄청나게 울부짖는 여인의 비명 소리 하나가 아래층 1층에서부터 문득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그 통곡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연이어 이어지는 바람에 매캐스키 부인도, 그리고 이번엔 질그릇을 내던질 차례가 된 매캐스키 씨 본인도 이 돌발사태로 인해 본의 아닌 휴전협정에 서명하고 부부싸움을 강제로 여기서 멈출 수밖엔 없었다.

때마침, 머피 부인의 하숙집 건물 한쪽 구석에선 이 시각, 사람이 다니는 인도 위에 서서, 이 구역 순찰 담당관인 클리어리 경찰관이 한쪽 귀를 쫑긋 세우고선, 위층인 2층 개인 집에서 나는 부엌 기구들이 와창창!” 소리를 내며 연달아 깨지는 것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허허 그 참, 얀 매캐스키 씨와 그의 주인마님께서 또 한바탕하실 모양이네,”라며 경찰관은 생각에 잠긴다. “내가 올라가 싸움을 말려야 하나... 그런 건 또 아니지. 저건 결혼한 사람들만의 특권이랄 수도 있으니까. 다투는 낙도 없음 결혼도 오래해 밍밍한 분들이 무슨 낙으로 사실려고. 설마 다툼이 오래가진 않겠지. 그나저나 맨일 같이 저런 식으로 다투시면서 집안 가재도구들을 내동댕이치시면 대체 얼마 못 가 남아 나는 게 있으려나? 지금 깨진 접시들만 해도 빌리려 다니려면 발품깨나 파셔야 할 텐데, 쯧쯧!“

바로 그때 부부싸움이 벌이지는 그 2층의 바로 아래층인 1층에서부터 두려움과 궁지에 내몰린 이의 어떤 천둥 같은 비명 소리가 전조마냥 들리는가 싶었다.

또 고양이 놈이군. 요즘은 고양이 울음소리도 참 희한하다니까, 허허참!”라며 클리어리 경찰관은 탄식하며 서둘러 다른 순찰 구역으로 총총걸음으로 넘어가 버린다.

계단에 있던 하숙인들부터 동요하기 시작했다.

보험판매원이자 보험 사기 조사관이기도 한 투미 씨가 이 외마디 비명 소리에 자신의 직업정신에 따라 제일 먼저 반응해 보이며 기지를 십분발휘해 분석하며 파고들기 시작하다 안 되었던지 급기야 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간다.

그런 그가 마침내 돌아와선 말했다.

하숙집 주인인 머피 부인의 어린 외동 아드님인 마이크가 사라졌대!”

곧이어 90킬로그램(kg)이나 나가는 육중한 몸무게를 한 머피 부인이 멈추지 않는지 연이어 격렬한 히스테리 발작으로 인한 거 같은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머리가 산발이 되어 뛰쳐나왔다.

그녀는 지금 고통을 수반한 강한 자기애적 감정에 이끌려 손으로 연신 허공을 움켜줬다 펼쳤다를 반복하며, 13킬로그램(kg) 주근깨투성이인 장난꾸러기 자기 아들의 실종에 길길이 짖다 못해 윙윙!” “으르렁으르렁!” 우레와 같은 맞고함을 연거푸 쳐대고 있었다.

진부하다 못해 참으로 감상에도 못 젖을 법한 장중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상황 전개였다.

그렇지만 보험 조사관 투미 씨는 여성 모자를 주로 만들어 파는 판매원인 미스 퍼디 양 바로 옆으로 가 살그머니 앉더니 대뜸 저 처량함의 동정의 의미로 미스 퍼디 양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와 함께 복도에서도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다.

또 이 소란이세요!”

그건 두 명의 나이든 노처녀들이자 이 하숙집의 가사도우미들인 월시 자매(언니와 여동생)가 이 매일 같이 들리는 머피 부인의 이 소동에 짜증이 나서 복도에서부터 내는 불평 아닌 불평의 소리였던 게다.

그러니까 거실에 있는 벽시계 뒤부터 살펴보셨냐고요?”

라며 월시 자매는 즉시 벽시계 뒤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지만 자신이 손수 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래볼 마음은 없는 듯 보였다.

때마침 하숙집 1층 현관 앞 계단들 중에서도, 맨 위쪽 돌계단에, 자신의 뚱뚱한 아내와 나란히 앉아 있던, 미국 육군 소령인 그리그 씨가 월시 자매의 그 소리에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외투 단추부터 여미는 것이다.

그 꼬맹이가 실종됐다고?”

그는 심히 놀란 듯했다.

내가 뉴욕 이 도시를 이 잡듯 뒤져 봐야 되겠군.”

하지만 그의 아내는 어두껌껌해지면 암흑천지로 변할 뉴욕의 밤거리들로 서방님을 외출하게 허락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번만은 단념한 듯 그녀가 말했다.

그래 주시겠어요, 루도빅!”

그리고 이 어둠에 남편을 출타시키는 것에 대한 그녀 나름의 이유를 테너와 베이스 사이 남성 음역대를 오가는 그녀 특유의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인다.

부모의 비통함을 보고도 뛰어가 돕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은 마음이 돌 같이 메정하다 말 할 수 있지요.”

그럼 여보, 아이 찾아 돌아다녀 보게 교통비 30센트나 60센트 좀,”라며 미 육군 소령 그리그 씨가 말했다. “아이가 길을 잃고 한적한 곳으로 잘못 들어섰을 수도 있고. 그럼 시내 교통 요금이 더 나올 수도 있거든.”

한편 이 하숙집들 중에서도 방세가 제일 싼, 4층 복도의, 뒷쪽 방에, 거주하는 데니 영감탱이도, 지금 하숙집 현관 앞쪽에 모여 있는 한 무리의 하숙인들 틈바구니에 있었는데, 그는 주위 시선을 전혀 아랑곳 않고 계단들 중 제일 낮은 계단 위에 걸터앉아, 거리 가로등 램프 불빛에서 발산되어 나오는 불빛에 의지해가며 한 참 신문을 읽어 내려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데니 영감탱이가 어느 신문 기사 하나에 그만 유독 눈길이 갔던지 그 기사 내용을 마저 다 읽으려는 듯 한 장을 마저 넘긴다.

얼씨구 여보게들, 뉴욕 시내 목수 놈들이 또 파업을 한다는군!”

그때 달빛을 가르며 새된 목소리의 비명 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게 바로 이 하숙집 주인인 머피 부인이 낸 좀 전의 외침이었다.

“(핀란드 말투가 섞인 영어로 허둥대며 하는 말) 아이고 아이고, 우리... 우리... 마이크, 대체, 어데어데 간 거니?”

마지막으로 그 애를 본 게 언젠데?”라며 데니 영감탱이가 뉴욕시 건축 노동자 연맹에 관한 보도 기사마저도 다 읽어 내려가려는지 여전히 한쪽 눈은 신문에 고정하면서도 넌지시 다른 쪽 눈을 들어 머피 부인을 향해 하는 둥 마는 둥 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라며 머피 부인은 더 애통했던지 구슬픈 목소리로 응답한다. “어제요 어르신, 아마도 4시간 전인가! 아이고 모르겠네. 그렇지만 없어진 건 그 애니깐요, 내 새끼 어린 마이크가요. 아침까지만 해도 저기 저 인도(사람이 다니는 길) 위에서 잘만 놀고 있었는데... 아니 그게 수요일 아침이었던가? 아니지 요즘 영 틈이 없어 날짜 감각도 다 잃어버렸구려. 그렇지만 꼭대기층에서부터 지하 식료품 저장고까지 죄다 뒤져 보았지만 이 집 어디에서도 그 애 꽁무니도 찾아내지 못한걸요. (다시, 핀란드 말투가 섞인 허둥대는 영어로 하는 말) , 마이크 제발...”

흔히들 뉴욕 같은 대도시가 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그것이 너무 엄격하고 잔인하면서도 과묵하다 못해 어느 순간에들 침묵의 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말들을 한다.

강철같이 매정해요!”

라며 도시를 헐뜯거나,

또는,

도심의 내밀함 속에는 그 어떤 연민과 동정도 없지요.”

라며 가슴을 탕탕 치거나,

혹은,

혼자서 도심의 거리를 거닌다는 건, 외진 숲에 혼자 걷는 것이나, 용암이 팔팔 분출하는 사막 한가운데를 기고만장하게 홀로 걸어가겠다는 거나 같다.”

라고 덧붙인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무 딱딱해요!”라고 말하는 바닷가재 랍스터의 그 두꺼운 껍질 속에도, (비꼬는 말투로) ‘넌더리나게 맛난살점들은 있고 우리 곁을 찾는 법이다.

웃으라고 한 얘기지만 비유가 좀 아쉬워 다르 더 적절한 표현으로 기술할 수 있었음 어땠을까도 싶다.

이는 모두 들어라고 한 얘기도 아니었거니와 상처받으라고 한 얘기를 더더욱 아니니 마음 불편하면 귀담아듣지 않길 바란다.

다만 우린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내부에 달콤한 살점을 갖추어지만, 그 곁을 거북하고 단단한 껍질과 겁나는 집게발로 감싸고서 위협 해오지 않는 그런 것을 두고, 세상 어느 누가 그걸 바닷가재 랍스터!”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제 갈 길을 벗어나 정신없이 길을 헤매이고 있을 어린 것의 소식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사람들이 없는 건 어쨌거나 인지상정인 게다.

특히나 걸음도 불확실하고 체력도 약한 아이들에게 이 도시의 길들은 가혹하리만치 가파르고 낯설기만 한 것도 사실이니.

그래서 미 육군 소령 그리그 씨는 이 고통받고 있을 소년을 생각하며 허둥지둥 하숙집 건물 모퉁이까지 가 여러 건물들의 끝까지 금새 내려간 다음, 그대로 쭉 북쪽 방향을 향해 올라가다, 아니 이건 또 뭔가 생뚱맞게도, “냉큼!”하고서 느닷없이 술을 파는 빌리 네가게로 들어가질 않았던가.

버번위스키(아메리칸위스키. 미국식 소주) 한 잔만 가장 싼 걸로 부탁해,”라며 먼저 말문을 튼 후 그는 다짜고짜 종업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혹시 여기 이 근방에서 웬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악동 아이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는 걸 못 봤나? 어린애가 팔자 다리에 평상시에도 얼굴에 거뭇짭짤한 때를 달고 사는 애인데, 본 적 있나?”

그즈음 하숙집 계단에선 보험판매원 투미 씨가 여전히, 여성용 모자 판매원인 미스 퍼디 양의 손을 꼭 쥔 채로 놓아줄 생각 없이 앉아 있었다.

그 어린 것을 생각해봐요,”라며 미스 퍼디 양이 말했다. “엄마 품을 떠나 길을 잃다니요... 아마도 지금쯤이면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의 갈라진 쇠발굽들 아래 짓밟혔을 수도... 아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지 않나요?”

왜 아니겠습니까?”라며 투미 씨는 동의한다면서도, 웬걸 그녀의 손을 더 꼭 쥐며 말했다. “저도 좀 뛰어가서 (그녀의 손을 다시 한번 꼭 쥐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긴 망설인다는 의미로) , , 좀 도와줄까 하네요!”

그러셔야지요,”라며 퍼디 양이 말했다. “암요. 다만 그렇더라도, , 투미 씨, 너무 뛰진 마세요... 너무 분별없이 나대시다가는... 아이를 덮친 운명이 장난스레 이번엔 당신을 겁박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되면...”

그 시각 데니 영감탱이는 신문에 실린 미국 노동법 관련 중재 재판소에서 조율해줬다는 노동 협약서 한 장을 한 줄 한 줄 차근차근 손가락 이쪽 끝에서부터 저쪽 끝까지 쭈욱 그어가며 마저 다 읽고 있었다.

2층 하숙집 맨 앞쪽 방에선 좀 전까지 한 창 부부싸움이던 매캐스키 씨와 부인이 창문깨로 나와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기운을 회복하고 있었다.

매캐스키 씨가 집게손가락을 오므려 입고 있던 조끼에 덤성덤성 달라붙은 순무(유럽산 무)를 하나씩 떼어냈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라 소금에 절인 구운 돼지고기가 눈에 달라 붙어 있다고 건강에 좋을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한참 딷아내던 찰나였다.

또다시 아래층 1층 현관에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마냥 성내는 듯한 포효가 나 매캐스키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아래층 현관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우리 애 마이크가 사라졌다니,”라며 한 마디 비명 후 매캐스키 부인이 연신 숨을 고르며 말했다. “우리 작고 귀여운 말썽꾸러기 천사 개구쟁이가 사라지다니요!”

어디 잘못 두고 오신 건 아니시고요?”라며 매캐스키 씨가 창문 밖으로 마저 고개를 더 내밀며 말했다. “그럼, 이제, 상황은 더 나빠졌네, 완전. 아이들은, 사뭇 다르데. 여편네들이야 사라져 봤댔자, 어디 싸돌아다니다 그리된 거니 잠시나마 가정에 조용함과 평온을 가져다준다지만, 애들은 사뭇 다르데 이거 원 참.”

그 말은 애써 못 들은 체하며, 매캐스키 부인은 지극시 남편의 한쪽 팔을 안는다.

,”라며 그녀가 돌연 감상적이 되어선 말한다. “사라졌다는, 머피 부인의 어린 애 말이에요. 길 잃은 어린 것에 이 도시가 어디 작은 곳도 아니고. 6세라는데. , 그럼 우리가 6년 전에 결혼했을 때 그때 바로 애를 가졌더라면 딱 고만할 나이일 텐데요 우리 애도 그치.”

우린 애가 없잖소.”라며 사실에 정색하며 매캐스키 씨가 말했다.

그렇지만 만일 가졌더라면요, , 오늘 밤 우리 애간장도 머피 부인처럼 찢어지고 있었을 테지요, 우리 애 펠런도 나가 놀다 어느새 이 큰 뉴욕에서 길을 잃고 실종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잖아요.”

왜 바보 같은 소릴 자꾸 찢걸여,”라며 매캐스키 씨가 말했다. “태어날 애 이름은 전부터 우리 아버지 이름을 따서 으로 하기로 짓기로 했었잖아.”

당신 거짓말도 참!”

라며 매캐스키 부인도 지지 않고 말했다. 다만 그 언어엔 어떤 노여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가 마저 말했다.

우리 오빠 이름이 백 배 낫다니까요 또 그러시네 자기도 참. 어디 진흙탕 같은 진창에서나 빠져 나뒹굴다 지은 거 같은 당신 가문 매캐스키 성 씨의 사람들 12명을 한 다스로 다 데려와봐요, 우리 오빠 이름이 훨 낫지. 애 이름은 꼭 우리 오빠 이름으로 지었어야 하는 건데.”

매캐스키 씨가 이번엔 아무 말이 없었다.

매캐스키 부인이 창문 아래쪽 틀에 몸 기대며 아래층 1층 현관 주변에서 사람들이 부단히 설쳐대며 돌아다니는 모양새를 가만히 지켜본다.

,”라며 매캐스키 부인이 좀 전부터 누그러진 표현에 더 감정을 실어 온화하게 사과한다. “아깐 성마르게 굴어 미안해 여보.”

어디 또 뭔 잔소리야,”라며 매캐스키 씨가 말한다. “그만 됐고. 순무(유럽산 무)들일랑 얼르치우고 거나하게 커피나 한잔 끓여서 가져와봐. 성마른 푸딩 마냥, 허겁지겁 순무 마냥, 어릿어릿 커피 마냥, 이번엔 뜸이나 들이지 말고 어여 커피나 가져와 보라고. 이게 한 끼 간단히 때우는 식사지 저녁이 뭐 대수겠어.”

매캐스키 부인의 한쪽 팔이 자연스레 남편의 한쪽 팔 안으로 미끌어져 들어가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그 거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남편의 손을 잡아준다.

가련하게도 머피 부인이 또 우나 봐 여보, 들어봐,”라며 그녀가 말한다. “이 큰 뉴욕시에서 그것도 그 어린 걸 잃어버리다니 참 안 됐기도 하지. 우리 애 펠런, , 우리 애 펠런도 저리되었으면 내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고 있었을까...”

또다시 계속된 아들 얘기에, 매캐스키 씨가 그만 하라는 듯 애써 아내의 손을 쉬이 뿌려친다.

그렇지만 그는 도로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아내의 손을 푼 그 손으로 아내의 어깨를 전보다 더 도타운 정으로 감싸안고 있었다.

그런 어리석은 얘기랑은 그만하라니까 그러네, 여보,”라며 그가 말만 그렇게 했다... “우리 애 이 낯선 사람에게 데려가지거나 어디서 잘못되기라도 했어 봐, 내가 당장 그놈이든 누구든 모가지부터 따고 봤지. 그렇지만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잖소 여보. 그러니 자꾸 그런 어리석은 소릴랑은 말어, 주디(아내 이름). 아까 일은 미안해.”

그들은 서로 몸을 기대며 아래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애끓는 사건의 현장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한참을 거기에 앉아 있었다.

사람 다니는 인도()를 따라 모여든 사람들로 인원은 많아지더니 그들이 서로 자기들끼리 질문도 하고 하면서 전혀 새로운 루머와 근거 없는 각종 추측들을 공중에 그야말로 뿌려대고 있었다.

머피 부인은 모여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앞으로 떠밀려 갔다 뒤로 떠밀려 갔다 하며 나부끼고 있었다, 마치 눈물 폭탄에 무너진 산사태 마냥, 연약하게.

그 와중에도 동네 소식통들은 계속 여기 저길 오고 가며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때 큰 소리가 더 들리는가 싶더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큰 소요가 집 현관 앞에서 다시 일어난다.

뭐 우리 주디를 찾았다고?”라며 매캐스키 부인이 되물었다.

이건 머피 부인의 목소리인데,”라며 매캐스키 부인이 잘 들으려고 그 방향으로 귀를 더 쫑긋 세우며 말한다. “잘 들어봐 여보, 그녀 말로는 머피 부인 자신의 방 침대 뒷편에, 옛날부터 동글게 돌돌 말아놓은 마루 깔개 하나가 있는데, 그 돌돌 말다 만 마루 깔개 바로 뒷편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어린 마이크를 발견했다는 군요.”

이것으로 당신의 펠런도 찾았겠군,”라며 매캐스키 씨가 슬쩍 빈정대듯 냉소적으로 말한다 우리 이라면 절대 그런 장난을 칠 애가 원래부터가 아니니까. 그러니 어디 한 번 생각해봐, 우리가 평생 낳아보지도 않은 부차적인 게 길을 잃던 누군가가 데려가던 그럼 그때 가서 우리 애 이름을 펠런으로 하자 이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애가 실제로 있을 땐 말이야. 그렇지만 있지도 않은 애 보고 자꾸 사라졌네 마네 낳았네 마네 할 거라면, 저 부인 네 못난 아들래미처럼, 우리 애도, 어디 털 다 빠진 지저분한 똥개 마냥 어디 누추한 우리 집 침대 밑에나 들어가 하루 종일 퍼질러 자는 바람에 나오지 않을지 모르니 이번 한 번에 당신이 시간을 내 어디 한번 거나하게 찾아보라고 내 한, 소리였어.”

이 말에 기어이 우리의 매캐스키 부인도 다시 한번 더 호흡이 곤란해 오는 걸 느꼈다.

그녀는 육중한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러더니 이내 부엌이 있는 접시꽂이 찬장 쪽으로 걸어간다.

그녀는 좀 전의 무드고 뭐고 감흥이 다 깨어, 남편의 방금 블랙 유머에 입꼬리가 지금 아래쪽으로 축 처진 상태였다.

그녀는 이번만은 정말 잘 깨지는 접시 같은 부엌 가재도구들로만 골라 이 못된 남편의 말버릇에 대응해줄 참이었을 게다.

소란을 피해 자신의 담당 순찰 구역을 잠시 벗어나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구역에 들어서게 된, 뉴욕 경찰관 클리어리 씨가, 다시 이 하숙집 구석을 돌며 두 번째로 자신의 모습을 거리에 드러냈을 땐, 이미 이 일대의 소동꺼리와 모여 있던 사람들은 죄다 사라지고 난 뒤였다.

그래서 사건에서 벗어났다 싶어 안도하는 경찰관 클리어리 씨를 화들짝 놀라게 한 사건이 또 발생했는데, 아 글쎄 이 하숙집 2층 앞쪽 1인 가구 방인 매캐스키 씨 숙소에서 또 소리가 들려 귀가 쫑긋 선 것이다.

결국 1초도 안 되어 클리어리 경찰관의 예측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그가 자리를 떠날 때처럼 지금도 2층 매캐스키 씨 방에선 철로 만든 다리미 같은 무거운 도구나 도자기 접시 같이 중간 무게의 도구나 부엌 가재도구 같이 가벼운 무게의 것들이 와장창!” 깨지며 찌끈등!” 부러지는 각종 충돌음과 서로 상대방에게 퍼붓는 점잖치 못한 말들과 함께 무한 원형 고리를 그리며 오고 가며 소란이 피어나고 있었던 게다.

어이가 없어서 경찰관 클리어리 씨도 호주머니에게 시계를 꺼내 본다.

원 세상에 이 동네 분들은 정말 어느 한 분도 방심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니깐!”라며 경찰관 클리어리 씨가 탄식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얀 매키스키 씨와 그녀의 아내 되시는 분께선 지금 근 내 시계 기준으로만 해도 1시간 15분 동안이나 저렇게 그릇들을 내던지며 부부싸움을 해오고 계시는 거란 말이네. 그래 내가 아는 육중한 매키스키 부인이라면 서방님 주둥이에 20킬로그램(kg)짜리 폭탄 덩어리 조림을 내던지시고도 남을 분이긴 하지. 부디 그걸 잘 방어할 수 있게 그녀 남편의 팔에도 더 큰 근력()을 주시옵소서, 하느님.”

그러고는 이 일대가 여전히 소란스러운 것에 금새 또 지친 나머지, 자칫하다간 자기 자신도 그 일에 말려들 걸 우려한 나머지 경찰관 클리어리 씨는 또 총총걸음으로 이 하숙집 다른 귀퉁이를 돌아 금세 자기 순찰 구역인 이곳을 벗어나려는 의지로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만다.

그때 때마침 우리의 데니 영감탱이도 뭔 생각인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읽고 있던 오늘자 종이신문을 황급히 접곤 서둘러 1층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 4층 복도 뒷쪽의 자기 방으로 퇴거하는데...

다름 아니라, 하숙집 주인인 육중한 머피 부인이 밤이 되어서 하숙집 1층 현관문을 이제 막 잠그러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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