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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부치지 않은 편지

Bollnow 2024. 4. 15. 06:17

한 통의 부치지 않은 편지

蔣光慈(Chiang Kuangtz'u)

 

이것은 4개월 전의 일이다. 하루는 내가 압북으로부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1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C군을 만났다. C군은 나의 좋은 친구로, 1년 전에 나와 함께 살았는데 마음이 서로 잘 맞았다. 그의 청년다운 호상한 기개, 성실한 태도, 그리고 용감한 사상과 고상한 언담은 일찍이 나로 하여금 그에 대해 무한한 경애의 감정을 일으키게 했다. 당시 우리들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기차를 타고 포대만에 가서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며 슬픈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달빛을 따라 프랑스 화원으로 걸어가서 연꽃이 있는 호수에서 조용히 속삭이기도 했다. 또 때로는 작은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흥분하여 큰 소리로 자신의 처지와 가정, 국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만취하곤 했다. 그는 비록 혁명공작을 아주 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확실히 대단한 낭만주의자였다.

나는 항상 그가 사랑스럽고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가 일 때문에 상해를 떠난 이후로 나는 항상 무언가 잃어버린 것과 같은 허전함을 느꼈으며 그것 때문에 불쾌하기도 했다. 비록 이별해 있었던 1년 동안 나는 그로부터 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내용이 너무 간략해서 그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가 없었다. 마지막 몇 개월 동안은 그의 간략한 편지마저 받을 수 없었기에, 그에 대한 나의 걱정은 날로 커져만 갔다. 나는 항상 생각했다. 혹시 일이 너무 힘들어서 병이 난 것이 아닐까? 혹시 군인이나 경찰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무슨 뜻밖의 불행을 만난 것은 아닐까? 그는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왜 간략한 편지조차 나에게 보내지 않을까? 나를 잊어버린 것인가?

뜻밖에 지금 버스 안에서 그를 만나게 되니 정말로 나의 기쁨과 즐거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비록 헤어진 지 이미 1년이 지났지만 그의 기개, 표정, 얼굴색은 여전히 나와 함께 살 때와 같았다. 그가 나를 보았을 때, 그 역시 매우 기뻐하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악수를 했다. 이 악수... ! 나는 너무 기뻐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끄러운 버스 안에서 무슨 말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편했다. 나는 그에게 어느 지방에서 일을 했으며, 지금은 어느 지방에서 오는 길인지, 그리고 상해에서 머무를 예정인지를 물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에게 왜 편지를 쓰지 않았는지, 나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를 따져 물었다. 그는 결코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이 너무 바빠서 실제로 붓을 들 여유가 없었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는 저녁에 곧 배를 타고 광동으로 노동자대표대회를 개최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상해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매우 실망하였다. 이때까지 만나지 못하다가 이렇게 우연히 만났으니, 오랫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지내려고 했는데, 오늘 저녁에 또 광동으로 떠난다니... ! 정말 불행하구나! 정말... 그는 내가 실망하는 것을 보고 아주 온유하게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너무 실망하지 말게! 앞으로 만날 기회는 많아! 두 달 후에 내가 다시 상해로 공작하러 올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나는 우리가 다시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라네."

"나는 자네가 좋은 소설과 시를 많이 지어서 나에게 읽도록 해줬으면 좋겠네."

버스에서 내리자, 시간은 이미 오후 5시였다. 나는 그에게 우리가 1년 전에 자주 갔던 작은 술집으로 가서 술을 마시면서 송별연도 할겸 이별 후의 심정을 이야기하자고 했더니 그는 흔쾌히 허락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또 옛땅에서 다시 놀게 되었다. 1년 전에 이 작은 술집은 매우 운수가 사나워서 장사도 잘 안 되고 탁자나 의사 역시 불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깨끗해졌다. C군은 사면을 둘러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술을 마시던 술집은 이렇게 아름답게 변했는데! 나는 여전히 이전처럼 능력이 없다네. 생각하니 실로 감개가 무량하군!"

나는 웃으면서 그에게 무엇이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은가를 물었다. 우리는 여전히 옛날풍의 의관에서 벗어나질 못했을 뿐이다. 내년, 후년, 다시 여러 해가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지금과 같을 것이다. C군은 C군의 떨어진 서양 옷을 입을 것이고, 나는 나의 질이 나쁜 베 두루마기를 입을 것이다.

우리는 이별한 후의 일의 상황, 현대정치의 상황, 남정북벌의 사정 등을 이야기하고, 또 장종창이 개고기를 먹으며, 손전방이 예교를 받든다는 것, 상해 여자를 몇 종류로 나누는 등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자네, 연애 문제는 해결했나?"

"친구! 연애란 1원짜리 은화를 중히 여기는 거라네. 나는 절대로 그런 꿈도 꾸지 않아!"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매우 슬픈 기색을 드러내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어떤 아름다운 여자가 나 같은 떠돌이 가난한 남자를 사랑하겠나? 자네는 지금 대학교수이니 많은 아름다운 여학생들이 자네를 사랑하겠지... 그만두세. 나는 이제 더 이상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네!"

그는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군. 자네가 거처하는 곳에 들른 후에 여관으로 가서 짐을 챙겨 가지고 배를 타러 가야겠네."

나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그에게 술을 더 마시자고 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와 함께 나의 거처로 왔다. 그는 앉아서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약간의 취기를 느끼는 것 같았다. 15분 가량 지난 후에 그는 배를 놓칠까 두렵다고 하면서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어지럽고 두 발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간신히 그를 대문 앞까지 전송했다. 그는 곧 가 버렸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내 책상 위에 가죽으로 만들어진 노란색 가방이 놓여 있었다. 나는 분명히 C군이 잊어버리고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배를 타고 떠났을 테니, 보낸다 해도 받지 못할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안에 무슨 중요한 것이나 들어 있는지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방을 열어 보았더니, 중요한 것은 없고 다만 내가 쓴 "선몽집"과 우표를 붙이지 않은 한 통의 장밋빛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이 장밋빛 편지는 대충 보니까 부치지 않은 편지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과연 그러했다. 편지봉투에는 '상해 하비로 306호 ㅇㅇㅇ여사 받음'이라고 씌어져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편지를 훔쳐보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뜯어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의 보고자 하는 마음은 확실히 간절했다. 만약 이 편지가 다른 사람이 쓴 것이었다면 아마도 뜯어 보고 싶다는 흥미를 유발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꿈에서라도 절대로 연애를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왜 이런 편지를 가지고 있는 걸까? 설마 그에게 이미 애인이 생긴 것은 아닐까? 애인이 있으면서도 나를 속인 것은 아니겠지? '여사 받음'이라... 이것은 연애편지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고운 장밋빛 편지봉투를 사용했겠어? 그가 평소에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 적힌 글씨는 편지봉투와 편지지를 막론하고 모두 아주 거친데, 왜 이 편지봉투에 적힌 글씨는 이렇게 가지런하고 신중한 것일까? 그저 한 여동지에게 보내는 편지일까? 아니! 아니야! 여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편지인데 내가 어떻게 뜯어 보겠어? 나는 여러 차례 뜯어 보고 싶었지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나는 만약 이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면 C군이 광동에 간 후 편지를 써서 부쳐 달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미 약 4개월이 지났는데도 나는 아직 C군의 편지를 받지 못했으며 그의 소식조차 알 수가 없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광동에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광동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었을까? 혹은 전선으로 가서 전쟁에 참여했을까? 아니면 무슨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긴 걸까? 나는 내 멋대로 추측해 보았지만 항상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하느님! 저는 맹세할 수 있습니다. 저는 C군이 건강하기를 영원히 희망합니다! 저는 세상에서 C군과 같이 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을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는 또 C군이 그리워졌다. 그의 노란색 가죽 가방은 나의 낡은 책꽂이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이미 먼지가 쌓였지만, 안에 들어 있는 한 통의 부치지 않은 장밋빛의 편지는 항상 은은한 마력으로 나의 주의를 끌었다. 내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 편지를 침범하겠다는 행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오 나의 하나님! 저는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편지를 뜯어 보는 것은 범법행위일까? 내가 왜, 무슨 권리로 다른 사람의 편지를 뜯어 보려고 하지? 이제 이러한 문제는 나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나의 친애하는 C! 나를 용서해 주게. 이 장밋빛 편지를 뜯어 보아야겠네. 나를 용서해 주게! 미안하네! 나는 이제 편지를 뜯어 보아야겠어.

 

사랑하는 아가씨! 나를 사랑하는 아가씨!

내가 이렇게 당신을 부르는 것에 대하여 당신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오? 아니, 절대로 아니오! 나의 마음은 당신이 나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소. 나를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말이오. 당신이 나를 아주 사랑하고 있다고 내가 느꼈을 때, 나의 사랑하는 아가씨,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요. 나는 아직까지 당신과 같이 이렇게 나로 하여금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그 어떤 여자도 만난 적이 없었소. 나는 그대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소.

당신에게 진실로 말하는데, 나의 아가씨! 나는 내가 만난 예쁜 여자들에 대하여 항상 영혼이 없고, 단지 먹고 마시고 입고, 무의식적으로 남자와 잠을 자고, 아이를 낳을 줄 알 뿐, 머릿속에는 온통 돈 냄새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소. 그 여자를 절대적으로 가난한 청년을 경멸하지! 그 여자들이 남자를 사랑하는 기준은 대개 돈을 조건으로 삼을 뿐이라오. 나의 아가씨! 나는 가난한 청년이기 때문에 영원히 그 여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할 거요. 즉 그 여자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요. 이것은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지. 그러나 나의 아가씨, 당신에게 진실로 말하는데, 나 역시 영원히 그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을 거요!

그런데 아주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당신은 매우 예쁜 아가씨이고 매우 아름다운 여자인데 어떻게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게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내가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을까? 그것도 아주 대단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이오. 나의 아가씨! 당신은 이것이 매우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만약 나와 은행에서 일하는 당신 남편이 함께 서 있는 것을 비교한다면, 나는 얼마나 초라할까! 당신은 내가 입고 있던 낡은 양복을 보았지! 하지만 당신은 나를 만났을 때, 그 추파를 보내는 듯한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소. 그리고 나의 마음을 향하여 살며시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속삭였지. 일주일 전에 우리 두 사람이 길가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당신은 놀랍게도 부잣집 아가씨의 신분이 깎이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낡은 양복을 입고 의관이 단정하지 못한, 가난한 청년인 나와 대화를 나눴지. 이것은 정말 나를 너무너무 감격시켰소. 만약 내가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당신이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 아마도 나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그 어떠한 것도 없었을 것이오. 그러나 나의 사랑하는 아가씨!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며, 당신의 나를 향한 곁눈질과 당신과 나의 대화, 이 모든 것은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증거라고 생각하오.

나를 사랑하는 아가씨! 당신은 확실히 아름다운 여자라오! 당신의 웃는 모습, 이야기할 때의 온유한 태도, 그리고 당신의 주홍빛 입술, 초승달과 같이 아름다운 눈썹, 장밋빛 얼굴, 부드러운 두 손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로 당신이 이미 시집을 간 여자라는 것을 믿을 수 없으며 당신이 아이를 낳은 부인이라는 사실은 더욱이 믿을 수가 없소. 나는 당신의 아름다움, 당신의 마음, 당신의 순결함은 확실히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라고 생각하오. 당신은 마땅히 사랑스러운 남편을 만나야 했소. 그러나 나의 사랑하는 아가씨!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당신이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당신의 상스러운 남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오. 나는 그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소... ! 나의 아가씨! 당신 앞에서 당신이 듣기 싫어하는 이러한 말들을 해서는 안 되는데... 나를 용서해 주오.

나를 사랑하는 아가씨! 나는 진정으로 깊이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소! 나는 당신과 같이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 나의 온몸의 피가 모두 끓어오르듯이 기뻤다오. 무엇인들 기쁘지 않았겠소? 나처럼 이렇게 가난한 청년, 나처럼 이렇게 가난한 혁명당인, 나의 아가씨! 나는 지금 당신 앞에서 뜻밖에 스스로 혁명당인임을 승인했소. 이것은 나의 실수일까? 당신은 혁명을 두려워하시오?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혁명당인이라고 해서 곧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아니,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오!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소...

거울에 나 자신을 비춰 보고 스스로 확실히 혁명당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소.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혹 내가 혁명당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혹 내가 위대한 정신, 반향적인 기백과 순결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은 아닐까? 나의 아가씨! 혁명당인의 정신과 기백, 마음은 영원히 사랑스러운 것이오. 만약 당신이 이러한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얼마나 행복하겠소! 내가 얼마나 기쁘겠소! 아가씨! 나는 절대로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나는 절대적으로 나의 위대한 공작을 계속할 것이오! 당신은 나의 유일한 지기이며, 나는 마땅히 나의 지기를 위하여 나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이오.

나를 사랑하는 아가씨!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정말 세상에 나에게 동정을 표하는 여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소! 더욱이 당신과 같이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나를 사랑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소. 말하자면 나는 행복을 낳는 것을 좋아한다오. 가난한 혁명당인을 이해해 주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오. 그러나 나는 지금 뜻밖에 당신을 만났소. 나의 친애하는 아가씨! 나는 정말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소. 다만 "행복! 행복! 행복!"이라고 소리 높여 외칠 수 있을 뿐이라오.

나는 요 며칠 동안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었소. 당신 생각을 하면 나의 온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오. 그러나 나의 사랑하는 아가씨!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당신이 은행에서 일하는 당신 남편에게로 가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소.

나의 아가씨,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것이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이미 커다란 행운인 셈이오. 나는 머지않아 다른 지방으로 갈 것이오. 하지만 한 두 달이 지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살게 될 것이오. 만약 여유가 있다면, 하루 빨리 나에게 편지를 보내 주시오. 나는 내가 쓴 이 편지가 당신 손에 들어가지 않을까 몹시 두렵소.

당신을 사랑하는 C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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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편지를 보고 몹시 기뻤다. 떠돌이 C군에게 이와 같이 아름다운 애인이 있다니! 속세에서 우연히 이와 같은 여성 지기를 만났으니 C군은 정말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일생이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또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겼다. C군은 이미 애인이 생겼는데, 왜 나와 연애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렇게 불만스러운 기색을 했을까? 그리고 왜 편지를 쓰고도 이렇게 오랫동안 부치지 않았을까? C군은 이 편지를 쓸 때 정말 대상이 있었을까? 아니면 단지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생각할수록 정말로 기이했다.

이 편지를 읽어 보기 전에는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궁금했었는데, 읽고 난 후에 또 이러한 의문이 생기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나는 이제 하루 빨리 C군을 만나 그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19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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