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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처스(Watchers) 6

Bollnow 2024. 3. 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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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일 화요일 오후, 그들이 아인스타인과 함께 퇴원하게 되자 짐 키네는 그들을 보내는 것에 몹시 서운해했다. 그는 픽업트럭에까지 배웅나와 운전석 쪽에 서서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해야 할 치료책을 다시 설명하고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에게 아인스타인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리고는 그 개의 치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술과 저녁과 대화를 위해서도 자신을 방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수의사가 자신도 아인스타인의 친구가 되고 싶으며 그 신비한 삶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려 한다는 것을 트라비스는 알았다.

", 날 믿어요. 우린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에 당신도 우리 집으로 와서 우리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지요."

"그러고 싶어요."

"우리도 그래요." 트라비스가 진심으로 말했다.

노라는 자기 무릎 안으로 아인스타인을 감싸고는 담요로 한 번 더 감았다. 그는 아직 예전의 식욕을 되찾진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몸이 약했다. 그의 면역 체계는 심한 혹사를 당했다. 그래서 그는 당분간 보통 때 보다 질병에 더 민감할 것이다. 그가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때까지는 가능한 한 집 안에 더 오래 머물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어야 할 것이다.

멍들고 부은 듯한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온통 꽉찼다. 태평양은 너무 거칠고 회색빛이어서 바닷물이라기보다는 수십억 개의 파편들과 석판들이 땅 밑의 어떤 지각 변동으로 끊임없이 동요되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그 황량한 날씨도 날 듯한 트라비스의 기분을 풀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노라도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자기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거의 색깔 없는 이 겨울 날의 우울한 마저 소중하다는 듯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풍경들을 살피고 있었다. 아마 그는 짐 키네 사무실 밖의 세상을 다시 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경우라면 어지럽게 돌이 널려 있는 것 같은 바다와 멍들어 부르튼 것 같은 하늘마저도 귀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과 함께 노라를 픽업에 남겨두고 차에 놔두었던 38구경 권총을 들고 뒷문을 통해 혼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주 그들이 급히 떠난 후 전등들이 계속 켜 있는 부엌으로 들어가 즉시 캐비닛의 은밀한 곳에서 Uzi 자동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차에서 가져온 것은 한쪽으로 치워 놓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가면서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좀 큰 가구들 뒤나 벽장 안 등을 살펴보았다.

도둑이 침입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런 시골 지역은 상대적으로 범죄가 없다. 그래서 며칠씩 문을 잠그지 않고 집을 비운다 해도 집 안 물건들을 모두 가져갈 도둑이 들 위험성이 없었다. 그의 걱정거리는 도둑이 아니라 아웃사이더였다. 집 안은 한적했다. 트라비스는 픽업을 헛간으로 몰고 가기 전에 그곳도 점검해 보았다. 그러나 그곳 또한 안전했다. 집 안에서 노라는 아인스타인을 내려놓고는 그에게서 담요를 걷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부엌을 돌아다니며 물건들의 냄새를 맡았다. 거실에서 그는 차가운 벽난로 옆에 있는 자신의 책장 넘기는 기구를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그는 부엌 식품 저장실로 들어가서는 발 페달로 전등을 켰다. 그리고는 합성 수지관에서 철자 조각들을 꺼냈다.

.

개 옆에서 몸을 구부리며 트라비스가 말했다. "여기 있는 게 확실히 좋지, 그렇지?"

아인스타인이 코로 트라비스의 목을 비비며 그의 목덜미를 핥았다. 그 누런 털이 보풀보풀했고 깨끗한 냄새가 났다. 짐 키네가 그의 진료실에서 목욕을 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풀보풀하고 깨끗하긴 했지만 아인스타인 자신의 본래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지쳐 보였고 또 일주일도 안 되어서 체중이 몇 킬로 줄어서인지 여위어 보였다.

아인스타인은 더 많은 철자들을 발로 꺼내서 마치 자신의 기쁨을 강조하듯 똑같은 단어를 만들었다. .

노라가 식품 저장실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집은 마음이 있는 곳이야. 그리고 이 집에는 많은 마음들이 있지. , 저녁을 좀 빨리 먹자. 미키 마우스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는 비디오를 틀어 놓고 거실에서 저녁을 먹자꾸나. 넌 그거 좋아하니?"

아인스타인이 자신의 꼬리를 맹렬하게 흔들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차렸는데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니? 저녁으로 비엔나소시지를 만들었는데 말이야."

아인스타인이 자신의 주둥이를 핥았다. 그는 더 많은 철자 조각들을 꺼내 그것으로 트라비스의 제안에 열렬히 찬성한다는 자신의 뜻을 보였다.

집은 비엔나소시지가 있는 곳.

트라비스가 한밤중에 깨었을 때 아인스타인은 침실 창가에서 앞발을 창틀에 올려놓고 뒷발로 서 있었다. 옆 침실 야간 등의 간접적인 불빛으로 그의 모습이 겨우 보였다. 창문 위에 닫힌 안쪽 덧문에 빗장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그 개는 앞뜰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그가 동원하는 감각 중 가장 덜 의지하는 것이 시각일 것이다.

"저 밖에 뭐가 있니? 얘야." 트라비스가 노라를 불필요하게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하게 물었다.

아인스타인이 창문에서 앞발을 내리고는 트라비스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매트리스 위에 올려놓았다. 개를 어루만져주며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놈이 오고 있니?"

단지 가냘픈 이상한 울음소리로만 대꾸하고 아인스타인은 침대 옆 바닥에 엎드려 다시 잠들었다. 몇 분 후에 트라비스도 잠들었다. 그는 새벽 가까이 되어서 다시 깨었고 이번엔 노라가 침대 가에 앉아서 아인스타인을 어루만져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도로 주무세요." 그녀가 트라비스에게 말했다.

"무슨 일 있소?"

"아무 일도요." 그녀가 졸리운 목소리로 말했다. "깨어보니 얘가 창가에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아녜요. 주무세요."

그는 다시 가까스로 잠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아웃사이더가 6개월 동안 아인스타인을 추적해오는 동안 도구 사용하는 법을 배울 정도로 영리해져서 이제 그 노란 눈을 번뜩이며 도끼로 침실 덧문을 쳐부수고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2

그들은 아인스타인에게 정한 시간에 맞추어 약을 먹였다. 그리고 그는 알약들을 순순히 잘 삼켰다. 그들은 그가 다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잘 먹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식욕은 아주 천천히 돌아올 뿐이었다. 그가 줄었던 체중을 되찾고 예전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는 몇 주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날로 날로 그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1210일 금요일, 아인스타인은 밖으로 짧은 산책을 나갈 정도로 강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가끔 약간씩 동요되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걸을 때마다 비틀거리진 않았다. 그는 그 동물 병원에서 모든 예방 주사를 다 맞았다. 그가 막 이겨낸 디스템퍼에 더하여 광견병까지 걸릴 가능성은 이제 없다.

날씨는 지난 몇 주 동안 가장 온화했고 최저 온도라 봐야 17도에 바람이 없었다. 하늘에 흩어져 있는 구름은 하얗고, 태양은 구름에 가려져 있지 않았을 때는 살결로 생기를 느낄 정도의 따뜻함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집 주위의 적외선 센서들과 헛간에 있는 일산화질소를 점검하러 가는 데 트라비스를 따라갔다. 그들은 지난번 이 코스를 따라 함께 걷던 것보다는 좀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자신의 일로 복귀한 것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

노라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의 초상화였다. 아인스타인은 자신이 그녀가 그리는 최근 작품의 대상이 된 줄 알지 못했다. 이 그림은 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의 하나였고 일단 크리스마스 날 개봉되고 난 후에는 거실 벽난로 위에 걸어놓을 것이다.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이 헛간을 나와 뜰로 들어섰을 때 말했다.

"그놈이 좀 더 가까이 왔니?"

그 질문을 받자마자 아인스타인은 항상 하던 그 일상적인 절차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덜 노력했고 또 공기 냄새도 덜 맡았으며 그들 주위의 어두운 숲도 덜 관찰했다. 그리고 트라비스에게 돌아와서 걱정스러운 듯 낑낑댔다.

"그놈이 저기 어디에 있니?" 트라비스가 물었다.

아인스타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다시 숲을 살펴보기만 했다. 당황한 채.

"그놈이 아직도 오고 있니?" 트라비스가 물었다.

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놈이 저번보다 더 가까이에 있니?"

아인스타인은 원을 그리고 걸으며 땅 냄새와 공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곧추세우고 이리 저리 돌아 보았다. 한참만에 그는 집으로 돌아가 문 앞에 서서 트라비스를 바라보며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인스타인은 곧바로 식품 저장실로 갔다.

몽롱함.

트라비스는 바닥에 있는 그 단어를 응시했다. "몽롱해?"

아인스타인은 더 많은 철자 조각들을 꺼내 코로 밀어 단어들을 만들었다. 신호가 흐림.

"아웃사이더를 감지하는 네 능력에 관해 말하는 거니?"

짧게 꼬리를 한번 흔들었다. 예스.

"그놈을 더 이상 감지할 수 없니?"

한번 꼬리를 흔들었다. 예소.

"그놈이 주...... 죽었다고 생각하니?"

모르겠음.

"아니면 네가 아플 때는 너의 그 육감도 작동이 되지 않는 모양이지. 그도 아니면 지금 네 몸처럼 그것도 허약해졌거나......"

그럴지도.

트라비스는 철자 조각들을 모아 분류해 수지관에 다시 넣고는 잠시 생각했다. 불길한 생각이었다. 초조한 생각이었다. 그들은 저택 주위에 경보 시스템을 설치해 놓았다. 그렇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조기 경보로서 아인스타인의 그 육감에 의지했었다. 이제 트라비스는 자신이 해오던 경계 태세와 또 예전 델타 포스 맨으로서의 능력에만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방어 체계에 그들도 모르는 어떤 허점이 있다면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건 아인스타인의 그 능력뿐이었다. "넌 가능한 한 아주 빨리 회복돼야만 해." 그가 사냥개에게 말했다. "넌 정말 식욕이 없을 때라도 먹으려고 애써야만 될 거야. 넌 될 수 있는 한 많이 자서 네 몸이 회복되도록 해야 하지 지금처럼 창가에서 걱정하며 하룻밤의 반을 다 보내서는 안 돼."

닭고기 수프도.

트라비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것 역시 먹는 게 좋을 거야."

폭탄주는 병균들을 죽여요.

"그런 지식을 어디서 얻었니?"

. 폭탄주가 뭐예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맥주 한 컵 속에 부은 위스키 한 잔."

아인스타인이 그것을 잠시 생각했다.

균을 죽이지만 알콜 중독자가 된다.

트라비스는 웃으며 아인스타인의 털을 헝클어트렸다. "넌 진짜 코메디언이야, 털보야."

내가 베가스에서 공연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넌 틀림없이 할 수 있을 거야."

주역 배우로도?

"그럼, 분명히 할 수 있을걸."

나와 피아 자도라와 함께라.

그는 개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웃으며 식품 저장실에 앉아 있었다.

그런 농담에도 불구하고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이 아웃사이더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로 인해 심하게 괴로워하는 것을 알았다. 그런 농담은 일종의 방어 장치였다. 두려움을 떨쳐 버리는 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날 오후 집 주위를 도는 정도의 짧은 산책에도 피곤해져서 아인스타인은 잠을 잤고 그동안에 노라는 사신의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창가에 앉아서 숲속을 내다보며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자신들의 방어 장치를 생각해보며 허점을 찾아보았다.

1212일 일요일, 짐 키네가 오후에 그들의 집에 와서는 저녁때까지 머물렀다. 그는 아인스타인을 점검하고는 그 개의 회복을 확인하고 기뻐했다.

"우리에겐 너무 늦는 것 같아요." 노라가 초조해하며 말했다.

"내가 말했죠, 시간이 걸릴 거라구요." 짐이 말했다. 그는 아인스타인의 처방 약을 좀 바꾸어 주고는 새로운 알약 병들을 건네주었다.

아인스타인은 책장 넘기는 기구와 식품 저장실에 있는 문자 나열기구를 다루는 걸 보여주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는 또 애써 노라나 트라비스의 도움을 청하지 않고도 연필을 입에 물고 그것으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테이프 리코더 등을 작동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고 그것에 대한 칭찬을 아주 상냥하게 받아들였다.

노라는 그 수의사가 전에 보았던 것보다 눈이 덜 슬퍼 보이고 또 얼굴도 덜 수심에 차 보이는 것에 놀랐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똑같았다. 단지 변한 것은 그에 대한 그녀의 인식일 뿐이었다. 그를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또 그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에게서 천성적으로 보이는 그 시무룩한 모습만을 보았던 것이 아니라 그의 그 침울한 표정 밑에 있는 친절함과 유머까지도 보았던 것이다.

저녁을 먹는 동안 짐이 말했다. "난 문신에 대해서 좀 연구를 해보았어요. 혹시 그의 귀에 있는 숫자를 없앨 수 있을까 해서 말에요."

아인스타인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가까운 마룻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잠시 비틀거리다 부엌 식탁까지 급히 와서는 빈 의자 위로 깡충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똑바로 앉아서 뭔가 기대하는 듯 짐을 쳐다보았다.

"글쎄요," 그 수의사는 자신의 입으로 반쯤 가져갔던 카레 묻힌 닭고기 한 덩어리를 다시 내려놓고는 말했다.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문신들은 없앨 수 있어요. 어떤 종류의 잉크가 사용되었고 또 어떤 방법으로 그것이 피부 속에 새겨졌는가를 알게 되면 아마 그것을 제거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거 멋지겠는데요." 노라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를 발견해서 아인스타인을 데려가려고 해도 자신들이 잃어버린 그 개인지를 증명할 수 없겠네요."

"그래도 여전히 문신 흔적은 남아서 돋보기로 면밀히 검토하게 되면 드러날걸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은 마치 ', 정말 그럴까요?'라고 묻는 양 트라비스에게서 눈을 떼고 짐을 쳐다보았다.

"대부분의 연구소에서는 그냥 실험용 동물에게 꼬리표를 달지요." 집이 말했다. "이런 문신들 중에는 두어 가지 다른 종류의 잉크가 사용돼요. 어쩌면 본래 피부에 생긴 반점 정도로 보이는 것 말고는 아무 흔적도 없이 그것을 없앨 수 있을지 몰라요. 현미경에 의한 검사로도 잉크의 흔적이나 숫자가 있었다는 기미도 드러나

지 않을 거요. 아무튼 이건 아주 작은 문신이고 그 때문에 일이 더 쉽지요. 나는 아직도 그 기법들을 연구 중에 있어요. 하지만 몇 주 안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인스타인이 좀 불편한 것을 꺼리지 않는다면 말이오."

사냥개는 식탁을 떠나서 식품 저장실로 걸어들어 갔다. 철자 조각들을 꺼내는 페달 밟는 소리가 들렸다.

노라가 아인스타인이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 놓았는지 보기 위해 들어갔다.

낙인이 찍힌 채로 있고 설지 않음. 난 황소가 아님.

그 문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었다. 그는 연구소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또한 그 문신 자체를 싶어했다. 그건 자신을 단순한 자산으로 표시하는 것이요, 그래서 그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며 지능을 갖춘 동물로서의 그의 권리에 대한 침해였기 때문이었다.

자유.

"그래." 노라가 한 손을 그의 머리에 올려놓고 정중하게 말했다. "난 이해해. ...... 넌 한 인격체야. 그러니까 영혼을 가진 인격체지." 그녀가 이런 쪽으로 생각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인스타인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성 모독일까?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이 그 개를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분은 틀림없이 아인스타인을 인정해 주셨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절대 반대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그의 용기, 그리고 그의 이타심(利他心) 등으로 아인스타인은 땅에 걸어 다니는 많은 사람들보다도 더 신의 형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자유," 그녀가 말했다. "네가 어떤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난 그럴 것으로 믿고 있지만, 그렇다면 넌 자유 의지와 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타고났어. 너의 귀에 있는 숫자는 모욕이야. 그래서 우린 그것을 없앨 거야." 저녁 식사 후에도 아인스타인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또 참여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기진맥진해져서 벽난로 옆에서 곧 잠에 떨어졌다.

독한 브랜디와 커피를 마시며 짐 키네는 트라비스가 아웃사이더에 대비한 자신들의 방어 전략을 설명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대비책에서 어떤 허점이 없는가 생각해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그는 그 집의 전력 공급의 취약점 말고는 별달리 허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놈이 저기 간선 고속도로에서부터 들어오는 전선을 잘라 버릴 정도로 영리하다면 그놈은 한밤중에 당신들을 어둠 속에 몰아넣게 되고 또 당신의 그 경보 시스템도 쓸모없게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전력이 없으면 헛간의 그 덧 장치도 작동되지 않아 그놈이 들어가도 뒤로 문이 닫히지 않을 것이고 또 일산화질소도 방충되지 않겠지요."

노라와 트라비스는 그를 아래층으로 데려가 그 집 뒤쪽의 반 지하 안으로 인도해 그에게 비상 발전기를 보여 주었다. 그것은 뜰에 묻혀 저장되어있는 40갤런의 가솔린으로 작동되었다. 그래서 그것은 주 전력이 끊긴 후 단 10초만에 집과 헛간, 그리고 경보 시스템에 전력을 다시 전달할 수 있다.

"내가 보기론," 짐이 말했다. "당신들은 만반의 대비를 다 해 놓았군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트라비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난 좀 걱정이......"

1222일 수요일, 그들은 카르멜로 차를 몰고 나갔다. 그리고는 아인스타인을 짐 키네에게 맡겨놓고 그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들과 집 장식물들과 트리, 그리고 트리 장신구 등을 사면서 하루를 보냈다.

아웃사이더가 엄연히 그들에게 가까이 오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연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주 어리석어 보였다. 그러나 트라비스가 말했다. "인생은 짧아. 우린 자기 앞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남겨놓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지. 그러니 무슨 일이 있든 크리스마스를 아무 축하도 없이 그냥 지나가게 놔둘 순 없어.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나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씩 멋진 적이 없었어. 난 그것을 보상하고 싶어."

"바이오렛 이모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 걸 좋게 여기지 않았어요. 이모는 선물을 주고받거나 트리를 세우는 것도 좋게 여기지 않았지요."

"그녀는 삶 자체를 좋게 여기지 않았던 거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번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지. 이번이 당신의 첫 번째 훌륭한 크리스마스가 될 거요. 그리고 아인스타인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가 되기도 하고 말이오."

노라는 생각했다. 내년부터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낼 아기가 이 집안에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건 정말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약간 미약한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과 또 1킬로 정도 살이 찐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에게서 아직 임신했다는 어떤 표시도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배는 여전히 평평했다. 그리고 닥터 웨인골드가 그녀의 체형을 살피더니 배가 단지 약간만 팽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녀는 그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출산 후에 제 몸매로 돌아오는 것이 훨씬 더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기 출산까진 아직 6개월이 남았고 그 정도 기간이면 앞으로 해마같이 커지기에도 충분했다.

픽업으로 카르멜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아인스타인은 노라의 무릎에서 반쯤 잠들어 있었고 픽업의 뒤에는 여러 선물 꾸러미들과 크리스마스 트리로 꽉 차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짐과 푸카와 바쁜 하루를 보내고는 지쳐 있었다. 그들은 어두워지기 한 시간 전쯤에 집에 도착했다. 아인스타인이 집을 향해 앞서갔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고는 이상하다는 듯 둘러보았다. 그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다가 뜰을 가로질러 가서는 마치 어떤 냄새를 추적하는 듯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노라는 선물 꾸러미들을 한 아름 안고 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개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그녀는 트라비스가 발걸음을 멈추고 아인스타인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말했다. "뭐예요?"

"잠깐만 기다려봐."

아인스타인이 뜰을 가로질러 남쪽 숲 가장자리로 갔다. 그는 몸이 굳어진 채 서서 머리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러다가 몸을 떨고는 숲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였다. 그는 반복해서 멈추고는 미동도 없이 서 있곤 했다. 그리고는 몇 분이 지나자 북쪽으로 쭉 돌아갔다.

아인스타인은 꼬리를 간단히 흔들고는 한 번 짖었다. 예스 그리고 노다.

집 안으로 들어가 식품 저장실에서 아인스타인이 메시지를 만들어 놓았다.

뭔가 느껴짐.

"뭐야?" 트라비스가 물었다.

모름.

"아웃사이더?"

아마도.

"가깝니?"

모름.

"너의 육감이 돌아왔니?" 노라가 물었다.

모름. 그냥 느껴짐.

"뭐가 느껴져?" 트라비스가 물었다.

개는 한참 생각한 끝에서야 말을 만들었다.

큰 어둠.

"네가 큰 어둠을 느낀단 말이지?"

예스.

"그게 무슨 뜻이지?" 노라가 불안스럽게 물었다.

더 잘 설명할 수 없음. 그냥 그것이 느껴짐.

트라비스의 얼굴을 쳐다본 노라는 그의 눈에 어떤 걱정이 서려 있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녀 자신의 걱정이 그에게 투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큰 어둠이 저기 어느 곳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오고 있는 것이다.

 

3

크리스마스는 유쾌하고 훌륭했다.

아침에 꼬마전구들로 장식된 트리 주위에 둘러앉아 우유를 마시고 집에서 만든 쿠키들을 먹으면서 그들은 선물들을 열었다. 조크로 노라가 트라비스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은 속옷 박스였다. 트라비스는 노라에게 100킬로가 넘는 여자에게나 맞을 밝은 오렌지색 바탕에 노란색이 있는 무무(헐겁고 화려한 하와이 여자들의 드레스)를 주었다. "당신에게 아무 옷도 맞지 않게 될 3월달을 위해서. 물론 5월엔 이 옷도 맞지 않겠지." 그리고는 그들은 또한 진지한 선물을 서로 교환했다. 보석과 스웨터와 책이었다.

그러나 트라비스나 노라는 그날은 누구보다도 아인스타인의 날이라고 느꼈다. 노라는 그에게 자신이 한 달 내내 그려온 그의 초상화를 주었다. 그러자 사냥개는 그녀가 그림으로 자신을 불멸화시켜 놓은 것에 놀라면서도 또한 아주 우쭐해하며 기뻐했다. 그는 또 새로운 미키 마우스 비디오 테이프 3개를 받았고 또 그의 이름이 새겨진 금속제 음식 접시와 물 접시 세트를 받았다. 거기다 집 안 어느 방이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소형 배터리 동력 시계(그는 시간에 대해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와 기타 다른 몇 가지 선물들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그 초상화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노라는 그것을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벽에 기대어 세워놓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것을 거실 벽난로 위에 걸어놓자 아인스타인은 그 앞에 서서 흐뭇해하며 그 그림을 올려다보았다.

어린애들같이 아인스타인은 선물 그 자체만큼이나 빈 박스, 구겨진 포장지, 리본 등을 가지고 노는 것에 별나게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조크용 선물인, 끝에 하얀 방울 술이 달린 빨간 산타 모자였다. 그 모자가 아인스타인의 머리에 씌워져 고무줄 끈으로 고정돼 있었다. 노라가 그냥 재미로 그에게 씌워 주었던 것이다. 그가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자기 외모에 반했던지 몇 분 후에 노라가 그 모자를 벗기려고 했을 때 그가 거부했었다. 그는 그것을 거의 하루 종일 쓰고 있었다. 짐 키네와 푸카가 오후 일찍이 도착했다. 그러자 아인스타인은 그들을 곧바로 거실로 이끌고 가 벽난로 위에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도록 했다. 그리고는 짐과 트라비스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 시간 동안 그 두 마리 개들은 뒤뜰에서 함께 놀았다. 그 날 아침 선물 주고받기의 흥분에다 또 그렇게 열심히 놀아서인지 아인스타인은 낮잠을 자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개들은 짐과 트라비스가 노라를 도와 크리스마스 디너를 준비하고 있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낮잠을 자고난 후 아인스타인은 미키 마우스 만화 영화를 보며 푸카의 흥미도 유발시키려고 애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푸카의 관심은 도널드와 구피와 프루토가 미키를 난처하게 만드는 장면 정도까지도 지속되지 못했다. 그의 동료의 낮은 IQ를 존중하고 또 그런 교제에도 따분해하지 않으면서 아인스타인은 텔레비전을 끄고는 완전히 개다운 행동들에 빠졌다. 서재에서 약간 좀 씨름을 하다가 아주 열심히 뒹굴고 코에 코를 대기도 하고 그러다 소리 없이 개의 관심사에 대해 서로 교감을 나누었다.

이른 저녁 그 집은 칠면조, 구운 옥수수, 고구마, 그리고 기타 다른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 찼다. 크리스마스 음악이 울렸다. 그래서 이른 겨울밤이 찾아와 안쪽 덧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손 가까이에 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뒤편에 항상 숨어 있는 그 악마적인 아웃사이더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노라는 이번처럼 행복해본 적이 없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그들은 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집은 그들이 아기 이름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푸카와 구석에서 식사를 하먼 아인스타인이 아기 이름 짓는 일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으로 즉각적인 흥미를 보였다. 그는 곧바로 식품 저장실로 뛰어들어가 자신의 제안을 문자로 만들어냈다.

노라는 그 개가 어떤 적당한 이름을 생각해냈는지 보기 위해 식탁에서 일어섰다.

미키.

"절대 안 돼!" 그녀가 말했다. "우린 만화 속의 쥐 이름을 따라 아기 이름을 지을 순 없어."

도널드.

"오리도 안돼."

프루토.

"프루토? 농담하지마, 털보야."

구피.

노라는 그로 하여금 더 이상 페달을 밟지 못하도록 막고는 이미 나와 있는 철자 조각들을 모아서 한쪽으로 치우고 식품 저장실 전등을 껐다. 그리고는 식탁으로 돌아왔다. "당신들은 그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그녀는 트라비스와 짐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진심이에요."

저녁 후 그들은 거실의 트리 주위에 둘러앉아 다른 개 한 마리를 더 구할 짐의 생각을 비롯해서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푸카는 같은 종으로 다른 놈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수의사가 말했다. "그는 이제 일년 반이 다 되었거든요. 그리고 난 그들이 강아지 단계를 아주 넘어서면 인간과의 교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걸로 믿고 있어요. 그들도 우리들처럼 외로워져요. 그리고 난 그에게 짝을 구해 줄 생각이기 때문에 순종의 암놈 사냥개를 구하는 편이 좋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근사한 강아지들을 몇 마리 낳아 팔 수도 있을 거고 말에요. 그래서 그는 친구일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가지게 되는 거죠." 노라는 아인스타인이 그 부분의 대화에 유달리 더 흥미를 보이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짐과 푸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 트라비스는 저장실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견하고 노라를 불러 그것을 보게 했다.

배우자, 동반자, 파트너, 한 쌍의 한쪽.

"하지만, 들어봐, 털보야." 트라비스가 말했다, "넌 너 같은 종족으론 너 하나야. 너 같은 다른 개는 없어. 너의 IQ를 가진 개는 없어." 사냥개는 그 점을 생각하는 듯 보였으나 꺾이지 않았다.

삶은 지성보다 더 큼.

"확실히 맞아."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난 이건 많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삶은 느낌들임.

"맞아." 노라가 말했다. "우리가 그것을 생각해보겠어."

삶은 배우자임. 함께 나누는 것임.

"우리가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또 너와도 좀 더 의논해보기로 하겠어."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제 밤이 늦었다."

아인스타인이 재빨리 메시지를 하나 더 만들었다.

아기는 미키?

"절대 안돼!" 노라가 말했다.

그날 밤 노라는 트라비스와 사랑을 나눈 뒤 침대에서 말했다.

"그가 외로운 게 분명해요."

"짐 키네가?"

"글쎄요, , 그도 분명히 외릅겠지요. 그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죠. 누군가의 훌륭한 남편이 될 거예요. 하지만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외모를 가린단 말에요, 안 그래요? 그들은 사냥개 얼굴을 한 남편을 얻으려고 하지 않아요. 여자들은 대개 자신들을 쓰레기 취급을 하더라도 근사한 모습의 남자들과 결혼하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난 짐 얘기를 한 게 아니에요. 아인스타인 얘기예요. 그는 가끔 외로운 게 틀림없어요."

"우리가 항상 그와 함께 있잖아."

"아니에요. 우린 그렇지 못해요. 난 그림을 그리죠. 그리고 당신은 그 가엾은 아인스타인이 끼어들 수 없는 일들을 하지요. 그리고 당신이 결국 부동산 업계로 돌아간다면 아인스타인이 아무도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거예요."

"그에게 자기 책이 있잖아. 그는 책들을 사랑해."

"아마 책들로도 충분치 못할걸요." 그녀가 말했다.

너무 오랫동안 침묵이 흘러서 노라는 트라비스가 잠든 것으로 생각했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짝을 짓고 강아지들을 낳는다면 그놈들은 어떤 모습들일까?"

"당신 말은...... 그놈들이 그와 같이 영리할 거냐는 말인가요?"

"그게 궁금헤. 내 생각엔 세 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첫째는 그의 지성이 유전될 수 없어서 새끼들은 그냥 평범한 강아지들이 된다는 것이지. 둘째는 그게 유전될 수 있는 경우야. 하지만 그의 배우자 유전자가 그 지성을 희석시켜서 그 강아지들은 영리하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만큼은 못되는 거지. 그리고 세대를 되풀이해갈수록 점차 그것이 희미해지고 엷어져서 마침내는 그의 증증 손자 대 강아지들은 결국 보통 강아지들과 같아질 거야."

"세 번째 가능성은 뭐예요?"

"지성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 인자로서 유전적으로 우성일지 모르지. 그것도 아주 강한 우성 말이야."

"그런 경우엔 그의 강아지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영리할 거야."

"그러면 그들을 닮은 강아지들이 계속 계속되고 마침내는 지능을 가진 누런 사냥개들이 온 지구 상에 수천 마리들이 되겠네요."

그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마침내 그녀가 소리 냈다. "와우!"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가 옳아."

"뭐가요?"

"그건 생각해볼 가치가 있어."

 

4

11월달 그 일을 맡을 땐 빈스 나스코는 돈 마리오 테트라그나의 가시인 오크랜드 놈 라몬 베라즈퀴즈를 없애는 데 한 달이 다 걸릴 것이라곤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빈스는 자신이 베라즈퀴즈를 없애 버리기 전에는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파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트라비스 코넬과 그 여자, 그리고 그자를 추적해 쫓아가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그는 베라즈퀴즈를 빨리 썩은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는 다급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베라즈퀴즈는 젠장 정말 그림자였다. 그 자는 자기 양옆에 두 명의 보디 가드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눈을 피하기보다는 더 잘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하워드 휴즈와 같은 은밀함을 가지고 도박과 마약 사업을 행하면서 테트라그나의 오크랜드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그는 미끄러지듯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 일을 처리하며 여러 대의 다른 차량들을 이용했고 이틀 연속해서 같은 루트로 다니질 않았다.

또 절대 같은 장소에서 사반을 만나지 않았고 길거리를 사무실로 이용했으며 어느 곳에서든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준비하고 조준하고 쏴서 없애 버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치기 위해 나와 있다고 믿는 대책 없는 편집증 환자였다. 빈스는 그 사람을 테트라그나가 제공한 사진과 대조해볼 정도로 지켜볼 수가 없었다. 라몬 베라즈퀴즈는 연기(煙氣)였다.

빈스는 크리스마스 날까지 그를 치지 못했다. 그래서 마침내 그 일을 벌였을 때는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버렸었다. 라몬은 많은 친척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 빈스는 그 뒷집으로 해서 높은 벽돌 담을 넘어 베라즈퀴즈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쪽 담을 내려오면서 풀장 옆 뜰에서 벧라즈퀴즈와 몇몇 사람들이 야외 파티를 하는 걸 보았다. 그들은 거기서 엄청나게 큰 철면조를 굽고 있었다.

그러다가 꽤 먼 거리였지만 그들 모두가 그를 즉시 발견했다. 보디가드들의 손이 어깨 쪽에 있는 무기를 잡으려고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총을 마구잡이로 난사해 그 뜰 전체에 총알을 퍼부어 벧라즈퀴즈와 두 보디가드, 누군가의 부인일 법한 중년의 한 여인, 그리고 늙은 노파 한 명 등 몽땅 다 죽일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윽

으으으윽

으으으윽

으으으윽

으으으윽

그 집의 안팎에서 다른 사람들이 고함치며 엄폐물을 찾아 뛰어들었다. 빈스는 다시 뒷집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도로 그 벽을 올라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뒷집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막 담을 넘으려고 할 때 베라즈퀴즈 집에서 한 떼의 라틴계 사람들이 그에게 총을 발사했다. 그는 몸을 다치지 않고 간신히 빠져나왔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그가 프랭크 디센지아노를 만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돈 테트라그나 소유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프랭크는 그 대부와 바로 동일시되는 신뢰받는 그 집안 지부장이었다. 이 패들은 암살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젠장, 그들은 모든 것들에 대해 다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똥 싸는 것까지도 규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규정을 엄하게 여기고 있었다. 암살애 대한 규정은 아마 다른 것들에 대한 것보다 약간 더 엄하게 여겨질지 모른다. 그 규정의 첫 번째 규율은 암살 대상자가 숨어 버리거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접할 수 없는 상항이 아니라면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죽이지 않는 것이다. 빈스는 그 점에서는 괜찮다고 느꼈다. 그러나 또 다른 규율은 그 대상자를 없애기 위해서 그 사람의 부인이나 아이들이나 할머니를 결코 쏘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짓을 한 암살자가 있다면 아마도 그는 죽은 목숨일지 모른다. 그를 고용한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서 제거될 것이기 때문이다. 빈스는 베라즈퀴즈는 특별한 경우라고 프랭크 디센지아노를 설득할 생각이었다. 다른 어떤 대상자도 한 달씩이나 자신을 피해 다닌 자가 없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오크랜드에서 일어난 일은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이다.

만일 디센지아노, 아니 그 위의 대부가 너무 격분해서 변명을 듣지도 않을 경우를 생각해서 빈스는 총보다 더한 것으로 대비했다.

그는 그들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면 그가 레스토랑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사태의 진상을 알기도 전에 그들이 달려들어 그에게서 총을 빼앗아 버릴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몸에 플라스틱 폭탄을 묶어 놓고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할 때 그것을 터뜨려 그 레스토랑 전체를 날려 버릴 준비를 했다.

빈스는 그 폭발에서도 살아남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 에너지를 흡수했기 때문에 자신이 염원하던 불사성에 점점 더 가까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거기에 도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직접 시험을 해보기 전에는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었다. 만일 폭발 현장의 중심부에 서 있는 것과 뻐기는 몇 놈들을 시켜서 자신에게 수백 발의 탄환을 퍼붓도록 하는 것, 또 자신에게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후 바다에 던져 버리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면 첫 번째 것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을 가능성도 더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디센지아노는 벨라즈퀴즈 계약 건이 완결된 것에 기뻐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는 대부가 빈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고 말했다. 빈스가 레스토랑을 들어올 때 누구도 그를 수색하지 않았다. 구석 칸막이 자리에서 그 식당의 일급 손님으로 대접받으며 그와 디센지아노는 메뉴에도 없는 특별 요리로 점심을 접대받았다. 그들은 또 마리오 테트라그나의 선물인 3백 달러짜리 와인을 마셨다. 빈스가 조심스럽게 죽은 부인과 할머니 문제를 꺼내자 디센지아노가 말했다. "들어봐요, 친구, 우린 이것이 어려운 건이고 힘든 일이라서 규율이 어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니오. 그들은 단지 스페인계 밀입국자들일 뿐이오. 그들은 이 업계 사람들이 아니오. 그들이 이쪽으로의 길을 강행하려고 했다면 그들은 벌써 우리가 원칙대로 나올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을 거요."

안도감을 느끼고는 빈스는 점심을 먹던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폭발 장치의 선을 끊어 놓았다. 위기가 지나간 이 마당에 실수로 그 폭탄이 터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점심을 끝마쳤을 때 디센지아노가 명단을 빈스에게 주었다. 9명의 이름이 있었다. "다 집안 사람들은 아니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신분증 사업을 하기 위한 권리금으로 대부에게 돈을 바치고 있소. 앞서 11월에 당신이 벨라즈퀴즈 건을 성공할 것을 예상해서 내가 이 아홉 명에게 말해 두었소. 그러니 이 사람들은 할 수 있는 한 어떤 방법으로든 당신에게 협조하길 바란다는 대부의 뜻을 기억하고 있을 거요."

빈스는 바로 그날 오후 일을 착수했다. 명단에 있는 첫 번째 4명 중 2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들은 가게 문을 닫고 연휴 휴가를 떠났다. 빈스에게는 지하 범죄 세계가 마치 학교 선생님들마냥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를 찾아가며 일읕 쉬는 것은 잘못인 것 같았다.

그러나 다섯 번째 사람인 안손 반 디네는 그의 반나체 클럽인 Hot Tips바 아래 지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226530분에 빈스는 자신이 찾던 것을 찾았다. 반 디네는 트라비스 코넬의 사진을 보았다. 그것은 빈스가 산타 바바라의 묵은 신문에서 오려온 것이었다. ", 이 사람 기억나요. 그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지요. 보통 내게 오는 고객들과는 달리 급작스럽게 미국인이 되려는 것처림 보이는 외국인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또 이름을 바꾸고 얼굴을 숨길 필요가 있는 딱한 전과자도 아니었지요. 덩치가 큰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거칠거나 그렇게 나오지도 않았죠. 하지만 그를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든 마추 바닥에 쭉 퍼지게 만들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지요. 아주 자제력이 강했고 또 경계심이 많았지요. 아무튼 잊혀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그와 함께 온 그 근사한 가시내지요."

턱수염이 있는 그 2명의 컴퓨터 귀재 중 하나가 말했다.

"그 여자를 보면 죽은 사람도 그게 일어설걸요." 다른 친구가 말했다.

첫 번째 친구가 말했다. "그래요, 죽은 사람도 간단하게 그렇게 될걸요."

빈스는 그들이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불쾌하기도 했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무시했다. 반 디네에게 그가 말했다. "당신이 그들에게 준 새 이름들을 기억해낼 수가 있겠소?"

"물론이요. 우린 그것을 화일에 담아놓았지요." 반 디네가 말했다.

빈스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난 당신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록들을 보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당신들에게 안전하고 또 당신들의 고객들에겐 절대적이고 말이오."

반 디네는 어깨를 으쓱했다. "고객은 무슨 망할 고객! 언젠간 연방 경찰이나 지방 경찰들이 덮쳐서 우리들을 끌고 갈 겁니다. 아마 그땐 난 변호사 비용을 위해서 어디선가 꾸준히 돈을 받을 필요가 생길 겁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가짜 이름으로 살고 있는 수천 명의 이 촌놈들 명단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소? 이 촌놈들은 완전히 새로운 삶을 또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약간 시달림을 받으며 사는 것을 기꺼이 택할 거요."

"갈취로군요." 빈스가 말했다.

"추한 단어지요." 반 디네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적당한 것 같군요. 아무튼, 우리가 걱정하는 건 우리가 안전하고 또 우리를 입건할 만한 기록들을 여기에 없게 하는 것이 다죠. 우린 데이타를 이 지저분한 곳에 보관하지 않아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신분증을 만들어 주면 바로 그 기록을 안전한 전화선을 통해 여기 있는 컴퓨터에서 다른 곳에 보관해둔 우리의 또 다른 컴퓨터로 전송하지요. 바로 그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서 그 데이타는 여기 있는 컴퓨터로는 뽑아낼 수 없어요. 그건 일방 통행로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체포당하게 된다 할지라도 경찰의 컴퓨터 요원들이 이 컴퓨터로는 우리 기록들을 접할 수가 없어요. 아마 그들은 그 기록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를걸요."

이 새로운 하이테크 범죄 세계에 빈스는 머리가 멍해졌다. 범죄로는 무한하게 영리한 사람인 대부마저도 이 사람들이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컴퓨터들을 통해 안전하게 보관하는 법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빈스는 반 디네가 그에게 말한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그것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러면 나를 그 다른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코넬의 새로운 신분을 알아내줄 수 있소?"

"돈 테트라그나의 친구를 위해 내 목을 자르는 일이 아니라면 기꺼이 무슨 일어든 하겠소. 나를 따라와요."

반 디네는 빈스를 태우고 차이나타운에 있는 분주한 한 중국 음식점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150석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리고 모든 테이블이 다 차 있었다. 손님들은 동양계라기보다는 대부분이 백인들이었다. 그 집은 컸으며 종이 등들과 용 벽화들, 이미테이션 자단(紫檀) 병풍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또 한자 모양의 금관 악기 관들이 놓여 있었지만 빈스에게는 자신이 지난 8월에 바퀴벌레 판탄글라와 두 명의 연방 경찰을 살해했던 그 천박한 이탈리아 음식점과 다를 바 없었다. 중국식에서 이탈리아식으로, 또 폴란드식으로, 또 아일랜드식 등등으로 바뀐다 해도 모든 민속 예술이나 장식들은 그 속 알맹이까지 까고 보면 한결같이 다 똑같은 것들이었다.

주인은 30대의 중국인으로 빈스에게는 단지 안으로만 소개되었다. 얀이 주는 칭타오 몇 병을 들고 반 디네와 빈스는 그 주인의 지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두 개의 책상에 두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그 하나는 사무실 중간에 다른 하나는 한쪽 구석에 밀쳐져 있었다. 그 구석에 있는 것은 스위치가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그 앞에서 일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내 컴퓨터요." 반 디네가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은 아무도 이것으로 일하지 않아요. 이것에 손도 대지 않지요. 매일 아침 모뎀을 가동시키기 위해 전화선을 연결하고 또 밤에 전화선을 끊어 놓는 일만 하지요. Hot Tips바에 있는 내 컴퓨터들이 이것과 연결되어 있어요."

"당신은 얀을 믿소?"

"내가 그에게 이 사업을 시작하는 자금을 빌려주었어요. 그는 내 덕에 이렇게 잘된 거죠. 그리고 그 융자는 아주 깨끗하고 정상적인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나나 돈 테트라그나와 연결지을 수 없어요. 그래서 안은 경찰들에겐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하는 아주 선량한 시민으로 남아 있는 거지요. 그 보답으로 그가 내게 해주는 것은 이 컴퓨터를 여기에 보관해 주는 게 전부요."

모니터 앞에 앉아서 반 디네는 키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분 만에 그는 트라비스 코넬의 새로운 이름인 사무엘 스펜서 하야트를 띄워 올렸다.

"오케이," 빈스가 말했다. "이제 그것들을 당신의 기록들에서 없애 버려요."

"무슨 말이오?"

"그것들을 지워 버려요. 그 컴퓨터에서 없애 버리란 말이오.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당신 것이 아니오. 그건 내 것이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오. 바로 내 것이란 말이오."

잠시 후 빈스는 반 디네와 함께 비위 상하는 그 퇴폐적인 장소인 Hot Tips으로 돌아왔다.

지하실에서 반 디네는 마치 두 마리 도깨비처럼 24시간 그곳에 내리눌러 사는 것 같은 그 턱수염의 귀재들에게 하야트와 에이미스란 이름을 건네주었다.

그 도깨비들은 우선 교통부 컴퓨터들을 침입해 들어갔다. 그들은 하야트와 에이미스가 새로운 신분증을 얻은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어딘가에 정착해서 주 정부에 주소 변경 신청을 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야호!" 도깨비 중 하나가 외쳤다.

주소 하나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그러자 그 턱수염의 오퍼레이터가 인쇄 출력 명령을 입력했다.

안손 반 디네가 프린터에서 인쇄된 종이를 찢어 그것을 빈스에게 넘겨주었다.

이젠 하야트와 에이미스가 된 트라비스 코넬과 노라 데본은 카르멜시 남쪽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변의 한 시골에 살고 있었다.

 

5

1229일 수요일, 노라는 닥터 웨인골드와의 예약 시간에 맞추기 위해 혼자 카르멜로 차를 몰고 나갔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너무 어두웠고 구름 사이를 가로지르는 하얀 갈매기들이 대조적으로 거의 백열등과 같이 밝게 빛났다. 이런 날씨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부터 계속 똑같았었다. 그러나 곧 쏟아질 것만 같은 비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닥터 웨인골드의 사무실 뒷편 주차장에 픽업트럭을 막 세우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녀는 바로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모자 달린 나일론 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자를 머리에 올려 쓰고는 트럭에서 나와 일층 벽돌 건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닥터 웨인골드는 그녀를 철저하게 검사하더니 그녀에게 바이올린처럼 건강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 말을 아인스타인이 들었으면 아주 재미있어 했을 것이다.

"3개월째인 산모가 이렇게 근사한 몸매를 한 것은 본 적이 없소." 의사가 말했다.

"전 이놈이 아주 건강한 아기로 나왔으면 해요. 아주 완벽한 아기 말에요."

"그렇게 될 거요."

그 의사는 그녀의 성이 에이미스고 남편 성은 하야트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혼한 사이라면 왜 성이 똑같지 않느냐고 묻지도 않았고 또 이상하게 보지도 않았다. 그런 것이 오히려 노라를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데본의 집에서 그 껍질을 깨고 벗어나 들어온 이 현대 세계가 이런 일들에 관해서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닥터 웨인골드는 전처럼 그녀에게 아기의 성별을 확인해볼 테스트를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녀는 전처럼 거절했다. 그녀는 그냥 묻어두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그 짜릿한 맛을 만끽하고 싶었다. 게다가 만일 여자아이라고 판명나게 되면 아인스타인이 그 애 이름을 "민니"로 부르라고 성화를 부리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예약 스케줄을 잡기 위해 접수 간호사와 상담을 하고 난 후 노라는 다시 모자를 머리에 올려 쓰고는 휘몰아치는 빗속으로 나갔다. 비는 심하게 내리고 있었다. 빗물이 인도로 넘쳐 흘렀고 자갈로 된 주차장에는 깊은 웅덩이가 생겼다. 그녀는 작은 냇가가 된 주차장을 철벅철벅 결어 픽업트럭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운동화가 젖었다.

그녀가 트럭에 막 이르렀을 때 그 차 옆에 주차되어있는 빨간색 혼다에서 한 남자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그 작은 차에 비해 아주 덩치가 큰 남자였고 또 이런 비에 대비한 복장이 아니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는 진 바지에 청색 폴라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노라는 생각했다.

'저 가엾은 사람은 속살까지 젖겠네.'

그녀가 운전석 문을 열고 트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그 청색 스웨터 차림의 남자가 그녀를 좌석 너머로 밀어 부치며 따라 들어와서는 운전석에 앉았다. 그가 말했다. "만약 고함치거나 투덜거리거나 하면 너의 창자를 날려 버릴 거야."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옆구리에 권총이 들이 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저절로 고함소리가 나올 뻔했다. 옆으로 가서 조수석 문으로 나가려고 할 뻔했다. 그러나 잔인하고 어두운 그 목소리의 그 무엇인가가 그녀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 목소리는 그녀를 도망가게 놔두기보다는 등 뒤에서 쏠 것같이 들렸다.

그는 운전석 문을 닫았다. 그러자 이제 그 트럭 안은 그들 둘만이었고 또 실제로 빗물이 유리창으로 흘러내려 유리를 뿌옇게 만들어 놓고 있어서 그 안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돼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병원의 주차장은 사람이 없었고 또 거리에서 먼 곳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트럭 바깥으로 나온다 해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무척 큰 사람이었고 근육질의 남자였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덩치가 아니었다. 그 넓적한 얼굴이 차분했고 또 전혀 표정이 없었다. 그 평온함, 이런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표정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눈은 더 심했다. 초록색 눈, 그리고 차가운 눈.

"누구세요?" 그녀는 두려움을 드러내면 그를 흥분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려고 하면서 물었다. 그에게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내게서 무엇을 원하세요?"

"개를 원한다."

강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강간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아니면 병적인 살인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순간도 그가 정부 요원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부 요원이 아니곤 다른 누가 아인스타인을 찾겠는가? 다른 누구도 그 개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권총 주둥이를 그녀의 옆구리에 더욱 깊게 쑤셨다. 옆구리가 아파 왔다.

그녀는 자기 몸 안에서 아기가 자라고 있는 것을 생각했다. "좋아요. 그래요. 당신이 그 개에 관해서 아는 것이 분명하군요. 그러니 실랑이를 해보았자 소용없겠군요."

"소용없어." 그가 너무 조용히 말을 해서 요란한 빗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세찬 빗줄기가 트럭 지붕을 강타하며 앞 유리창을 착착 내리치고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에서 모자를 벗겼다. 그리고는 지퍼를 열고 손을 젖가슴 아래로 쑥 집어넣어 그녀의 배를 쓸었다. 잠깐 동안 그녀는 그가 결국 강간을 하려는 줄 알고 겁을 먹었다. 그러나 대신 그가 말했다. "이 웨인골드 병원은 산부인과야. 그러니 너의 문제가 뭐야? 성병에 걸린 거야, 아니면 임신을 한 거야?" 그는 마치 그 성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혐오스러운 듯 그 단어를 거의 내뱉다시피 했다.

"당신은 정부 요원이 아니군요." 그녀는 순전히 본능에서 그렇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물었어, 쌍년아." 그가 속삭임 소리보다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총을 다시 그녀의 옆구리에 밀어 넣었다. 트럭 안 공기가 후덥지근했다. 사방에서 들이치는 빗소리와 통풍이 안 되는 답답한 공기가 합해져 거의 참을 수 없는 밀실 공포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가 말했다. "어느 거야? 헤르페스야, 매독이야, 임질이야, 아니면 임신했나?"

임신이라고 말하면 그가 저지를지도 모를 그 폭력에서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녀가 말했다. "아기를 낳을 거예요. 전 지금 임신 3개월째예요."

그의 눈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났다. 어떤 움직임이었다. 전부 초록색으로 된 유릿가루들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만화경 속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다.

즉시 노라는 자신이 아주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숨겼어야 했던 것이 임신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로브 박스에 있는 38구경 권총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로브 박스를 열어 그 총을 꺼내기도 전에 이자의 총에 먼저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며 그가 느슨해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그 총을 쥐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갑자기 그가 그녀 몸 위로 덮쳐 왔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그가 이 대낮에, 빗물이 가리고 있지만 여전히 밝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강간하려는 줄로 생각했었다. 그러다 그가 단지 자신과 자리를 바꾸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시종 권총 주둥이를 그녀에게 대고 그녀를 운전석으로 밀어붙이며 그 자신은 조수석으로 갔다. "운전해." 그가 말했다.

"어디로요?"

"네 집으로 돌아가."

"하지만......"

"입 다물고 운전이나 해."

이제 그녀는 그로브 박스 반대쪽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로브 박스를 열려면 그의 앞으로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까지 방심하고 있을 리 없을 것이다.

빠르게 커져가는 공포심을 제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절망감도 역시 억제해야 한다.

그녀는 시동을 켜고 주차장을 벗어나서 도로로 나와 오른쪽으로 커브를 틀었다.

앞 유리창 와이퍼가 거의 그녀의 심장 소리만큼이나 크게 쿵쿵거렸다. 그녀는 그 답답한 소리가 빗소리인지 자신의 고동치는 심장 소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한 구간을 지날 때마다 노라는 경찰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설혹 경찰을 발견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경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해낼 필요도 없었다.

그들이 카르멜을 빠져나와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그때까진 앞 유리창에 비만 휘몰아쳤던 것이 아니라 읍내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 잎들까지 함께 내동댕이쳐졌었다. 이제 그들이 해안을 따라 남쪽을 향해 계속 사람들이 덜 사는 지역으로 내려감에 따라 도로 주위에는 나무들이 없었다. 그래서 태평양을 떠난 바람이 전속력으로 그 트럭을 강타했다. 노라는 운전대로 그것을 자주 느꼈다. 그리고 비가 바다에서부터 곧바로 돌진해 와 그 트럭을 연달아 들이쳐 마치 트럭의 얇은 금속판을 찌그러뜨려 놓을 것만 같았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5분 동안이 마치 한 시간도 넘은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그의 명령을 지킬 수가 없었다. "어떻게 우리를 찾았어요?"

"하루도 넘게 너희 집을 지켜보고 있었지." 그가 그 차분한 얼굴에 걸맞은 차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오늘 아침 집을 떠날 때 나에게 어떤 틈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를 따라나섰지."

"아니, 내 말은 당신이 어떻게 우리가 사는 곳을 알았느냐 말에요?"

그가 미소 지었다. "반 디네 덕이지."

"그 배신자."

"특별한 상황 때문이지." 그가 그녀에게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물이 나에게 은혜를 입었지. 그래서 그가 반 디네에게 압력을 넣은 거야."

"거물?"

"테트라그나지."

"그가 누구예요?"

"넌 아무것도 몰라, 그렇지?" 그가 말했다. "애 만드는 법 말고는 말이야, 안 그래? 넌 그것에 대해선 잘 알지, 그렇지?"

조롱하는 그 매정한 음색은 단지 성적으로 외설스러운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어둡고 이상했고 더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섹스에 대한 화제에 접근할 때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 매서운 긴장감에 놀라서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엷은 안개 속으로 접어들자 그녀는 헤프라이트를 켰다. 그녀는 실눈으로 얼룩진 앞 유리창을 내다보며 비에 젖은 고속도로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가 말했다. "넌 아주 예쁘군. 내가 그것을 누군가에게 쑤셔 넣는다면 바로 너에게 집어넣겠어."

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그가 말했다. "너도 다른 년들과 마찬가지일 게 틀림없어. 내가 그것을 너에게 꽂아 넣는다면 그것이 썩어 문드러질 거야. 너도 다른 년들과 마찬가지로 성병에 걸렸을 테니까 말이야, 안 그래? 그래, 넌 그래, 섹스는 죽음이야. 그 증거가 도처에 있지만 그것을 아는 놈들은 몇 안 되지. 난 그 몇 안 되는 중에 하나야. 섹스는 죽음이야. 하지만 넌 아주 예뻐."

그녀는 그의 말을 듣자 목이 굳어졌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그의 과묵함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빨리 말을 했다.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에 흔들임 없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자신이 말하고 있는 그 광적인 것들을 음미하면서 아주 빠르게 말을 해나갔다. "난 테트라그나보다 더 커지고 더 중요하게 될 거다. 난 내 안에 수십 명의 생명을 담고 있어. 난 네가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들로부터 생명 에너지를 흡수했고 또 그놈들이 죽는 순간을 만끽했지. 그것이 나의 재능이야. 테트라그나가 죽어 없어질 때도 나는 여기 남을 거다.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다 죽을 때도 난 여기 있을 거다. 난 불멸하기 때문이야."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인지는 모르지만 이 자가 아인스타인에 관해서 알아가지고는 난데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정신병자였고 그래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렵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운명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화도 났다. 그들은 아웃사이더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대비를 해왔다. 그리고 정부 기관을 피하기 위해서도 철저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에 대해서까지 대비해야 했단 말인가? 이것은 공평하지 않았다.

다시 침묵하며 그는 그녀를 2, 3분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순간이 영원의 시간 같았다. 그녀는 마치 차갑고 징그러운 손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같이 아주 확실하게 그녀에게 머무는 그 차가운 초록색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 그렇지?" 그가 말했다.

"그래요."

아마도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전에 딱 한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었지. 그러자 그가 나를 놀렸어. 그의 이름은 대니 스로위즈였지. 우린 둘 다 5대 마피아 집안 중 가장 큰 뉴욕의 카라마자에서 일하고 있었지. 육체노동은 적었고 이따금 죽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

노라는 그가 단지 미쳤을 뿐만 아니라, 광적인 직업 살인마임을 알고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녀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는 비에 젖은 도로에서 눈을 떼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 우린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지. 대합 수프를 꿀꺽꿀꺽 삼키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나는 내가 없애 버린 사람들에게서 생명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아주 오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운명이라는 것을 그에게 설명했지. 내가 그에게. 말했어. '이봐, 대니, 사람들은 배터리 같은 거야. 우리는 생명이라고 불리는 어떤 신비한 에너지를 가득 담고 걸어 다니는 배터리야. 내가 누군가를 없애면 그의 에너지는 내 에너지가 되지. 그러면 난 더 강해지는 거야, 대니.' 그렇게 내가 말했어. '날 보아. 난 다른 놈들로부터 생명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다구.' 그랬더니 대니가 뭐라고 했는지 아나?"

"뭐라고 했어요?" 노라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 대니는 진지하게 먹는 놈이지. 그래서 그놈은 얼굴을 접시에 파묻고 자기 음식에만 관심을 집중하면서 대합을 몇 개 더 게걸스럽게 먹었어. 그리고는 입술과 턱에 대합 국물을 질질 흘리며 날 올려다보았지. 그리고 말을 했어. '그래, 빈스, 그런데 넌 그 기술을 어디서 배웠니? ? 어디서 그 생명 에너지들을 흡수하는 법을 배웠어?' 내가 말했지. '글쎄, 그것은 내 재능이야.' 그러자 그가 말했어. '그러니까 하늘에서 온 것 같은 것 말이야?' 그래서 난 그것에 관해 생각해보아야 했지. 그리고 말을 했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뭐야. 그것은 권투 선수의 주먹이나 가수의 목소리가 재능인 것처럼 내 재능이야.' 그러자 대니가 말했어. '말해봐. 네가 전기공을 없애 버렸다고 치자. 그러면 넌 그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난 후 갑자기 어떤 집의 전기 배선을 바꿀 수도 있겠구만?' 난 그가 날 놀리는 줄 몰랐어. 난 그게 진지한 질문인 줄로 생각했었지. 그래서 난 내가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어떤 인성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어. 그냥 에너지만을 흡수한다고 말이야. 그러자 대니가 말했어. '그러니까 네가 어떤 변태 성욕자를 죽여도 갑작스럽게 계집애들을 잡아 먹고 싶은 욕구는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지.' 바로 그때 난 대니가 나를 술에 취했거나 미치광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난 대꾸를 하지 않고 대합을 먹었고 더 이상 나의 재능에 관해서 말하지 않았어.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것에 관해 말한 것이 그게 마지막이야. 그리고 지금 너에게 말하고 있는 중이지."

그는 자신을 빈스라고 했었다. 그래서 이제 그의 이름을 알았다. 그녀는 그것을 아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이야기 안에 광적인 블랙 유머가 섞여 있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아무 표정도 없이 말해 나갔다. 그는 끔찍하리만큼 진지한 사람이었다. 트라비스가 이자를 처리하지 않는 한 이 자는 그들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빈스가 말했다. "난 대니가 돌아다니면서 내가 한 말을 아무에게나 말하게 놔둘 수가 없었지. 그놈이 그것에 살을 붙이고 재미있게 만들어서 전할 것이고 사람들은 내가 미치광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지. 대부들은 미친 암살자들을 고용하지 않아. 그들은 일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차갑고 논리적이고 균형 잡힌 놈들을 원하지. 그게 바로 나야. 차갑고 균형 잡힌 것 말이야. 그러나 대니 때문에 그들이 달리 생각하게 될지도 몰랐지. 그래서 그날 밤 난 그놈의 목을 째고는 폐허가 된 어느 버려진 공장으로 끌고 가서 그를 갈기갈기 잘라서 큰 통에 집어넣어 버렸지. 그리고는 그 위에 황산을 몽땅 부어 버렸어. 그는 대부가 가장 사랑하는 조카였거든. 난 누군가가 시체를 발견해서 나에게까지 추적해오도록 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지. 지금도 내 안에는 대니의 에너지까지 있지. 다른 놈들 것과 함께 말이야."

총은 그로브 박스 안에 있다.

총이 그로브 박스 안에 있다는 그 생각에서 어떤 작은 희망이나마 가질 수 있었다.

노라가 닥터 웨인골드를 방문하러 간 동안에 트라비스는 재빠르게 땅콩버터 조각이 뿌려진 초콜릿 쿠키 2인분을 만들어서 구웠다. 그는 혼자 살아오면서 요리하는 법을 배웠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그것에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노라 때문에 그는 특히 굽는 것을 비롯해 요리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정도로 요리 솜씨가 늘었다.

보통 쿠키를 굽는 동안 한 조각이라도 줄까 해서 공손하게 주위를 어슬렁거리곤 하던 아인스타인이 그가 반죽을 다 마치기도 전에 그에게서 떠났다. 개는 안절부절못하며 이 창문에서 저 창문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비 오는 바깥을 내다보았다.

잠시 후 트라비스가 그 개의 행동을 보고 초조해져서 뭐가 잘못되었느냐고 물었다.

식품 저장실에다 아인스타인이 자기 대답을 만들어 놓았다.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듬.

"아프니?" 트라비스가 재발을 걱정하며 물었다. 사냥개는 아주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회복되는 중일 뿐이었다. 그의 면역 체계는 어떤 큰 새로운 도전에는 적응하지 못한다.

아프지 않음.

"그럼 뭐야? 그럼...... 아웃사이더가 느...... 느껴지니?"

아님, 전과 같지 않음.

"하지만 뭔가 느껴져?"

불길한 날.

"아마 비가 오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안심하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트라비스는 다시 쿠키 굽는 데로 돌아갔다.

고속도로는 비 때문에 은백색이었다.

그들이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차를 몰고 갈 때 낮 안개가 약간 더 진해져서 노라는 시속 60킬로까지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어떤 곳에서는 시속 50킬로까지도 낮추었다.

안개를 핑계 삼아 문을 열고 뛰어내릴 만큼 트럭을 더 천천히 몰 수 있을까? 안된다. 아마도 안될 것이다. 그녀 자신과 자기 배 안에 있는 아기를 다치지 않게 하고 뛰어내리려면 시속 8킬로 정도로 속도를 떨어뜨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속도를 줄여도 될 정도로 안개가 정말 진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빈스는 말을 하는 중에도 권총을 그녀를 향해 쥐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뛰어내리려고 돌아서게 되면 그녀의 등 뒤에 대고 총을 쏠 것이다.

그 픽업의 헤드라이트와 맞은 편에서 오는 몇몇 자동차들의 불빛들이 안개 속에서 굴절되어 비쳤다. 라이트의 후광과 번쩍이는 무지개가 변화무쌍한 안개 장막에서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그녀는 경사가 완만하고 굴러도 견딜 만한 둑이 있는 몇몇 장소에서 트럭을 길 바깥으로 몰아 비탈로 구르게 만들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위치를 잘못 판단해서 실수로 60미터 아래 절벽으로 떨어져 바위 밭인 해안에 처박히게 될 것이 두려웠다. 그녀가 제대로 바른 지점에서 길 밖으로 차를 몰아 계산대로 살아남을 수 있게 구른다 해도 그녀는 무의식 상태가 돼 유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녀는 자신의 생명과 자기 안에 있는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존한 채 이것을 모면하고 싶었다.

빈스는 일단 그녀에게 말을 시작하자 멈추질 못했다. 수년 동안 그는 자신의 그 위대한 비밀들을 잘 보존해 왔고 또 그의 힘과 불멸성에 대한 꿈들을 세상으로부터 숨겨왔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해 온 그 위대함을 말하고 싶은 욕망은 그 대니 스로위즈와의 사건 이후로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었다. 그는 마치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축적해 그 말들을 릴 테이프에 담아놓았던 것만 같았다. 그러다 이제 그는 빠른 속도로 그것을 틀어 놓고 그 광적인 것들을 전부 다 내뿜으면서 노라로 하여금 공포로 진저리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아인스타인에 관해 알게 되었는지 말해 주었다. 바노디네에서 프랑시스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었던 각종 프로그램들을 책임졌던 과학자들을 죽인 이야기까지 했다. 그는 아웃사이더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말하길 자신은 불멸 상태에 가까웠으며 또 그 개를 소유하는 것이 그런 그의 운명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과업의 하나라고 했다. 그와 그 개는 함께 있어야 할 운명이라고 했다. 그들 둘 다 이 세상에서 하나뿐이고 또 같은 종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일단 자신의 운명을 성취하게 되면 어떠한 것도 그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더일지라도 안 된다.

시종 노라는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자신도 그와 같이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의도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일단 그 사냥개를 가지게 되면 그녀와 트라비스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는 알았다. 처음엔 그녀는 그런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 두려웠었다. 왠지 그것을 말로 뱉어 놓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의 집 진입로로 들어서기 8킬로 정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그 개를 얻게 되면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겠지요, 그렇죠?" 그는 시선으로 노라를 애무하듯 그녀를 응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라."

"당신이 우릴 죽일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이야."

그녀가 두려워하던 것을 그가 확인시켜 주었는데도 공포감이 더 커지지 않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그의 건방진 대꾸가 단지 그녀를 분노케 했고 그래서 그런 그의 계획을 꺾어 버려야겠다는 결심만 더욱 크게 했을 뿐이며 오히려 두려움은 줄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난 5월달의 노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 같으면 그녀는 이 남자의 당당한 자신감에 눌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고 있었을 것이다.

"난 이 차를 곧바로 길 밖으로 몰아서 사고를 내고 기회를 엿볼 수도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네가 핸들을 돌리는 순간 난 너를 쏘고는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하겠지." 그가 말했다.

"아마 그렇게 못할걸요. 그렇게 하면 당신도 죽을 테니까요."

"내가 죽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교통 사고 정도로는 안 죽어. 안 죽지, 안 죽어. 난 내 안에 너무 많은 생명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가지는 않아. 그리고 어쨌든 네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난 믿고 있어. 네 마음속으로는 너의 그 남자가 기량을 발휘해서 너와 그 개와 그 자신을 구할 거라고 믿고 있지. 물론 네가 틀렸어. 하지만 넌 그에 대한 믿음을 중단하지 못할 거야. 그는 네가 다치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 짓도 못 할걸. 난 너의 배에 총을 대고 그리로 들어가겠어. 그러면 그는 몸이 얼어붙을 테고 그러는 동안에 난 그의 머리를 날려 버리겠어. 그게 내가 연발 권총을 가지고 있는 이유야. 내겐 그것만 있으면 되지. 네가 다칠 것을 두려워하는 그 마음 때문에 그는 죽게 될 거야."

노라는 자신의 분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놀라서 완전히 자신감이 없어진 연약한 여자처럼 보이려고 애써야만 했다. 그가 그녀를 과소평가한다면 그는 실수할지도 모르고 그때 그녀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그녀는 잠시 비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눈을 떼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어떤 재미나 병적인 분노심을 가지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애정, 아니 어쩌면 감사하는 듯한 태도를 가지고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난 임신한 여자를 죽이는 걸 오랫동안 꿈꾸어 왔어." 마치 어떤 사업을 일으키거나 배고픈 자들을 먹이거나 병든 자들을 간호하고 싶어 하는 것에 못지않게 가치 있고 훌륭한 목표나 되는 양 그가 말했다. "위험 부담 없이 임산부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지금까지 내게 온 적이 없어. 하지만 그 외따로 떨어진 너희 집에서 일단 트라비스를 처리하고 나면 그 때 조건들이 이상적이 될 거야."

"제발, 안 돼요." 그녀는 연약한 체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초조하게 떠는 목소리는 굳이 꾸밀 필요도 없이 나왔다. 여전히 침착하게, 하지만 전보다 약간 더 감정을 가지고 그가 말했다. "아직도 젊고 풍요로운 너의 생명 에너지를 맛보게 되겠군. 그리고 네가 죽는 그 순간 난 또 네 아기의 에너지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건 이 병들고 타락한 세상의 많은 오염 인자들에 더럽혀지지 않은 아주 순수하고 손 타지 않은 생명일 거야. 넌 나의 첫 번째 임산부야, 노라. 그리고 난 항상 널 기억하겠어."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희미하게 비쳤다. 그것 또한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 그녀는 트라비스가 이 사람을 처리할 어떤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와중에서 그녀 자신과 아인스타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트라비스가 그들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 그런 그 자신의 실패를 어떻게 감당해나갈 것이겠는가?

"절망하지 말아, 노라." 빈스가 말했다. "너와 너의 애기는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야. 너희들은 나의 일부가 되는 거야. 내 안에서 너희들은 영원히 살게 되는 거지."

트라비스는 오븐에서 첫 번째 쿠키 접시를 꺼내서 그것을 식히기 위해 선반에 올려놓았다.

아인스타인이 냄새를 맡으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것들은 아직 너무 뜨거워."

개는 거실로 돌아와 앞 유리창을 통해 비 오는 바깥을 내다보았다.

해안 고속도로에서 벗어나자 바로 빈스는 의자 밑으로 미끄러져 유리창 아래로 내려가 바깥에서 보이지 않게 몸을 숨겼다. 그는 그녀에게 총을 계속 겨누고 있었다. "네가 조금이라도 섣부른 행동을 하게 되면 바로 너의 배 속에 있는 그 아기를 날려 버릴 거야."

그녀는 그 말을 믿었다.

질고 미끄러운 진흙 길로 들어서서 노라는 언덕을 넘어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길 양편에 늘어선 울창한 나두들 때문에 아주 심하게 비가 들이치지는 않았지만 나뭇가지에 모였던 빗물이 더 굵은 물방울이나 물줄기가 되어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현관 앞에 있는 아인스타인을 보았다. 그래서 그 개가 즉시 이해할 수 있도록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어떤 신호를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빈스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곧바로 헛간으로 가지 말아. 바로 집 옆에서 차를 세워."

그의 계획은 분명했다. 지하실 계단이 있는 쪽의 집 모퉁이에는 창문들이 없었다. 그래서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은 이자가 그녀와 함께 트럭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빈스는 그녀를 밀어붙여 모퉁이를 돌아 뒤 현관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트라비스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인스타인의 어떤 감각이 위험을 감지할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인스타인은 아직 몸이 안 좋다.

아인스타인이 흥분해서 부엌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게 노라의 트럭이었니?"

예스.

사냥개가 뒷문으로 갔다. 그리고는 들떠서 참지 못하고 춤을 추었다. 그러다가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는 머리를 곧추세웠다.

뜻밖의 행운이 노라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때 왔다.

그녀가 그 집 옆에 주차를 하고는 헨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엔진을 껐다. 빈스는 그녀를 붙잡고 자기가 앉았던 좌석으로 끌어당기며 자기 쪽 트럭 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쪽이 그 집의 후미 쪽이고 그래서 그 건물의 앞 쪽 모퉁이에서 가장 보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 손으론 그녀를 붙잡고 트럭에서 내리며 가까이에 트라비스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정신이 산만해져서 그는 이전처럼 그렇게 가까이 그 연발 권총을 노라에게 대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좌석 위로 미끄러지며 그로브 박스를 지나칠 때 그 박스 문 단추를 눌러 열리게 하고는 38구경 권총을 거머쥐었다. 그가 무언가를 들었거나 느낀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바로 그녀를 향해 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녀는 38구경을 그의 배에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그가 총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날리기 전에 그녀는 방아쇠를 3번 당겼다.

놀란 표정으로 그는 1미터도 안 떨어진 집 벽에 꽝하고 부딪혔다.

그녀는 자신의 그 냉혈적인 태도에 놀랐다. 미친 듯이 그녀는 생각했다. 아직 한 아이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또 다른 한 아이는 개일 뿐이지만 자기 자식을 보호하려는 어머니보다 더 위험스러운 존재는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정면으로 그의 가슴에 대고 한 발 더 발사했다.

빈스는 뻣뻣한 채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먼저 얼굴을 그 젖은 땅에 처박고 쓰러졌다.

그녀는 그에게서 몸을 돌려 달렸다. 집 모퉁이에서 그녀는 하마터면 트라비스와 충돌할 뻔했다. 그는 Uzi 카빈을 쥐고는 현관 난간을 뛰어넘어 그녀 앞에 웅크린 자세로 착지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죽였어요."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에 광기가 섞인 것을 알고는 자체하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내가 그에게 네 발을 쏘았어요. 세상에 내가......"

트라비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웅크린 자세에서 일어섰다. 노라가 팔로 그를 감싸며 머리를 그의 가슴에 파묻었다. 차가운 빗줄기가 그들 위에 내리쏟고 있는 가운데 그녀는 그의 따뜻한 체온에 빠져들어 갔다.

"누구......" 트라비스가 말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때 노라 뒤에서 빈스가 숨 가쁜 날카로운 고함소리를 내고는 땅에서 한 바퀴 몸을 돌려 그들에게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 트라비스의 어깨 위에 맞아 그가 뒤로 쓰러졌다. 만약 5센티만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면 노라의 머리를 명중시켰을 것이다.

그녀는 트라비스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넘어질 때 함께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그녀는 빨리 그를 놓고는 왼쪽 트럭 앞으로 가 사격 선을 벗어났다. 그녀는 재빠르게 한 번 빈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한 손엔 연발 권총을 쥐고 또 한 손은 배를 움켜쥐고서 땅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녀가 픽업트럭 앞에 웅크리면서 잠깐 본 것으론 그는 피를 흘리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배에 3, 가슴에 1발을 맞고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실제로 불멸의 존재가 되지 않았다면 그렇다.

노라가 트럭 앞으로 숨으려고 정신없이 기어가던 바로 그때 트라비스는 윗몸을 일으켜 진흙 바닥에 앉아 있었다. 피가 어깨로부터 가슴으로 퍼져 셔츠에 젖어 들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오른손에 카빈을 들고 있었고 그 손은 그쪽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빈스가 아무렇게나 두 번째로 총알을 발사하자 트라비스가 카빈을 쏘았다. 그의 자세는 빈스의 자세보다 더 좋지 않았다. 총알이 집 벽에 타다닥거리며 부딪히고는 트럭 쪽으로 튀며 날아갔다. 마구잡이식 사격이었다.

트라비스는 사격을 멈추었다. "젠장," 그는 간신히 일어섰다.

노라가 말했다. "그를 맞혔어요?"

"집 앞으로 달아났소." 트라비스가 이렇게 말하고는 그 쪽으로 향했다.

빈스는 자신이 불멸성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다. 이미 거기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거의 거기에 가까웠다. 그는 이제 기껏해야 몇 명의 생명만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그의 유일한 걱정사는 자신이 그런 불멸의 운명에 그렇게 가까워졌을 때 자칫 잘못해 자신의 생명이 꺼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조심했다. 가장 비싼 최신의 모델인 케브라 방탄조끼 등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그는 스웨타 아래에 그것을 입었었다. 바로 그것이 그년이 자신에게 처박아 넣으려고 했던 그 네 발의 총탄을 막아 주었던 것이다. 그 총알들은 그 방탄조끼 앞에서 뭉개졌고 피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젠장, 아팠다. 그 충격에 그 집 벽에 부딪혔고 또 숨을 가쁘게 몰아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마치 자신은 거대한 모루 위에 누워 있고 다른 누군가가 대장간의 해머로 자신의 배를 반복해서 두들기는 것같이 느꼈었다.

그 아픔으로 몸을 구부리고서 그 망할 카빈의 사격 선을 피하려고 절름거리며 그 집 앞으로 향했다. 그는 꼭 등 뒤로 총을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간신히 모통이를 도는 데 성공했고 현관 계단을 올라가서는 코넬의 사격 선에서 벗어났다.

빈스는 코넬에게 상처를 입힌 것에 약간의 만족감을 얻었다. 그것이 치명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는 습격할 요소를 잃었기 때문에 지연 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젠장, 그 여자는 코넬 바로 그자만큼이나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 여자에게선 겁먹은 생쥐 같은 점이 있고 또 순종하는 것이 그녀의 천성일 거라고 그는 확신했었다. 분명히 그녀를 잘못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망령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던 것이다. 빈스 나스코는 그런 실수들에 익숙하지 않았다. 실수들은 소인(小人)들의 것이지 운명의 아들 것이 아니었다.

앞 현관을 황급히 가로지르며 빈스는 숲속으로 가는 대신 집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다. 코넬이 분명히 자신의 뒤를 빠르게 쫓아올 것이다. 이자들은 자신이 나무들 쪽으로 가 숨어서 전략을 다시 짤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신 곧바로 그 집으로 들어가서 현관문과 뒷문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위치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아직도 그들을 불시에 습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가 막 커다란 창문을 지나 현관문으로 향할 때 무엇인가가 유리창을 뚫고 튀어나왔다.

빈스는 놀라 고함을 지르며 권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그 총알은 현관 천장으로 갔고, 그는 개에게 강타당했다. 젠장, 바로 그 개다. 총은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는 뒤로 넘어졌다. 개는 발톱을 그의 옷에 걸친 채 그의 어깨를 물고 그에게 매달렸다. 현관의 난간이 부서졌다. 그들은 비가 내리는 뜰로 굴러떨어졌다.

빈스는 고함을 지르면서 개가 깽깽거리며 자신을 놓아줄 때까지 그 큰 주먹으로 개를 두들겼다. 그러자 개가 그의 목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다시 주먹을 날려 개를 때려눕히고는 간신히 자신의 숨통을 찢어놓으려는 그 공격을 방어했다.

그의 배는 여전히 욱신욱신 쑤셨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발 권총을 찾으려고 절름거리고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총 대신 코넬을 발견했다. 어깨에서 피를 흘리며 코넬은 빈스를 내려다보고 현판에 서 있었다.

빈스는 어떤 거창한 확신감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무적이며 불멸의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두려움 없이 카빈의 주둥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코넬을 보고 씩 웃었다. "날 보아, 보라구! 난 네가 제일 두려워하는 악몽 속의 존재야."

코넬은 말했다. "조금도 가깝지 않아." 그리고는 총을 발사했다.

부엌에서 트라비스는 자기 곁에 아인스타인을 둔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노라는 그의 상처를 싸매주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트럭 속으로 침입해 들어온 남자로부터 들어 안 사실을 그에게 말해 주었다.

"젠장,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존재였어."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런 자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가 있었겠어."

"예상치 않았던 존재는 그자 하나만으로 끝났으면 좋겠어요."

노라가 총알구멍에 알콜과 요오드를 쏟아부을 때와 붕대를 겨드랑이 아래로 해서 상처를 싸맬 때 그는 움찔움찔하면서 말했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피 흘리는 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오. 동맥은 아무 데도 다치지 않았소."

총알은 관통을 해서 총알 나간 곳에 흉측한 상처를 남겨놓았다. 그 자리가 상당히 아파 왔다. 그러나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는 나중에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아마 다른 의사들은 끈질지게 질문을 하며 대답을 강요할 것이기 때문에 짐 키네에게 부탁할 작정이었다. 지금 그는 그 죽은 자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만 상처가 꼭 묶여지기를 바랐다.

아인스타인 역시 난타를 당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유리창을 부수고 뛰쳐나올 때는 아무 곳도 베이지 않았다. 어느 뼈가 부러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몇 차례 심하게 맞았다. 처음부터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던 그는 이제 진흙이 묻고 비에 젖고 또 통증을 느끼면서 모습이 아주 안 좋아 보였다. 그 역시 짐 키네를 만나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바깥은 전보다 비가 더 심하게 내리면서 지붕을 마구 치고 있었고 빗물은 홈통과 낙수받이로 요란스럽게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물이 앞 현관을 가로질러 부서진 유리창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러나 그것까지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비 덕분에,"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총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야. 이런 장대비 속에선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지."

노라가 말했다. "시체를 어디에다 내버리지요?"

"생각 중이오." 그의 어깨 통증이 욱신거리며 위로 올라와 머리까지 쑤셔대는 통에 명쾌한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 어디 숲속에 묻을 수도 있어요."

"안 돼요, 그렇게 되면 우린 항상 그가 어디 있는지 기억할 거요. 우린 야생 동물에 의해 그 시체가 파헤쳐져 하이킹하는 사람들에게 발견될 것을 언제나 걱정하게 될 거요. 더 좋은 게...... 해안 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적당한 데서 차를 세우고 차들이 지나다니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요. 그리고는 트럭 뒤에서 시체를 끌어내려 절벽으로 던져 버리는 거요. 그 절벽 바로 아래에 바다가 맞닿은 곳이라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발견되기 전에 파도에 밀려 멀리 가버릴 거요."

노라가 붕대를 다 묶었을 때 아인스타인이 갑자기 일어서서 끙끙거렸다. 그는 공기 냄새를 맡았다. 그는 뒷문으로 가서는 잠시 바깥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는 거실로 사라졌다.

"아인스타인이 보기보다 더 심하게 다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노라가 마지막으로 반창고를 붙이면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그는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하게 행동해왔소. 오늘 아침 당신이 떠나고 난 후로 말이오. 그가 오늘이 불길한 날 같은 냄새가 난다고 내게 말했소."

"그가 옳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거실에서 급히 돌아와서는 곧장 저장실로 들어가 전등을 켜고는 페달을 밟아 철자 조각들을 꺼냈다.

"어쩌면 그가 시체를 처리할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요." 노라가 말했다.

노라가 나머지 요오드와 붕대, 태이프 등을 주섬주섬 모을 때 트라비스는 아프면서도 셔츠를 입고는 아인스타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기 위해 저장실로 갔다.

아웃사이더가 여기 있음.

트라비스는 카빈총에 새 탄창을 탁 밀어 넣고는 또 하나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노라에게는 식품 저장실에 보관해두었던 권총을 하나 건네주었다.

긴박함을 느끼는 아인스타인의 감각으로 판단컨대 방마다 돌아다니며 안쪽 덧문을 닫고 빗장을 걸 시간이 없었다.

헛간 안에서 가스로 아웃사이더를 질식시킨다는 그 꾀 많은 계획은 그놈이 밤에 접근해 와 정찰할 거라는 확신에서 세워진 것이었다. 이제 그놈이 대낮에 와서 그들이 빈스 때문에 정신이 없는 동안 정찰을 해왔기 때문에 그 계획은 쓸모없게 되었다.

그들은 귀를 기울이며 부엌에 서 있었다. 그러나 가차 없이 내리는 빗소리보다 더 크게 나는 소리가 없었다.

아인스타인은 그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했다. 그의 육감은 아직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그 짐승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감지한 것이 그들에게는 다행이었다. 아침 내내 그가 불안해하던 것이 노라와 함께 집에 왔던 그 남자와는 관계가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비록 그가 알아채지 못했을지라도 그것은 아웃사이더의 접근으로 생긴 것이었다.

"2층으로......" 트라비스가 말했다. "......올라갑시다."

여기 아래층은 그 짐승이 문이나 창문을 통해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2층에서는 적어도 창문들만 걱정하면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창문들 중에 몇 군데는 덧문을 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라는 아인스타인과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트라비스는 맨 뒤에서 후위를 맡아 카빈을 아래층으로 계속 향한 채 뒷걸음질치며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는 일에도 그는 현기증을 느꼈다. 부상당한 어깨의 통증이 창호지에 잉크 퍼지듯 천천히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2층 계단 꼭대기에서 그가 말했다. "그놈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뒤로 물러서는 거요. 그리고는 그놈이 우리를 향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갑자기 앞으로 나오면서 습격을 해 그놈을 날려 버리는 거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들은 침묵을 지키고 그놈이 아래층으로 기어들어 와서는 그들이 2층에 있다고 판단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안심하고 계단으로 접근해오게 해야 한다.

번개가 복도 끝에 있는 창문에서 번쩍했다. 그리고 천둥소리가 콰르릉 소리를 냈다. 그 천둥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하늘에 저장되어있던 모든 비가 한 번에 엄청난 힘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복도 끝쪽에서 노라의 캔버스 하나가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날아 나와 맞은편 벽에 부딪혔다.

노라가 놀라 고함쳤다. 그리고 일순간 그들 셋은 멍청하게 복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림을 쳐다보았다. 그것이 엄청나게 들이치는 천둥과 번개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반신반의하면서.

두 번째 그림이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또 날아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그 캔버스가 갈가려 찢겨 있는 것을 보았다.

아웃사이더는 이미 집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짧은 복도 입구에 서 있었다. 안방 침실과 미래의 유아방이 왼쪽에 있었고 욕실과 그리고 노라의 스튜디오가 오른쪽에 있었다. 그놈은 바로 문 두 개 너머 노라의 스튜디오에서 그녀의 그림들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캔버스가 복도로 날아왔다.

비에 젖고 진흙이 묻고 난타당하고 또 아직도 디스템퍼와의 싸움으로 약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인스타인은 사납게 짖으며 아웃사이더를 쫓아내려고 얘썼다.

카빈을 쥐고 트라비스는 한 걸음 복도 안으로 움직여 나갔다.

노라가 그의 팔을 잡았다. "가지 말아요. 우리 밖으로 나가요."

"안 돼. 우린 그놈과 맞서야만 해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것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오."

두 개의 그림이 스튜디오에서 더 날아 나와 이미 결딴나 복도에 쌓여 있는 그림들 위에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인스타인이 더 이상 짖지 않고 그냥 깊은 목소리로 으르릉거리기만 했다. 그들은 다 함께 복도를 따라 스튜디오의 열려진 문을 향해 나갔다.

트라비스의 경험이나 그동안 받은 훈련에 의하면 이럴 땐 서로 모여서 하나의 목표물이 되기보다는 서로 흩어져 퍼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델타 포스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적도 단순한 테러 분자가 아니다. 그들이 지금 흩어진다면 그들은 그놈과 맞서는 데 필요한 용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들은 함께 바싹 붙어있음으로 해서 힘을 얻었던 것이다.

그들이 스튜디오 쪽으로 반쯤 갔을 때 아웃사이더가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트라비스의 온몸을 그대로 찌르고는 그의 골수까지 급속하게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소리였다. 그와 노라는 멈추었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두 걸음 더 가서 멈추었다.

개는 아주 심하게 떨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자신 역시 떨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전율로 인해 어깨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그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는 망가진 캔버스들을 밟고 나가면서 스튜디오 안쪽에 대고 총알을 쏟아부으며 열려진 문으로 돌진해 갔다. 작은 움직임인데도 그 총의 반동 때문에 마치 끌로 자신의 상처를 도려내는 듯했다.

그는 아무것도 맞히지 못했으며 비명 소리도 듣지 못했고 적의 흔적도 보지 못했다.

그 안의 바닥은 여남은 개의 헝클어진 그림들과 또 그놈이 현관 베란다 지붕 위로 해서 뛰쳐 들어올 때 부서진 창문의 유리들이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다.

트라비스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서 기다렸다. 눈으로 흐르는 땀 때문에 눈을 깜박이며 양손으로 총을 들고서 오른쪽 어깨의 욱신거리는 통증을 잊으려고 애쓰며 기다렸다.

아웃사이더는 문 왼쪽에 있을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오른쪽 문 뒤에 몸을 웅크리고 갑자기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놈은 기다리는 데 지쳐서 그에게 돌진해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는 문 입구에서 그것을 없애 버릴 수 있다.

아니다. 그놈도 아인스타인만큼 영리하다.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이라면 그 좁은 문 입구를 통해서 나에게 돌진해올 만큼 어리석을까? 아니, 아니다. 그놈은 좀 더 지능적이고 예상치 못한 짓을 할 것이다.

하늘에서 천둥이 엄청난 힘으로 폭발하자 그 집이 흔들렸고 유리창들이 요란하게 떨었다. 연달은 번개가 하루 종일 지글거렸다.

이리 나와, 이 악당아. 네 모습을 드러내.

그는 몇 발자국 뒤에 떨어져 있는 노라와 아인스타인을 쳐다보았다. 그들 왼쪽에는 안방 침실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욕실이 있었다.

뒤쪽은 바로 계단이다.

그는 다시 문 입구를 통해 바닥에 흩어져 있는 창문 유리 조각들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아웃사이더가 더 이상 스튜디오 안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놈은 벌써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현관 베란다 지붕 위로 가서는 다른 창문을 통해 들어와 엉뚱한 방향에서 그들에게 덤벼들지도 모른다. 아니면 계단 쪽에서 괴성을 지르며 그들을 덮칠 수도 있다.

그는 노라에게 앞으로 나와 그의 옆에 있도록 했다. "나를 엄호해요."

말릴 틈도 없이 그는 몸을 웅크린 채로 문 입구를 통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하마터면 파편들에 걸려 넘어질 뻔했으나 얼른 몸을 바로하고 그놈이 덮치면 총을 쏠 준비를 했다.

그놈은 가고 없었다.

장농 문은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부서진 창문으로 가 조심스럽게 비에 씻겨 내리는 베란다 지붕을 내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도 창틀에 곤두서 있는 채 위험스럽게 남아 있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 틈으로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들어 오고 있었다.

그는 2층 복도를 향해 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바깥에 노라가 놀란 얼굴로, 하지만 용감하게 Uzi 권총을 움켜쥐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 뒤에는 장래의 유아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놈이 노란 눈을 불 태우며 거기에 있었다. 그 괴기스러운 턱이 쩍 벌어졌다. 부서진 창틀에 남아 있는 불길한 유리 조각들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이빨들로 가득 찬 입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알고 돌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총을 쏘기도 전에 그놈이 그녀를 강타했다. 그녀의 손에서 총이 떨어져 나갔다.

그놈은 15센티 길이의 면도날 같은 발톱으로 그녀를 베려고 했으나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 짐승이 그녀의 손에서 총을 떨쳐 버린 바로 그때 아인스타인이 으르렁거리며 그에게 돌진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같이 재빠르게 아웃사이더는 시선을 노라에게서 그 개에게로 돌렸다. 그놈은 휙 돌아서면서 마치 여러 개의 팔꿈치로 연결된 것 같은 긴 팔로 후려쳤다. 그리고는 그 끔찍스런 두 손으로 아인스타인을 낚아챘다.

스튜디오를 가로질러 복도 문으로 나가면서 트라비스는 아웃사이더에게 총을 쏠 수가 없었다. 노라가 그 중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트라비스가 문 입구로 다가가 자신이 총을 쏠 수 있게 그녀에게 엎드리라고 고함쳤다. 그러자 그녀가 즉시 엎드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아웃사이더는 아인스타인을 번쩍 들어 올려 유아실로 들어가 문을 쾅하고 닫았다. 이 모든 것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아인스타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노라가 유아실 문으로 달려갔다.

"안 돼." 트라비스가 그녀를 옆으로 밀치며 고함쳤다.

그는 자동 카빈을 닫힌 문에 겨냥하고서 이를 악물고 고함을 지르며 거기에다 나머지 총알을 다 쏟아부었다. 그 문에 30여 개의 구멍이 났다. 통증이 그의 어깨에서 화끈거렸다. 아인스타인을 맞힐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트라비스가 총을 쏘지 않으면 그 사냥개는 훨씬 더 위험한 상태에 놓일 것이다. 총에서 총알이 다 쏟아져 나갔을 때 그는 빈 탄창을 빼 버리고 주머니에서 총알이 가득한 새 탄창을 꺼내서 총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발로 그 망가진 문을 차고 유아실로 들어갔다.

창문은 열린 채였고 커튼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아웃사이더는 가고 없었다.

아인스타인은 벽에 부딪혀 피로 범벅이 된 채 움직임 없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노라는 그 사냥개를 보자 뒤틀리는 비탄의 소리를 질렀다.

트라비스는 창문에서 피 얼룩이 베란다 지붕으로 가로질러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금방 비 때문에 그 핏덩이가 씻겨져 버렸다.

어떤 움직임이 그의 눈에 잡혔다. 그래서 헛간 쪽을 바라보았다. 아웃사이더가 그 커다란 문을 통해서 그곳으로 사라졌던 것이다.

노라는 개 위에 엎드려 말했다. ", 세상에...... 트라비스, 세상에, 지금까지 잘 해오다가 지금 이렇게 죽어야 하다니."

"난 저 망할 자식을 쫓아갈게." 트라비스가 사납게 말했다. "그놈은 헛간에 있어."

그녀도 문을 향해 따라나섰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안 돼! 짐 키네에게 전화하고 나서 아인스타인과 함께 있어. 아인스타인과 같이 있어."

"하지만 내 도움이 필요한 건 당신이에요. 당신 혼자서 그놈을 쫓아갈 수는 없어요."

"아인스타인은 당신을 필요로 해."

"아인스타인은 죽었어요." 그녀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그가 그녀에게 고함쳤다. 그는 자신이 이성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인스타인이 죽었다는 말을 하기 전에는 그 개가 결코 죽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어 하는 자신이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그가 죽었다고 말하지 마. 그와 함께 있어, 젠장할! 악몽 속에서 뛰쳐나온 그 망할 자식은 이미 다쳤어. 내 생각엔 심하게 다친 것 같아. 그놈도 피를 흘리고 있어. 그러니 나 혼자 그놈을 끝내버릴 수 있어. 짐 키네에게 전화해요. 그리고 아인스타인과 함께 있어요."

그는 또한 이런 난장판 속에서 그녀가 유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겼다. 아니 벌써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아인스타인 뿐만 아니라 아기까지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 방에서 뛰어나갔다.

넌 그 헛간으로 들어갈 상황이 아니야,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우선 냉정해져야 돼. 노라에게 죽은 개를 위해서 수의사를 부르라고 한 일이나 또 그녀가 네 곁에서 도와줄 수도 있는데 아인스타인과 함께 그냥 있으라고 한 일들은 실은 현명하지 못한 거였어. 분노와 복수에 대한 갈증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한 것도 그래. 현명하지 못했어.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만 살아왔다. 그리고 델타 포스에서를 제외하고는 복수를 할 어떤 대상도 없었다. 운명에 대해 복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델타에서도 적()은 국제 테러 분자들이라는 수많은 정체불명의 미치광이들과 광신자들이어서 그런 복수는 별 만족감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 정말 미증유의 사악한 존재가 있다. 정말 적다운 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놈이 아인스타인에게 행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것이다.

그는 복도를 달려 계단에 이르러 한 번에 두세 개씩 뛰어 내려가자 현기증과 메스꺼움이 몰려와 쓰러질 것만 같았다. 몸을 가누기 위해 계단 난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아픈 팔로 기대자 통증이 부상당한 어깨 쪽에서 심하게 커졌다. 난간을 놓자 그는 균형을 잃고 마지막 층계에서 굴러 바닥에 심하게 떨어졌다.

그는 생각보다 더 심한 상태였다.

카빈소총을 움켜쥐고 그는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뒷문으로 갔다. 그리곤 현관 베란다로 나와 계단을 내려가 뜰로 갔다. 차가운 비가 그의 흐린 머리를 깨끗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잔디 위에 서서 그 폭우를 맞으며 현기증을 쫓아내려고 했다.

부서지고 피 흘리는 아인스타인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스쳤다. 앞으론 식품 저장실에 결코 만들어지지 않을 그 즐거웠던 메시지들이 생각났다. 산타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 아인스타인이 없는 앞으로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영원히 서로 주고받을 수 없을 그 사랑도 생각해보았다. 이제는 태어날 수 없는 그 천재 강아지들도 생각해보았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상실감 때문에 그는 땅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는 그 슬픔들을 이용해서 분노심을 날카롭게 했고 격분한 마음을 면도날같이 갈았다.

그리고는 헛간으로 갔다.

그곳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의 머리와 등에 들이치는 비를 맞으며 열려진 문 앞에 서서 헛간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실눈으로 겹겹의 어둠 속을 보며 노란 눈을 찾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분노심으로 과감하게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북쪽 벽을 따라 옆걸음질 치며 전등 스위치 쪽으로 갔다. 불을 켰을 때도 아웃사이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통증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고 현기증을 쫓아내면서 원래 트럭이 있던 빈자리와 도요다 뒤를 지나 천천히 그 차 옆으로 움직였다.

다락이다.

그는 두어 걸음만 내디디면 다락 위에서 보이는 곳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만일 그놈이 그 위에 있다면 그에게 뛰어내리며 덮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추측은 거기서 끝났다. 아웃사이더가 그 헛간 뒤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요다 앞쪽 너머 콘크리트 바닥에 웅크리고서 그 길고 강인한 팔로 자신을 감싸 안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 주위 바닥은 피로 흥건했다.

그는 거의 1분여 동안 그 짐승에게서 약 5미터 정도 떨어진 그자 곁에 서서 혐오감과 두려움과 공포심과 또 묘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놈을 관찰했다. 원숭이의 몸뚱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라는 개코원숭이 형상이었다. 아무튼 원숭이과()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놈은 어느 한 종족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없었고 또 단순히 수많은 동물들에서 이것저것 취해 만든 혼합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것 자체였다. 지나치게 크고 육중한 얼굴, 거대한 노란 눈, 증기 삽 같은 턱, 길게 굽은 이빨들, 굽은 등과 헝클어진 털, 그리고 너무나 긴 팔, 그놈은 이런 것들로 그 자체의 무시무시한 특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놈은 그를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총을 쳐들고 두 걸음 더 앞으로 나갔다.

그놈은 머리를 쳐들고 턱을 움직이며 삐걱거리고 갈라지고 불분명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토해냈고 트라비스는 폭우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쳤어."

트라비스는 놀라기보다는 두려웠다. 그 짐승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놈은 언어를 배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 하는 지능을 가졌던 것이다. 그놈이 아인스타인을 추격해오는 그 몇 달 동안에 그 욕망이 커져서 자신의 신체적인 장애도 극복한 것이 분명했다. 그놈은 그 섬유질 같은 소리통과 기형적인 입으로 몇 개의 찌그러진 말들을 쥐어 짜내는 방법을 찾아내 언어를 구사했던 것이다. 트라비스는 악마가 말을 한다는 것에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놈이 누군가와 얼마나 필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두려웠던 것이다. 그는 그놈을 동정하고 싶지 않았고 또 감히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놈을 이 지구상에서 날려 보내야 했고 또 그것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와! 이제 끝났어." 그놈은 한 마디 한 마디 그의 목이 찢어지면서 나오는 소리 같이 엄청나게 힘을 들이며 말했다.

그놈의 눈은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그놈에 대한 동정심이 생길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사지가 모두 명백하게 살인 무기들이었다. 자신의 몸을 감쌌던 그 긴 팔 하나를 풀더니 그 옆 바닥에 놓여 있는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다. 트라비스는 그때까지 그것을 보지 못했었다. 아인스타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미키 마우스 테이프 중 하나였다. 그 유명한 생쥐가 항상 입는 그 옷차림에 그 친숙한 미소를 보내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 카세트 홀더에 붙어 있었다. "미키," 아웃사이더가 말했다. 그리고는 그 목소리만큼이나 난삽하고 이상해서 겨우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아웃사이더는 왠지 끔찍한 상실감과 외로움을 전달하고 있었다. "미키."

그리고는 그놈은 그 카세트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붙잡고 고통스럽게 앞뒤로 흔들었다.

트라비스는 또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갔다.

아웃사이더의 흉측한 얼굴이 너무나 협오스러워서 오히려 어떤 절묘한 구석마저 있었다. 그 독특한 추함 속에서 그놈은 이상하게도 매혹적이었다.

천둥이 콰르릉거리자 헛간 불들이 깜박거리며 하마터면 불이 나갈 뻔했다.

그놈은 다시 머리를 들고는 차갑고 광적인 웃음을 흘리며 쇳소리 나는 바로 그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그건 거의 웃음소리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는 하마터면 산산조각이 나도록 총을 쏠 뻔했다. 그러나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아웃사이더의 웃음은 흐느낌으로 변해 버렸다. 트라비스는 그것을 지켜보며 최면이 걸리고 있었다.

트라비스가 그 전등 같은 그놈의 눈을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그놈이 다시 말했다.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이 유전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되었던 그 많은 죄들을 깨달은 양 비애에 젖어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그놈은 카세트 홀더에 붙어 있는 미키 마우스의 만화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애원하듯 말했다. "나를 죽여."

트라비스는 방아쇠를 당기며 탄창에 있는 총알을 아웃사이더에게 다 쏟아부으면서 자신의 그런 행동이 분노에서인지 동정심에서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다 끝냈을 때 그는 기진맥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카빈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집으로 돌아갈 힘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잔디에 앉은 채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짐 키네가 해안 고속도로에서 꺾어져 진흙 길로 차를 몰고 올 때도 그는 여전히 거기에 앉아 울고 있었다.

 

 

11

 

1

113, 목요일 오후 렘 존슨은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에서 막 들어서는 그 진흙 길 입구에 크리프 소아메스와 다른 세 명의 요원을 남겨두었다. 그들에게 내린 지시는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며 렘이 그들을 부를 때까지 그 위치를 그대로 지키라는 것이었다.

크리프 소아메스는 이건 일을 이상하게 처리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말하지 않았다.

렘은 트라비스 코넬이 상당한 전투 기술을 가진 전직 델타 요원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우리가 한꺼번에 그곳으로 쳐들어간다면 그는 우릴 보자마자 누군지 알 거야. 그러면 난폭하게 대응할지도 몰라. 내가 혼자 들어간다면 그에게 말을 시킬 수 있게 되고 어쩌면 그로 하여금 그냥 그 개를 포기하도록 설득시킬 수도 있을 거야."

그것은 정도(正道)를 벗어난 이번 방법에 대한 빈약한 설명이었다. 그것으로는 크리프의 찡그린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렘은 크리프의 찡그린 얼굴은 상관하지도 않았다. 그는 세단 한 대를 몰고 혼자 들어가 그 집 앞에 차를 주차했다. 새들이 나무들 위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겨울 날씨가 북쪽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일시적으로 좀 풀렸다. 그래서 날이 따스했다.

렘은 계단을 올라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트라비스 코넬은 그 노크 소리에 대답하며 격자망으로 된 문을 통해 그를 쳐다보고는 "존슨씨인가 보군요." 라고 말했다.

"아니, 어떻게...... , 그래요, 물론 가리슨 딜워스씨가 당신에게 전화를 하던 그날 밤에 나에 관해 말씀했겠지요."

렘에게는 놀랍게도 코넬은 망설이지 않고 격자망 문을 열었다.

"들어오시는 편이 낫겠군요.“

코넬은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거의 다 싸맨 꽤 큰 붕대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그는 렘을 앞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선 그의 부인이 테이블에 앉아 파이를 만들기 위해 사과들을 깎고 있었다.

"존슨씨군요." 그녀가 말했다.

렘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널리 알려졌다는 걸 알겠군요."

코넬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그는 렘에게 커피를 권하지 않았다.

잠시 어설프게 서 있다가 마침내 그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뭐랄까, 아시겠지만 이건 불가피합니다. 다소 귀찮으시겠지만 우린 당신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녀는 사과를 깎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도 물끄러미 자신의 커피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뭐가 잘못됐나? 렘은 궁금해졌다.

이것은 그가 상상해왔던 시나리오하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당황하거나 화내거나 낙담하거나 기타 그 비슷한 많은 반응들에 대비했었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냉담함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었다. 이 사람들은 그가 마침내 자신들을 찾아낸 것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말했다. "우리가 당신들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관심이 없습니까?"

여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코넬이 말했다. "당신이 정말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다면 해봐요."

렘은 당황한 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 그것은 간단했어요. 우린 딜워스씨가 항구 북쪽에 위치한 공원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어느 집이나 가게에서 당신에게 전화를 했다는 걸 알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컴퓨터들을 전화 회사의 컴퓨터와 연결시켜 그 기록을 받았지요. 그리고는 사람들을 시켜 그날 밤 그 공원에서 3블록 안에 위치한 모든 전화들에 청구된 모든 장거리 전화를 검토하는 작업을 하도록 했어요. 물론 전화 회사의 허락을 받아서지요. 하지만 당신네들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린 요금이 수신자 지불로 된다면 요금 청구서가 전화를 건 쪽으로 청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것은 수신자 지불을 수락한 쪽 사람의 기록에 나타나지요. 그리고 그것이 당신이지요. 하지만 그것 또한 수신자 지불을 수락한 사람이 나중에 지불을 거절할 때를 대비해 그 전화에 대한 증거 서류를 만들어 놓기 위해 전화 회사의 특별 화일에 담겨 있어요. 우린 그 특별 화일을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그건 아주 작은 화일이어서 우린 금방 바로 그 해변 공원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가다 어느 한 집에서 당신의 전화번호로 건 전화 통화 기록을 발견했지요. 우리가 그 집에 방문해 그 가족들과 이야기를 할 때 우린 그 집 아들인 토미라는 십대 아이에게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우린 그들의 전화를 사용한 사람이 딜워스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지요. 그것을 알아내기까진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지요. 몇 주가 걸렸으니까요. 하지만 그 후로는 식은 죽 먹기였죠."

"메달이나 뭐 그런 걸 원하십니까?" 코넬이 물었다.

여인은 사과를 또 하나 들어 4등분해서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의 일을 편하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그의 의도는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아주 달랐다. 그가 친구로서 왔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자신에게 냉담하게 대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말했다. "돌아봐요, 난 내 요원들을 저 길 끝에 두고 왔습니다. 난 그들에게 당신이 우리가 한꺼번에 오는 것을 보면 겁을 먹고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말해 두었지요. 하지만 내가 정말 혼자 온 이유는......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는 거요."

그러자 마침내 그들 들이 흥미를 가지고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가 말했다. "난 돌아오는 봄에는 이 망할 직업에서 떠날 작정입니다. 내가 나가는 이유는...... 당신들은 알거나 신경 쓸 필요도 없지만 말입니다. 그 사이에 내가 아주 큰 변화를 받았다는 정도로만 말해두지요.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그리고 이젠 그런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그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그 개는 울 안에 갇히면 안 돼요. 난 이제 그들이 뭐라고 하든 또 뭘 원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나도 무엇이 옳은지 알아요. 나도 울 속에 갇혀 있는 일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내가 최근까지 평생 동안 그 안에 갇혀왔으니까요. 그 개는 그리로 돌아가서는 안 돼요.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그 개를 여기서 내보내세요, 코넬씨, 그를 숲속으로 데리고 가요. 그래서 어딘가에 그를 안전하게 놔두고는 돌아와서 당당하게 그 책임을 지는 거요. 그 개가 몇 달 전에 다른 어떤 장소에서 도망갔다고 말을 해요. 그리고는 그 개가 아마 지금은 죽었거나 아니면 어떤 사람 손에 들어가 아주 잘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을 해요. 그래도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문제가 남아 있지요. 당신도 그놈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과 내가 그놈이 왔을 때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낼 수가 있어요. 난 당신을 감시하도록 사람을 붙여놓을 겁니다. 하지만 몇 주 후엔 그들을 불러들이고는 이건 실패한 사건이라고 말할 겁니다."

코넬은 일어서서 렘의 의자로 걸어갔다. 그리고 왼손으로 렘의 셔츠를 갑자기 움켜쥐고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당신들은 너무 늦게 왔어. 16일씩이나 말이야, 이 망할 자식들아."

"무슨 말이요?"

"그 개는 죽었어. 아웃사이더가 그를 죽였지. 그리고 내가 아웃사이더를 죽였어."

여인이 과도와 사과 조각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의자에서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어깨를 둥글게 굽힌 채 가늘게 비통해하는 소리를 냈다.

", 세상에," 렘이 말했다.

코넬은 그를 놓아주었다. 당황하고 의기소침해져서 렘은 넥타이를 똑바로 고치고는 자신의 셔츠 주름을 폈다. 또 자신의 바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바지를 털었다.

", 세상에," 그는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했다.

코넬은 아웃사이더를 묻은 숲속의 장소로 그들을 기꺼이 안내했다.

렘의 요원들이 그것을 파보았다. 그 괴물은 비닐 부대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야르벡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것을 풀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놈이 살해되고 난 뒤로 날씨는 계속 추웠다. 그러나 그것은 부패되고 있었다.

코넬은 그 개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그들에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평화롭게 살 기회도 그렇게 많이 가지지 못했소." 코넬이 침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는 이제 평화롭게 쉬게 될 거요. 누구도 그를 부검 테이블에 올려놓고 난도질하지 못할 거요. 절대 안 돼지."

"국가 안보가 위태롭게 될 경우에는 당신은 강제로......"

"그렇게 하라고 해요." 코넬이 말했다. "그들이 나를 재판관 앞에서 문책하면서 어디에 아인스타인이 묻혀 있는지 말하라고 강요한다면 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언론에 폭로할 거요. 하지만 그냥 아인스타인을 내버려 둔다면,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을 내버려 둔다면 난 내 입을 다물고 있겠소. 난 산타 바바라로 돌아가서 다시 트라비스 코넬로 통하고 싶지 않소. 난 이제 하야트요. 그리고 난 그 이름으로 계속 머물 생각이오. 나의 옛날 삶은 영원히 가버렸소. 돌아갈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정부가 영리하다면 나를 하야트로 놔두고 그냥 내버려 둘 거요."

렘이 그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래요. 그들이 영리하다면 바로 그렇게 할 거요."

바로 그날 오후 늦게 짐 키네가 저녁 요리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전화가 울렸다. 가리슨 딜워스였다. 그는 그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지난주 동안 그 변호사와 트라비스 부부 사이의 연락병 노릇을 하면서 전화로만 알게 되었다. 가리슨은 산타 바바라에 있는 한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벌써 나타났어요?" 그 변호사가 물었다.

"오늘 오후 일찍이요." 짐이 말했다. "그 토미 에센비라는 아이는 좋은 애였던가 보군요."

"사실,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한 뜻에서 내게 와 경고해 준 게 아니었어요. 그 아인 모든 권위적인 것들에 대해 반항적이죠. 그들이 와서 그 아이에게 그날 밤 그의 집에서 전화를 한 사람이 나였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강요했을 때 그는 그들에게 분노했던 거였지요. 숫염소들이 필연적으로 널빤지 울타리를 들이받듯이 토미는 반항하는 뜻에서 내게 곧바로 온 거죠."

"그들이 아웃사이더를 가지고 갔어요."

"개는 어떻게 되었소?"

"트라비스가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그들이 계속 강요하면 모든 것을 다 폭로해 버리겠다고 했다죠."

"노라는 어때요?" 딜워스가 물었다.

"아이를 잃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구 하나님, 감사합니다. 굉장히 큰 안심이 되었겠군요."

 

2

8개월 후, 9월 첫째 주말에 존슨과 가이네스 가족들은 가이네스 집에 모여서 야외 파티를 열었다. 그들은 오후 내내 브리지 게임을 했다. 렘과 카렌은 지기보다는 이기는 횟수가 더 많았고 그것은 요즘 보통 있는 일이었다. 렘이 더 이상 예전처럼 이기겠다는 광적인 욕심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겼던 것 같았다.

그는 지난 6월달에 국가 안보국을 떠났다. 그때 이후로 그는 오래전에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돈에서 들어오는 수입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는 내년 봄까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사장이 되어서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정해 일할 수 있는 자그마한 사업을 해볼 생각이었다.

오후 늦게 그들 부인들이 샐러드를 만드는 동안 렘과 왈트는 뜰로 나와 숯불에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그래서 자네는 아직도 국가 안보국에서는 바노디네 사태를 망쳐놓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겠군?"

"그렇게 해서 내가 먼 훗날까지 알려질 게 아니겠어요."

"그래도 여전히 연금은 받는군." 왈트가 말했다.

", 23년 동안이나 일해왔잖아요."

"그래도 20세기의 최대 사건을 망쳐놓고 46세에 연금을 제대로 다 받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옳은 일 같지 않아."

"정상적인 연금의 4분의 3밖에 못 받아요."

왈트는 숯불에 구워지고 있는 스테이크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연기를 코로 깊게 들이쉬었다. "하지만 말이야,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는 자네같이 일을 망쳐놓은 사람은 최소한 매질해서 창고에 처넣었다구." 그는 스테이크의 향긋한 냄새를 한 번 더 짖게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 사람들의 부엌에 앉아 있었던 순간에 대해서 다시 말 좀 해줘봐."

렘은 그것을 한 백번은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왈트는 그 이야기를 다시 듣는 것을 지겨워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곳은 아주 깨끗했어요. 모든 것들이 번쩍이도록 빛이 났지요. 그리고 코넬과 그의 부인 모습도 아주 깔끔했어요. 그들은 옷도 아주 잘 차려입었고 또 아주 깔끔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내게 그 개가 죽어서 묻은 지가 2주나 된다고 말하더군요. 코넬은 격분하며 내 셔츠를 잡고 의자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마치 내 머리통을 날릴 것처럼 쳐다보더군요. 그가 나를 놓아주었을 때 난 넥타이를 바로 고치고 셔츠 주름을 폈지요. 그리고 습관이랄까, 난 내 바지 아래를 쳐다보았어요. 그리고 난 바로 그 누런 털들을 보았지요. 개 털 말예요. 그 사냥개의 털이 분명했어요. 그렇게 깔끔한 사람들이, 그것도 자신들의 공허한 나날들을 채우고 싶고 또 자신들의 비극을 떨쳐 버리려고 하는 마당에 2주가 넘도록 집안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있을 수 있겠어요?"

"그 털들이 바로 자네 바지에 온통 묻었겠군." 왈트가 말했다.

"수백 개의 털들이 묻어 있었지요."

"자네가 그곳에 들어가기 몇 분 전에 그 개가 거기에 앉아 있었던 것 같구만."

"바로 그래요, 내가 들어가기 2분 전까지만 해도 그 개가 거기에 앉아 있었던 거지요."

왈트가 숯불 위의 스테이크를 뒤집었다. "자네는 참 관찰력이 예민한 사람이야, . 아마 그런 것 때문에 자네가 일할 때 너무 과도하게 했었던 걸 거야. 그런데 난 말이야, 자네가 그런 재능을 가지고서 어떻게 바노디네 사건을 그렇게 철저하게 망쳐놓을 수가 있는지가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그들은 항상 그렇듯이 함께 웃었다.

"내 생각에 그냥 운 탓이죠." 렘이 말했고 그것도 그가 항상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웃었다.

 

3

제임스 가리슨 하야트가 628일 세 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그의 엄마는 또 임신하고 있었다. 병원의 검사에 의하면 딸이라고 했다.

그들은 태평양 위 숲이 우거진 비탈에 세워진 그 옛집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 하야트가 곧 해안에서 약간 더 멀리에 있는 새롭고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갈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한 생일 파티로서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족을 이루고 처음 자리 잡았던 첫 번째 집이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짐 키네는 자신의 두 마리 검은 사냥개인 푸카와 새디, 그리고 어린 누런 사냥개 새끼 레오나르도를 데리고 카르멜로부터 차를 몰고 왔다. 트라비스가 일하고 있는 카르멜 하이랜드의 부동산 회사에서 몇몇 가까운 친구들이 왔고 또 노라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팔리고 있는 카르멜의 화랑에서도 몇 명이 왔다. 이 친구들 역시 자신들의 사냥개들을 데리고 왔고 그 개들 모두 아인스타인과 그의 배우자 미니의 두 번째 자식들이었다.

오직 가리슨 딜워스만이 빠졌다. 그는 작년에 잠을 자다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기쁜 하루를 보냈다. 그들이 친구이고 또 서로에 대헤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영원히 자신들을 하나의 거대한 대가족으로 묶어줄 어떤 경이롭고 즐거운 비밀을 함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트라비스와 노라가 입양을 보내지 못해 그냥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첫 번째 새끼들도 모두 다 있었다. 미키, 도널드, 다이시, 휴이, 디위, 루이 등이 그들이었다.

그 개들은 잔디에서 서로 장난치거나 숲속에서 숨바꼭질을 했고 또 거실에서 TV로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사람들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개들의 가장(家長)은 몇 개의 놀이에 참여했으나 대부분은 트라비스와 노라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보통 때처럼 가까이에 미니를 두고 있었다. 그는 절뚝거렸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그의 오른쪽 뒷다리가 아웃사이더에 의해 처참하게 난도질당해서 만일 그 수의사가 헌신적으로 치료하지 않았다면 전혀 쓰지 못했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트라비스는 가끔 아웃사이더가 정말 있는 힘껏 아인스타인을 그 유아실 벽에 내던졌는지, 그리고 또 그가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는지가 궁금했었다. 어쩌면 그놈이 그 사냥개의 목숨을 자신의 손안에 쥐고 있는 순간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또 어떤 자비심까지 느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것은 그놈을 만든 이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으나 어떻게 그런 것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놈은 연구실에서 자신과 그 개가 함께 맛보았던 어떤 즐거운 일이 기억났는지도 모른다. 가령 만화 영화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했던 것들을 기억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도 다른 생물들과 똑같이 될 수 있다는 희미한 가능성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 자신을 다른 생물들과 똑같이 보면서 그는 아인스타인을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쉽게 죽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 놈이 그 엄청난 발톱으로 가볍게 살짝 치기만 해도 아인스타인을 동강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다리를 절긴 하지만 짐 키네의 덕분에 귀에 있던 문신도 없앴다. 누구도 그가 바노디네에서 탈출한 개라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멍청한 똥개' 역할을 아주 잘 해낼 수 있었다.

어린 제임스의 세 번째 생일 파틱가 열리고 있는 동안 가끔 미니는 자신의 배우자와 자식들을 홀린 듯한 표정으로 어리둥절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태도들과 익살스러운 몸짓들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다른 어떤 개들의 어미보다도 자기 새끼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보호자였던 것이다.

그 좋은 날이 저물어 손님들이 가고 제임스도 그의 방에서 잠들고 또 미니와 그녀의 첫 번째 자식들이 다들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인스타인과 트라비스와 노라는 부엌에서 좀 떨어진 식품 저장실에 모였다.

그 단어 맞추기 조작기는 없어졌다. 그 대신 IBM 컴퓨터가 마룻바닥에 놓여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입에 철필을 물고 그것으로 키보드를 눌렀다.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저 애들은 빨리 자라요.

"그래, 맞아." 노라가 말했다. "우리 애들보다 너희 애들이 더 빠르지."

언젠가는 저 애들이 세상 어느 곳에나 다 있게 될 거예요.

"오랜 시간을 두고 열심히 낳는다면 언젠가는 그럴 거야."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마 저 애들이 온 세상에 퍼지게 될 거야."

내게서 너무나 멀어요.

"그래, 맞아."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어린 새들도 조만간에 다들 보금자리를 떠나잖아."

그리고 난 언제 가지요?

"무슨 말이야? 트라비스가 몸을 굽히고 그 개의 두꺼운 털을 헝클어뜨리며 물었다.

저 애들이 나를 기억할까요?

", 물론이야. 털보야," 노라가 무릎을 꿇고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 "개들이 있고 또 그 개들과 함께 산보하기에 적당한 사람들이 있는 한 그들은 모두 다 너를 기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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