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3
제29장 폭풍우 속을 도망치다
그 사람들이 데리고 온 사람은 아주 점잖아 보이는 노신사와, 바른쪽 팔을 삼각 붕대에다. 달아매고 있는 이 사람도 역시 품위 있어 보이는 좀 더 젊어 보이는 신사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얼마나 언제까지 떠들어대고 웃어댔던 것이랴 그러나 나에게는 웃음거리가 아니었다. 그 의미를 다소라도 알았다면 공작도 왕도 다시 뜨끔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새파랗게 질렸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만에, 새파랗게 질리기는커녕 도리어 공작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의심하는 듯한 기색도 없이, 버터 밀크를 뚝뚝 흘리는 주전자 모양으로 행복스럽고도 만족스러운 꼴로 여전히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런가 하면 왕은 세상에 이런 사기꾼과 악당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심장 한구석에서 복통이 날 지경이라는 듯한 시선으로 이 신래자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아아 그 꼴은 참으로 근사한 것이었다. 주된 인물들이 우우 하고 왕 주위를 둘러싸곤 자기들이 왕의 편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다. 이제 방금 도착한 노신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얼 마 후에 노신사는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자못 영국 사람다운 발음이라 는 것을 나도 곧 알 수 있었다. 왕의 발음과는 달랐다. 하기야 왕의 것 도 흉내치고는 왜 잘하는 편이었지만, 나로서는 노신사의 말을 전할 수도 없으며 또 흉내를 낼 수도 없지만, 그러나 노신사는 군중 쪽을 향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것은 내가 예기치도 못한 놀랄 만한 사건이며, 나는 이 사태를 만나 그것에 대답할 준비가 아직 그다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을 솔직히 시인합니다. 그 까닭은 동생과 나는 재난을 만났기 때문이며, 동생은 팔을 분질렀고, 우리들의 짐은 어젯밤 사이에 여기보다. 상류에 있는 마을에 잘못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피터 월크스의 형인 하 베이며 여기 있는 것은 동생 월리엄으로 귀도 안 들리고 얘기도 못합니다. 게다가 이제 쓸 수 있는 것은 한쪽 손뿐이어서 손흥내도 제대로 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방금 말씀드린 사람들로 하룬가 이틀이 지나 짐이 도착하면 그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은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여관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노신사와 새로 온 벙어리는 이곳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왕이 껄껄 웃으며 주책없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팔을 분질렀다구. 있을 법한 일이군. 손흥내를 내야만 할 텐데 그 짓을 모르는 사기꾼에겐 그럴 듯한 편리한 얘기란 말이야. 짐을 잊어 버렸다구 이것 또한 멋진 얘기야 게다가 또 지독하게 죄가 있는 수작 이 란 말이야 이러 한 경우면 " 그러고 나서 또 왕은 자지러지게 한바탕 껄껄 웃어댔다. 다른 사람들 도 모두 따라 웃었다. 세 사람인가 네 사람, 혹은 여섯 사람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 하나는 예의 그 의사이며, 또 하나는 눈초리가 날카로 운 신사로 융단 천으로 만든 구식 여행 가방을 들고 있다. 이 신사는 이 제 방금 기선에서 내린 의사와 뭐라고 낮은 목소리로 수군수군 대면서 가끔 왕쪽으로 시선을 주고는 둘이서 서로 머리를 끄덕였다. 이것은 루이스빌에 가 있던 변호사 헤비벨이었다. 그다음 또 하나는 사납게 생긴 몸이 튼튼한 거한으로, 어디선지 와서 노신사의 얘기를 전 부 듣고 나서 그다음에는 왕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왕의 이 야기가 끝나자 이 거한이 물었다. "이봐 네놈이 하베이 월크스라면 이 마을엔 언제 왔다는 거야" "장례식 전날이죠, 노형 " 왕의 대답이었다. "그날 몇 시만 말이 야" "저녁때죠. 해가 지기 한두 시간 전일까요 " "오게 된 내력을 얘기해 봐 " "신시내티에서 스잔포웰호로 왔습죠." "흥. 그럼 그날 아침 뭣 땜에 상류 곶 있는 데 있었지. 카누를 타 고" "내가 그날 아침 갑 있는 데 있었다고요, 천만의 말씀." "거짓말쟁이 " 몇 명이 이 사나이에게로 달려들며, 노인이고 또 목사이기도 한 분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러지 말라고 부탁했다. "흥, 목사, 뭐 말라죽은 게 목사야. 저놈은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예요. 그날 아침 곶 있는 데 있었어. 내 집이 거기 있지 않느냐 말이야 그래서 내가 거기 있자니까 이놈도 거기 있었다는 거야. 거기 있는 걸 내 똑똑히 봤다니까 이놈은 팀 콜린즈와 어떤 아이 하나와 함께 카눌 타고 왔다니까. " 의사가 그 뒷말을 받았다. "하인즈, 자낸 그 앨 다시 한번 보면 생각이 나겠나"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쩔지 몰라. 아니, 저기 있구먼, 대번에 알겠네 ." 그 대장부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바로 나였다.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 나로서는 새로 온 그 두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만일 이 두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난 바보-그저 그뿐이 란 말이오. 이 사건을 자세히 조사할 때 까진 이 두 사람이 우리 마을에 서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란 말이에요. 하인즈, 따라와. 다른 분들도 따라오고. 이 자들을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아까 그 사람들과 대면시킵시다. 그러면 그게 끝나기 전에 원이든 알 수 있을 테니까. " 왕쪽에 편을 든 사람에게는 이것은 못마땅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크게 재미난 일이었으므로 전원이 따라나섰다. 해 가 저물 무렵이었다. 의사는 내 손을 붙잡고 끌고 가며, 매우 친절하게 해주긴 했지만 절대로 손을 놓으려 고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여관의 큰방으로 들어가, 양초 몇 개씩을 켜고는 그 새로 온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두 사람에게 그리 심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그러나 나에게 는 이놈들이 사기꾼 놈들이라고 생각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그 정체에 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공범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있다고 하면 공범자는 피터 월크스가 남겨 놓은 돈주머닐 가지고 도망 을 칠 법하지 않을까요 있을 법한 일이죠. 만일 이 자들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그 돈을 가지고 오게 하여 의심이 풀릴 때까지 우리들에게 보관시키는 일에 반댄 안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모두 그 말에 찬성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두 놈은 왜 괴로운 곤궁 에 몰리고 말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왕은 다만 슬픈 얼굴을 지었을 뿐,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분, 나는 돈이 거기 있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 한심한 사건의 공평하고 솔직하고 철저한 조사를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을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돈은 거기 없습니다. 원한다면 사람 을 보내서 찾아보시오 " "그렇다면 어딨다는 거 야" "그건 말입니다. 내 조카딸 애가 그 돈을 나더러 맡아 달라고 나에게 주었을 때 나는 그걸 내 침대 짚이불 속에다. 감췄습니다. 여기 불과 2,3일밖에 체류하는 것이 아니니까 은행에다. 맡길 생각이 나지 않았으며, 게다가 검둥이들에게 습관이 되어 있지 않는 까닭으로 영국의 머슴들처럼 정직하리라고만믿고 침대야말로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한 거죠. 검둥이들은 그다음날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에 그 돈을 훔쳐 낸 것이올시다. 그것을 나는 검둥이들을 팔아 버렸을 때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놈들은 돈을 가지고 감쪽같이 도망친 거죠. 여 기 있는 내 머슴이 그걸 설명해 드릴 겁니다. 여러분." 의사와 몇 사람은 "시끄러워" 하고 이구동성으로 소리쳤고 아무도 왕의 말을 진짜라곤 믿지 않는 눈치를 나는 간파했다. 한 사나이가 나에게 검둥이들이 돈을 홈치는 것을 보았느냐고 묻길래, 나는 훔치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방에서 발소리를 죽이며 나와 허겁지겁 나가 버리는 것을 보고 나는 별로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검둥이들이 내 주인의 잠을 깨게 할 것이 무서워, 책망을 듣기 전에 나가 버리려고 저렇게 서둘고들 있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내게 물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사가 획 내 쪽으로 돌아서며 이렇게 물었다. "너도 영국 사람인가"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의사와 그 밖의 몇 사람이 껄껄 웃으며 "쓸데없는 소리 마" 하고 코방귀를 뀌었다. 이야기가 바뀌어, 그후 그들은 일반 조사에 착수하여 여러 가지 것을몇 시간씩이나 조사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얘길 꺼내는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었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은 눈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해서 그들은 언제까지나 조사를 계속한 것인데, 이러한 혼란 을 보기란 처음일 것이다. 사람들은 왕에게 이야기를 시켰고 다음 노신사에게 이야기를 시켰다. 그것을 들으면 편견에 사로잡힌 대다수의 바보 외엔 누구나 노신사가 사실을 말하고, 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는 것쯤은 능히 짐작이 갔을 것이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에 이번에는 사람들이 나에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털어놓으라고 했다. 왕 이 눈 가장자리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으므로 나는 조 심을 해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선 셰필드의 얘기부터 시작하여, 우리들이 거기서 어떠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가, 또 영국에 있는 월크스 일족의 이야기와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의사는 껄껄 웃어댔고, 변호사 헤리벨이 이렇게 말했다. "야, 앉아라, 이놈. 내가 너라면 그런 무리한 소린 안해. 너는 거짓 말을 하는 졸업이 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구나, 술술 나오는 것 같지 않다. 연습이 필요해. 퍽 어색해." 이 칭찬은 조금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해방을 당하여 기뻤다. 의사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쪽으로 돌아섰다. "헤비벨, 자네가 처음부터 마을에 있었다면.... 왕이 끼어들어 손을 뻗치며 말했다. "아아, 이분이 고인이 된 동생으로부터의 편지에 자꾸만 안부를 하던 친구분이 셨던가요" 변호사와 왕은 악수를 교환했다. 변호사는 싱글싱글 웃으며 즐거운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얘기를 계속한 후에 한쪽 구석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 속삭이고 있었다. 이윽고 변호사가 음성을 높여 이렇게 말했다. "이걸로 결판이 납니다. 나는 명령서를 당신 동생 분과 함께 보내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만사가 문제없이 잘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 여기서 그들은 종이와 펜을 가져오고, 왕은 걸터앉아 머리를 한쪽으로 기우뚱거리고 혀를 깨물며 무엇인지 갈겨썼다. 그다음 그들은 공작에게 펜을 주었다. 이때 비로소 공작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 만 그러나 역시 펜을 집어들고 뭐라고 썼다. 그러자 이번에 변호사는 새로 온 노신사 쪽을 바라보고 이렇게 말했다. "저 부탁이니, 동생 분과 함께 한두 줄 써서 서명해 주십쇼." 노신사는 썼지만 그것은 아무도 읽을 수가 없었다. 변호사가 자못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이쿠 이건 모르겠는데." 그리고 주머니에서 묵은 편지를 한 뭉치 꺼내어 가지고 조사해 보고 다음 왕의 글씨를 조사해 보고, 그다음엔 또다시 편지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묵은 편지는 하베이 월크스가 쓴 편지올시다. 여기 두 가지 필적이 있는데 이 자들이 이걸 쓰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뻔합니다. " (왕과 공작은 변호사가 얼마나 교묘하게 자기들을 곯려 댔는가를 알자, 걸려들었구나 하는 얼빠진 얼굴을 했다. ) "그리고 이게 이 노인의 필적인데 이분이 이 편질 쓰지 않았다고 하 는 것도 누구나 용이하게 알 수 있습니다. 실은 이분이 쓰신 흘림 글씨 는 전혀 글씨 모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몇 통의 편지는‥‥‥ 새로 온 신사가 말을 가로질렀다. "죄송합니다만 내게 설명하게 해주십시오 여기 있는 동생 외엔 내 필적을 알아볼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청서를 시키는 거죠. 당신이 거기 가지고 있는 편지는 동생의 필적으로 내 것은 아닙니다. " "이것 봐라" 변호사였다. "이건 사곤데. 월리엄씨로부터의 편지도 몇 통 가지고 있으니까 동생 분더러 한두 줄 써 달라면 그것과 비교해 )‥‥‥" "동생은 왼손으로 못씁니다. 바른손을 쓸 수 있다면 동생이 자기 편 지도 내 편지도 둘 다. 썼다는 것을 알 수 있겠구먼요. 제발 양쪽을 비교해 보십쇼. 둘 다. 마찬가지 필적이니까요." 변호사는 하라는 대로했다. "그런 것 같군요. 또 비록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어쨌든 맨 처음에 눈에 띈 것보다는 훨씬 강한 근사점이 있습니다. 자, 자, 자 나는 해 결의 대로를 곧장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일부분이 글렀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한 가지만은 증명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그 누구 도 월크스 집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올시다. " 변호사는 왕과 공작 쪽으로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까지 되어도 그 고집통 바보는 항복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정말 항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험 방법은 공평치 않다는 등, 동생 월리엄은 세상에서도 제일가는 장난꾼으로 정신을 차려 쓰려고 하지 않았다는 등, 월리엄이 펜을 종이에다. 댄 순간 또 예의 그 장난 버릇이 나왔구나 하는 것을 자기는 알았다는 등,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신이 나서 연방 지껄이고 있는 동안에 자기가 지껄이고 있는 것을 자기 자신도 진짜라고 믿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금세 새로 온 신사가 그 말을 가로막았다.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여기 어느 분이든 내 동생 -고인이 된 피터 월크스를 매장하는 것을 도운 분은 안 계십니까" "있죠." 누가 대답했다. "나와 앱 터너가 했습니다. 우리 둘 다. 여기 있습니다. " 다음 노신사는 왕쪽을 바라다보며 물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분은 피터 월크스의 가슴에 어떤 문신이 있었는지 그걸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시겠죠" 사실, 왕은 곧 용기를 가다듬지 않았다면 밑바닥을 도려낸 강둑 모양으로 털썩 쓰러졌으리라. 너무도 큰 돌발사였다. 확실히 누구나 아무 예고도 없이 이러한 난처한 질문을 하면 대개 녹아 떨어질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무슨 수로왕이 고인의 가슴 위에 문신이 있었다는 것을 알 까닭이 있었단 말인가 이 말에 왕은 약간 움찔했다. 움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방은 물을 끼얹은 듯이 고요해졌고, 누구나 앞으로 약 간 몸을 내밀고는 왕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속으로 혼자 생각해 보았다. 이젠 항복할 테지 이 이상 버티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데 왕은 항복했을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항복을 안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왕이 이렇게 질질 끌고 있는 동안에 사람들이 그만 녹초 가 되어 그 수가 줄어든 틈을 타서 공작과 둘이서 포위망을 뚫고 내빼려는 작정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왕은 거기 앉아 있었으며 금세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음 대단히 힘든 질문이시군 정말 옳지, 동생 가슴에 무슨 문신이 있었는지 설명해 드리지. 그것은 조그맣고 가느다란 푸른 화살에 지나 지 않습니다. 그게 그 문신이에요, 그러니까 잘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지요. 자, 뭐라고 하실는지‥‥‥네" 정말, 나는 이렇게 뻔뻔스럽게 지껄일 수 있는 놈을 본 적이 없다. 새로 온 노신사는 갑자기 앱 터너와 짝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 번에야말로 왕을 항복시켰다고 생각했던지 두 눈에 반짝 광채가 일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자 이제 한 말을 들으셨겠다. 피터 월크스의 가슴에 그런 표가 있었습니까" 두 사람은 같이 대답했다. "우린 그런 표는 보지 못했는데요. "
"그럼 좋아요" 하고 노신사가 받아, "자, 당신들이 피터 월크스의 가슴 위에서 본 것은 희미한 P자와 B자(그것은 피터가 젊었을 때에 쓰기를 그만둔 머리 글자였지요), 그리고 W자로 P-B-W 이런 조그마한 글자지요." 그리고 노신사는 그렇게 종이 위에다. 써 보였다. "자, 당신들이 본 것은 이러한 것이었겠죠"둘 다. 또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우린 못 왔어요. 표니 뭐니 못 봤어요." 일이 이렇게 되자, 모두가 격분해서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은 모두 사기 놈들이다. 강에다. 처넣어 버려 빠뜨려 죽여 철봉에 태워서 조리를 돌려 " 그리고 일제히 우우 하고 떠들며 큰 소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러나 변호사는 테이블 위에 뛰어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 제발 여러분 한 마디만 들어줘요. 꼭 한 마디만 들어줘 요, 소원이니1 아직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가서 시체를 파내어 조사해 봅시다. " 이 말은 사람들 마음에 들었다. "우와" 하고 곧 내려뛰려고 하는 것을 변호사와 의사가 제의했다. "잠깐, 잠깐 이 네 명과 애를 붙잡아 데리고 가기로 합시다. " "그럽시다" 하고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만일 그 표가 없다면 네 놈을 린치하기로 합시다" 나는 정말 겁이 났다. 그러나 도망칠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우리들 네 사람을 붙잡아 묘지 쪽으로 끌고 갔다. 묘지는 하류로 1마일 반쯤 내려간 지점에 있었다. 마을 안 사람들이 모두 뒤에서 따라왔다. 떠드는 소리가 요란했다. 시간은 아직 아홉 시밖에는 되지 않았으니까. 집 앞을 지날 때 나는 매리 제인을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게 했더라 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했다. 이제 만일 슬쩍 눈짓으로 매리에게 신호 만 할 수 있다면 그녀는 뛰어나와 나를 구해 주고, 이놈들은 사기꾼들이라고 모든 사람에게 폭로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가의 길을 마치 살쾡이 모양으로 떠들썩하며 떼를 지어 걸어갔다. 그리고 한층 더 무섭게 하려는 듯이 하늘이 우중충 흐려지더니 번갯불이 번쩍번쩍 비치기 시작했고, 바람이 나뭇잎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무서운 광경과 위험한 고비는 난생처음이었으므로 나 는 멍청하게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다. 마음만 내키면 떡 버티고 앉아서 이 재미 난 소동을 구경하며, 아주 급한 고비에 처하게 되면 미스 매리 제인이 내 뒤에 있어서 나를 구해 내어 자유의 몸으로 해주려니 하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나와 돌발적인 죽음 사이에는 그 문신 외 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만일 그 문신이 없다면. 그런 것은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웬일인지그 밖의 것은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가는 판이어서 군중들 사이에서 몸을 피하기 엔 참 편리했지만, 그러나 그 거한이 ∼하인즈가∼내 손목을 꽉 붙잡고 있는 까닭으로 이 사나이 손에서 빠져 나오려는 것은 거인 골리앗에게서 빠져 나오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뛰면서 그 뒤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묘지에 이르자 사람들은 그 안으로 눈사태 모양으로 밀려들어갔고, 홍수처럼 횝쓸었다. 묘 있는 데에 도달하자 사람들은 삽은 필요한 수보다도 백 배나 많이 가지고 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을 들고 올 것 을 생각해 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번갯불을 이용하여 파기 시작했고, 반 마일쯤 떨어져 있는 제일 가까운 집으로 가서 등 하나를 빌려 오라고 사람 하나를 보냈다. 사람들은 열심히 파고 또 팠다. 사방은 무서을 정도로 어두워졌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바람은 요란하게 휘몰아쳤다. 번갯불은 자꾸 만 더 번쩍거렸고, 천둥소리도 요란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것에 는 아랑곳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순 이 대군중 의 하나 하나의 얼굴과, 삽에다. 수북하게 담은 혼이 묘에서 던져지는 것이 보였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암흑이 모든 것을 삼켜 버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참만에 사람들은 관을 헤쳐 내어 뚜껑 하나를 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다시 우우 몰려와서 밀치락달치락 새치기를 해 가며 들여다보려고 했는데 그 소동은 다시없으리라고 생각될 정도였고, 암흑인데다. 그 꼴이었으므로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하인즈가 어찌나 내 손목을 잡아당기는지 나는 손목이 견딜 수가 얼었다. 하인즈는 너무도 흥분하여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므로 나 같은 건 깨끗이 잊어버리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때 갑자기 번갯불이 사방을 환히 비쳐 주었다. 그 바람에 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건 어찌된 셈이야, 가슴 위에 돈주머니가 놓여 있으니" 하인즈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왁 하는 고함 소리와 함께 내 손목을 놓고는 군중 속으로 돌진해 갔다. 나는 급히 빠져나와 어둠 속 을 뚫고 한길 쪽을 향해 내 달렸으며, 그 꼴은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가관이었으리 라. 한길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나는 날듯이 뛰어갔다. 적어도 한길에는 담과 같은 암흑, 가끔 한 번씩 번쩍 하는 번갯불, 확확 내 리는 비, 휘몰아치는 바람, 찢어지는 듯한 천둥소리 외엔 나밖에 없었다. 나는 뛰고 뛰고 또 뛰었다. 마을에 이르러 보니 폭풍우 속에 나와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눈 에 띄지 않았으므로 뒷길을 찾을 것도 없이 큰길을 똑바로 달려갔다. 집 근처에 왔을 때 나는 집으로 시선을 주고는 그쪽을 응시했다. 불이 보이지 않고 집안은 캄캄했다. 웬일인지 나는 그것을 보자 슬퍼지며 맥이 빠져 버렸다. 그러나 드디어 마침 내가 그 옆을 뛰어 지나가고 있으려니까 마침 매리 제인의 창 에 불빛이 반짝하고 보이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가슴이 뿌듯해지며 터질 것만 같았다. 동시에 집이고 원이고 모두 내 등뒤의 어둠 속에 가라앉고 말았다.
이 세상에선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날 리는 만무하리라. 매리 제인 은 내가 알고 있는 중에서 가장 훌륭한 처녀이며 가장 용기가 있는 처녀 였다. 여기라면 모래톱을 볼 수 있을 테지, 하고 생각될 만큼 마을의 상류 에 접근한 순간부터 나는 빌릴 만한 보트가 없을까 싶어 열심히 사방 을 찾았다. 그리고 번갯불이 번쩍 하는 그 불빛으로 매어 놓지 않은 한 척을 발견하자 나는 그놈 속으로 날쌔게 뛰어올라 젓기 시작했다. 그 것은 카누였는데 밧줄로 매어 있을 뿐이었다. 사주는 강 한가운데에 있었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일순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지 않았다. 겨우 뗏목에 당도했을 때에는 너무나도 녹초가 되어 있었으므로 되도록이면 크게 네 활개를 뻗고 좀 숨을 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뗏목 위로 뛰어오르기가 무섭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와, 짐, 뗏목을 내려 아이구 고마워라, 놈들을 쫓아 버렸다" 짐은 뛰어나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두 팔을 크게 벌리고는 내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번갯불에 비친 짐의 모습을 얼핏본 순간 나는 심장 이 입 속에까지 띄어 오를 만큼 놀라 뒤로 뗏목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짐이 리어왕 겸 물에 빠진 아라비아인 역을 혼자서 맡고 있다는 것을 나는 깜빡 잊어 버리고 있었으므로, 너무도 깜짝 놀란 나머지 간장도 폐장도 몸에서 빠져 나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짐은 나를 강에서 건져내어 껴안으며 축복하려고 했다. 내가 돌아온 것과 왕과 공작을 쫓아 버린 것이 한없이 기뻤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소리쳤다. "지금은 안돼. 아침 식사 때에 해 어서 밧줄을 잘라 뗏목을 내려" 그래서 2초 후에 우리는 강을 내려가고 있었다.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고, 이 큰 강에 우리들만이 있게 되었고, 누구 하나 우리를 괴롭힐 사람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었다. 나는 잠시 깡충깡충 뛰어다니기도 하고, 뛰어오르기도 하며 발꿈치를 몇 번씩 서로 맞부딪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 번 맞부딪쳤을 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 왔으므로 숨을 죽 이고 귀를 기울이고는 기다렸다. 그러자 과연 다음 번갯불이 물위를 번쩍하고 비쳤을 때 놈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열심히 노를 저어 스귀프를 화살처럼 달리게 하고 있는 것은 왕과 공작이었다. 그것을 본 나는 풀이 죽어 판자 위에 그만 풀썩 주저앉아 단념하고는 소리를 내어 울지 말자고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제30장 금화, 도둑을 구하다
놈들이 뗏목에 올라타자 왕은 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면서 말했다. ·우릴 버리고 내빼려고 이 개새끼야 우리와 같이 있는 것이 싫어졌단 말이지 , 응 " 나는 대답했다. "아뇨, 폐하, 그렇지 않습니다. 제발, 그렇게 떠밀지 말아 주세요, 폐하‥" ·그럼, 어떡할 작정이었는지 어서 얘기해 봐. 그렇지 않으면 네놈 창자를 온통 파헤쳐 버릴 테니" "맹세코, 모든 걸 있는 대로 얘기하겠습니다. 폐하. 나를 붙잡고 있던 사나이는 여간 친절하지 않아서, 나와 똑같은 나이의 아들이 자기에게도 있었는데 작년에 죽고 말았다고 계속 그 얘길 되풀이하면서, 애가 이런 위험한 함정에 빠진 것을 보면 참 딱해 견딜 수 없는 노릇이 라고 했어요. 그리고 모두 금화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관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을 때 나를 놔주며, '자, 어서 도망쳐라,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네 목을 매어 죽일 테니까 라고 조그만 목소리로 그라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나는 도망친 거예요. 거기 있어도 아무 소용에 닿을 것 같지도 않았어요. 내가 무엇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성싶지도 않았고, 또 내뺄 수 있는데 가만히 있다가 목을 매어 달리고 싶지 않았어 요. 그래서 조금도 쉬지 않고 달려오다가 카누를 발견한 거예요. 여기 이르자 짐에게, 어서 서둘러, 그렇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붙잡아서 목을 매달아서 죽일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폐하와 공작 은 지금쯤은 살아 있지 않을 거라고 하며 몹시 슬퍼하던 참이었어요. 짐도 슬퍼했지요. 그러니까 두 분이 오시는 걸 보았을 땐 아주 정말 기뻤어요. 정말인지 아닌지 짐에게 물어 보세요." 짐이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자 왕은 입을 닥치라고 호통을 치고는,"암, 그럴 테지, 정말 그럴 법도 한 일이지" 하면서 다시 나를 치받으며 물에 빠뜨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공작이 이쪽을 보고, "이 아이를 놔 이 늙은 바보 영감아1 임자와 이 애가 뭐 다를 게 있어 자 유의 몸이 되었을 때 임잔 언제 이 앨 찾은 적이 있어 나에겐 기억이 없는데" 하고 말하자, 왕은 나를 놓고는 그 마을과 마을 사람 전부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작은 이렇게 말했다. "임잔 차라리 입자 자신을 욕하는 게 좋을 거야. 그자격이 제일 있는 건 임자니까 말이야. 애당초부터 분별이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한 것이 없잖아. 저 엉터리 푸른색 화살 문신으로 뻔뻔스럽게도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것을 빼놓고는. 그것만은 근사하던데. 정말 대성공이었 어. 그 덕택으로 우리들 모두 살아났으니 까, 안 그래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우린 그 영국 사람들의 짐이 도착할 때까지 유치장 신세를 지 게 췄을 것이고, 그다음엔 감옥 신셀 졌을 것이 뻔하지 뭐야 허나 그 계략이 놈들을 묘지로 인도하였고, 금화는 우리들에게 좀 더 큰 친절을 베풀어주었단 말이야. 그 흥분한 바보들이 우리들을 놓고서 한번 보려고 그렇게 밀려가지 않았던들 우리 셋은 다같이 오늘밤 넥타이(목을 매는 밧줄)를 하고서 자고 있을 테지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이상으로 오래 써도 낡지도 닳지도 않을 것이 뻔한 넥타이를 하고서 말이야."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슨 생각에 젖어. 얼마 후에 왕이 정신이 멍해진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흥 우리는 그걸 검둥이들이 훔쳤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먼1" 이 말을 듣고 나는 몸둘 곳이 없었다. "그렇지." 공작이 받았다. 자못 비꼬는 느릿한 조의 말투였다. "우리들이 말이지 ." 한 30초 가량이 지난 후에 왕이 느릿느릿 받았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지 ." 공작도 똑같은 말투였다. "천만에, 그렇게 생각한 건 나야," 이 말에 왕은 불끈 화를 냈다. "어이, 브릿지워터, 임잔 무슨 소릴 하는 거지" 공작도 지지 않으며 왜 팔팔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거라면 임자야말로 무슨 소릴 하는지 도리어 이쪽에서 묻고 싶구먼" "병신 같으니" 왕이 쏘아붙였다. 완전히 비꼬는 투였다. "하지만 난 몰라. 아마 임잔 자고 있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몰랐을 테지," 이 말에 이번엔 공작이 불끈 화를 냈다. "이봐, 그런 바보 소린 좀 작작 하란 말이야. 날 천치 바보로 알고 있단 말인가, 임잔 그 돈을 관속에다. 감춘 사람이 누군지 내가 그걸 모를 줄 안구" "그럴 테지 임자가 알고 있다는 것을 내 어찌 몰라 임자 자신이 했을 테니까" "가 새끼가1" 공작은 왕에게로 달려들었다. "아야, 손을 놔줘 목을 조르지 마 이제 얘기한 건 전부 취소야" 왕은 이 명을 올렸다. "좋아, 그럼, 이놈 너 언젠가 나중에 내 선수를 써 가지고 그 마을로 다시 몰래 들어가서 파내어 가지고 자기 독차지로 할 작정이었다는, 우 선 그 말만 자백해 봐 " "잠깐만 기다려, 공작. 나에게 하나만 정직하게 대답해 줘, 만일 임 자가 돈을 거기다. 감추지 않았다면 그렇다고 말해 달란 말이야 그러면 난 그걸 믿고 내가 아까 한 얘긴 전부 취소할 테니 " "이 늙은 악당 농아, 내가 했다고, 천만에. 그걸 네놈은 뻔히 안구 있으면서도. 자, 그래도 그래" "그럼, 좋아, 임잘 믿어. 하지만 나에게 하나만 더 가르쳐 줘, 화를 내지 말고 임잔 속으로 그 돈을 훔쳐 가지고 감출 생각이 아니었느냐 말이 야" 공작은 이 말에 잠시 덤덤히 말이 없더니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비록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그런 짓은 하지·않았으니까, 안 그래. 하지만 네놈은 맘속으로 그렇게 계획을 세웠을 뿐 아니라 실제로 실행했겠다. " "내가 했다면 내 생전 창피를 못 면할 거요, 공작, 정말이야 이건.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곤 아내 그럴 생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임자가 아니 누가 선수를 친 거야." "가 새끼가 저놈이 하고서 제 발이 저리니까, 이놈이 했으면 했다고 고백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 왕은 목구멍을 올골거리고 사뭇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만둬 ‥‥‥그럼 자백할 테니 " 왕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나는 그때서야 마음이 놓였다. 아까보다도 훨씬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공작은 손을 놓았다. "그런 짓을 안 했다고 다시 한 번만 지껄여 봐, 당장에 물속에 던져 버리고 말 테니 거기 앉아서 젖먹이처럼 훌쩍훌쩍 울어대는 게 네놈에겐 제일 어울려, 모든 걸 한꺼번에 꿀꺽 삼켜 버리려고 하는 너같은 늙은 타조와 같은 욕심쟁이 놈은 난생처음이야. 그런 놈을 난 이제까지 마치 아버지처럼 모든 걸신용하고 있었다니 불쌍한 검둥이 놈들 이 자기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값을 쓰고 있는 것을 한 마디 변명도 없이 서서 가만히 듣고 있다니, 이 늙은 놈아, 수치를 좀 알란 말이야, 수치를 좀. 그런 터무니없는 바보 수작을 감쪽같이 신용할 만큼 바보 였다니 나라는 녀석도 참 어처구니없는 녀석이었지, 정말. 제기랄, 이 제 겨우 네놈이 왜 그렇게 열심으로 그 부족액을 메꾸자고 했는지 알겠어. 내가 '걸작'이니 뭐니로 번 돈을 몽땅 착복하려고 했단 말이지, 이 죽일 놈아." 왕은 사뭇 머뭇거리며 아직도 코맹맹이 목소리였다. "하지만 공작, 부족액을 메우자고 한 건 어디 그게 나였던가 임자였지 . " "닥쳐 네놈 소린 이제 듣기 싫어 그래, 그 결과가 어찌됐는지 이젠 알겠구나 그놈들은 놈들의 돈을 고스란히 되찾았을 뿐 아니라, 우리 돈까지도 은화 하나 둘을 남겨 놓고 몽땅 훌어간 게 아니냐 말이야. 어 서 잠이나 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다시 부족액이니 뭐니 나에게 그런 소릴 해봐라" 이 말에 왕은 살금살금 윅왱 속으로 기어들어가 울분을 풀기 위해서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공작도 자기 술병을 들고 나선 것인데, 반시간 후에는 두 사람은 언제 그랬더냐 는 듯이 친해졌고, 취기가 돌아감에 따라 점 점 사이가 좋아져 갔고, 나중에는 서로 팔을 베개로 하여 코를 골며 잠 이 들어 버렸다. 두 사람은 자못 마음이 풀어진 것이지만 제아무리 마음이 풀어졌다. 하더라도 왕은 돈주머니를 감춘 것은 자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다시 꺼내서는 안 되겠다고 명심하고 있는 것을 나는 감지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안심하고 또 만족했다. 물론 두 녀석이 코를 골기 시작하자 우리는 이야기 주머니를 끌러 놓기 시작했고, 나는 짐에 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제31장 거짓을 기도드릴 수는 없다
우리는 며칠씩 다시는 어느 마을에도 기착하는 일 없이 곧장 강을 내려갔다. 이젠 기온도 따뜻한 남부로, 집으로부터도 봬 떨어진 셈이다. 큰 나뭇가지에서부터 스페인 이끼가 횐 턱수염처럼 축 늘어져 있는 나무도 보이기 시작했다. 스페인 이끼가 자라 있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때문에 숲은 장엄하고도 음산하게 보였다. 그래서 사기꾼들도 이젠 안전하리라고 생각하고는 또다시 마을을 터는 일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우선 금주 강연을 했는데 손안에 들어온 돈이라곤 술값도 되지 못했다. 또 하나의 마을에선 무도 학교를 열었지만 둘 다
댄스에 관해서는 캥거루만큼도 춤을 출 줄 몰랐으므로 마을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쫓아 버리고 말았다. 또 한번은 웅변술을 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채 웅변을 하기도 전에 청중이 일어서서 욕을 마구 퍼붓는 바람에 그만 두 사람은 삼십육계를 부르고 말았다. 그들은 전 도니, 최면술이니, 의사니, 점쟁이니 하는 식으로 닥치는 대로 모든 것에 손을 댔지만 그다지 신통한 재미를 보지 못한 눈치였다. 그래서 드디어는 두 사람은 주머니 속이 텅 비고 말아, 떠내려가는 뗏목 위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때로는 반나절씩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주 우울해하며 자포자기에 빠져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의 태도가 일변되어, 그들은 윅왬 속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는 목소리를 죽여가며 두서너 시간씩 뭐라고 수군거렸다. 짐과 나는 불안해졌다. 어쩐지 우리는 그 꼴이 싫었다. 지금까지 보다도 더 질이 나쁜 계획을 짜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우리는 이리저리 궁리를 한 끝에 놈들이 어느 집이나 가게를 털려는 심사가 아니면 사전을 만들려는 심사거나 좌우간 그런 것을 계획하고 있는가 보다고 판정을 내렸다. 이렇게 판정을 내리자 우리는 덜컥 겁이 났고 그런 일에는 절대로 관여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기회가 있는 대로 우리는 이 두 놈을 내버리고는 그대로 뗏목을 내버리자고 쩟 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일찍 우리는 파이크스빌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촌의 하류 약 2마일 지점에 있는 적당하고도 안전한 곳에다. 뗏목을 감추고는, 왕은 상륙하여 이제부터 마을로 가서 벌써 누가 '왕실의 걸작' 소문을 들은 자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을 탐지하고 올 테니 그동안 모두들 숨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도둑질하러 들어갈 집 얘길 하 고 있는 거구먼' 하고 나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도둑질을 끝내고 이리 돌아와 짐과 나와 뗏목이 없어진 것에 깜짝 놀랄 테지, 어쨌든 놀라고는 그만 체념하고 말 테지.' 왕은 또 만일 자기가 한낮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거든 성공했다고 생각해도 좋으니 곧 공작과 나도 마을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공작은 안절부절못하며 사뭇 조바심을 치기 시작했다. 뚱해 가지고 자못 못마땅한 얼굴이다. 무슨 일 만 있다면 그것으로 해서 우리들을 몰아대었고 우리들이 하는 일거일동이 모두 못마땅하다는 눈치였다. 공작은 눈곱만한 일 하나하나를 일 일이 꼬집어 뜯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정오가 되어도 왕은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나는 기뻤다. 어쨌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도망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와 공작은 마을로 들어가서 왕을 찾아 돌아다닌 것인데, 얼마 후에 어느 조그마한 하류 선술집에서 곤드레만드레가 되어있는 왕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많은 건달들이 그를 둘러싸고는 재미로 그를 놀려대고 있었다. 왕은 온갖 힘을 다하여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하는 등 야단이었지만, 너무도 만취가 되어있었으므로 걸을 수도 없었고 해서 건달들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이 꼴을 본 공작은, 이 바보 늙은 놈아 하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이에 왕도 지지 않으며 응수했다. 두 놈이 정신없이 서로 다투고 있는 틈을 타서 나는 급히 그 장소를 피해 다리야 날 살려라고 사슴처럼 강둑 길을 내달렸다.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당분간 놈들은 나와 짐을 만날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숨이 차서 못 견딜 지경이었지만 기쁨으로 가슴이 뿌듯해져 뗏목에 이르기가 무섭게 큰 소리로, "뗏목을 풀어, 짐. 이젠 문제없어" 하고 외쳤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고, 윅왬으로부터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짐이 간 곳이 없다. 나는 불러보았다. 다시 한번 불러 보았다. 그다음 또 한 번 불러보았다. 그리고는 습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불러보기도 하고, 또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지만 역시 헛수고였다. 그리운 짐은 간 곳이 없었다. 다음 나는 풀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앉아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얼마 후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 한길로 나갔다. 그러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내아이를 만났다. 이러이러한 복장을 한 낯선 검둥이를 본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 대답이 "만났어" 하는 것이 아닌가 "어디쯤 서" "여기서부터 2마일 하류의 사이러스 펠프스 아저씨 집에서. 그놈은 도망친 검둥이로 사람들이 붙잡은 거야 넌 그 검둥일 찾는 중이야." "찾고 있는 게 다 뭐야 난 한 시간인가 두 시간 전에 그놈과 숲에서 만났는데 그놈은 만일 내가 소릴 지르면 배 창자를 잘라 놓겠다고 공갈을 치는 게 아냐. 그리고 또 가만히 누워서 꼼짝 말라고 했기 때문에 그대로 했는데 뭐. 나오는 게 다. 뭐야 무서워서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뭐 꼼짝도 못 하고." "응 그래. 이젠 무서워할 건 없어. 붙잡혔으니까 남부 어디서 도망쳐 왔대." "붙잡아서 큰돈 벌 일 했군." "그럼 네 말이 옳아 200달러의 상금이 붙어 있으니까 말이지. 길에 떨어져 있는 돈을 줍는 것과 마찬가지야, " "그렇구말구 나도 어른이었더라면 그 돈을 탈 수 있었을 걸 그랬군. 제일 먼저 그놈을 본 건 나니까. 누가 붙잡았지" "어떤 낯선 노인이었어. 그런데 자기 권리를 40달러에 팔아 버렸대. 강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고 해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나라면 기다릴 테야, 비록 7년 동안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괜찮아." "나도 한데 그렇게 싸게 파는 걸 보니 그 이상의 가치가 없었으니까 그랬을지도 몰라. 어쩌면 엉터리가 있는 게 아냐."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아. 팽팽한 실처럼 엉터리가 없어. 난 이 눈으로 삐라를 본 거야. 그 검둥이에 관한 것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더군. 그림을 보듯이 인상이 쓰여 있던데 그래. 그리고 거기서 도망쳐 온 뉴올린즈의 농장에 관한 얘기도 써 있고. 정말 이봐, 이 투기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정말 그래. 이봐 너 씹는 담배 있으면 한입만 줘." 나에게는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그 애는 가버렸다. 나는 뗏목으로 돌아와 윅왬 속에 들어가 앉아 생각해 보았지만 암만 해도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머리가 아파질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이 난국을 해결할 방법이라곤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까지 긴 여행을 해 왔고, 그 악한들을 그렇게까지 섬겨 왔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고,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으니. 그것은 놈들이 불과 더러운 그 40달러 때문에 짐을 이렇게까지 속였고. 일생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노예로 할 수 있을 만큼 무정한 놈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짐이 어차피 노예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 짐의 가족들이 있는 고향에서 노예 노릇을 하는 편이 짐에게도 천 배나 좋을 것이니까, 톰 소여에게 편지를 내어 왓슨 아주머니에게 짐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라고 써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생각은 곧 단념했다. 즉 왓슨 아주머니는 자기 곁을 떠난 짐의 괘씸한 심사와 배은망덕에 골을 내고 싫증을 느끼고는 짐을 같은 하류 지방으로 또다시 팔아 버릴지도 모를 일이고, 비록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검둥이를 의당 경멸하여 늘 짐에게 그 점을 느끼게 할 테니까, 짐은 사시사철 자기가 천하고 수치스런 인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허클 핀이 검둥일 자유의 몸으로 하는 데 조력을 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질 테니, 만일 그 마을에서 누구라도 만나게 되는 날엔 난 부끄러워서 얼굴도 쳐들지 못하게 될 게 아닌가. 그 까닭은 이렇기 때문이다. 사람은 천한 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 보복을 받기를 싫어한다. 숨어 있을 수가 있는 한은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괴로운 입장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 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내 양심은 나를 괴롭히고, 점점 자기가 나쁜 천한, 지긋지긋한 놈으로 생각되었다. 마침내 갑자기 그때 다음과 같은 생각이 언뜻 내 머리에 떠올랐다. 이것은 분명히 내 얼굴을 때린 신의 섭리의 손길이며, 나에게 아무 해도 끼친 일이 없는 불쌍한 노파로부터 검둥이를 내가 훔쳐내고 있을 동안, 신이 하늘에서 나의 악행을 보고 있었다. 는 것을 깨우쳐 주고, 그리고 또 늘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고, 이와 같은 철없는 행동에 대해서,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 앞으론 안 된다. 하고 금하고 있는 신이 있다고 하는 것을 나에게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 자리에 그만 풀썩 주저앉을 판이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 자라나길 그렇게 못되게 자라났으니 그럴밖에 없지 않느냐고, 거기까지 탓할 건 없지 않느냐고 타일러 얼마간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러나 내 가슴속에서 무언지 모를 존재가 이렇게 계속 책하는 것이었다. "주일학교라는 게 있잖았어. 너는 갈 생각만 있었다면 능히 갈 수 있었을 거다. 갔었다면 그 검둥이에게 해준 것 같은 짓을 하면 영원한 불 속에 던져지게 될 거라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 이렇게 생각을 하자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기도를 올려, 이제까지와 같은 애가 아니라 좀 더 좋은 애가 될 수 있을는지 그것을 시험해 보리라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신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또 내 자신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왜 말이 안 나오는지 나에게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마음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두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죄를 그만두는 척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가장 큰 죄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입으로는 옳은 일, 깨끗한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검 등이 주인에게 검둥이의 거처를 편지로 알리겠습니다.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신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거짓 기도를 올릴 수는 없다. - 나는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나는 가슴속이 고뇌로 가득 찼으며, 이 이상은 더 괴로워할 수 없을 만큼 가득 차게 되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 되고 말았다. 마침내 나는 한 가지 것에 생각이 이르렀다. 편지를 쓰자 - 그러고 나서 기도가 나올는지 시험해 보자. 그러자 놀랍게도 나는 깃털 모양으로 기분이 가벼워지며 고뇌는 전부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기쁨으로 가슴속이 두근거렸고,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썼다. 왓슨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의 도망친 노예 짐은 파이크스빌 하류 2마일 지점에 있습니다. 펠프 아저씨가 붙잡았습니다. 상금을 보내면 석방할 것입니다. 허클 핀으로부터 나는 난생처음 죄가 깨끗이 씻겨진 것처림 상쾌한 기분이 되어 이제는 기도를 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곧 기도를 드리지는 않고 종이를 아래에다. 내려놓고서 앉은 채 생각했다. 참 이렇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하마터면 지옥에 떨어질 판이었다고. 그리고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는 중에 강을 내려오던 우리의 여행 생각이 얼핏 머리에 떠올랐다. 짐의 영상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달밤인 때도 있었고, 또 폭풍우가 일던 때도 있었다. 우리는 얘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웃으면서 강을 내려왔다. 그러나 웬일인지 짐에게 악감정을 품었던 경우라곤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고 그 반대의 장면만이 머리에 떠올랐다. 짐이 자기 몫의 당직을 한 위에, 내가 그대로 잘 수 있도 록 나를 깨우지 않고 내 몫까지 해주고 있는 짐의 모습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랐다. 또 안개 속으로부터 내가 돌아왔을 때에도, 그리고 그 '숙원'이 있던 땅에서 늪지에 있는 짐에게로 돌아왔을 때에도, 또 그와 같은 다른 경우에도 짐이 그 얼마나 기뻐해 주었는지 그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늘 나를 도련님, 도련님, 하고 부르며 귀여워해 줬고,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고 간에 나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 주었다. 짐은 그 얼마나 나를 친절하게 생각해 주었던 것이랴. 맨 나중 에 나는 이 뗏목에 천연두 환자가 타고 있다고 하여 짐을 구해냈을 때 짐이 아주 고마워하며 임잔 이 늙은 짐이 세상에서 가진 가장 좋은 친구이며, 그때로선 유일한 친구라고 하던 것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러고 나서 우연히 주위를 둘러보는데 예의 그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나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영원히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시 이렇게 생각했다. '옳지 그럼 난 지옥으로 가기로 하자.' 이러고는 종이를 부욱 찢어 버렸다.
그것은 무서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그러나 벌써 입 밖으로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내뱉은 대로 내버린 채 그 이상 개심을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에서 모든 것을 짜내어 버려, 그러한 식으로 자라났으니 내 성품에 맞는 악행을 또다시 계속해 나가자, 그 반대의 행동은 나에게는 성품에 맞지 않으니까라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처음 일로서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내자, 그보다. 더 나쁜 일이 머리에 떠을랐다면 그것도 해내자. 악행을 하기로 작정한 이상, 더욱이 끝까지 하기로 작정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 다음 나는 어떻게 착수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고는 마음속으로 왜 여러 가지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한 후에 나에게 가장 알맞는 계획 하나를 하기로 작정했다. 그다음 나는 강 조금 하류에 있는 나무들이 우거진 섬의 위치를 잘 봐둔 후에 해가 완전히 저물자 살며시 뗏목을 내어 그 섬으로 가 뗏목을 거기다. 감춰 놓고 잠자리로 들어가 밤새도록 잤다. 그리고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 가게에서 산 양복을 입고, 다른 옷과 그 밖의 것을 한 보따리로 싹수머리고 카누를 타고서 둑을 향해 젓기 시작했다. 이 부근이 펠프의 땅이려니 하고 생각 된 곳의 하류에 상륙하자. 보따리를 숲속에다가 감춰 놓고, 또 필요한 때에는 찾아낼 수 있도록 카누를 돌로 채워 둑에 있는 조그마한 증기 제재소로부터 4분지 1마일쯤 하류에다. 가라앉혔다. 그다음 나는 한길로 나섰다. 제재소 옆을 지날 무렵 '펠프스 제재 소'라는 간판이 나와 있었다. 거기서부터 농가들이 쭉 즐비해 있는 곳에 왔을 때 나는 끊임없이 눈을 흡뜨고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날이 환히 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아직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만 이 근처의 지세를 알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내 계획에 의하면 나는 하류에서 온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이 동네로 온 것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슬쩍 한번 보고 나서 나는 곧장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공작이었다. 공작은 '왕실의 걸작' 광고를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번과 똑같이 삼야한이라고 하는 그것이다. 정말 뻔뻔스러운 녀석들이다. 이 사기꾼놈들은 나는 피할 사이도 없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 되고 말았다. 공작은 깜짝 놀랐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어이, 어디서 온 거냐?" 그다음 기쁜 듯이 힘을 주어, "뗏목은 어디 있지 안전한 장소에다. 매두었나?" "아니, 그건 내가 각하에게 물어보려고 하던 건데요." 내 말에 공작은 아까보다는 덜 기쁜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에게 묻다니 어찌된 셈이야." "실은 어제 그 선술집에서 왕을 보았을 때 더 술이 깰 때까진 몇 시간 동안은 데려올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으므로,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내 안을 이리저리 싸질러 다녔죠, 그러는데 어떤 사람이 하나 와서 10센트를 줄 테니 스키프를 타고 강 저쪽으로 가서 양을 데리고 오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하기에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간 것인데, 양을 배 있는 데까지 끌고 와서 그 사람은 나에게 밧줄을 붙잡고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는 양 뒤로 가서 처밀어 배 안으로 넣으려고 하는 참에 양이 나보다도 힘이 세었으므로 밧줄을 뿌리쳐 끊고는 그만 내뺐어요. 그래서 둘이서 그 뒤를 쫓은 거죠, 개를 데리고 있지 않았으므로 양이 녹초가 될 때까지 따라다니지 않으면 안 되었지 뭐예요. 어두워진 후에 겨우 붙잡아 가지고 강을 건넌 후에 나는 뗏목 있는 데로 돌아왔죠. 한데 뗏목이 없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 사람들은 사고를 일으켜 그만 내빼고 말았구나. 그래서 내 검둥일 데리고 내뺐구나. 나에겐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검둥일 데리고. 그래서 난 이제 낯설고 눈설 은 고장에서 돈이라곤 한 푼도 없이 어떻게 살아나가야 좋을지 막연하구나'하고요. 그래서 나는 가만히 앉아서 울다가 밤새도록 습속에서 잤어요. 하지만 대판절 뗏목은 어떻게 된 셈이죠. 그리고 짐은, 그 불쌍한 짐은"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그 뗏목이 어떻게 췄다는 것을 그 병신 영감쟁인 장사랍시고 해 가지고 40달러를 벌어, 우리들이 선술집에서 그 병신을 찾았을 땐 거기 있던 건달들이 반 달러씩 거는 노름을 하며 마신 위스키 대금 외엔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빨아 버린 거야. 밤늦게 서야 겨우 그 병신을 데리고 와 보니 뗏목은 간 데가 없고 해서 '고놈의 새끼 봐라, 우리 뗏목을 훔쳐 가지고 저만 강을 내려갔구나' 하고 한참 펄펄 뛰던 참이었어," "내가 자기 검둥일 내쫓을 까닭이 없잖아요.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다만 하나밖에 없는 검둥이고, 또 하나밖에 없는 재산인데요." "우리는 거기까진 생각 못 했는데, 실인즉 저건 우리들의 검둥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하였고, 정말 그놈 때문에 단단히 수고를 한 셈이지. 그러한 까닭으로 뗏목은 없어졌고, 우리는 동전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지라, 다시 한번 '왕실의 걸 작'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되었더란 말이야. 그래서 말이다. 그때부터 쭉 오늘날까지 술이라곤 한 모금도 마신 적이 없고, 화약통처럼 바싹 말라 가지고 이렇게 분주히 싸질러 돌아다니는 판이란다. 그 10센트는 어딨지 이리 내놔." 나는 돈을 왜 가지고 있었으므로 10센트를 공작에게 주었지만, 그러나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전액으로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으니 뭐나 좀 먹을 것을 사가지고 나에게도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다. 공작은 나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다음 순간 내 쪽으로 홱 돌아서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너 그 검둥이 놈이 우리들의 일을 폭로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런 짓을 해봐라. 그놈의 새끼 껍데길 벗겨놓고 말 테니." "무슨 수로 폭로할 수 있겠습니까. 짐은 내뺀 게 아닌가요?" "아냐. 그렇지 않아 그 병신 영감쟁이가 팔아 버리고는 돈을 나에게 분배하지도 않고 그만 공중으로 뜨고 만 거야." "팔아 버렸다구요?" 이러고 나서 나는 그만 울음보를 터뜨렸다. "하지만 저건 내 검둥이로 그 돈은 내 것이란 말이에요. 짐은 어딨어요, 지금 난 그 검둥이가 없으면 큰일이에요." "흠, 너 검둥일 찾아낼 수 없을걸, 그저 그뿐이란 말이야 그러니 그 훌쩍대는 건 그만두란 말이다. 임마, 설마 네놈은 우리들의 일을 폭로할 셈은 아닐 테지 내가 네놈을 신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간 큰 잘못이다. 알겠나, 폭로라도 해봐라." 여기서 공작은 말을 끊었지만 공작이 이러한 험상궂은 낯을 짓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는 여전히 홀쩍훌쩍 울어댔다. "난 누구의 일이든지 폭로하겠다는 생각은 없고 또 그럴 틈도 없습니다. 내 검둥일 찾으러 어서 가지 않으면 안 돼요, 난." 공작은 삐라를 팔뚝에다. 걸치고 펄럭거리면서 이마에다. 주름살을 일 고는 난처한 듯한 얼굴을 하고 생각에 젖어 있더니 한참 만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좋은 걸 하나 가르쳐 주마. 우리는 이 마을에 사흘 동안 있어야 해. 만일 네가 우리들의 일을 폭로하지 않고 그 검둥이에게도 폭로하지 않게 한다고 약속을 하면 그 검둥이가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겠다." 그래서 내가 약속을 하자 공작은, "농사꾼인데 그 이름은 사이러스 페...... 말끝을 내지 못하고 공작은 여기서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나에게 정말 얘기를 할 작정이었던 모양인데, 그렇게 말끝을 흐리고는 또다시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구나 하고 나는 생 각했다. 정말 그대로였다. 공작은 나를 신용하지는 않고 확실히 사흘 동안 나를 멀리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참 있다.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 검둥일 산 사람은 에이브러햄 포스터 에이브러햄 G. 포스터라고 하는 사람이야. 여기서 40마일 떨어진 벽지로, 라파에트로 가는 노상에 살고 있어." "그럼 됐어요, 40마일이라면 사흘이면 충분해요, 오늘 오후에 곧 떠나기로 하겠어요." "아냐, 안돼. 이제 곧 떠나라. 1초라도 지체해선 안 돼. 도중에서 지껄여도 안 된다. 그저 입을 곽 다물고 그저 자꾸만 가는 거야. 그러면 우리들로부터 혼날 것 없이 괜찮을 거란 말이다. 알았나" 이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것으로, 이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고서 내가 잔 것이다. 자기 계획에 착수하기 위해서 나는 자유의 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어서 떠나. 포스터 아저씨에겐 네 마음대로 아무 얘길 해 도 좋아. 짐이 네 검둥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구. 바보에겐 증서라 곤 필요 없으니까. 적어도 이 남부에선 그런 작자들이 있다고 하는 얘길 들었어. 그 삐라와 현상금이 엉터리라고 말하고 왜 그런 짓을 했는가를 설명하면, 모르긴 몰라도 네 얘길 아마 진짜로 들을 거다. 자 어서 떠나, 포스터 아저씨에게 무슨 얘길 해도 좋지만 여기서 저기까지 가는 도중은 말이다. 입을 꾹 다물고 절대로 얘길 해선 안 돼. 정신 차려." 그래서 나는 길을 떠나 그 시골 마을을 향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뒤돌아보진 않았지만 웬일인지 공작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는 그동안에 그만 녹아떨어지고 말 것이 틀림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1마일쯤 곧장 시골 쪽으로 걸어간 다음 거기서 걸음을 멈추고는 숲을 빠져 펠프스 집을 항해 다시 돌아왔다. 나는 우물쭈물하는 일 없이 내 계획에 곧 착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놈들이 도망칠 때까지 짐의 입을 봉해 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놈들과 성가신 일을 일으키긴 싫었다. 나로서는 싫증이 날 정도로 놈들 을 알고 있는 까닭으로 완전히 손을 끊어 버리고 싶었다.
제32장 새 이름
그곳에 이르고 보니 사방은 일요일처럼 고요한 것이 무덥고 해는 쨍 쨍 내리쪼이고 있었다. 머슴들은 모두 들일을 나가 있었다. 공중에서는 딱정벌레와 파리가 웅웅거리는 희미한 소리가 들리고, 그것이 까닭 모르게 외로운 기분을 자아내 주며, 모든 사람이 죽어서 어디론지 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고 있었다. 또 산들바람이 획 불어와 나뭇잎이 흔들리니 구슬픈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혼이 먼 옛날에 죽 은 사람의 혼이 - 서로 속삭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으므로 마치 자기 일을 속삭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자기까지 죽어 버려 끝장을 내야겠다고 생각되는 것뿐이었다. 펠프스의 농장은 조그마한 초라한 목화농장으로, 그러한 농장은 대개 비슷비슷하다. 2에이커 정도의 마당에는 횡목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고, 그 울타리를 넘기 위해서 키가 각각 다른 통을 쭉 늘어놓은 것처럼 계단식으로 통나무를 톱으로 켜서 만든 발판이 있었고, 여자들이 말을 탈 때에도 그 위에서 뛰어올라 타게 되어있었다. 털은 마당 쪽에는 초라한 풀밭도 있기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털이 다 빠진 헌 모자처럼 아무것도 자라 있는 것이 없이 평평했다. 백인이 살고 있는 집은 커다란 두 채의 통나무집으로 잘 다듬지 않은 재목으로 되어있었고, 틈새를 진흙과 몰타르로 틀어막아 놓았다. 그리고 이 진흙 줄무의에는 흰 회가 칠해져 있었다. 등근 그대로의 통나무로 만든 부엌은 커다랗고 폭이 넓으며 지붕만 달려 있는 낭하로 안채에 달려 있다. 부엌 뒤는 통나무로 지은 훈제장이 있었고, 그 건너편에는 조그마한 통나무로 지은 검둥이 오두막집이 세 채 한 줄로 쭉 늘어서 있었다. 따로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한 채 저만큼 떨어진 뒤꼍 울타리 옆에 있었고, 그 건너편에 몇 채의 딴 채가 또 있었다. 그 조그마한 오두막집 옆에는 잿물통파 비누를 고는 큰 솥이 놓여 있었고, 부엌 입구 옆에는 물이 든 양동이와 바가지를 올려놓은 벤치가 있었다. 몇 마리의 개가 그 근처에서 햇볕을 쪼이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서쪽 구석에는 해를 가려주는 나무가 세 그루쯤 서 있었고, 까치밥나무 덤불과 구즈베리 덤불이 울타리 옆에 한 덩어리로 수북하게 자라 있었다. 울타리 밖에는 채소밭과 수박밭이 있었고, 그다음부터 목화밭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목화밭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숲이 시작되었다. 나는 빙 뒤꼍으로 돌아 잿물통 옆 발판을 넘어 부엌 쪽으로 향했다. 조금 가자 물레바퀴 소리가 붕하고 높아졌다가 다시 붕하고 낮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나니 나는 정말 죽어 버리고 싶었다. 이보다도 쓸쓸한 소리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별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냥 자꾸만 앞으로 나아갔다. 유사시에는 신이 적당한 말을 가르쳐 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되는대로 내맡겨두면 반드시 신이 적당한 말을 가르쳐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반쯤 왔을 때 우선 한 마리의 개가, 그다음엔 다음 개들이 일어서서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물론 나는 걸음을 멈추고는 놈들과 얼굴을 맞대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짖어대는 시끄러운 소리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채 15초도 못 되는 사이에 나는 바퀴통 꼴이 되고 말았다. 15마 리나 되는 개가 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짖으며 으르렁거렸다. 수는 점 점 늘어만 갔다. 울타리를 뛰어넘고 모퉁이를 돌아 사방에서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부엌에서 검둥이 여자 하나가 손에 국수 방망이를 들고 뛰어나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티지, 절루 가 점박이, 절루 가, 이놈아" 여자는 우선 티지를, 다음에는 점박이를 그 방망이로 후려갈겼으므로 두 마리는 짖으면서 저쪽으로 내뺐다. 그러자 다른 개들도 그 뒤를 따라 도망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곧 그 절반이 다시 돌아와 내 주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친구가 되려고 했다. 정말 개라는 것은 악의가 없는 짐승이다. 그 검둥이 여인 뒤에서 조그마한 검둥이 계집애 하나와 사내 애 둘이 올이 거친 베 셔츠 하나만을 걸친 꼴로 어머니 옷에 매달려 그 뒤에서 부끄러운 듯이 내 쪽을 내다보고 있었다. 검둥이 애들은 늘 이렇게 했 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인 여자가 집에서 뛰어나왔다. 마흔다섯 내지 쉰 살 정도로, 모자도 쓰고 있지 않고 손에는 물레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그 뒤를 그 여자의 애들이 마치 검둥이 애들이 하던 것과 똑같은 짓을 하면서 따라 나왔다. 이 여자는 얼굴에 온통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것이 어렵다는 정도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너였구나. 드디어 왔구나. 그렇지." 나는 무심코 "예, 아주머니" 하는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이 여자는 나를 확 껴안더니 내 두 손을 잡고 부서질 정도로 힘껏 쥐었다. 눈에는 눈물이 넘쳐 떨어졌다. 그녀는 힘껏 껴안고 악수를 해도 부족하다는 듯이 계속 지껄였다. "넌 생각하던 것보다는 어머닐 안 닳았구나. 하지만 그까짓 아무려면 어때, 널 만나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정말, 정말 깨물어 먹고 싶 을 정도야 얘들아, 이건 너희들 사촌 톰이란다. 인사해." 그러나 애들은 눈을 내리깔고는 입에다. 손을 문 채 어머니 뒤에 숨어 있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리즈, 어서 급히 뜨거운 조반을 준비해. 혹 배에서 아침을 먹었을까?" 내가 배에서 먹었다고 하자 그녀는 내 손을 끌고 집 쪽으로 걸어갔고, 애들은 뒤에서 따라왔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나를 등의자에 앉히고 자기는 내 앞에 놓인 얕은 걸상에 걸터앉아 내 두 손을 잡으면서 또 말문을 열었다. "자, 이젠 네 얼굴이 잘 보이는구나. 정말 몇 해 동안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구나. 이제 겨우 그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구나 집에선 2, 3일 전부터 이젠가 저젠가 하고 고대하고 있었단다. 어째 늦었니? 배가 좌초라도 되었었니?" "그렇습니다. 마님. 배가‥‥‥" "그렇습니다. 마님이 다 뭐냐. 살리 아주머니라고 그래, 그럼 어디서 좌초를 당했지?"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배가 강을 올라왔는지 내려갔는지 몰랐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대개 직감으로 처리해 버렸다. 그리고 내 직감은 그 배가 훨씬 하류인 올린즈 쪽에서 올라왔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쪽 사 주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주의 이름을 뭐라고 하나 만들어 내거나, 또는 좌초당한 사주의 이름을 잊어버린 척하거나 둘 중 어느 쪽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때 좋은 생각이 하나 머리에 떠올라 이렇게 말했다. "좌초 때문에 늦은 건 잠시였어요. 실린더 대가리가 터졌어요." "어머나 누구 다친 사람은 없었니?" "없었어요, 마님. 검둥이가 하나 죽었을 뿐‥‥‥‥ "그건 참 다행이구나. 때때로 사람이라는 것은 다칠 수도 있으니까. 2년 전에 네 사이러스 숙부가 뉴올린즈에서 '랠리 룩'호로 강을 올라왔 는데, 그때 배 실린더 대가리가 터지는 바람에 사람이 하나 병신이 되고 말았단다. 아마 그 사람은 결국 죽었을 거야. 그 사람은 침례파 신 자로, 베이튼 루즈에 사는 그의 가족을 사이러스 숙부는 잘 알고 있었단다. 옳지, 이제 생각나는군. 그 사람은 정말 죽고 말았단다. 괴저가 일어나 절단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던가 수술을 했지만 헛수고였어. 그래 괴저였어. 정말 그랬어. 온몸이 새파래지고는 영광에 빛 나는 부확을 바라면서 죽고 말았지. 볼만한 광경이었다더라, 사람들 말이. 네 숙부는 너를 맞으러 매일같이 마을로 나갔단다. 오늘도 한 시 간 전에 나갔으니까 이제 곧 돌아올 거야. 도중에서 만났을 텐데, 너 못 만났니? 왜 나이가 든, 저 ......" "아뇨, 살리 아주머니. 아무도 못 만났는데요, 배가 마침 새벽녘에 도착했으므로 짐을 선장 배에다. 두고 시간을 보내서 여기 너무 빨리 도착하지 않도록 마을 구경을 하고. 또 겸해서 시골 쪽으로 가보았어요. 그래서 뒷길로 해서 왔지요." "짐은 누구에게 부탁하구?" "아뇨, 아무에게도 부탁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런 짓을 하다간 도둑을 맞게." "내가 감춰 둔 곳이라면 도둑질을 당할 것 같진 않던데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에서 조반을 먹었느냐?" 그것은 오싹 소름이 끼치는 살얼음이었지만, 그러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거기 서 있는 걸 보고 선장이 상륙하기 전에 뭐 좀 먹는 게 좋겠다고 하며 상갑판에 있는 사관 식당으로 데리고 가내가 원하는 걸 뭐든지 먹게 해줬어요." 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불안해졌다. 아까부터 애들 쪽으로 주의를 집중하여 한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질문을 좀 하여 내가 대체 누군지 알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를 주지 않고 펠프스 부인은 쉴새 없이 지껄이고 있었다. 얼마 후에 펠프스 부인은 내 등골이 오싹해질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넌 이렇게 지껄이고 있으면서도 형님 안부며, 누구 얘기도 한 마디 없으니 어떻게 된 셈이냐 자, 이걸로 난 얘길 그만할 테니까 이젠 네가 좀 해보렴. 하나도 빼놓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잘들 지내고 있는지 어떤지, 나에게 어떤 안부를 전했는지, 생각나는 대로 전부 얘기해 봐. 자."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정말 난처했다. 이제까지는 신은 그래도 틀림없이 내 편을 들어주었지만, 그러나 이제야말로 나는 좌초에 걸리고 말아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이대로 앞으로 나가려고 해도 전혀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두 손을 들고 항복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먹고 사실을 실토해야 할 때가 왔다고 속으로 속삭였다. 나는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을 때, 펠프스 부인은 나를 붙잡고 급히 침대 뒤로 데리고 갔다. "자, 돌아오셨다. 머릴 좀 더 숙여. 옳지, 옳지 됐어. 그러면 네 모습 이 보이지 않아. 여기 있는 걸 알려선 안 돼. 잠깐 내가 장난을 해보일 테니까. 너희들 아무 소리도 하는 게 아니다." 이건 정말 큰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을 해본댔자 소용이 없다. 그저 가만히 있다가 벼락이 떨어지면 획 뛰어나갈 수 있도록 대기를 하고 있을밖에 딴 길이 없다. 나는 들어온 노신사를 한번 흘낏 보았을 뿐으로, 침대가 그 사람을 감춰 버렸다. 펠프스 부인은 신사에 게로 뛰어들며, "그 애 왔수." 하자, "아니" 하고 남편이 대답했다. "아니 저런, 대체 어떻게 된 셈일까?" "나도 모르겠는걸. 정말 걱정되어 죽겠는데." "걱정된다구. 난 이제라도 당장 이칠 것만 같은데 그 앤 꼭 왔을 텐데. 당신은 길에서 그 앨 놓친 거예요. 꼭 그래요 웬일인지 그렇게만 생각되는군요." "원, 당신두, 내가 길에서 그 앨 놓쳤을 것 같수, 천만에......그건 당신도 알 텐데." " "하지만 저런 ......형님이 뭐랄지 몰라 그 앤 틀림없이 왔을 거예요. 당신이 놓쳤어요, 그 아일." "아, 그렇잖아도 맘을 조리고 있는데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마우. 대관절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모르겠구려 게다가 맘이 불안해서 꼭 죽을 지경이야. 하지만 필경 그 애가 왔을 리가 없어. 왔다면 내가 놓칠 리 만무하니까 여보, 큰일 났구려. 정말 큰일 났구려. 필경 배에 무슨 일이 생겼을 거요" "아니 사이러스 저쪽을 좀 봐요. 누가 오지 않아요?" 신사는 침대 머리에 가까운 창가로 달려갔다. 이것이 펠프스 부인이 노리고 있던 기회를 주었다. 부인은 급히 침대 다리 쪽으로 몸을 굽혀 나를 잡아끌었으므로 나는 나왔다. 신사가 창에서 돌아와 보니 부인은 활활 타고 있는 집처럼 생글생글 웃으면서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내가 매우 점잖게 식은땀이 나을 지경으로 서 있었다. 노신사는 눈을 흡떴다. "아니, 그 아인 누구요?" "누구라고 생각해요?" "정말 모를 노릇인데, 누구요?" "톰 소여예요" 놀라고 말고가 없었다. 정말 나는 허리가 빠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노인은 남의 속도 모르고 다짜고짜 내 손을 확 붙잡고 흔들며 언제까지 흔들고 있었다. 그동안 부인은 춤을 추며 뛰어 돌아다니는 등. 웃는 등, 우는 등 정말 야단이었다. 그러고 나서 둘 다. 시드와 메리. 그 밖의 집안 식구들에 관한 질문의 화살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제아무리 기뻐했다. 하더라도 내가 기뻐한 것에 비교하면 그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아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두 시간 동안이나 나에게 얼어붙은 것처럼 바싹 달 라 붙어 앉아 마침내 나중에는 내 턱이 그만 뻣뻣하게 되어 이 이상 더 움직이지 않게 되기까지 나는 우리 집안 식구에 관해 - 결국 그건 소여의 집안 식구들이지만 - 여섯 개의 소여 집안에서 일어난 것보다도 더 많은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또 화이트강 화구에서 실린더 대가리가 터져 그것을 고치는 데 사흘이 걸렸다는 것도 자세히 설명했다. 모든 게 정말 근사하게 된 셈이었다. 두 사람 다 그것을 수선하는 데 왜 사흘이나 걸렸는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으로 실린더 대신 나사못 대가리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모든 게 멋지게 통했으리라. 이제야말로 나는 한편으론 마음이 후련해지며 턱 놓였지만, 또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톰 소여인 척하고 있는 것은 쉽기도 하고 마음 편한 일이었다. 그 마음 편한 생각은 얼마 후 기선이 콩콩 기침을 하면서 강을 내려오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만일 톰 소여가 저 배로 온다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이제라도 이리 곧장 들어와서 내가 가만히 있으라는 눈짓을 할 사이도 없이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면 어떻게 하지 옳지, 그런 일이 일어나면 큰일이다. 절대로 안 된다. 한길로 나가서 숨어서 통을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래서 나는 마을로 짐 을 찾으러 갔다 오려고 생각한다고 두 사람에게 말했더니 노신사가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뇨, 나는 혼자서 말을 몰 수 있으니까 더 폐를 끼치긴 싫습니다" 했다.
제33장 왕과 공작의 가련한 최후
그래서 나는 짐마차를 몰고 마을로 향했다. 절반쯤 갔을 때 저쪽에서 짐마차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틀림없이 톰 소여였다. 나는 말을 세우고 톰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서라" 하자 그 마차와 내 마차는 나란히 섰다. 톰은 입을 가방만 하게 크게 벌리고는 언제까지 벌린 채로 있었다. 그러고 나서 목이 타는 듯이 두서너 번 침을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너에게 아무 나쁜 짓을 한 기억이 없어. 그건 너도 알 테지. 그렇다면 뭣 때문에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나에게 달라붙어 날 괴롭히려고 하는 거냐?" "난 다시 돌아온 게 아냐. 언제 내가 죽었었어야 말이지." 내 말소리를 듣자 통은 얼마간 제정신으로 돌아왔는데,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납득이 간 것도 아니었다. "날 속여선 안 돼. 나는 널 속이진 않을 테니까. 진짜 넌 유령이 아니지? " "진짜 난 유령이 아냐." "응, 그래......난......난 말이야......이걸로 물론 얘기는 다. 된 셈이지. 하지만 웬일인지 나에겐 석연치 않아 암만해도. 이봐, 그럼 넌 전혀 죽었던 게 아니었단 말이냐?" "그렇구말구, 내가 죽긴 왜 죽어. 난 모두를 속인 거야.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이리 와서 날 좀 만져 보란 말이야." 그래서 톰은 하라는 대로 했고, 그걸로 해서 납득이 갔다. 그리고 또다시 나를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며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꼴이었다. 그는 곧 모든 얘길 듣고 싶어 했다. 위대한 모험이며, 신비적이어서 톰의 급소를 찌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분간 내버려 두기로 하자고 하고, 톰의 마부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명령하고는 우리는 조금 앞까지 마차를 몰고서 내가 이제 어떠한 곤경에 빠져 있는가를 톰에게 알리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톰은 잠시 자기를 내버려 두고 방해를 하지 말라고 하고는 열심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더니,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됐어. 내 가방을 네 마차에다. 싣고 네 가방인 척하고 있으란 말이야. 그리고 알맞게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슬슬 말을 몰고 돌아가란 말이야 나는 마을로 잠시 들어갔다가 다시 출발하여 너보다. 15분이나 한 30분쯤 늦게 도착할 테니. 너는 처음에는 날 알고 있는 척은 안 해도 좋아." "그럼 됐어. 그러나 잠깐만 기다려. 또 하나 할 얘기가 있어 나밖엔 아무도 모르는 얘기야 그건 말이야, 저,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려는 검둥이가 하나 있어 짐이라고 하는...그 왓슨 아주머니네 짐 말이야," 이 말에 톰은 음성을 높여, "뭣이 그런데 짐은... 톰은 뒷말을끊고는 생각에 젖어 있다. 나는 말을 이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너는 그런 짓은 더럽고 치사한 일이라고 할 테지. 하지만 어떻다는 거야 난 야비한 인간이야. 그러니까 짐을 훔쳐낼 작정이야. 그걸 네가 가만히 눈감아 주었으면 하는 거야 그렇게 해주려나" 이 말에 톰은 눈에 광채를 띠며 말했다. "난 네가 짐을 훔쳐내는 걸 도와주겠어" 이 말을 듣고 나는 총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다.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을 듣기란 난생처음이었다. 그리고 톰 소여도 그 사나이값이 떨어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 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검둥이 도둑 톰 소여라니 "바보 소리 마 농담이지." "농담이라니, 천만에 . " "그럼 됐어, 농담이건 아니건 도망친 검둥이 얘기가 어디서 나오거든 넌 그런 놈의 얘긴 전혀 모르고, 나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여기서 톰은 가방을 내 짐마차에다. 넣고서 자기는 마을 쪽으로 다시 돌아갔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물론 나는 너무도 기쁜 나머 지, 그리고 생각할 일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천천히 말을 모는 것을 감쪽같이 그만 잊어버리고는 거리로 봐서 너무도 빨리 도착하고 말았다. 노신사는 문간으로 나와서, "야, 이건 근사하구나 그 암말이 이렇게 빨리 뛰리라곤 신의 조환데 시간을 재뒀더면 좋았을걸 그랬군. 게다가 털에는 땀도 붙어 있지 않구나. 한 방울도 붙어 있지 않아, 이상한데. 이러고 보니 100달러를 주겠다고 해도 팔고픈 생각이 없는데, 정말. 그걸 전엔 15달러에 팔아 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만한 가치밖에 없는 줄 생각하고." 노신사의 말은 이것뿐이었다. 이렇게 순박하고도 선량한 노인은 난생처음이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놀랄 것이 못 되었다. 그는 그저 농부에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목사이기도 했기 때문으로, 목화 경작지 뒤꼍 저쪽에다. 조그마한 통나무로 지은 교회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그는 교회와 학교를 겸해서 자기 비용으로 지은 것으로, 설교는 돈을 받아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한 푼도 받지를 않았다. 남부에는 이러한 농부 겸 목사가 그 외에도 많았다. 반 시간쯤 지난 후에 톰의 마차가 정말 층계 바로 옆에 와 닿았다. 샬리 아주머니는 창 너머로 그것을 보았다. 불과 50야드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까. "저 봐, 누가 왔나 봐. 누굴까? 타관 사람 같은데, 지미."(그것은 아이 중의 하나였다.) "리즈한데 뛰어가서 점심 접시를 하나 더 내놓으라고 그래라." 집안 식구들은 모두 현관 쪽으로 급히 몰려갔다. 왜 그런고 하니 물론 타관 사람은 별로 오는 수가 없었기 때문으로, 따라서 오기만 하면 신기해서 황열병 정도의 소동이 일어났다. 톰은 계단을 넘어서 집 쪽으로 걸어오고, 마차는 마을 쪽 길을 달려가 버렸다. 우리는 모두 현관에 모였다. 톰은 가게에서 산 양복을 입은 위에 청중을 가지고 있어 - 그것은 언제나 톰 소여가 좋아하는 바였다. 이러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톰은 그것에 알맞은 풍을 몇 개 덧붙인다는 것은 그에겐 너무나도 용이한 일이었다. 톰은 양처럼 온순하게 마당으로 들어설 그러한 소년은 아니었다. 숫양처럼 유유히 빼면서 들어왔다. 우리들 앞으로 오자.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나비들의 방해를 하지 않도록 상자 뚜껑을 연다는 그러한 식으로, 자못 품위 있고도 우아하게 모자를 벗고는 "아치볼드 니콜라스 댁인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노신사가 받았다. "쯧, 저런 가엾어라, 마부에게 속았구나. 니콜라스 댁은 아직도 3마일이나 더 가야 해. 어쨌든 자 들어와, 들어 와" 톰은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이젠 너무 늦었군. 마부도 보이지 않네." "그럼, 가버렸다니까 그러니 우리 집에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점심이나 좀 먹어. 그러고 나서 마차 준빌 해서 니콜라스 댁까지 데려다. 줄 테니." "원, 그런 폐를 끼쳐서 되겠습니까. 별말씀을 다. 난 걸어가죠. 멀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걸려서 보내다니, 그런 짓을 하면 남부의 손님 대접법에 어긋나네. 자, 어서 들어와." "자, 어서 들어오지." 샬리 아주머니도 등을 밀었다. "폐가 되긴 무슨 폐가 된다고 그래. 조금도 그럴 게 없는데. 푹 쉬었다. 가요. 3마일이나 되는 먼지투성이의 길을 걸어서 보내다니 될 말인가. 더군다나 총각이 오는 걸 보고 난 접시를 하나 더 놓으라고까지 했는데. 그러니까 우릴 섭섭하게 해선 안 돼. 자, 어서 안으로 들어와 푹 좀 쉬어." 그래서 톰은 마음으로부터 그들에게 치하하고는 결국 주인 청을 받아들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는 오하이오주 힉스빌에서 온 자로 월리엄 톰프슨이라고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톰의 입에서는 수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힉스빌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해서 발명해 낼 수 있는 데까지 마구 꾸며대는 바람에 나는 그만 걱정이 되어, 이것이 나를 이 난처한 입장에서 건져주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고 도리어 불안해졌다. 오랫동안 혼자 지껄이면서 톰은 목을 길게 뽑고는 샬리 아주머니의 입에다 곧장 똑바로 키스를 하고, 다시 편히 의자에 물러앉더니 또 계속 지껄였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뛰어 일어나 손등으로 입을 훔치며, "이 뻔뻔스러운 녀석" 하고, 톰은 다소 감정을 상한 듯한 얼굴로 이렇게 받아넘겼다. "이런, 놀라셨군요, 마님." "놀라? 대관절 날 뭘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놈 혼을 단단히 내줘야지, 내게 키스를 하다니 어떡할 작정이지" 톰은 겸손한 태도를 지었다. "어떡할 작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마님. 악의를 가지고 한 게 아니라구요. 난......난......키스를 하면 마님이 좋아하리라고 생각해서." "뭐라고 이 천치 놈아" 그녀는 물레방망이를 쳐들어 그걸로 찰싹 때리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는 시늉을 했다. "뭣 땜에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야?" "저, 그건 모르겠는데요. 그저 사람들이......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마님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할 거라고." "사람들이 그랬다구? 그따위 소릴 하는 놈 모두가 미친놈이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글쎄 세상에 사람들이라니, 누구 말이냐?" "뭘요, 모두 그러던데요. 모두들 그랬어요, 마님." 부인은 때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눈은 활활 타고, 손가 락은 쥐어뜯고 싶어 죽겠다는 듯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란 누구냐 말이야 어서 그 이름을 대봐 대지 않으면 너 같은 바보가 하나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되는 거야." 톰은 슬픈 듯이 일어나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나더러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모두들 다같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마님에게 키스를 하라고 했어요. 마님이 좋아할 거라고 말예요. 모두 그랬어요 ......하나도 빠지지 않고. 하지만 마님, 죄송했습니다. 이젠 안 해요 ......정말 다신 안 하겠습니다." "다신 안 한다구 흥, 필경 다신 안 할 테지. 그야" "그렇습니다. 정말 안 하겠습니다. 다신 안 하겠습니다. 마님이 해달라고 하실 때까진." "해달라고 아니, 세상에 이런 꼴을 보기는 처음이야. 너 같은 놈들은 내가 부탁하기 전에 천지창조 이래의 메두셀라(969세까지 살았다는 성경 속의 인물 창세기 제5장에 나옴) 같은 천치가 되어 자빠져 있을 게다." "그럼, 큰일 났군요.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모두가 그러길래 나도 그러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 여기서 톰은 말을 끊고는 어디서 동정해 줄 눈초리라도 찾으려는 듯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노신사와 시선이 마주치자 이렇게 물었다. "마님은 내가 마님에게 키스를 해주었으면 하고 그걸 바라고 있었다고 아저씬 생각지 않으셨어요" "뭘, 아냐 아냐, 저 난...... 응, 아냐,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어." 여기서 톰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이렇게 말했다. "톰, 넌 샬리 아주머니가 두 팔을 펴고 이렇게 말하리라곤 생각지 않았니? '시드 소여 하고......" "아니 뭐" 갑자기 부인이 끼어들어 다짜고짜 그에게로 달려들며, "이 뻔뻔스런 고약한 녀석아 아니 이 녀석아,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글쎄......" 이러면서 그를 확 껴안으려고 했지만, 톰은 그것을 막으며, "안돼요. 우선 나에게 부탁하기까진, 아주머니가." 그래서 부인은 즉시로 부탁하고는 몇 번씩 톰을 껴안고는 키스를 했다. 그러고 나서 노인 쪽으로 톰을 떠밀었으므로 노인은 그 찌꺼기를 받았다. 그리고 소동이 좀 가라앉자 부인이 이야기했다. "정말 이렇게 놀라긴 난생처음이구나. 우리는 톰만 올 줄 알았지. 너까지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구나. 형님 편지에도 톰 외엔 누가 온다고 써 있지 않았고." "그건 톰만 오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졸라댔더니 겨우 톰이 떠날 직전에야 나도 가도 좋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강을 내려오면서 나와 톰은 우선 톰이 먼저 이리 오고 나는 나중에 늦게 모르는 사람처럼 슬쩍 나타나면 집안 식구들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에요.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샬리 아주 머니, 여긴 타관 사람이 오기엔 안전한 장소는 아니군요." "그렇구말구, 뻔뻔스러운 건방진 장난꾸러기들이 오기엔 말이지, 시드. 그저 네 녀석 턱을 한번 먹여댔으면 좋겠다만. 이렇게 화가 나긴 생전 처음이야. 하지만 이젠 괜찮아 무슨 일을 당해도 괜찮아. 너희들 이 여기 와주기만 한다면 이런 장난은 천 번 당해도 기꺼이 참겠다. 그러기로서니 아까 그 장난은 정말 네가 그렇게 쭉 소리를 내며 나에게 키스를 했을 때엔 사실이지 난 깜짝 놀라 어떻게 될 뻔했단다. " 우리는 집과 부엌 사이에 있는 그 넓은 복도에서 점심을 먹었다. 테 이블 위에는 일곱 사람분의 음식이 듬뿍 놓여 있었다. 게다가 그 음식이 모두 따뜻하고 이제 방금 만들어진 음식으로, 밤새도록 축축한 지하실 찬장 속에 넣어 두어서 아침이 되면 다. 식은 오래된 식인종의 두꺼운 살덩어리 같은 맛이 도는 그러한 굳은 고기는 아니었다. 사이러스 아저씨는 왜 긴 식전 기도를 올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고, 기도라고 하는 방해물이 곧잘 음식을 식히고 마는 것을 보아왔지만, 아저씨의 기도는 음식을 식히는 일도 없었다. 오후 내내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나와 톰은 늘 조심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도망친 검둥이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었고, 그렇다고 해서 또 우리들이 이야기를 그쪽으로 끌고 가 기에도 겁이 났다. 그러나 그날 밤 식사 때 사내애 하나가, "아버지. 톰과 시드와 나, 이렇게 셋이서 구경 가도 될까요?" 하고 물었다. "안돼, 신파 같은 건 없을 거다. 있다. 하더라도 가선 안 돼 그 도망친 검둥이가 버튼과 나에게 엉터리 신파 얘길 전부 들려주어 버튼은 그 얘길 모든 사람에게 한다고 했으니까 지금쯤 사람들은 벌써 그 뻔뻔스러운 건달놈들을 마을에서 쫓아 버렸을 거다." 이것 봐라, 큰일이구나 하지만 나로선 어떻게 할 길이 없었다. 톰과 나는 같은 방에서 한 침대에 자기로 되어있었다. 피곤했으므로 우리는 저녁 식사가 끝나자 곧 인사를 하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으로부터 기어 나온 다음 피뢰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마을 쪽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왕과 공작에게 신변의 위험을 말해 줄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을 터이니까, 급히 가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반드시 붙잡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는 도중에 톰은 내가 학살을 당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아빠가 얼마 후에 자취를 감추고 만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짐이 도망을 쳤을 때 큰 소동이 일어났다는 것 등을 얘기해 주었다. 나는 '왕실의 걸작' 악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간이 허용하는 한 뗏목을 타고 강을 내리던 때의 이야기를 낱낱이 톰에게 들려주었다. 마을로 들어와 보니 - 여덟 시 반이었다. - 저쪽에서 횃불을 든 사람들이 노 도처럼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와아 와아 떠들어대기도 하고, 또 양철 냄비를 마구 때리기도 하고. 호각을 불기도 하면서 돌진해 왔다. 우리는 그 행렬을 보내기 위해서 길 한쪽으로 얼른 비켰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 보니 그들이 왕과 공작을 철봉 위에다. 올려 앉히고는 지고 가는 것이 보였다. 둘 다. 전신이 콜타르와 깃털로 덮여 있고, 도저히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한 쌍의 머간 크지 않은 군모의 깃털 장식 같았으나 나는 린치를 당하고 있는 두 사람이 왕과 공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오싹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이 가엾은 악당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고, 아무리 해도 이 두 놈을 미워할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인간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해 매우 참혹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때가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젠 어떻게 할 길이 없다. 뒤떨어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그 사람들 얘기가 모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신파 구경을 가서 쥐 죽은 듯이 가만히들 있었는데, 불쌍한 왕이 무대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판에 누가 손짓을 하자 구경꾼 전원이 와아 하고 일어서서 두 놈에게로 몰려갔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후 우리는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까지의 건방진 생각은 없어지고, 웬일인지 자기가 천박하고 비열한 인간처럼 느껴지고, 웬일인지 또 자기가 나쁜 짓을 한 것처럼 마음속이 편치 않은 것을 느꼈다. 하기야 아무것도 한 일은 없었지만. 이것은 언제 나 마찬가지로,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인간의 양심이라는 것은 사물의 도리를 깨닫지 못해도 어쨌든 인간을 책할 뿐이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도 사물의 도리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 죽여 버릴 테다. 양심은 인간의 내장 전부가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도 좀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것이다. 톰 소여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했다.
제34장 짐을 격려하다
우리는 이야기를 그만두고 생각했다. 얼마 후에 톰이 말했다. "이봐, 허클, 아직까지 이게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니 우린 참 바보였구나. 난 짐이 어딨는지 알 것만 같애." "정말, 어디야?" "잿물통 옆의 오두막집이야. 생각해 봐, 우리가 밥을 먹고 있을 때 검둥이 하나가 먹을 걸 그리로 날아가는 걸 못 봤냔 말이야." "봤지." "누구에게 줄 거라고 생각했느냐 말이야." "개지 뭐야." "나두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나 실은 개에게 주는 게 아냐." "왜?" "왜라니, 수박이 있었으니까 그렇지." "옳지 그랬어 나도 봤어. 개가 수박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니 큰 실수였군. 인간은 뭔가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다니까." "한데 말이야, 그 검둥인 오두막집에 들어갈 때 자물쇠를 열고, 나와 서는 또 잠그더라. 우리가 테이블에서 물러설 때 아저씨에게 열쇠를 갖다. 주었어. 그 열쇠가 틀림없어. 수박은 사람이라는 걸 가리키고, 열쇤 죄수라는 걸 가리키는 거지 뭐야. 요까짓 손바닥만 한 농장에서, 게 다가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만이 있는 곳에 죄수가 둘이나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아. 죄수는 짐이야. 옳지, 난 탐정과 같은 방법으로 그걸 찾아낸 것이 여간 기쁘지 않아, 다른 방법은 딱 질색이야. 자. 너 잘 좀 생각해서 짐을 구해 낼 방법을 궁리해 보란 말이야. 나도 생각할 테니 그리고 가장 좋다고 생각한 것을 택하기로 하자." 아직 나이가 어린 소년이지만 얼마나 훌륭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만일 내가 톰 소여와 같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공작으로 해준다 하더라도, 서커스의 익살꾼으로 해준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것과 바꾸지 않겠다. 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지만 그것은 결국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훌륭한 계획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은 애당초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톰이 물었다. "됐니?" "응." "옳지, 그럼 얘기해 봐." "내 계획은 이래. 저기 있는 게 짐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돼. 알게 되면 내일 밤 카누를 물에서 건져 내어 섬에서 뗏목을 가져온단 말이야. 맨 처음 달이 뜨지 않는 어두운 밤에, 자러 간 아저씨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훔쳐내어 짐을 데리고 강을 뗏목으로 내리는데 나와 짐이 그전에 하던 것처럼 낮에는 숨고 밤에는 행동한단 말이야. 이 계획이 잘 될까?" "잘 되겠냐고 물론이지. 쥐 싸움처럼 당장에 끝이 나구말구. 하지만 그건 너무 간단해서 재미가 전혀 없잖아. 그런 너무 쉬운 계획이란 재미가 없어. 거위 젖처럼 싱거워. 이봐 허클, 그런 짓을 하는 건 비누 공장에 뚫고 들어간 만큼의 평판밖엔 되지 못할 거야.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으레 톰이 그러한 말을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은 자기의 계획이 일단 결정되고 마는 날에는, 이와 같은 반대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계획도 그랬었다. 톰은 자기의 계획을 들려주었는데, 그 양식부터가 벌써 내 계획의 15배나 가치가 있었고, 짐을 자유의 몸으로 한다는 것은 내 계획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그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만족했고, 그놈은 하자고 동의했다. 그것이 어떠한 계획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그대로 이행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고, 톰이 그 계획을 실행하면서 여기저기서 바꾸어 가며, 기회 있는 대로 새로운 생각을 첨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중에서 한 가지만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톰 소여가 진지하다는 것과 실제로 그 검둥이를 훔쳐내는 데 조력하려는 태도였다. 이것은 나에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톰은 가정교육이 훌륭한 아이며, 집에는 점잖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는 그 가문에 똥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영리하며 바보는 아니다. 아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무식하지 않았다. 악의가 없고 친절하다. 그런데 이 애는 자존심도 정의도 감정도 다 버리고는 이와 같은 일에 손을 대어 모든 사람들 앞에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얼굴에다. 똥칠을 하려는 것이 다. 나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것은 천만뜻밖의 일로,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해 주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야 비로소 톰의 참된 벗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당장에 단념케 하여 그의 몸을 지키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지만 톰은 나의 입을 막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작정인지 그걸 알고 있지 않단 말야." "모르긴 왜 몰라, 알고 있지." "나는 그 검둥일 훔쳐내는 것을 돕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했지." "그럼 그걸로 됐지 뭐야." 이것이 톰이 얘기한 전부이며, 또 내가 말한 전부이기도 하다. 그 이상 말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톰은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반드시 해내고야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톰이 왜 이렇게까지 자진해서 이 일에 관여하려고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고는 이 이상 마음을 쓰지 말자고 결심했다. 톰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한다고 한 이상 나로서는 그것을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우리들이 집에 이르고 보니 집안은 컴컴하고 죽은 듯이 고요했다. 우리는 잿물통 옆 오두막집을 조사해 보러 갔다. 개들 상태를 알기 위해서 마당 안을 지나간 것인데, 개들은 우리임을 알자 시골 개가 밤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지르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오두막집까지 오자 정면과 양쪽을 조사하고, 내가 아직 모르고 있던 쪽, 즉 북쪽 왜 높은 곳에 네모진 창이 하나 있고, 거기에 튼튼한 한 장의 판자를 못으로 박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고 내가 말했다. "좋은 게 있구나. 우리가 저 판자를 빼버리면 그 구멍으로 짐이 기어 나올 수 있을 게 아냐." 톰이 이내 말을 받았다. "그런 건 오목과 학교를 까먹는 것처럼 거저먹기로 할 수 있지. 난 그것보다는 좀 더 복잡한 방법을 썼으면 좋겠단 말이야. 허클 핀." "그럼 요전에, 내가 죽기 전에 한 것처럼, 톱으로 통나무를 잘라서 짐을 구출해 내면 어떨까" "그쪽이 낫긴 해. 정말로 수수께끼 같고, 귀찮고, 좋긴 좋아. 허나 그 배나 오래 걸릴 것이 틀림없이 있을 거야 서두를 건 없으니까 좀 더 그 근처를 찾아보기로 하자." 뒤꼍 오두막집과 울타리 사이에 울타리에 기대어 지은 판자 헛간 비슷한 게 하나 있었는데, 오두막집과는 처마로 연결되어 있었다. 길이는 오두막집과 같았으나 폭은 좁았고, 6피트 정도였다. 문은 남쪽에 붙어 있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통은 비누를 고는 가마 쪽으로 가서 그 근처를 뒤져, 뚜껑을 여는 데 쓰는 쇠도구를 들고 와 그것으로 자물쇠 하나를 비틀어 열었다. 쇠사슬은 떨어지고,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성냥을 그어 보니 헛간은 오두막집에 기대어 지었을 뿐 붙어 일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또 헛간에는 마루도 없고. 있는 것은 몇 자루 녹슨 괭이니 삽이니 곡괭이니 이가 부러진 가레 따위가 있을 뿐이었다. 성냥은 꺼져버렸고, 우리도 헛간에서 밖으로 나와 또 고리 못을 박고는 아까처럼 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톰은 자못 유쾌한 모양이었다. "자, 이걸로 됐다. 짐을 파내기로 하자. 일주일은 걸릴걸" 그다음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나는 뒷문으로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녹비 걸쇠의 끈을 약간 잡아당기면 되는 것이다. 이 집 사람들은 자물쇠를 채우는 법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톰 소여는 이것은 너무나도 싱거운 일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피뢰침 장대를 기어 올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절반쯤 세 번이나 기어오르고는 그때마다. 굴러떨어져, 더군다나 맨 마지막에는 하마터면 골을 깨고 말 판이었으므로 본인도 단념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한 참 쉬고 난 다음에 다시 한번 재수를 보기 위해서 해보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성공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먼동이 틀 무렵에 일어나서 개들을 삶아놓기도 하고, 또 짐에게 음식을 나르는 검둥이와 접근하기 위하여 검둥이 전용 오두막으로 갔다. - 먹을 것을 받아먹고 있는 것이 짐이라고 한다면 검둥이들은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는 밭일을 나가는 길이었다. 짐의 검둥이는 양철 냄비에다. 빵과 고기와 그 밖의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산처럼 쌓아가지고 다른 검둥이들이 막 오두막을 나가려고 할 때에 집에서 열쇠가 왔다. 이 검둥이는 사람이 좋을 것 같은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고수머리 전체를 실로 몇 개의 조그마한 단으로 땋고 있었다. 그것은 마녀를 몰아내는 부적이었다. 그는 요즈음 마녀가 밤마다. 어찌나 자기를 괴롭히는지, 온갖 이상한 물건을 보여 주기도 하고 또 이상한 말과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여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마법에 걸리기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도 흥분한 나머지 자기 괴로움만 지껄이고 있는 동안 자기가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그것을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틈을 타서 톰이 한 마디 물어보았다. "이 먹을 건 뭘 하는 거야 개에게 주는 건가?" 검둥이 얼굴에 마치 벽돌 조각을 진창 웅덩이 속에다. 던져 넣었을 때처럼 점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럼, 개구말구유, 시드 도련님. 게다가 이상한 개지. 가보고 싶어 유?" "응, 가보고 싶어." 나는 팔꿈치로 톰을 쿡 찌르고는 속삭였다. "이런 새벽녘에 벌써 가는 거야 그런 계획이 아니었잖아." "그래. 하지만 이젠 그럴 계획이야."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간 것이지만, 나는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자 너무 컴컴해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과연 짐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알아보았던지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이건 허클 도련님이 아닌가. 그리고 저건 톰 도련님이고" 나는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애당초부터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로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으며, 비록 알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는 없었으리라 예의 그 검둥이가 대번에 이렇게 큰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아니 뭐야, 어럽쇼 이잔 도련님들을 알고 있는가유?" 이젠 꽤 사방이 잘 보이게 되었다. 톰은 그 검둥이를 물끄러미, 그리 고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누가 우리들을 알고 있다고?" "누구냐구유, 여기 있는 이 도망친 검둥이지 누군 누구야유?" "난 이놈이 우릴 알고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데. 한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구유? 이 작자가 이제 방금 도련님을 알고 있는 듯이 막 큰 소릴 지르지 않았느냐 말이야유." 톰은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당황한 태도로, "그렇다면 참 이상한 노릇인데. 누가 큰 소릴 질렀다구 언제 큰 소릴 질렀다는 거야? 뭐라 구 큰소릴 질렀다는 거야?" 이러고 나서 톰은 시치미를 딱 떼면서 내 쪽으로 돌아서며 물었다. "넌 누가 큰소릴 지르는 걸 들었나?" 물론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그러자 이번에는 톰은 짐 쪽으로 돌아서며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일이 없다는 듯이 흘낏홀낏 그쪽을 훑어보았다. "그래 임잔 큰소릴 질렀나?"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어유." "한 마디도?" "네, 한 마디도." "임잔 우리들을 전에 만난 일이 있었나?" "아뇨, 기억이 없는 뎁쇼." 그래서 이번에는 미친 듯한 얼굴로 혼란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 검둥이 쪽으로 돌아서며 톰은 날카로운 어조로 쏘아붙였다. "대관절 임잔 어떻게 됐다는 거야? 어떻게 돼서 누가 큰소릴 질렀다고 생각한 거지?" "아아, 그 지긋지긋한 마녀 탓이군요, 나으리. 정말 난 죽고 싶어유. 놈들은 늘 이 짓을 해서는 날 그만 죽일 만큼 놀라게 한단 말예유. 하지만 이 얘길 아무에게도 말아줘유, 제발. 그렇잖으면 사이러스의 큰 나으리한테 혼이 나니까유. 큰 나으린 마녀 같은 게 어디 있느냐고 야단 야단이시거든유. 이제 여기 계시면 얼마나 좋아, 그러면 큰 나으린 뭐라고 하실 테지 이번만큼은 뺄 구멍이 없을 거야, 마녀를 시인할밖에 하지만 세상은 늘 이래. 바보는 죽어야 신세를 면한다구 세상일을 조사하여 손수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단 말이에유. 그리고 이쪽에서 찾아내어 알려줘도 그걸 신용하지 않거든유." 톰은 그에게 10센트 은화를 한 닢 주며, 우리는 아무에게도 그 얘길 안 하겠다고 하고는 그 돈으로 실을 사서 머리를 묶으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짐을 쳐다보며, "사이러스 아저씬 이 검둥이 놈의 목을 매달아 죽일지도 몰라. 만일 내가 도망칠 만큼 은혜를 모르는 검둥일 붙잡는 날엔 그놈을 그대로 내버려 두진 않을 테야. 꼭 목을 매달아 죽이고야 말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검둥이가 문간 쪽으로 가서 자꾸만 그 은화를 들여다보면서 진짠가 아닌가 시험해 보느라 깨물어 보고 있는 동안에 톰은 짐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우릴 아는 척해선 안 돼. 그리고 밤에 땅을 파는 소리가 나면 그건 우리야. 우린 짐을 자유의 몸이 되게 하려는 거야." 짐에게는 겨우 우리들의 손을 붙잡고 꼭 누를 시간밖에 없었다. 그때 검둥이가 돌아왔으므로 소원이라면 언젠가 또 함께 와줘도 좋다고 했다. 그러자 검둥이는 제발 좀 그렇게 해달라고, 특히 컴컴할 때에는 제발 좀 그렇게 해달라고, 마녀는 대개 컴컴할 때 나오니까 그때 누가 함께 와주면 참 고맙겠다고 하며 반색을 했다
제35장 음모
아침 식사 시간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은 남았다. 우리는 오두막을 떠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 까닭은 톰에 의하면, 작업 상태를 보기 위해서는 아무거라도 좋으니 그 무슨 불빛이 있어야만 하고, 등불은 너무도 밝아서 귀찮은 일을 일으킬지도 모르며, 우리들이 구해야 할 것은 여우불이라고 부르는 어두운 장소에 많이 놔두면 희미한 광선을 발산하는 썩은 나무덩어리를 많이 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한 아름씩 들고 와 풀 속에 감춰 놓고는 앉아서 쉬었다. 톰은 못마땅한 얼굴을 지었다. "정말 이 일 전체가 참으로 쉬워서 다루기 거북하기 짝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어려운 계획을 세우기가 무척 힘들단 말이야. 마취제를 써야 할 감시인도 없구. 그렇지, 감시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 텐데, 수 면제를 줘야 할 개 한 마리 없으니. 짐은 10피트의 쇠사슬로 침대 다리에 한쪽 발이 결박되어 있을 뿐이니까 침대를 쳐들어 쇠사슬을 벗겨내면 그걸로 그만일 테고, 그리고 사이러스 아저씨는 모든 사람을 다. 신용하고는 열쇠는 그 호박대가리 검둥이에게 주어 버리고는 그 녀석을 감시할 감시인 하나 없단 말이야. 짐은 벌써 먼 옛날에 그 구멍으로 도망칠 수도 있었단 말야. 다만 10피트의 쇠사슬을 발에다. 달고 도망을 쳐본댔자 소용없는 일이긴 하지만. 제기랄, 이런 싱거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이야, 세상에 정말, 허클, 생전 처음이군. 이쪽에서 모든 어려운 일을 발명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다니 그래 정말 할 수가 없어 여기 있는 재료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돼. 어쨌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결국 어려움이나 위험을 제공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그걸 하나도 제공해 주지 않을 때 이쪽 머리에서 그런 것들을 전부 짜내야 할 경우,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그 사나이를 구출해 내면 그만큼 명예로운 일이 된다는 거야. 저 말이야, 저 등불 하나만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란 말이야 차디찬 현실 문제가 되고 보면, 우리는 등불은 위험하다는 척이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아니냐 말이야 뭘 그야 마음만 내키면 횃불 행렬로 일을 할 수도 있긴 하지, 난 그렇게 믿어. 한데 이런 걸 생각해 보니 기회 있는 대로 어서 톱을 만들어 낼 물건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겠단 말이야, 우린." "톱은 뭣에 쓰게." "뭣에 쓰냐구? 쇠사슬을 푸는데 짐의 침대 다릴 자르지 않아도 된단 말이냐." "아니, 이제 방금 넌 침대를 쳐들어 가지고 쇠사슬을 풀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어디까지 역시 넌 너구나, 허클 핀. 그저 넌 한다는 게 유치원식의 일밖엔 생각이 나지 않는단 말이지. 대관절 넌 책이라는 걸 읽었느냐 말이야 - 트렌트 남작(오스트리아의 군인으로 1740년 마리아 테레사를 위해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로 돌아가 투옥되다. 그의 저서 '자서전'은 널리 알려져 있음)이니, 카사노바(1725∼1803, 1776년 베니스 감옥 탈출의 고심 담은 그 '회고록'에 기록되어 있음)니, 벤베누토 첼리니(이탈리아의 애국자. 1538년 세인트 안젤로 성에 감금되었다가 익년 그 성을 탈출한 당시의 사정은 '자서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음)니, 앙리 4세(프랑스 국왕)니 하는 그러한 영웅들의 얘길 하나도 읽은 일이 없느냐 말이야. 그런 할망구 같은 식으로 죄수를 구출했다는 얘긴 들은 적이 없어. 하기야 최상의 권위자들이 하는 식에 의하면 침대 다리를 둘로 썰어서 감쪽같이 그대로 해놓고는 톱밥은 눈에 띄지 않도록 깨끗이 삼켜 버리고 제아무리 고양이 같은 눈을 가진 집시의 눈에도 다리가 잘려있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고, 다리가 완전하다고 생각되게끔 그 자른 장소 주위에다. 진흙과 기름을 발라 두는 거야. 그러고 나서 준비가 모두 끝난 날 그 다리를 걷어차면 침대는 좌당 쓰러지고 쇠사슬은 풀리고 말아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 다음은 다만 밧줄 사다리를 흉벽에다. 걸치고 그걸 타고서 기어 내려가 못 속에서 다리를 분지르기만 하면 돼. 왜냐하면 밧줄 사다린 19피트나 길이가 모자라니까 그렇지. 그러면 그곳에는 말과 심복 부하가 기다리고 있어 널 쳐들어 안장 위에다. 던져 줄 테니, 그럼 넌 말을 몰아 고향인 랑구독크니 니봐르니 그 밖의 아무 데라도 가기만 하면 된단 말이야 어때, 신나지, 허클 핀이 오두막에도 못이 하나 있으면 근사할 텐데 그랬군. 짐을 내어놓을 때 시간이 있다면 어디 못을 하나 파 볼까." "오두막 아래로 짐을 몰래 내놓겠다고 하는데 못은 무슨 못이야." 그러나 톰은 이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내가 있는 것도 그 밖의 모든 것도 잊어버리고 턱을 괴고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얼마 후에 톰은 한숨을 쉬고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냐, 그건 안돼. 그렇게 할 만한 필요조건이 부족해." "뭣 땜에?" "뭘, 짐의 다릴 잘라 버리는 거지." "아니 얘가" 내 입에서는 큰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럴 필요까지 뭐가 있어. 대관절 뭣 땜에 짐의 다릴 자르겠다는 거지?" "그건 말이야, 가장 훌륭한 권위자 중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쇠사슬이 풀어지지 않아서 손을 자르고는 도망친 거야. 다리라면 더 좋지. 하지만 그것만큼은 그만둬야 해. 게다가 짐은 검둥이니까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테 구, 또 유럽에선 그게 습관으로 돼 있다는 걸 알 까닭도 없을 테구 하니. 그러니까 그만두기로 하자 하지만 요것 하나만큼은 할 수 있지. 짐도 밧줄 사다리라면 가질 수 있단 말이야. 우리들이 욧잇을 찢으면 밧줄 사다리를 만들 수 있을 게 아니냐 말야. 그걸 파이 속에 넣어서 들여보내면 되지 않아, 대개 그렇게들 하는 거야. 난 그보다도 더 지독한 파이를 먹어 본 적도 있는데 뭐." "어이, 톰 소여, 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짐에게 밧줄 사다리가 뭣 땜에 필요하다는 거야?" "밧줄 사다린 꼭 필요해. 너야말로 무슨 소릴 하느냐고 해주고 싶구나.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 있잖구 짐은 꼭 밧줄 사다리가 필요하다니 까. 다들 그래." "대관절 뭣에 쓰게?" "뭣에 쓰냐구? 침대 속에 감출 수 있겠지, 안 그래 그러니까 짐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허클, 너는 하나도 정식대로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늘 신기한 것만 하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애. 만약 짐이 그 밧줄 사다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한다. 밧줄 사다린 도망친 후에도 침대 속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단서가 될 게 아니야 그리고 사람들은 단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지 않아, 넌 물론 필요로 할 것이 뻔하지. 그런데 단서를 남겨놓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 변칙이 어딨어난 그런 소릴 듣진 못했어." "응 그래. 그게 규칙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밧줄 사다릴 갖게 해야만 한다면 괜찮아, 그럼 짐에게 갖게 하도록 하지 뭐. 난들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하지만 여기 문제가 하나 있어, 톰 소여 우리가 만일 짐의 밧줄 사다리를 만드는데 욧잇을 찢는다면 그 때문에 한사코 샬리 아주머니와 으르렁거리게 될 게 아니야.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떨까, 힉코리 나무 껍질 사다리는 돈이 들지 않고, 헛 버리는 게 없고, 네가 만들려고 하는 어떠한 헝겊 사다리 못지않게 파 이 속에 틀어넣을 수도 있고, 또 짚이불 속에 감출 수도 있을 게 아니 냐 말이야 게다가 또 짐으로 치고 보면 경험이 없으니까 아무거라도 상관없을게." "쩟, 너두 참, 내가 너만큼 무식하다면 난 가만히 있을 테다. 입을 꾹 다물고, 정말 가만히 있을 테다. 국사범이 힉코리 사다리로 도망쳤다는 얘길 난 들은 적이 없어, 아직까지. 그런 싱거운 소리가 세상에 어딨어 " "그럼 됐어. 톰, 너 좋을 대로 해. 한데 말이다. 내 충고를 받아들여 준다면 빨랫줄에서 나에게 욧잇 하나만 빌려줄 수 없겠느냐 말이야." 그건 좋겠다고 톰도 동의했다. 그것이 톰에게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게 했다. "셔츠도 한 장 빌리도록 해." "셔츠는 뭘 하게. 톰" "짐더러 거기다. 일기를 쓰게 하기 위해서지." "일기, 무슨 얼어 죽을 일기야. 짐이 무슨 글씨를 쓸 줄 안다구." "쓸 줄 모른다고 하더라도 헌 백람 스푼이나 헌 철통테 부스러기로 짐에게 펜을 만들어 주면 셔츠에다. 그걸로 표를 찍을 순 있잖아." "뭘 그래, 톰, 거위의 깃털 하나만 뽑으면 그보다. 몇 배 좋은 펜이 되잖아, 게다가 빠르기도 하고." "펜을 만들기 위한 깃털을 빼라고 어떤 놈의 거위가 죄수가 들어 있는 지하실 주위를 뛰어 돌아다닐 거냔 말이야, 이 바보야. 죄수라는 건 손이 닿는 곳에 있는 헌 놋쇠 촛대니 그런 등속의 아주 단단한 절대로 부러질 염려가 없는 가장 귀찮은 걸로 펜을 만드는 거야. 그걸 뽀족하게 하는데 몇 주일씩 몇 달씩 걸리거든. 벽에다. 갈아서 뽀족하게 해야 하니까. 비록 손안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죄수라는 건 거위 깃털을 쓰 려고 하진 않아. 본식이 아니니까 " "그럼 잉크는 뭘로 만들어 주지" "대부분의 죄수는 쇠녹과 눈물로 잉크를 만들지만, 이건 흔해 빠진 잉크로 여자들이나 하는 장난이야. 최고의 권위자는 자기 피를 사용하는 거야. 짐은 그걸 할 수 있어. 그리고 어디 자기가 은폐되어 있는가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극히 짧고도 흔해 빠진 것을 몰래 알리고 싶다면 양 철 접시 아래에다. 포크로 써서 창밖으로 내던져 버리는 거야. 철가면은 언제나 그렇게 한 거야. 그건 멋진 방법이지." "짐에게 어디 양철 접시가 있어야 말이지 먹을 건 냄비에다. 넣어서 갖다. 주니까. " "그런 건 아무려면 어때. 우리가 양철 접시를 넣어 주면 되잖아." "접시에다. 쓴 짐의 글씨를 읽어 낼 사람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 "그런 건 아무 문제도 안돼. 짐이 해야 할 것은 접시에다. 써서 내던지는 그것뿐이야. 뭘, 죄수가 양철 접시니 뭐에다. 쓴 그 절반은 아무도 읽어내지 못하는데 뭐." "그럼, 왜 접시를 못 쓰게 하는 거야" "그러면 어때, 그 죄수의 접시는 아닐 테니까." "하지만 접시 주인이 있을 게 아냐." "그렇지, 그게 어떻다는 거야. 비록 누구의 접시라고 할망정 죄수가 뭐 그런 거에다. 마음을 쓸 줄 알아." 여기서 톰은 말을 끊었다. 아침 식사를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숲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오전 중에 나는 빨랫줄에서 욧잇과 횐 셔츠를 한 장씩 빌려, 헌주머니를 하나 찾아 거기다. 이것들을 넣었다. 숲으로 들어가 여우불을 낱낱이 주워서, 이것도 주머니 속에다. 넣었다. 나는 아빠가 늘 그랬으므로 빌린다는 말을 쓴 것인데, 톰은 그것은 빌리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이라고 했다. 톰은 우리는 죄수의 대표자라고, 그리고 죄수라고 하 는 것은 무엇을 손안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 수단 방법은 문제가 아니며, 또 아무도 죄수를 탓할 권리는 없는것이라고 했다. 죄수가 도망치는데 필요한 물건을 훔치는 건 죄가 안 된다. 그렇게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죄수를 대표하고 있는 한 여기 있는 물건 중에서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탈옥에 필요로 하는 물건은 무엇이나 훔칠 권리가 있다. 만일 우리들이 죄수가 아니라고 하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죄수도 아닌데 훔치는 것은 천한 인간이 하는 짓이라고 톰은 말했다. 그래서 그 근처에 있는 물건은 원이고 간에 훔치기로 했다. 그러나 그후 어느 날 내가 검둥이 밭에서 수박을 훔쳐 가지고 와서 먹었을 때엔, 톰은 마구 화를 내며 나에게 까닭도 이야기하지 않고 검둥이에게 10센트 은화를 갖다 주고 오라고 펄펄 뛰며 야단이었다. 톰은 자기가 말한 의미는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을 훔쳐도 좋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수박이 필요해서 훔쳤노라고 그랬더니 통 은 탈옥하는 데 수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그게 잘못이라고, 만일 네가 그 속에다. 칼을 감추어. 그것으로 집사를 죽이기 위해서 몰래 짐에게 그것을 주는 데 수박을 필요로 한다면 자기는 다른 잔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는 말을 끊었다. 그러나 나는 수박을 훔칠 때마다. 그렇게도 많은 자질구레한 구별을 일일이 앉아서 생각해야 한다면 죄수를 대표해서 무슨 이익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야기를 바꾸어, 우리는 그날 아침 집안 식구들이 모두 일에 착수하여 누구 하나 마당에서 얼씬도 안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후에 야 톰은 예의 그 주머니를 헛간으로 운반하여 갔고, 한편 나는 좀 떨어진 곳에 서서 감시를 했다. 얼마 후 톰이 밖으로 나왔으므로 우리는 장작더미 있는 데로 가서 그 위에 올라 앉아 이야기를 했다. 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구 외엔 만사가 잘 되었어. 도구도 문제없이 구할 수 있을 거야." "도구라니?" "그래." "뭐하는 도군데?" "뭐하냐고 물론 파는 도구지. 설마 이빨로 긁어서 짐을 끌어낼 순 없겠지, 어때?" "저기 있는 못쓰게 된 곡괭이로도 검둥이 하나쯤은 능히 파낼 수 있을 게 아냐?" 톰은 이쪽이 울고 싶을 만큼 불쌍하게 보이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허클 핀, 넌 말이야, 죄수가 땅을 파서 탈옥하는데 곡괭이니 삽이니 그 밖의 여러 가지 편리한 도구를 옷장 속에다. 가지고 있더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가. 한데 말이야, 너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런 걸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기회가 그 죄수를 영웅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거지 그렇다면 차라리 열쇠를 빌려주어 당장에 해버리는 게 낫지 않아. 곡괭이와 삽이라구, 그런 건 왕두 손안에 넣기 어려울걸." "그렇다면 곡괭이와 삽이 필요 없다면 뭣이 필요하다는 거야?" "두 자루의 칼집에 든 칼이지 뭐야." "그걸루 저 오두막집 아래 토댈 파내는 거야?" "그럼." "쩟 쓸데없는 소리 마, 톰." "아무리 쓸데없어도 상관없어. 그게 올바른 방식이라는 거야 '그밖에 내가 들은 방식이라곤 하나도 없고, 난 이런 얘길 조금이라도 쓴 책이라면 안 읽어 본 책이 없는데, 반드시 칼집에 든 칼로 파는 거야 게다. 가 또 전부 흙만은 아냐. 대부분이 굳은 바위를 파내는 거야. 몇 주일씩이나 걸리는 거야. 이봐 마르세이유 항구에 있는 디프 성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 하나를 생각해 보란 말이야. 이 사람도 이런 식으로 구멍을 파고 탈옥한 거야. 얼마나 오래 팠으리라고 생각하지." "모르겠는데." "자, 그럼 맞춰 봐." "모른대두. 한 달 반" "37년이야. 그리고 나와 보니 중국이더란 말이야. 그런 거야. 이 요새 아래도 굳은 바위라면 좋을 텐데." "중국엔 짐이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어."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야 여기도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어. 한데 넌 왜 밤낮 뚱딴지같은 소리만 하느냐 말이야. 왜 요점을 잡지 못하느냔 말이야. 넌" "좋아, 나오기만 하면 어디로 나오든 난 상관없어. 짐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짐은 나이를 먹었으니까 칼집에 든 칼로 짐을 파낼 순 없을 거야 그때까지 살아 있진 못할 테니까." "천만에, 살구말구 흙 토댈 파내는 데 37년이나 걸리리라곤 넌 생각하지 않을 테지. 어때?" "얼마나 걸릴까, 톰" "글쎄, 사이러스 아저씨한테 소식이 오는 것도 그다지 먼 일은 아닐 테니까. 우리도 마음대로 시간을 바치단 위험해. 아저씬 짐이 뉴올린즈에서 도망쳐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지. 그러면 다음에 할 일은 짐을 광고에 내거나 그것 비슷한 짓을 할 테지. 그러니까 우린 짐을 파내는 데 마음대로 시간을 바칠 순 없단 말이야. 사실은 한 2년쯤은 시간을 바쳐야만 하지만 어디 그렇게 할 수 있어야 말이지 앞일이 너무도 불안하니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난 생각하는데, 즉 말이야, 우린 되도록 빨리 여길 파고 또 파서 그것이 끝나면, 우리 자신에 게 37년 걸린 걸로 치면 되잖아. 그렇게 해놓고서 정보가 있자마자 짐을 납치해가지고 그만 도망쳐 버리는 거야. 을지,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난 생각하는데." "옳지, 그건 분별이 있는 소리군. 37년 걸린 걸로 해놔도 돈이 한 푼 드는 것도 아닐 테고 또 조금도 귀찮지도 않구. 그럴 필요만 있다면 우린 150년이 걸린 것으로 해놔도 상관없을 테지. 그렇게 해놓으면 착수한 뒤에도 힘들지 않을 테구. 자 그럼 이제부터 당장 가서 칼집에 든 칼을 두 자루 훔쳐내도록 하자." "세 자루 훔쳐내 와 톱을 만드는 데 한 자루 더 필요해." "톰, 이런 말을 해도 정식이 아니라는 등, 신앙심이 없다는 등 하고 그런 핀잔을 듣지 않는다면 말하겠지만, 훈제실 뒤 비 막는 벽판자 아래에 낡은 녹슨 톱 하나가 꽂혀 있던데 그래." 이 말에 톰은 다. 귀찮다는 듯한 맥이 빠진 모양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참, 이런 젠장. 넌 소귀에 경 읽기로구나. 어떤 걸 가르쳐 줘도 소용없으니 어서 칼이나 훔쳐 와 세 자루다. " 그래서 나는 하라는 대로 했다
제36장 탈옥 준비
그날 밤 모든 집안 식구들이 잠들어 버렸다고 깨닫자, 우리는 피뢰침을 타고 내려와 붙여서 지은 오두막집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는 여우불을 한 덩어리 수북이 꺼내놓고 일에 착수했다. 토대가 되는 통나무 한복판을 따라 한 4, 5피트가량 걸려대는 것을 전부 깨끗이 치워버렸다. 톰은 이제 우리는 짐의 침대 바로 뒤에 있으니까 그 아래를 파내려가자, 그러면 다. 뚫어낸 후에도 짐이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으로, 거기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짐의 이불이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기 때문에 그 구멍을 보려면 이불 을 쳐들고 아래를 내려다봐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칼집에 든 칼로 거의 한밤중이 될 때까지 열심히 팠다. 그랬더니 그만 녹초가 되어 버려 손에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거의 판 것 같지도 않았다. 드디어 내가 입을 열었다. "이건 37년간의 일이 아니라 38년간의 일이지, 톰 소여." 톰은 한 마디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한숨을 쉬고 나서 파는 것을 그 만두고는, 꽤 오랫동안 생각에 젖어 있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이건 안 되겠군, 허클, 일한 것 같지가 않아, 도무지. 우리가 죄수라면 이걸루두 좋아. 얼마가 걸려도 상관없고 서둘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파는 건 감시원이 교대하는 동안의 몇 분 동안이니까 손에 물집이 생길 리가 없어. 그리고는 몇 해 동안이라도 자꾸만 파내려갈 수도 있고, 올바르게 도리어 맞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나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 말이지, 어물어물하고 있을 틈이 없어, 단번에 해버려야지. 한시가 바뻐. 허나 만일 또 하룻밤을 이런 꼴로 보내 야 한다면, 물집이 없어지려면 일주일이나 쉬지 않으면 안 되겠구먼. 그래 적어도 그만큼 되지 않고선 칼에 손도 대지 못할걸." "그럼 어떻게 하면 좋지, 톰" "이렇게 하면 돼. 그렇게 하면 정당하지도 못하고 또 도의에도 맞지 않는 일이고 해서 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그러나 방법이라곤 그거 하나밖에 없어. 우린 곡괭이로 짐을 파내고선 칼집에 든 칼로 한 것으로 치잔 말이야." "옳은 말이야. 됐어" 나도 맞장구를 쳤다. "네 머린 점점 좋아져 가는구나, 톰 소여. 도의에 맞건 안 맞건 파는 데 곡괭이가 제일이야. 나에 관한 한 그 도의니 나발이니 하는 소린 쥐방귀 같은 소리야. 검둥이니 수박이니 주일학교의 책이니 훔치려고 한 때에는 훔치기만 한다면 무슨 수단으로 훔치든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건 내 검둥이거나 수박 이거나 주일학교의 책이란 말이야. 그래서 곡괭이가 제일 편리한 물건이라면, 난 그 곡괭이로 그 검둥이니 수박이니 주일학교의 책이니를 파내기만 하면 됐지, 권위자가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그따위 건 내 알 바가 아냐." "한데 말이야." 톰은 말을 이었다. "이런 경우에 있어선 곡괭이로 칼집에 든 칼 대용을 하는 척하는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구선 난 찬성도 안 하고 또 멍하니 서서 규칙이 깨지고 마는 걸 보고만 있지도 않지 왜 그런고 하니, 옳은 건 어디까지 옳고 그른 건 어디까지나 그른 거니까, 무식해서 그 이상은 모르는 사람은 예외지만 좌우간 그른 일을 해도 좋다는 건 절대로 아냐. 네가 짐을 곡괭이로 파내 가지고 칼집에 든 칼을 쓴 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도 상관없을 거야. 너에겐 그 이상의 지혜가 없으니까 말이야. 허나 더 세상일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건 안 되는 소리야.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톰은 자기 것을 옆에다. 놓고 있었지만 나는 내 것을 집어서 주었다. 그러자 톰은 그걸 내동댕이치며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했다.
나는 대관절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그러나 이럭저럭하는 동안에 생각이 났다. 나는 헌 도구 속을 뒤져서 곡괭이를 찾아 그것을 톰에게 주었다. 톰은 그것을 받아들고 파기 시작했는데 말이라곤 한 마디도 없었다. 톰은 늘 이렇게 까다로웠고, 또 주의에 철저한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삽을 들고 둘이서 서로 도구를 바꿔 가면서 곡괭이로 파는 등 삽으로 파는 등, 그야말로 열심이었다. 우리는 반 시간이나 이런 상태로 계속했지만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결과 상당히 큰 구멍이 되고 말았다. 이층으로 돌아가 창에서 밖을 내다보았더니 톰이 열심히 피뢰침을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톰은 두 손이 너무도 아팠으므로 창까지 기어오를 수는 없었다. 애를 쓰다. 말고 톰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돼 못 올라가겠어. 무슨 "있어. 허나 정식 방법이라곤 생각지 않아 계단을 오르는 거야. 그리고 그걸 피뢰침이라고 해두면 되잖아" 톰은 그대로 했다. 다음날 톰은 짐에게 펜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백랍 스푼과 놋쇠 촛대 하나씩과 수지 양초 여섯 개를 훔쳤다. 나는 검둥이 오두막집 근 처를 배회하며 기회를 노려 양철 접시 세 개를 훔쳐냈다. 톰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짐이 내던진 접시는 창구 아래에 피어 있는 카밀레꽃과 나팔꽃 속으로 떨어질 테니, 아무 눈에도 띄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걸 다시 가져다. 또다시 짐에게 쓰도록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때서야 톰은 만족한 모양이었다. "한데 생각해야 할 것은, 여러 가지 물건을 무슨 수로 짐에게 주느냐 하는 거지." "구멍을 다. 파내거든 그 구멍으로 가지고 들어가면 되잖아" 톰은 사람을 경멸하는 듯한 얼굴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아무도 아직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에 톰은 두서너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지만, 아직 어느 것으로 할지 결정할 필요는 없다. 이 일을 우선 짐에게 의논해 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 10시 조금 지나서 우리는 피뢰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초를 하나 들고 가서 창구 아래에서 귀를 기울였다. 짐은 코를 골고 있었으므로 초를 안으로 던졌지만 짐은 잠을 깨지 않았다. 그런 다음 우리는 곡괭이와 삽을 들고 일에 착수했고, 2시간 반 정도로 일을 끝마쳤 다. 우리는 짐의 침대 아래로 해서 방안으로 기어들어 가 손더듬으로 초를 찾아 불을 붙였다. 우리는 잠시 짐의 앞에 서서 짐의 몸에 아무 이상도 없는 것을 보고는 가만히 짐을 깨웠다. 우리를 보고 짐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 우리를 도련님이니, 그밖에 또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애칭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쇠사슬을 다리에 좋은 생각이 없나"서 잘라 버릴 정을 찾아다. 달라, 한시라도 지체할 것이 없이 내빼겠다. 고 애원했다. 그러나 톰은 그것이 정식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는, 다. 음 앉아서 우리들의 계획을 낱낱이 짐에게 털어놓았다. 또 정보가 있는 즉시로 일순간에 그 계획이 변동되고 말 거라는 것을 말하고, 반드시 도망칠 수 있게 해줄 테니 조금도 걱정 말고 있으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래서 짐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그 후 우리는 잠시 옛날얘기에 꽃을 피웠다. 톰은 여러 가지 일을 물었는데, 짐이 사이러스 아저씨는 기도를 올리러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 번씩은 꼭꼭 와주고, 사이러스 아주머니는 짐이 잘 지내며 먹을 것 도 충분한가를 보러 와주며, 두 사람 다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다고 하자 톰이 말했다. "이걸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겠구먼. 그 사람들을 시켜서 물건을 전하도록 해야겠군." 내가 끼어들었다. "그런 짓은 제발 그만둬. 그런 바보 소리는 들은 적이 없어" 하고 말렸지만, 톰은 내 말 같은 건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그저 자기 얘기만 계속 지껄였다. 일단 계획을 세우면 늘 그는 이러했다. 그래서 우리는 짐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는 검둥이인 낫트로 해서 밧줄 사다리가 든 파이와 그 밖의 큰 물건들을 차입시켜야만 하겠다는 것과 짐이 정신을 바짝 차려가지고 놀라서는 안 된다는 것과 낫트에게 그런 물건들을 여는 것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과 우리들이 조그마한 물건을 아저씨의 윗웃 주머니 속에다. 넣어 둘 테니 그것을 훔쳐내 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과 기회 있는 대로 아주머니의 앞치마 끝에다. 매거나 앞치마 주머니에다. 넣어 두거나 할 테니, 그것도 훔쳐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얘기를 했고, 또 그것이 어떠어떠한 물건이며 그 용도가 무엇이라는 것도 설명해 주었다.
그다음 어떻게 해서 피로 셔츠에다. 일기를 써야 하는지와, 그 밖의 여러 가지 일을 가르쳐 주었다. 톰은 짐에게 낱낱이 일러주었다. 짐은 그 얘기의 대부분이 도리에 어긋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백인이었으므로 자기보다는 지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그것으로 만족하여 톰이 얘기한 그 전부를 그대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짐은 옥수숫대로 만든 파이프와 담배를 많이 가지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마음을 터놓고 유쾌하게 지냈다. 그러고 나서 구멍으로 기어 나와 집으로 자러 돌아왔지만, 우리의 손은 마치 무엇에 물린 것처럼 되어있었다. 톰은 자못 기분이 좋은 것만 같았다. 난생처음 재미난 일을 해보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지능적이기도 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는 일평생 이 일을 계속하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이 일을 맡겨 짐을 구출하게 하자, 짐은 이 일에 익숙하게 되면 될수록 점점 이 일이 좋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하면 80년 동안이나 연장되게 되어 장기 탈옥의 신기록을 수립하게 될 테니 관계자 전부가 유명하게 될 것이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장작더미 있는 데로 가서 놋쇠 촛대를 알맞은 길이로 잘라 그것을 톰의 백랍 스푼과 함께 주머니 속에다. 넣었다. 그다음 검둥이 오두막집으로 가서 내가 낫트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고 있는 동안에 톰은 짐의 냄비 속의 옥수수빵 한복판에다. 알맞게 자른 촛대 부스러기를 보기 좋게 틀어넣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러 낫트를 따라 함께 간 것인데, 그것은 정말로 멋진 결과가 되고 말았다. 짐이 덥썩 물어뜯는 순간 이가 전부 부러지는 것이 아닌가고 생각될 만큼 세게 깨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멋지게 되기란 자기로서도 정말 처음이라고 톰은 말하고 있었다. 짐은 흔히 빵 속에 섞여 있는 돌부스러기나 무엇인 척하고 있던 것인데, 그 후로는 우선 포크로 서너너덧 군데 찔러 보고서가 아니면 절대로 무엇이든지 깨물지를 않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어두컴컴한 한가운데에 서 있는데 그때 개 2마리가 짐의 침대 밑에서 불쑥 솟아나왔다. 그리고는 차례차례로 삽시에 11마 리나 되어 버렸으므로 방안은 거의 질식될 만큼 비좁아지고 말았다.아니 이런 우리는 붙여서 지은 헛간의 문을 닫는 것을 그만 깜빡 잊어버렸던 것이다. 낫트는 외마디로 "마녀다"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그만 개들로 들끓고 있는 그 한복판에 나자빠져 죽고 말 듯이 신음소리를 질렀다. 톰이 날쌔게 문을 열고는 짐의 아침 식사용 고기를 한 덩어리 밖으로 내던졌으므로 개들은 우르르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2초 동 안에 톰 자신도 밖으로 나갔다가 또다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나는 톰이 또 하나의 문도 닫아 버린 것을 알았다. 그다음 톰은 검둥이 간호에 착수하여 달래는 둥 부드럽게 위로의 말을 하는 둥 하며 또 무엇을 본 것 같았느냐고 물었다. 낫트는 일어나서 눈을 껌벅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시드 나으리, 임잔 날 바보라고 하시겠지만 그러나 난 확실히 백만 마리의 개니 악마니 뭐니를 봤다고 하지 않는다면 난 여기서 당장 죽어도 좋아유, 정말. 시드 나으리, 난 확실히 봤어유. 봤을 뿐만 아니라 만져봤어유, 나으리, 놈들은 막 내 위를 뛰어넘어 갔어유. 그 마녀를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꼭 하나 붙잡아봤으면 좋겠어유. 꼭 한 번이라도 좋아유. 그것만이 내 소원이에유 허나 무엇보다도 난 놈들이 날 내버려 두었으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어유. 정말." 톰이 그 말을 받았다. "그럼, 내 생각을 얘기해 볼까. 마녀들은 왜 하필 이 도망친 검둥이의 조반시에만 꼭 오느냐 말이야 그건 배가 고파서이지 그 때문이야. 임잔 그놈들에게 마녀의 빵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시드 나으리, 내가 무슨 수로 놈들에게 마녀의 빵을 만들어 줄 수 있단 말예유. 내가 만들 줄을 알아야쥬. 그런 얘긴 들은 적도 없어유." "응, 그렇다면 내가 손수 만들어야겠군." "만들어 주시겠어유, 도련님 만들어 주시겠어유. 난 임자 발바닥이라도 핥겠어유, 핥구말구유." "옳지, 그럼 만들어 주지, 임자 일이니까. 임잔 우리들에게 잘 해주었고, 또 도망친 검둥이도 보여 주었으니까. 하지만 임잔 조심하고 있 지 않으면 안 돼. 우리가 오거든 저쪽을 보는 거야. 그리고 우리가 냄 비 속에다. 뭘 넣어도 아는 척해선 안 돼. 그리고 짐이 냄비에서 꺼낼 때에도 봐서는 안 돼. 뭔진 모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녀의 물건에 손을 대선 안 돼." "손을 댄다고, 시드 나으리 그게 무슨 말씀이슈. 난 억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그런 것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줄 알구, 정말이에유."
제37장 마녀의 파이
이것으로 이야기가 모두 결정되고 말았으므로, 우리는 그곳을 떠나 헌 구두와 넝마와 병 깨진 것과 구멍 뚫린 양철 제품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 뒷마당 쓰레기더미로 가서 거기를 뒤져서 헌 양철 빨래 대야를 찾아냈다. 그것으로 파이를 굽기 위해서 될 수 있는 데까지 구멍을 잘 틀어막고는 지하실로 가지고 가서 거기다. 가득히 밀가루를 훔쳐 담은 다음 아침밥을 먹으러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지붕 판자에 박는 못을 2개 발견했는데, 톰은 이거야말로 죄수가 감옥 담에다. 자기 이름과 슬픔을 낙서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하고는 그중 한 개를 의자에 걸어 둔 사이러스 아주머니의 앞치마 주머니에다. 넣고, 또 한 개는 화장대 위에 있던 사이러스 아저씨의 모자테에다. 꽃아 놓았다. 애들이 아빠도 엄마도 오늘 아침은 도망친 검둥이의 오두막집으로 가기로 되어있어, 그것이 끝난 후에야 아침 식사를 하기로 되어있다고 했기 때문에 톰은 백랍 스푼을 사이러스 아저씨의 저고리 주머니에다. 넣은 것인데, 샬리 아주머니가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잠시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주머니는 드디어 오고야 만 것인데, 얼굴이 홍당무처럼 노해 가지고 기분이 나빴으며, 식전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기도가 끝나자 아주머니는 한 손으로 커피를 따르고, 골무를 긴 다른 한 손으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애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집안을 찾아보았지만, 당신의 다른 셔츠가 어디 갔는지 영 눈에 띄지 않는구려." 이 말에 내 심장은 폐와 간장과 그 밖의 것 사이로 떨어지고 말고. 옥수수빵의 굳은 껍질 한 조각이 그 뒤를 따라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그놈은 도중에 아래서 올라오는 기침과 충돌하여 테이블 저쪽까지 날아가 애들 하나의 눈에 맞았으므로 그 애는 낚시용 지렁이처럼 몸을 움츠리더니 함성과 같은 큰소리를 질렀다. 톰은 턱밑 살 근처가 약간 파래지고 이 바람에 온 좌석은 한 15초가량 큰 난장판으로 변하고 말았다. 나는 나를 사가는 사람만 있다면 반값으로라도 좋으니 팔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는 모든 게 또다시 평온으로 돌아갔다. 우리들을 그렇게까지 서늘하게 한 것은 일이 너무나도 돌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이러스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참 이상하구려, 모르겠는데. 벗은 것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왜냐라니요, 당신은 한 장밖에 안 입고 있으니까 그렇지 뭐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당신이 벗은 건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의 그 흐린 기억보다는 더 잘 알고 있어요. 그 셔츠는 어저께 빨랫줄에 걸려 있었으니까 그렇잖아요. 난 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요 뭐. 한데 그게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뿐이에요. 또 당신은 내가 새걸 만들 때까지 빨간 프란넬 셔츠로 바꿔 입을 수밖에 딴 도리가 없다는 것뿐이에요. 이건 2년 동안에 세 번째 만든 셔츠예요. 당신에게 셔츠를 입혀 놓느라고 난 정말 눈알이 돌 지경이구려 대관절 당신이 셔츠를 다. 어떻게 하는지 난 전혀 모르겠구려. 당신 나이가 되면 좀 더 셔츠를 소중히 여길 법도 한데 그렇구려, 내 생각엔." "그만둬, 여보, 난 될 수 있는 데까진 소중히 여기는 거라우. 한데 내 탓이 아닌 게 뻔하지 않냐 말이야. 내가 입고 있을 때 외엔 셔츠 구경도 못 할뿐더러, 셔츠와 관계도 없으니까 그렇잖아. 게다가 또 내가 입고 있는 셔츠를 잃어버린 일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난 " "옳지, 입고 있는 셔츠를 잃어버린 일이 없다면 그건 당신 탓은 아니겠지만, 당신이 잃어버릴 수 있다면 꼭 잃어버렸으리라고 난 생각한단 말이에요. 게다가 잃어버린 건 셔츠뿐이 아니구려. 스푼도 한 개가 모자라요. 전부가 다. 있지 않아요. 열 개 있던 것이 아홉 개밖에 없구려. 셔츠는 송아지가 가지고 갔다고도 생각되지만, 글쎄 송아지가 스푼은 갖다. 뭘 하우." "그밖에 또 잃어버린 건 없수?" "글쎄, 초가 여섯 개 없구려......사실은 쥐가 훔쳐 갔을지 몰라요.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당신은 늘 쥐구멍을 막는다는 말뿐이지 막지 않으니까 쥐가 집안 물건을 전부 훔쳐 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예요. 또 쥐가 바보가 아니라면 당신 머리칼 속에서 자겠구려, 여보. 그래도 당신은 그걸 모르고 있을 양반이에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스푼은 쥐 탓으로 돌릴 순 없으니까요." "아, 그렇군, 여보 마누라, 내가 나빴소, 나도 자인해, 그건. 늘 게으름뱅이였지만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쥐구멍을 틀어막으리다." "뭘 그러우, 서둘 게 없는 걸 가지고. 내년이라도 괜찮을 게 아냐요. 아니, 얘가, 마틸다. 앤젤리나 아라민타 펠프스야" 이러면서 골무로 때리는 바람에 이 계집애는 얼른 설탕 단지에서 손을 움츠렸다. 마침 그때 검둥이 여자가 복도로 들어와서, "마님, 글쎄 욧잇이 한 장 보이지 않는군요" 하고 말했다. "욧잇이 없어졌다구 아니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내 오늘 꼭 쥐구멍을 막으리다." 이러며 사이러스 아저씨는 슬픈 얼굴을 지었다. "어머나, 가만있어요. 쥐가 욧잇을 끌고 갔다고 생각하셔요? 어디 갔을까, 글쎄, 리즈" "영 모르겠어요, 마님. 어저껜 빨랫줄에 걸려 있었는데 그게 없어져 오늘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요." "이 세상도 끝인가 보구나. 이런 변은 난생처음이야. 셔츠에다. 욧잇에다. 스푼에다, 초가 여섯 개......" "마님" 하며 젊은 혼혈여자가 들어왔다. "놋쇠 촛대가 없어졌어요." "귀찮아 절루 못 가. 안 가면 이 냄빌 던질 테야" 정말 아주머니가 펄펄 뛰는 꼴이란 못 볼 지경이었다. 그래서 노기가 풀릴 때까지 몰래 빠져나가 숲속에가 있자고 생각했다. 아주머니의 노기는 언제 풀릴지 몰랐으며, 혼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얌전히 있었다. 맨 나중에 사이러스 아저씨는 멋적은 듯이 주머니에서 예의 그 스푼을 끄집어냈다. 아주머니는 입을 딱 벌리고 손을 쳐든 채 그만 떠들던 것도 뚝 그치고 있었다. 한편 나는 예루살렘이나 어디로 그만 도망을 가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상태는 그리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이런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바로 그대로군 그럼 당신은 애당초부터 그걸 주머니에다. 넣고 계셨군요. 다른 것들도 필경 거기 들어가 있을 거예요. 어떡해서 스푼이 그런 델 들어가 있었을까?" "난 정말 모를 일이오, 여보." 사과하는 투였다. "알고 있었다면 꼭 말했을 게 아냐. 난 조반 전에 사도행전 제17장의 설교 제목을 연구하던 중이었어. 그래서 난 성경책을 넣는다는 것이 무심코 스푼을 거기다 잘못 넣은 모양이지 아마. 아마 그럴 거요. 성경책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지 않아 그렇지만 어디 가보고 오리다. 그래 만일 성경책이 내 파둔 장소에 그대로 있다면 내가 성경책을 넣지 않은 것이 확실해. 그리고 내가 성경책을 아래다 놓고 스푼을 집어 들고, 그리고...." "아이구머니나, 제발 날 좀 쉬게 해줘요. 너희들은 전부 절루 가. 그리고 내 가슴이 가라앉을 때까지 내 가까이 오면 안 돼." 아주머니가 비록 큰 소리를 지르지 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똑똑히 들렸을 것이며, 내가 죽어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일어서서 아주머니 분부에 복종했을 것이리라. 우리들이 거처하는 방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 노인이 집어 든 모자에서 지붕 판자용 못이 하나 탁 마루에 떨어졌다. 그것을 노인은 그저 주워서 난로 선반에다 놓고는 아무 말도 없이 나가 버렸다. 톰은 그것을 보고는 스푼 일을 생각했다. "안 되겠는데, 아저씰 통해서 물건을 전달한다는 건 안 되겠어. 신용 이 안 가." 다시 말을 이어, "하지만 아저씬 아무것도 모르고 그 스푼으로 우리들을 위한 일을 해주었으니까, 우리들도 아저씨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아저씨를 위한 일을 해주기로 하자 쥐구멍을 막아주면 어떻겠느냐 말이야."
지하실에는 굉장히 많은 쥐구멍들이 있었고, 그걸 막는 데 꼬박 한 시간은 걸렸지만 우리는 확고하고도 근사하게 그 일을 해낸 것이었다. 그때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으므로 불을 끄고는 숨어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온 것은 아저씨로, 멍한 표정으로 한 손에는 초를 들고, 또 한 손에는 구멍을 틀어막을 물건을 들고 있었다. 아저씨는 쥐구멍 하나하나를 멍하니 들여다보며 전부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한 5분 동안 흘러내리는 촛농을 초에서 떼어 버리면서 생각에 젖은 모양으로 장승처럼 서 있다가 얼마 후에 천천히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이 계단 쪽으로 걸음을 떼어놓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가만있자 대관절 언제 틀어막았는지 나두 모르겠는걸. 이걸루 난 쥐 일로 해서 책잡힐 일은 없다고 하는 것을 마누라에게 증명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쩟,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버려 두자. 그런 짓을 해본댔자 별로 신통한 일도 없을 테니까." 이처럼 혼자 중얼거리면서 아저씨는 위로 올라가 버렸으므로 우리도 거기를 나왔다. 아저씬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이제도 그렇다. 톰은 어떻게 하면 스푼을 손안에 넣을 수 있을까 퍽 애를 썼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푼만큼은 수중에 넣어야 한다고 톰은 그 궁리에 몰두했다. 계획 하나가 머리에 떠오르자 톰은 그 계획을 나에게 일러주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샬리 아주머니가 오기를 스푼통 옆에 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오자 톰은 스푼을 세어서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나는 그중 하나를 슬쩍 소맷자락에다. 밀어 넣었다. 톰이 말을 걸었다. "이봐요, 아주머니, 스푼은 암만해도 아홉 개밖엔 안 되는군요." "어서 저리 놀러들이나 가라, 내 방해는 말구 내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손수 세어 보았으니까 " "그래도 아주머니, 나는 두 번 세어 보았는데요. 내가 세어 보니 암만해도 아흡 개밖엔 안 돼요." 아주머니는 이제라도 터지고 말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물론 와서 세어 보았다. 누구나 다. 그렇게 했으리라. "어머나, 정말 아흡 개로구나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셈이냐...... 빌어먹을, 어디 또 한 번 세어 볼까." 여기서 나는 감춰 두었던 것을 슬쩍 돌려놓았다. 아주머니는 모두 세고 나서, "이게 어찌된 셈이냐, 에이 귀찮아, 이번엔 열 개구나." 하고 노한 듯한, 난처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톰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주머니, 설마 열 개 있을라구요" "바보 녀석. 내가 세고 있는걸 넌 보고 있지 않았단 말이냐" "보고 있었어요, 하지......" "그럼 다시 한번 세어 보자." 여기서 나는 한 개를 슬쩍 훔쳐내었고, 스푼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홉 개가 되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정말 노발대발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끝까지 세고 또 세어 나중에는 그만 머리가 아찔하고 말아 때로는 바구니까지 스푼으로 세고 말 정도였다. 그래서 세 번은 수가 맞았고, 세 번은 맞지 않았다. 그러자 아 주머니는 바구니를 움켜쥐고는 담 쪽으로 던졌다. 그 바람에 고양이의 눈에 맞았다. 우리들에게는 너희들 어서 좀 나가, 날 좀 가만 내버려 둬. 점심 전에 또 와서 귀찮게 굴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야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머니가 철거 명령을 내리고 있는 동안에 남은 스푼을 아주머니의 앞치마 주머니 속에다. 슬쩍 넣었다. 짐은 정오가 되기 전에 그걸 지붕 판자용 못과 함께 무사히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이 일에 대만족이었다. 톰은 그 2배의 수고를 해도 보람이 있었다. 왜냐하면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또 스푼을 세어 보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며 세었다. 하더라도 정확하게 셀 수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금후 사홀 동안은 미치고 말 듯이 세어 본 결과 그만 진절머리를 내고는, 다시 한번 세어 보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이 누구든 죽여 버리겠다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 밤 욧잇을 도로 빨랫줄에다. 돌려놓고서는 아주머니의 골방에서 한 장을 훔쳐내었다. 그 후 이틀 동안은 돌려놓고 또 훔치기를 계속했으므로 나중에는 아주머니는 욧잇이 몇 장 있는지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아 그것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되었고, 그 일로 해서 골치를 앓지 않게 되었다. 다시는 계산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계산을 하려면 차라리 죽고 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셔츠와 욧잇과 스푼과 촛대에 관해서는 송아지와 쥐와 뒤죽박죽이 된 계산 덕택으로 만사가 잘 되고 말았으며, 촛대에 관해서는 대단할 것이 없이 곧 가라앉고 말 것이리라. 그러나 그 파이에 관해서는 큰 골칫덩어리였다. 정말 끝없는 걱정거리였다. 우리는 숲속 깊숙이 들어가서 준비를 하여 그것을 만들었다. 한참 만에 겨우 만든 것인데 아주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다만 하루 사이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까지에는 대야로 세 번 떠낸 밀가루가 필요했다. 그리고 또 여기저기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눈은 연기로 새빨개졌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파이의 외피뿐이었는데, 그것을 멋지게 부풀게 할 수가 없었고 언제나 납작하게 가라앉고 말았다. 그러나 물론 나중에는 근사한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것은 사다리도 파이 속에 함께 넣어서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 밤에 짐의 오두막집에 틀어박혀 욧잇을 갈갈이 가늘게 찢어서 꼬아 합쳐 날이 새기 훨씬 전에 벌써 목을 매기에 충분한 훌륭한 밧줄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것을 만드는 데 아홉 달이 걸린 것으로 했다. 그리고 오전 중에 밧줄을 숲속으로 가지고 갔지만 영 그놈이 파이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욧잇 한 장 전부를 사용해서 만든 것이었기 때 문에 파이 40개분의 밧줄이 되고 말았고, 그 위에 수프와 소시지와 또 그 밖의 무엇이든 소원대로 음식 속에 넣고도 남을 만한 분량의 밧줄이 되고 말았다. 그것으로 성찬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러한 것은 필요가 없었고, 필요한 것은 파이 하나만 충분했기 때문에, 그 나머지 것은 전부 버리고 말았다. 점질납이 녹으면 안 될 터이므로 우리는 파이를 대야에 굽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이러스 아저씨는 근사한 놋쇠 난상기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선조 전래의 아저씨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었다. 선조 중의 한 사람이 영국에서 정복왕 월리엄과 함께 메이플라워인가 뭔가 그런 초기의 배에 싣고 온 긴 나무 자루가 달려 있는 물건으로, 다른 헌 도구와 함께 지붕 밑 방에다. 처넣고 있었다. 이러한 물건은 가치가 있어서 고귀한 것이 아니라, 가치는 없지만 유물인 까닭으로 고귀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몰래 숲속으로 가지고 갔다. 그러나 처음에는 굽는 방법을 몰랐으므로 실패였지만 나중에는 대성공이었다. 우리는 난상기 안쪽에다. 반죽을 한 켜 발라 불에다. 놓고, 헝겊 밧줄을 그 뒤에다. 놓고, 그 위에다. 또 반죽을 씌운 다음 뚜껑을 덮고, 그 위에다 뜨거운 타다 남은 것을 덮고는 긴 자루를 들고서 서늘하고도 편하게 5피트쯤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파이는 15분 동안에 보기에도 근사한 파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먹은 사람은 이쑤시개 두 통은 필요로 할 것이다. 그 밧줄 사다리를 먹기에는 무척 힘이 들 것이고, 게다가 또 복통을 일으키고는 잠이 들고 말아, 다음 식사 시까지 그대로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낫트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마녀의 파이를 슬쩍 짐의 냄비 속에다. 틀어넣었다. 그리고 또 냄비 바닥 음식 밑에다가도 그 접시 석 장을 슬쩍 틀어넣었다. 이것으로 짐은 모든 것을 무사하게 손에 넣은 셈이었다. 그래서 짐은 혼자가 되자 파이를 활짝 갈라 밧줄 사다리를 이불 속에다. 감추었고, 양철 접시에다가는 뭐라고 휘적휘적 그려서 창 구멍 밖으로 내던졌다.
제38장 '포로의 가슴은 여기서 터졌도다'
펜을 만든다는 것은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톱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짐은 가장 힘이 드는 일은 글씨를 새겨넣는 일일 거라고 했다. 그 글씨라는 것은 죄수가 담에다. 낙서를 해야 할 글씨로, 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톰이 하는 말이, 무슨 일이 있어도 쓰라고, 국사범이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고, 자기 문장을 써놓지 않는 예는 자고로 없는 법이라는 것이었다. "제인 그레이 부인을 보란 말이다. 길포드 더드레이를 보란 말이야, 노덤버랜드를 보란 말이다. 이봐 허클, 이게 퍽 귀찮은 일이라면 어떻게 한다. 너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처리해 버리겠느냐 말이야. 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글씨와 문장만큼은 써야 하는 거야. 죄수들의 하는 식 이 모두 그래." 짐이 끼어들었다. "한데 톰 나으리, 난 문장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진 않아유 여기 있는 이 헌 셔츠 외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유. 게다가 난 이 셔츠에 일기를 써야 하잖아유, 임자도 알다시피." "아,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군. 문장이라는 건 입는 게 아냐, 짐" "옳지." 내가 끼어들었다. "짐이 문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은 옳 은 말이야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잖아." "그걸 누가 모르나." 하고 톰이 응수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가기까지 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 가지는 것이 필요해. 왜냐하면 짐은 정식으로 탈옥하는 거니까 기록에 하나라도 흠이 없게 되는 거야." 그래서 나와 짐이, 짐은 놋쇠 촛대로, 나는 스푼으로 펜을, 각자 벽돌 부스러기로 갈고 있는 동안에 통은 문장을 생각해 내느라고 그야말로 열심이었다. 얼마 후에 톰은 어느 것으로도 결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근사한 것이 머리에 수없이 떠올랐지만, 그중에 결정짓고 싶은 것이 하나 떠올랐다고 했다. "방패꼴 위 오른쪽 하부에 금색 사선 하나를 긋고, 한복판에 짚은 적갈색 성 앤드류 십자가를 놓고, 일반 의장은 머리를 쳐들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 개로 하기로 하자. 그 발밑에는 노예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쇠사슬을 요철형으로 늘어놓기로 하고, 제일 상부에는 녹색 산형을 톱니꼴로 늘어놓는단 말이야. 하늘색 바탕에는 3개 의 나선형 선을 넣고, 깊이 파낸 톱니 띠에는 몇 개의 태점이 앞 발을 쳐들고 선단 말이야. 식장은 도망친 검둥이를 흑색으로 나타내고, 어깨에는 보따리를 왼쪽으로 걸친 막대기에다. 달아서 진단 말이야. 그리고 2개의 적선이 지지하고 있는 건너와 나야. 표어는 ‘Maggiore fretta minore atto of’ 어느 책에서 딴 거야-그 뜻은 '바쁘면 천천히 하라'는 거야." "이런, 그런데 그 밖의 여러 가지 것은 대관절 뭣을 의미하는 거지?" "그런 걸 이렇다 저렇다 할 시간의 여유가 없어. 우린 조금도 한눈을 팔지 말고 어서 해야 하는 거야." "그건 그렇지만, 그러나 조금은 가르쳐 줘야 하잖아. 한복판이란 어딜 말하는 거지?" "한복판이라는 것은 너 같은 건 한복판이 어딘지 알 필요가 없어. 짐이 이걸 만들 때 그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줄 거야." "쳇, 톰, 가르쳐 줘도 상관없지 않아 왼쪽으로 걸친 막대기란 또 뭐지?" "나두 모르지만 어쨌든 짐에겐 필요한 거야. 귀족은 다. 가지고 있어." 톰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설명하기 싫은 무엇이 있다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비록 일주일 동안을 졸라도 마찬가지였다. 톰은 문장에 관한 일을 완전히 결정짓고 말았으므로, 다음은 그 일의 나머지 부분, 즉 슬픈 문구를 지어낸다는 것이었다. 모두 그렇게 했으므로 짐도 그런 게 하나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통은 여러 개를 지어 그것을 종이 위에다가 쭉 써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읽어 나갔다.
1. 포로의 가슴은 여기서 터졌도다.
2. 세상과 벗에게 버림을 받은 불쌍한 죄수, 그 스스로의 슬픈 생애를 고뇌하였나니.
3. 37년간의 고독한 유폐 후 여기서 외로운 마음은 터지고, 피로한 영혼은 안식처로 달렸나니.
4. 37년간의 애처로운 유폐 후 고귀한 타국인, 루이 14세의 사생아는 집도 없고, 벗도 없이 세상을 떠났도다.
이것을 읽는 톰의 목소리는 떨리고, 거의 울음이 터질 지경이었다.다. 읽었을 때 어느 것을 짐에게 벽에다. 써놓게 해야 좋을지 톰에게는 전혀 결심이 가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그럴듯했다. 그러나 결국 그 전부를 쓰게 하자고 했다. 짐은 이렇게 많은 것을 못으로 통나무에다. 쓰려면 1년이나 걸릴 것이며, 더군다나 자기는 어떻게 해서 글씨를 써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톰은 내가 틀을 잡아줄 테니 너는 그 위를 그대로 그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얼마 후에 톰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통나무론 안 되겠군. 토굴엔 통나무 벽이라곤 없을 게 아냐. 바위에다. 새기지 않으면 안 되겠어. 바위를 가져오기로 하자." 짐은 바위 쪽이 통나무보다도 더 고약하고, 이만한 문구를 바위에다. 새기려면 지독히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영원히 탈출할 수는 없을 게 아니겠느냐고 불평이었다.
그러나 톰은 허클에게 도와주게 할 테니 무슨 걱정이냐고 도리어 핀잔 비슷한 말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 통은 나와 짐의 펜이 얼마나 준비되었느냐고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정말로 지독히 시간이 걸리는 귀찮은 힘든 일로, 그 때문에 내 손에는 상처가 나을 새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진척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문장과 슬픈 문구를 새기려면 바위가 필요한데, 이 바위로 일석이조 구실을 하게 할 수 있단 말이야. 저기 제재소에 있는 굉장히 큰 숫돌이 있으니까 그놈을 훔쳐내는 거야. 그래서 거기다가 여러 가지 것을 새긴단 말이야. 동시에 겸해서 그걸 사용하여 펜과 톱을 갈면 될 게 아냐."
그것은 좋은 생각이었고, 그리고 또 만만한 숫돌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놈과 한번 겨루어 보려고 했다. 아직 한밤중이 되진 않았다. 짐에게 흔자 남아서 그대로 일을 계속하게 하고, 톰과 나는 제재소로 가서 숫돌을 훔쳐내어 그것을 집까지 굴려 가지고 오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었고, 때로는 이놈이 쓰러지는 것을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막아낼 수가 없었고, 쓰러질 때마다. 하마터면 그 밑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았다. 이러다가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꼭 둘 중의 하나는 골로 가고야 말 거라고 톰이 말했다. 우리는 도중까지 날라왔지만 그만 녹초가 되어 버려 온몸이 땀으로 멱을 감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것을 알았다. 짐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짐은 침대를 쳐들고 침대 다리에서 쇠사슬을 끌러 그것을 목 주위에다. 둘둘 감고는, 우리들이 파낸 구멍으로 해서 기어 나와 숫돌 있는 데로 와서 톰의 감독하에 짐과 나는 열심히 분투에 분투를 다한 끝에 그 숫돌을 손쉽게 날라 들였다. 톰은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소년보다도 감독에 능숙했다. 톰은 무슨 일에도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구멍은 왜 큰 것이었지만 숫돌을 들여 넣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짐이 곡괭이를 집어 들고 곧 넓혔다. 그러고 나서 톰은 그 돌 위에다. 못으로 문장과 문구를 썼고, 짐에게 못을 끌 대용으로 하고, 붙여 지은 오두막 안의 쓰레기더미에서 찾아낸 쇠꼬치를 망치 대용으 로 하여 그 문장과 문구를 돌 위에다. 새기게 했다. 그리고 남은 초가 모두 타버리고 말 때까지 계속해서 파고, 꺼지면 침대 속으로 들어가고, 숫돌은 짚이불 밑에다. 감추고 그 위에서 자라고 명령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짐이 쇠사슬을 또다시 침대 다리에다 끼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다음에야 우리도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그러나 톰은 무슨 생각이 났던지 이렇게 물었다. "짐 여기 거미는 없나?" "없어유. 다행히 거미는 없어유, 톰 나으리." "옳지, 그럼 좀 몇 마리 잡아다. 주지." "아니, 무슨 말씀이슈 그게. 도련님. 난 그런 거 소용없어유. 딱 질 색이야유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방울뱀이 더 나유." 톰은 잠깐 생각에 젖어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좋은 생각이야. 그런 건 전에도 있었을 거야. 필경 있었을 거야. 이유가 있어. 음, 그건 참 좋은 생각이야. 어디다. 기를 수 있지." "뭘 기른다구? 톰 나으리" "뭐긴 뭐야, 방울뱀이지." "아니, 그게 또 무슨 말씀이슈, 톰 나으리. 만일 여기 방울뱀이 들어온다면 난 대가리로 저 통나무 담을 때려 부수고 도망칠 테유 무슨 일이 있어두." "짐, 뭘 그리 무서워해, 잠깐만 지나면 무서워하지 않을 걸 가지구. 길들일 수 있을 테니까." "길들인다구유?" "그래, 문제없어. 짐승이라고 하는 건 어느 거나 다. 친절하게 귀여워해 주기만 하면 고맙게 생각하는 법이야. 귀여워해 주는 사람에겐 해를 끼치지 않는 법이야, 절대로, 어느 책에든지 다. 그렇게 써 있어. 한 번 해봐, 내가 부탁하는 건 그것뿐이야. 며칠만 해봐. 윌 그래, 곧 길들일 수 있을 테고, 뱀과 단짝이 되어 그만 떨어지지 않게 될 텐데 뭘 그래. 그렇게 되는 날엔 너와 같이 자게 되어 1분 동안도 떨어지진 않을걸. 그땐 네 목에 감기거나 대가릴 네 입속에다. 처넣게 될 거야." "제발 제발, 톰 나으리 그런 소린 제발 좀 그만둬유 난 죽어. 방을 뱀이 내 입속에다. 대가릴 처넣는다구. 틀림없이 호의로 그렇게 하는 거라구유 언제까지 기다려도 내 쪽에서 부탁할 생각은 영 안 날 거예유. 더군다나 난 방울뱀과 같이 자는 건 딱 질색이야." "짐, 그런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게 아냐. 죄수란 건 원이건 하나 말 못 하는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어야만 하는 거야. 게다가 만일 방울뱀이 아직 한 번도 사용된 일이 없다면 생명을 건지기 위한 다른 어떠한 수단보다도 맨 먼저 해본 자로서 너는 한층 더 큰 명예를 얻게 될 게 아냐." "이봐요, 톰 나으리, 난 그런 명예는 소용없어유. 뱀에게 이 짐 녀석의 목을 물리게 된다면 어디 명예구 나발이구 있다는 거예유. 난 싫어, 그런 건 딱 질색이야." "할 수 없군, 한번 시험 삼아 해볼 수도 없다는 거야 난 그저 시험 삼아 한번 해봤으면 하고 바랄 뿐인데, 잘 안 되면 그만둬도 괜찮아." "한데 그 방울뱀이 시험을 하고 있는 동안에 날 물면 난 그만 아니냐 말예유. 톰 나으리, 난 무리한 일만 아니면 대개는 자진해서 하지만 임자와 허클이 날더러 길들이라고 방울뱀을 가지고 온다면 난 단연코 손을 떼고 말 테유." "자, 그럼 그만둬. 짐이 정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띠뱀이나 몇 마리 잡아가지고 올 테니, 그러면 임잔 그 꼬리에다. 방울을 달아서 그걸 방울뱀 대용으로 하면 되잖아. 그렇다면 불평은 없을 테지." "그거라면 할 수 있지, 톰 나으리 하지만 정말 말이지, 난 물론 그런 거 없어도 잘해나갈 수 있어유. 난 죄수라는 게 이렇듯 까다롭고, 귀찮다는 건 생전 처음인데유." "그렇지, 정식대로 하자면 그런 거야. 여기 쥐는 없냐?" "없어유, 한 마리도 본 적이 없는데유." "그럼 쥐도 몇 마리 갖다. 주지." "톰 나으리 난 쥐 같은 건 소용없어유. 내가 알고 있는 가운데서 쥐처럼 지긋지긋한 놈도 없어 사람이 자려고 하면 안면방해를 하고, 몸 위로 뛰어 돌아다니질 않나, 다릴 깨물지 않나. 안돼 안돼, 꼭 길러야만 한다면 띠뱀은 괜찮아. 하지만 쥐는 소용없어 딱 질색이야, 아무 소용두 없어," "한데 짐, 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길러야만 하는 거야. 모두가 기르니까. 그러니까 쥐 얘기를 이렇다. 저렇다. 하진 마. 쥐와 같이 있지 않는 죄수란 없어. 그런 예는 하나도 없어. 죄수들은 쥐를 길들여 기르고, 귀여워하고, 요술을 가르치고, 그렇게 하면 파리처럼 바싹 사람들에게 정이 붙게 되는 거야. 한데 넌 쥐에게 음악을 들려줄 필요가 있어. 뭐든 좋으니 악기를 하나 가지고 있나?" "엉성한 빗과 종이 한 장과 주스 하프(쇠로 만든 장난감으로, 입에 물고 숨을 쉬며 두드리면 소리가 난다) 외엔 가진 게 없어유, 난. 그렇지만 쥐는 주스 하프 같은 건 재미있어 하진 않을 걸유." "실은 그렇진 않아. 아무 음악이라도 상관없어. 주스 하프라면 쥐에 겐 그만이야. 짐승치고 음악 싫어하는 놈이 없거든. 감옥에선 음악이 면 그만이지. 더군다나 비통한 음악을 좋아하는 거야. 그런 것에 쥐는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거야. 이런 일엔 원보다도 주스 하프가 제일이야. 쥔 임자가 어떻게 하고 지내는지 그걸 보러 올 거야. 옳지, 그걸로 됐어, 준비는 이걸로 충분해 임잔 밤마다 자기 전과 아침 일찍이 침대 위에 앉아서 주스 하프를 불기만 하면 돼. '마지막 고리는 끊어졌나니'를 하란 말이야. 그걸 하면 다른 원보다도 빨리 쥐를 모을 수 있고 그걸 2분 동안만 해보란 말이야, 그럼 쥐니 뱀이니 거미니 전부 짐 걱정을 하여 모여들 테니. 그리고 쭉 너의 주월 둘러싸고, 참 근사해." "톰 나으리, 쥐나 뱀들은 재미있어 하겠지만 그러나 이 짐은 어떻게 되는 거쥬 제일 중요한 점이 통 나에겐 알 수 없군. 하지만 꼭 해야만 한다면 난 그렇게 하리다. 난 짐승 놈들만 즐겁게 해놓고, 집안은 떠들썩하게 하지 않는 게 좋으리라고 생각해유."
톰은 그 밖에 또 무엇이 없을까 하고 잠시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아, 하나 잊어버린 게 있구나. 여기서 꽃을 기를 수 있을까, 어때 짐" 하고 물었다. "자, 어떨지 모르지만 하자면 할 수 있을 테죠, 톰 나으리. 하지만 여긴 지독히 어둡고, 게다가 또 난 꽃 같은 건 소용 없어유. 지독히 귀찮을 테구유." "그림 어쨌든 한번 해보는 거야. 죄수로서 꽃을 기른 한 사람도 있으니까." "저 커다란 고양이 꼬리같이 생긴 현삼화라면, 톰 나으리, 여기서도 자랄 걸루 생각하는 데유. 하지만 그 수고한 절반의 가치도 없을 거예유." "그런 소린 마 조그만 걸 하나 갖다. 줄 테니 저 구석에다. 기르는 거야. 그리고 그걸 현삼화라고 해선 안 돼. 피치올라라고 하는 거야. 감 옥에선 그렇게 부르는 게 옳은 이름이니까. 눈물로 물을 주는 거야." "하지만 샘물이 얼마든지 있는 데유, 톰 나으리." "샘물은 소용없어. 너의 눈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죄 수란 건 언제나 그렇게 하는 거야." "저 말예유. 톰 나으리 난 다른 사람이 현삼화 한 다발을 눈물로 기르고 있는 동안에 샘물로 그 배나 빠르게 기를 수가 있어유." "그런 게 아냐. 짐은 꼭 눈물로만 길러야 하는 거야." "내 손에 걸리면 말라죽을 거예유, 톰 나으리, 꼭 말라 죽어유. 난 우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여기서 톰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지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짐은 양파로 고생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하고는, 아침에 검둥이 오두막으로 가서 몰래 짐의 커피 주전자 속에다. 양파 하나를 넣어 두겠다고 약속했다. 짐은 '그것보다는 차라리 담배를 그 속에다. 넣어주면 좋겠다'고 하고는 몹시 그것을 비난했다. 그리고 또 현삼화를 기르고. 주스 하프를 쥐에게 들려주고, 뱀이니 거미니 뭐니를 귀여워하며 기른다고 하는 귀찮은 일을 비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펜으로 글씨를 써야만 하는 일을 즉 문구니 일기 니 뭐니를 써야만 하는 일을 가장 비난했다. 그 덕택으로 짐은 지금까지 해온 어떠한 일보다도 죄수가 된 것을 귀찮고 괴롭고 책임이 무겁다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톰도 그 이상은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경지 에 몰리게 되어, 너는 이 세상의 어느 죄수도 가져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기에 좋은 기회가 얻어걸린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모처럼 의 기회를 헛되이 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므로, 짐도 후회를 하고는 이 이상 그러한 불평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집으로 자러 갔다.
제39장 익명의 편지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마을로 가서 철사 쥐덫을 사가지고 와 지하실로 들고 가서 쥐가 제일 많이 나오는 구멍을 터놓았다. 그러자 1시간 사이에 아주 기운이 센 쥐가 15마리나 잡혔다. 그것을 우리는 샬리 아주머니 침대 밑의 안전한 장소에다. 갖다 두었다. 그런데 우리가 거미를 찾으러 가 있는 동안에 토머스 프랭클린 벤자민 제퍼슨 알렉산더가 그것을 보고, 쥐가 나올지 어떨지 궁금한 나머지 쥐덫 뚜껑을 열었으므로 쥐는 그만 나와 버렸다. 마침 거기에 샬리 아주머니가 들어왔으므로 우리가 돌아왔을 때에는 침대 위에 서서 대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었다. 쥐들은 아주머니의 권태증을 꺼주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우리를 붙잡아 힉코리 나무로 먼지가 날 정도로 때렸으며, 그 주제넘은 아귀 녀석 덕택으로 다시 15마리를 잡느라고 2시간이나 걸렸지만, 이번에 잡은 놈들은 먼저 것에 비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 잡은 놈이 집안에서 가장 좋은 놈들이었고, 나는 쥐치고 그런 놈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거미와 빈대와 개구리와 모충과 그밖에도 여러 가지 구색을 갖춘 훌륭한 일단을 구할 수 있었고, 호박 벌집도 구하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호박 벌떼가 벌집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른 체념이 되지 않아 언제까지나 꾸준히 참고 있었다.우리가 벌들을 녹아 떨어뜨리거나 놈들이 우리를 녹아떨어지게 하거나, 둘 중 어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벌들에게 우리가 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토목향을 따다가 쏘인 곳에다. 발랐다. 그랬더니 거의 낫기는 나았지만 앉기엔 아직 불편했다. 그다음 우리는 뱀을 잡으러 갔는데, 띠뱀과 구렁이를 한 2다스쯤 잡아가지 고 그것을 주머니에다. 넣어서 내 방에다. 두었다. 그땐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있었다. 하루 일치고는 매우 훌륭한 편이었다. 배가 고파졌느냐고 천만에, 조금도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들이 돌아와 보니까 뱀이라곤 한 마리도 없는 게 아닌가. 주머니를 꼭 잡아매 놓지 않았으므로 뱀은 이리저리 빠져나와 한 마리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집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그런 것은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중 몇 마리는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사실 이 집에는 얼마 동안은 뱀이 그대로 있었다. 서까래나 그 밖의 곳에 늘어져 있어, 대개 접시 속이나 목둘레나 특히 떨어지면 안 될 장소에 마구 떨어졌다. 이농들은 몸매가 고운 것이 띠무늬가 쪽 서 있어 몇백만 마리가 있어도 아무 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샬리 아주머니는 그런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이 뱀이라면 어떤 종류든 무턱대고 경멸하고, 그리고 아무리 설복을 해도 뱀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뱀이 아주머니 위로 떨어지면 무슨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 일을 내던지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런 여자를 난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천장이 무너져라고 큰소리를 지르는 꼴이란 화젓갈로 뱀 한 마리쯤 집어내려고는 하지 않고, 또 돌아누웠을 때 침대 속에 한 마리가 있는 것을 알게 되면 허겁지겁 침대 밖으로 기어 나와 집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큰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못살게 굴었고, 아저씨는 누구를 죽이려고 이놈의 뱀들이 생겨난 것이냐고 마구 혀를 찼다. 뱀을 집 밖으로 내쫓고 한 마리도 없게 된 지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샬리 아주머니는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목덜미에 깃털이라도 대면 뛰어 일어서며 깜짝 놀랐다. 참 보기에 재미났다. 그러나 톰은 여자라고 하는 것은 모두 다 이런 것으로, 무슨 이유에서인지 좌우간 여자라는 건 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뱀이 한 마리 아주머니 앞에 나타날 때마다. 얻어맞았고, 아주머니는 다시 한번 뱀 같은 걸 집안에 들고 들어와서 퍼뜨리는 날엔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며 펄펄 뛰었다. 나는 얻어맞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른 뱀을 구해 올 것을 생각하니 그렇지도 않았다. 몹시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구해 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것도 구해 오고야 말았다. 그러한 것들이 모두 음악 소리를 듣고 슬슬 기어 짐 쪽으로 다가갈 때 짐의 방안의 그 쾌활한 꼴이란. 짐은 거미를 싫어했다. 그리고 거미도 짐을 싫어해서 잠복하고 있다가 짐을 혼내 주었다. 짐은 쥐와 뱀과 숫돌 때문에, 침대 위에서 잘 자리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놈들은 모두 일시에 같이 자지 않고 교대로 자는 까닭으로 자리가 있을 때에는 쥐와 뱀 때문에 잘 수 없었고, 뱀이 자고 있을 때엔 쥐가 간판 위에 나타나고, 또 쥐가 잠자리에 들었을 땐 뱀이 망을 보러 오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언제나 한 떼는 짐 아래에 있어 짐이 성화를 대고, 다른 한 떼 는 짐의 위에 있어서 서커스를 했다. 일어서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 짐이 저쪽으로 갔을 때엔 이번에는 거미가 슬슬 기어 나온다며 짐은 혀를 찼다. 짐은 이번만 끝나면 다시는 죄수는 되지 않겠다고, 비록 급 료를 타는 일이 있더라도 딱 질색이라고 했다. 이러는 동안에 3주일이 지나자 준비는 모두 끝났다. 셔츠는 진작부터 파이 속에 넣어서 짐의 손안에 넣게 했고, 쥐에게 물릴 때마다. 짐은 일어나 잉크가 아직 굳어지기 전에 일기를 한 줄 써넣었다. 펜 준비도 끝났다. 문구도 모두 숫돌에 새겨졌다. 침대 다리는 둘로 톱으로 잘렸고, 우리는 그 톱밥을 먹어 버렸는데, 그 때문에 지독한 위통을 일으키고는 모두 죽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나는 이렇게 소화가 안 되는 톱밥을 본 일은 없고, 톰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드디어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우리 셋은 모두 몹시 녹아떨어진 것이지만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녹아떨어진 것은 짐이었다. 아저씨는 2번씩이나 농장으로 편지를 내어 도망친 검둥이를 찾으러 와달라고 하였지만, 그러한 농장이 있을 리 만무했으므로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저씨는 세인트루이스와 뉴올린즈 신문에다. 짐의 광고를 내겠다고 했다. 세인트루이스라는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가라앉았다. 더 이상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톰은 드디어 익명의 편지를 쓸 때가 왔다고 했다. 그 말에 내가, "무슨 말이야" 하고 물었더니 톰이 대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경고야. 그 방법은 때에 따라 틀려. 그러나 반드시 정세를 살펴서 성주에게 밀고할 스파이가 필요해. 루이 16세가 톨레지에서 탈출하려고 할 때에는 몸종 계집애가 이 일을 했지. 이건 참으로 좋은 방법이야. 그리고 익명의 편지도 좋은 방법이고. 우린 두 가질 다 해보자. 그리고 또 죄수 어머니가 죄수복을 갈아입고, 어머니 쪽이 남고, 죄수가 어머니 옷을 입고 빠져나가는 방법도 곧잘 있는 방법이야. 우린 그것도 어디 해보자." "한데 말이야. 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걸 누구에게 경고하는 것이 어째서 필요하냐 말이야 자기들에게 찾으라면 되잖아. 자기들이 해야 할 게 아냐."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맡길 순 없어. 우리에게 뭐든 다. 맡겨 둔다는 게 그놈들의 애당초부터의 수법이야. 그놈들은 그야 우릴 신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보니까 통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가 일러주지 않으면 아무도 우릴 방해하려는 놈은 없을 거란 말이야 그렇게 하면 모처럼 우리가 이렇게까지 애써서 한 이 탈주가 그만 아무 보람도 없게 될 게 아니냐 말이야. 보잘것없는 것이 되고 말의 옷을 내게서 벗겨가지고 자기가 입는 거야, 그러고 나서 우린 모두 다 같이 탈출하는 거야. 신분이 있는 죄수가 도망칠 땐 탈출이라고 하 는 거야. 예를 들면 왕이 도망칠 땐 언제나 그렇게 말하는 거야. 왕의 아들도 마찬가지야 그 아들이 적자든 서자든 상관없어." 그래서 통은 익명의 편지를 썼다. 나는 그날 밤 그 혼혈여자의 프록 코트를 훔쳤고, 톰의 분부대로 그 편지를 정문 밑에다. 틀어넣었다. 편지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요주의 사건이 발생 중에 있음. 엄중한 경계를 계속할 것. 무명의 우인
다음날 밤 우리는 톰이 퍼로 그린 두개골과 X자로 그린 2개의 대퇴 골 그림을 정면 도어 위에다 붙이고, 그다음 날 밤에는 또 하나 관 그림을 뒷문 위에다. 붙였다. 나는 펠프스 일가만큼 불안해하는 가족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비록 이 집안이 온통 유령으로 들끓고 있고, 모든 것의 배후와 침대 아래에 숨어 있고, 공중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 집 사람들은 이 이상은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리라. 문이 콰당하고 닫히자 샬리 아주머니는 뛰어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아야" 무엇이 떨어지면 그때에도 아주머니는 뛰어오르며,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가 무심코 있을 때 무엇이 닿아도 마찬가지였다. 아주머니는 어느 쪽을 향해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자기 뒤에 무엇이 있는 것만 같아 불안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아주머니는 갑자기 뒤돌아보고는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고, 채 3분지 2도 돌리기 전에 또 머리를 되돌리며 "아야" 하고 소릴 지른다. 아주머니는 자러 가기도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 있을 수도 없었다. 이걸 보 고 톰은 참 잘 되어 간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효과를 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건 모든 게 잘 된 증거라고 혼자 좋아했다. 그래서 톰은 자, 이제부터 드디어 큰일에 착수한다며 장담을 하고는 다음 날 아침 미명에 우리는 또 한 장의 편지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왜냐하면 저녁 식사 때 집안 식구들이 검둥이를 밤새도록 앞문과 원문에 보초를 세워놓도록 하자고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톰은 피뢰침을 타고 정찰을 나갔다. 뒷문에서 보초를 서던 검둥이가 자고 있었으므로 편지를 그놈 목덜미에다. 꽂아 놓고는 돌아왔다. 편지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나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귀하의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인디언 부락에서 온 무지막지한 살인자의 한패가 오늘 밤 도망 온 귀하의 검둥이를 훔쳐내려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 갱의 일원이다. 그러나 신앙생활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 일단을 떠나, 또다시 본래의 올바른 생활을 하려고 생각하고는 이 횡포한 계획을 폭로하는 바이다. 놈들은 울타리를 따라 한밤중 자정 정각에 위조 열쇠를 가지고 북쪽으로부터 침입하여 검둥이 방으로 들어가서, 그 검둥이를 훔쳐내려고 한다. 나는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면 양철 호각을 불기로 되어있는데 그러나 놈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즉시 양처럼 메-하고 울고, 호각은 불지 않겠음. 그리고 놈들이 그 검둥이의 쇠사슬을 풀고 있는 동안에 귀하는 몰래 침입하여 쇠를 채워 놈들을 안에서 잠가 버리고는 천천히 놈들을 죽일 수가 있음. 내가 귀하에게 알린 방법 이외의 것은 무엇 하나 해도 안 됨. 그렇지 않을진댄 놈들은 의심을 품고 대소동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외에는 아무 보수도 바라는 것이 없음. 무명의 친구
우리는 아침 식사 후 아주 기분이 좋았으므로 도시락을 들고 내 카누를 타고 강으로 낚시질을 나가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뗏목을 보러 갔더니 여전히 잘 있었다. 늦게서야 저녁을 먹으러 왔을 때 식구들이 걱정과 초조의 극한점에 서 있어, 머리로 서 있는지 발로 서 있는지 전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끝마치자 우리들을 침실로 쫓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일언반구도 없었고, 또 나중 편지에 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계단을 절반쯤 올라오다가 아주머니의 등이 돌아서는 것을 보자 몰래 지하실 찬장으로 가서 근사한 도시락 하나를 만들어 가지고 방으로 들어와 잠자리로 들어갔다. 그리고 11시 반에 일어나 톰은 훔쳐다. 둔 샬리 아주머니의 옷을 입고 도시락을 들고 나가려고 하다가, "버터는 어딨지" 하고 물었다. "큰 덩어릴 옥수수빵 위에다. 놔뒀는데." "그럼 넌 파둔 채 온 모양이로구나 여기 없어." "없어도 먹을 수 있잖아." "있어도 나쁠 건 없지. 너 지하실로 가서 갖다 주지 않겠니. 그리고 빨리 피뢰침을 타고 내려와. 난 짐의 옷에다. 짚을 틀어넣어 변장한 짐의 어머닐 만들고 있다가 네가 오는 대로 곧 양처럼 메-하고 울어 도망칠 만반의 준빌 갖출 테니까." 그리고 톰은 밖으로 나갔다. 내가 지하실로 내려가 보았더니 사람 주먹만한 버터 덩어리가 파둔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게 들어 있는 옥수수빵까지 한꺼번에 집어 들고 불을 끄고는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여가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층까지는 무사하게 올라올 수 있었지만 거기서 촛불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샬리 아주머니와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버터를 얼른 모자 속에다. 넣고는 모자를 썼지만 아주머니에게 들키고 말았다. "너 지하실에 갔다. 왔구나" "예 아주머니 . " "지하실에서 뭘 하고 있었지?"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무것도 안 했다구" "예, 아주머니" "그럼, 이런 밤중에 무엇에 홀려서 지하실엘 갔단 말이지?" "몰라요." "모르다니 그런 대답이 세상에 어딨어. 톰, 네가 지하실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샬리 아주머니." 나는 이걸로 이젠 보내 주려니 생각했다. 여느 때라면 늘 보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만 발생하므로 아주머니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면 몹시 마음에 걸렸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아주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저 방으로 들어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거라. 넌 뭘 하지 않아도 좋을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난 그게 뭔지 알아낼 때까진 널 내놓지 않을 테다." 이 한 마디를 남겨놓고 아주머니는 가버렸다. 내가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더니 아니 이건 숱한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15명의 농부, 그것도 모두 총을 들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불쾌한 기분에 쌓여 살그머니 의자 쪽으로 가서 걸터앉았다. 농부들도 모두 앉아 있었다. 어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잠시 속삭이고 있었고, 모두 침착성이 없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감추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꾸만 모자를 벗었다가는 쓰고, 머리를 긁기도 하고,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단추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도 불안했다. 그러나 줄곧 모자를 벗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
나는 정말로 샬리 아주머니가 어서 돌아와서 나를 처분하고, 때리고 싶으면 때려서, 어서 내보내 주면 당장에 가서 톰에게 우리들의 연극이 너무 과해서 천둥소리처럼 웅웅거리는 호박 벌집 속에 들어가 버린 격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말하고, 당장에 이런 어리석은 수작을 곧 단념하고는 이 무뢰한들이 참다못해 우리에게 달려오기 전에 짐을 데리고 도망을 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마침내 아주머니가 돌아왔다. 어찌나 꼬치꼬치 따지는지 나는 발로 서 있는지 머리로 서 있는지 모를 정도로 올바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모인 사람들은 더 이상 안절부절못하고는 그중 몇 사람은 이제 당장 가서 악한들을 매복하자, 자정까진 몇 분밖에 안 남았다고 당장 떠날 기세를 보였고, 또 다른 몇 사람은 그 사람들을 만류하며 양의 메 ∼하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자고 주장했다. 한편 아주머니가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나는 나대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이제라도 당장 그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방안은 자꾸 더워만 가는 판이었으므로 버터는 녹아서, '목덜미와 귀 뒤로 마구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중 하나가, "내가 선수를 쳐서 이제 당장 가서 그놈들이 오면 붙잡아야지" 했을 때에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리고 버터가 한 줄기 얼굴에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샬리 아주머니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 저런 저런, 저 앤 어떻게 된 셈이야. 필경 뇌막염이야. 뇌가 터져 나왔어." 그러자 전원이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주머니는 내 모자를 잡아젖혔다. 그러자 빵과 버터의 남은 것들이 나왔다. 아주머니는 나를 꼭 껴안았다. "아니, 이 앤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걸까 그래도 이걸로 끝나 난 정말 마음이 놓이는구나. 고마워, 요샌 운이 나빠서 비가 오면 으레 소낙비여서, 그걸 봤을 땐 난 너를 잃고 마는 걸로 생각했구나. 색깔이 영락없이 네 뇌라고 생각했구나. 글쎄 하마터면....아이구 녀석아. 왜 버터를 가지러 갔었다구 그 말을 못 했단 말이냐 그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걸 가지고. 자, 이젠 어서 가자 아침까지 나오는 게 아니긴" 나는 순식간에 2층으로 올라갔고, 다음 순간에는 피뢰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어둠 속을 타고 오두막집을 향해 내달렸다. 나는 입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톰에게 되도록 빨리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1분의 여유도 없다. 그 집엔 총을 가진 사람들로 초만원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톰의 눈에 광채가 일었다. "음 그래 거 근사하구나 이봐, 허클, 다시 한번 고쳐 해보면 200명 모으기는 문제없겠구나. 우리가 도망치는 걸 연기할 수만 있다면...." "어서 어서 짐은 어딨어?" "네 바로 팔꿈치에 있잖아. 손을 뻗치면 닿아. 옷을 입고 준비 완료야. 자, 그럼 가만히 나가서 메-하고 신호를 할까." 그러나 그때 몇 사람의 발소리가 문간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자물쇠 소리와 그중 하나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내가 빠르다고 안 그랬어. 아직 안 왔구먼.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자 자네들 중 몇이 안으로 들어가 봐 내가 자물쇠를 열어 줄 터이니. 그리고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어둠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오면 죽이는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좀 떨어진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그리고는 오는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고들 있어." 그들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어두워서 우리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들이 얼른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 갔을 때에 하마터면 밟힐 뻔했지만, 그러나 무사하게 기어들어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살짝 구멍을 빠져나왔다. 맨 먼저 짐, 그다음이 나, 나중이 톰 순서였다. 이것은 톰의 명령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붙여 지은 오두막집에 숨어서 밖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톰은 우리들을 거기 있게 해놓고는 틈바구니로 밖을 내다본 것인데,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발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듣고 있어, 너희들은 쿡 찌르면 제일 먼저 짐이 빠져나가, 난 제일 나중 나갈 테니" 하고 속삭였다. 그래서 톰은 틈에다. 귀를 대고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내뺄 사이도 없이 발소리가 그 근처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때 톰이 팔꿈치로 우리들을 꾹 찔렀다. 우리는 살짝 밖으로 빠져나와 몸을 숙이고 숨을 죽여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일렬종대로 울타리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울타리에 다다랐다. 나와 짐은 무사히 울타리를 넘을 수 있었지만 톰의 바짓가랑이가 제일 꼭대기 횡목의 갈라진 조각에 걸려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발소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문에 톰은 억지로 잡아 뽑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 바람에 갈라진 조각이 부러지면서 뚝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톰이 이쪽으로 내달렸을 때에 누가 이렇게 외쳤다. "누구야? 대답해 그렇지 않으면 쏜다." 그러나 우리는 대답을 하지 않고 다리야 날 살려라고 내달렸다. 그들은 우우 돌진해 왔다. 그리고 땅 땅 땅 하고 총을 쏘았고. 총알은 우리 주위를 슛슛하며 날아갔다. 그들이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있어 강 쪽으로 갔어 자, 따라가 개를 내놔" 그들은 전속력으로 우리 뒤를 따라왔다. 우리는 그들이 따라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장화를 신고 떠들며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화를 신지도 않았고, 떠들고 외치지도 않았었다. 길은 제재소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들이 우리들 바로 배후에 육박했을 때 우리는 몸을 홱 비켜 덤불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보내고 나서 그 뒤를 따라갔다. 사람들은 모두 개를 가둬 둔 채였다. 강도들을 위협해서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으나 이때에 비로소 누가 개를 놓았다. 그래서 개들은 백만 마리나 되는 듯한 큰 소리로 왕왕 짖어대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의 개였으므로 개가 따라올 때까지 그곳에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개들도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들이었고, 조금도 자기들의 마음을 거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그저 '안녕' 했을 뿐으로 뭐라고 떠드는 소리와 외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곧장 달려가 버렸다. 그다음 우리는 또다시 달리기 시작하였고, 제재소 바로 앞에 당도할 때까지 사람들 뒤를 따랐으며 슛슛 바람을 끊으며 내달렸다. 그다음부터는 덤불 속을 기어 내 카누가 있는 데까지 오자, 카누에 뛰어올라 강 한가운데를 향해 열심히 노를 저었다. 그다음 천천히 기분좋게 내 뗏목을 감춰 둔 섬을 향해 젓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강둑 도처에서 떠들어대고 짖어대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점점 더 우리들이 훨씬 멀어졌기 때문에 소리는 희미해지고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전원이 뗏목에 바꿔 탔을 때 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자, 짐. 임잔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됐구먼. 이젠 다시는 일생 동안 노예가 될 일은 없어." "게다가 그건 참 재미난 일이기도 했지, 허클. 계획도 훌륭하고 실행도 근사했지. 그 이상 복잡하고 멋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야." 우리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기뻤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일 기쁜 것은 톰으로, 그것은 장딴지에 총알을 맞았기 때문이다. 나와 짐은 그 얘기를 듣자 아까 좋아하던 것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상처는 왜 심한 모양으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톰을 윅왱 속에다. 눕히고는 붕대를 만드느라고 공작의 셔츠 한 장을 찢었다. "그 헝겊을 이리 줘. 내가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이제 서지 마. 여기서 우물쭈물하면 안 돼. 탈출은 그처럼 성대하지 않았다. 큰 노를 달아, 뗏목을 띄워라. 친구들, 우리들이 해낸 일은 근사하지 않았던가 정말 근사했지. 루이 16세의 사건을 우리들이 취급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그의 전기에 '성 루이의 후예여, 승천하라'라는 문구는 없었을 게 아냐. 천만에, 없구말구. 우린 왕의 등을 떠밀다시피하여 무사하게 국경 밖으로 왕을 탈출시켰을 게 아냐. 필경 그렇게 했음에 틀림없어. 게다가 그것도 아주 전례가 없을 만큼 근사하게 해치웠을 거야. 큰 노에 사람을 배치하여라 큰 노에 사람을 배치하여라" 그러나 나와 짐은 서로 의논을 하고는 궁리를 하고 있었다. 잠시 궁리를 한 끝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말해 봐, 짐." 짐이 대꾸했다. "그럼 내 말 할 텐데. 이렇게 생각해, 허클 도련님. 만일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 톰 나으리구, 그리고 임자들 둘 중 하나가 총에 맞았다고 하면 톰 나으린 '어서 자꾸만 도망을 쳐서 나만 살려 줘 이 앨 살려 줄 의사 같은 건 필요 없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 말야. 그 말이 톰 소여 나으리다운 말이겠느냐 말야. 톰 나으리가 그렇게 말할까. 천만에,그럴 리가 없지 그럼 이 짐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 난 의사 없이 여길 한 걸음도 떠나진 않아. 40년이 걸려도 안 떠나구말구" 나는 짐의 마음이 결백한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반드시 이러한 말이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림 그렇게 하자고 하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나는 톰에게 의사를 부르러 갔다. 오겠다고 했다. 톰이 반대했지만 나와 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고 하고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자 톰은 이번에도 기어 나와 자기 손으로 뗏목을 푼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톰이 우리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화를 내도 우리는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내가 카누를 타고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자 톰이 말했다. "그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만 한다면 마을로 가서 해야 할 방법을 가르쳐 주마. 문을 꼭 닫고, 꽉 풀어지지 않도록 의사에게 눈가리개를 하고, 무덤처럼 침묵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받고, 금화가 잔뜩 든 돈주머니를 그의 손에다. 쥐어주고는 뒷길을 돌아 컴컴한 곳만을 골라 데리고 와서 카누에다. 태우는 거야. 그리고 섬 사이를 돌아 여기로 데리고 와 몸을 뒤져서 백묵을 빼앗고, 네가 의사를 마을로 다시 데려다줄 때까지 돌려주지 않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또 이 뗏목을 알아낼 수 있도록 그 백묵으로 이 뗏목에다. 표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는 떠났다. 그리고 짐은 의사가 오는 것이 보이거든 숲속에 숨어 있다가 의사가 떠나 버릴 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기로 했다
제41장 '유령이었음에 틀림없다'
의사는 노인이었다. 꽤 마음씨가 착하고 친절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나는 어제 오후 동생과 함께 스페인 섬으로 가서 사냥을 하다가 거기서 발견한 뗏목 위에서 캠프를 한 것인데, 한밤중에 동생은 꿈을 꾸다가 자기 총을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총알이 동생 발에 맞았으니 제발 좀 와서 치료를 해주고, 그 일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입 밖에 내놓지 말고 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 까닭은, 우리는 오늘 밤 집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생각에서 그러는 거라고 했다. "뉘 댁이지" 하고 의사가 물었다. "저 아래 마을 펠프스 집사람이에요." "음" 하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어떡하다 총알에 맞았다구?" "꿈을 꾸었어요. 꿈이 동생을 쏘았지요." "이상한 꿈도 다 있군." 그는 초롱에 불을 켜고, 안장주머니를 들고, 우리는 출발했다. 그러나 내 카누를 보았을 때 카누의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혼자라면 안전하지만 둘이서 타면 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뭘요, 무서워할 건 없어요. 우리 세 사람도 편히 탈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 세 사람" "뭘요, 나와 시드와 그리고....그리고....그리고 총이죠. 내 말은 이렇게 세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음, 그래." 그러나 그는 뱃전에 발을 걸치고는 카누를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가로젓더니, 좀 더 큰 것을 찾아올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카누가 다. 쇠사슬로 매어져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으므로 의사는 내 카누를 타고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좀 더 찾아보거나, 혹은 또 돌아가고 싶다면 집으로 가서 사람들을 곧 깜짝 놀랠 준비를 해놓고 있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짓은 아예 하고 싶지 않다고 하고는 의사에게 뗏목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의사는 혼자서 떠났다. 얼마 후에 내 머리에 묘안 하나가 떠올랐다. 격언에도 있듯이, 만일 양이 꼬리를 세 번 흔드는 그 잠깐 사이에 그 의사가 다리 치료를 할 수 없다고 가정하면 3, 4일 걸린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지. 의사의 입에서 비밀이 누설될 때까지 여기서 꾸물거리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결단코 안 될 소리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 기다리고 있기는 하자. 그리고 의사가 돌아와서 또다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 나도 뗏목 있는 데로 가자. 헤엄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의사를 꼭 결박해 놓고 강을 내려가기로 하자 그리고 톰에게 의사가 필요 없게 되면 의사에게 치료비를 주기로 하자 그렇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돈을 고스란히 주기로 하든지, 그다음에 상륙시킨단 말이다. 그래서 그다음에 나는 한잠 자기 위해서 재목더미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눈을 떴을 때 해는 머리 위에 높이 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의사의 집으로 내달린 것인데, 집사람들이 하는 말이, 의사는 어제 밤중에 떠난 채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크, 그럼 톰의 상처가 심한 모양이구나. 그러면 어서 섬으로 가기로 하자.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그 집을 뛰어나와 급하게 모퉁이를 돈 것인데. 하마터면 사이러스 아저씨의 배를 들이받을 뻔했다. "어이, 톰 지금까지 어딜 가 있었느냐, 이 장난꾸러기 녀석아" "가긴 어딜 가요. 다만 도망친 검둥일 찾고 있었을 뿐이에요. 나도, 시드도." "대체 어디 갔었느냐 말이다. 네 숙모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몰라" "걱정할 거 없어요. 우린 모두 무사하니까요.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개 뒤를 따라간 것인데, 뒤떨어지고 말아 그만 사람들을 놓치고 말았어요. 그러나 상류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카누를 타고 뒤를 쫓으면서 강을 건넌 것인데, 그만 놓치고 말았지 뭐예요. 그래서 우리는 강을 올라온 것인데 그동안에 그만 녹초가 되고 말아 카누를 둑에다. 매어놓고 자고 있었어요. 푹 자고 겨우 한 시간 전에 눈을 떴는데, 소식을 들으러 이쪽 둑으로 왔어요. 그리고 시드는 무슨 소식을 들을 게 없나 하고 우체국으로 가고, 나는 뭐 먹을 것을 좀 살까 하고 서로 헤어져, 그것이 끝나면 우린 집으로 갈 작정이었어요." 그다음 우리는 시드를 찾으러 우체국으로 가보았지만, 내가 예측한 대로 물론 시드는 거기 없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우체국에서 편지를 한 통 받고, 좀 더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시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저씨는 자 가자꾸나, 시드는 싸질러 다니기에 싫증이 나면 걸어서 오거나, 카누를 타고 오거나 하면 될 테니, 우린 마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나는 우체국에 남아서 시드가 오기를 기다리고 싶었지만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그런 짓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너는 어서 나와 함께 가서 아주머니에게 너희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막무가내였다. 우리들이 집에 이르자 샬리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우는 둥 웃는 둥 그야말로 기뻐서 야단이었고, 나를 꼭 껴안고는 아프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때리는 흉내를 내면서 시드가 돌아와도 이렇게 때려 주겠다고 협박했다. 마침 점심을 먹으러 온 농부들과 그 마누라들로 초만원이었고, 떠들어대는 꼴이란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호치키스 할머니가 가장 심했고, 그 혀는 쉴 사이가 없었다. "한데 말유, 펠프스 성님 난 그 오두막집 안을 낱낱이 뒤졌다우. 그래 그 검둥이 녀석 미친 게 확실해. 담렐 성님에게도 내 그랬지만∼ 담렐 성님, 안 그했수-그랬구말구요, 그놈 미쳤다고 그랬다우 -난 정말 그렇지 뭐야. 다들 얘길 들으셨겠지. 미쳤다고 그랬지 뭐 야윌 봐도 그렇게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고 그랬다우. 거기 있는 그 숫 돌을 좀 보라고 내 안 그럽디까. 제정신이 있는 녀석이라면 그런 미친 수작을 숫돌에다. 쓰진 않을 것이 뻔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내 안 그럽디까. 여기서 이러저러한 사람의 가슴은 터졌느니, 여기서 이러저러한 사람은 37년 동안을 보냈다느니 뭐니, 루이 뭐래는 사생아니 뭐니 터무니없는 수작을 써넣고 있는 게 아녜요. 그 검둥이 녀석은 완전히 돈 녀석이라고 내 안 그럽디까. 제일 먼저 그 얘길 한 사람도 나구 중간에 가서 한 사람도 나구 맨 나중에 가서 한 사람도 나였지 뭐유, 그 검둥이 녀석은 돌았다구. 네복쿠드니저 모양으로 돌았다구." "그리고 또, 아 글쎄 호치키스 성님, 그 헝겊으로 만든 사다릴 좀 봐요." 담렐 할머니가 끼어들었다. "대관절 그건 뭣에 쓰자고 그게 필요 했담" "바로 그 얘길 이제도 방금 어터백 아우님에게 하던 참이었지 뭐유 물어봐요, 얘기할 테니까. 아우님은 그랬다우. 거기 있는 헝겊 사다릴 보라고 그랬다우. 그리고 나도 그랬지, 그걸 보라구. 뭣 펌에 그런 게 필요했을까 하고 그랬지 뭐유. 아우님도 그랬다우, 호치키스 성님, 어 터 백 아우님도 그랬다우." "헌데 대관절 어쩌자구 그 숫돌을 거기 넣은 것이었을까 게다가 누가 거기다. 그 구멍을 팠을까 게다가 누가.... "그래요 정말, 펜로드 성님 나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겠수 이제 ∼거기 있는 꿀 접실 좀 이리 주-난 던랩프 성님에게 이제 방금 그 얘기를 하던 참이었다우. 어떻게 해서 그 숫돌을 거기 넣었을까 하구. 게다가 그것도 혼자서 ....혼자서 말이에요 자 문젠 거기죠. 혼자 서라는 말은 제발 그만두라구, 누가 도운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내가 그랬죠. 게다가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니라 좨 많은 사람이 도왔을 거라구 그 검둥일 도운 사람은 열들은 돼요. 그리고 누가 했는지 모르겠 으면 이 집 검둥이들을 낱낱이 두들겨서라도 반드시 도운 놈을 찾아내 고야 말겠다고 내 그랬죠. 게다가 또 난...." "열둘이라구 ....마흔 명이 있어도 그만한 일을 모두 해내진 못해요. 그 칼집에 든 칼톱이니 뭐니를 좀 보구려 그걸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겠수. 그걸로 잘라낸 침대 다릴 좀 봐요. 여섯 명이 한 주일은 걸릴 일이에요 그리고 그 침대 위에 있는 짚으로 만든 검둥일 좀 봐요. 그리고 또...." "어쩌면 그렇게도 성님 말이 옳소, 하이타워 형님. 그 말은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펠프스 형님에게 이제 방금 하던 그대로구려. 그 양반 말이, 어떻게 생각하오. 호치키스 아주머니하고, 그 양반이 그러는 게 아냐. 어떻게 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펠프스 형님하고 내가 끼어들지 않았겠어. 그랬더니 그 양반 하는 소리가, 뭔 뭐야, 그렇게 잘라진 침대 다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는 소리지 뭐냐구, 그 양반이 그러는 게 아냐.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느니 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내가 따지지 않았겠어. 다리가 자기 손으로 자길 잘랐을 리도 만무하고, 어느 누가 꼭 잘랐을 거라고 내가 해주었단 말이야. 노형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내 의견이라고, 쓸데없는 의견일지 모르지 만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쓸데없는 거라도 내 의견이라고. 누가 좀 더 나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말해 보라고. 내 그랬단 말이야. 내 얘긴 그뿐이야. 난 던랩프 아주머니에게 그랬단 말이야, 그랬단 말이야...." "이봐요, 그만한 일을 하려면 적어도 4주간을 매일 밤 거진 방안이 검둥이들로 틀림없이 들끓었을 거예요, 펠프스 아주머니. 그 셔츠 좀 봐요. 구석구석 잔뜩 피로 쓴 비밀 아프리카 글씨가 써 있지 않습디까? 쉴새 없이 여러 놈이 열심히 낑낑대며 그걸 썼을 거요, 필경. 물론 누가 그걸 읽어 주면 내 2달러 내놓지, 그리고 그걸 쓴 검둥이 놈은 어떻게 하겠느냐 하면, 그놈을 붙잡아서 그저 당장에 능지처참을 하고. 그리고는...." "그 검둥이 놈을 도운 놈들이라고, 사플스 형님 여보. 당신이 이 집에 조금 전서부터 있었다고 해보오. 필경 그렇게 생각했을 거니. 아 글쎄, 그놈들은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막 훔치는 게 아니냐 말이에요. 아 우린 그걸 줄곧 감시하고 있었다니까요. 그놈들은 그 셔츠를 빨랫줄에 서 훔쳐 갔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 헝겊 사다릴 만든 그 욧잇 말이에요. 아, 글쎄 그걸 몇 번 훔쳐냈는지 몰라요. 그리고 밀가루를 훔쳐내지 않나, 초를 훔쳐내지 않나 촛댈 훔쳐내지 않나, 스푼을 훔쳐내지 않나, 헌난상기를 훔쳐내지 않나 그밖에도 그만 다. 잊어버리고 말았을 정 도로 내 새 캘리코 옷까지 훔쳐내지 않았느냐 말이에요. 게다가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나와 마누라와 시드와 톰은 주야를 가릴 것 없이 줄곧 감시를 하고 있었죠. 한데 감쪽같이 그림자 하나가 보였겠어요. 달각하는 소리 하나가 들렸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판에 가서 참 기가 막혀서, 그놈들은 내 코 바로 아래로 몰래 침입하여 우리를 실컷 조롱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리고 우릴 조롱했을 뿐만 아니라 그놈들은 인디언 부락의 강도 놈들이었다니까요. 그리고 감쪽같이 그 검둥일 데리고 실제로 도망쳐 버렸죠. 10명의 사나이와 22마리의 개가 곧장 그 뒤를 쫓았지만 헛수고였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참 나. 정말 이런 얘기가 세상에 어딨어요? 글쎄. 도깨비 찜쪄먹을 재주였다니까요, 왜냐하면 여러분들 우리 집 갤 잘들 알고 있죠? 그놈들보다. 좋은 개가 어디 있습디까 한데 그놈들이 놈들 냄새를 한 번도 맡지 못했다니까요, 아 글쎄 누가 그걸 설명할 사람이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정말 금시초문인데...." "정말 말이야, 한 번도...." "맹세코, 난 아직 ...." "도둑질만이 아니지 ...." "어머나, 이런 집에서 살라면 난 무서워서 그만...." "살기가 무섭다니 무섭다. 안 무섭다가 다. 뭐유, 자자니 잘 수도 없고, 일어나 있자니 일어나 있을 수도 없고, 누워있자니 누워있을 수도 없고, 앉아 있자니 앉아 있을 수도 없지 않겠수. 글쎄, 릿지웨이 성님. 글쎄 놈들은 집안 식구까지 훔쳐 가지 않을까 이봐요, 정말 어젯밤 한밤중 12시가 됐을 때, 내 얼마나 놀랐는지 성님도 아시겠구려. 정말 난 놈들이 집안 식구의 누굴 훔쳐 가지나 않을까 하고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어떡허면 좋을지 몰라 제정신이 아니었다니까요, 글쎄. 이젠 낮이니까 우습게 생각되지만, 내 맘속으로 어떻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저기 저 높은 곳에 있는 쓸쓸한 방에서 내 불쌍한 어린 것이 자고 있을 테지 하고 생각하니 내 맘 같지 않아, 그래서 몰래 올라가서 밖에서 열쇠를 채워 안에다. 가둬 두지 않았겠수. 정말 그렇게 했다우. 안 할 부모가 어딨겠수, 세상에 왜라니, 글쎄, 성님 좀 생각해 보구려, 성님이 그렇게까지 무서워서 벌벌 떨고 그 무서운 마음이 언제까지 자꾸만 계속되고 맘이 뒤죽박죽이 되어 그만 여러 가지 미친 지랄을 시작하게 되고, 또 맨 나중에 내가 애라면 그 맘속이 어땠겠수. 그리고 저 위층 자물쇠도 채워 있지 않은 방에 있었더면 어땠을 거냐 말이야. 그리고 성님은...." 여기서 아주머니는 말을 끊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빠진 표정으로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이 나에게 쏠렸을 때, 나는 일어서서 산책을 나갔다. 오늘 아침 어떻게 해서 우리가 그 방에 있지 않았는가 하는 것을 잠깐 산책을 하며 생각해 보면 근사하게 설명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나를 부를지도 몰랐으므로 나는 멀리는 가지 않았다. 저녁때 늦게 사람들이 모두 가버린 틈을 타서 나는 집으로 들어가 아주머니에게 낱낱이 일러바쳤다. 밖에서 왁자지껄하고 땅 하는 총소리에 그만 나와 시드는 잠이 깨어 그 재미난 소동이 구경하고 싶어서 문에는 쇠가 채워져 있어 피뢰침을 타고 내려왔다. 그래서 둘 다. 약간 부상을 입었다. 다시는 이런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그러고 나서 아까 사이러스 아저씨에게 한 얘기도 전부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너희들을 용서해 주마, 어쩌면 이젠 이걸로 만사가 다. 잘 되었을 테니까라고 했다. 또 사내애들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고까지 하며, 내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사내애들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분별없이 저런 짓을 하는 것이니까, 그 장난에서 아무런 해도 일어나지 않은 이상 나는 이젠 다. 끝난 일로,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너희들이 살아 있어 몸이 성하고 아직 이 아주머니하고 같이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있는 날까지 있다가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다음에 아주머니는 나에게 키스를 하고,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멍하니 무슨 생각에 젖어 있었지만, 그때 부리나케 일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거 큰일이구나, 이제 곧 밤이 될 텐데 시드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그 앤 어떻게 된 셈일까?" 나는 이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머니 앞으로 뛰어가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당장 뛰어가서 데려올게요. " "아냐, 넌 안 돼. 넌 지금 있는 데서 한 걸음도 나가선 안 돼. 한꺼번에 다 잃어버리면 안 돼. 저녁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아저씰 보내지." 그러나 저녁때가 되어도 시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는 아저씨가 곧 떠났다.
아저씨는 밤 10시경에 다소 걱정스러운 낯으로 돌아왔다. 톰과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샬리 아주머니는 여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이러스 아저씨는 걱정할 것 없다고 하며 사내애는 역시 사내 애니까 이 애도 아침이 되면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올 테지 하고 말했다. 그래서 아주머니도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난 어쨌든 좀 더 앉아 있다가 그 애 눈에 띄도록 불을 켜놓고 있겠노라고 했다. 그다음 내가 잠자리에 들려고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아주머니는 초를 들고 따라와, 나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며, 웬일인지 나 자신이 천하게 느껴지고. 도저히 정면으로 아주머니 얼굴을 쳐다볼 수 없으리만큼 애정 깊이 자기 애처럼 나를 대해 주었다. 그리고는 침대 한 곁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시드가 여간 좋은 애가 아니라는 것과 언제까지 시드의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으로, 가끔 나에게 시드가 죽은 것같이 생각되지 않느냐는 등, 또는 어쩌면 물에 빠진 게 아니겠느냐는 둥 뚱딴지같은 소리를 묻기도 했고, 또 혹은 지금쯤 어디서 고생을 하고 있거나 죽거나 내가 옆에 있어서 간호도 해줄 수도 없고, 그 때문에 이렇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도 하며 사뭇 한숨을 짓는다. 나는, 시드는 문제없어요, 아침이 되면 꼭 돌아올 거예요 했더니, 아주머니는 내 손을 꼭 쥐고는 나에게 키스를 하고 다시 한번 그런 말을 해보라고, 어서 자꾸만 그런 말을 하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풀린다고, 나는 이제 걱정이 되어서 죽을 지경이니까 라고 애원했다. 그리고 방을 떠나려고 할 때 아주머니는 내 눈을 아주 부드럽게 뚫어져라 응시하며 말했다. "문에는 열쇠를 채우지 않는다. 톰. 그리고 피뢰침도 창도 그대로 있다. 하지만 넌 착한 애지 그래서 아무 데도 가진 않겠지 날 생각해." " 사실 나는 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게 알고 싶어서 의젓하게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꾸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주머니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차마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주머니 일도 마음에 걸리고, 톰의 일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잠자리가 편치 못했다. 밤중에 두 번이나 피뢰침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는 몰래 집 정면으로 돌았다. 아주머니는 창가에다. 촛불을 켜놓고 그 옆에 앉아서 한길 쪽을 내다보고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 었다. 나는 아주머니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나 아 주머니를 슬프게 해줄 일은 다신 하지 않겠다고 맹세할밖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세 번째 눈을 뜬 새벽녘에 몰래 또다시 기어 내려 가보니, 아주머니는 그때까지도 거기 있었다. 촛불은 거의 꺼져 가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늙은 백발을 손을 베개삼아 자고 있었다.
제42장 왜 짐은 교수형을 당하지 않았나
아침 전에 사이러스 아저씨는 또다시 마을로 들어가 보았지만 톰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생각에 젖어 식탁에 앉기는 했지만 서로 아무 말도 없이 비장한 얼굴을 하고는, 커피는 식는 대로 내버려 둔 채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앉아 있었다. 얼마 후에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그 편지를 당신에게 주었던가?" "무슨 편지 말유" "어제 우체국에서 가지고 온 편지 말이야." "아뇨, 무슨 편지를 줬다고 그러우." "그럼, 내가 잊어버린 모양이군." 아저씨는 주머니를 뒤져 본 후 그것을 파둔 곳으로 가서 찾아가지고 와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어머나. 센트 피터즈버그-형님에게서 온 편지가 아니유?" 나는 다시 한번 산책을 나갔다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봉투를 뜯어 보기 전에 그것을 떨어뜨리고는 내달렸다. 무엇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보았다. 그것은 이 불 위에 누운 톰 소여와 예의 그 노인 의사와 여자용 캘리코 옷을 입고 두 손을 뒤로 묶인 짐, 그밖에 많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편지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물건 뒤에다. 감춘 뒤에 재빨리 달려갔다. 아주머니는 울면서 톰에게 몸을 내던졌다. "아이고, 죽었구나, 죽었어. 필경 죽었을 거야" 그러자 톰은 몸을 움직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것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자 아주머니는 두 손을 쳐들며 소리를 질렀다. "살아 있구나, 아이구 고마워라 살아 있기만 하면 그만이야 " 아주머니는 톰에게 키스를 하고 나서, 침대 준비를 하러 집으로 달려가면서 한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혀를 부지런히 놀려가며 좌우에 있는 검둥이들이나 누구에게든 닥치는 대로 할 일을 분부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을 보려고 뒤에서 쫓아갔다. 노인 의사와 사이러스 아저씨는 톰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노발대발하며, 그중 몇 사람은 동네 검둥이들의 견본으로 짐을 목매달아 죽이라고 야단이었다. 그렇게 하면 다른 검둥이들은 짐이 한 것처럼 도망할 생각을 안 할 것이고, 이러한 대소동도 일으키진 않을 터이고, 집안 전체가 밤이나 낮이나 죽을 만큼 벌벌 떨고 있을 리도 만무할 게 아니냐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짓을 해도 아무 소용 없다고 반대했다. 이 검둥이는 우리들의 검둥이가 아니니까 필경 그 주인이 와서 우리들에게 그 대가를 물어내라고 종주 먹을 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자 잔뜩 흥분하고 있던 사람들도 다소 냉정해졌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나쁜 짓을 한 검둥이의 목을 매달아 버리라고 항상 가장 열심인 사람들은 목을 매달아 만족을 얻은 후에 그 검둥이의 대가를 물어낼 단계가 되면 늘 벌벌 떠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짐에게 몹시 욕설을 퍼부었고, 가끔 짐의 따귀를 올려붙였지만, 그러나 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또 나를 아는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짐을 그 붙여 지은 오두막으로 끌고 들어가 짐이 입고 있던 옷을 다시 입히고. 또다시 쇠사슬로 결박을 지은 것이지만 이번에는 침대 다리가 아니라 토대 통나무에 박은 커다란 고리쇠에다. 붙잡아 매었다. 게다가 두 손과 두 다리를 쇠사슬로 결박 지어 놓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음식물로는 빵과 물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파낸 구멍을 메꾸고, 경매에 걸어 팔아 버릴 때까지 농부 두 사람씩 밤마다. 총을 들고 이 오두막집 주위를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낮에는 불독을 문간에다. 매어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했다. 이럭저럭 이 일도 대강 끝이 나고 말았으므로 사람들은 서로 욕지거리를 절반씩 섞어 작별인사를 하면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노인 의사가 그곳으로 나타나 이 꼴을 얼핏 보고는 이런 말을 했다.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굴어선 안 돼. 이 검둥인 나쁜 녀석은 아니니까 내가 그 애 있는 데로 가보니까 누구 조력을 받지 않고서는 총알을 빼낼 수가 없었단 말이야. 그 앨 혼자 남겨놓고 내가 사람들은 불러올 수 있을 만한 용태가 아니었단 말이야. 게다가 그 앤 점점 용태가 나빠지기만 하여 마침내는 머리 상태마저 돌고 말아 날 절대로 접근시키려고 하지 않으며, 내 뗏목에다. 표시를 하면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는 등 쓸데없는 소리만 언제까지 끝없이 지껄이는 까닭으로 난 도저히 손댈 길이 없었단 말이야. 그래서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했더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검둥이 녀석이 어디서 기어 나와 도와주겠다고 하고는, 정말 그 말대로 훌륭하게 도와주었어. 물론 나는 대번에 이 검둥이 녀석이 도망친 그 녀석이로구나 하는 걸 알아챘지 뭐야. 한데 아, 나 좀 보란 말이야 거기 그냥 그대로 꼼짝도 못 하고 한낮 한밤을 있지 않을 수가 없었단 말이야. 정말 기가 막혀서 그때 나에겐 감기가 든 환자가 둘이나 있어 물론 그 사람들 진찰을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디 차마 갈 수 있었어야지. 검둥이가 도망칠지도 모르고, 만일 그렇게 되는 날엔 내 탓 이 되고 말 테니까. 한데 어이 하고 불러서 들릴만한 거리 내에 스키프 한 척 오는 놈도 없고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래서 난 그대로 오늘 새벽까지 거길 떠나지 못하고 처박혀 있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인데, 정말 이렇게 충실한 간호를 하는 검둥이 녀석을 보기란 난생처음인걸. 게 다가 이 녀석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몸에 해가 올 것을 알았을 게 아니냐 말이야. 거기에다. 몸이 기진맥진 되어있더란 말이야. 최근 몹시 혹사를 당하고 있었다는 표적이 대번에 드러나더라구. 그래서 난 이 검둥이 녀석이 좋아지지 않았겠소. 여러분, 이와 같은 검둥인 천 달러 의 가치가 있는 것이오. 게다가 또 친절한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단 말이야. 내가 필요로 하는 건 모두 갖다. 주었고, 그래서 그 앤 집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집에 있는 것 이상으로 돈독한 간호를 받았을 거로 생각한단 말이야, 난. 거긴 퍽 조용한 곳이었으니까 그렇지 않았겠소 거기서 난 그 애와 검둥일 데리고 오는 새벽녘까지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단 말이야. 그동안에 몇 사람이 스키프를 타고 옆을 지나가지 않았겠소 천만다행으로 검둥인 짚이불 옆에 앉아 머릴 무릎 위에다. 박고 세상모르고 자고 있지 않겠어. 그래 난 그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더니 그 사람들은 살며시 접근해 와 검둥일 붙잡고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 놈을 그만 결박해 버려 아무 문제도 안 일어나고 말지 않았겠소. 그리고 애가 열에 뜬 얼굴을 하고서 자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소릴 내지 않게 노를 살살 저어 뗏목을 아주 감쪽같이 조용히 끌고 왔단 말이야. 아 그런데 이것 좀 보오. 이 검둥인 처음 부터 전혀 떠들지도 않고, 말이라곤 한마디도 하지 않았소. 이 녀석은 절대로 나쁜 녀석이 아냐. 여러분, 내 생각은 그렇소." 누가 그 말을 받아, ‘그렇습니까, 선생님, 그것 정말 신통한 얘긴데’ 하고 맞장구를 쳤다. 다른 사람들도 얼마간 손이 누그러지고 말았으므로 난 그처럼 짐에게 선심을 써준 그 노인 의사에 대해서 매우 고맙게 생각했다. 그리고 또 너의 사람을 보는 눈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어 기뻤다. 나는 한눈에 벌써 이 사람은 좋은, 인정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짐이 매우 좋은 행위를 했기 때문에 얼마간 그걸 인정해 주고, 보답해 줄 가치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한 까닭으로 이젠 절대로 짐에 대한 욕설을 퍼붓지 않겠다고 모두 마음속으로 약속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은 그 방에서 나와 쇠를 채우고는 짐을 안에다. 가둬 버렸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도 무거우니까 쇠사슬을 하나나 둘 풀어주자는 등, 빵과 물 외에도 고기와 야채도 갖다. 주자는 등, 그런 말을 해주지 않나 하고 은근히 바랬지만, 사람들은 채 생각이 거기까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입으로 그 얘길 꺼낸다는 건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내 눈앞에 가로놓여 있는 난관만 돌파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샬리 아주머니에게 그 얘길 꺼내리라고 생각하였다. 난관이란 건 톰과 내가 도망친 검둥이를 찾아서 그 지긋지긋한 밤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얘기했을 때, 시드가 총에 맞은 것을 어떻게 해서 내가 얘기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얼마든지 시간이 있었다. 샬리 아주머니는 주야를 가릴 것 없이 줄곧 병실에 붙어 있었고, 나는 사이러스 아저씨가 병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아저씨를 피해 몸을 감추었다. 다음 날 아침, 톰의 용태가 훨씬 좋아지고 해서 샬리 아주머니는 한잠 자러 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병실로 들어가 톰이 일어나 있으면 집안 식구들에게 해도 의심을 살 염려가 없을 그러한 이야기를 꾸며낼 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톰은 잠을 자고 있었다. 아주 편안히 잠을 자고 있었고, 이리로 운반되던 때와 같이 달아오른 얼굴이 아니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거기 앉아 톰이 눈을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이 지나자 샬리 아주머니가 살며시 들어왔다. 나는 또 '이크 이런' 하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고는 내 옆에 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젠 모두 기뻐해도 좋다는 등, 징후는 매우 양호하며, 저애는 자꾸만 저렇게 잠만 자고 있고, 점점 회복 일로에 있으며, 평온을 회복하고 있으니 십중팔구 이번에 눈을 뜨면 제정신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후 톰은 몸을 꿈틀거리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건 난 집에 돌아와 있는 게 아냐. 어찌된 셈일까? 뗏목은 어디 있는 거야?" "그건 아무 문제도 없어." 내가 대꾸했다. "그리고 짐은" "아무 일 없어."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그다지 힘 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톰은 그런 걸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옳지, 잘 됐어. 이제 우린 안전하구나. 아주머니에게 얘기했나?" 내가 그렇다고 하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나보다. 먼저 "뭘 말이냐, 시드" 하고 물었다. "뭔 뭐예요, 자초지종 전부 말이에요." "자초지종 전부라니?" "전부가 전부지 뭐예요. 하나밖에 없어요. 어떻게 해서 우리들이 -나와 톰이 -도망꾼 검둥이를 자유의 몸으로 했는가 하는 거예요." "뭐라고 도망꾼 검둥일, 어머나, 이 앤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걸까, 대관절 저런 저런, 너 또 머리가 이상해졌구나" "아뇨. 난 머리가 이상해진 게 아니고 모든 걸 제정신으로 하고 있는 거예요. 나와 톰이 그 검둥일 자유의 몸으로 해준 거예요. 게다가 그걸 근사하게 해치웠어요." 톰이 지껄이는 것을 아주머니는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내 가 끼어들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봐요 아주머니, 여간 힘이 들지 않았어요. 몇 주일이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밤마다. 몇 시간씩, 집안 식구들이 모두 자고 있는 동안에 말이에요. 그다음 우리는 초니, 욧잇이니, 난상기니, 숫돌이니, 밀가루니,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물건을 훔치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그리고 톱을 만드는 등, 펜을 만드는 등, 문구를 파는 등, 그밖에 또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얼마나 수고가 들었는지 아주머닌 모를 거예요. 그리고 또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 맛의 절반도 아주머닌 모를 거예요. 그러고 나서 우리는 관이니 뭐니 하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 되었고, 강도로부터 온 익명의 편질 쓰지 않으면 아니 되었고, 피뢰침을 기 어내려갔다. 올라갔다.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붙여 지은 오두막으로 통하는 구멍을 뚫지 않으면 안 되었고, 밧줄 사다릴 만들어 파이 속에 다 넣어서 들여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고, 도구로 쓸 스푼과 그 밖의 것들을 아주머니 에이프런 포켓 속에다. 넣어서 들여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예요." "아니, 얘들이" "....그리고 그 오두막 안으로 짐과 벗이 될 쥐니 뱀이니 뭐니를 잔뜩 틀어넣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예요. 그걸 아주머니가 톰이 모자 속에다. 버터를 넣은 채 그렇게 오랫동안 붙잡아 놓고 있었으므로 이 일은 하마터면 실패하고 말 뻔했어요. 왜냐하면 그건 우리들이 오두막을 나서기 전에 사람들이 우우 몰려왔기 때문으로, 우린 뛰어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은 인기척을 알아듣고 우리들에게 총을 쐈던 것인데, 그 바람에 내가 맞은 거예요. 우리는 길에서 몸을 비켜 그 사람들을 먼저 보내지 않았겠어요. 개는 왔어도 우리들에겐 아무 볼일도 없었으므로 앞으로 가버렸지 뭐예요. 그 후 우리는 카누를 타고 뗏목 있는 데로 향했고, 아주 완전한 몸이 되었고, 짐은 자유의 몸이 된 거예요. 들어봐요, 이걸 전부 우리 손으로 해낸 거예요. 굉장하죠, 아주머니" "어머나, 이런 얘긴 난생처음 듣는구나. 정말 그럼 그게 모두 너희들이었단 말이냐, 이 꼬마 악당 녀석들아. 요새 이러니저러니 하고 장난을 한 것도 감쪽같이 우릴 속여 우릴 죽도록 무섭게 한 것이 그게 모두 네놈들 장난이었단 말이냐. 이제라도 당장 네놈들을 혼내주고 싶어. 이 몸이 막 스멀거리는구나. 그것도 모르고 매일 밤 그렇게 궁상맞게 걱정을 하며 있었다고 생각하니....너 남기만 해봐라, 이 장난꾸러기 악당 녀석들아, 꼭 네 두 놈의 나쁜 버르장머릴 고쳐놓고 말 테니" 그러나 톰은 득의만만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얘기를 그만두기는커녕 혀는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주머니도 맞장구를 치며 까닭 없이 화를 내며 마치 고양이 싸움처럼 두 사람이 동시에 지껄였다. "그래 좋아, 어서 지금 실컷 네 계획이 잘 됐다고 좋아해라. 왜냐하면 이봐라, 다시 한번 그놈에게 손을 대는 걸 나에게 들켜만 봐라." "누구에게 손을 대요" 통은 웃던 얼굴을 뚝 감추고는 깜짝 놀랐다는 얼굴로 물었다. "누구에게냐고 누군 누구야, 물론 저 도망꾼 검둥이 놈 말이지. 그 밖에 또 얘기할 놈이 있다더냐" 이번에 톰은 아주 정색으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톰, 놈은 문제없다고 너 지금 그러지 않았던가 도망친 게 아니야" "놈이라니?" 샬리 아주머니가 끼어들었다. "도망둥이 검둥이 말이냐? 도망치다니 천만에. 무사히 데려왔단다. 그래서 도로 그 방에다. 처넣고 빵과 물을 주고, 쇠사슬로 단단히 결박시켜 놓았어, 지금. 인수인이 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팔아 버리거나 둘 중 하나야." 이 말에 톰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두 눈은 이글이글 노기를 띠고 있 었고, 콧구멍은 물고기 아가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놈은 아무도 없어 어서 가, 빨리 분이라 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주는 거야. 짐은 노예가 아냐. 이 지상을 걸어 다니는 어느 생물 못지 않게 자유의 몸이야." "아니 이 앤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난 한마디 한마디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샬리 아주머 니. 아무도 안 간다면 내가 가요. 난 처음부터 그 검둥이 일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기 있는 톰도 알고 있어요. 왓슨 아주머닌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그리고 전에 짐을 하류에다. 팔려고 하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유언으로 짐을 자유의 몸으로 한 거예요." "그럼, 대관절 넌 뭣 펌에 짐을 자유의 몸으로 하려고 했단 말이냐, 벌써 자유의 몸이 되었다면서" "글쎄요, 실은 그게 문제예요, 역시 아주머니도 여잔 여자군요. 뭘 요, 난 그 모험의 재미를 맛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목까지 담그고 피바다를 건너는 한이 있어도....아니, 폴리 아주머니" 폴리 아주머니가 파이를 실컷 먹은 천사 모양으로 기분 좋은 얼굴로 만족스럽게 문 안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샬리 아주머니는 폴리 아주머니에게로 뛰어들어 목이라도 떼어 버릴 듯이 꼭 껴안고는 매달려 울었다. 암만해도 우리들에게 사태가 불리하게 벌어질 것만 같아 나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가 거기서 내다보고 있으려니까, 얼마 후에 톰네 폴리 아주머니는 샬리 아주머니를 풀어 젖히고는 안경 너머로 톰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 꼴은 마치 톰을 땅속에다. 쑤셔 박아 버리려는 듯한 꼴이었다. 얼마 후에 폴 리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옳지, 넌 저쪽을 보고 있는 게 좋을 거다. 나라면 그렇게 해, 톰"
"어머나" 샬리 아주머니가 끼어들었다. "이 애가 그렇게 변했어요. 아니, 이 아인 톰이 아냐요, 시드지, 통은....톰은 아니, 톰은 어디 갔을까? 조금 아까까지 여기 있었더랬는데" "아우님 얘긴 허클 핀 얘기야. 허클 핀 얘기래두. 이 긴 세월 동안 톰과 같은 장난꾸러기를 길러낸 내 눈에 톰을 못 알아볼 리가 어딨어. 잘못 본다는 건 참 이상한 얘기지. 그 침대 밑에서 어서 나와, 허클 핀." 그래서 나는 나왔지만 가슴속이 조마조마했다. 달리 아주머니는 마치 여우에게 흘린 듯한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는 그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한 사람 그러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방안으로 들어와서 아주머니들로부터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사이러스 아저씨였다. 마치 아저씨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그날 하루를 멍하니 아무것도 모르고 지냈다. 그날 밤 기도회의 설교를 한 것인데, 그것은 아저씨를 굉장히 유명하게 했다. 왜냐하면 세계의 최연장자라도 그 설교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그래 톰네 폴리 아주머니는 내가 누구이며.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을 낱낱이 얘기했다. 그래서 나도 톰 소여로 오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입장이 곤란했었는가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펠프스 부인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아니다. 앞으로도 샬리 아주머니라고 날 불러줘. 난 그렇게 불리는 데 익숙해졌고, 그러니 고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 샬리 아주머니가 나를 톰 소여로 오인했을 때 나는 그대로 참고 있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는 것을 부득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할밖에 딴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톰이 그런 것에 마음을 쓰고 있지 않으리라고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신비한 것이라면 톰은 혹하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리고 톰은 거기서 모험을 만들어 내고는 완전히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톰은 자기가 시드인 척하여 되도록 나의 입장을 곤란하게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톰네 폴리 아주머니는 왓슨 아주머니가 유언으로 짐을 자유의 몸으로 해준 것은 톰이 말한 그대로라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톰은 자유의 몸인 검둥이를 자유의 몸으로 하기 위해서 그런 귀찮은 연극을 했고 성가신 일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까지, 또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까지 그런 좋은 집안에서 자라는 톰이 어찌하여 검둥이를 자유의 몸으로 하려는 사람을 도울 생각이 났는지 아무리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샬리 아주머니가 톰도 시드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편지를 보냈을 때, 자기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노라고 폴리 아주머니는 말했다. "옳지, 저것 좀 봐 내 생각하던 그대로야, 그 앨 감독할 사람 하나 붙이지 않고 혼자 떠나보냈으니 저 꼴이 되고 말았지 그러니까 내가 당장 강을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고, 이번엔 그 애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그걸 가봐야겠다고 말이야. 아우님한테서 그것에 관한 답장이 을 것 같지 않았으니까 "아니, 형님이 무슨 편질 했단 말이오 한 장도 못 받았는데 우린." "아니 저런 그래도 난 시드가 와 있다고 하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두 번씩이나 안부 편질 냈는데" "하지만 한 번도 안 받았수, 형님." 폴리 아주머니는 천천히 엄숙한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너지, 톰" "예. 뭔데요" 통은 시치미를 떼고는 뚱해서 대답했다. "뭔데요라니, 이 뻔뻔스러운 녀석아. 그 편지를 이리 내놔." "무슨 편지인데요" "그 편지 말이야. 네 녀석을 거꾸로 매달아서라도 그 편지를 내놓게 하고 말 테니 어디 봐라." "가방 속에 있어요. 그럼 됐지요. 우체국에서 찾아온 대로 그대로 뒀어요. 난 안은 보지도 않았어요. 만져 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이 편지가 귀찮은 문제를 일으키리라는 건 알았어요. 그래서 급한 편지가 아니라면 감춰도 좋으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 암만해도 네 녀석을 때려야만 해, 꼭. 그건 틀림없어. 그 후 난 또 한 통, 그리 간다는 편질 했는데 그것도 저 녀석이...." "아니, 그건 어제 왔어요. 아직 읽진 않았지만 그건 확실히 받았습니다." 나는 샬리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에 2달러를 걸어도 좋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러한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리라고 생각하고는 잠자코 있었다.
최종장 이 이상 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톰과 들이만 있게 되자 탈출에 성공했을 때에는 어떻게 할 작정이었느냐고 물었다. 탈출에 성공하고, 이미 자유의 몸이 되어있는 검둥이를 다시 또 자유의 몸이 되게 했을 때에는 어떻게 할 계획이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톰은 짐을 무사히 도망치게 한 경우 처음부터 머릿속에서 계획하고 있던 것은, 짐을 뗏목에다. 태워서 강 하구까지 모험을 하면서 데리고 내려간 후, 그다음에는 짐에게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서 정정당당히 기선에 태워 고향으로 데리고 가, 짐에게 이제까지 수고를 끼친 수고비를 주고, 미리 편지를 내어 고향 일대의 검둥이들에게 출영을 나오게 하여, 횃불 행렬과 악대로 마을을 오게 한다. 그렇게 하면 짐은 영웅이 되고 우리들도 영웅이 될 게 아니겠느냐고, 톰이 우쭐대었다. 그러나 나는 일이 이렇게 된 것만도 참 잘 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는 곧 짐의 쇠사슬을 풀었다. 그리고 짐이 그야말로 의사를 잘 도와서 톰을 간호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폴리 아주머니도, 샬리 아주머니도, 사이러스 아저씨도 그야말로 떠들어대며 짐에게 훌륭한 옷을 입혔고, 먹고 싶은 것은 아무거나 마구 먹였고, 편히 그날그날을 보내게 하며,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병실로 짐을 데려다. 놓고는 얘기꽃을 피웠다. 톰은 그렇게 참을성 있게 우리들을 위해서 죄수 노릇을 해주었고, 그 역을 그렇게까지 잘해준 대가라고 하면서 짐에게 40달러를 주었다. 짐이 기뻐하는 꼴은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저, 허클 도련님, 내 뭐라고 했었지. 그 작슨 섬에서 말이야, 난 가슴팍에 털이 나 있다고 하지 않더냐 말이야 그리고 다시 한번 부자가 된다고 하지 않더냐 말이야 그게 그대로 됐지 뭐야. 정말 그대로 성사되고 말았지 뭐야 글쎄, 암만 나에게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 예고는 역시 예고란 말이야. 깔볼 수는 없어. 그리고 내가 이제 이렇게 서 있는 게 확실한 것처럼 이제 다시 한번 부자가 되리라고 하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이야. 진작부터 " 그러고 나서 톰은 언제 그칠지 모를 이야기를 계속 자꾸만 지껄이던 끝에, 가까운 장래에 밤에 셋이서 이곳을 탈출하여, 여행 도구를 준비하여 반 달이나 한 달쯤 거기 토인 부락에 있는 인디언 사이에서 대모 험을 한바탕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는 말을 꺼냈다. 나는 좋겠다고, 내 마음에 들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나에겐 도구를 살 돈이 없고, 집에서 보내 달라고 할 수도 없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먼 옛날에 벌써 아빠가 돌아와서 대처 판사에게서 그 돈 전부를 틀림없이 찾아갔을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톰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냐, 아직 마셔 버리진 않았어. 고스란히 그대로 있어, 거기 6천몇백 달러의 돈이 그리고 네 아버진 그때 이후론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었어. 어쨌든 내가 떠날 때까진 돌아오지 않았어 " "그 양반은 이젠 돌아오지 않아, 허클 도련님 " 짐이 끼어들었다. "왜, 짐" "왜구 뭐구 없어, 허클 도련님 하지만 그 양반은 돌아오지 않는대" 그러나 내가 어찌나 몹시 따지고 드는지 짐이 털어놓았다. "이봐, 임자는 강을 떠내려온 집을 기억하고 있어 그 안에 사람이 있었지. 그 위에 무엇이 덮여 있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내가 안으로 들어가서 덮여 있는 걸 들춰 보았는데, 아 왜 내가 임자더러 오지 못하게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임자는 필요할 때 임자 돈을 타낼 수 있어. 왜라니 그게 그 양반이었으니까 그렇지 뭐야." 톰은 거의 완쾌되었고, 빼낸 총알을 시계 대용으로 줄에다. 달아 목에다. 걸고 있었다. 그리고는 늘 지금 몇 시냐고 하고는 그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그래서 이것으로 이 이상 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기쁘다. 그 까닭은 만일 책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를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이러한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테다. 그러나 나는 톰이나 짐보다도 먼저 토인 부락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샬리 아주머니가 나를 양자로 삼아 사람 구실을 하게 해주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그런 경험이라면 한 번 맛본 적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