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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의 조종(弔鐘) 소리

Bollnow 2024. 4. 20. 05:38

결혼식의 조종(弔鐘) 소리

Nathaniel Hawthorne

 

뉴욕시에는 내가 언제나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교회가 하나 있다. 우리 할머니의 소녀 시절에 그 교회에서 매우 독특한 결혼식이 올려졌다고 하기 때문이다. 덕망 있는 숙녀였던 할머니는 우연한 기회에 그 결혼식의 목격자가 되었는데, 그 뒤로는 늘 그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지금 얘기하려는 건물이 할머니께서 이야기하던 바로 그 건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내가 고적 연구가인 것도 아니고, 또한 나의 실수라고 할지라도 이런 기분 좋은 실수를 그 건물의 문 위 초석에 새겨 놓은 건립 날짜를 읽어 봄으로써 시정한다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 것 같지도 않다. 그 건물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장엄한 교회였는데, 그 안에는 납골 단지들과 돌기둥, 방첨탑, 그리고 기념이 될 만한 대리석 조각과 개인적인 기증품들과 역사적인 인간을 기념하기 위한 보다 더 영광스런 기념품들이 있었다. 그런 장소라면 비록 그 탑 바로 밑으로 혼잡한 시가지의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어떤 전설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느껴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 결혼식은 여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과거에 두 번씩 결혼한 경험이 있고, 남자의 입장에서는 비록 사십 년간이나 독신주의를 고수해 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찍이 정해 놓은 약혼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예순다섯 살인 엘렌우드 씨는 부끄럼을 잘 타는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은폐된 생활을 하지는 않았고, 자기 생각만 하고 사는 사람들처럼 이기적이기는 했지만 때로는 관대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일생동안 학자로 살아오긴 했지만, 그는 언제나 나태했다. 그의 학문이란 대중의 이익에 있어서나 자기의 개인적인 야심이란 면에 있어서나 구체적인 목표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거만하게 자라났고, 괴팍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신사였으며, 때때로 자기 자신을 위해 사회의 일반적인 규칙을 상당히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 그의 성격에는 비정상적인 데가 많았으며,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병적인 감수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례에서 엄청나게 벗어난 행동을 하여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광기가 유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의 족보를 조사해 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의 변덕은 열중할 목표가 없는 공허한 마음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며, 다른 먹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자신을 먹어치우는 그런 이상 심리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미쳤다면, 그것은 목표도 없고 실패로 끝난 생활의 결과이지 결코 그 원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브니 부인은 나이만 빼놓고는 모든 면에서 자기의 세 번째 신랑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그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약혼을 파기하고 자기 나이의 두 배가 되는 어떤 남자의 모범적인 아내가 되었다가, 그가 죽어 버림으로써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그 뒤 그녀보다 훨씬 어린 남부의 신사와 결혼했는데, 그는 그녀를 찰스턴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서 몇 해 동안 불유쾌한 세월을 보낸 후 그녀는 다시 과부가 되었다. 대브니 부인과 같은 그런 삶을 겪고도 어떤 섬세한 마음씨가 남아 있다면 그건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일찍이 겪어야 했던 실망과,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차가운 의무감, 두 번째 결합에서 그녀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차라리 그의 죽음을 바랐을 정도로 불친절했던 남부 출신 남편으로 인하여 겪게 된 본성의 붕괴 등으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은 깨지고 사라져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녀는 여인 중에서 가장 현명하지만 가장 사랑스럽지 못한 여인이었고, 침착하게 마음의 시련들을 참으면서 자기에게 행복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을 모두 멀리하고, 자기에게 남아 있는 것들만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철학자였다. 모든 문제에 있어 현자인 체하는 이 과부는, 자기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이러한 결점 때문에 오히려 좀 더 호감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겐 아이가 없었으므로 딸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남겨 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늙어서 추해지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는 시간과 싸웠으며,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장밋빛 젊음을 꽉 붙들고 있었으므로, 시간의 도둑은 마침내 그녀의 젊음을, - 빼앗는 수고를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 약탈을 포기해 버린 것 같았다.

매우 세속적인 그녀가 엘렌우드 씨와 같이 비세속적인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발표를 한 것은 자기 고향 도시에 돌아온 직후의 일이었다. 피상적인 구경꾼이건, 아니면 내막을 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건 간에 모두들 이 결혼을 성사시키는 데 있어서 여자 편에서 더욱 능동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었다. 또한 이 어릴 적 애인들의 늦은 결합을, 인생살이에서 여러 사건을 겪는 동안 참다운 감정을 잃어버린 여인을 때때로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감상과 낭만의 그럴듯한 망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은 세속적인 지혜가 모자라기는 하지만 남의 비웃음을 사는 것에 대해 몹시 예민한 이 신사가, 신중해야 할 일을 어떻게 그토록 우스꽝스럽게 처리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결혼식 날은 다가왔다. 결혼식은 감독교의 형식에 따라 거행하게 되었고, 하객들의 수에 따라 교회를 개방하였는데, 구경꾼들은 2층 관람석의 앞자리와, 성단 부근과 넓은 통로를 따라 놓인 좌석들을 다 차지해 버렸다. 약속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 시대의 관습이 그러했는지 신랑 신부는 교회까지 따로따로 걸어가게 되어 있었다. 어떤 우연한 사건 때문에 신랑은 그 과부와 그녀의 들러리들보다 약간 지체했다.

몇 대의 구식 마차의 시끄러운 바퀴 소리가 들리자 신부 측 일행을 이룬 신사 숙녀들이 햇살이 부서지는 듯한 밝고 명랑한 소란 속에 교회 문을 들어섰다. 그 중심인물만 빼놓고 일행은 모두 젊고 쾌활한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이 교회의 넓은 복도로 들어올 때, 교회의 양편 좌석과 기둥들이 갑작스레 빛나는 듯이 보였다. 그들의 발걸음은 교회를 무도회장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경쾌했으며, 손에 손을 잡고 금방 춤이라도 출 듯이 성단 쪽으로 나아갔다. 그 장면이 너무도 휘황찬란했으므로 사람들은 발이 문턱에 닿는 순간, 그녀 머리 위에 있는 탑에서 종이 무겁게 울려서 깊숙한 조종 소리를 냈던 것이다. 그녀가 교회 안으로 들어섰을 때 종소리의 여운이 점점 사라지다가 길게 꼬리를 끌면서 엄숙하게 되울렸다.

"맙소사! 이 무슨 흉조일까." 한 젊은 처녀가 자기 애인에게 속삭였다.

"맹세코." 하고 그 신사가 대답했다. "저 종은 자진해서 울리는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나 보군. 저 여자가 결혼을 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줄리아, 만일 당신이 저 성단을 향해 걸어간다면 가장 즐거운 종소리가 울려퍼질 텐데 말이야. 저 여자에게야 장례식 종소리밖에 더 있겠어."

신부와 그 일행은 너무 법석을 떨며 입장하느라 첫 번째 종소리는 듣지 못했거니와 최소한 그런 괴상한 환영을 받으며 성단으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조차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그 쾌활함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그 시대의 휘황찬란한 옷들 - 진홍빛 벨벳 코트와 금테를 두른 모자, 버팀대를 넣은 스커트, 무늬 넣은 비단 자수품 혁대 장식, 지팡이, - 이 모든 장신구들이, 그들의 화려한 옷차림에 기가 막히도록 잘 어울려서 그들은 실제 모습보다 훨씬 더 밝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런데 어떤 악독한 취미가 화가로 하여금 그 주인공을 그토록 늙고 시들어 빠진 모습으로 그리게 하고, 반면에 의상은 가장 휘황찬란한 색채로 장식하여, 마치 사랑스러운 처녀가 갑자기 나이를 먹어 쇠잔해져서 자기 주위의 미인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단 말인가! 어쨌든 그들은 계속 걸어갔는데, 통로의 삼분의 일 정도까지 왔을 때 다시 그 종소리가 울렸고, 그 종소리는 교회를 눈에 보이는 어둠으로 가득 채우는 것 같았으며, 그 행렬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 다시 빛날 때까지 그 화려한 행렬을 흐릿하게 어둠으로 덮어 버린 것 같았다.

이번에는 왁자지껄해지면서 그 행렬이 멈추었고, 신사들 쪽에서는 어수선하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들이 그렇게 우왕좌왕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이슬에 젖은 두 개의 봉오리를 가진 줄기 위에 갑작스레 바람이 불어와서, 그 중 늙고 갈색으로 바랜 시든 장밋빛 이파리들을 흩날려 버리려고 하는 순간의 찬란한 꽃다발에 비유할 수나 있을지- 이것은 젊고 아름다운 들러리들 사이에 있는 과부의 모습의 상징이라고나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신부의 영웅적 자질은 대단한 것이었다. 신부는 마치 그 종소리가 자기 심장 위에 똑바로 떨어지기라도 한 듯이 처음엔 몸서리를 쳤으나, 곧 제정신을 되찾아 들러리들이 아직도 혼비백산하고 있는 동안 스스로 앞장을 서서 침착하게 통로를 걸어 나갔다. 종소리는 마치 시체가 무덤을 향해 나아갈 때처럼 쓸쓸한 박자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 어린 친구들은 약간 신경과민이 된 모양입니다." 하고 과부는 미소 지으면서 성단에 서 있는 목사에게 말했다. "가장 즐거운 종소리의 안내를 받으면서 이루어진 많은 결혼식도 나중에 불행하게 되는 것으로 보아 이처럼 기이한 환영을 받고 보니, 오히려 더 좋은 행운이 기대되는군요."

"부인." 하고 목사가 몹시 당황하여 대답했다. "이런 이상한 일을 겪고 보니 저 유명한 테일러 주교님의 결혼 설교가 생각나는군요. 주교님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이나 미래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그분 특유의 그 풍부한 화술로 엮어 나갔지요. 마치 신방에다 검은 헝겊을 드리우고, 관 뚜껑에 덮는 휘장으로 결혼식 의상을 지은 것 같았답니다. 결혼 예식에다 뭔가 슬픈 요소를 가미하는 것은 여러 나라의 관습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인생의 가장 중대한 약속을 맺는 동안 마음속에 죽음이라는 생각을 간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장례의 조종 소리에서, 슬프지만 또한 유익한 교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사는 이처럼 열심히 그 교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 괴상한 사건을 조사하여 이 결혼식에 음침하게도 잘 어울리는 그 종소리를 중지시키도록 사람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속삭임 소리만이 침묵을 깨뜨리는 동안 짧은 시간이 흘러갔으며, 처음의 충격이 사라지자 신부 측 일행과 구경꾼들 중 몇몇 사람들은 킥킥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었다. 그들은 이 사건에서 심술궂은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것 같았다. 늙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볼 때보다 젊은 사람들이 늙은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보게 될 때 더 무자비하게 구는 법이다. 과부의 시선은 잠시 동안 교회의 창문 너머로 이리저리 방황하였다. 마치 첫 번째 남편을 위해 그녀가 바쳤던 낡아 빠진 대리석 묘비를 찾아보려는 듯이. 그런 뒤 그녀의 눈꺼풀이 흐릿한 눈 위로 내리 덮이면서 그녀의 생각은 또 다른 무덤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땅에 묻힌 두 남자가 과부의 귓가에 대고 자기들 옆에 와서 누우라고 멀리서 외치고 있었다. 한순간 진실한 감정으로 그녀는 아마 만일 몇 년 동안 축복의 세월을 보낸 뒤에 저 종소리가 지금 자기의 장례식에서 울리는 것이라면, 그리고 자기의 첫사랑이자 오랜 동안 남편이었던 사람의 두터운 사랑 가운데 무덤으로 인도되어 간다면, 자기의 운명은 얼마나 더 행복할 것인가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자기들의 차가워진 가슴이 서로의 포옹을 겁내게 된 지금에 와서야 그녀는 그에게 되돌아온 것일까?

아직도 죽음의 종소리를 그토록 침통하게 울리고 있어서 햇빛은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하나의 속삭임이 창가에 가까이 서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와 점차 교회 전체로 퍼져갔다. 신부는 성단에서 살아 있는 신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몇 대의 마차를 거느린 영구차 한 대가 교회 묘지로 죽은 사람을 운반하기 위해 거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여 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신랑과 그 친구들의 발자국 소리가 문 쪽에서 들렸다. 과부는 통로 쪽으로 바라보다가 뼈만 남은 손으로 들러리 중의 한 처녀의 팔을 무의식적으로 난폭하게 붙들었다. 그 아름다운 처녀는 몸을 떨었다.

"깜짝 놀랐어요, 아주머니!" 하고 그녀가 외쳤다. "도대체,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 하고 과부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리석은 공상을 떨쳐 버릴 수 없어서 그래. 신랑이 죽은 내 전 남편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교회로 들어올 것만 같아!"

"보세요, 봐요!" 그 처녀가 외쳤다. "이게 웬일이에요? 장례식이라니!"

그녀가 말하고 있는 동안 검은 행렬이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맨 먼저 어떤 노인과 노파가 마치 장례식의 상주처럼 창백한 얼굴과 흰 머리만 빼고 온통 칠흑처럼 검은 차림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무감각한 한쪽 팔로 늙어빠진 아내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 뒤에 다른 한 쌍의 부부가 나타났는데, 그들 부부도 첫 번째 들어온 사람들과 똑같이 검은 옷을 입고 슬픔에 잠긴 늙은 모습으로 따라 들어왔다. 그들이 가까이 오자 과부는 그들의 얼굴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옛 친구들의 흔적을 하나하나 알아보았다. 그들은 마치 그녀에게 수의를 준비하라고 경고하기 위해 그들의 낡은 무덤에서부터 되살아나 지금 막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또는 그녀에게 자기들의 주름살과 병약한 몰골을 내보임으로써 그녀의 노쇠를 증명하여, 그녀가 자기들의 동반자라는 것을 주장하려는 달갑지 않은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 그녀는 그들과 함께 수많은 즐거운 밤을 춤을 추며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손을 청하면서 장례식의 종소리에 맞춰 다 함께 죽음의 춤을 추자고 하는 것 같았다.

이 늙은 조객들이 통로를 지나가는 동안, 좌석마다 가득 찬 구경꾼들에겐, 지금까지는 그 주위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로 가려져 보이지 않던 어떤 형체를 보고서 억제할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돌려 버렸고 어떤 사람들은 굳은 채로 바라보고 있었고, 또 어떤 소녀는 신경질적으로 낄낄거리고 웃더니 입술 위에 웃음을 띤 채로 기절해 버렸다.

그 유령 같은 행렬이 성단 가까이 왔을 때 그 부부들은 제각기 따로따로 떨어져 천천히 갈라졌으며, 그러나 한가운데 이 침통한 행렬과 죽음의 조종 소리와 장례 의식에 의해 운반된 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수의를 입은 신랑이었다!

무덤의 옷 이외에는 어떤 옷도 그 송장 같은 모습에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두 눈은 무덤 속의 등불 같은 사나운 광채를 담고 있었다. 다른 부부들도 모두 관 속에 든 늙은이 같은 엄숙한 냉정함으로 굳어 있었다. 시체는 움직이지 않고 서서, 대기 중의 무겁게 떨어지는 종소리에 녹아드는 듯한 어조로 과부에게 말을 건넸다.

", 나의 신부여." 그 창백한 입술이 말했다. "상여는 준비되어 있소. 교회지기가 무덤의 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오. 결혼합시다, 그리고 우리의 관으로 갑시다!"

과부의 공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과부는 죽은 사람의 신부답게 유령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과부의 젊은 친구들은 그 조객들과 수의를 걸친 신랑과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고선 몸서리를 치며 뿔뿔이 흩어졌다. 이 모든 장면은,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나이와 노쇠와 슬픔과 죽음에 직면할 때 이 세상의 모든 도금한 허영은 얼마나 헛된 아귀다툼에 불과한 것인가를 보여 주고 있었다. 목사가 두려움으로 굳어 버린 장내의 침묵을 맨 처음 깨뜨렸다.

"엘렌우드 씨." 그는 다소 권위 있는 태도로 부드럽게 말했다. "이 무슨 부당한 짓이오. 당신의 마음은 매우 흥분되어 있소. 결혼식은 연기되어야 하오. 오랜 친구로서 말하는데,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시오."

"집이라고요! 그래요, 그러나 나의 신부가 없이는 못 갑니다." 여전히 공허한 어조로 그가 대답했다. "당신은 이것을 장난이나 아니면 미친 짓으로 생각하시는군요. 만약 내가 이 늙고 망가진 몸에 수놓아진 주홍빛 옷을 걸치고 있다면 - 만약 내가 시들어 빠진 입술을 벌려 죽은 내 심장에 웃음을 띠어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놀림감이고 미친 짓일 것이오. 그러나, , 여러분, 여기까지 결혼 의상을 입지 않고 온 사람은 신랑입니까, 신부입니까!"

그는 유령 같은 발걸음으로 걸어나가서 끔찍할 정도로 단순한 자신의 수의에다 이 불행한 장

면을 위해 그녀가 차려 입은 호화 찬란한 옷을 견주면서 과부 옆에 섰다. 그들을 바라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혼란된 지성이 이끌어 낸 이 교훈의 무서운 힘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잔인해요! 잔인해요!" 비탄에 잠긴 신부가 울부짖었다.

"잔인하다고!" 하고 그는 되풀이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검 같은 자세를 허물어뜨리며 강렬한 고통 속에 말을 이었다. "우리 중의 누가 상대방에게 잔인했는지 하느님은 심판하실 거요. 젊은 시절 당신은 내게서 행복과 희망과 목표를 빼앗아 버렸소. 당신은 내 생의 본질을 무너뜨리고 그것을 슬퍼할 실체도 없는 몽상으로 만들어 버렸소. 그러나 사십 년이 지난 후, 내가 나의 무덤을 세우고 그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지금에 와서 - 아니오, 우리가 옛날에 설계한 적이 있었던 그런 생활을 위한 것은 아니오- 당신은 나를 이 성단으로 불러 냈소. 당신의 부름에 따라 나는 이곳에 왔소. 그러나 다른 남편들이 당신의 젊음과 아름다움과 따뜻한 마음, 그리고, 당신의 생명이라 일컬어질 만한 모든 것을 모조리 향락해 버렸소. 그러니 나를 위해서는 당신의 파멸과 죽음 이외에 무엇이 남아 있겠소? 그러므로 나는 문상객들을 청하고 교회지기에게 가장 우울한 조종 소리를 부탁하고 수의를 입고서 장례 의식으로 결혼을 하려고 이곳에 온 거요. 우리는 무덤의 문 앞에서 손을 잡고 함께 그곳으로 가야 하오."

그때 신부를 움직인 것은 광란도 아니었고, 또 이런 일에 익숙치 못한 마음에 일어난 강렬한 감정의 취기도 아니었다. 그날의 엄숙한 교훈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의 세속적인 마음은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신랑의 손을 잡았다.

"!" 그녀는 외쳤다. "무덤의 문 앞에서라도 결혼합시다! 나의 인생은 허영과 공허 속에 사라져 버렸어요. 그러나 끝에 이르러 하나의 진실한 감정이 생기는군요. 그것은 나를 젊었을 때 같이 만드는군요. 그것이 나를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우리 두 사람에겐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영원을 위해서 결혼합시다!"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신랑은 신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시체의 얼어붙은 가슴에서 인간적인 감정이 솟구친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한 일인가! 그는 수의로 자기 눈물을 닦았다.

"젊은 시절의 애인이여." 그는 말했다. "내가 너무 거칠었소. 내 평생의 절망이 한꺼번에 밀어닥쳐서 나를 미치게 했소, 우린 이제 인생의 저녁에 접어들었소. 그러나 우리는 행복을 꿈꾸던 우리들의 아침의 꿈을 둘 중 아무도 이루지 못했소. 우리는 한평생 동안 부당한 운명 때문에 헤어져 있었지만,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다시 만나, 자기들의 지상의 애정이 종교처럼 어떤 성스러운 것으로 변화되는 것을 발견하는 애인들처럼 지금 이 성단 앞에서 우리의 손을 잡읍시다. 영원의 결혼에 비한다면 시간이란 대체 무엇이겠소?"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흥분된 감정 속에서 두 사람의 불멸의 영혼은 결합의 예식을 올렸다. 늙은 조객들의 행렬과 수의를 입은 백발의 신랑, 창백한 모습의 늙은 신부, 결혼 축사를 압도할 정도로 울려 퍼지는 죽음의 종소리,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희망들의 장례식을 표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예식이 진행됨에 따라, 풍금소리는 이 감동적인 장면에 공감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처음엔 저 침통한 조종 소리에 뒤섞였다가 나중엔 더욱 높아진 선율로, 그 영혼이 자기들의 슬픔을 내려다볼 때까지 찬미가를 노래하는 것이었다. 이 무서운 결혼식이 끝나고 영원의 결혼을 한 신랑 신부가 차가운 손을 잡고 물러갔을 때, 장엄한 승리를 노래하는 풍금소리는 결혼식의 조종 소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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