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봄
어머니의 봄
제임스 야메
화창한 봄날이었다. 어머니가 재혼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아내 셜리와 함께 생각한 것도 그런 봄날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오십 고개를 갓 넘은 정도시니 늙은이라고는 할 수 없고 말고."
하고 나는 말했다.
"어머니는 어느 삼십대 여자보다도 발랄하시고. 첫째, 브롱크스의 아파트에서 우두커니 지내시는 걸 생각하면 안됐고 -"
"알겠어요." 하고 셜리는 여성 특유의 과감한 어조로 말했다.
"누구를 만나게 하시려구요?"
그 대답은 물론 밀너 경감이었다. 그는 살인과의 최고참 형사로 독신인 우리 어머니에겐 안성마춤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외양도 그리 나쁘지 않고 - 키는 크고 여윈 타입이요, 무뚝뚝할지 모르지만 상냥스럽고 알랑거리는 사내보다 어머니의 마음에 들 것이다. 어쩐지 측은한 느낌이 있으며 부끄럼쟁이요 가련한 데가 있으니까 어머니가 휘두르거나 귀여워 할 기회는 많을 것이다.
그는 거기다 또 유대인. 유대인이 아닌 남자라면 어머니에겐 거북살스러울 것이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어머니의 농담 따위를 이해할 리 없다. 거기다 또 가장 좋은 것은 두 사람의 관심거리가 일치되어 있는 점이다. 즉 범죄다.
"그럼, 어떻게 착수한다?" 하고 나는 셜리에게 말했다.
착수는 물론 낭만적으로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이다. 그를 위해서는 악의 없는 약간의 거짓말도 부득이할 것이다. 어머니에게 밀너 경감은 고독하고 처량한 홀아비로서 외식에는 진력이 났으므로 어머니의 가정요리 맛에 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너 경감에게는 어머니는 처량하고 고독한 미망인으로서 자신을 위하여 요리를 만들기에는 진력이 났으며, 맛을 알아보는 멋있는 양반에게 자랑인 쇠고기찜을 대접하고 싶어서 안달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다음 금요일 밤, 셜리와 내가 밀너 경감을 모시고 브롱크스로 저녁식사 대접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다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머니가 경감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 하는 점이었다. 어머니는 지나칠 정도로 소박한 여자여서 생소한 상대자를 당황하게 하는 수가 이따금 있었다. 설령 미합중국 대통령이 저녁식사에 오더라도 어머니는 가난한 평상복으로 맞아들여, 언제나처럼 누들수프를 차려 내고, 언제나처럼 신랄한 투로 그의 시정에 관하여 의견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당초부터 셜리와 나는 기꺼운 놀라움을 맛봤다. 밀너 경감은 대통령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소견으로서는 대통령보다 훨씬 나은 모양이다. 서글픈 눈을 한 부끄럼쟁이인데, 어머니는 옛날부터 서글픈 눈에는 약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사진이 무엇보다도 증거다. 그래서 밀너 경감이 집에 발을 들여 놓은 2분 후에는 어머니의 표정이 누그러져 있었다. 악수를 할 때도 몹시 공손했다. 나에게 대해서는 으례 신랄하고, 셜리에겐 여전히 앙칼진 목소리를 냈으나, 밀너 경감을 향해 앉으면 단연 완벽한 호스티스가 되어 손님의 기분에 신경을 쓰고, 손님의 얘기에는 한껏 흥미를 나타내곤 했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밤도 으슥해졌다. 화제는 제풀에 살인으로 번졌다. 내가 다루고 있는 최근의 사건이 무엇이냐고 어머니가 물었다. 밀너 경감과 내가 바야흐로 같은 사건에 참여하고 있다고 듣자 어머니는 기뻐했다.
그러나 밀너 경감은 조금도 기쁜 얼굴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란..."하고 그는 말했다.
"같은 사람끼리인데도, 경찰에 들어온 지 32년이 되건만 지금도 놀라게 되는 일이 많거든요."
어머니는 웃었다.
"브롱크스에 52년이나 살고 있건만 놀라운 일이란 아무것도 없는걸요."
"아, 그러신가요." 하고 밀너 경감은 말했다.
"그 사건 얘기는 자네가 해보게나, 데이빗.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민단 말이야. 내가 하면 얘기가 헛갈릴 뿐이니까."
어머니가 밀너 경감에게 흘끔 동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을 보고 나는 셜리와 뜻깊은 눈짓을 나누었다. 그래서 나는 얘기를 시작했다.
"특히 마음에 걸리는 건 말입니다..."하고 나는 말했다.
"우리가 범죄 예고를 받고 있었다는 일이죠. 일주일 전에 어떤 부부가 경찰로 찾아왔어요 - 에드워드 원터즈와 부인 에디스. 남편 나이는 사십 가까운, 여위고 얼굴색도 나쁘며 뿔테 안경을 꼈고 연약해 보이고 어쩐지 초조해 뵈는 얼굴이었어요. 여자는 그보다 다소 젊고 몸집이 작지만 무섭게 침착 냉정하고 거만스러웠어요. 거, 틀림없이 남편을 깔아 뭉갤 거예요. 그런 관계가 남자로 하여금 결혼에 냉소적인..."
여기서 셜리의 눈길을 의식하며 나는 부리나케 덧붙였다.
"즉, 수많은 결혼 중에는 그런 것도 있다는 뜻인데요. 대개 결혼이란 인생에 있어서 가장 불가피한 제도죠. 사람은 누구나 이것 없이는 살 수가 없으니까요."
"알겠다, 어서 계속해."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눈이 번쩍 빛난 듯이 느껴져 순간 나는 숨을 죽였다. 셜리와 나의 내심을 어머니가 어렴풋이 눈치챈 것 같았다. '있을 수 있는 노릇일까? 천만에.' 하고 나는 생각했다. 조금도 의심할 리 없는 각본이니까.
"그 윈터즈 부부는..." 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마가렛 백모의 신상을 염려하고 있었어요.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마가렛 백모는 육십 가까운 나이로 몸집이 작고 화사하고, 그러나 미혼으로 빛도 향기도 시든 부인인 셈이죠. 5번가의 낡은 2층집에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의지할 사람이라곤 조카인 에드워드와 그의 아내 에디스 뿐이었대요. 백모는 두 사람을 귀여워하고 있었으며, 두 사람도 백모를 따르고 있었던가 봐요. 한 주일에 두어 번은 함께 식사도 하고. 백모는 두 사람을 연극 구경에 데리고 가고, 두 사람은 백모의 옷을 골라주기도 하고, 생일을 챙겨주었으며...요컨대 사는 보람을 주고 있었어요. 대충 그런 얘기였죠."
"돈 얘기를 빠트렸구나."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놀라며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밀너 경감도 놀란 모양이었다.
"그 화사하고 멋있는 마가렛 백모가 큰 부자였다는 얘기... 그리고 그 조카 부부는 그리 유복하지 못했지. 그 얘기를 빠트렸구나."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 어떻게 추리하셨죠?" 하고 나는 말했다.
"추리? 누가 추리 따위를 하니?"
어머니는 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그렇게 말했잖니. 말끝마다에서 그렇게 말했어. 어느 부인이 5번가의 2층집에서 살고 있다면 부자야. 땅값이나 세금이나 간에, 5번가는 브롱크스와는 다른 걸."
"하지만 조카 부부 쪽은..." 하고 밀너 경감은 말했다.
"그들에게 돈이 없다는 건 어떻게 아셨나요?"
"데이비의 말인즉, '백모는 두 사람을 연극 구경에 데리고' 갔다는 거 아녜요. 원래는 인정 많은 조카부부가 늙은 백모를 연극 구경에 데리고 가는 게 순서죠. 한데 이 경우에는 백모 쪽에서 푯값을 낸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군요."
"과연!" 하고 밀너 경감은 머리를 조아렸다.
"노련한 판단이십니다."
"확실히 백모가 푯값을 치렀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사실은 윈터즈 부부는 직장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백모한테 얹혀 있었지요. 윈터즈는 생활비를 벌써부터 벌지 않았어요. 건축가라지만, 최근에는 집 한 채도 짓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해요. 뉴욕을 온통 때려 부숴 재건한다는 거창한 계획에 골몰하고 있다나. 부인에게도 재산은 없어요. 중서부 출신으로, 결혼 전에는 비서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도 두 사람은 버젓한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동쪽 60번가의 좋은 아파트에서 살아요. 그렇다고 별로 부정한 생활을 하는 것 같지도 않구요. 그런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마가렛 백모밖에 생각할 수 없지요. 어떻든, 두사람은 수사과를 찾아왔어요. 마가렛 백모를 대단히 염려해서 말예요. '백모를 죽이려는 녀석이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 사람의 이름까지 알고 있구요. 켄터키의 루이빌에서 담배 재배를 하고 있는 토마스 키이스라는 녀석이..."
"잠깐!"하고 셜리가 참견했다. 자기도 수수께끼 풀이쯤은 할 수 있다고 이따금 어머니에게 뽐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당신의 말에는 모순이 있어요. 마가렛 백모가 혈혈단신 고독한 몸이라면, 내성적인 올드 미스로서 조카 부부하고 밖에 상종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 켄터키의 담배 장수 따위를 알고 지내죠?"
"그거야 극히 간단한 문제지."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수수께끼 풀이란 누군가가 생각하는 만큼 손쉬운 건 아니라고, 어머니는 셜리에게 일러주고 싶은 것이다.
"홀로 사는 올드 미스, 상종하는 사람이라곤 친척인 거렁뱅이 부부뿐 - 이렇게 말하면 곧 생각나겠지. 신문의 광고란. 고독한 영혼의 고백. 품위 있고 마음약한 타입의 여성은 필경 편지에나 마음을 털어놓는 법이지."
"굉장하군!" 하고 경감이 말했다.
"그대로였어요, 어머니." 하고 나는 말했다.
"두어 달 전에, 원터즈 부부는 마가렛 백모를 찾아갔어요. 백모가 방에 없을 때, 마침 바닥에 떨어져 있던 편지를 발견했지요. 그게 토마스 키이스의 편지였지요. 캐물었더니, 마가렛 백모는 모든 것을 얘기했어요. 어느 잡지의 광고란에다 이름을 냈다구요. '교양있는 중년 신사와 서신 왕래 원함. 이쪽은 품격 있는 인텔리 부인.'이란 따위의 것이죠. 이 광고에 답장을 낸 사람이 키이스. 조카 부부에게 편지 일을 고백한 무렵에는 키이스와의 사이는 꽤 친밀한 데까지 진행되어 있었대요. 당신은 저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는 따위의 말을 키이스는 써 보냈고, 백모 쪽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댄스를 한 계집애처럼 후끈 달아올라 있었던 셈이죠."
"그 변변찮은 조카 녀석은 그게 마음에 언짢았더란 말이냐?" 하고 어머니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십이 지난 여자는, 인생을 즐길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 말을 들은 나와 셜리는 순간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승리의 시선이었다. 다소 시기상조였는지도 모르지만.
"그야 마음에 언짢았던 거예요." 하고 나는 얘기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곧 마가렛 백모에게 압력을 넣기 시작했어요. '빙충맞다, 유치하다, 위험하다'고 말예요. '상대방은 돈만이 목적으로 백모를 속이고 있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에요. 그런데 그들이 그러면 그럴수록 백모는 더욱 더 완고해질 뿐이었어요. 평소에는 얌전하고 다루기 쉬운 부인이었는데...아직 상대방을 만난 적도 없는데, 키이스와의 관계를 퍽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조카 부부에게 이렇게 말했대요, 무슨 일이 있어도 키이스와의 편지는 그만두지 않겠다고. 난생 처음으로 가져보는 참된 우정이라면서요. 너희들에게도 친구가 있을 텐데, 왜 나에게는 있어선 안 되느냐고."
"훌륭하구나, 마가렛 백모."하고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훌륭하죠, 마가렛 백모."하고 밀너 경감이 아련한 산울림처럼 응했다.
"그나 그뿐인가요."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조카부부가 반대하면 할 수록, 마가렛 백모는 더 열렬하고 친밀한 편지를 키이스에게 써 보냈어요. 이러저러하는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편지 구석구석에 보이기 시작했지요. 윈터즈 부부는 필시 백모를 향해 불꽃 튀기는 장면을 벌렸을 거에요. 두 사람 다 백모를 향해서 언성을 높이거나 한 일은 없다고 우기지만, 아내 에디스 원터즈라면 온건한 한 마디로 대개의 사람들이 아우성쳐도 못 미칠만한 일격을 가할 수 있을 테니까요. 키이스에게서 매우 감미로운 편지가 온 일로 해서 그들은 마침내 경찰에까지 찾아온 셈이죠. 키이스를 형무소에 처넣어 달라는 거예요. 그런 녀석은 화근이라는 거죠. 엉터리 사기꾼, 그뿐인가 - 살인까지도 할 테지. 훨씬 전에 고인이 된 에드워드 윈터즈의 어머니도, 25년 전 쯤에 그런 편지란의 희생자가 됐던가 봐요. 어느 사기꾼한테 감쪽같이 돈을 사기당하고, 어머니는 마침내 실의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죽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이 문제에 각별히 조심하게 된 거죠. 하기야 마가렛 백모의 재산을 켄터키의 담배장수 따위한테 넘겨주기 싫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요. 어떻든, 이쪽으로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할 수밖에. 키이스는 다른 주에 살고 있으며, 범죄가 행해진 것도 아니고, 마가렛 백모에겐 좋아하는 상대자와 편지 왕래할 권리는 있는 셈이니까요. 에디스 윈터즈는 이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어요. 남편과 함께 마가렛 백모의 책상에서 키이스의 편지를 몰래 훔쳐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보이면서 키이스가 요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더군요. 확실히 어쩐지 수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댈 수는 없었어요."
"어떤 양상으로 수상하더란 말이냐?" 하고 어머니가 물었다.
"예를 들어보렴."
나는 잠시 생각했다.
"즉 말하자면 - 메스꺼운 찬사라던지 지극히 남부적인 은유법이 함부로 쓰여 있었어요. 가령 '나의 귀여운 마그노리아 꽃'이라느니, '나의 생명의 별'이라느니 하는 따위. 그것도 조그맣고 호리호리한 노인 특유의 글씨체로, 함부로 끝이 말려 올라간 글씨 - 거, 소위 고풍의 글씨체로 말예요. 헌데 그 편지의 가장 고약한 부분은 추신이죠. '나의 그리운 사람'이니 '귀여운 나의 천사' 같은 건 넘어가더라도 가까운 시일에 부디 뵙고 싶다고 적혀 있는 거예요. '제가 마지막으로 그 거대한 도시를 찾아간 것은 1929년이었습니다. 단 혼자서, 공허한 마음을 안고. 자유의 여신상도 저에겐 공허한 돌덩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굽어봐도 눈 밑에 펼쳐진 것은 오직 집들의 지붕과 굴뚝뿐. 센트럴파크를 거닐어도 나무들은 아무 말도 속삭여주지 않았습니다. 허나, 저는 그곳을 다시금 찾아갈 겁니다. 마음은 기쁨에 넘치고 이 팔에는 당신이 안겨 있고. 그리하여 뉴욕은 마술의 도시가 되겠지요.' 대충 이런 투로 적혔더라니까요. 어머니, 그래 가엾은 마가렛 백모는 이 녀석한테 홀딱 넘어간 거예요."
어머니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게 남자의 논법이란 거야. 이러쿵저러쿵 아양을 떨어놓고, 여자가 항복하지 않으면 낙심한 나머지 떠들어대지. 그리고 일단 여자가 항복해 버리면, 코끝으로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지, '어리석은 계집 같으니!'"
"남자가 모두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셜리는 한마디 참견할 필요를 느낀 모양이다.
"여성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시하는 남성도 있는 걸요."
어머니는 셜리에게 미소를 보냈다. 어머니가 어디까지 눈치 채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케 하는 재빠른 미소를. 허나, 나의 괘념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얘기를 계속하도록 재촉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윈터즈 부부는 분개해서 돌아갔어요." 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경찰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기들이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말에요. 그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는, 나중에 판명됐지요. 에드워드 윈터즈는 토마스 키이스에게 손을 떼도록 경고하기 위하여 그날밤 비행기로 루이빌로 떠났어요. 그런데, 토마스 키이스의 전화번호는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지 않더래요. 그 까닭은 곧 아실 거예요. 그래서 윈터즈는 아침을 기다렸다가 뉴욕으로 돌아왔어요. 오후에 백모를 만나러 갔더니 백모는 몹시 흥분되어 있더랍니다. 키이스에게서 전보를 받았던 거예요. 전보는 수취인 지불로 왔어요 - 아시겠지요, 수취인 지불이요. '그리운 님을 영원히 나의 것으로 삼기 위하여' 오늘밤에 뉴욕으로 간다는 전문이었죠. 그래서 늙은 부인은 온통 흥분해 있었어요. 우정이 거기까지 진행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거예요. 현실적으로 상대방 남자와 결혼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그녀는 온통 마음을 가눌 수 없었던가 봐요. 겁을 먹고 심사가 산란해져 있었어요. 조카 부부더러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키이스가 도착할 때까지 집에 있어 달라고 당부했어요. 그들은 한밤중이 지나도록 기다렸다고 윈터즈 부부는 말하고 있어요. 그러나 키이스는 나타나지 않더래요. 그래서 윈터즈 부부는 단념하고 돌아갔어요. 아침이 되어 마가렛 백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응답이 없더래요. 그래서 집으로 가봤더니 현관의 도어는 열려 있고, 거실 바닥에 백모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는 거죠. 자기의 스카프로 교살당했더래요. 오른손에는 키이스의 전보가 쥐어져 있었구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지극히 명백하지 뭡니까. 조카 부부가 돌아간 다음, 남부의 로미오가 나타난 거예요. 그리하여 결혼하기 위하여 왔노라고 했겠다. 백모 쪽에서는 마음이 변해서 결혼은 하기 싫다고 했고- 전보를 받았을 때 몹시 산란해졌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래서 남자는 흥분해서 죽인 거예요. 그 집에 돈이 있을까 봐 저질렀는지도 모르죠. - 이것이 사건의 줄거리랍니다."
한동안 다들 묵묵히 쇠고기찜을 먹었다. 이윽고 어머니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래, 현재로서는 어떻게 되어 있니?"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켄터키 경찰에 의뢰해서, 그 토마스 키이스라고 하는 사람을 지명수배하도록 했니?"
"깨끗이 일단락 났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어제 키이스의 신병을 넘겨받아서 현재 유치장에 처넣어 뒀어요."
"그 자식은 짐승이에요." 하고 밀너 경감은 말했다.
"그런 건, 사람이 아니지요."
그러나, 어머니는 나를 그윽히 지켜보고 있었다.
"너 정말 찾아냈니? 그런 이름을 가진 남자가 정말 있더냐."
"아, 그 얘기로군요, 어머니."하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물론 키이스라는 건 가짜 이름이었죠. 마가렛 백모에게 보낸 편지에만 썼을 뿐이에요. 그래도 사진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냈어요."
"사진이라니!"
어머니는 우뚝 등줄기를 세우며, 놀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왜 그런 중대한 사실을 감추고 있었니? 죄다 얘기해버리면 내가 풀이하기엔 너무 쉽다고 생각한 거냐? 물어도 괜찮다면, 대체 어디서 그 사진을 찾아냈지?"
"백모의 침실에서요. 정확하게 말하면 책상 밑이죠. 그 남자의 사진을 베개 밑에다 넣고 잤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 리스트를 조사해 보니, 사진의 임자는 샘 키드라는 왕년의 사기꾼이라고 판명됐어요. 짧은 검정색 콧수염도 같고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털도 그대로였어요. 그는 동부를 두루 휩쓸고 돌아다니고 있었지요. 1929년에 뉴욕에서 체포되어 남부 형무소에서 15년간 복역했어요. 석방된 후 처음 저지른 일인가 봐요. 물론 경찰 쪽에서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지요. 잡화상을 하고 있었는데, 북부에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나요. 그렇지만 숨어서 결혼 사기를 일삼고 있었을 테죠."
"그 남자는 1929년에도 그 수법의 사기꾼이었니?"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결혼 사기 따위의?"
"사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하고 나는 말했다.
"바로 그 수법이에요, 어머니. 그를 만나보면 알아요. 경찰에 있는 사진보다는 그야 늙었지요. 요즈음 수염은 반백이고, 머리털은 새하얗지요. 그래도 여전히 남들에게 상냥하고 말은 잘해요. 고독한 늙은이가 홀딱 넘어가는 것도 알 만해요."
"고독한 늙은이란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하는 좋은 예지 뭐에요." 하고 셜리가 참견했다.
"그건 확실해."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주위 사람들이 결혼을 권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위험한 일도 많으니까."
머뭇거리는 셜리를 흘겨보며, 어머니는 내 쪽으로 향했다.
"그래, 그 남자가 켄터키에 살고 있었니? 그 루이빌인지에?"
"아니, 루이빌은 아니죠. 확실히 그게 이쪽의 약점이지만요. 이 샘 키드는 조지아의 애틀랜타에서 잡화점을 경영하고 있었어요. 루이빌 따위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마가렛 백모나 그 조카의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나요. 유감스러운 건 루이빌 전보국의 여사무원은 마가렛 백모에게 그 전보를 친 남자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더구나 필적감정가도 그 편지가 그의 필적이라고 단정하지 못했어요. 아마도 필적을 속이고 있는 듯하다는 거예요. 그 대신 이쪽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점이 있었죠. 샘 키드에겐 살인한 밤의 알리바이가 없다는 점이죠. 비행기로 뉴욕으로 날아가 마가렛 백모를 죽이고 곧 애틀랜타로 돌아오는 건 쉽게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건 안성맞춤인 사건이에요." 하고 밀너 경감이 말했다.
"사람이 무고한 죄로 처벌당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이 지저분한 개새끼와 그 죄 없는 가엾은 부인 - 이건 참으로 안성맞춤인 사건이죠."
"아니죠, 희한한 사건이죠."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단지 곤란한 것은, 그것이 진상과는 퍽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죠."
요즘 나는 어머니의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발언에는 매우 익숙해져 있어 마이동풍으로 흘려듣곤 한다. 그러나 의젓하게 어깨를 움츠리고 미소지어 보이지만 가슴 속에서는 신음할 때도 있다. 자신에게 이렇게 타이르곤 하는 것이다.
'이게 마지막이야 - 어머니도 다시는 이런 일로 내게 심한 타격을 줄 수 없을 거야 - '
하지만 이것은 가슴 속의 독백일 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한다.
딱한 밀너 경감에게는 어머니의 이러한 푸념은 첫 경험이었다. 이런 경우에 태연을 가장하는 따위는 경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모르겠는걸." 하고는 말했다.
"어째서 그런 일이 - 아니, 대체 어째서 그런... 즉,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확신하는 태도로..."
"확신하는 태도로요? 누가요?"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생각이 미쳤을 뿐인걸요. 아무튼 먼저 네 가지 간단한 질문에 대답해 주셨으면 해요. 그러면 확신할 수 있을 거예요."
밀너 경감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네 가지 질문? 모르겠는데요. 어떤 질문이죠?"
나는 재빨리 대화를 가로막았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어머니는 질문하기를 좋아하셔서요. 취미라고 하면 좋을까요. 말하자면 이상한 호기심의 발동이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심 조마조마했다. 어머니의 '간단한 질문'이란 것이, 간혹 뚱딴지 같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어머니의 머리가 이상하지 않나 하고 밀너 경감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해보세요, 어머니."하고 나는 말했다. 나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질문해 보시죠." 하고 밀너 경감이 말하자 어머니는 매우 사무적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첫째 질문. 마가렛 백모가 그 토마스 키이스 인지에게서 받은 편지의 소인은 어디였던가? 참으로 루이빌에서 왔더냐?"
이 질문은 조금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셜리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머니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요." 하고 나는 말했다.
"샘 키드가 그 편지를 루이빌에서 부쳤다면 하는 생각 말이죠. 아틀랜타에서 바로 부친 거라면 소인을 보면 나타나니까, 그건 강력한 증거가 되겠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게 막다른 길이에요. 마가렛 백모는 편지 봉투는 보관하지 않았거든요. 윈터즈 부부의 말인즉 백모는 모두 버렸다는 거예요."
"그래?"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단다."
"안심했다구요? 하지만 어머니, 이건 조금도 좋은 얘기는 아닌데."
어머니는 거침없이 계속했다.
"둘째 질문. 마가렛 백모는 노처녀의 예에서 벗어남이 없이 무척 꼼꼼하고 정갈스럽지 않았던가? 집이나 옷차림을 말쑥하게 하고 있지 않았던가?"
이 질문은 또 한 번 나를 다소 불안에 빠뜨렸다. 왜냐하면 이 둘째 질문은, 첫째 질문처럼 정상적이 아니었다. 허나, 다행히도 어머니의 말대로였다.
"네, 정갈스럽고 꼼꼼한 타입이었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 집을 수색했을 때 잘 알 수 있었지요."
"셋째 질문 -"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 변변찮은 조카는 백모에게 얹혀지낸 것은 물론이고 몹시 구두쇠가 아니었나? 더러운 사람, 그렇지 않니?"
나의 불안은 더욱 돋구어졌다. 나는 어머니의 질문을 농담으로 넘겨버리려고 웃었다.
"글쎄요, 알 수 없군요. 그런 일이 도대체 어떤..."
"몰라도 된다. 그저 대답만 해주면 돼."
"그게 우연의 일치라는 걸까요. 고용인이나 이웃 사람들이나 가게 사람들이나, 윈터즈 부부와 접촉이 있었던 이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는데요. 이웃에서도 구두쇠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자기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쓰지만, 남의 일이라면 잘고 째째하대요."
이렇게 말하면서 밀너 경감의 얼굴에 떠오른 당황한 표정에 나의 시선이 미쳤다.
"마지막 질문은 뭔가요, 어머니?"
나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일부러 강조해서 말했다.
"넷째 질문. 이게 마지막이야."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마가렛 백모가 토마스 키이스에게서 받은 편지에는 밑줄이 잔뜩 그어져 있었지?"
"밑줄!"
밀너 경감에게 조심이 되면서도, 이 질문에는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밑줄...거, 참 이거야..."
"밑줄 말야." 하고 어머니는 조바심내듯 말했다.
"글 밑에다 줄을 긋는 것 말이다. 내 발음이 갑자기 이상해졌니?"
"네, 밑줄은 있었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어느 편지에나 말예요. 그런데, 어머니, 저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밀너 경감은 몸을 내밀어 진지하고 느린 음성 - 병자가 어린애에게 말을 건네듯 하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게 어떤 암호라고 보시나요? 외국의 간첩이 뭔가 열쇠가 될 말에다 밑줄을 그었다든지..."
"암호?"
어머니는 쓴웃음이 가득찬 얼굴을 그에게 향했다.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죠. 그 사람들에게 있어선 암호인지도 몰라요."
이 말 뒤의 숨은 뜻을 도무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마음을 조일 뿐이었다. 드디어 셜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씀이셔요, 어머니? 질문을 다 끝낸 판국인데, 경찰이 체포한 것이 진범이라고 인정하실 거예요?"
"진범!"
어머니는 코웃음을 쳤다.
"진범은 지금쯤 활개를 치고 쏘다니고 있을 걸."
어머니 특유의 폭탄선언이었다. 우리들 세 사람은 각기 세 가지 반응을 나타냈다. 더구나 면구스러운 것은 밀너 경감이었다.
"그러나 뭘 발견하셨나요? 우리가 모르는 건 아무 것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아니, 모순된 말씀을 하신 건 아니지만..."
"당신네가 모르는 일을 찾아낸 건 아니죠."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다만 저는 머리를 써서 찾아냈을 뿐이죠. 마당발 따위가 아니라 -"
어머니는 느닷없이 송구한 듯한 듯한 웃음을 밀너 경감에게 보내며, "물론 당신을 마당발이라고 말한 건 아녜요. 다만 젊은 축의..."
송구한 듯한 미소는 엄한 표정이 되어 나에게 향해졌다.
"괜찮아요, 어머니."
나는 한숨 섞인 어조로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밀너 경감과의 만남을 완전히 망쳐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이 딱한 인물을 여지없이 주눅 들게 한 것은 확실했으니까.
"자, 말씀을 듣고, 사건을 끝장낸 걸로 하지요. 이 사건의 해답은? 얼빠진 경찰은 어디서 실수를 저질렀나요?"
"애당초의 실수는..."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가장 귀중한 일을 잊어먹은 거예요 - 정육점의 훼인버그 말예요."
밀너 경감은 눈을 껌벅거렸다.
"그..." 하고 경감은 자신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정육점의 훼인버그라는 건 웬 사람인가요? 이 사건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는데 -"
"정육점의 훼인버그가 어떻게 됐나요?" 하고 나는 매우 차분하게 물었다.
"곧 설명할게."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전쟁 중의 육류 부족을 기억하고 있니? 가엾게도 훼인버그는 오랫동안 손님에게 팔 햄버거용 잘게 간 고기가 없었어. 우리는 얼마나 불평을 했었는지 몰라! 어느 날 가게에 찾아온 여자가 역사책에서 금방 읽고 왔다는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었어요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시대의 정육점 얘기인데 역시 고기가 모자라서 고양이를 잡아 그걸 갈아 고기를 팔았다고 말이야. 훼인버그는 퍽 열심히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더래. 그리고 이튿날 아침, 고기를 사러 갔더니 놀랍게도 간 고기가 듬뿍 있잖아! 게다가 또 놀라운 일은, 언제나 가게에 어정거리고 다니던 두마리의 고양이 모습이 안 보였어요. 바른대로 말해서, 그날 훼인버그네 가게에서 간 고기를 산 사람은 별로 없었단다. 우리는 서로 이렇게 말했거든. '우연한 일치란 무척 재미있어요. 그런데 저 고기 속에는 소화가 너무 잘 되는 고기가 조금쯤은 섞여 있는지도 모르잖아'하고 말이야."
"그 정성들인 긴 얘기가..."하고 셜리가 말했다.
"이 살인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알 듯해요."하고 밀너 경감이 조심조심 말했다.
"정육점의 훼인버그는 실제로..."
어머니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좋은 경찰관이시군요."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여간해서 믿어지지 않아요. 마침내 머리가 좋은 경찰관을 만나게 되다니. 여보세요, 이렇게 분명한 일이란 없잖아요? 가령 마가렛 백모가 루이빌의 키이스한테서 받은 전보 말예요. 수취인지불로 된 전보라고 하잖았어요? 재산을 노려서 노처녀와 결혼하려는 남자가 여기 있다. 자기가 큰 부자인 담배재배자라고 상대방에게 믿게 하는 것도 그 남자의 계획의 일부. 그렇다면 상대방 여자를 확실하게 차지하기 전에 약점을 드러내는 짓을 할 수 있을까? 못하지. 그렇다면 수취인 지불 전보를 칠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터인데?"
"물론 그런 쑥맥은 아니죠!" 하고 밀너 경감이 외쳤다.
"왜 그런데 생각이 미치지 못했담."
"그걸 인정한 것만 해도 당신은 훌륭하세요."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증거는 그 뿐만이 아니에요. 가령 그 사진. 마가렛 백모의 베개 밑에 있었다고 했잖아요. 키이스가 편지와 함께 보낸 사진이라는 거겠죠. 하지만, 여기에 중대한 사실이 있지 - 그 사진이 25년 전에, 1929년에 형무소에 들어가기 전에 찍은 것이라는 점이죠. 역시 검은 머리인 데다 검은 수염도 그대로더라나 - 너, 그랬겠다? 그리고 현재는 머리도 세고 콧수염은 반백이라고 – 너, 안 그랬니? 이거 봐요, 이제부터 부자인 노처녀한테 찾아가서 결혼할 작정으로 있는 사기꾼이 말이다, 25년 전의 사진을 보낼까? 대면을 해서 상대방이 그의 현재 모습을 보면 어떻게 될 것 같니? 그야말로 환멸이지 뭐냐. 결혼 얘기도 그것으로 끝장. 미안하지만 그는 그런 서투른 짓은 안 하지. 그러니까 대답은 이렇지, 그는 그런 사진을 보내지 않았어."
"알았어요, 어머니."하고 나는 말했다.
"아무래도 샘 키드의 짓은 아니라고 -"
"증거는 더 있지."하고 어머니는 나를 무시하고 계속했다.
"그 전보를 루이빌에서 친 사람은 샘 키드가 아니라는 건 증명했지. 그리고 마가렛 벡모에게 그 사진을 보낸 사람도 키드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했겠다. 그럼, 그 편지를 쓴 사람도 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마."
"그렇지, 물론 그가 아니지." 하고 밀너 경감이 몹시 흥분해서 참견했다.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확실하게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그렇지!" 하고 어머니는 손가락을 하나 세워보였다.
"누군가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생각이 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오."
나는 더욱 영문이 몰라졌다.
"무슨 얘긴가요, 어머니?"
"네가 읽어준 편지 -"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키이스한테서 왔다는 편지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지붕들을 굽어봤다는 대목이 있었지?"
"당연한 일 아니에요, 어머니. 관광객마다 누구나 날마다 하는 짓인걸."
"과연 그렇지. 누구나 날마다 하는 짓 - 요즈음엔 말야.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우리들 뉴욕 시민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만일 우리가 남부 사람이 뉴욕으로 여행한 추억담을 만들어낸다면 당연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얘기를 넣을 테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이 세상의 시초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그만 깜빡 잊고 말이야."
"1931년 -"하고 밀너 경감이 또 참견을 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완성된 것은 1931년이죠. 그런데 키이스의 편지에 의하면, 마지막으로 뉴욕에 온 것은 1929년이라고 했거든."
"바로 그런 이유예요."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 샘 키드라는 사내는 1929년에 실제로 뉴욕에 있었어. 그 후에는 형무소 살이요, 형무소를 나와서는 조지아의 애틀랜타로 갔어. 그렇다면 왜 마지막으로 뉴욕에 갔을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갔느니 하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때의 일을 사실대로 정직하게 쓰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그 편지는 오늘날까지 계속 뉴욕에 살고 있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언제 세워졌는지 따위는 까마득히 잊고 있는 사람이 썼지."
"그렇지만 어머니." 하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외쳤다.
"샘 키드가 이 편지를 쓴 것이 아니라는 건 증명됐어요. 그렇다면 그는 그 노부인을 죽인 범인이 아닌 셈이 되죠. 그렇다면 누가 그 편지를 썼을까요? 누가 그녀를 죽였을까요?"
"정육점의 훼인버그야!"하고 밀너 경감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절반은 어리둥절, 절반은 얼씨구를 외치고 경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어느새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어머니 같은 말투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육점의 훼인버그, 그렇지." 하고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뉴욕에 살고 있었던 건 누구지? 25년 전의 결혼사기꾼의 사진을 쉽사리 구할 수 있는 건 누구야? 자기 어머니가 25년 전에 그러한 사기꾼과 편지왕래를 한 사람? 그 낡은 사진을 천장 밑이나 지하실에서 찾아내 경찰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해서 노부인의 베개 밑에다 밀어 넣어둔 사람은?"
"알았어, 알았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뿐만 아니라..."하고 어머니는 계속했다.
"그 전보가 마가렛 백모에게 보내졌을 때, 루이빌에 있었다고 본인의 입에서 확실히 들었다는데, 그건 누구지? 그리고 이것이 가장 큰 결정점이 되는데, 수취인 지불 전보를 칠만한 사람은 누구더라? 소문난 구두쇠는 누구? 남에게 인색하고 더러운 게 누구? - 너 그렇게 말하지 않았니, 몹시 인색하고 언제나 마가렛 백모에게서 돈을 받아쓰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그만 깜빡 수취인 지불 전보를 쳐버린 사람은 누구더라?"
"조카 녀석이죠, 어머니."하고 나는 외쳤다.
"그 녀석이 그 토마스 키이스라고 하는 가공인물을 만들어낸 거야. 그가 마가렛 백모가 낸 광고에 답장을 썼지요. 그리고 계속 그 편지를 쓴 거에요. 루이빌에도 갔어요 - 그의 말마따나 키이스와 담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전보를 치기 위해서. 그리고 그날 밤 마가렛 백모를 죽이고 사진을 베개 밑에다 밀어 넣고 이튿날 아침에 시체를 '발견'했지요. 어지간히 완벽한 수법이죠. 죄를 남에게 전가시킬 뿐 아니라 대리인까지 확실하게 생각해 뒀으니까요."
그런데 밀너 경감이 눈썹을 찡그리고 머리를 저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사건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 이건 조카 혼자가 아니야. 편지의 필적 문제가 남아 있어."
어머니는 매우 기뻐서 큰 소리로 웃었다.
"옳아요. 당연히 필적 문제가 남죠. 조그맣고 개미새끼 같더라고 너 말했지, 데이비 - 노인의 글씨 같더라고. 그런데 개미새끼 같은 조그마한 글씨는 여자의 필체에도 있어. 글씨는 함부로 끌어 말려 올라갔더라니, 과연 여자의 것이야. 그리고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진 것도 전형적인 여자의 버릇이지. 분명 역사소설에서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영국의 여왕 - 빅토리아 여왕이던가? - 그녀도 편지 글귀에다 밑줄을 긋는 버릇이 있었다잖니."
"조카의 부인이 뻔해요."하고 나는 말했다.
"이런 사실을 왜 몰랐었담. 그녀는 마음이 모진 여자죠. 남편은 실인즉 겁장이구요. 그녀가 그 편지를 썼어요. 그녀가 그 일을 꾸몄어요. 필시 그녀겠지요, 실제로 손을 댄 것도 -"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오싹해져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역시 정육점의 훼인버그야." 하고 어머니는 만족한 양으로 말했다.
"몇 년이나 몇 년이나 그 조카 부부는 백모를 돈줄로 삼아 왔지. 몇 해 동안이나 백모를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백모는 달리 돈을 줄만한 사람을 사귈 수 없었어. 그런데 거기에 느닷없이 어떤 사람이 비집고 들어와서 백모는 그 어떤 사람과 결혼까지도 할지 모르는 사태가 되자, 조카 부부에게 있어서는 돈이 위태로와졌지. 그리하여 갑자기 백모를 살해하게 된다 - 그러면 일은 순조롭게, 백모의 재산은 유일한 혈육인 조카부부의 주머니로 굴러 들어온다! 알겠니, 데이비, 이건 확실히 고양이 고기가 섞인 간 고기야. 공교롭게도 이 고양이는 뉴욕 시경 강력계의 손에 벅찰 만큼 컸어."
밀너 경감은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강력계로 전화를 거는 게 좋겠군. 그 부부를 놓아둘 수는 없지 -"
"잠깐 기다려 주세요!"
이번에는 셜리가 참견했다. 그 날카로운 음성에, 밀너 경감은 들어 올린 엉덩이를 털썩 주저앉혔고, 우리는 일제히 그녀를 보았다.
"꼭 한 가지 분명치 않은 점이 있어요."하고 셜리가 말했다.
"마가렛 백모가 토마스 키이스에게서 받은 편지에는 루이빌의 소인이 있었을 테죠. 뉴욕시의 소인이라면 백모가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렇다면 조카인 윈터즈 부부는 어떻게 루이빌에서 그 편지를 보냈을까요?"
"참, 그 점에 관해서는 어때요, 어머니?"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일제히 어머니 쪽을 향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야릇한 일이 생겼다. 무심한 두세 마디로 그 질문을 처리해 버림직 한데, 어머니는 의외로 머뭇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볼에 발그레 홍조가 비치면서 어머니는 눈길을 내려뜨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디저트 시간이에요. 다들 접시를 받으세요."
"어머, 안 돼요, 어머님."하고 셜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눈을 번뜩였다.
"제 질문에 대답해 주셔야죠."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더니 눈을 들어 우리들을 보았다.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고, 나는 아뿔싸 했다. 무척 서글픈 듯한 - 말할 수 없이 서글픈, 쓰라린 듯한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웬일이세요?" 하고 나는 말했다. "기분이라도 언짢으세요?"
어머니는 머리를 젓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말, 하고 싶지 않단다."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비밀은 비밀로 해둬야 하는 거야. 기어이 말하라고 한다면, 약속해 주려무나. 여기 있는 세 사람 모두 약속해 줘요. 이 얘기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고."
우리들은 도깨비에게 홀린 듯했으나 한 사람 한 사람 약속했다.
어머니는 또 한 번 한숨을 쉬고, 얘기를 시작했다.
"내 사촌 한나, 그녀의 조카 조엘의 경우와 똑같아."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가엾은 애지. 나면서부터 내성적인 애였어. 부모라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치가여서 파티에만 쏘다니고, 조엘은 조금도 돌봐주지 않았단다. 게다가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있었던 것도 원인의 하나였을 테지. 친구가 하나도 없었단다. 이것이 이 얘기의 포인트야. 그 아이에겐 그게 몹시 부끄러웠던 거야. 스스로 친구도 사귀지 못하는 바보라고 사람들이 비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 거야. 그래서 그 아이는 어떻게 했는지 아니? 무척 인간답다고 생각지 않니? 친구를 만들어낸 거야. 이름이나 용모나 가족까지도 만들어냈어. 그 친구와 놀았던 얘기를 들려주었지. 그야말로 오밀조밀하게. 물론 남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였지만, 약간은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서이기도 했거든."
어머니는 잠깐동안 공백을 두고 나서 이렇게 얘기를 맺었다.
"나이 든 부인과 조그만 아이, 두 쪽 다 그리 대단한 차이는 없지 뭐냐."
우리들은 어머니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머니."하고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너, 그 정도에는 생각이 미쳤음직한데."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 편지의 필적. 그건 아무리 봐도 여자의 필적이야. 왜냐하면, 함부로 말아 올린 글씨, 그건 젊은이의 글씨가 아니야, 고풍의 여자 글씨야. 그리고 밑줄, 여러 군데 밑줄이 그어져 있었지. 그건 말이다, 윈터즈의 아내처럼 냉정하고 감정 없는 여자가 할 듯한 짓이 아니거든. 그건 외롭고 감동을 잘 하는, 다정다감한 여자가 하는 짓이야."
"그녀는 자신에게 편지를 썼구나." 밀너 경감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독했어. 그리고 조카 부부가 그 고독감을 더욱 절실하게 해주었지. 그래서 그녀는 자기도 어엿한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조카 부부에게 보여주려 결심한 거야."
"그래서 한번도 봉투를 보여주지 않았었군요. 그 편지에는 본래 봉투 같은 건 없었던 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옳아."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조카 부부가 '우연히' 마루에 떨어져 있는 편지를 발견한 것도 그 때문이야. 마가렛 백모처럼 꼼꼼하고 정갈스런 사람이, 손님이 온다는 데 소중한 편지를 마루에 내버려 두거나 할라구. 백모는 그 편지가 발견되어지게 하고 싶었어. 그리하여 친구인 키이스를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이것이 백모의 가장 큰 목표였던 셈이지. 꼬마 조엘과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어머니."하고 나는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백모는 조카 부부를 말짱 속이고 있었던 것 아니에요? 그들은 백모가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겠지요? 진짜로 루이빌에 남자가 있는 줄로 여기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사진을 베개 밑에다 넣어두고 죄를 그 사내에게 씌운다는 것은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셈이 되지 않을까요? 그 사내가 경찰에 출두해서 사진의 남자는 자기가 아니라고 증언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야 절대적인 확신은 없었을 테지."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확신은 있었지. 루이빌의 그 사내가 살인 뉴스를 들었다면, 될 수 있는 한 경찰에는 접근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것 아니냐. 더구나 경찰의 손에 입수된 것이 남의 사진이라면 말이다. 일부러 위험을 찾아갈 필요는 없잖니. 그렇다면 나중에 경찰에 가서, '그녀한테 편지를 보낸 것은 나지만, 책상 밑에서 발견된 사진은 내가 아닙니다' 한들 역시 의심받는 건 자기지 뭐냐. 노부인의 돈을 노리고 있던 사기꾼이. 설사 본인과 대면할 생각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남의 사진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 어떻든 간에, 내말 알겠니? 루이빌의 사내에게는 불리하고, 조카 부부는 조금도 불리하게는 되지 않겠지."
우리들은 그에 관해서 잠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느닷없이 밀너 경감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 전보!"하고 경감은 외쳤다.
"우리는 - 아니, 당신은 이미 그 전보가 조카에 의해서 쳐졌다고 증명했지요. 그 가엾은 부인이 그 전보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알겠어요? 이 세상에 없는 것이 분명한 그런 남자에게서 전보가 왔다! 겁을 먹고 산란해진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그다음은 내가 받았다.
"그녀는 무엇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몰랐어요. 백일몽이 느닷없이 현실이 된 셈이니까요. 그래도 조카 부부에게 진실을 고백하기는 부끄러웠던 거죠."
"고백만 했더라면..."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 음성은 무척 상냥했다. 이렇게 상냥한 음성을 듣는 건, 어렸을 때 폐렴으로 생사의 경지를 헤매고 있었을 때, 어머니가 밤을 새워 간호해주던 그때 이래로 - .
"아주 조금이라도 진정한 애정이 얻어졌으련만."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이 세상에서 그것만이 소망이었거든. 그것조차도 목숨과 바꾸지 않고서는 얻어지지 않았어."
어머니의 눈은 나에게 쏠렸다.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세상엔 운이 없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오랫동안 모두 잠자코 있었다. 어머니의 자랑인 과일파이가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마치 마가렛 백모가 이 자리에 있어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듯한 쑥스러운, 산란한 기분을 느꼈다.
이윽고 그 기분은 깨어졌다. 어머니가 머리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알겠죠, 마지막 5분은 없었던 걸로 해요. 자, 디저트를 듭시다. 미안하지만, 접시를 돌려주지 않겠수?"
우리들은 접시를 건네어 주고, 밀너 경감은 강력계에 전화를 걸고, 그리고 셜리는 봄의 새 모자 패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이웃의 콘골드 부인을 화제에 올려 농담을 늘어놓았다. 저녁 식사는 잡담과 웃음 속에서 끝났다.
그날 밤, 작별 인사를 할 때 어머니와 밀너 경감의 악수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길었다. 셜리와 나는 시간을 쟀다. 그리고 어머니가 말했다.
"또 오셔요."
이것이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어머니는 그저 인사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동안 밀너 경감은 머리를 저어가며 거듭 말했다.
"대단한 부인인걸."
이튿날 아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은연중에 탐색해 보았다.
"좋은 사람이죠?" 하고 나는 말했다."밀너 경감 말예요."
"하비 말이지?"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멋있는 분이더라. 한데, 좀더 살찔 필요가 있잖니. 좀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될 거야."
그리고 나서, 셜리와 나는 서로 축하의 말을 나누고, 다음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화창한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