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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

Bollnow 2024. 4. 18. 05:13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

G. G. Marquez

 

장의사 영업사원이 너무나 정확하게 제시간에 도착했기에, 그때까지도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실내복을 입고 머리에는 롤을 가득 꽂고 있었다. 그런 자기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매력 없는 여자처럼 느껴졌기에, 그녀는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성급히 귀에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꽂았다. 문을 열자 그녀는 자기가 그런 모습이 더욱 후회스러웠다. 죽음의 장사치들인 장의사 사람은 음산한 공증인처럼 옷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체크무늬 재킷을 입고 색색의 새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있는 수줍은 젊은이였던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예측 불가능한 봄 날씨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는 외투를 입지 않고 있었다. 사실 바르셀로나의 봄바람에 실려 내리는 이슬비는 거의 대부분 겨울 날씨보다 더 참기 힘들었다. 시간에 개의치 않고 수많은 남자들을 맞이했었던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보기 드물게 창피함을 느꼈다. 그녀는 얼마 전에 일흔여섯 번째 생일을 맞았었고, 자기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죽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그녀는 문을 닫고 장의사 영업사원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그것은 그녀가 제대로 옷을 입고 그 청년에게 걸맞은 태도로 맞이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 청년이 어두운 문가에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를 안으로 들어오게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쥐 같은 몰골을 하고 있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곳 카탈루냐에서 50년 이상을 살았는데, 누군가가 약속 시간에 정확히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녀의 말투에서는 잊혀진 포르투갈어의 달콤한 리듬이 약간 들리긴 했지만, 그녀는 옛날식의 깨끗하고 완벽한 카탈루냐 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고 금속의 컬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빳빳한 머리카락과 무자비한 눈을 지닌 날씬하고 활달한 물라토 여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남자들에 대한 동정심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길거리의 햇빛에 아직도 눈이 부신 듯이 그 영업사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주트 매트에 신발을 닦고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에 키스를 했다.

그러자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당신은 내 시절의 남자 같군요. , 앉아요.”

비록 그는 장의사 일을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내기였지만,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아침 여덟시 정각에 그런 융숭한 대접을, 그것도 첫눈에 아메리카에서 도망친 미친 여자처럼 보이던 그 늙고 무자비한 여자에게서 그런 대접을 받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뭐라고 말할지 모른 채, 문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런 동안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무거운 벨벳 커튼을 창문 한쪽으로 걷었다. 은은한 4월의 햇빛이 세심하게 정돈된 거실 구석을 비추었다. 그곳은 거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골동품 가게의 진열장처럼 보였다.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은 매일 사용하는 것들이었고, 너무 많지도 않았고 적지도 않았다. 그리고 각각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도 자신만만한 취향에 의해 배열되었기에, 바르셀로나처럼 아주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도시에서조차도 그 집보다 더욱 잘 정돈된 집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는 말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집을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죽음은 실수하는 법이 없지요.”

영업사원은 식당의 식탁 위에 항해지도처럼 여러 겹으로 접힌 그림을 펼쳤다. 그곳의 각 부분에는 다양한 색깔의 수많은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고, 각각 다른 색깔로 숫자가 적혀 있었다.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그것이 거대한 몬주익 공동묘지의 도면임을 알았고, 몸서리를 떨면서 옛날 마나우스의 공동묘지를 떠올렸다. 10월의 소나기 아래서 맥들은 이름 없는 무덤과 플로렌스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뒤덮인 모험가들의 장려한 무덤 사이를 철벅거리면서 오가곤 했다. 그녀가 아주 어린 소녀였던 어느 날 아침, 홍수가 난 아마존 지역은 구역질나는 늪지로 변해 있었고, 그녀는 자기 집 마당에서 부서진 관이 둥둥 떠다니고, 그 틈새로 삐죽이 나온 죽은 사람의 넝마조각과 머리카락을 보았었다. 그 기억 때문에 아마도 그녀가 자기의 마지막 안식처로 자기 집에서 더욱 가깝고 친숙하고 조그만 산 헤르바시오 공동묘지가 아니라, 몬주익의 언덕을 택했던 이유였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절대로 홍수 물이 닿지 않을 장소를 원해요.”

그렇다면 바로 여깁니다.” 영업사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마치 만년필처럼 자기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던 접을 수 있는 포인터로 지도의 한 장소를 가리켰다. “이 세상의 그 어느 바닷물도 이곳처럼 높은 곳에는 이를 수 없습니다.”

그녀는 색색의 구획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마침내 묘지 정문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스페인 내전에서 죽은 부에나벤투라 두루티와 또 다른 두 명의 무정부주의 지도자들이 묻힌 세 개의 이름 없는 똑같은 무덤이 서로 인접해 있었다. 매일 밤 누군가가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비석에 그들의 이름을 쓰곤 했다. 연필, 물감, 아이펜슬, 혹은 매니큐어로 그들의 이름을 정확한 순서대로 적어놓았고, 매일 아침마다 경비원들은 말없는 그 대리석 밑에 누가 누워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도록 그 글자들을 지우곤 했다. 마리아 도스 프라제레스는 두루티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그것은 바르셀로나에서 있었던 장례식 중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떠들썩한 장례식이었다. 그녀는 그의 무덤 가까운 곳에 묻히고 싶었다. 하지만 빽빽이 들어찬 광활한 묘지에는 하나도 남은 무덤이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의 소망을 포기하고 가능한 것을 찾기로 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마치 우체국에 있는 것처럼, 5년 시효의 서랍 안에 처넣으려고만 하지 말아요.” 그런 다음 이내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을 기억하면서 이렇게 말을 맺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누워서 묻히길 바란답니다.”

사실 특별할인가로 선불을 받고 무덤을 판다는 요란한 판촉 행사에 대한 응답으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수직으로 매장한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그러자 영업사원은 달달 외워서 여러 번 반복했던 것처럼 정확하게, 그 이야기는 묘지를 할부로 판매하는 전례 없는 방식을 음해하기 위해 전통적인 장의사들이 만들어낸 사악한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을 하는 동안,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그는 약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멎었다. 하지만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그에게 계속하라는 표시를 하면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말아요. 노이에요.”

영업사원은 다시 말을 이었고,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그의 설명에 몹시 흡족해 했다. 하지만 문을 열기 전에 그녀는 오랫동안 자기의 마음속에서 무르익었던 생각을 마지막으로 종합하고자 했다. 그것은 마나우스의 전설적인 홍수가 있은 다음부터 아주 은밀하게 마음속으로 생각해왔던 것이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홍수의 위험이 없는 땅속에 누워 있을 수 있는 곳을 원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름에는 나무 그늘에 있고 싶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더라도 내 몸을 꺼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지 않을 곳을 원해요.”

그녀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슬비에 흠뻑 젖은 조그만 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엉망이 된 개의 모습은 그 집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개는 이웃 동네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온 것이었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흥분으로 격앙되었다. 개는 미친 듯이 짖어대면서 식탁 위로 뛰어올랐고, 진흙으로 더러워진 발로 공동묘지 지도를 망가뜨릴 뻔했다. 그러나 주인이 단 한 번의 눈길을 보내자, 개는 충동적인 행동을 멈추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말했다.

노이! 거기서 내려와!”

개는 움츠리더니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개의 맑은 눈물을 콧등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다시 영업사원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그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개가 울었어요!”

이 시간에 여기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자 어찌할 바 몰랐던 거예요.”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작은 소리로 사과를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와요. 물론 내가 보았다시피, 당신과 같은 사람은 제외하고 말이에요.”

맙소사, 울었어요!” 영업사원은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즉시 자기가 제대로 처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모든 개들은 제대로 훈련만 받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인들은 개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습관만을 가르치면서 평생을 보내지요. 가령 접시에서 밥을 먹는 법이나, 아니면 정해진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서 볼일을 보게 만든다거나 하면서 말이에요. 반면에 웃거나 울거나 하는 것처럼 개들이 즐거워하는 자연스런 것은 가르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요?”

상담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공동묘지에 남아있는 그늘이 지는 장소들은 지배층들을 위해 예약된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나무 그늘 없이 여름을 지내야 하는 곳으로 마음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과 서류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현금으로 선불을 하면서 할인을 받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모든 것을 끝내자 영업사원은 다시 서류들을 가방에 챙겼다. 그런데 그때야 비로소 그는 주의 깊게 집안을 둘러보았고, 집의 아름다운 실내가 풍기는 마술적 분위기에 몸을 떨었다. 그는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를 다시 쳐다보았다. 마치 처음 쳐다보는 듯했다.

그가 물었다.

경솔한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그와 함께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대답했다.

물론이죠. 나이만 묻지 말아요.”

저는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사람들의 직업을 점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기서는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난 창녀에요. 내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죠?”

그러자 영업사원은 얼굴을 붉혔다.

미안합니다.”

미안하게 생각할 사람은 바로 나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팔을 잡아 그가 문에 부딪히지 않게 해주었다. “조심해요! 내가 제대로 묻히기도 전에 당신 머리를 부수어버리지는 말아요.”

그녀는 문을 닫자마자, 조그만 개를 들고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아프리카 여인의 목소리로, 바로 그 순간 이웃 유치원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아이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세달 전에 그녀는 꿈속에서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고, 그때부터 자기 고독의 산물인 그 강아지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애정을 느꼈다. 그녀는 죽은 후에 자기의 물건을 어떻게 나눠줄 것인지, 그리고 자기 육체의 운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너무나 세심하게 고려했었기에, 그 순간 그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고 죽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한푼 두푼 차근히 모았지만, 너무 쓰라린 희생을 하면서 모으지는 않았던 재산을 가지고 자진해서 은퇴했고, 마지막 주거지로 이미 도시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라시아의 아주 오래되고 고상한 마을을 골랐던 것이었다.

그녀는 폐허가 된 아파트 2층을 샀는데, 그곳은 항상 훈제 청어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초석에 부식된 그 집의 벽은 아직까지 영광도 없는 어느 전투의 총탄자국을 간직하고 있었다. 경비원은 없었으며, 모든 아파트는 하나도 빈 곳이 없었지만, 습습하고 음산한 층계에는 몇 개의 발 디딤판이 빠져 있었다.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화장실과 부엌을 수리했고, 밝은 벽지로 벽을 발랐으며, 창문에 빗각의 유리와 벨벳 커튼을 달았다. 마지막으로 아주 훌륭한 가구들을 들여왔다. 실생활에 필요하면서도 장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구들과 실크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커다란 상자들이었다. 모두 파시스트들이 전쟁에 지면서 도망친 공화주의자들이 버리고 간 주택에서 훔친 것들이었고, 그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비밀 경매에서 헐값으로 구입했었다.

그녀의 과거와 관련되어 남아있는 유일한 것은 카르도나 백작과의 우정뿐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그녀를 찾아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식사 후에는 그녀와 함께 열정이 식은 사랑을 나누곤 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이런 우정도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백작은 문장이 새겨진 자동차를 신중하다고 여겨지는 거리보다 더 먼 곳에 주차를 시킨 다음, 어둠 속을 걸어서 그녀의 2층 아파트로 오곤 했다. 그것은 그녀의 명예뿐만 아니라 자신의 명예도 지키기 위함이었다.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가 그 건물에서 아는 사람은 앞집에 사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그들은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와 함께 얼마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는 아주 젊은 부부였다. 정말로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그녀가 계단에서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재산을 분배하면서, 그녀는 낡아빠진 카탈루냐 공동체에 생각보다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국가의 명예를 품위 있는 겸손함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 가장 시시한 것조차도 자기가 친하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었는데, 그들은 바로 그녀의 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분배가 끝나자 그녀는 자기가 올바르게 나누어주었다는 확신이 별로 들지 않았지만, 반면에 유산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을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다. 너무나 정확하게 유산을 나누었기에, 세상의 모든 걸 보아왔다고 우쭐거리며 말하던 아르볼 가의 공증인은 그녀가 재산 목록을 하나도 빠짐없이 외워서 구술하는 것을 보자, 그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중세 카탈루냐 말로 각 물건의 정확한 이름과 유산 상속자들의 직업과 주소, 그리고 그들이 그녀의 마음속에 어떤 장소를 차지하고 있는지 빠짐없이 말해주었던 것이다.

장의사 영업사원의 방문이 있은 후, 그녀는 일요일에 그 묘지를 찾아가는 수많은 방문객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이웃 무덤들처럼, 묘지에 연중 피는 사계절 꽃을 심었고, 방금 심은 잔디에 물을 주었으며, 전지가위로 시장실의 카펫과 흡사해질 때까지 다듬었다. 그리고 그 장소와 너무나 친숙해진 나머지, 결국 왜 처음에 그토록 황량하게 보였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 그곳을 찾아갔을 때, 정문 근처에서 이름 없는 세 개의 무덤을 보자 그녀의 가슴은 쿵쿵 뛰었지만, 발길을 멈추고 그 무덤들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잠자지 않고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 일요일에는 경비원이 한눈파는 틈을 이용해 커다란 꿈 중의 하나를 이루었다. 그녀는 립스틱으로 빗물로 침식된 첫 번째 비명에 두루티라고 적었다. 그때부터 기회만 있으면 그렇게 했다. 어떤 때는 무덤 하나에, 그리고 어떤 때는 두개나 세 개 모두에 이름을 썼다. 옛 향수를 떠올리며 감동된 마음으로 분명하게 이름을 썼던 것이다.

9월 말의 어느 일요일, 그녀는 처음으로 언덕에 관을 묻는 것을 보았다. 3주 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날 오후, 그녀가 묻힐 묘지 옆에 갓 결혼한 젊은 신부가 묻혔다. 그리고 연말에는 일곱 개의 봉분에 죽은 사람들이 묻혔지만, 그 짧은 겨울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채 지나갔다. 그녀는 전혀 몸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고 열린 창문으로 삶의 활기찬 소리들이 들려오자, 점점 기운이 났고, 수수께끼 같은 자기의 꿈에서 살아남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뜨거운 여름철에서 산에서 보내던 카르도나 백작은 그녀를 만나자, 그녀가 보기 드물게 젊게 보였던 쉰 살의 나이 때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변해 있음을 알았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노이가 똑같은 무덤이 줄지어 있는 광활한 묘지에서 자기의 무덤을 구별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 다음 텅 빈 무덤 앞에서 울게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그것은 자기가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그렇게 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집에서 묘지까지 수차례나 걸어서 노이를 데려가면서, 노이가 혼자서도 갈 수 있을 때까지 중요한 지점들을 가르쳐주고, 람블라스의 버스 노선을 기억하게 했다.

마지막 테스트를 하던 어느 일요일 오후 세 시, 그녀는 노이의 봄옷을 벗겼다. 곧 여름이 다가올 것이라 그렇게 했지만, 또한 다른 사람들의 눈을 끌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러자 개는 마음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노이가 슬프고 긴장된 엉덩이로 즐겁게 꼬리를 흔들면서 종종걸음으로 거리의 그늘 쪽으로 걸어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기와 개, 그리고 함께 꿈을 꾸며 살았던 쓰라린 시절을 위해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고서 노이가 마요르 가 길모퉁이를 돌아 바다 쪽으로 향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15분 후,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레셉스 광장 근처에서 람블라스라고 가는 버스를 타고서, 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차창을 통해 노이를 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실제로 꿈꾸는 듯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의 노이를 보았다. 노이는 일요일의 아이들 무리에 섞여 파세오 데 그라시아 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지었다.

맙소사! 너무 외로워 보여.”

그녀는 몬주익의 잔인한 햇볕아래서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잊어버려도 상관없을 일요일에 알게 된 몇몇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 그녀는 그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처음 본 이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들이 더 이상 상복을 입지도 않고 있었고, 울지도 않았으며, 죽은 자들을 생각하지도 않은 채 무덤에 꽃을 꽂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모든 사람이 떠나자, 그녀는 갈매기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애처로운 뱃고동 소리를 들었고, 거대한 바다에서 브라질 국기를 휘날리고 있는 하얀 원양여객선을 보았다. 그러자 그 배가 페르남부코 감옥에서 그녀를 위해 죽었을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의 편지를 가져왔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다섯 시가 조금 넘자, 예상보다 12분 빠르게 노이가 언덕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이는 피로와 더위에 지쳐 침을 흘리고 있었지만, 승리한 아이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자기 무덤에서 울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버렸다.

그해 가을에야 비로소 그녀는 불길한 징조를 감지했다. 그 징조를 해석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가슴을 점점 옥죄고 있었다. 그래서 시계 광장의 황금빛 아카시아 나무 아래서 다시 커피를 마셨다. 그녀는 여우꼬리 칼라가 달린 외투와 조화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너무나 오래된 나머지 다시 유행이 되고 있었다. 그녀의 직관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었다. 자기의 불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람블라스에서 새를 파는 여인들의 수다와 잡지 매점에서 떠들고 있던 남자들의 농담을 유심히 들었는데, 남자들이 축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은 정말로 오랜만에 처음으로 보는 진기한 광경이었다. 또한 비둘기에게 빵 조각을 던져주고 있던 상이군인들의 깊은 침묵도 지켜보면서, 모든 곳에서 틀림없는 죽음의 징후가 자기를 도사리고 있음을 알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자 아카시아 나무 사이로 색색의 전등들이 켜졌고, 발코니에서 음악과 흥겨운 목소리들이 흘러나왔으며, 우리의 운명에는 관심 없는 관광객들이 야외 카페에 밀어닥쳤다. 하지만 아직 그런 축제 속에서도 무정부주의자들이 거리를 차지했던 시절 이전의 억압된 긴장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위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기를 살았던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고, 처음으로 잠을 자다가 공포의 마수에 사로잡혀 잠을 깼다. 어느 날 밤, 그녀의 창문 앞에서 국가안전부 요원들은 벽에 <자유 카탈루냐 만세!>라고 두꺼운 붓으로 휘갈겨 쓴 학생을 사살했다.

그러자 그녀는 공포에 질려 이렇게 중얼거렸다.

맙소사! 모든 게 나와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 마나우스에서 이런 불안감을 알게 되었었다. 날이 밝아오기 조금 전에 밤의 수많은 소음은 갑자기 멈추었고, 강물도 멈추었으며, 시간은 머뭇거렸다. 그러면 아마존의 정글은 끝없이 깊은 침묵 속에 휩싸였는데, 그것은 바로 죽음의 침묵과도 같았다. 그 거스를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4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평소와 마찬가지로 카르도나 백작이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의 방문은 의식이 되어 있었다. 백작은 밤 일곱 시에서 아홉시 사이에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그날 석간신문으로 둘둘 말은 샴페인 병 하나와 초콜릿 과자 상자 하나를 들고 정확하게 오곤 했다.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그에게 카넬로니 그라탕과 고깃국물이 가득한 연한 닭요리를 만들어주었다. 그것은 옛날 카탈루냐 명문가들이 번영을 누리고 있던 시기에 그들이 가장 좋아했던 요리였다. 또한 계절 과일들을 골고루 담은 접시를 내오곤 했다. 그녀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백작은 축음기에서 역사적 공연 실황을 담은 이탈리아 오페라들의 모음집을 들으면서, 디스크가 끝날 때까지 천천히 포트와인 한잔을 마시곤 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 후, 두 사람은 기억을 더듬어 습관대로 사랑을 했지만, 그 사랑은 두 사람에게 재앙의 맛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한밤중이 곧 올 것이라는 생각에 항상 불안해하던 백작은 떠나기 전에 침실의 재떨이 아래에 25페세타를 남겨두었다. 그것은 그가 파랄렐로 항구의 싸구려 호텔에서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를 처음 알게 되었던 시절에 그녀의 몸값이었다. 시간의 흐름에도 녹슬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던 것은 그것이 유일했다.

두 사람 중에서 그 누구도 그 우정이 어떤 것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인지 절대로 묻지 않았다.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그에게 단순한 호의들을 빚지고 있었다. 그는 저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고, 그녀가 지니고 있던 유물들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도록 가르쳐주었으며, 그것들이 훔친 것임이 발각되지 않도록 어떻게 그것들을 보관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라시아의 지역에서 점잖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준 사람은 바로 백작이었다. 사실 그녀가 평생을 살아왔던 창녀촌은 그녀가 너무 늙고 낡아서 현대적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그녀를 퇴직한 밤의 여자들을 위한 집으로 보내 5페세타를 받고 젊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가르치도록 하려고 했다. 그녀는 백작에게 어머니가 자기를 열네 살 때에 마나우스의 항구에서 팔아버렸으며, 터키 선박에서 첫 번째 상대를 만났고, 그는 대서양을 건너오는 동안 무자비하게 그녀를 즐긴 다음, 말도 통하지 않고 불빛이 가득한 파랄렐로의 늪지에 돈 한 푼 주지 않고 그녀를 버렸다고 말해주었었다. 두 사람은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적었던 나머지, 함께 있을 때처럼 외롭게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기쁨의 습관을 망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적 격변이 일어나자 두 사람은 서로가 얼마나 증오했으며, 동시에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다정하게 지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카르도나 백작은 리치아 알바네세와 베니아니모 지글리가 부른 <라 보엠>의 사랑의 이중창을 듣고 있었다. 그때 그는 갑자기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가 부엌에서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우연히 속보를 듣게 되었다. 그는 발끝으로 살며시 다가와서 그 뉴스를 들었다. 스페인의 영원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방금 사형을 언도받은 세 명의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결정할 책임을 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백작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럼 결국 총살을 당할 수밖에 없겠군. 수령님은 정의로우신 분이니까.”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황제 코브라와 같은 불타는 눈으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금테 안경 뒤에서 열정 없는 그의 눈동자와 게걸스러운 이빨, 그리고 습기와 어둠에 익숙한 동물의 손을 보았다. 그의 모습 그대로를 보았던 것이다. 그러자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느님에게 기도하세요. 한 사람이라도 총살시키면, 당신 수프에 독을 넣어 버릴 테니까요.”

백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왜냐하면 나 역시 정의로운 창녀니까요.”

그 이후 백작은 그녀의 집을 찾지 않았고,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자기의 마지막 주기가 끝났다는 확신을 가졌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버스에서 자기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길을 건너는데 도와주려고 하거나, 계단을 오르는데 팔을 잡아주면 화가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결국 그런 것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혐오스러운 필요성이라고 인정하면서 그것들을 원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녀는 이름도 없고 죽은 날짜도 없는 무정부주의자의 비석을 하나 주문했고, 그녀가 잠을 자다가 죽으면 노이가 그 소식을 밖으로 전할 수 있도록 문을 잠그지 않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일요일, 묘지에서 돌아와 집으로 들어오면서 그녀는 계단 맞은편에 살고 있던 조그만 소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소녀와 몇 블록을 함께 걸어가면서, 할머니처럼 아무런 악의 없이 이런 저런 것들에 관해 말했다. 그러면서 소녀가 오래된 친구처럼 노이와 장난을 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이아몬드 광장에 이르자 그녀가 계획했던 대로,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했다.

개를 좋아하니?” 그녀가 물었다.

너무 좋아해요.” 소녀가 대답했다.

그러자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제안을 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언젠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네가 노이를 맡아줘.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그건 일요일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노이를 자유롭게 놔주라는 것이야. 노이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고 있어.”

소녀는 너무나 기뻐했다. 한편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수년 동안 자기 마음속에서 무르익었던 꿈을 실현시켰다는 기쁨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런 꿈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노년의 피로함 때문도 아니고, 죽음이 늦게 도착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의 결심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인생이 어느 추운 11월의 오후에 그렇게 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그녀가 묘지를 나오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녀는 세 개의 비명에 이름을 쓰고서, 걸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폭우로 온 몸이 흠뻑 젖어버렸다. 허물어져 가는 창고들과 먼지에 휩싸인 공장들로 가득하여 다른 도시처럼 보이던 황량한 지역의 어느 현관 아래서 간신히 비를 피할 시간만이 있었다. 그곳은 커다란 화물트럭으로 인해 무서운 폭우 소리가 더욱 무섭게 들려오고 있었다. 흠뻑 젖은 개로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애를 쓰면서,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버스가 만원이 되어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빈차 표시를 하지 않은 채 빈 차로 지나가는 택시들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조난자와 같은 가련한 그녀의 신호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기적도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되었던 그때, 거무스름한 메탈의 화려한 자동차 한 대가 거의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물이 흥건한 거리를 지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길모퉁이에서 차가 멈추더니, 그녀가 있는 곳까지 후진했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창문이 스르르 내려오더니, 운전사가 차를 태워주겠다고 말했다.

아주 멀리 가요.”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태워주면 좋겠어요.”

그러자 그가 다시 말했다.

어디로 가시는지 말해 보세요.”

그라시아로 가요.”

그러자 그가 차 문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제가 가는 길입니다. 어서 타십시오.”

냉장 의약품 냄새가 나는 차 안에 들어오자, 비는 비현실적인 재난이 되었고, 도시는 색깔이 바뀌었으며, 그녀는 모든 것이 예정된 시간에 앞서 정돈되어있는 이상하고 행복한 세계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전사는 마술성이 있는 홍수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교통을 뚫고 길을 열었다.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약간 위축되어 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가련한 몰골 때문뿐만 아니라, 그녀의 무릎에서 잠을 자고 있던 조그만 개의 모습이 너무나 불쌍했기 때문이었다.

이 차는 대서양 여객선 같네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적당한 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좋은 차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꿈에서조차 보지 못한 차예요.”

사실 유일하게 유감인 점은 이것이 제 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서툰 카탈루냐 말로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스페인어로 이렇게 덧붙였다. “제 평생을 벌어도 이런 차는 살 수 없을 겁니다.”

익히 짐작이 가네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곁눈으로 운전석 계기판의 초록빛을 받아 빛나고 있던 그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그가 짧은 곱슬머리에 로마의 청동상과 같은 옆모습을 지닌 새파란 젊은이임을 알았다. 그녀는 그가 근사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이상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너무 많이 입어서 낡아버린 싸구려 가죽 재킷이 잘 어울리고, 그가 돌아오는 발소리를 들으면 그의 어머니는 행복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의 농부 같은 손만이 그가 자동차의 소유주가 아님을 믿게 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오는 내내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 역시 여러 번 그가 곁눈으로 자기를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다시 한번 그런 나이에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녀는 자기가 추하고, 그 청년의 동정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머리에 아무렇게나 하녀들이 쓰는 숄을 둘렀고, 자기가 죽을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애처로운 가을 외투도 바꿔 입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라시아 지역에 도착할 무렵, 날씨는 개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미 밤이 드리워져 있었고, 거리의 가로등들이 켜져 있었다. 마리아 두스 프레제레스는 운전사에게 가까운 길모퉁이에 내려달라고 말했지만, 그는 집 앞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그는 그녀가 빗물에 젖지 않고 내릴 수 있도록 보도 위에 주차를 했다. 그녀는 개를 놓아주고, 그녀의 몸이 허락하는 최대한으로 근엄하게 자동차에서 나오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그 남자의 시선을 보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면서, 그가 자기를 왜 기다리고 있으며 그가 누구인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올라갈까요?”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순간 기분이 상했다.

여기까지 데려다주어서 고마워요. 하지만 날 비웃진 말아요.”

저는 그 누구도 비웃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아주 진지하게 스페인어로 말했다. “특히 당신과 같은 여인은 말입니다.”

마리아 두스 프라제레스는 그 청년과 같은 많은 남자를 알았었고, 그 청년보다 더욱 뻔뻔스러운 많은 남자들을 자살에서 구해주었었다. 하지만 기나긴 생애 동안 그토록 결정하기가 두려웠던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전혀 목소리가 바뀌지 않은 채 다시 한번 고집을 피우는 그의 말을 들었다.

올라갈까요?”

그녀는 자동차의 문을 닫지 않은 채 걸어갔고, 그가 이해할 수 있도록 스페인어로 대답했다.

마음대로 해요.”

그녀는 거리의 어두운 가로등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던 아파트 건물 입구로 걸어갔고, 떨리는 무릎으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죽는 순간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두려움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2층 현관 앞에 발길을 멈추자, 얼른 가방에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초조함에 그녀의 손은 떨고 있었다. 그때 거리에서 차 문 두 개가 차례로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했던 노이는 짖으려고 했다. “조용히 해.”라고 그녀는 괴롭다는 말투로 나지막하게 지시했다. 그 말과 거의 동시에 덜컹거리는 계단 층계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자기 가슴이 터져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그리고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지난 3년간 자기의 삶을 바꿔놓았던 예언적 꿈을 면밀하게 점검했고, 자기가 해몽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놀라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맙소사! 그건 죽음이 아니었어!”

마침내 그녀는 자물쇠를 찾았다. 그러면서 어둠 속에서 또박또박 걸어오고 있는 소리와 어둠 속에서 자기만큼 놀란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던 누군가의 커져가는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자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보람이 있었고, 비록 그 순간만을 살지라도 어둠 속에서 그토록 고통을 받은 보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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