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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측 주장(The Case for the Defence)

Bollnow 2024. 4. 14. 06:34

피고 측 주장(The Case for the Defence)

Graham Greene

 

그것은 내가 참석했던 가장 이상한 살인 사건 재판이었다. 신문들은 페컴 살인 사건이라고 기사의 제목을 달았다. 노파가 심한 공격을 받아 사망한 노스우드 가는 엄밀히 페컴 지역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것은 정황증거로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 아니었다. 정황증거만 있는 사건에서는 침묵이 법정을 집어삼켜 버린 것 같은 분위기에서 배심원들의 고민이─╴왜냐하면 실수한 사례가 끊이지 않았으므로─╴느껴진다. 그런 사건은 아니었다. 살인범은 시신이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의 밝혀졌다. 검사가 사건의 개요를 설명했을 때, 참석한 사람 가운데 피고석에 있는 이에게 어떤 희망이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툭 튀어나온 눈이 인상적인 우람하고 튼튼한 남자로, 모든 근육이 넓적다리에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하체가 튼튼했다. 잠깐 보아도 잊히지 않을 만큼 못생긴 사람이었다. 이는 중요한 사실이었다. 검사가 부른 증인들, 노스우드 가에 있는 조그만 붉은색 집에서 황급히 떠나는 그를 본 네 명의 증인들이 그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계 종소리가 막 새벽 2시를 알리던 때였다.

노스우드 가 15번지에 사는 새면 부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문이 삐거덕하며 닫히는 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자기 집 문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가로 갔고, 거기서 애덤스(피고의 이름이다)가 파커 부인의 집 계단 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막 그 집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손에는 장갑을 끼고, 망치를 들고 있었다. 부인은 그가 그 망치를 정문 옆에 있는 월계수 덤불에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곳을 떠나기 전에 고개를 들어 그녀의 집 창문을 쳐다보았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 그것을 느끼게 해 주는 치명적인 본능 탓에, 순간적으로 얼굴을 치켜든 애덤스는 가로등 불빛 속에서 그녀의 시선에 노출되고 만 것이었다. 마치 회초리를 치켜든 사람 앞에 선 동물처럼 그의 눈에 소름 끼치도록 오싹한 두려움이 번졌다. 나는 나중에 새먼 부인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녀는 놀라운 평결이 내려진 뒤에 당연히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모든 증인들이 다 그 같은 두려움을 느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헨리 맥두걸은 밤늦게 차를 몰고 벤플리트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노스우드 가의 모퉁이에서 애덤스를 칠 뻔했다. 애덤스가 멍한 얼굴로 도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파커 부인의 옆집인 12번지에 사는 노인 휠러 씨는 종잇장처럼 얇은 벽을 통해 들려온 소리─╴의자가 넘어지는 소리 같았다─╴에 잠이 깼다. 새먼 부인이 그랬던 것처럼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본 노인은 애덤스의 등을 보았고, 애덤스가 돌아섰을 때 그 튀어나온 눈을 보았다. 또 한 명의 증인은 로럴 가에서 그를 보았다고 했다. 그는 대단히 운이 나빴다. 차라리 환한 대낮에 범죄를 저지르는 게 나을 뻔했다.

피고는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검사가 말했다.

애덤스의 아내는 214일 새벽 2시에 애덤스가 자신과 함께 있었다고 말할 겁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검찰 측 증언을 듣고 나서 피고의 특징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사람을 잘못 보았을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이제 끝났다고, 교수형 이외의 평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터이다.

시체를 찾은 경찰과 이를 부검한 의사가 공식적인 증거를 제출한 뒤, 새먼 부인이 불려 나왔다. 스코틀랜드 억양이 약간 섞인 말씨와 정직하고 신중하고 친절한 표정이 돋보이는 그녀는 이상적인 증인이었다.

검사는 그 이야기를 부드럽게 끄집어냈다. 부인은 매우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녀에게는 어떤 악의도 없었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주홍색 법복의 재판장과 자신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는 기자들이 있는 중앙 형사법원의 법정에 서서 얘기를 하면서도 전혀 잘난 체하지 않았다. , 그녀가 말했다. 그런 다음 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경찰서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남자가 지금 이 법정 안에 있습니까?”

그녀는 피고석에 있는 우람한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남자는 감정이 깃들지 않은 발바리 눈 같은 퉁방울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

그녀가 말했다.

있습니다.”

그녀는 간단히 말했다.

잘못 봤을 리 없습니다, 검사님.”

증인신문은 이렇게 간단히 끝났다.

고맙습니다, 새먼 부인.”

피고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위해 일어섰다. 나만큼 자주 살인 사건 법정을 취재한 사람들이라면 피고 측 변호인이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낼지 미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새먼 부인, 부인께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부인의 증언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시력이 좋으신가요?”

저는 아직까지 안경을 껴 본 적이 없어요.”

“55세시죠?”

“56세입니다.”

부인이 본 남자는 길 건너편에 있었지요?”

.”

그리고 새벽 2시였고요. 시력이 매우 좋은가 보죠, 새먼 부인?”

아니에요. 그때 달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위를 쳐다봤을 때 가로등 불빛이 얼굴을 비추었어요.”

그러면 부인이 보았다는 사람이 저 피고인임을 확신합니까?”

나는 변호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과 같은 대답 외에는 다른 어떤 대답도 기대할 수 없었을 텐데 말이다.

확실합니다. 잊을 수 있는 얼굴이 아니니까요.”

변호인은 잠시 법정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입을 열었다.

새먼 부인, 죄송하지만 이 법정 안에 있는 사람을 다시 한번 봐 주시겠습니까? 아뇨, 피고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 일어나 주세요, 애덤스 씨.”

그러자 법정 뒤쪽에서 우람하고 단단한 몸과 근육질 다리와 튀어나온 눈을 가진, 피고석에 있는 남자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일어났다. 심지어 복장도 똑같이 몸에 꽉 끼는 파란색 정장에 줄무늬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제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 새먼 부인. 부인은 아직도 파커 부인의 정원에 망치를 버린 사람이 피고의 쌍둥이 동생인 이 사람이 아니라 피고라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

물론 그녀는 맹세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쪽저쪽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할 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야수같이 덩치 큰 남자가 피고석에 다리를 꼰 채 앉아 있고, 그런 남자가 법정 뒤쪽에도 서 있었다. 둘 다 새먼 부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다음 우리가 본 것은 사건의 종결이었다. 자기가 본 사람이 피고석에 있는 사람이라고 단언할 준비가 된 증인은 없었다. 그리고 그 쌍둥이 동생은? 그 역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 시간에 아내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남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되었다. 그러나 ─╴만약 그의 동생이 아닌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한다면─╴그가 벌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 이상한 날은 이상하게 끝났다. 나는 법정을 나와 새먼 부인을 뒤따라갔다. 우리는 그 쌍둥이 형제를 기다리고 있던 군중 사이에 끼어들게 되었다. 경찰은 군중을 멀찍이 밀어내려 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차도를 막지 않게 하는 일뿐이었다. 나는 나중에야 경찰이 쌍둥이 형제를 뒷문으로 나가게 하려 했으나 그들 형제는 그러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알았다. 형제 중 한 명이─╴형인지 동생인지 아무도 몰랐다─╴말했다.

나는 무죄를 선고받았잖아. 안 그래?”

그래서 그들은 당당하게 정문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 일이 벌어졌다. 나와 그 사이의 거리는 2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군중이 움직였고, 어찌어찌해서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버스 바로 앞 차도로 떠밀렸다.

그는 토끼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게 전부였다. 파커 부인의 두개골에 일어난 일처럼, 그는 두개골이 박살 나서 죽었다. 신의 복수? 내가 그걸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또 한 명의 애덤스는 시체 옆에서 뒤로 물러서다가 사람들 너머로 새먼 부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는 울고 있었지만 그가 살인자인지 결백한 사람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새먼 부인이라면 밤에 잠들 수 있을까?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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