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무라카미 하루키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는 당신이 그 이름에서 상상하는 것만큼 아마 그렇게 상상하는 것이 아닌가고 나는 상상하는 것이지만 멋진 거리가 아니다. 우선 그 거리에는 나무 따위는 단 한 그루도 없다. 잔디밭도 공원도 물을 마실 곳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그린 스트리트와 같은 근사한 이름이 붙여졌는지, 이건 하나님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나님도 모를지도 모르겠다.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린 스트리트는 시드니에서도 가장 시원찮은 거리다. 좁고 혼잡하고 더럽고 가난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나고 환경이 나쁘고 낡았고, 게다가 기후가 나쁘다. 여름에는 지독히 춥고, 겨울에는 지독히 덥다. 여름에는 지독히 춥고, 겨울에는 지독히 덥다. 라는 말은 왠지 이상하다. 비록 남반구와 북반구에서는 계절이 반대가 된다고는 하지만 현실 문제로서는 더운 것이 여름이고, 추운 것이 겨울이기 때문이다. 즉 8월이 겨울이고, 2월이 여름이 되는 셈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모든 사물을 그렇게 간단 명쾌하게 처리해 버릴 수는 없다. 거기에는 계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커다란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즉 12월이 됐기 때문에 겨울인지, 아니면 추워졌기 때문에 겨울인지, 하는 문제다.
"그런 건 간단해 추워졌으니까 겨울이지"하고 당신은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 만일 추워졌으니까 겨울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섭씨 몇 도 이하가 되어야 겨울이란 말인가? 한겨울에 굉장히 따뜻한 날이 며칠 계속되면 따뜻해졌으니까 봄이 되는 것인가?
그것 봐, 잘 모르겠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겨울이니까 추워야 한다. 라는 사고 방식은 너무 단면적인 게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주위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라도 12월에서 2월까지는 겨울이라고 부르고 6월에서 8월까지를 여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니까 겨울은 덥고, 여름은 춥다. 이런 연유로 주위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건 어쨌든 상관이 없다 .
그린 스트리트 이야기를 하자.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드니에서 가장 시원찮은 거리다. 어쩌면 남반구 전체에서 가장 시원찮은 거리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서 지금, 10월의 오후, 나는 빌딩 삼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린 스트리트의 한가운데쯤 되는 곳을 내려다보고 있다.
무엇이 보이느냐고?
여러 가지가 보인다.
햇볕에 그을은 알코올 중독자 부랑자가 개천에 한쪽에 다리를 처박은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요란한 옷차림을 한 애송이 건달이 점퍼 주머니에 체인을 집어넣고 짤랑짤랑 소리를 내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반쯤 털이 빠진 병이 난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일곱 살이나 여덟 살쯤 된 어린아이가 송곳으로 차례차례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를 내고 있다.
벽돌 벽에는 색색 가지의 구토물이 말라서 달라붙어 있다.
거의 모든 상점은 셔터를 내린 채다. 모두 이 거리에 정이 떨어져, 문을 닫고 다른 어딘가로 도망가 버린 것이다.
여전히 가게를 열고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전당포와 술집과 찰리의 피자 스탠드뿐이다.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자가 깜나 에나멜 백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똑똑하는 날카로운 구두 소리를 내면서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마치 누군가한테 쫓기고 있는 것 같지만, 쫓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 마리 들개가 거리 한가운데서 스쳐 지나간다. 한 마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고, 또 한 마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간다. 두 마리 다 걸으면서 땅바닥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엇갈릴 때조차도 얼굴을 들지 않는다.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라는 곳은 이런 거리다.
나는 항상 생각하는 일이지만, 만일 지구상의 어딘가에 초특대 사이즈 똥구멍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여기 외에는 있을 수 없다.
즉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말이다.
내가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데는,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가난하기 때문은 아니다. 여기의 집세는 물론 굉장히 싸지만, 나는 별로 돈이 궁하지는 않다. 오히려 나는 넘칠 정도의 돈을 갖고 있다. 시드니의 번화가에 있는 십육 층짜리 신축 빌딩을 한꺼번에 열 개 살 수도 있고 최신식 항공 모함을 제트기 오십 대를 껴서 살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보기도 지겨울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금광왕이었고, 그 아버지가 나 하나한테 전 재산을 남겨놓고 2년 전에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돈을 쓸데가 없어서 은행에 몽땅 집어넣었는데 이번에는 그 이자를 다 쓸데가 없다. 그래서 그 이자도 그 은행에 집어넣어 두었는데, 이번에는 또 그 이자가 는다. 생각만 해도 정말이지 지겹다.
내가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여기에 있는 한 아는 사람 같은 것은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같은 곳에 올 리가 없다. 누구나 이 거리를 굉장히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잔소리를 할 친척도 오지 않고, 주제넘게 간섭하는 친구도 오지 않고, 돈이 목적인 여자아이도 오지 않는다. 고문 변호사가 재산 운영에 관한 상담 때문에 오는 일도 없고, 은행 총재가 아첨하러 오는 일도 없고, 롤즈로이스 세일즈맨이 팸플릿을 한 다발 끌어안고 문을 노크하는 일도 없다. 전화도 없다. 편지는 찢어 버린다. 정말로 조용하다.
나는 시드니의 그린스트리트에서 사립 탐정 사무실을 열고 있다. 즉 나는 사립 탐정이다. 간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사립 탐정. 싸게 사건을 맡습니다. 단 재미있는 사건에 한합니다. 간판의 문구를 한자를 빼고 쓴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에는 한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 따위는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세 평정도 되는 지독히 더러운 방이다. 벽에도 천장에도 더 이상 낄 곳이 없을 만큼 누런색 얼룩이 달라붙어 있다. 문은 잘못 달려서 닫는 데 고생하고, 닫아버리면 이번에는 여는 데 고생한다.
문 유리에는 사립 탐정 사무실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다. 도어 노브에는 재실 부재라고 나는 문구가 앞뒤에 씌어진 표찰이 걸려 있다. 재실이라는 쪽이 겉으로 되어 있으면 나는 사무실에 있다. 부재라고 하는 쪽이 겉으로 되어 있으면, 나는 외출 중이다. 사무실에 없을 때의 나는 옆방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든지, 피자 스탠드에서 웨이트리스인 찰리하고 세상 이야기를 하고 있든지, 그 어느 쪽인가다.
찰리는 나보다 몇 살 아래의 귀여운 여자아이다. 중국인의 피가 반 섞여 있다. 시드니가 넓다고 해도, 중국인의 피가 반 섞여 있는 여자아이는 찰리밖에 없다.
나는 찰리를 매우 좋아한다. 찰리도 나를 매우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
남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나로서는 전혀 모르는 일인 것이다. 사립 탐정이라는 것은 돈이 많이 벌려? 라고 찰리가 나에게 묻는다.
"아니 안 벌려"하고 나는 대답한다.
"돈이 벌려 봤자, 돈이 들어올 뿐이잖아."
"당신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하고 찰리는 말한다.
찰리는 내가 대재벌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재실이라는 표찰이 걸려 있을 때, 나는 대개 사무실 비닐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글렌 굴드의 레코드를 듣고 있다. 나는 글렌 굴드의 피아노를 무척 좋아한다. 글렌 굴드의 레코드만 서른여덟 장이나 갖고 있다. 나는 아침에 제일 먼저, 오토 체인지 플레이어에 레코드를 여섯 장 올려놓고, 오래오래 글렌 굴드의 레코드를 듣는다. 그리고 맥주를 마신다. 글렌 굴드에 싫증이 나면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튼다. 찰리는 AC/DC를 좋아한다.
사립 탐정 사무실이라고 해도 손님은 거의 없다.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의 주민들은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서 돈을 쓴다는 일은 생각조차 못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한 가지씩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럭저럭 타협해서 지내려는 기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어쨌든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는 사립 탐정한테는 결코 바람직한 거리는 아니다.
아주 어쩌다 싸게 사건을 맡습니다. 라는 말에 끌려서 손님이 올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물론 나한테는 이라는 이야기지만 극히 시시한 사건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 집 닭이 계란을 이틀에 한 번밖에 낳지 않게 된 것은 왜일까요라든가, 매일 아침 우리 집 우유를 누가 훔쳐 가는데, 범인을 잡아서 혼 좀 내줘요라든가, 친구가 꿔간 돈을 돌려주지 않는데, 돌려주도록 말 좀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라는 따위의 일이다.
나는 그런 시시한 일은 전부 거절해 버린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나는 누군가의 닭이나 우유나 째째한 빚 처리를 하려고 사립 탐정이 된 것은 아닌 것이다.
내가 구하고 있는 것은 좀 더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예를 들자면 이 미터 정도의 키가 큰 파란 의안을 한 집사가 까만색 리무진을 타고 와서 백작 따님의 루비 보석을 지키는 데 한몫 해주시지 않겠습니까라든가 그런 사건 말이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는 백작 따님 같은 것은 없다. 백작은커녕 자작도 남작도 없다. 정말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아주 한가하다.
나는 손톱을 자르거나 글렌 굴드의 레코드를 듣거나, 골동품 권총을 손질하거나, 피자 스탠드에서 찰리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당신도 사립 탐정 따위 같은 짓 그만두고, 제대로 자리 잡으면?"하고 찰리는 말한다.
"인쇄공이라든가 그런 것 말이지"
인쇄공,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찰리하고 결혼하고 인쇄공이 되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로는 나는 사립 탐정이다.
그 양의 모습을 한 작은 사나이가 방에 들어선 것은 금요일 오후였다.
양의 모습을 한 작은 사나이는 빠른 걸음으로 방에 들어오자 고개를 밖으로 내밀고 미행하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문을 닫았다.
문은 좀처럼 잘 닫히질 않았다.
"안녕하세요."하고 작은 사나이가 말했다.
"안녕하세요."라고 나는 말했다.
"에..."
"양 사나이라고 불러 주세요."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양 사나이씨."하고 내가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사립 탐정이신 분이죠?"
"그렇습니다. 내가 사립 탐정입니다."라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플레이어 스위치를 끄고 글렌 굴드의 인벤션을 레코드 선반에 집어넣고, 빈 맥주 깡통을 치우고, 손톱깎이를 서랍에 집어넣고, 양 사나이에게 의자를 권했다.
"사립 탐정을 찾고 있었어요."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네."하고 내가 말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사립 탐정을 찾을 수 있는지 몰랐거든요."
"음. 음."
"그래서 모퉁이에 있는 피자 스탠드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여자분이 여기에 가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찰리다.
"양 사나이씨"라고 내가 말했다.
"용건을 들어 봅시다."
양 사나이는 양 모양의 옷을 입고 있었다.
양 모양의 옷이라고 해도 째째하게 헝겊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제대로 된 진짜 양털로 만든 것이다. 꼬리도 달려있고 뿔도 달려있다. 손과 발과 얼굴 부분만 뚫려 있다. 눈에는 까만 마스크를 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어서 이 남자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지금은 가을도 꽤 깊어졌으니까,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으면 상당히 땀이 날 것이다. 게다가 거리를 걷고 있으면 아이들이 놀려대는 일도 있을 것이다. 정말 모르겠다.
"만일 더우시다면"하고 내가 말했다.
"사양하지 마시고, 응 그 상의를 벗으시죠."
"아니요. 아니요. 괜찮습니다."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이 옷차림이 익숙하거든요."
"그러면 양 사나이 씨"하고 나는 되풀이했다.
"즉 제 옷에 붙어 있던 귀 말입니다. 보세요. 이 자리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양 사나이는 손가락으로 머리 오른쪽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동자도 잡아당기듯이 오른쪽 위로 올라갔다.
"이쪽 편 귀가 찢어져서 없어졌죠."
분명히 양 옷의 오른쪽 귀가 찢겨 없어져 있었다. 왼쪽 귀는 제대로 붙어 있었다. 나는 양이 어떤 귀를 하고 있는지 그런 일은 그때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양의 귀라는 것은 납작하고 한들한들하고 옆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래서 귀를 찾아 주셨으면 하는데요."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나는 책상 위의 메모와 볼펜을 들고, 볼펜 꼭지로 툭툭하고 책상을 두드렸다.
"자세한 사정을 들려 주십시요."라고 내가 말했다.
"없어진 것은 어제입니까? 찢어 버린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도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없어진 것은 삼 일 전입니다. 찢은 것은 양박사입니다 .그리고 나는 양 사나이입니다."
"저런저런"하고 내가 말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 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내가 말했다.
"양박사니 뭐니 말씀을 하셔도,, 저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말씀드리죠."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이 세상에는 아마 당신은 모르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약 삼천 명의 양 사나이가 살고 있습니다."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알래스카에도 볼리비아에도 탄자니아에도 아이슬란드에도, 온갖 곳에 양 사나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밀 결사라든가 혁명 조직이라든가 종교 단체라든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요컨대 우리들은 단지 양 사나이고, 양 사나이로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양 사나이로서 사물을 생각하고, 양 사나이로서 식사를 하고, 양 사나이로서 가정을 갖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양 사나인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잘 알 수는 없었지만 흠흠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 앞길을 막는 사람들도 몇인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양박사입니다. 양박사의 본명은 나이도 국적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게 한 사람인지, 복수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나이가 든 노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양박사가 사는 보람은 양 사나이의 귀를 찢어서 컬렉션하는 것입니다."
"그건 또 어째서?"하고 나는 말했다.
"양박사는 양 사나이들이 사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심술로 귀를 찢어 버리는 거죠. 그리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난폭한 사람 같군요."하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어딘가에서 기분 나쁜 일을 당해서 성격이 삐뚤어진 거겠죠. 그러니까 나로서는 귀만 돌아오면 되는 겁니다. 양박사한테 원한은 없습니다."
"좋습니다. 양 사나이씨."라고 나는 말했다.
"당신의 귀를 찾아 드리죠."
"감사합니다."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비용은 하루에 일천 엔, 귀를 찾으면 오천 엔, 3일분 비용은 지금 지불해 주세요."
"선불입니까?"
"선불입니다."라고 내가 말했다.
양 사나이는 가슴 주머니에서 커다란 지갑을 꺼내 꼼꼼하게 접은 천 엔짜리를 석 장 꺼내더니, 서글픈 듯이 책상 위에 놓았다.
양 사나이가 돌아간 뒤에 나는 천 엔짜리의 주름을 펴고, 내 지갑에 집어넣었다. 천 엔짜리에는 얼룩이라든가 냄새라든가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피자 스탠드에 가서 안초비 피자하고 생맥주를 주문했다. 나는 하루 세끼 피자 파이를 먹는다.
"겨우 일거리가 생겼네."하고 찰리가 말했다.
"그래, 바쁘다고."라고 나는 피자 파이를 먹으면서 말했다.
"양박사를 찾지 않으면 안 되거든."
"양박사라면 찾을 것도 없어, 이 근처에 살고 있는데 뭐. 가끔 우리 집에 피자를 먹으러 오는걸."하고 찰리가 말했다.
"어디에 살고 있단 말이야?"하고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런 건 몰라. 직접 전화번호부를 조사해 보면 되잖아?"
나는 설마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전화번호부의 양자 페이지를 조사해 보았다. 양박사의 전화번호가 거기에 기재되어 있었다. 양 사나이의 전화번호까지 있었다. 정말 어떻게 된 세상일까.
양 사나이(무직)...3649847
양정(술집)...4972001
양박사(무직)...2026374
나는 수첩을 꺼내서 양박사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메모했다. 그리고 나서 맥주를 마시고 나머지 피자를 먹었다. 사건은 의외로 빨리 끝날 것 같았다.
양박사의 집은 그린 스트리트의 서쪽 끝에 있었다. 벽돌로 만든 자그마한 집으로, 정원에는 장미꽃이 피어있었다. 그린 스트리트에서는 보기 드물게 단정한 집이었다. 물론 꽤 낡아서 부실해진 곳은 많았지만, 적어도 집으로는 보인다.
나는 겨드랑이 밑의 자동 권총의 무게를 확인하고 선글라스를 쓰고, 팔리아치의 서곡을 휘파람을 불면서 집 주위를 빙 일주해 보았다. 특별히 별다른 구석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집안은 조용했고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창에는 새하얀 레이스 커튼이 달려있었다. 아주 조용하고 그리고 조촐해서, 양 사나이의 귀를 찢거나 하는 그런 인물이 살고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는 현관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패에는 양박사라고 되어 있다. 틀림없다. 우편함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신문, 우유 등 사절이라는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다. 양박사네 집은 찾아냈지만, 이제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너무 쉽게 집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원칙대로라면 이것저것 복잡한 일이 있거나, 이것저것 무리하거나 해서 겨우 집을 찾아내야 하는 법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찾아내 버리고 나면 아무래도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법이다. 이런 것은 정말이지 곤란하다.
나는 바하의 주여, 인류의 소망의 기쁨이요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될지를 생각해 보았다.
제일 간단한 것은 초인종을 누르고, 양박사가 나오면 죄송합니다. 양 사나이의 귀를 돌려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간단하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초인종을 열두 번 눌렀다. 그리고 문 앞에서 오 분간 기다렸다. 대답이 없었다. 집안은 조용하게 가라앉은 채였다. 참새가 정원 잔디 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내가 단념하고 이제는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문이 쾅 열리면서, 덩치가 큰 백발노인이 얼굴을 쑥 내밀었다. 굉장히 무서운 인상의 노인이다. 나는 할 수 있다면 그대로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야아, 시끄러워."하고 노인이 소리쳤다.
"남이 모처럼 기분 좋게 낮잠 자고 있는데, 너는 도대체 ..."
"양박사시죠?"하고 내가 질문했다.
"거기에 종이가 붙어 있지 않은가, 자네는 한자도 못 읽어? 잘 들어, 신문, 우유..."
"한자는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신문이라든가 우유 세일즈맨이 아닙니다. 저는 사립 탐정입니다."
"사립 탐정? 뭐든지 똑같아. 그런 거 일없어."
양박사는 그렇게 말하고 쾅 하고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나는 발을 끼워서 막아 버렸다. 문이 발목에 부딪혀서 굉장히 아팠지만 나는 내색을 하지 않고 참았다.
"당신은 일이 없으셔도 저는 일이 있거든요."하고 내가 말했다.
"알 게 뭐야."라고 말하면서 양박사는 내 발목을 구두 끝으로 걷어찼다. 다리가 부서지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아팠지만, 나는 이것도 참았다.
"냉정하게 얘기합시다."하고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이거라도 먹어라."하고 양박사는 말하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화병을 집어서 내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의식을 잃었다.
나는 우물물을 길어 오는 꿈을 꾸고 있었다. 나는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서, 그 물을 커다란 다라이에 넣고 있었다. 다라이에 물을 가득 차면 악어가 와서 그 물을 단숨에 꿀꺽꿀꺽 마셔 버린다. 다라이에 또 물이 가득 차면, 이번에는 다른 악어가 와서 그 물을 단숨에 꿀꺽꿀꺽 마셔 버린다.
그 일의 되풀이였다. 나는 열 한 마리까지 악어를 셌다. 그리고 나서 정신이 들었다. 주위는 캄캄했다. 하늘에는 별이 나와 있었다. 시드니의 밤하늘은 아주 아름답다. 나는 양박사의 문 앞에 드러누워 있었다. 주위는 고요했다. 지갑도 자동 권총도 그냥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내고, 선글라스를 가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러 볼까 생각했지만, 머리가 지독히 아팠기 때문에, 우선 오늘은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이미 오늘 하루치 이상의 일을 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었고, 선금을 받았고, 범인의 집을 찾아냈고, 발목을 걷어차이고, 머리를 맞았다. 나머지는 내일 하면 된다. 나는 피자 스탠드에 들러서 찰리한테 상처치료를 받았다.
지독한 혹이네 하고 찰리는 찬 수건으로 내 머리를 닦으면서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양박사한테 맞았어."하고 내가 말했다.
"설마."하고 찰리가 말했다.
"정말이야."하고 내가 말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자기 소개를 했더니 화병으로 내리쳤어."
찰리는 혼자 한참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동안 머리를 문지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함께 가자."하고 찰리가 말했다.
"어딜 가려고."하고 내가 말했다.
"양박사한테 가지 어디 가겠어."하고 찰리가 말했다.
찰리는 양박사네 집의 벨을 계속해서 스물여섯 번이나 눌렀다.
"야. 시끄러워."하고 양박사가 고개를 내밀었다. 신문도 우유도 사립 탐정도..."
"뭐가 시끄러워야. 이 멍텅구리."하고 찰리가 소리쳤다.
"뭐야 찰리 아냐"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당신이 이 사람 머리를 화병으로 팼다면서?"하고 찰리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응, 뭐랄까, 응, 거 말이지."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이 사람은 내 애인이라고."
양박사는 난처한 얼굴을 하고 머리를 득득 긁었다.
"거 미안하게 되었는데, 몰랐거든. 아니 그런 줄 알았더라면 그런 짓을 안 했을 텐데 말이야."
나도 그런 건 몰랐다. 내가 찰리의 애인이라니 말이지.
"자 어쨌든 들어오지. 그래."라고 말하면서 양박사는 문을 활짝 열었다. 나와 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으려고 하다가 또 발목을 부딪쳐 버렸다. 정말 재수가 없다. 양박사는 우리를 거실로 안내하고 포도 주스를 내왔다. 잔이 더러웠기 때문에 나는 반밖에 마시지 않았다. 찰리는 상관하지 않고 모두 마셔 버리고, 얼음까지 깨물어 먹어 버렸다.
"자아 자, 뭐라고 사과를 해야 할지."라고 양박사는 나한테 말했다.
"머리는 아직도 아파?"
나는 잠자코 끄덕였다. 남의 머리를 힘껏 화병으로 때리고 아직도 아퍼.라니 말이다.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 정말이지"하고 찰리는 말했다.
"아냐 아냐, 최근에는 정말 사람이 싫어져서 말이지."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게다가 신문 배달이라든가 우유 장수라든가 그런 게 시끄러워서 말이지, 모르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때리게 된다니까, 아, 잘못했어, 하지만 젊은이, 나는 신문도 읽지 않고, 우유도 마시지 않는다고."
"저는 신문 배달도 아니고, 우유 장수도 아닙니다. 저는 사립탐정입니다."라고 내가 말했다.
"아 그렇지, 사립 탐정이었지, 잊어버리고 있었군."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실은 양 사나이의 귀를 돌려주셨으면 하고 찾아뵈었는데요."하고 내가 말했다.
"박사님께서는 삼 일 전에 슈퍼마켓의 레지스터에서 양 사나이의 귀를 찢어가셨죠."
"오 그렇지."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그것을 돌려주세요."하고 내가 말했다.
"싫어."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귀는 양 사나이의 것입니다."라고 내가 말했다.
"지금은 내 것이라고."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할 수 없습니다"라고 나는 말하고 겨드랑이 밑에서 자동 권총을 꺼냈다. 나는 성격이 굉장히 급한 것이다."
"그러면 당신을 쏴 죽이고 귀를 갖고 가겠습니다."
"이봐요."하고 찰리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당신은 정말 생각이 모자란다니까."하고 그녀는 나한테 말했다.
"정말이고 말고."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나는 울컥 화가 치밀어서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찰리가 당황해하며 말렸다. 그리고 내 발목을 힘껏 걷어차고서 권총을 재빨리 뺏어갔다.
"당신도 당신이라고요."라고 찰리는 양박사에게 말했다.
"왜 양 사나이 귀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거야?"
"귀는 절대 안 돌려줄 거야. 양 사나이는 내 적이야. 이번에 만나면 왼쪽 귀도 마저 찢어줄 거야."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왜 그렇게 양 사나이를 미워하십니까? 착한 사람이 아닙니까?"하고 나는 말했다.
"이유 같은 게 있을 게 뭐야. 다만 그 녀석들이 미울 뿐이지. 그녀석들이 그렇게 보기 흉한 꼴을 하고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무턱대고 밉다고."
"원망 증오야."하고 찰리가 말했다.
"응?"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응?"하고 내가 말했다.
"당신은 정말은 자기도 양 사나이가 되고 싶은 거라고,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반대로 양 사나이를 미워하게 됐다는 얘기라고."
"그런가?"하고 양박사는 감탄한 듯이 말했다.
"몰랐는데."
"어째서 그런 것을 알지?"하고 내가 찰리한테 물어보았다.
"당신네들은 프로이트라든가 융 같은 것을 읽지 않아?"
"아니."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유감이지만."하고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결코 양 사나이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군."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그런 얘기가 되네요."하고 내가 말했다.
"당연하잖아."하고 찰리는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양 사나이한테 아주 나쁜 짓을 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그렇겠죠."하고 내가 말했다.
"당연해."하고 찰리가 말했다.
"즉, 양 사나이의 귀는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군."하고 양박사가 말했다.
"으음, 그렇게 되겠군요."하고 내가 말했다.
"지금 곧 돌려줘요."하고 찰리는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기에는 없단 말이야."하고 양박사는 말했다.
"사실을 말하면 버려 버렸거든."
"버리다니... 어디에 버리셨습니까?"하고 내가 물어보았다.
"아니, 그..."
"얼른 말해요."하고 찰리가 소리쳤다.
"응, 사실은 말이지 찰리네 가게 냉장고 안에 집어넣어 두었어. 살라미에 섞어서 말이야. 응, 별로 큰 악의가 있었던 것은..."
양박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찰리는 가까이에 있던 화병을 집어서 양박사의 머리 꼭대기에 힘껏 내리쳤다. 나로서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결국 나와 찰리는 양 사나이의 귀를 찾을 수가 있었다. 하긴 찾았을 때는 귀는 갈색으로 물들고, 타바스코소스가 끼얹어져 있었다. 손님 중 한 사람이 살라미 피자를 주문하고, 그 한쪽을 입에 집어넣으려는 바로 그 순간에 우리들이 그것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위기일발이었다. 나는 그것을 깨끗이 씻어서 치즈는 떼어냈지만 타바스코소스의 얼굴만은 아무래도 지워지지 않았다.
양 사나이는 귀가 돌아온 것을 굉장히 기뻐했지만, 갈색으로 물들고 게다가 타바스코소스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는 말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 낙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요금을 이 천엔 깎아 주었다.
찰리가 바늘과 실을 가지고 옷에다가 귀를 붙여 주었다. 양 사나이는 거울 앞에 서서 두세 번 뛰어보았다. 귀가 흔들흔들 흔들렸다. 아주 만족스러운 듯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양박사는 경사스럽게도 양 사나이가 될 수 있었다. 그는 매일 양 사나이의 옷을 입고 찰리네 가게에 피자를 먹으러 온다. 양 사나이가 된 양박사는 매우 행복해 보인다. 이것도 전부 프로이트 덕분이다.
사건이 해결된 뒤에, 나하고 찰리는 데이트를 했다. 우리는 중국요리를 먹고 난 후에 다운타운 영화관에서 루키노비스콘티의 루드비히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 그녀는 하이힐 뒤꿈치로, 나의 발목을 힘껏 걷어찼다. 너무 아파서 십 분 정도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를 애인이라고 했잖아."라고 십 분 후에 말을 했다.
"그때는 그때고."하고 찰리는 말했다.
하지만 찰리는 정말은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자아이란 여러 가지 거꾸로 되는 때가 있는 법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안해"하고 나는 영화가 끝난 뒤에 말했다.
"당신이 사립 탐정 따위 바보 같은 일은 그만두고,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서, 저금이라도 하게 되면, 다시 한번 고려해도 좋아."하고 찰리가 말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지겨울 정도의 예금이 있다. 하지만 찰리는 그것을 모른다. 가르쳐 줄 생각은 없다. 나는 찰리를 매우 좋아한다. 그러니까 인쇄공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나는 아직 사립 탐정이고,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에 있는 사무실의 소파에 드러누워서, 손님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스피커에서는 글렌 굴드의 피아노가 흐르고 있다. 브람스의 인터메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코드다.
만일 당신이 뭔가 문제가 있으시다면, 내가 인쇄공이 되기 전에 그린 스트리트에 있는 내 사무실 문을 노크해주십시오. 아주 싼 가격으로 맡겠습니다. 깎아 드리기도 합니다. 단 그것이 재미있는 사건이라면 말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